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봄이었다면 선선한 바람이 불었을겁니다. 가을이라면 슬슬 해가 넘어가고 있을 시간이었고, 겨울이라면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겠지만 여름의 태양은 아직도 하늘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며 살인적인 더위를 만들어냅니다. A지구의 하루도 마찬가지로, 살인적인 더위아래 모든게 하기싫을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하루는 하루의 일과가 있는 법이죠. A지구의 구성인들은 오늘도 하루와 싸워갑니다. 살인적인 더위 아래서말이죠.
CPA에서는 이례적으로 지구의 이니시에이터들을 CPA의 다용도 대형 홀로 초대했습니다. 더불어 미호의 아홉꼬리보호소, 그리고 유베리드의 유베리드 패밀리의 소장들과 해당 보호소의 데미휴먼까지도 불러들였죠. 공공기관인 CPA에서 이런 행사를 연 까닭은 더 많은 이니시에이터와 데미휴먼을 링크시켜서 페어를 맺게하고 새로운 기술인 인체강화에 대해서 홍보를 하기 위함이라고 홍보영상에는 나와있었습니다. 미호는 자신의 보호소에 있는 데미휴먼중 원하는 이들만을 추려서 홀로 출발했고 유베리드는 조직원 몇을 붙여 대충 몇 명을 뽑아 홀로 보냈습니다. CPA라는 대형 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니 대충 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늦지않게 가려면 슬슬 출발해야합니다. 귀찮더라도 가게되면 어떤 좋은 정보를 얻을 지 모르는 법이니까요.
키아라는 제 집에서 가만히, 누워만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임무에 나서거나, 외출에 나가거나 했겠지만 모든 게 귀찮았습니다. 그야 바깥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문득 휴대전화가 울리는 진동에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화면엔 문자 한 통이 발송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 있었습니다. 느릿한 움직임으로 그 내용을 확인해보니, CPA에서 이니시에이터와 각 기관의 데미휴먼들을 초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자를 확인한 키아라는 귀찮다, 란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그 생각을 접어두기로 합니다. 이니시에이터란 직업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CPA와도 밀접히 관련된 직업이니까요. 가서 손해볼 것은 없을 겁니다. 키아라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CPA로 향할 채비를 마쳤습니다. 집을 나서자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에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장내의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선을 넘어간다 싶을 때쯤 강단위로 한 남성이 올라와서 옷 매무새를 점검하고 마이크를 톡톡치자 삐 – 하는 피드백이 울리고 나서야 장내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자신을 CPA연구소에서 데미휴먼의 인체강화와 이니시에이터의 강화신체를 연구하는 연구팀의 팀장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 잠시 강단의 화면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 남자는 최근 일어나는 아웃월드를 잇는 창이 열리는 횟수가 이전보다 빈번함과 이게 얼마나 위험한 사태인지를 설명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이니시에이터와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데미휴먼이 아닌 무기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내는 이들이 몇몇 있었지만 그 누구도 직접 입을 열고 일어나 표현을 하진 않았습니다.
“ 조금 지루하실 수 있으니 주제를 환기시켜보자면 최근 창이 자주 열리는 건 누군가가 의도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어떤 정신나간 단체인지는 모릅니다만 그건 여러분들이 해결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이후로는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 이니시에이터가 더 확실하게 적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인 인체개조 수술은 이미 사례가 많고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됐다는 말부터, 무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체강화는 조금 위험할 수 있지만 이니시에이터가 관리만 잘 한다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거라 말합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CPA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링크 대상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위험이 많은 이니시에이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이니시에이터 동료들에 비해 나이가 많고, 전투경험이 없는 큰 단점을 안고 있던 유페미아는, 자신과 링크하려고 하는 데미휴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참으로 곤란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고, 그렇기에 이번 행사의 소식은 유페미아에게 있어 반갑게 다가왔다.
앞으로 자신의 연구 조교 겸 보디가드가 되어 줄 사람-유페미아는 자신의 링크 상대를 이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을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첫인상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해서, 유페미아의 오늘의 옷차림은 스톡 타이가 달린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체크무늬 재킷과 정장바지로, 교수 시절 입곤 했던 캐주얼 정장 차림이다. 지난 3년간 장롱에 묵혀 두던 정장을 버리지 않았던 게 참으로 잘 한 일이라고 유페미아는 생각한다.
