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유저들에 의해 지정된 공식 룰을 존중합니다. ※친목&AT필드는 금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금지입니다!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주세요. 다른 이들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어서 상판을 찾았다는 점을 잊지말아주세요! ※지적할 사항은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해주세요. 날카로워지지 맙시다 :) ※스레에 대한 그리고 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환영합니다. 다만 의미없는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인사 받아주시고, 인사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다섯글자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답니다. ※17세 이용가를 지향합니다. 그렇다고 수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굉장히 편한 사람입니다. 질문하는 것 그리고 저라는 사람을 어렵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XD
2. 『자유를 원해』 유페미아: "아이고, 며칠 동안 연구를 못했더니 몸이 근질거려 못 참겠구먼. 가세! 크토니안을 찾아서!"
3. 『이것이 나의 현실인거지』 유페미아: ".....그래, 그렇다네. 평생의 연구를 빼앗기고 교수직에서도 쫓겨난 이게 내 현실인게지." "하지만, 걱정 말게나! 나, 유페미아는 이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이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음이 명백하다네! 명심하게나, 쥴스-하퍼는 내 적수가 되질 못해!"
키아라는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아이를 칭찬했습니다.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보니 몸의 떨림이 점점 잦아드는 것이 느껴집니다. 인간에게 상처받고 버림받은 데미휴먼이 있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키아라 또한 데미휴먼 딸이 있는 어머니였기에 그 아픔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화살은 심지어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까지 날아왔죠. 이 차별과 의심, 편견은 지구상에서 데미휴먼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겁니다. 인간은 저와 다른 존재를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습성이 있으니까요.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참, 이름이 어떻게 되니? 난 키아라야.”
키아라는 아홉꼬리 보호소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그리곤 자신의 뒤를 따라 종종걸음을 걷는 아이를 보고 이름을 물어봅니다.
이름을 묻는 말에 리코는 재깍 대답했다. 아이가 있다는 건 무슨 뜻일지 고민하던 리코는 전 주인이던 그 사람이나, 지금 보호소를 운영하는 미호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는 걸로 해석했다. 전자와 후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리코의 짧은 생각으로는 그렇게 이해하는 게 전부였다. 이 사람은 미호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생각하며 키아라의 뒤를 따라 종종 걸어가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묘하게 익숙한 냄새와 닮은 냄새. 보호소에서 오며 가며 마주치던 마리아라는 아이의 냄새와 비슷했다. 리코는 무심코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냈다. 그냥 비슷한 냄새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정말 무심결에 나와버린 것이었다.
“마리아…” “…랑 비슷해요, 냄새.”
뒤에 짧게 덧붙인 말에는 약간의 당황이 묻어 있었다. 리코는 잠시 시선을 피했다가 손을 들어 살짝 살짝 그루밍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당황한 것도 가라앉고 진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키아라는 아이의 이름을 읊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곧 리코의 입에서 마리아의 이름이 나오자 키아라는 궁금한 듯 리코를 바라보았습니다. 마리아와 냄새가 비슷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오감을 지닌 데미휴먼이라면, 사물을 냄새로 구별하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할진대 사람의 체취로도 이를 구별한다는 것은 꽤나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 신기하구나.”
키아라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마리아 생각만 하면 이렇게 온화해지는걸요.
“내가 마리아 엄마거든.”
이내 아이는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 키아라의 시선을 피해, 털로 뒤덮힌 손을 들어 핥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리코의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키아라는 말 없이 리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싹싹, 그런 소리가 날 듯이 손을 핥다가 머리에 손이 닿아 그만두었다. 쓰다듬는 손길에는 아직 움찔했지만 그래도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았으니까, 금방 괜찮아졌다. 마리아 엄마라는 말에 리코는 작게 고개를 기울였다.
“엄마?”
