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치열한 전장에는 아무리 화력을 쏟아부어도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서포터는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케어한다. 기본적으로 캐스터와 비슷한 마법적 성질을 띄지만 부수적인 면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이들이 부리는 마법에는 단순한 원소아츠를 제외하고도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적들의 발을 묶거나, 조금이나마 메딕의 자리를 대신해주는 등의 신통한 역할을 해준다. 경험있는 지휘관일수록 압도적인 전력보다는 서포터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묘한 양상을 띄는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블랴가 공격을 막은 덕분에 칼리는 그나마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었는데, 그 뒤 거한의 공격에 나가떨어진 리아의 모습이 칼리의 이성이 내려가게 만들었다. 무리에 해를 입히고 무리의 일원을 상처입히는 걸 본 이상 칼리의 이성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아츠가 통하지 않는 장비라면 아츠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장비에 한정되어 있는 거면 빈틈을 노리면 되지만, 이성이 내려가버린 칼리는 늑대가 아닌 포악한 이리에 가까웠다.
"ㅡ어이. 등을 보이면 쓰나."
삐그덕거리지만 칼리의 몸이 높이 뛰어올랐다. 창대를 짧게 쥐고 칼리는 위에서 급소를 노리고 사냥감을 물어 떨어트리려는 것처럼 움직여서 거한의 목을 팔로 감아 매달리려했다.
"아츠가 안통하면 통하게 만들어드리겠소."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말일세. 칼리의 송곳니가 번뜩이며 드러났고 칼리는 짧게 쥔 창을 내리꽂는다.
죽기, 아님 살기. 곤봉을 얻어맞은 리타가 몸을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다. 생각을 해야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적을 도려낼 방법을. 가깝게 쥔 낫은 사정거리가 줄여 근접한 적을 쳐내기에 좋았으나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상대해기엔 벅차다. 피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 죽기 아님 살기라뇨... 어차피 그쪽한테는 죽기 밖에 없을텐데... "
리타가 다시 한 번 가깝게 붙은 전투원들을 향해 넓게 낫을 휘둘렀다. 그들의 목을 베어낼 작정으로. 달려드는 놈들의 수가 너무 많으니, 그녀는 가능한 범위를 넓게 그리고 가깝게 잡으려 노력했다. 너무 가까운 상대는 발로 걷어 차서라도 거리를 벌려야한다. 최대한 썰어내고, 최대한 베어내라.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리타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가능한 근접 전투원을 코너로 몰아, 공격의 효율성을 추구하려 한 것이다. 그녀에게 거한을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다. 실력이 미흡한 만큼, 그 댓가는 짊어지고 가야겠지.
도나가 적을 단숨에 처치하고, 알트의 속박이 시작된다. 사방에 퍼져있는 그림자. 그것이 곧 손이 되어 중갑방호복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리아는 끝까지 공격을 포기하지 못한채 거한에게 달려들어 그 몸을 붙잡는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는지 물에 들어온것마냥 느릿하게 몸을 움직이던 거한은-
"크윽!! 뭐냐 이건! 어떤 놈이야!!"
이내 멈춘다. 그리고 마치 합이라도 잰듯이 들어오는 칼리. 늑대는 거한에게 매달려서는 그 틈으로 창을 찌른다. 송곳니로 찌르듯 푹, 하고 깊게도 들어간다. 칼리를 때어내려는듯 머리 위로 손을 올리는 거한.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이다가 떠올린 날붙이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방호복의 틈사이사이를 절묘하게 노려 뾰족한 날붙이들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엑스칼리버. 검은 붉게 타올라 위협적인 기색을 보인다. 그 오리지늄 검이 가르지 못하는 것은 없다- 라고 말하는듯 틈새로 찔러넣자 거한이 드디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크하아악!! 이...새끼들...!"
그 안에는 어떤 괴물이 살고있는걸까. 방호복이 진동하며 비명지르는 그 때.
"ㅡ얼어."
어떻게 된 일일까? 거한을 중심으로 갑자기 냉기가 서린다. 또한 몸에 붙어있던 리아, 칼리, 그리고 엑스칼리버가 얼어붙기 시작한다.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면 위험할 듯 싶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리타와 대치하고 있던 리유니온 전투원 하나가 갑자기 후드를 벗어 던진다. 낫으로 꽤나 얻어 맞았는지 피를 흘리고 있는 필라인 여자가 그 안에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남아 있는 그 전투원. 그녀는 대체?
"하아, 하아... 이럴 줄 알았어. 이딴 녀석들 밑에 들어오는게 아니었는데!" "너 이 자식..." "시끄러워."
그 말을 끝으로 거한은 완전히 얼어붙어, 그 자리에서 동상처럼 굳어버렸다.
"...이판 사판이네."
정말 죽기 아님 살기야. 리유니온?은 아르고의 대원들을 한번씩 슥 훑어보더니, 책상 위에 있던 물통들을 가드와 뱅가드, 스페셜리스트를 비롯한 근접 전투원들에게 던진다. 이내 물통이 펑하고 터지며 얼음파편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접근전? 아니면 거리를 두고? 거한이 얼어붙고 모습을 드러낸 여성. 생각보다 사정거리는 있어보이나 지금 공격엔 왜인지 물통을 사용했다. 거한은 피를 많이 흘렸기에 수분으로서 쓸 수 있었던건가?
