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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얼굴이 밝아져서 다행이었다. 유페미아는 그다지 아이를 아이를 잘 다루는 타입은 아니지만은, 사탕을 먹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자신은 애정표현에 서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가 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관두기로 한다.
리코가 포도당이 무어냐고 질문한다. 과학상식에 대한 질문을 답해주는 건 유페미아에게 있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하는 것보다는 훨씬 익숙한 분야다. 소위 말하는 전문분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유페미아는 신이 나서 리코의 질문을 답해준다.
"좋은 질문이네, 리코 군. 탄수화물을 이루는 가장 작은 분자단위를 단당류라 부르는데, 포도당은 이 단당류 중 하나라네. 다른 단당류로는 프럭토스와 갈락토스 등이 있다네. 이 중 포도당과 프럭토스 분자가 결합하면 설탕 분자를 이루게 되는데...."
"아, 이런. 어린 아이에게는 설명이 너무 어려웠나?"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더 쉽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느라 유페미아의 눈가에 주름이 잡힌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옷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더 꺼내 까며 설명하기 시작한다.
"사탕을 설탕으로 만든다는 것은 리코 군도 알고 있을 걸세. 그런데 그러면 설탕은 무엇으로 이루워졌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리코 군?"
"사탕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쪼개면 설탕 결정이 되겠지. 그걸 더 작게 쪼갠다면 설탕 '분자'라는 작은 알갱이가 될 걸세. 그런데 이 설탕 '분자'도 쪼개지거든. 설탕 '분자'는 '포도당'과 '과당' 분자라는 알갱이로 쪼개진다네. 이 알갱이들은 사탕의 단맛을 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알갱이들이라네. 그것보다 더 작은 알갱이로 쪼개려면 쪼개지지만, '단맛'이라는 '성질'을 잃게 되거든."
"'포도당'은 사탕에도 많이 들어있지만, 포도에도 많이 들어있기에 그런 이름으로 부른다네! 마침 이 사탕도 포도맛이군 그래."
포도당… 프럭토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듯한 말들이 쏟아진다. 리코는 조용히 사탕을 먹었다. 잘 모르겠지만 사탕은 맛있어. 냠냠뇸뇸. 그런 소리가 들릴 것 같이 맛있게 사탕을 먹던 리코에게 에피라고 하는 이 사람은 좀 더 알기 쉬운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에피의 말에 따르면, 사탕을 잘게 쪼개면 설탕이 되고, 설탕을 더 작게 쪼개면 분자..?라는 것이 되고, 그 분자?를 다시 쪼갠 것이 포도당하고 과당이라는 것이었다. 잘 모르겠지만 사탕은 쪼개고 쪼개고 쪼개도 달다는 정도로 이해한 리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주아주 작은 사탕도 달다는 거네요.”
리코의 이해를 거쳐 나온 말은 에피의 설명과는 많이 동떨어진 것 같았다. 어쨌든 리코는 사탕은 달다는 정도로만 이해한 것 같으니. 사탕에도 많지만 포도에도 많이 들어있다는 말은 리코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리코에게 중요한 것은 사탕을 하나 더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고마워요, 에피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까보다도 밝아진 얼굴과 밝아진 어조로 말한 리코는 사탕을 받아 들고 꼬리를 빳빳하게 일자로 세웠다.
"그렇다네. 그리고 포도당보다 더 작게 쪼개면, 더 이상 '사탕'이 아니게 되어버려서 안 달아지고 말이야!"
"리코 군은 어린 나이에 비해 참으로 훌륭한 학생이군 그래."
조금은 동떨어지게 이해했더라도 일단 핵심은 꽤나 정확하게 파악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궁금한 것을 먼저 질문해오는 호기심까지. 교단에서 내려선 지 3년이 지나, 누구를 가르칠 기회가 그 기간동안 주어지지 않았던 유페미아는, 약간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내가 한 건 사탕을 준 것 밖에 없네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야 듣기 좋지만, 모르는 어른이 그저 사탕을 주는 행동만으로 이 아이의 관점에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는 사탕을 든 나쁜 사람도 충분히 많으니까. 유페미아는 책임감 있는-실제로는 책임감이 0에 수렴하지만-어른으로써, 리코에게 경고의 말을 해 줘야겠다고 느낀다.
"리코 군,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네만, 세상에는 친절한 척 하는 나쁜 사람도 많다네. 섵부른 판단을 하기 전에 조심하게나."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은(어디까지나 유페미아의 상상 속에서지만) 리코 군이라면 이 경고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리코 군의 꼬리가 빳빳하게 서있다. 유페미아는 크토니안의 생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자지만, 학부 시절 고양잇과 동물의 생태에 대해서도 배운 적이 있다.
'저 일자로 선 꼬리는... 만족스럽다는 뜻이구만!'
사탕 두개로 만족할 수 있다니, 얼마나 어린 시절은 아름다운가. 리코의 주인이 리코의 식사량을 줄이며 학대했다는 것을 알 리가 없는 유페미아는 이걸 또 멋대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