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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게도 CPA연구소를 노린 테러사건은 삽시간에 소문이 번졌고 사건조사와 규명에 그 자리에 모였던 모든 데미휴먼과 이니시에이터가 불려갔습니다. 당연히 이렇다할 정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느정도의 소득은 있었습니다. 단순 소문이었던 아웃월드를 잇는 창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기정사실로 밝혀진 것, 팀장을 저격한 총알이 .338 라푸아 매그넘이라는 것, 저격수의 위치가 못해도 700m는 될 것이라는 것 등 영양가 높은 정보는 아니었지만요.
당분간 데미휴먼에 대한 혐오범죄가 증가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측했습니다. 그 때 문에 서있던 후드를 뒤집어 쓴 여자에게서 '토끼 귀'를 보았다는 증언이 계속해서 들려왔고 눈가에 흉터가 있었던 것 같다는 증언이 추가로 들려와 토끼 귀에 눈에 흉터가 있는 데미휴먼을 찾는다는 공고또한 여기저기에 붙었습니다.
이 날 사건이 있은 후에 그 목소리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라도 하듯, 사건 직후 두 개의 창이 열렸고 총 16마리의 순수 크토니안이 넘어왔습니다. 12마리는 현장 사살 되었지만 4마리는 놓쳤다,는 것으로 보아 최소 4마리의 크토니안이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확실한 건 단순 팩의 소행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CPA와 이니시에이터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조직이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저기 서서 불안하게 주변을 서성이는 데미휴먼들은 그냥 불안감에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된 녀석들이다. 하지만 아니마는 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생활실로 돌아가라던지, 주변 수습을 하라는 것 따위의 명령이 일체 없었다. 마지막으로 받은 명령이 여기 앉으라는 것이었다. 하긴, 주변 조금 서성인다고 누가 화를 내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자아는 그것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곧 직원 분들이 인솔하러 오실 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됩니다."
아니마는 촉수를 올려서 머리 위에 올라앉은 유리 조각과 가루들을 쓸어내린다.
"그 테러리스트들. 열등한 인지 능력을 곧이곧대로 내비치더군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은근슬쩍 책임을 전가하려 드는 그 뻔뻔함이란..."
초면인 사람과 사용하기에 조금 격한 표현이 있었으나, 아니마는 그것을 신경쓸 만한 사회성이 부족했다.
갑자기 시작되었던 사태는 그 시작만큼이나 가까이 끝이 났지만, 유페미아는 집에 가지 못하고 행사장 입구를 서성이고 있다. 옆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충격감과,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지만 살려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인간이 이리 쉬이 죽는다는 것에 대한 허무감. 여러 가지 감정들이 유페미아를 짓눌러 그녀가 계속 서성이게하게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이 무색하게도 유페미아는 평생을 꽤나 보호받고 자라, 자연사 외의 인간의 죽음을 목도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최소한, 그녀가 기억하는 한은 말이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제외다.
유페미아가 지혈하려 했던 연구팀장의 피가 손가락 사이에 눌어붙어 찐득찐득하고, 가는 곳바다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아니, 피냄새는 나에게서 나고 있겠구만...'
그렇게 서성이고 있던 중, 붉은 머리를 한 여성과 마주친다. 데미휴먼의 돌연변이가 없는 걸로 봐서, 이니시에이터거나, CPA측 직원일 것이다.
방금 일어난 일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세상이 어찌 될려고 이러는 건지요. 이럴 때일수록 키아라는 더욱 더 마리아가 보고 싶었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의문의 괴한들이 사라지고, CPA측 인원들이 현장으로 올라오며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습니다. 하지만 키아라는 아직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던 키아라는 문득 하얀 천이 덮힌 채 들것에 실려나가는 형체를 보았습니다. 아까 전 총을 맞고 쓰러졌던 연구팀장이겠지요. 데미휴먼을 무기라고 지칭하는 등 심기에 거슬리는 언행을 하던 이였지만 괘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편견과 오해가 있다 한들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옳지 못하지요. 키아라는 씁쓸하게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하얀 천에 피가 배어 붉게 물드는 것이 보입니다. 아까 현장에서 연구팀장을 지혈하던 중년의 여성이었습니다. 그녀의 손엔 피가 잔뜩 묻어있군요. 아마 연구팀장의 피일 것입니다. 여성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허탈해보였습니다.
"방금 전 현장에 계셨던 분이지요?"
키아라는 여성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필사적으로 연구팀장을 살리려 노력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착잡한지 모르겠네. 그 사람이 살아서 뭐라고 지껄여댈 때는 짜증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유페미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지만, 그 웃음 뒤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실소, 라는게 이런 것일 터이다.
"사람이 죽는 게 처음이라 이럴지도 몰라. 부끄럽지만 이 나이 되도록 누가 죽는 걸 지켜본 적이 없거든. 이렇게 위험한 세상인데도 말일세."
한 때는 누가 죽는 것을 직접 목도할 일이 없는 것이 정상인 세상도 있었더랬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시대는 이미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진 후다. 크토니안 사태 이후로 크토니안들이 숙주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범죄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유페미아 같은 경우는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운이 좋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