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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많이 쪼개면 사탕이 아니게 되어버려서 달지 않게 된다니. 리코는 사탕을 깨물려던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녹여먹기 시작했다. 함부로 깨물다가 사탕이 아니게 되어서 맛이 없어지면… 그래도 리코는 먹겠지만, 이왕이면 맛이 있는 게 좋을 거란 판단을 했고, 그렇게 행동했다. 훌륭한 학생이라는 말을 들은 리코는 어쩐지 기뻐져, 꼬리를 바르르 떨었다. 학생이라는 말이 뭔진 모르겠지만.
“…그치만 에피는 때리지도 않았고, 맛있는 것도 줬고, 리코를 칭찬해줬으니까 좋은 사람이에요.”
친절한 척 하는 나쁜 사람? 리코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만을 겪어왔기 때문일까. 아직은 생소한 개념인 것이다. 어쨌든 리코의 관점에서 에피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다. 사탕을 두 개나 줬으니 좋을 수밖에 없기도 했고. 아마 지금만큼은 리코 속에서 미호를 제치고 좋은 사람 1위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귀나 꼬리가 달리지 않은 사람 중에서 1위일지도 모르고. 두 번째 사탕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리코는 훌쩍 고개를 들고 코를 킁킁거렸다. 묵직한 바람에 실려온 아주 미미한 냄새, 하지만 리코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 밥 냄새였다. 벌써 밥 먹을 시간이 됐나 봐. 리코는 에피를 보며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이로 깨무는 것 정도로는 단 맛이 사라질 정도로 작게 쪼개지지 않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네 리코 군."
"그래, 학생. 학생이라는 건 말이야... 그래, 무언가 새로운 걸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네. 그런 의미에선 나도 학생이라고 할 수 있겠구먼!"
이렇게 말하며 유페미아는 껄껄 웃는다. 방금 자신이 정한 기준대로라면, 대부분의 인류가 무언가의 학생일지도 모르겠다. 온 지구를 커다란 배움의 장이라고 생각하니, 자신이 한 비유지만 유페미아의 입장에서는 퍽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아이가 생각하는 "착한 사람"의 기준이 너무 낮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때리지 않으니 착한 사람이라니, 그런 건 "괜찮은 사람" "인간 쓰레기가 아닌 사람"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도 아이의 칭찬은 고맙게 받아두기로 한다.
유페미아에게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 이 아이는 밥 냄새가 난단다. 이것도 데미휴먼의 능력일까. 순간, 유페미아는 인간보다 몇십 배나 발달된 호랑이의 후각 상피 구조가 리코에게도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럼, 밥은 제 때 제 때 먹어야지! 이런 건 굳이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네. 작별인사 정도쯤은 해주면 좋겠지만 말이네."
"아, 좋은 생각이 났네. 내가 리코 군 집까지-아홉꼬리 보호소가 맞지?-리코 군을 바래다 주면 어떻겠나. 어린 아이가 홀로 다니는 것도 위험하니 말이야."
식료품점으로 향하던 길이었지만, 운동 삼아 길을 잠시 우회해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린 아이가 홀로 다니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더군다나 리코는 데미휴먼. 유페미아는 데미휴먼들이 당하는 핍박에 대하여 자세한 것은 모르고 있지만, 그래도 그들의 대우가 인간에 비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막연히 알고 있다. DPM같은 과격주의자들이 있다는 것도 신문을 통해서 알고 있고 말이다.
깨무는 정도로는 그렇게 작게 쪼개지지 않는구나, 리코는 새롭게 배운 사실을 기억했다. 그래도 사탕은 여전히 천천히 녹여먹고 있었다. 그 사이에 제법 많이 녹아내려, 정말 작아져버린 사탕이 사라지는게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사탕의 맛을 아쉬워하면서도 리코는 에피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학생, 학생은 새로운 걸 배우려고 하는 것. 그렇다면 자신도 학생인가? 지금껏 아무런 배움 없이 살아왔지만, 그래도 리코는 새롭게 마주치는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중이었다. 글자는 아직 읽을 수 없지만. 하지만 좀 전에도 새로운 걸 배웠으니, 아마 자신은 학생이 맞을 것이다. 리코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입 안에서 사라진 사탕이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네. 아홉꼬리… 네, 그럼 같이 가요.”
바래다 주면 어떻겠나-라는 권유를 같이 가겠다는 통보 정도로 받아들인 리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보호소는 그리 멀지 않았다. 리코의 걸음으로 약 5분 정도 거리. 짧다면 짧을 거리였다. 충분히 거절해도 좋을 거리지만 리코가 거절하지 않은 것은 ‘감히 인간님의 결정에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리코는 공중을 향해 코를 킁킁거린 후, 보호소가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한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에요. 이쪽.”
그리고는 천천히 두 발로 조심조심 걸어가기 시작했다. 혼자였다면 네 발로 풀쩍 뛰어갔겠지만 지금은 옆에 사람이 있으니 두 발로 걷기로 한 것이었다.
