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바니오의 투기장,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하나? 3학년, 레벨 제한이 너무도 높은 의뢰다. 전쟁형 게이트라고 한다면 분명 이계의 장면을 재현 하는 게이트라고 했던가. 많은 수를 모아서 도전한다고 하더라도 위험부담이 정도를 넘어선다고 보일 정도였으나... 위험을 넘기지 않고서야 강해질 수 없다.
>>지훈 파티 검귀의 검이 쇄도하기 직전에 나이젤은 채찍을 휘두릅니다. 검을 잡고 있던 검귀의 팔에 채찍을 휘감고, S랭크의 신체 능력치를 믿고 나이젤은 검귀와 힘겨루기를 합니다. 팽팽한 채찍은 당장이라도 몸을 뜨게 할 것만 같지만, 나이젤은 거의 드러눕기 직전까지 채찍을 잡아 당기고 몸을 버팁니다.
지훈은 생각해야만 할 것입니다. 진심을 다하여 휘두른다. 진심을 다한다. 과연 어떤 검에 진심이 담기는지 그 의문부터 시작합니다. 검을 휘두르는 것에는 검의 경로, 스스로 이 곳으로 휘두르겠다는 길이 남습니다. 그리고 베어내겠다는 검사의 마음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를 해내기 위한 검의 힘이 담깁니다. 이 모든 것은 지훈이 배운 것들입니다. 그러나 검에 무언가를 담아내는 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 지훈은 검을 잡아왔고 수련해왔지만 지훈의 무기술 랭크는 D. 단순히 무기를 잘 다룬다의 영역일 뿐 '술'이라는 영역에 도달하진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부장은 지훈에게 검귀와 싸워보라고 했을까요.
나이젤의 채찍이 허공으로 날아가기 직전, 나이젤은 채찍을 풀고 한 걸음 물러납니다. 이미 검귀의 눈에는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같은 검을 들고 싸우길 바라고 있는 지훈만 눈에 들어올 뿐입니다. 지훈은 검을 잡습니다. 이해해야만 합니다. 나와, 검귀의 차이점.
검귀의 검은 지독하리만치 상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 검에 담긴 의지 역시 지독하리만치 상대를 죽이겠다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 검의 방향은 자유롭습니다. 검이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지훈의 머릿속에 부장이 잡았던 자세가 스쳐갑니다. 기억을 더듬고, 분해하고, 조립하여 하나의 모습을 찾아냅니다. 지훈이 검을 휘두르고, 마침내 이것은 닿았다. 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때. 그 순간에 부장은 검끝을 들어 검의 경로에 검끝을 대어 긁고, 튕겨나는 검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부장의 검이 행하고자 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검을 튕겨낸다. 그 이외에 검의 경로도, 무엇도, 검에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나의 의지와, 하나의 힘만이 검에서 느껴졌을 뿐입니다.
어쩐지. 손이 간지러운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무언가 알 것만 같습니다. 지훈은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쇄도하는 검귀의 눈을 바라봅니다. 검귀의 눈에는 당신, 지훈이 담겨있습니다.
검을 들어올립니다. 낡은 철검, 지금까지 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립니다. 이것은 검입니다. 저 자가 휘두르는 것도 검입니다. 내가 하려는 것도 검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나도, 저도, 검을 휘두를 준비를 할 뿐입니다.
진심을 담는다. 전심을 담는다. 마음을 담는다. 그 모든 것을 담는다는 것은.
혼魂 혼을 담는다는 것. 스스로의 검을 보인다는 것. 그러므로, 전심이 되는 것.
온 힘을 다하여 검을 잡고 의념과 공명하여 지훈은 자세를 잡습니다. 생각은 오직 검귀의 틈을 노리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고 충만한 의념과 힘은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됩니다.
지훈은 문득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먼 과거, 13영웅 중 하나이자. 검성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에반 보르도쵸프는 검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검은, 나를 표현하는 길이며, 상대에게 닿는 길이며, 우리를 완성하는 길이며, 곧, 우리를 무너지게 하는 길이다.
길.
지훈의 검은 길을 찾습니다. 지훈의 눈은 벨 지점을 알아냅니다. 지훈의 마음은 베고 싶다는 생각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지훈의 생각은 타올라 사라지고 맙니다.
이 곳에 있는 것은.
오직.
두 자루의 검 뿐.
검혼劍魂
카가가가가가가가각!!!!
절대 베어질 수 없었던 검귀와 지훈 사이의 '거리'가 베어집니다. 검귀는 검을 집어든 채로 지훈에게 다가가기 위해 검을 휘두르지만, 지훈은 단지 그 자리에서 스스로 완성한 검격을 바라봅니다. 단지, 검에 혼을 담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검이란 물건은 이런 것마저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웅- 낡은 철검이 토해내는 짧은 음성에는 자신을 알아줘서 기쁘다는 음색이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철검은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맙니다.
- .... 사과드리리다.
옆구리에 긴 자상을 입은 검귀는 자신의 검을 바르게 들고, 허리를 편 채 지훈과 나이젤, 사오토메를 바라봅니다.
- 진짜 검수를 만났으니 인사는 제대로 드리는 것이 맞겠지요.
그의 검이 숲에 새어든 빛을 받아 빛나고, 이성을 잃은 것만 같던 검귀의 눈이 원래의 색을 되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