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의 섹터 09 이동도시, 그 한복판에 위치한 사무소. 인력대행사무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그 실상은 온갖 용병들로 들어찬 사설경비업체이다. 이 업체가 특이한 것은 시류의 상황을 따지지 않고 이익이 된다고 독자적으로 판단한 가치를 따른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아르고 에이전시는 당신이 누구던, 어디서 뭘했던간에 방주 밖에 남겨진 모두를 받아들인다.」
리타 무에르테, 그녀는 제법 가창에 소질이 있었다. 이에는 신앙의 국가인 라테라노 출신으로서 어릴 적부터 갖가지 성가를 들으며 커온 탓도 있겠지만 타고나길 그녀가 노래를 좋아하는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어릴 적부터 신앙심이 가득 들어찬 성가를 좋아했다. 신이시여, 내 생명을 드리니 부디 받아주소서. 어두운 밤의 길을 밝히소서. —와 같은.
리타가 커피잔 안으로 각설탕을 넣으며 콧노래를 흥얼였다. 오늘은 제법 널널한 날인지라, 휴게실에서 간단한 다과를 즐길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녀는 커피를 좋아했다. 다만 아직도 커피의 씁쓸함 즐기지 못해, 그것을 중화시키고자 꼭 설탕을 쏟아야만 했다. 따뜻한 머그컵을 쥐고 리타가 휴게실 안쪽 의자에 앉았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간. 리타는 적막과 고요를 좋아했다. 외로운 것을 싫어하는 그녀가, 적막과 고요를 좋아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지만.
" I'm lying on the moon. My dear, I'll be there soon… "
느릿히 눈꺼풀을 감고 커피를 마시던 그녀가 별안간 흥얼이던 멜로디를 입 밖으로 꺼내들기 시작했다. 차마 이곳에서까지 찬가를 노래하긴 싫었던지라, 그나마 기억에 남아있는 노래 중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 것이다. 노랫말을 타고 흐르는 여자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위축되고, 불안에 차있는 대신 평화와 고요가, 차분함과 부드러움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향수가.
" It's a quiet and starry place. Time's we're swallowed up "
여자가 노래를 흥얼였다. 옅은 커피향과 고요함에 젖어, 채 앞을 바라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휴게실 근처로 사람의 기척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눈치 채지 못한 듯, 계속해서 가사를 읊어나갈 뿐이었다.
#리타가 부른 노래도 같이 올려둘게요! 리타 목떡으로 쓸까 생각했던 노래인데, 영화 OST라서... 고민이 참 많았...ㅎ.ㅎ
리아가 에덴의 이름을 부르자, 에덴은 아직 졸음이 덜 떨어진 게슴츠레한 눈으로나마 생긋 눈웃음을 쳤다. 그리곤
"왔어요?"
하고, 자연스럽게 리아를 반겼다. 리아가 코트를 걸 때, 옷걸이의 옆자리에 에덴의 하얀 야상이 걸려있는 게 보였다. 리아가 손길을 뻗어 에덴의 머리에 손을 얹자, 에덴은 눈을 감으며 리아의 손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곤 리아의 속삭이는 목소리에 맞춰 나직이 대답해왔다.
"새벽부터 경호 임무를 나갔거든.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났어요. 오후 다섯 시쯤..."
반말과 존댓말이 반씩 섞인 기묘할 말투- 그러나 그것은 에덴의 친근감의 표시들 중 하나였다. 휴일을 리아와 보내고 싶었던 건지, 에덴은 그 이후 간단한 마실 것들이며 간식을 사서는 바로 리아의 집으로 온 모양이다. 시간이 약간 엇갈려 리아를 조금 더 기다리다가, 그만 잠들어버린 듯하지만. 그리고 이제 리아가 돌아온 기척에 깨서는 리아를 반기고 있는 것이다.
잠기운이 남아있는 눈으로 눈웃음을 지어보이는 에덴의 물음에, 에덴의 머리 위에 얹은 손을 살살 움직여 매만져주며 잔잔한 목소리로 답한다.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도 오니 본인이었으니 어찌보면 비밀번호를 알려준 의도를 자신의 멘티가 제대로 잘 써먹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쓰다듬에는 칭찬의 의미도 담겨있음이 틀림없었다. 물론 에덴이 반가운 것도 마찬가지였지만.
" 경호.. 에덴, 잘하니까 별 문제, 없었겠네. 응. 고생했어. "
여전히 에덴을 내려다보는 오니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가라앉은 듯한 붉은 눈동자, 그리고 자그마한 입술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지만, 분명 에덴에게는 조금의 부드러움이 느껴졌을 것이다. 조금 더 손을 움직여 머리를 매만져주던 오니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곤 천천히 닫혀있던 입술을 연다.
" 깨운거야, 내가? 더, 잘래? "
자신이 문을 여는 소리에 깨버린 것이라 생각했는지 피곤하면 더 자도 괜찮다는 듯 조용히 물음을 던진 오니는 답을 기다리듯 살짝 고개를 기울 체 에덴의 붉은 눈동자와 눈을 마주했다. 자고 싶으면 좀 더 자도 괜찮다고, 딱히 잠자리를 가리지 않는 오니였기에 불편할지도 몰랐지만 에덴이 쉬고 싶으면 더 쉬어도 좋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 ... 샤워, 하고 오길 잘 했네. 이상한 냄새 맡게 할 뻔 했어."
응, 다행이네. 작게 중얼거린 오니는 샤워를 하고 오느라 묶지 않은 머리가 기울어진 고개를 따라 비단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머리를 묶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차피 이젠 쉴 일만 남았으니 그다지 묶을 필요성은 못 느끼는 듯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