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치열한 전장에는 아무리 화력을 쏟아부어도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서포터는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케어한다. 기본적으로 캐스터와 비슷한 마법적 성질을 띄지만 부수적인 면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이들이 부리는 마법에는 단순한 원소아츠를 제외하고도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적들의 발을 묶거나, 조금이나마 메딕의 자리를 대신해주는 등의 신통한 역할을 해준다. 경험있는 지휘관일수록 압도적인 전력보다는 서포터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묘한 양상을 띄는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칼리의 전신에서 뇌격을 쏟아낸 뒤의 남은 전류가 흐르듯 튀어올랐다. 굉음에 의해 동족보다 지나치게 좋은 청각이 얼얼하게 울려왔지만 칼리는 주변을 둘러보기보다, 창고 안쪽에서 등장한 사내의 모습에 창대를 바로 고쳐쥐고 그대로 다시 뇌격을 휘감은 창대를 휘둘렀으나-
칼리는 스스로가 단번에 균형을 잃을 정도로 단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중장비를 입은 채 달려드는 사내와의 충돌했고 칼리의 몸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핫-! 칼리는 실소하면서 나뒹구는 속도 그대로 다시 본래대로 자세를 고친 뒤 사내에게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뇌격이 휘감겨져 있는 창을 내지르지 않고, 짧게 쥐고 그대로 휘둘렀다.
저쪽에 나타난 중갑기병 같은놈.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최적은 기습 이후 런. 그것이 불가능할때를 대비한 다대일의 전술과 체술. 하지만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대응하기 위한거지 다대일을 노리고 거기에 능력치가 몰빵됐다는 소리가 아니다. 가능하면 이런 상황을 길게 끌고 싶지 않다는게 본심.
"흐음.."
점멸의 난사와도 같은 움직임. 아무래도 시간의 제약은 없는거 같다만 무장이 빈약한것이 활로. 나는 그림자를 최대로 전개해 사방으로 거미줄마냥 펼쳤다. 비록 거리의 문제가 있어도 내 주변을 감싸는것 정도는 하고도 남는다. 진짜 거미줄처럼 끈적이진 않더라도 그것은 공격해오는 상대의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형태를 바꿔 속박하려 할것이다.
침착해, 도나. 적은 아직 도나를 눈치채지 못했고, 도나는 운 좋게 적이 나타나는 순간을 두 눈에 담았어. 있는 힘껏 도약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야. 하지만 도나가 달려들어서 단검으로 적을 공격한다고 해도, 그대로 내리 찔러오는 관성 때문에 알트 스승님이 다치고 말 거야. 공중에 있는 적을 밀어낼 수는 없어. 그렇다면 도나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야. 몸을 날려서 알트 스승님을 밀쳐내는 거야. 도나는 다쳐도 괜찮지만, 스승님은 다치면 안 되는 거야.
엑스칼리버는 잔챙이들을 상대하던 검을 거두었다. 뭔가 거슬리는 게 나왔어. 속으로 혀를 차며 엑스칼리버는 빠르게 전장을 가로질러 잔챙이들에게서 그 거대한 보스에게로 다가섰다. 단숨에 칼리를 들이받아 자세를 무너뜨린 거한의 옆으로 빠르게 파고들어간 엑스칼리버는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새빨간 검을 쳐들었다. 검에 어린 붉은 빛이 갑자기 강해진다 싶더니, 퍼엉 하는 귀가 멍멍해지는 굉음과 함께 강력한 섬광을 거인의 얼굴로 쏟아냈다.