키아라는 인적 드문 밤길을 걷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평화로운 하루였겠지요. 갑자기 크토니안화해버린 데미휴먼만 아니였으면 말입니다.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합니다. 가로등의 불빛이 깜빡이며 점멸합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과 함께 뒤쪽에서 높은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몸 이곳저곳이 뒤틀린 끔찍한 괴물이 있었습니다. 네 발로 땅을 짚으며 기는 그 괴물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는 보기 힘들겠군요. 그리고 그 앞에는 한 여자가 넘어진 채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키아라는 재빨리 외투에서 총을 꺼내 크토니안에게 겨눕니다.
"빨리 일어나, 어서!"
그리고 크토니안 앞의 여자에게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녀는 키아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재빨리 일어나 뒤로 도망갑니다. 총성이 들리고 총구에서 연기가 솟았지만 괴물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크토니안은 앞으로 천천히 기어오며 낮은 울음소리를 내었습니다.
아이가 입맛을 다시자 유페미아는 사탕을 하나 더 꺼내 리코에게 내민다. 이번에는 콜라맛 사탕이다. 단 것을 입에 떼지 않는 습관이 이럴 때는 참 유용하구먼. 대체 그 많은 사탕이 주머니라는 좁은 공간에 어떻게 들어있었는지는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미스터리하지 않을 수 없지만 말이다.
유페미아가 정말로 책임감 있는 어른이었다면, 아이에게 한번에 이렇게 많은 사탕을 주지 않을 것이고, 만약에 주더라도 충치를 조심하라는 경고 정도는 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페미아는 그렇게까지 책임감 있는 어른도 아니었고, 애초에 유페미아 자신도 그렇게 자기 통제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기에-유페미아 입장에서 사탕은 먹고 싶으면 먹는 것이다. 호기심이 일면 실례를 무릅쓰고 질문을 하는 것이고, 또 호기심이 일면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크토니안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아이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마저 하는 것이다.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코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통보로 받아들였음을 알 리가 없는 유페미아는 리코의 대답에 활짝 웃으며,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런 다리 구조로 두 발로 걸으면 불편하지 않나?"
지금 이 질문은 아이의 불편을 눈치챘다기보다는, 순수히 학구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질문에 가까웠다.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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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이 둘은 아홉꼬리 보호소에 도착한다. 보호소의 정문 앞에는 곱게 생활한복을 차려입은 미호 소장이 리코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시간에 리코가 자리에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리코가 외출을 나갔구나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39 미호는 가능한한 링크에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모든 것은 아이들의 의사에 맡기죠. 원한다면 하고 원하지 않는다면 못하도록 막을뿐입니다. 다만, 리코양이처럼 어린 아이는 그리고 더구나 그 과거가 곱지 않은 아이는 미호가 링크에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아무래도 판단력이 더 좋은 건 미호일테니까요. 리코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막으려 들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미호는요 :3
사탕을 하나 더 받은 리코는 정말로 행복하고 기뻤다. 아마 근처에 키가 큰 나무가 하나 있었으면 그걸 긁어대며 기쁨을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하기 전에 해도 될까요? 라는 허락을 구하긴 했겠지만.
“조금은. 그치만 걸을 수 있어요. 뛸 때는 이렇게 하는 게 더 빨라요.”
그렇게 말하며 리코는 네 발로 뛰는 시늉을 해보였다. 두 발로 걷는 것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스스로가 불편하다고 느끼지 못할 뿐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리코는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고, 그걸 보여주듯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서는 다시 걸었다.
이윽고, 또는 어느새 둘은 보호소에 도착했다. 정문 앞에 서 있는 미호를 보고 리코는 귀를 쫑긋거렸다. 한달음에 미호에게 달려가려다, 리코는 자신의 옆에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내고 멈췄다. 작별의 순간이라는 말에 아이는 천천히 에피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히 가세요. …사탕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그리고는 에피를 따라하듯 손을 흔들고, 뒤를 돌아 저를 기다리고 있는 미호에게로 걸어갔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보호소 안으로.
//아이고 내가 지금 쪼금 몽롱해서 막레가 엉망이네... ;ㅁ; 미안!! 아무튼 에피랑 돌리는 내내 즐거웠어~ 고생했어 에피주!!
놈은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 다가오고만 있습니다. 계속 이대로라면 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키아라가 방법을 생각하는 사이, 머리에 헬멧을 쓴 한 남자가 나타나 가세합니다. 하긴, 이런 크토니안 상대로 권총은 그저 견제사격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남자가 크토니안의 다리를 사격하는 사이 키아라는 재빨리 전화기를 꺼내 CPA에 전화합니다.
"여기 크토니안이 나타났습니다. 큰 놈이요."
키아라는 대충 주소를 말하곤 전화를 끊습니다. 이대로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10분? 크토니안은 다리를 맞았지만 멀쩡한 듯 게속해서 기어오고 있습니다. 키아라는 크토니안의 눈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꽤나 고통스러웠는지 전진을 멈춘 놈은 고개를 처박고 다시금 낮은 울음소리를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