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치열한 전장에는 아무리 화력을 쏟아부어도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서포터는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케어한다. 기본적으로 캐스터와 비슷한 마법적 성질을 띄지만 부수적인 면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이들이 부리는 마법에는 단순한 원소아츠를 제외하고도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적들의 발을 묶거나, 조금이나마 메딕의 자리를 대신해주는 등의 신통한 역할을 해준다. 경험있는 지휘관일수록 압도적인 전력보다는 서포터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묘한 양상을 띄는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도나가 적을 단숨에 처치하고, 알트의 속박이 시작된다. 사방에 퍼져있는 그림자. 그것이 곧 손이 되어 중갑방호복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리아는 끝까지 공격을 포기하지 못한채 거한에게 달려들어 그 몸을 붙잡는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는지 물에 들어온것마냥 느릿하게 몸을 움직이던 거한은-
"크윽!! 뭐냐 이건! 어떤 놈이야!!"
이내 멈춘다. 그리고 마치 합이라도 잰듯이 들어오는 칼리. 늑대는 거한에게 매달려서는 그 틈으로 창을 찌른다. 송곳니로 찌르듯 푹, 하고 깊게도 들어간다. 칼리를 때어내려는듯 머리 위로 손을 올리는 거한.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이다가 떠올린 날붙이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방호복의 틈사이사이를 절묘하게 노려 뾰족한 날붙이들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엑스칼리버. 검은 붉게 타올라 위협적인 기색을 보인다. 그 오리지늄 검이 가르지 못하는 것은 없다- 라고 말하는듯 틈새로 찔러넣자 거한이 드디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크하아악!! 이...새끼들...!"
그 안에는 어떤 괴물이 살고있는걸까. 방호복이 진동하며 비명지르는 그 때.
"ㅡ얼어."
어떻게 된 일일까? 거한을 중심으로 갑자기 냉기가 서린다. 또한 몸에 붙어있던 리아, 칼리, 그리고 엑스칼리버가 얼어붙기 시작한다.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면 위험할 듯 싶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리타와 대치하고 있던 리유니온 전투원 하나가 갑자기 후드를 벗어 던진다. 낫으로 꽤나 얻어 맞았는지 피를 흘리고 있는 필라인 여자가 그 안에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남아 있는 그 전투원. 그녀는 대체?
"하아, 하아... 이럴 줄 알았어. 이딴 녀석들 밑에 들어오는게 아니었는데!" "너 이 자식..." "시끄러워."
그 말을 끝으로 거한은 완전히 얼어붙어, 그 자리에서 동상처럼 굳어버렸다.
"...이판 사판이네."
정말 죽기 아님 살기야. 리유니온?은 아르고의 대원들을 한번씩 슥 훑어보더니, 책상 위에 있던 물통들을 가드와 뱅가드, 스페셜리스트를 비롯한 근접 전투원들에게 던진다. 이내 물통이 펑하고 터지며 얼음파편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접근전? 아니면 거리를 두고? 거한이 얼어붙고 모습을 드러낸 여성. 생각보다 사정거리는 있어보이나 지금 공격엔 왜인지 물통을 사용했다. 거한은 피를 많이 흘렸기에 수분으로서 쓸 수 있었던건가?
"부상을 입었다면.."
장기전으로 몰아붙일까? 아니, 저 녀석들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겠지. 어차피 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게 하려면 접근뿐. 나는 그림자로 나를 휘감고 그대로 공격을 흘리며 그림자가 닿는 사정거리로 접근하려고 하였다. 쇠사슬을 쓰기엔 얼어버릴 위험이 크다.
'측면, 노리는건..'
공격을 흘려도 데미지는 남는다. 접근하는데 성공했다면 나는 방어용으로 둘렀던 그림자를 풀며, 지면의 그림자들을 솟게해 여자의 발밑에서부터 가느다란 송곳처럼 꿰뚫어 데미지와 함께 겸사겸사 움직임 봉쇄를 노리려했다. 아츠에 대한 정보가 적다. 다소의 피해가 나오더라도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마무리 짓는다.
