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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A지구의, 그리고 그 A지구의 아홉 꼬리 보호소의 근처 총포상에, 조금은 앳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소녀가 쇼 윈도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이따금씩 날개를 파닥거리기도 하고, 턱에 손가락을 올리고 무언가를 고민하기도 하는 소녀의 곁에는 견고한 금속 가방 두개가 양 옆에 하나씩 놓여있었다. 소녀의 시선이 어디로 향해있는가 보면, 총포상에서 전시해놓은 여러 총과, 그 총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여러 악세서리들이 있는 것이다. 소녀의 눈동자는 쇼윈도 너머의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깊은 고민에 잠겼다.
"흐으으음..."
총을 사려던 것은 아니었다. 소녀에게는 이미 손에 익은 충실한 총이 세정이나 있었고, 지금의 총에도 충분히 만족한 상태였다. 소녀가 찾는 것은 마찬가지로 자신의 총을 빛나게 해줄 악세사리들이었다. 원래 있던건 실수로 부숴먹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소녀의 고민은 그리 금방 끝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안에 더 볼게 많을지도 모르지.
낯선 이의 등장에 조금 놀란듯 소녀는 그쪽을 돌아보았다. 오묘한 빛의 머리카락과 날개가 푸르게 빛났다. 소녀는 쇼 윈도에서 손을 떼고는 낯선 이를 바라보면 똑바로 섰다. 예상치 못한 이의 등장에 조금 놀란 것을 빼면, 그다지 경계허지는 않는 눈치였다. 순진한건지, 여유가 있는건지 모를 모습.
"총기 악세사리를 좀 고르려고 하는데 종류가 너무 많은거 있죠?"
소녀는 경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척 봐도 붙임성 좋고 구김살도 잘 보이지 않는 모습. 아마 근처의 아홉 꼬리 보호소에서 온 걸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크지는 않은 총기 케이스를 한 손에 하나씩 잡아들고 소녀는 낯선 이를 따라 들어왔다. 기다란 총기 케이스 하나를 열자, 소녀의 체구에도 무리 없이 쓸만한 작은 사이즈의 기관단총 두 정이 눈에 들어왔다.
"우지 프로. 9mm 파라벨럼탄을 분당 1000발이 넘는 속도로 퍼부을 수 있는 아이죠. 사이즈도 적당히 작고, 레일도 기본으로 장착되어있답니다. 기관단총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죠. 아, 지금 꽂아놓은 탄창은 40발 들이 확장탄창인데, 총탄은 안 들었으니까 걱정 말고요."
소녀는 총을 꺼내들고는 마치 총잡이라도 되는 양, 총을 한바퀴 빙 돌리고는 손에 쥐며 말했다. 테이블 위에 총을 올려놓은 소녀는 이번에는 다른 케이스를 열어 다른 총을 꺼내들었다. 유난히 총열이 굵고 짧으며, 접이식 개머리판을 달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돌격소총과 비슷한 형상이었다.
"이거는 제가 특별히 만든 단축형 Vepr-12에요. 원래 반자동 산탄총인데 특별히 자동으로도 쏠 수 있게 개조했고요. 드럼 탄창까지 장착하면 산탄만 대충 스무발은 넘게 들어가요. 근거리에서 죄다 퍼부어버리기엔 충분하죠."
역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전체적으로 근접전용, 좀 멀어봤자 중거리에서나 쓸 법한 종류의 총들이었다. 낯선 이의 착잡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신나게 떠들며 자신의 총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았다.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걸까?
그러자 아이는 신난듯이 기관단총과 산탄총을 들어보이며 총에 대한 설명을 했다. 아이가 총 이야기로 이렇게나 즐거워 하는건 참으로 묘했다.
"일단 우지 쪽을 먼저 얘기해보지. 반동제어가 중요할거야. 안 그러면 표적이 10미터만 멀리 있어도 다 빗나가겠어. 아이라서가 아니라 보통 어른이라도 높은 연사로는 제어하지 못해." 라고 말했다가 아이의 날개가 눈에 띄었다. 데미휴먼은 보통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하다는 말을 들어 봤다.
"...그렇다 해도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레이저 사이트 같은 악세사리보다는 컴펜세이터와 개머리판을 다는게 좋을거야." FookinLaserSight "제어 되지 못한 수십발의 총알보다 제대로 통제된 한발이 더 강하다."
"흠... 컴펜세이터라, 그건 괜찮은데, 개머리판은 조금 크지 않으려나요? 근데 레이저 사이트는 왜요?"
소녀는 우지 두 정을 한 손에 하나씩 들고는 탄창과 약실이 빈 것을 확인, 그리고 한쪽에 놓인 마네킹을 향해 양 총구를 겨누어보았다. 신중한 샤프슈터 스타일보다는 총탄을 흩뿌려 적을 제압하는, 그야말로 람보 스타일이었다. 어쩌면 콜트와는 상극일지도 모르는, 그런 스타일.
사실 훈련 비행 중에 총을 떨어트리는 바람에, 원래 쓰던 레이저 사이트를 부숴먹었던 것이었다. 총은 멀쩡했지만, 레이저 사이트 없는 신속한 조준은... 조금 힘들었다. 원래는 새걸 구해볼까, 하는 생각에 여기로 온거지만, 뭔가 총 잘 쏘게 생긴 아저씨의 진지한 조언에, 이 참에 없는 채로 연습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본기가 먼저, 그런건가."
반쯤 중얼이듯이 소녀는 말했다. 소녀가 총을 다시 다소곳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이젠 소녀가 콜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랑 일하던 아저씨요. 엄마가 이니시에이터였거든요."
소녀는 그리 크진 않은 날개를 한번 펼쳐보이며 말했다. 이니시에이터는 크토니안과 가장 가까운 직업 중 하나다. 특히 여성의 몸으로 크토니안과 맞선다는 것은... 그런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것이었다. 소녀가 데미휴먼인 것도, 어쩌면 그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 아저씨는 매였어요. 지금은 많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엄청 빠르고, 눈이 날카로운 아저씨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