문을 열고 나서자, 자신을 둘러싼 살인적인 열기에 잠시 주춤하지만, 겨우 더위에 밀려 포기할 수는 없다. 유페미아는 꿋꿋하게 CPA 다용도 홀을 향해 자신의 갈 길을 밀고 나간다. 사실, CPA 행사로 향하는데 정장을 고집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렇게 덥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 보는 장소에 리코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구경하기 바빴다. 털이 가득 부푼 채로 둥글게 휜 꼬리와 뒤로 착 붙은 귀가 긴장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긴 하지만. 거기에 미호 옆에 착 붙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눈 하나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장소, 많은 사람. 긴장한 리코의 귀에 삐- 하는 소리가 잡혀 고개를 홱 돌렸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지만, 리코가 제대로 알아들은 이야기는 극히 적었다. 질문이 있냐는 물음에 리코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대답하는 대신 리코는 화면을 보며 아는 글자를 찾아 띄엄띄엄 속으로 읽었다.
이니시에이터와 데미휴먼의 인체강화를 담당하는 CPA의 연구팀장이 발표를 시작했다. 자신도 교수 시절, 크토니안의 위험과 생태에 대한 경각심과 지식을 증진하기 위한 강연에 초청되여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을 상대로 강단에 선 적이 있었다. 그 떄의 기억을 생각하니 지금의 연구팀장이 딱해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어쨌거나 연구팀장은 학계의 일원으로써 현역으로 일하고 있으니.
최근 창이 자주 열린다는 말이 유페미아의 주의를 사로잡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소식해 대한 적절한 반응은 두려움이겠지만, 유페미아는 달랐다. 창이 자주 열리는 것은 더 많은 순수 크토니안이 인월드로 넘어옴을 의미한다. 순수 크토니안이 많이 넘어올수록 마이크로칩으로 추적할 수 있는 크토니안도 많아지고, 자신의 '산란장 이론'을 증명하기도 수월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유페미아는 이 일로 위험에 처할 다른 사람들을 위해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걸 어찌할 수 없었다.
연구팀장은 이니시에이터와 데미휴먼들의 인체개조를 권장했지만, 유페미아는 그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51세의 나이에 천투경력 전무. 그런데도 이니시에이터. 인체개조가 시급하다면 시급한 부류의 사람이지만, 본인은 그렇게 느끼질 않는 것이다.
겨우내 CPA 홀에 도착한 키아라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홀 안은 여러 이니시에이터들과 데미휴먼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키아라는 연구팀장이라는 이의 말을 잠자코 듣다, 어느 순간 그녀의 눈썹이 불쾌한 듯 꿈틀댑니다. 무기? 지금 데미휴먼을 보고 무기라고 말한 건가요? 장내가 조금씩 웅성댔습니다. 이에 불만이 있는 사람도 몇 보였으나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요. 그것은 키아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란도 금세 가라앉았습니다. 그 뒤론 익히 들어온 이야기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창을 여는 건 누군가의 의도로 인한 거라든가, 그 중에서 키아라의 이목을 사로잡은건 인체개조 수술에 대한 이야기 등. 무기─즉, 데미휴먼─의 인체 강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무기라는 어휘가 심기를 상당히 건드렸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좋지 않은 일입니다. 키아라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입을 열었습니다.
"데미휴먼에게 인체개조를 적용할 수 있다면, 그 효과 혹은 부작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혹시나 자신과 링크하여 같이 싸울 데미휴먼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이런 점은 꼭 알아둬야 겠지요.
“ 데미휴먼의 인체개조. 좋은 토픽이죠. 이니시에이터처럼 강화 신체를 달아준다면 안 그래도 강력한 이들이 더욱 강해질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라, 현재까지는 부작용이 없어요. 피시술자 본인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오는 것 정도랄까.. “
팔다리가 기계로 바뀌고 보이면 안돼는 것들이 보이는데, 정상으로 있기라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조소를 띄웠습니다.