저런 타입과의 전투는 후열에서 봐야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헬멧만 아니었어도 아츠로 눈을 찔러서 뇌를 휘저어 줬을 텐데. 너무 멀리 있어서 장비를 벗기는 등의 정교한 행위는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그 대신 아츠로 상대의 오금을 강하게 찍어눌러 다리를 부러트리는 동시에 휘두름의 궤적응 엇나가게 해보자
무슨 무식함일까. 망치의 내려침에 검에 두른 얼음이 단 번에 박살이 나버리는것이다. 잠시 빠져서 다시 두를 필요가 있었다. 더해서, 사블랴는 그 충격을 온 몸으로 받으며 밀려난다. 우르수스라 그정도에서 멈춘 것일테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이만한 방어를 해내지도 못하고 대신 곤죽이 되거나 나가떨어졌겠지.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한은 방패를 휘둘러 동시에 사블랴와의 거리를 벌렸다. 칼리 공격은 거한에게 닿았다. 하지만 유효타라기에는 지금의 공격은 얕다. 칼리의 번개 아츠는 공격적인 편이었지만 아마도 지금의 감각... 장비가 아츠를 방어하고 있는 듯 했다. 롱고미니아드는 완전히 등을 잡았다. 그리고 배치를 이탈하고 달려드는 지금 이 순간.
"야, 누가 좀 말려!"
듣기 드문 소장의 언성높은 목소리. 바로 그 순간에 리아는 망치를 제대로 얻어맞고 저 벽면으로 나가떨어졌다. 달려드는 것을 휘둘러 친다. 마치 야구와도 같았다. 또한 타격은 참격과는 달라 신체의 내부에 대미지를 축적한다. 리아는 신체강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폭탄을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오냐, 다음은 너다. 그 입, 곧 닥치게 만들어주지...!"
거한이 떨어진 오니를 마무리하려 성큼성큼 다가갔다.아이다의 통제는 들지 않는다. 아마 장비 자체가 아츠에 대한 저항력을 띄고 있는듯 싶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염동력으로 직접적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것은 아주 힘이 드는 일이었다. 게다가 저렇게 무거운 사람이라면... 하지만 무기에는 그런 효과가 없는건지 아까의 종횡무진한 기색이 없었다. 그 증거로 거한은 지금, 망치를 양 손으로 붙들며 몸을 이끌고 가고 있었다. 방금과는 달리 상당히 무거워보인다. 엑스칼리버의 섬광은 도통 들어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옆에선-
"뭐, 뭐야 이 앤?!"
공중에서 공격이 막힌 것 + 갑자기 도나가 뛰어든 것에 당황한 대원이 크게 당황한다. 잔뜩 흥분한적이 당황하면 하는 일은 한가지다. 마구잡이로 공격하는것. 리유니온은 갑자기 나타난 적을, 도나를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그것은 도나의 어깨를 찌른다.
"하 하 하... 해독제가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죽기 아님 살기인데!"
일너 전투에 익숙치 않은 리타의 판단은 느렸다. 그녀는 이내 접근을 허용해 공격당했다. 곤봉은 생각보다 아프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더 아픈꼴을 보게 될 것이다. 아직 썰려나가지 않은 적은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다시 리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정예가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무장을 갖추고 나타날줄은 몰랐는데. 리유니온이 세력확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아츠는 쓸모없이 거한의 몸에 직접적으로 확용하는 대신 대상을 바꾸어, 이미 쓰러진 리유니온들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끝이 뾰족한 온갖 날붙이를 장갑이 얇은 관절부위를 노려 쏜다.
출구쪽은 이 녀석 하나. 방금의 공격으로 도나는 어깨부상. 그러나 이 녀석 하나에 둘이나 붙어있기엔 아무리 그래도 상황이 좋지않다.
"맡긴다."
나는 도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거한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접근했다. 보아하니 방어구가 아츠 저항이 강해보인다. 현재 내 물리 장비로는 뚫기 힘들고. 위력을 높이는 아츠를 두르는 방식은 저항력에 막힐터다. 나는 그림자를 손형태로 만들고 최대한 위력을 집중하기 위해서 땅을 짚었다.
"네 무기, 방어구마냥 아츠 저항력은 없지?"
무기를 양손으로 붙들고 있는것이 그 증거, 그리고 그 덕에 방패도 쓸 수 없다. 나는 그림자의 손으로 거한의 무기를 치덕치덕 붙잡아 최대한 움직임을 봉쇄하려고 했다.
"상대의 방어구는 아츠 저항력이 높아. 아츠에 의존하지 말고 냉병기로 직접 타격을 노려."
물론 기본적인 방어구의 질량이란게 있겠지만, 여러방향에서 빈틈을 노린다면 쉽게 막지 못할터. 나는 주변에게 그렇게 말하며 살짝 도나쪽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