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저기 서서 불안하게 주변을 서성이는 데미휴먼들은 그냥 불안감에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된 녀석들이다. 하지만 아니마는 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생활실로 돌아가라던지, 주변 수습을 하라는 것 따위의 명령이 일체 없었다. 마지막으로 받은 명령이 여기 앉으라는 것이었다. 하긴, 주변 조금 서성인다고 누가 화를 내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자아는 그것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곧 직원 분들이 인솔하러 오실 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됩니다."
아니마는 촉수를 올려서 머리 위에 올라앉은 유리 조각과 가루들을 쓸어내린다.
"그 테러리스트들. 열등한 인지 능력을 곧이곧대로 내비치더군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은근슬쩍 책임을 전가하려 드는 그 뻔뻔함이란..."
초면인 사람과 사용하기에 조금 격한 표현이 있었으나, 아니마는 그것을 신경쓸 만한 사회성이 부족했다.
갑자기 시작되었던 사태는 그 시작만큼이나 가까이 끝이 났지만, 유페미아는 집에 가지 못하고 행사장 입구를 서성이고 있다. 옆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충격감과,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지만 살려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인간이 이리 쉬이 죽는다는 것에 대한 허무감. 여러 가지 감정들이 유페미아를 짓눌러 그녀가 계속 서성이게하게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이 무색하게도 유페미아는 평생을 꽤나 보호받고 자라, 자연사 외의 인간의 죽음을 목도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최소한, 그녀가 기억하는 한은 말이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제외다.
유페미아가 지혈하려 했던 연구팀장의 피가 손가락 사이에 눌어붙어 찐득찐득하고, 가는 곳바다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아니, 피냄새는 나에게서 나고 있겠구만...'
그렇게 서성이고 있던 중, 붉은 머리를 한 여성과 마주친다. 데미휴먼의 돌연변이가 없는 걸로 봐서, 이니시에이터거나, CPA측 직원일 것이다.
방금 일어난 일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세상이 어찌 될려고 이러는 건지요. 이럴 때일수록 키아라는 더욱 더 마리아가 보고 싶었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의문의 괴한들이 사라지고, CPA측 인원들이 현장으로 올라오며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습니다. 하지만 키아라는 아직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던 키아라는 문득 하얀 천이 덮힌 채 들것에 실려나가는 형체를 보았습니다. 아까 전 총을 맞고 쓰러졌던 연구팀장이겠지요. 데미휴먼을 무기라고 지칭하는 등 심기에 거슬리는 언행을 하던 이였지만 괘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편견과 오해가 있다 한들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옳지 못하지요. 키아라는 씁쓸하게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하얀 천에 피가 배어 붉게 물드는 것이 보입니다. 아까 현장에서 연구팀장을 지혈하던 중년의 여성이었습니다. 그녀의 손엔 피가 잔뜩 묻어있군요. 아마 연구팀장의 피일 것입니다. 여성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허탈해보였습니다.
"방금 전 현장에 계셨던 분이지요?"
키아라는 여성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필사적으로 연구팀장을 살리려 노력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착잡한지 모르겠네. 그 사람이 살아서 뭐라고 지껄여댈 때는 짜증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유페미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지만, 그 웃음 뒤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실소, 라는게 이런 것일 터이다.
"사람이 죽는 게 처음이라 이럴지도 몰라. 부끄럽지만 이 나이 되도록 누가 죽는 걸 지켜본 적이 없거든. 이렇게 위험한 세상인데도 말일세."
한 때는 누가 죽는 것을 직접 목도할 일이 없는 것이 정상인 세상도 있었더랬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시대는 이미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진 후다. 크토니안 사태 이후로 크토니안들이 숙주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범죄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유페미아 같은 경우는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운이 좋었다고 할 수 있다.
검은색의 마호가니 원목을 사용한 몸체에 흰색 가죽을 덧대어 만든 모던한 느낌의 의자에 앉은 여자는 말했습니다. 눈의 흉터를 긁적이다가 생각보다 많이 이른데요? 하고 덧붙이곤 고갤 돌렸습니다.
