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는 말에 나는 동의합니다.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 나는 다시금 당고를 베어 물었습니다. 달달하니 짭쪼름한 간장 양념이 입가에 묻자 손을 살짝 들어 입가를 가리고, 혀로 입가를 짧게 훑습니다. 다 좋은데 가끔 이렇게 묻으면 곤란합니다. 나는 손을 내리고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네. 그렇게 자주는 안 먹었지만 좋아하는 편이에요."
어릴땐 할머니가(그땐 엄마라고 믿었지만) 직접 만들어주시는 당고가 그렇게 맛있었는데. 본가로 돌아가는 날이 생긴다면 만들어달라 해볼까 생각합니다. 그것보다 사먹는다니.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습니다.
"백화점에서 파는구나...개인적으로 살게 있어서 백화점은 자주 가는데, 당고를 파는지는 몰랐네요."
한정판 하테 센베를 사기 위해서 백화점이나 주변 가게를 싹 뒤졌을 땐 보이지 않았는데. 아니, 센베만 찾느라 당고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의 주의사항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당고를 사러 백화점에 간다니! 게임센터는 물건너갔나 생각하지만, 게임보다 유대감도 중요하다 판단하고 맙니다. 서로 친해지는게 게임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없다면 학교에서 꽤 곤란한 일도 생길 거고..
"귀신의 집이요?"
나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귀신의 집에 반응해봅니다. 귀신의 집에 끌려가기라도 한 걸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여름이 아니라면 그렇게 좋아하고 찾는 곳도 아닌데... 그러고보니 하나미야 씨, 마더 쉐도우와 싸울 때도 엄청 두려워하셨지. 그렇다면 억지로 끌려간다고 좋을 곳도 아닐 겁니다. 나는 당고를 다시금 베어뭅니다. 동그란 찹쌀 경단은 겨우 하나가 남은 상태였습니다.
"라인이요? 물론이죠! 저는 좋아요!"
나는 한 손을 후드티 주머니에 넣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들었습니다. 라인 교환이라, 참 오랜만에 듣는 단어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빠가 라인을 하다보니 최근에 아빠를 다시 추가하긴 했지만...나는 아빠를 생각하곤 가볍게 웃었습니다. 이제 아저씨가 되어서도 라인에선 여전히 갸루어를 쓰는게 떠올라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같이 가도 되죠! 앗, 선약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혹시 선약이 있는 사람을 잡은 게 아닐까, 하는 걱정한 레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귀신의 집은 절대로 가면 안 됩니다!! 절대로!!!”
레이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정말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말했다. 당고의 소스가 살짝 흘렀다. 거기에서 현실로 돌아온 레이는 이제 하나 남은 마지막 당고를 제 입에 밀어 넣었다. 서걱거리는 식감과 쫀득한 식감, 달달한 느낌 뭐든 좋았다. 백화점에서 꼭 한 팩을 더 사리라고 다짐한 레이가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무 꼬치를 쥐었따.
“그럼, 라인 교환해요!”
시라유키가 핸드폰을 꺼내는 걸 보던 레이가 문득,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이 있으니, 에리스도 있었다. 이젠 무섭지 않게 되었다.
“아, 사자나미씨는 보통 라인 교환 어떻게 하세요? 흔들어서? 메일로? 아이디? 아니면 QR코드일까요?”
선약이 있다고 해도 아마 레이드나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방학이 되면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 마음이니까요. 이곳저곳 나간다고 해도 본가에 잠깐 내려가는 것 뿐이니까요.
"에? 정말요? 액정은 괜찮아요? 저는 떨어뜨리면 그대로 깨져버리거든요."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참에 바꿀까 생각도 해봅니다. 아이폰은 다 좋은데 조금만 톡 건드려도 깨져버리니 문제입니다. 겨울엔 얼마나 곤혹스러운지. 나는 여전히 앱을 붙잡고 입을 벌려 무언의 항의를 하는 멜포메네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하나미야 씨를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맞아요. 멜포메네가 싫다고 떼를 쓰고 있어서..."
보일까요? 너는 슬쩍 핸드폰 화면을 하나미야 씨를 향해 돌려봅니다. 어디선가 메모장 앱을 켜선 [하쿠 나빠.] 라고 항의 메시지를 작성하곤, 아예 화면 밖을 뚱하게 노려보는 멜포메네가 보였습니다.
