강찬혁은 총을 이따구로 다루는 가디언이 어떻게 가디언이 된 건지 의심했다. 가디언이 되어서 대체복무역으로 판정되면서 훈련소에 일주일 간 입소한 적이 있었는데, 첫날에는 줄 서는 법을 배우고 이튿날에는 애국가를 부르는 법을 배웠으며(강찬혁이 애국가를 그때 처음 배웠다.) 사흘날부터는 총기교육을 했다. 그곳에서 배운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죽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총구를 들이대지 말라, 당장 죽일 무언가가 없으면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지 말라는 교육이었다.
그런데 눈 앞에 저 사람은, 당장 장전도 못 해, 총구를 막 갖다대, 아예 쏴죽이려 해. 진지하게 강찬혁은 선도부가 잡아서 '참교육'을 해야 할 대상이 자기가 아니라, 저 사람이 아닌가 고민했다. 강찬혁은 해봤자 매점 좀 가자고 담벼락을 타고넘거나 유리창 몇개를 깨먹을 뿐이지만 이 사람은 잘못하면 나중에 어디서 사람을 죽일지도 모를 일 아닌가. 안 되겠다. 아무래도 이 사람에게 이성을 기대하는 건...
강찬혁은 이제 보니까, 저 사람의 표정에 어떤 악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왜 그러나 하고 표정을 봤는데, 순수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순수 악인가? 사이코패스가 그렇지 않은가, 살인이 왜 죄야? 왜 나쁜 거야? 왜 하면 안되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저 악의가 없는 표정이면 그럴 법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했다. 아무리 청월고교가 무슨 나이 60 먹은 노친네들마냥 꼰대만 만드는 공장이라 해도, 적어도 기본적인 인간성 자체는 다 좋았다. 청월고교의 모든 평가기준은 때론 악의적이라서, 누군가를 쳐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도 하니까. 하지만... 이 사람은, 이 행동을 행하는데 아무런 악의도 없어보였다.
소년은 같은 가디언이 될 인연이니 선배라고 칭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더구나 저보다 한 살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어색하고, 살면서 누나라는 말은 한 번도 입에 담아본 적이 없어 도저히 입 밖에 낼 수 없는 단어이기에 선배 말고는 달리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허나 편하게 대해달라는 말에 부정을 할 수는 없어서 얌전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확실히는 모르겠다는 소녀의 말에 소년에게서 조금 아쉬워하는 눈빛이 드러난다. 때때로 기도를 드리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실 거라는 말은 깊이 와닿지 않았지만, 연락처를 알려준다는 말에 수줍게 시선을 내리며 가디언 칩이 들어있을 손목을 만지작거리고만 있다.
"종교에 관심이 생긴 건 아니지만, 성당이라면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금 하루 선배와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요."하고 조용히 덧붙인 소년은 혹여 제가 종교인에게 실례가 되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눈치를 살피듯 소녀를 흘금 바라보았다.
강찬혁은 너무나도 무해하게 대답하는 상대방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 힐 건이면 힐 건이라고 이야기를 해야지 왜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길게 끌었단 말인가. 강찬혁은 답답해서 한숨을 쉬고, 총으로 오해했냐는 말에 당연히 총으로 오해할 만하다며 일장연설을 했다. 선도부도 여태까지 안 쫓아온 것을 보니 흥미를 잃고 도망간 모양이니, 뭔가 말할 시간은 충분했다.
"아니, 그렇게 생겼으면 다들 사람 죽이는 총이라 생각하지 누가 사람 살리는 총이라 생각하겠냐고. 진짜로 오해받기 싫었으면 저기 철공소 가서 돈 몇만원 주고 흰색 페인트 다시 칠해달라 그러고 거기서 빨간색 적십자 마크 달면 얼마나 좋아! 아오..."
강찬혁은 그 힐건에 호기심이 생겼다. 직접 보는건 처음인데, 뭐, 그건 됐고 한번 써보고 싶어서 물었다.
"그거... 한번 줘볼 수 있나? 책에서만 봤는데, 무게는 어떤지, 어떻게 쏘는 건지 궁금해가지고."
손과 손이 접촉한 순간, 호마레는 책에 정신이 팔려 인지하지 못했던 옆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다. 처음 보는 얼굴인걸로 보아, 검술부는 아닌 검도부의 부원일 수도 있겠다고 유추하였다. 아마 검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익히기위해서겠지. 검도부와 검술부의 그 근간은 검을 다루는 것에 있다. 어쨌든, 그가 자신처럼 이 책을 읽겠다는 목적을 가진 것은 확실했다. 타다는 남을 신경쓸 만큼 배려가 깊은 것도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남을 매몰차게 대할만큼 이기적인 것도 아니였다. 그렇기에 그냥 책을 양보할까, 혹은 책을 먼저 읽도록 할까...
"...같이 읽을까요."
타다는 그저 아무렇지않게, 보통은 처음 만난 사람끼리는 제안하지않는 사항을 말하였다. 자신의 시간은 중요하고, 또한 상대방의 시간도 중요할테니, 생각난 수단이였다. 또 다시 생각한걸 바로 입밖으로 꺼내는 버릇이 작용한 것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