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는 유자가 쿡쿡 찌르자 그르르... 하는 소리를 냅니다. 기분 나쁜 소리는 아닙니다.
"이것저것 있으니 쓰기 편한 옵션 붙은 걸로 껴주세요. 치악력은 붙은 장비가 있긴 한데 그 직업에는 잘 안 어울리니 말씀대로 너클이 낫겠네요. 아, 가지고 계신 경험치 포션도 다 써주세요. 지금부터 갈 곳은 만렙존이니까요. 공중 탈것을 떨어뜨리는 몬스터가 있어서 이번이도 못 타요. 지상 탈것이야 당연히 힘들고요."
경험치 포션을 모두 쓰면, 여러분은 만렙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강해진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몇 번만 더 레벨업 하면 만렙이 될 정도네요. 그건 그렇고 탈것을 못 쓴다니...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슬프군요.
"그럼 역시 소환사가 좋겠어요. 버퍼도 괜찮지만 그쪽은 다른 사람이 보호해줘야 하니까요. 소환사 장비도 거기 있을 거예요."
의뢰인은 유자에게 소환사를 추천합니다!
장비 착용하고 설명하고 하는 사이, 이번이는 이미 날고 있습니다. 쐐액, 하고 바람을 가르며 나는 멋진 와이번 이번이! 주변 풍경이 빠르게 바뀌어갑니다.
이번이는 우리의 목적지에서 가장 가까운 캠프에 착지합니다. 주변은... 최종보스 소환용 제단이 근처에 있는 것 치고는 참 평화로워보이는 푸르른 초원이네요. 신기한 몬스터들이 돌아다닙니다. 왠지 낯이 많이 익은...... 몬스터가 많습니다.
저기 잼 병이 걸어다녀요. 그리고 나방 인간이 나방을 거느리고 돌아다녀요. 이상하게 우리들 중 누군가에게 많이 익숙한 것들이 보입니다.
"아니 그 마법의 주문을 말하시다니... 앞으로 힘들어지겠네요... 흠, 확실히 깨끗하긴 하죠? 그건 여길 스토리 중에 정화했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원래는 저렙존이었죠. 이 캠프도 원래는 마을이 있던 자리였어요. 다들 피신하고 유저들을 위한 캠프만 남았죠."
확실히 풍경이 딱 시작의 마을 근처에 있을만한 저렙존입니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는 걸어가야 합니다. 의뢰인은 이번이를 카드로 되돌립니다.
"저 몬스터요? 저건 '슈퍼 나방 브라더스'예요. 나방떼로 혼란, 수면, 독, 마비 같은 상태이상을 걸어서 묶어둔 다음 죽어라 패는 악독한 놈들이죠. 무서운 건, 한 놈이 유저를 잡으면 다른 놈들을 불러서 다굴을 쳐요. 아, 잼 병은 잼을 발사해서 공중으로 어떻게든 해보려는 유저들에게 엿을 선사하죠. 끈끈한 잼에 맞으면 바로 추락하고, 탈출도 힘들고, 그러는 사이 몬스터는 몰려들고... 대신 잘 잡으면 좋은 포션을 줘서 레이드 뛰러 오는 파티가 포션 공급용으로 사냥하기도 해요. 저 몬스터들만 있는 건 아니지만 캠프 근처에도 출현하기 때문에 여기 대표 비슷한 놈들이죠."
참 기이한 몬스터들입니다.
"우리 목표는 '루시퍼 부활의 제단'이에요. 제단 위에 4대 천사의 깃털을 조합하면 나오는 아이템인 '신의 빛'을 놓으면 레이드가 시작되는 형식이죠. 하지만 운영진이 막아둬서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못 올리게 됐어요. 근처를 같이 조사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보조 마법을 써서 기척을 숨길 테니까, 최대한 근처에 붙어서 걸어주시고 가지고 계신 무적 스크롤은 최대한 아껴주세요. 그리고 몬스터랑 닿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흥미로운 몬스터로군요." 게다가 저렙존이었는데 이렇게 되었다라.. 꽤 짜임새가 괜찮다고 여기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도록 하지요." 보조 마법이라던가를 쓴다면 그에 맞춰서 조심스럽게 돌아다니려 할 것 같습니다. 무적 스크롤을 아끼라는 말에 요즘 수량이 부족한 것입니까? 라고 묻네요. 돈은 충분하니 아예 사들이면..이라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닌가 봅니다. 그치만 나름 자중한 거라고요(?)