보호소에서 가끔 들은 말이다. 보호소에 오기 전에는 가끔 새로 온,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 중 몇몇이 말하는 걸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 리코는 잘 모르고 있었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마리아를 비롯한 가끔씩 엄마(혹은 아빠)를 만나고, 얘기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웃고 있을 때가 많았기에 리코는 막연히 그것들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뭔가 좋은 건가 보다’정도의 감상을 품고 있었다. 때로는 다른 아이들에게 그게 뭔지 물어봤지만 ‘엄마는 엄마야’라는 말이 돌아왔기에 그 이상의 궁금증은 해소할 수 없기도 했다.
“그거 알아요. 좋은 거에요.” “엄마 얘기를 하는 애들은 다들 웃고 있으니까.”
돌아가면 마리아에게 마리아 엄마를 만났다고 얘기해줄까, 귀를 실룩거리며 걷던 리코가 갑자기 귀를 뒤로 홱 젖혔다. 생각해보니 많이 깜깜해진 시간, 이렇게 늦게 들어가면 분명 마리아보다 미호를 먼저 만나게 될 것이다. 많이… 많이 무서울 거야. 잠시 상상한 리코는 그만 발을 멈춰버렸다.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쳤다간 더 무서워질 걸 알기에 이도저도 못하고 멈춰 선 것이다.
리코의 말에 키아라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엄마가 무슨 느낌인지 말하라고 하면 키아라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부모 없이 자라왔거든요. 한편으론 이 아이 역시 부모님이 안 계신걸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리코와 함께 길을 가던 중 리코가 제자리에 순간 멈춰섰습니다. 키아라가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리코는 겁 먹은 강아지처럼 꼬리를 내리고 벌벌 떨고 있기했습니다. 리코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이렇게 늦은 밤에 미호가 화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던 거군요. 키아라는 미호 소장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미호는, 깜깜한 밤중에 아이가 돌아온다면 먼저 화를 내기보단 걱정해주지 않을까요. 리코는 아직 어린 아이니까요.
“괜찮을 거야, 리코. 걱정 말고 같이 가자.”
키아라는 무릎을 굽히고 리코와 눈높이를 맞추었습니다.
“그래도 무서우면, 내가 미호 언니한테 잘 말해둘게.”
주변은 어느새 오가는 사람 하나도 없을 정도로 한산해졌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리코를 보호소에 데려다주어야 합니다. 데미휴먼에게 있어 보호소 바깥은 위험하니까요.
눈높이를 맞추고 이야기하는 키아라를 보며 리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했다, 사람은 항상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번째로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에는 미호가 화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더 컸기에 리코는 일단 생각을 미루고, 앞에 있는 키아라에게 의지하기로 했다.
“네…”
어느 새 주변을 오가는 사람이 줄어들고, 거리는 한산해졌다. 조용해진 거리를 아주 잠깐 둘러본 리코는 다시 발을 움직였다. 물론 키아라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걱정을 한시름 덜자 여유가 생겼는지, 리코는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렸다. 한산한 밖, 보호소, 미호, 좋은 사람들, 사슴과 뱀… 뭔지 모르게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에 잠긴 채로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앞에 보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과 비슷하게 보호소 정문 앞에 미호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리코는 저도 모르게 귀를 딱 뒤로 붙이고 꼬리를 다리 사이로 감췄다.
리코가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다행히 걱정은 조금 덜은 모양입니다. 인적이 드문 큰길가를 계속해서 걷다 보니, 저 멀리로 아홉꼬리 보호소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보호소 문 앞에 익숙한 인영이 보입니다. 늦게까지 리코가 보이지 않자 걱정된 모양인지 미호가 보호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군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구나, 리코.”
키아라는 다시 한 번 리코를 쓰다듬어 준 뒤 리코를 데리고 미호의 앞까지 걸어갑니다. 길에서 우연히 리코를 마주쳐서 바래다주었다는 말과 함께,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보호소에서 잘 지내야 한다? 리코.”
키아라는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제 갈 길을 가면서도, 조그만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