"부상을 입었다면.."
장기전으로 몰아붙일까? 아니, 저 녀석들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겠지. 어차피 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게 하려면 접근뿐. 나는 그림자로 나를 휘감고 그대로 공격을 흘리며 그림자가 닿는 사정거리로 접근하려고 하였다. 쇠사슬을 쓰기엔 얼어버릴 위험이 크다.
'측면, 노리는건..'
공격을 흘려도 데미지는 남는다. 접근하는데 성공했다면 나는 방어용으로 둘렀던 그림자를 풀며, 지면의 그림자들을 솟게해 여자의 발밑에서부터 가느다란 송곳처럼 꿰뚫어 데미지와 함께 겸사겸사 움직임 봉쇄를 노리려했다. 아츠에 대한 정보가 적다. 다소의 피해가 나오더라도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마무리 짓는다.
모든 공격들은 짜맞춘 것처럼 이어졌고, 늑대가 급소를 물어뜯을 타이밍또한 잘 맞아떨어졌다. 칼리는 자신에게 손을 뻗으려는 거한의 손을 피하려고 하며 깊게 파고 들어간 창대를 붙잡은 뒤 그대로 비틀어서 다시 깊게 쑤셔넣으려했다. 거한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칼리는 거한에게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았고 그것은 거한을 중심으로 냉기가 퍼져나갈 때까지 끈질기게 이어졌다. 창대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만큼 칼리는 쑤셔넣은 창대를 부여쥐고 있다.
거한이 완전히 얼어붙어서 냉기가 옮기 직전 칼리는 그제야 무릎을 꿇은 거한의 어깨를 밟고 몸무게를 실어 창을 뽑아냈다. 스파크가 튀는 것때문에 길게 땋아내린 머리를 고정한 머리끈이 아슬아슬해보인다. 필라인 여성의 말과 함께 던져진 물통이 폭발하며 얼음파편이 쇄도했지만 칼리는 뱅가드라는 포지션답게 필라인 여성이 던진 얼음파편을 창을 한바퀴 크게 돌려서 박살내려하면서 여성에게 빠르게 접근한다.
이성이 내려간 칼리의 움직임은 포악하고 난폭하다.
"작전속행하겠소."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듣고, 혹은 보고 있을 도미닉과 여성에게 통보하는 것처럼 칼리는 으르렁거리며 창을 휘둘렀다.
검을 찔러넣은 거인의 몸에서 심상찮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자마자 엑스칼리버는 깊이 박힌 장검을 강하게 비툴며 잡아뽑았다. 상처에서 튀어나온 피가 몸에 묻을 새도 없이 엑스칼리버는 빠르게 몸을 뒤로 날려 알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거인이 얼음동상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시선을 돌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필라인, 그리고 필라인이 던진 물통에서 쏟아져나오는 얼음조각들. 엑스칼리버는 왼손을 치켜들어 에너지 막을 형성해 얼음조각들을 일부 흘려냈다. 그리고는 몇 발 정도는 맞을 각오를 하며, 에너지막을 빠르게 걷어냈다. 엑스칼리버의 검에 서린 에너지가 순식간에 하얗게 달아오르나 싶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름 모를 필라인에게 강력한 섬광이 뿜어진다.
엑스칼리버의 동작은, 필라인이 대처를 하거나 도망가기 전에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빨랐을까?
리타가 어질이는 머리를 짚었다. 머리를 제대로 가격당한 후, 이마 쪽으로 피가 흐르는 것을 보니 어딘가가 찢어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머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눈가를 찌푸리며 주변을 경계하던 그녀의 눈에, 후드를 벗어던지는 필라인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필라인 여성이 피를 흘리고 있다. 이는 즉슨, 리타의 독에 제법 노출이 되어있는 상태라는 뜻이리라. 조금만 버티면 쉽게 제압될 지도 모른다.
리타의 뒤쪽으로는 단단히 얼어붙은 괴한이, 앞으로는 쇄도하는 얼음 파편들이. 안타깝게도 방어구 따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터라, 방어라곤 한쪽 팔로 얼굴 부근을 가리는 것이 전부였다. 어차피 이미 곤봉으로 두들겨 맞은 상황이니 사릴 것도 없다. 그녀는 파편에 몸이 베이는 것을 감수하며, 다시 낫의 손잡이를 길게 잡아 필라인 여성을 향해 낫을 내리치려 했다.
거인 상대할 때 멀리서 CC기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CC기를 건 다음에 엑스칼리버가 천장을 그 거인 머리 위로 무너뜨리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걸 생각 못했네요. 일단 거인이 입은 방어구는 루팅해가야지... (이렇게 말해두면 엑칼주가 잊어먹어도 누가 주워가주겠지)
음.. 그리고 아르고 사전에 생포는 없는 걸로. 생포하려고 실명 걸었더니 마격들을 꽂아버리셔 y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