" 차질없이 진행됐으니까 괜찮아. 하고싶은 말과 해줘야 하는 말 전부 해줬으니까 "
검은 가죽장갑을 벗으며 책상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다른 여자는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 물 한잔을 쭉 들이키고는 책상앞에 앉아 펜을 집어들었습니다. 펜 끝을 입에 물고 곰곰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고 곧 방 안에는 침묵이 내려앉았습니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하면 되는 거 아닐까 - 그 말을 증명하듯 내려앉은 침묵은 전혀 불편치 않았습니다.
" 몇이나 죽어나갈까요? 아니, 그딴건 상관없지. 옳은 일을 하는거잖아요? 몇 명이 뒤져나가던 상관없어"
침묵을 깬 말은 혼잣말마냥 허공을 향해 뱉어졌고 정처없이 떠돌던 말은 제 갈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흩어져가던 말을 잡아 다시 내치듯 끼익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다른 이가 말합니다.
" 그게 네 문제인거야. 아무 생각없이 부수고 죽일 생각만 하니까 ■■도 너한테 별 말 안하는거 아니겠냐? " " 갑자기 시비네 뒤지고싶나 진짜..? 네 머리 먼저 걷어차줄까? "
말다툼이 일었고 곧 싸움으로 번질 분위기였지만 상서열자에 ■■인 ■■■의 말에 ■■■는 아니 그냥 말이 그렇단거지.. 하고 이를 뿌득갈며 한 수 무릅니다.
펜끝을 입에 물고있던 이가 그만들 하렴. 하고 말하자 언제 싸웠냐는듯 분위기는 다시 식었고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린 ■■는 오늘의 일이 만족스러웠단 듯 둘의 어깨를 톡톡치곤 고생했어. 하고 말했습니다
"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때가 되었구나 "
■■는 그 말을 끝으로 방에서 나갔습니다. 하나 둘 방을 나가자 주인을 잃은 공간에는 다시 적막이 내려앉습니다.
여성의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이내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삼켜냅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이란 걸 접해보지 않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번 일 때문에 많이 놀랐겠지요. 바로 코 앞에서 사람이 죽었는데요.
“키아라 로체스터입니다. 당신은요?”
여성이 진정한 것 같자 키아라는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뗍니다. 그리고 자신을 소개하며 악수를 청합니다.
“이니시에이터 일을 하기 전에, 군에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크토니안들을 상대하는 부대에 있었죠.”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20대 시절, 눈 앞에서 전우가 처음 죽었을 때, 키아라는 많이 슬펐습니다. 마치 자기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런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죽음을 겪은 지금도 아직 누군가의 죽음은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죽음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상황이 정리되었지만 장내는 아직도 어수선했습니다. 넓디 넓은 홀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이들 몇 명,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올라온 CPA측 인원들, 그리고 키아라와 중년의 여성이 전부였습니다.
유페미아는 조금 망설이다 손에 묻은 피를 재킷 앞섶에 닦고는 키아라의 내민 손을 잡고 흔든다. 방금 전 일에 놀라 손은 조금 차갑게 식었지만, 손에 적당히 힘이 실려있는 좋은 악수다.
"이래뵈어도 나도 이니시에이터라네. 일단은, 말이네."
"그렇구만..."
키아라의 군 생활 이야기에, 유페미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크토니안을 상대하는 부대라. 그렇다면 키아라도 크토니안에 대해서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빠삭하게 알고 있으리라. 대학교수 시절, 학생들과 크토니안을 관찰하기 위해 비슷한 군 부대의 보호를 청한 일이 있었다. 문득, 키아라가 그때 만났던 지인을 알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혹시, █부대의 쥬나이퍼 리 중위를 알고 있나? 5년 전에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네."
"5년 전 일이니까, 더이상 중위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말일세."
이게 무슨 일인지, 중얼거리는 키아라의 말에 유페미아도 생각에 잠긴다. CPA를 겨냥한 명백한 테러행위에 '가엾은 자들과 왕을 위해, 우리가 왔다'는 의미불명의 선언. 유페미아는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회장을 나오면서 문 쪽의 괴한이 데미휴먼이었다고 쑥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물론, 데미휴먼에 대한 인식이 안좋다는 것은 알기에 그 말을 곧대로 믿기에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고 보니, 자네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 강연단 위에 없었지. 혹시 문 쪽의 괴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봤나? 강단 위에서는 조명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보였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