필름이 멀쩡하지 않다니. 그래도 액정이 무사하다는 사실이 어쩐지 다행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문득 의문이 들어 멜포메네를 빤히 쳐다봅니다. 만약 내가 핸드폰을 바꾸게 되면 멜포메네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사라지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멜포메네가 뚱하게 하나미야 씨를 쳐다봅니다. 나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지만, 핸드폰이 순간 웅, 하고 진동하자 심통을 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실상은 고민하듯 라인 앱 위에 앉은 것이지만요. 멜포메네는 QR코드라는 말에 앱을 꾹 누르고는 화면 구석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화면을 내쪽으로 돌리곤 멜포메네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습니다.
“멜포메네가 이름인가요.....!! 페르소나와 대화를 하는 게 신기하네요... 에리스는 그냥 절 놀래키기만 하는데.......”
언젠가 어플을 이리저리 갖고 놀던 에리스가 점프스케어를 몇 개 띄웠을 때를 떠올린 레이가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었다. 정작, 그 에리스는 멀뚱멀뚱 커다란 하나의 눈동자로 레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가만히 시라유키와 멜포메네의 대화하는 걸 듣던ㅡ시라유키의 말을 듣는 것일 뿐이었지만ㅡ 그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앗,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아뇨아뇨아뇨아뇨! 절대로 귀찮은 게 아니니까요!”
귀찮은 건 절대로 아니었다. 방법을 찾았다는 것에 오히려 기뻤던 레이가 말했다. 그는 곧바로 QR코드 창을 띄웠다. 교환하기 편하라는 것처럼 에리스는 화면 한 쪽에서 의상을 정돈하고 있었다.
"아, 네. 멜포메네 에요. 예전부터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긴 했는데, 요즘엔 그럴 수 없으니까 이렇게 말을 걸어오더라고요."
그것보다 하나미야 씨의 페르소나는 에리스였구나. 나는 에리스가 어떤 것을 관장하던 신인지 떠올려봅니다. 뭐더라? 애초에 신화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없어서인지 그런지 잘 모르는 신이 많습니다. 멜포메네도 처음에 이름을 듣고 익숙하다 싶었는데 검색한 뒤에야 신화 속의 존재인 걸 알았고. 나는 돌아가서 검색을 해봐야겠다 생각합니다.
"양해해주셔서 고마워요, 하나미야 씨."
나는 활짝 웃습니다. 나는 하나미야 씨가 코드 창을 띄우자 스캔을 위해 핸드폰을 가까이 가져다댑니다. 멜포메네는 화면 구석에서 다소곳이 앉아 멀뚱멀뚱 우리를 올려다봅니다. 스캔이 끝나고 잠시 로딩하는가 싶더니 하나미야 씨가 추가됩니다. 나는 핸드폰을 거두곤 잠시 자판을 두들깁니다.
[하나미야 씨, 안녕! 자주 연락해요!( ・∀・)]
나는 라인을 보내고는 만족스럽다는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반배정이었지요. 라인까지 교환한 친구가 생겼고, 잘 하면 쇼핑까지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니. 인간관계가 좁던 나에게 좋은 발전이라 생각합니다.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에 나는 고개를 기울입니다. 하나미야 씨, 어딘가 좋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뭔가를 본 건 아닐까요? 나는 잠깐 그를 빤히 바라보다 울리는 핸드폰에 고개를 돌립니다. 이모지 귀여워. 괜히 귀여운 모습에 작게 웃음을 흘린 나는 벚꽃 얘기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게요, 벌써 봄이에요. 벚꽃이 피면 꽃놀이도 가겠죠?"
벚꽃이 핀다면 정말 예쁘겠지요. 꽃분홍빛으로 물든다는 말이 뭔지 알려주듯 화사하게 핀 벚꽃을 떠올립니다. 2학년이 되었으니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꽃놀이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미야 씨, 벚꽃이 핀다면 같이 꽃놀이 가실래요?"
하나미야 씨도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이렇게 친해졌으니까, 더 친해질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재잘재잘 떠들다보니 벌써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긴장한 듯한 그를 바라보던 나는, 괜찮다는 듯 양 주먹을 응원하듯 꾹 말아 쥐었습니다.
"괜찮을 거에요, 혼자 떨어지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말아요!"
막상 이렇게 말하는 나도 조금 떨리긴 합니다. 나도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가요!" 라면서 학교를 향해 척척 걸어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