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지망이라는 말을 듣고도 별 다른 대답이 없는 상대를 준서는 다시금 음식들을 누가 쫓아오기라도 한다는 양 급하게 목구멍으로 넘기며 흘끔거렸다, 역시 아직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건가? 하기야. 한번 깃든 의심을 푸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제가 잘 경험한 일이기도 했으니 굳이 채근은 하지 않으리라. 그렇다고는 해도 이름을 넘기고 친구가 되지 못하는 일은 없게 만들테지만, 준서는 슬슬 비어가는 식판을 한번 내려보다 문득 들려오는 대답에 잠깐 흐음. 짧게 소리를 내었다.
그 말이 지극히 옳은 말이기야 했으니, 상식적인 대응에 되려 말문이 막힌 모습으로 잠깐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입을 연다.
크게 배곯는 소리를 내고서 발그레하게 얼굴을 붉히며 머쓱하게 두리번거리던 소년은 한 식당 앞에 서있는 제 또래로 보이는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 소녀에게서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져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심코 그녀 쪽으로 걸어가는 소년. 소녀 앞에는 [무한리필 고기 뷔페 - 배터질 만큼 먹자! 2인용 특별 세트!]라는 표지판이. 혼자라는 사실이 더욱 섧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무한리필...? 정말 고기를 끝없이 먹을 수 있는 거야?"
무한리필이라는 것이 생소한 소년은 무심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워하는 소년인데, 명백히 2인용이라는 표지가 소년을 더욱 절망으로 빠뜨렸다. 소년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한 손으로 식당 벽을 짚으며 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수그렸다.
'꼬르륵...'
눈치 없는 뱃속은 또 밥을 달라고 신경질을 부린다. 소년은 그제서야 이 소녀가 식당 앞에 서있는 이유를 알아차렸고, 혹시 하는 생각으로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하기 전에 따버린 것도 모자라서 불길한 웃음까지. 아, 이거 늦었네요. 라고 생각할 때쯤 소우가 음료수를 마셔버렸다. 그리고 그 반응은 생각보다 약하긴 하지만, 아무튼 맛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이런. 나이젤이 후드집업의 지퍼를 내리고 교복 안쪽 주머니에 넣어놓은 티슈를 꺼낸 다음 소우에게 건넸다. 그리고 소우가 진정할 동안 자판기에 가서 입가심이라도 시키게 무난하게 호불호 없는 음료수 버튼을 눌렀다.
"...저기, 당신은 1학년이죠?"
그래도 상태가 나빠 보이진 않아서 안심이다. 이거나 먹이고 돌려보내야지, 하고 생각하며 나이젤이 자판기 출구를 확인하자 똑같은 음료수가 두 개 나와 있었다. 자동결제를 설정해 놓으면 이런 게 문제라니까요... 라고 중얼거리며 하는수없이 소우에게 하나를 건네주고 하나는 나이젤이 마시기로 했다. 캔을 딴 나이젤은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꺼냈다.
"저는 아카데미 4학년, 나이젤 그람이라고 해요. 교복을 보다시피, 제노시아 교 소속이고요. 방금 마신 건... '이 섬 최대의 지뢰'로 불리는 악명 높은 음료수에요. 1학년이냐고 물은 것도, 이미 알고 있는 다른 학년들은 안 먹으니까에요."
평소에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는 나이젤이 말하면서 미미하게 표정을 흐트러트렸다.
"맛없었죠? 그나마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긴 하지만, 이거 마시고 트라우마 생긴 학생도 있었어요. 그렇다보니 후배가 이거 뽑으려고 하면 선배가 말리는 게 전통이라서... 딱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어라? 귀에 잡힌 소리에 카사는 퍼뜩 고개를 들어 휙휙 둘러보았다. 이번에는 나에게 난 소리가 아닌데? 거기에 곁에 중얼거리는 소리!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보니 예쁜 라벤더 눈의 학생이 옆에 다가와 있었다. 교복을 보아 청월쪽, 그리고 저 절망의 표정, 왠지 알거 같은 저 기분...! 그 소년은 다시 한번 말을 걸고 조금의 의문도 종결시킨다.
야 너두...?
야 나두...!
동족(?)의 향기를 느껴버린 카사에겐 단 하나의 선택지 밖에 안 남았다. 이름, 신상, 인사같은 거치장 한것은 필요없다! 혹시라도 이 소년이 도망갈까 확, 그의 팔을 잡아채려한다. 꽈악, 온 힘을 다해 잡으려고 하며 실전하는 카사의 필살기! 「거두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