모든 공격들은 짜맞춘 것처럼 이어졌고, 늑대가 급소를 물어뜯을 타이밍또한 잘 맞아떨어졌다. 칼리는 자신에게 손을 뻗으려는 거한의 손을 피하려고 하며 깊게 파고 들어간 창대를 붙잡은 뒤 그대로 비틀어서 다시 깊게 쑤셔넣으려했다. 거한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칼리는 거한에게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았고 그것은 거한을 중심으로 냉기가 퍼져나갈 때까지 끈질기게 이어졌다. 창대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만큼 칼리는 쑤셔넣은 창대를 부여쥐고 있다.
거한이 완전히 얼어붙어서 냉기가 옮기 직전 칼리는 그제야 무릎을 꿇은 거한의 어깨를 밟고 몸무게를 실어 창을 뽑아냈다. 스파크가 튀는 것때문에 길게 땋아내린 머리를 고정한 머리끈이 아슬아슬해보인다. 필라인 여성의 말과 함께 던져진 물통이 폭발하며 얼음파편이 쇄도했지만 칼리는 뱅가드라는 포지션답게 필라인 여성이 던진 얼음파편을 창을 한바퀴 크게 돌려서 박살내려하면서 여성에게 빠르게 접근한다.
이성이 내려간 칼리의 움직임은 포악하고 난폭하다.
"작전속행하겠소."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듣고, 혹은 보고 있을 도미닉과 여성에게 통보하는 것처럼 칼리는 으르렁거리며 창을 휘둘렀다.
검을 찔러넣은 거인의 몸에서 심상찮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자마자 엑스칼리버는 깊이 박힌 장검을 강하게 비툴며 잡아뽑았다. 상처에서 튀어나온 피가 몸에 묻을 새도 없이 엑스칼리버는 빠르게 몸을 뒤로 날려 알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거인이 얼음동상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시선을 돌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필라인, 그리고 필라인이 던진 물통에서 쏟아져나오는 얼음조각들. 엑스칼리버는 왼손을 치켜들어 에너지 막을 형성해 얼음조각들을 일부 흘려냈다. 그리고는 몇 발 정도는 맞을 각오를 하며, 에너지막을 빠르게 걷어냈다. 엑스칼리버의 검에 서린 에너지가 순식간에 하얗게 달아오르나 싶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름 모를 필라인에게 강력한 섬광이 뿜어진다.
엑스칼리버의 동작은, 필라인이 대처를 하거나 도망가기 전에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빨랐을까?
리타가 어질이는 머리를 짚었다. 머리를 제대로 가격당한 후, 이마 쪽으로 피가 흐르는 것을 보니 어딘가가 찢어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머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눈가를 찌푸리며 주변을 경계하던 그녀의 눈에, 후드를 벗어던지는 필라인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필라인 여성이 피를 흘리고 있다. 이는 즉슨, 리타의 독에 제법 노출이 되어있는 상태라는 뜻이리라. 조금만 버티면 쉽게 제압될 지도 모른다.
리타의 뒤쪽으로는 단단히 얼어붙은 괴한이, 앞으로는 쇄도하는 얼음 파편들이. 안타깝게도 방어구 따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터라, 방어라곤 한쪽 팔로 얼굴 부근을 가리는 것이 전부였다. 어차피 이미 곤봉으로 두들겨 맞은 상황이니 사릴 것도 없다. 그녀는 파편에 몸이 베이는 것을 감수하며, 다시 낫의 손잡이를 길게 잡아 필라인 여성을 향해 낫을 내리치려 했다.
거인 상대할 때 멀리서 CC기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CC기를 건 다음에 엑스칼리버가 천장을 그 거인 머리 위로 무너뜨리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걸 생각 못했네요. 일단 거인이 입은 방어구는 루팅해가야지... (이렇게 말해두면 엑칼주가 잊어먹어도 누가 주워가주겠지)
음.. 그리고 아르고 사전에 생포는 없는 걸로. 생포하려고 실명 걸었더니 마격들을 꽂아버리셔 yy
파편이 사방팔방으로 튄다. 아이다야 염력으로 치워버렸다지만 저정도 거리에서 폭탄처럼 터진 파편을 전부 피하기란 쉽지 않다. 근접대원들은 전부 파편이 몸을 스치고, 때론 때리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대미지는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칼리, 그녀만은 파편을 상쇄하려 들며 달려든다. 그리고 이내 접근해서 휘둘러진 창.
"그딴건 안 통해!"
