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은 괜찮아요. 마지막 챕터라 계정을 생성하면 경험치 포션을 주거든요. 그걸 쓰면 만렙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갈 수 있어요. 장비도 지급하지만 성능이 중간 수준이라 나중에 만나면 제가 창고에서 꺼내드릴게요."
하긴 뭐 이번에 루시퍼 잡으면 게임도 끝이니 경험치 포션을 팍팍 뿌리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루시퍼 레이드가 만렙 레이드니까 이번에 새로 들어온 유저들도 발 정도는 들일 수 있게 하자는 목적이겠죠.
"혹시 몸 쓰는 게 힘드시면 소환사는 어떠세요? 아님 테이머도 괜찮아요."
이제는 유자에게 직업 추천까지 해줍니다! 마치 뉴비를 발견한 고인물 같습니다.
"혹시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어느정도는 장비빨로 커버할 수 있어요. 아니면 거기 관광이나 하고 오려는 사람들이 쓰는 방법이긴 한데, 무적 스크롤을 잔뜩 사서 그거 쓰면 돼요. 물론 돈이 좀 많이 깨지긴 하는데 저한테도 좀 있으니까... 아마 괜찮겠죠. 우리 목적은 사냥이 아니라 조사니까요. 몬스터도 최대한 피해보고."
"210이면 괜찮네요. 장비랑 버프 둘둘 감고 가면 아마 죽기 전에 제가 힐로 살릴 수 있을 거예요... 무적 스크롤이요? 인챈트 스킬 찍은 유저들만 만들 수 있어서 경매장에만 나오는 아이템이라 가격이 좀 왔다갔다 해요. 평균적으로 백만 골드쯤 있으면 하나 살 수 있죠. 아님 확률이 많이 낮긴 한데, 현질을 해서 랜덤박스 까는 수밖에 없어요."
여기도 랜덤박스가 있습니다! 랜덤박스는 우리들의 적! 게임 회사 다녀서 받는 월급을 랜덤박스로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몸 쓰는 직업이면 몽크가 적당하겠네요. 현금이 깨지냐니, 당연하죠! 일단 캡슐 사는 것부터가 돈이 드니까요. 게임 안에서 파는 캐시 아이템들도 많고요."
말을 마친 의뢰인은 1층에 있는 캡슐들을 살핍니다.
"여기도 캡슐이 있네요. 다행이다. 그럼 다음주에 게임 속에서 보면 될 것 같아요. 캐릭터 만들면 '에덴'이라는 마을에서 시작하는데 거기서 보면 되겠어요. 아이템 챙겨갈게요. 참, 제 닉네임은 '코리안탑클래스힐러'예요."
그렇게 의뢰인은 돌아가고, 다음 주에 보기로 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열심히 게임에 적응해보아요!
해리가 이사벨과 함께 지낸지도 한 달 정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른 조직의 추격에 대한 걱정도 슬슬 잊혀져 갈 때쯤 해리는 뭔가를 결심했는지 아리에스를 불러 단 둘이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좀 떨어진 아무도 없는 건물 옥상에서 기다리던 해리는 곧 아리에스가 자신을 찾아오자 그에게 말했다.
'여, 잘 지냈냐?'
'Boss가 계속 널 데려오라고 하는 걸 어떻게든 얼버무리고 있는데 퍽이나 잘 지내겠다.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어?'
'......'
'Hey Hey Hey?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해리?'
'......난 안 가.'
아리에스의 대답을 듣고 침묵에 잠겨 있던 해리가 입을 열자 아리에스는 자신이 못들을 걸 들었다는 것처럼 반문했다.
'...Pardon?'
'그러니까 안 간다고. 난 더 이상 조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나더러 Boss에게 그 말을 전해달라고 여기로 부른 건 아니겠지?'
'네가 아니면 그걸 전해줄 사람이 없어. 내가 돌아가서 이 말을 했다간 나뿐만 아니라 그녀의 목숨도 보장 못할 거 아냐.'
'그럼 나는? 아니, 나 뿐만이 아니라 아니마 매매단 그룹 138과 싸워 죽어나간 녀석들은? 그 녀석들은 다 개죽음이라는 거냐?! 지금 넌 조직을 배신하려는 거야 이 멍청-어리석은 놈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그래! 그리고 나도 이젠 사람 때려잡는 일은 지긋지긋하다고!'
'너만 지긋지긋한 줄 알아! 나도 그 짓을 10년 가까이 해왔는데 그래도 도망치지 못하고 있어! 한번 조직에 속한 이상 우린 거길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서도 안되는 거야! 그게 우리에게 걸맞는 위치라고! 그 여자 집에서 사랑놀음이나 하며 뒹굴거리다보니 동료들의 피비린내를 잊어버린 모양인데...'
난데없이 조직을 떠나겠다는 해리의 말에 강하게 반대하던 아리에스가 이사벨까지 언급하려 하자 해리는 순간적으로 아리에스의 멱살을 쥐고 소리쳤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그녀를 이 일에 엮을 생각은 꿈도 꾸지마 새꺄...!!'
'...아직도 마음 속에 분노의 Flame을 갖고 있으면서 기어코 조직을 떠나려는 거구만. 안 그래?'
'......'
'좋아. 어디 마음대로 해 봐. 하지만 충고하나 하지. 넌 지금 벌집을 건드린거야, My friend. 아니마 매매단 그룹 138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 조직까지 너랑 그 여자를 노릴테니까. 그리고 나도 이젠 널 못 도와줘.'
'...어디 와보라지. 죄다 머리통을 부숴줄테니까. 그녀는 쓰레기나 다름 없던 내 삶에 살아갈 이유를 준 여자야. 내가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그녀에겐 손 끝 하나 못대게 하겠어.'
아리에스의 멱살을 놓은 해리는 앞으로의 험난함을 경고하는 아리에스에게 기 죽지 않고 받아치며 자리를 떴다. 그 뒷모습을 보며 아리에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괴로워하며 자리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아! 곰젤리는 저도 뭔지 알아요! 여기저기서 곰젤리를 많이 팔길래 무슨 행사라도 하나 했더니~ 지난번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요???? 그거 진짜 재밌어보였는데! 그때 여기 없었던 게 아쉽네요~ 진짜 젤리가 걸어다녔어요?? 먹어도 배탈 안 났어요??? 건드리면 또잉또잉 말랑말랑했고????"
도대체 이런 일은 왜 한 건지 모르겠단 말에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이런 걸 해서 얻는 게 대체 뭔가 싶고, 무엇보다도 이런 일은 보기에도 끔찍했다. 이 기술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생명윤리의 문제로 토론거리가 되곤 했었지 않나! 시즈카는 벌레를 싫어하는 편이었지만 그렇다 해서 살아있는 생물을 잔인하게 대하는 것이 옳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곧 들린 해리의 물음에 시즈카는 척 하고 양 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당당하게 섰다!
"솔직히 나방은 징그러워서 제 정신건강을 생각하면 안 따라가고 싶은데!!!! 아니아니 세상에나~~?!! 방금 전에 첫 의뢰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당연히 따라가야죠!! 직장 선배으로서 후배를 돕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사실 선배라고 해서 그렇게 대단한 건 없겠지만~~~ 어쨌거나 같은 일 하는 사이에 서로 도우면 좋죠~ 아! 물론 해리 씨가 사양한다면 억지로 따라가진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