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스레 주소 - http://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33308414/recent ☆위키 주소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 ☆웹박수 주소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ur2qMIrSuBL0kmH3mNgfgEiqH7KGsgRP70XXCRXFEZlrXbg/viewform ☆축복의 땅, 라온하제를 즐기기 위한 아주 간단한 규칙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6%95%EB%B3%B5%EC%9D%98%20%EB%95%85%2C%20%EB%9D%BC%EC%98%A8%ED%95%98%EC%A0%9C#s-4 ☆라온하제 공용 게시판 - http://linoit.com/users/ho3fox/canvases/Houen3
리스와 아사가 각각 탐색을 하는 와중, 저 편에 바닥에 털썩 쓰러져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아마 둘도 한 번은 본 적이 있는 이의 모습이었다. 자신을 '너굴맨'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 라쿤 수인 신. 가까이 다가가면 가벼운 신음을 내뱉는 모습을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사과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습관적으로 그 사과를 저 검은색 바닷물에 씻은 후에 먹기라도 한 것일까.
".....끄으..꺼윽..."
정말로 아픈지 그 라쿤 수인 신은 온 몸을 비틀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꼬리가 꼿꼿하게 솟은 것으로 보아 그 고통이 역시 보통은 아닌 모양이었다.
"살려...줘...살려...주세요..."
작은 신음 속에서 살려달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았다. 일단 신통술을 사용해서 도와준다면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탐사에 좀 더 집중을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면 하나였다. 확실한 것은 너굴맨이라고 지칭한 수인 신은 정말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사 님께서 도닥여주려 하시자 그제야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자신을 위해주려는 아사 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하게 웃는 것으로 아사 님께 자신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들려오는 누군가의 쓰러지는 소리. 그에 고개를 돌려보자 보이는 건... '너굴맨' 님의 모습...?!
"...!!"
그에 깜짝 놀라 황급히 너굴맨 님께 달려갔다. 그리고 구슬을 빛내며 두 손을 내밀어 곧바로 신통술을 사용해서 너굴맨을 치료해주려고 했다. 이성보다도 몸이 먼저 알아서 움직인 일련의 동작이었다.
/ 리스는 괜찮습니다. :) 그 와중에 아사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 그리고 너굴맨이었군요...! 후후... 무려 2번이나 만난 적 있던...(???)
"그 시커먼스가 오염까지 시켜놨다니 악취가 취향이라도 되는 건가." "안 씻고 다닐 거라 생각하니까 털이 그렇게 윤기없고 떡져있겠지." 세상에. 저런 취향은 처음 보..지는 않지만.. 이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는 라쿤맨을 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다가 세뱃돈을 뺏어간 쪽이었나..? 라고 갸웃하지만 살려달라는 존재를 굳이 지나치지는 않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앓기만 했다면 넘어갔을 가능성이 없다라고 하지는 않지만.
"편찮아?" 지금은 씻어먹는 건 안 좋으니까. 신통술을 써서 좀 나아지도록 해보려 합니다. 탐사에 집중한다고 해도 하나가 죽으면 그걸 돌리긴 어렵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괴로워하던 라쿤 수인 신은 곧 리스와 아사에게 발견이 되어 두 신의 신통술의 도움으로 고통을 완화할 수 있었다. 정말로 죽다 살아났는지 라쿤 수인 신은 두 신을 바라보면서 꾸벅 꾸벅 큰 절을 하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 너굴맨.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 우와. 그런데 정말... 보통 위험한 게 아니야! 갑자기 라온하제가 이렇게 변해버려서..이 너굴맨. 확실하게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일단 뭐라도 먹어볼까 해서 사과를 꺼낸 것은 좋았는데 씻을 곳이 없어서..그래도 조금이면 괜찮을까 싶어서 씻었다가 이 꼴이 났지 뭐야."
정말로 횡설수설하게 말을 하면서 너굴맨은 정말로 크게 동작을 취했다. 막막 오버하는 몸동작까지 보이다가 꺄르르 웃으면서 두 신에게 다시 질문을 휙 던졌다.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 왜 온 거야? 어서 가! 어서! 여긴 정말로 위험해! 방금 내가 쓰러진 거 봤잖아! 여기서 뭐 먹으면 큰일 나! 나는 이 라온하제를 해결해야하니까 갈 수 없지만 너희는 위험하니까 어서 가!"
여긴 정말로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너굴맨은 크게 손사레를 치기 시작했다. 일단 정보를 묻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
다행히 너굴맨 님께서는 괜찮아지신 것 같았다. ...정말로 다행이예요... 아사 님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하여 아사 님께도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너굴맨 님의 설명을 조용히 들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위험하니까 어서 가라고 손짓하는 너굴맨 님의 말씀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애초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사 님의 말씀을 듣고 한 박자 늦게 동감이라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구슬을 빛내며 신통술을 사용하려 했다. 정확하게는 ‘텔레파시’를.
