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나는 것만으로도 둘 다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이것은 마법이 틀림없다!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도 않는 카사. 새하얀 커튼처럼 내려오는 하루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 본능을 꾸욱, 억누른다.
"많이 바빴나보네! 난 자기만 했는데!"
하루종일 잉여짓이나 했던 것을 아주 자랑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더구나 도서관이라니! 씨끄럽다고 일주일간 출입금지 당한 카사에게는 부지런한 사람들을 위한 미지의 공간이라, 더더욱 하루에게 감탄하게 되었다!
"그런가? 그래도 하루도 바쁘니까, 나 잘 참을 수 있어."
대견하지? 착하지? 칭찬을 바라는 듯이 주억거린다. 실제로 그랬다. 다정한 하루를 위해 카사는 잘 참을수 있었고, 그것을 소소한 자랑거리로 여겼다.
그리고 그 상이라는 듯, 양팔을 벌리는 하루. 와, 눈 부셔! 호박빛눈을 깜박이는 것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이 폭, 품안으로 쏙 들어간다. 머리를 부비적거리며 꽈악, 하루를 안는다. 햝지도 않고, 물론 힘조절은 살살하면서! 온 힘으로 껴안다간 척추가 아작난다고 교육한 할멈의 피나는 노력 덕분인 성과였다.
하루에게선 햇살느낌이 난다. 카사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하루를 좋아했다. 담위에서 든 햇볓이 생각나, 다시 잠이 들거 같다고 생각된다. 흐아암, 길게 하품을 내뺀 카사.
// 뻘이지만. 늑대는 서로 만날때 인사로 입안을 햝는다 하네요! 그리고 하루주! 미안하지만 갑자기 가봐야 해서 여기서 잠시 멈출 수 있을까요! 하루 그저 빛...
다행히도 아직 종교에 관심은 없지만 성당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이 실례가 되는 언사는 아니었는지 소녀는 밝은 미소를 보였고, 소년은 그녀를 따라 순하게 미소 지었다. 소년은 학교에 출입이 가능한지 알아봐 준다는 말에 "네, 부탁드릴게요."하고 가볍게 대꾸하고선 소녀가 내민 손목을 바라보았다.
"네. 그럼..."
새하얀 손목은 손 대면 바스러질 듯 가냘파 보인다. 조금 과장해서 닿으면 안 될 것 같은, 눈에 담는 것만으로 죄책감이 들게 만드는 순수한 여림이다. 소매를 약간 걷어올린 소년은 입을 꾹 닫고 머뭇거리며 두 손목을 조심스럽게 가까이했다. 긴장이라도 했는지 동그랗게 말아 쥔 손의 엄지 끝이 파르르 떨린다.
"... 해요?"
가디언 칩이 익숙하지 않은 것 이전에 누군가와 연락처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인 소년에게 있어서 지금처럼 손목을 맞대는 것은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더구나 그 상대가 제 또래의 예쁜 소녀였기에. 아무튼, 지금은 소년의 가디언 칩에 처음으로 누군가의 연락처가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두 손목은 아주 살짝 닿았다 떨어졌고, 소년은 괜스레 뺨을 붉히며 팔을 도로 물렸다. 어쩌면 손목을 맞대지 않아도 연락처 공유가 이루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소년은 "된 거... 겠죠?"하고 웅얼거리며 시선을 내리깔아 연락처가 제대로 등록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저,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소년은 소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만 꾸벅여 감사를 표했다. 이제 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마음이 든든해져 오지만, 한편으로는 바쁜데 괜히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책에서 알려주는 지식은, 유익한 지식들이 쓰여있었다. 과연 청월고교의 도서관일까. 만족하며 이 책을 고르길 잘했다 생각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페이지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타다는 다음 스케쥴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항상 그렇듯이 그녀가 도서관을 찾아온 목적은 단순히 탐구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짜둔 스케쥴을 순서대로 소화하고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생각에 너무 빠졌던 탓일까, 그녀의 손은 거의 마지막 쪽에서 멈춘채로 움직이지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듯 머뭇거리는 순무가 손목을 가까이 하며 묻는 말에, 하루는 변하지 않은 상냥한 목소리로 답을 돌려준다. 부끄럽거나, 수줍거나 하는 기색도 없이 두 사람의 칩이 심어진 부분이 맞닿았다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하루는 연락처가 등록된 것을 확인하곤 도로 새하얀 팔을 수녀복으로 감싼다.
" 저도 잘 부탁드려요, 순무군. 가디언이 되는 것을 꿈꾸는 사람끼리 노력해봐요. "
하루는 웅얼거리는 순무를 바라보며 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곤 부드럽게 다독이듯 속삭였다. 순무가 자신을 신경쓰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태연하게 한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듯 했다.
" 기도 말고도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실 때에는 망설이지 말고 찾아주세요. 이것도 하나의 인연일테니, 서로 도울 수 있다면 도울 수 있는게 좋을테니까요. "
공손히 앞으로 두 손을 모으며 하루는 잔잔하게 말하곤 부드러운 눈으로 순무를 바라본다. 그 눈에는, 도움을 청한다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결심이 깃들어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