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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이 아이의 부모는 자신을 '주인'이라 부르라고 한 것일까? 유페미아는 A지구에서 데미휴먼이 아닌 일반인으로 평생을 살았고, 주변인 중에도 데미휴먼은 별로 없다보니 데미휴먼들이 받는 핍박에 대해선 별로 알지 못했다. 이런 유페미아에게는, 사람이-비록 데미휴먼이라 할 지라도-다른 사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라, 유페미아는 리코에게 진짜 '주인님'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보다는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가 훨씬 유페미아의 생활에 가까운, '이해 가능한' 개념이었다.
"리코 군, 진정하게나. 그 누구도 리코 군을 때리지 않는다네. 그리고 설사 누가 리코 군을 때린다고 한다 치면-나는 어떤 이유라도 폭력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이 경우에는 특별히 예외를 삼고! 내가 그 사람을 때려줄 게야!"
이렇게 말하며 유페미아는 허공에 주먹을 날리는 시늉을 한다. 좀 전에 말했듯이 51년이라는 세월간 누굴 때려본 적이 없는 손이라서 자세는 틀렸지만 말이다.
유페미아가 이렇게 공분하는 것도 생각보면 당연하다. 유페미아는 좀 괴팍한 점이 있을 뿐 본성은 선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아까 전부터 얌전히 있겠다고 그러는데, 나는 어린 아이가 얌전히만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네."
"억지로 얌전히 있으려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서, 어린 아이의 두뇌 형성에 좋지 않거든!"
미호? 미호라면... 유페미아는 미호라는 이름의 사람을 한 명 알고있다.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 아홉꼬리 보호소의 소장. 이니시에이터 일을 시작하면서, 페어할 데미휴먼을 찾기 위해 그녀를 찾아갔던 적이 있는 것이다. 처음 만나서는 방금의 리코에게 그랬듯이 미호를 연구대상같이 바라보았기에 별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 것 같지만...
"미호라면... 아홉꼬리 보호소의 그 미호 말인가?"
그렇다면 이 아이는 학대하는 부모님의 품을 떠나 보호소에 맡겨지게 된 것일까. 마음 아픈 일이지만, 아마 그런 부모 아래에서 자라느니 보호소 생활이 훨씬 아이에게 좋을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 역시 모르는 말이 많다. 리코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아홉꼬리 보호소의 미호가 맞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눈 앞의 이 사람, 에피는 때리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긴장을 놓기는 어려웠다. 얌전히만 있는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껏 배워온 일과는 반대였으니까.
“보호소는 좋아요. 맛있는 밥을 많이 주니까.”
맛있는 밥!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침이 고인다. 오늘 밥은 뭘까, 뭐든 좋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뭐든 먹을 수 있어. 그치만 역시 고기가 있으면 좋겠다. 침을 꼴깍 삼킨 리코가 다시 에피의 눈치를 보듯 얼굴로 시선을 보냈다.
물론, 정말로 잘못한 일이 있다면 앞으로도 혼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얌전히 있지 않는다' 등의 말도 안되는 일로 이 아이가 혼이 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유페미아는 생각한다.
리코가 침을 꼴깍 삼키는 것을 보자, 유페미아는 주머니를 뒤져 가운데에 초콜린 껌이 들어있는 막대사탕을 두 개 꺼내 하나는 자신의 입에 넣고, 하나는 리코에게 건네려다가, 리코의 손이 막대사탕 포장을 깔 수 있는 형태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는 자신이 직접 까서 다시 리코에게 건네준다.
"두뇌가 에너지원으로 삼을 수 있는 영양소는 포도당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나? 때문에 항상 사탕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좋은 거라네! 두뇌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공금해 주거든!"
두뇌의 에너지원이 포도당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사탕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두뇌가 필요한 양의 포도당 정도는 매 끼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냥 단 것을 좋아하는 것이겠지. 어쨌든, 유페미아의 고수 시절 사무실에는 이 핑계대로 항상 사탕단지가 자리잡고 있었었다.
혼내지 않는다고 약속한 에피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포장지를 벗겨 내민 사탕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나고 있었고, 리코의 코는 귀신같이 그 냄새를 포착했다.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사탕을 받아든 리코는 덥썩 사탕을 물었다. 달달한 맛…! 여전히 리코의 눈은 생기가 없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표정은 한층 밝아진 느낌이 들 것이다. 단 맛에 감격하고 있는 지금만큼은.
“마힛허…”
사탕을 아주 잠깐이라도 입에서 떼놓기 아깝다는 듯, 사탕을 입에 문채로 맛있다는 말을 하느라 발음이 엉망이었다. 달콤한 맛을 즐기던 리코가 귀를 쫑긋거렸다. 항상 사탕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는 말에 귀가 반응한 것이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사탕… 맛있는 사탕… 맛있는 걸 준 에피는 좋은 사람인게 틀림없다는 묘한 확신이 리코 안에 자리잡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