허나 너무 직선적인 공격이다. 어느새 손에 쥔 무기로 리유니온?은 그 창을 빗겨낸다. 아니, 잘라낸다! 헌데 그 손에 있는 무기, 날붙이 같은게 아니다. 그것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500ml짜리 생수병. 그것이 하나의 날붙이라도 되는 듯이 창 끝과 마주쳐 그것을 잘라내고 있었다. 다만 아주 약간이라 아직 제기능은 할 수 있다. 필라인 여자는 그것을 무기로 마저 리타의 공격을 읽은 듯이 낫을 날렵하게 피하고 서로의 발 밑에 물을 뿌린다. 금새 얼어붙어 판도라의 움직임을 봉하려 하고, 밑에서부터 솟구치는 알트의 그림자를 막아낸다. 그리고 마지막, 엑스칼리버의 접근을 막아내면. 필라인 여자는 생수통을 엑스칼리버에게 흩뿌린다. 그리고 그것은 곧 엑스칼리버의 그것마냥 칼날이 되어 엑스칼리버에게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크읏...!"
하지만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 칼에서 뿜어져나온 섬광과 폭음을 대처하지 못하고 받아 팔로 눈 앞을 가리며 비틀거린다. 방금의 거한마냥 보호장구가 없었기 때문에 필라인은 그대로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된거 전부 얼려주겠어..."
그래. 그녀는 리타의 독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이판사판인걸까. 눈도 보이지 않는 필라인 여성은 갑자기 자세를 낮추고 땅바닥에 손을 짚는다. 그러자 흔들리는 지면.
쿠구구구...
대원들은 어느샌가 발 밑에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는다. 침수였다.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하며 흘러나와 창고를 점점 채우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얼어버려!"
물에서 얼음 기둥이 솟구쳐오르며 창고 안에 있는 대원 전원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한다. 그 뿐 아니라, 발 밑에서 냉기가 느껴진다. 방금의 거한처럼 얼어가고 있는 듯 싶었다. 기둥은 아이다가 서있던 난간을 무너트린다. 더이상의 서포트는 무리인듯 싶었다.
이대로 있으면 발부터 얼어서 기둥을 피하는것은 불가능. 하지만 이렇게 광범위 공격을 할때는 어쩔 수 없이 안전한 장소가 확정적으로 한 곳.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그림자를 기둥처럼 솟게해 최대한 위로 올라간뒤 거기서 다시 점프하고, 몸에 남아있던 미세한 그림자를 늘려 그대로 천장에 착지했다. 이곳이 창고였기에 아무리 높아도 이 정도면 닿을터. 그리고 착지와 동시에 그림자로 발을 고정해 천장에 매달린다.
이런다한들 솟구치는 거대한 기둥을 피하는건 어렵겠지. 보통은 말이야. 내가 점프한것은 리유니온으로 추측되는 여성의 바로 위다. 녀석은 삶을 포기한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 공격에서 확정적으로 안전한곳은 바로 그녀의 자신의 영역.
"...."
이 거리에서 그림자는 쓸 수 없으므로 나는 천장에서 단검을 두자루 꺼내 숨통을 끊을 생각으로 날렸다. 설령 막혀도 상관없다. 이미 독이 돌고있는데 지금의 대기술까지, 이미 체력은 한계일테고 이걸로 죽지않는다면 여기서 시간을 끌어주지.
엑스칼리버의 대응이 한 수 빨랐다. 얼음 칼이 엑스칼리버에게 꽂히는 것보다 필라인이 시력을 잠깐 잃는 것이 먼저였고, 엑스칼리버는 있는 힘껏 몸을 날려 자신에게 날아드는 얼음 칼날들을 피하려 시도했다.
자신에게 얼음 칼날을 날리려다 섬광에 잠깐 시력을 잃은 여자가 땅을 짚으려 허리를 숙이는 동안, 엑스칼리버의 머릿속은 빠르게 팽팽 돌아갔다. 어느샌가 발 밑애서 역류하는 물에서 얼음기둥들이 솟구쳐나올 때, 이미 액스칼리버는 자신이 다쳤건 아니건 자신이 몸을 던져 도착한 자리에서 발사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온 몸의 근육을 사용한 전력질주로 여자의 왼쪽으로 휘어들어가는 곡선궤도를 그리며 엑스칼리버는 필라인에게로 전력질주했다. 그리고 엑스칼리버가 충분한 거리까지 다가간다면- 그녀는 오리지늄으로 된 무거운 왼손을 들어서, 필라인을 기절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이 실린 레프트 훅을 필라인의 머리에 내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