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시점이 마침 상반기 끝이고, 때마침 청소를 하게 됐다니 딱 맞춘 것처럼 들어맞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걸 깨닫고 그렇게나 신나할 필요까진 있을지 모르겠다. 시즈카는…… 우려와는 다르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간만이라고 성실하게 일하곤 있었는지, 돌아오자마자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 안녕하세요 다들~!!!! 롱 타임 노 씨! 진짜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니까요?? 다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저 없는 사이에 무슨 커다랗고 재밌는 일 있지는 않았고??? 제가 그동안 푹 잘 쉬고 왔지만서도~~~ 시간이 됐다면 채팅방에 얘기라도 자주 하는 건데 은근히 바빠서 연락을 못 해버렸어요! 그러니까 이거 다 끝나면 아무나 저랑 찐-하게 대화라도 하는 거예요???? 아! 맞다 이제야 말하는 건데 바쁘시면 대답 안 하셔도 된답니다????? 조용한 거 보니까 열심히 하시고 계신 모양이네요! 다들 성실한 모습 참 좋아요~~~ 훌륭한 사회인으로서의 염치가 있네요! 아, 그나저나 잠깐만 이게 뭐야 여기에 먼지가 왜 이렇게 많지?? 오~! 다들 이것 좀 봐봐요 제 방이지만 너어어어-무 구질구질하네! 누구 걸레 가지고 있는 사람 없어요???? 얼른 치워야 헉 흡 콜록 헙 큽 엣츄!"
그리고 3층 주방에서 마스크가 발견되었습니다. 청소 전에 썼어야 하는 건데... 좀 늦었네요. 왜 주방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씩 쓰고 2층으로 내려갑시다.
2층은 사무소죠? 각자 자기 자리가 있을 테니 자기 자리와 그 주변을 치워봅시다. 널려 있는 서류들도 정리하고, 서랍장 안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들도 좀 버리고, 먼지도 쓸고... 유리창도 닦고 의자 등받이 뒤에 쌓인 먼지도 털어야 하겠네요!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개인 노트북도 정리해봅시다. 프로그램도 정리하고 이것저것 설치하느라 복잡한 바탕화면도 정리해봅시다.
기사님은 어느새 방 청소를 다 끝냈는지 조용히 내려와서 자기 자리를 치우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바로 정리를 하는 탓에 치울게 얼마 없긴 했으니 자연스레 먼지만 어느정도 정리하면 됐을거다.
"노트북 화면 정리 좀 해야겠네."
의자와 책상의 먼지를 최대한 깔끔하게 닦아내고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화면에는 메모장, 메모장, 메모장, 한글 파일, 메모장, 한글 파일... 폴더 몇개를 만들어 이름을 바꿔 그곳에 의뢰나 정리 파일을 넣었다. 화면에 가득했던 아이콘들이 폴더 아이콘 하나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USB에 파일을 복사해 책상 서랍에 넣는 것 까지 마치고 청소를 끝냈다.
걸레는 못 찾았지만 물티슈는 찾았다! 그런데 먼지가 쌓인 자리를 열심히 닦고 나자 다른 곳 청소하기가 조금 귀찮아지고 말았다. 음~~ 하늘색 눈이 물티슈와 먼지 구덩이를 차례로 왕복했다. ...그래도 휴가 가기 전에 깨끗하게 치워 놔서 별로 더럽진 않을 텐데 나중에 마저 해도 되지 않을까? 까맣게 묻어난 먼지를 눈앞에 두고 이성과 양심이 토론을 펼치는가 싶더니.
시즈카는 곧 사무소에서 발견되었다. 이성도 양심도 아닌 귀찮음의 승리였다. 뒤늦게 주방에서 마스크를 가져와 썼으니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준비를 마쳤으니 좀 전처럼 콜록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마스크의 유무가 문제라기보단 먼지 있는 자리에서 나불거린 게 잘못이었겠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다. 이제는 안전하게 나불거릴 수 있다! 무장을 마친 시즈카는 우선 서랍 정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첫 번째 칸이 열리고.
"와~ 그래도 여기는 좀 낫네요? 엥??? 그런데 이게 뭐야?? ……아하~! 한 달 전부터 뭔가 계속 까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는데 이거였구나??"
안에는 앵무새 간식이 들어있었다. 시간상 아주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나 해서 뒤집어 보니 유통기한이 한참은 지나 있었다. 통탄스러운 일이다.
아깝지만 저걸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시즈카는 순순히 본인의 비상식량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다. 그 다음 서랍부터는 자잘한 잡동사니가 몇 개씩 나오긴 했지만 버릴 만한 것들은 없었다. 책상이랑 의자를 대충 닦고 나서도 시간이 남긴 했다. 노트북 정리도 정리에 들어가나? 이제 뭘 해야 하나 싶어서 빈둥거리다 다른 사람들이 노트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 따라해보았다.
노트북을 켜봤지만 배터리가 없는 관계로 켤 수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충전이 안 돼 있었는지 화면이 켜짐과 동시에 종료되고 말았다. 아, 이것도 휴가 가기 전에 깜빡하고…….
이제 1층으로 내려갈 시간입니다. 1층은 사무실의 얼굴! 손님이 오면 접대를 하는 장소죠!
먼지 쌓인 자판기를 닦고, 가상 현실 캡슐을 포함한 휴게 시설을 점검하고,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확인합시다. 하는김에 창고 안 물건들을 밖으로 내놓고 안을 한 번 쓸어내는 것도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언제 청소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테이블 위와 신발 자국으로 지저분한 바닥을 바닥을 반짝반짝하게 닦고 벽과 창문을 깨끗하게 만듭시다! 구석에 쌓인 택배 박스가 있으면 까서 분리수거 배출하는 날에 내놓는 것도 잊지 말아요!
1층이 끝나면 이제 사무소 밖을 치워야 하는데... 아무리 대청소라도 이런 더운 날 밖을 치울 수는 없습니다. 청소가 끝나면 3층으로 올라가서 다같이 아이스크림이나 먹기로 합시다.
앉은 김에 메모를 써서 잘 보이게 붙였다. 형광색 포스트잇에 빨간 글자로 커다랗게 한가운데에! 잉크가 중간에 굳었는지 볼펜이 잘 나오지 않아서 몇 번이고 쥐어짜내어 썼다. 덕분에 완성된 캘리그래피는 굶주린 노트북의 저주 같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충전기도 어떻게 잘 찾아서 노트북에 연결해줬다. "에이, 그래도 노트북만 빼면 이 정도면 잘한 거지! 그래도 이게 내 일이니까 설렁설렁 한 거지 다른 사람이랑 상관 있음 이렇게 대충은 안 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찔리는 구석이 있긴 했는지 물어본 사람도 없는데 주절주절 합리화가 제법 자연스러웠다.
시즈카는 2층 정리를 마치고 창고로 향했다. 위쪽으로 날아가 높이 쌓인 물건 안쪽을 한 번 들여다보고 다시 내려왔다. 으으, 힘쓰는 거 싫은데.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제법 잘 옮겼다. 시즈카는 상자 여러 개를 겹쳐 올려 창고 밖으로 날랐다.
좋아요! 이제 좀 사무소가 깨끗해졌네요. 물론 외관이야 여전히 허름하지만 중요한 건 언제나 내면이었잖아요?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고 말이죠. 깨끗해진 사무소에 첫 번째로 찾아올 의뢰인이 누굴까 참 궁금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1층에서 여러분은 얼마나 잘 치웠는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