“ 안타깝게도 지원과 관련된 부분은 제 권한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라도 조금 보태자면.. 아마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니시에이터는 늘어만 가는데 크토니안전에 쓰이는 복구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 하지만 우리를 위해 목숨걸고 싸우는 이니시에이터를 위해서라면 지원할 수 있는건 뭐든 하는게 CPA입니다. 하고 남자는 말했습니다. 데미휴먼은, 빼고 말했군요. 누군가는 또 여기서 불편함을 느꼈겠지만 이번에도 직접 말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밖으로 향한건 미호였습니다. 자신이 데려온 데미휴먼들에게는 이제 그만 나가자, 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들어 남자의 가슴을 뚫었고 검은 피가 붉게 물들어갈 때 남자는 이렇다할 소리도 내지못하고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다시, 장내는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인원들이 뛰쳐나가 쓰러진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려했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니시에이터를 위한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면서, 데미휴먼은? 저 멀리서 미호 소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도 이 자리가 불편했던 것이겠지요. 귀를 찢는 듯 창이 깨지는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연구팀장이 쓰러졌습니다. 홀은 순식간에 혼란으로 가득찼습니다. 이니시에이터와 데미휴먼을 소집한 CPA, 그리고 갑작스럽게 총을 맞고 쓰러진 연구팀장. 키아라가 이 혼란스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습격입니다. 이내 상황을 파악한 키아라는 재빨리 홀 밖으로 달려나가 총성의 근원지를 찾으려 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습격을 벌인 걸까요? 어떤 목적으로?
남자의 말에 주변 데미휴먼들이 툴툴거렸다. 하지만 작게 들려오던 그 소리는 겨울철 얼어붙은 수도꼭지처럼 간헐적으로 몇 방울씩 떨어지다 이내 완전히 멈춘다. 역시, 아니마는 CPA의 데미휴먼들이 가장 행동거지가 바르다고 생각했다. 저기 저 혼자 발끈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아홉꼬리의 데미휴먼들보다 말이다. 고개를 살짝 돌려 하나 둘씩 일어서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차..
'쨍그랑-'
순간 자기도 모르게 의자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줘 버렸다. 간이 접이식 의자의 속 빈 쇠봉이 우그러졌다.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유릿조각들이 딱딱한 뼈로 이뤄진 돔에 부딪히면서 따그락거리는 소리가 머리통에 울렸다. 저 앞의 단상에선 아까 말하던 남자가 가슴팍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에게 달라붙는 것이 보였다. 크토니안은 총을 쏘지 않는다. 이건 테러다.
소란스러운 비명 소리, 고함 소리. 그리고 금속 비린내. 수많은 자갈돌이 굴러가는 듯한 뛰는 발 소리. 그에 덩달아 아니마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엄밀히 말해서 아니마에겐 심장이 없었으나 아마 아니마를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그녀가 흥분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명령...명령을...."
하지만 아니마는 이를 악물고 계속 간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었다.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능력이었다. 모두가 혼비백산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아니마는 목석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날아올 총알이나 머리 위의 유릿조각은 더 이상 아니마의 안중에 없었다.
미호는 제 옷자락을 잡는 리코를 번쩍 안아들어 제 품에 안고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명백한 테러행위, 암살,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가 그게 아니면 특정 요인을 노린 암살행위인가. 장내가 시끄러워졌고 빔프로젝터가 검은 화면으로 바뀌고 삐 - 하는 하울링이 계속되다가 들려오는 변조된 목소리.
" 정숙하고 자리에 앉아라. "
의자에 앉아서 내 얘기를 듣는다면 다치는 사람은 없을거야. 그러니, 부디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침착하고 냉정한 목소리에 덩달아 안정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신나간 소리 하지 말라며 문을 열고 나간 이니시에이터가 있었습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간 문을 연 이니시에이터는 그 뒤로 쭉 날아가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문 앞에는 얼굴 반을 복면으로 가린 누군가가 서있었습니다. 검은색 긴 부츠를 신은, 아마도 여자는 후드티를 눌러쓰고 얼굴 반을 가린채 말합니다.
" 조용히하고 앉으라고 하잖아? "
나가려는 새X나 시끄러운 새X가 있다면 방금 나가 떨어진 병X하고 같은 꼴이 될테니까, 알아서들 하라구
여자목소리. 문을 막고 선 여자는 여유로운듯 벽에 기대어 섰습니다. CPA는 대체 뭘 하고 있는걸까요. 우선 자리에 앉는게 현명한 처사인 듯 합니다. 움직였다간 다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