"그 게임은 쯔꾸르 공포 게임의 원조니까요. 여기 그 시절부터 한 게이머가 얼마나 많은데요! 아, 맞아요. 설정이 굉장히 세세하죠? 하면서도 놀란다니까요. 이 떡밥이 여기서 쓰여?! 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아, 건드리지 마세요! 건드리면 쨍, 하는 맑은 소리가 나서 근처 몬스터들이 몰려들어요!"
그리고 여러분의 주변을 옅은 안개가 감쌉니다. 기척을 숨기는 마법이 발동중인 모양입니다. 안개 범위 밖으로 나가지 맙시다.
"그것도 그렇지만 돌아갈 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프로그램에 에러가 나서 루시퍼라도 풀려나면 건빵이도 없는 우리로서는 무리예요. 못 잡아요. 다 죽어요. 죽고 에덴에서 부활하겠죠. 하하하."
평화로운 말투로 참 끔찍한 일을 말합니다... 하기야 이 파티 지금... 고인물 하나에 레벨만 높은 초보자만 여럿 있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가끔 근처에 나는 '스타 플라티나'를 먹어서 무적 버프 걸고 오기도 하고, 꽃은 아니지만 '꽃상추'를 먹고 불을 발사하는 능력을 얻어서 화상 데미지를 주는 놈들이 생기기도 해요."
이 게임 괜찮을까요? 왜 지금까지 고소미를 먹지 않았을까요?? 참 의문입니다. 여하튼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여러분 근처에서 몬스터들이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갑니다. 무적 스크롤을 많이 아낄 수 있게 되었네요. 정말 좋군요.
저 앞에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검은 불이 넘실거리는 제단이 보입니다. 딱 봐도 저겁니다.
"지금부터는 각자 조사하는 편이 빠를 테니까, 무적 스크롤을 사용해서 움직여주세요. 그리고 혹시 위험해지면 제가 있는 쪽으로 와주세요."
/빠른 진행을 위해 조사는 이번 한 턴만 진행합니다. 레스 끝에 1~100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그것은 파이프 배관공 아저씨 나오는 고전 명작... 성재현은 오픈 월드 게임의 대담한 벤치마킹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두 발 달린 버섯과 기이하게 신나는 8비트 음악이 머릿 속에 맴도느라 잠시 발을 휘청였다. 다행히 안개 마법이 그들을 감쌌기에 몬스터와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평화로운 잔디밭 위에 덩그러니 지옥문이... 마x인크래프트?"
재현은 이 장소의 독특한 공간 구성에 다시금 의문을 느끼며 실소를 머금었다.
그러고는 인벤토리에서 스크롤을 꺼내 펼쳤고 이내 개 아니마임에도 호랑이 기운이 깃듦을 느꼈다.
잼. 잼! 잼은 좋아한다. 그냥 먹어도 달달해서 좋고, 빵이나 스콘과 같이 먹어도 맛있고, 홍차에 넣어 먹어도 최고고. 묘하게 질척질척해보이는 저 잼 몬스터가 갑자기 맛있어보이는 것 같아. 돌아가면 토스트 먹어야지. 맛있는 것 먹을 생각에 절로 신이 나 흥흥 콧노래가 나왔다.
"와아."
사장님 씨의 손에 쥐어진 종잇조각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종이에 적힌 주소라니, 멋도모르고 가다가 뒷치기당해서 어딘가 끌려갈 것 같은 전개네요."
"잡화점에서도 파는 책이니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도 된답... 어...? 아!"
갑자기 생기는 보호막에 의뢰인은 놀라지만, 이내 알아차립니다.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이건... 건빵이의 스킬이네요. 돌멩이나 나뭇가지 같은 작은 물건에 룬을 새겨서, 누가 그걸 건드리면 특정 마법이 발동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이건 '수호자의 장막'이네요. 파티 전체를 보호하는 강력한 보호 스킬이죠. 건빵이는 솔플을 주로 하니까 쓸 일은 거의 없었겠지만, 스킬 트리때문에 배워두긴 했을 거예요."
의뢰인은 이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주소가 적힌 종이, 라는 말에 스크린샷 찍는 사장님 쪽으로 다가갑니다.
"'나는 이 주소에 있다'라는 뜻일까요...? 이건 현실에서 찾아봐야 하겠네요. 이 주소는 서울...? 서울 안에 있다는 건가? 음, 오늘은 늦었고, 내일 같이 가죠."
탐색 종료 후, 시작의 마을 에덴으로 돌아가 로그아웃 합니다. 내일은 현실에서 뒤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