["...저희는 지금 라온하제의 각 지역에 잠들어 계신 청룡 님, 주작 님, 백호 님, 현무 님을 깨워서 이 라온하제를 구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럴려면 각 지역의 색깔이 담긴 구슬을 구멍 같은 곳에 끼워야 한대요. ...혹시... 너굴맨 님께서는 그렇게 구슬을 끼워넣을만한 구멍을 알고 계신가요? 이 정도의 크기인데..."]
"어, 어쩔 수 없어!! 우리 라쿤은 먹기 전에 항상 씻는단 말이야!! 이건 본능이야!!"
제대로 찔렸다는 듯이 너굴맨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하지만 곧 리스의 텔레파시를 들으면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구슬을 끼워넣을만한 구멍과 리스가 표현하는 구슬의 크기를 바라보면서 너굴맨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일단 다솜의 관리자고 다솜의 주민인 것은 알고 있어! 전에 나랑 만났잖아! 세뱃돈을 내가 반으로 줄여서 너희들의 무거움도 해결했어! 기억나지 않아? 아무튼 구슬..알고 있어!"
이어 라쿤 수인 신은 손가락으로 저편에 있는 검은색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둘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개가 있어. 그 거대한 조개 속에 둥그런 것을 끼워넣을 수 있는 홈이 있어. 무엇보다 이 너굴맨이 이곳에서 살면서 알아낸 바... 그 조개 안에 진주가 박힐 때, 이 땅을 지키는 열기가 솟아날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어때? 이거 맞지? 맞지?"
일단 그것이 맞을 지, 아닐 지는 아직 제대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저 바다 너머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과연 저 안으로 들어가서 무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조금 곤란한 일이었다.
"그 구슬이라는 것을 나에게 주면 이 너굴맨이 해결해줄게! 어때?"
그 말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믿지 말아야 할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너굴맨은 어서 구슬을 자신에게 달라는 듯이 두 손을 내밀었다. 그때 세뱃돈을 멋대로 반으로 줄여버린 것처럼...
다행히 너굴맨 님께서는 구슬을 끼울 수 있는 곳을 알고 계신 것 같았다. 그 설명을 가만히 경청하여 들어보았다. ...바다 안에 있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개. 그 곳에 구슬을 꽂으면... 주작 님께서 깨어나시는 걸까요? 잠깐 생각하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저 바다 씨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
그러다 너굴맨 님께서 손을 내밀시자 놀란 듯이 한 박자 늦게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텔레파시를 사용하려 했다.
["...말씀은 정말로 감사하지만, 구슬 씨는 저희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그 구슬 씨는 누리 님께서 넣으셔야만 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누리 님께서 그 조개 씨까지 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은데... 너굴맨 님께서는 혹시 방법을 알고 계시나요?"]
죄책감을 자극하는 아사의 표정에 너굴맨은 으윽. 소리를 내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아무래도 그때 일도 시켜서 한 일이었던 것일까? 아무튼 뒤이어지는 줄 수 없다는 식의 말을 들으면서 너굴맨은 끄응..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사의 말대로였다. 저 안으로 잘못 들어가면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너굴맨은 고민에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내가 들어가서 붉은색 조개를 가지고 올게! 그러면 되겠지? 우리 라쿤은 수영을 매우 잘하니까 믿어도 좋아! 이 너굴맨이 해결해줄테니까 안심하라구!"
ㅡ그렇게는 안되지요.
그 순간 갑자기 어딘가에서 강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번개가 해변가에 내려쳤다. 강한 섬광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머지 않아 보이는 것은 푸른 여우 수인 신, 청호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청호는 너굴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사와 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봄의 기운, 청룡이 잠든 땅에서 청룡이 깨어나고, 생명력을 되찾는 것에서 이상함을 느껴서 여기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과연..뒤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었습니까? 애석하지만...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피식 웃으면서 청호는 빠른 속도로 돌진하면서 단번에 너굴맨을 잡아채려고 했다. 만약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단번에 너굴맨은 청호의 손에 채였을 것이다.
너굴맨이 채였건, 채이지 않았건...확실한 것은 지금 이곳에 흑호와 한 편이기도 한 청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었다.
아사 님과 너굴맨 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쩔쩔매기 시작했다. 자신으로서는 두 분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조금은 난감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청호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
경계심 가득한 표정. 청호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며 경계를 놓지 않던 중, 청호가 빠른 속도로 너굴맨을 잡아채려 하자 이성보다도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청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너굴맨을 끌어당기려 하며. 만약 너굴맨을 끌어당기는 데에 실패했다면 곧바로 구슬을 빛내어 다시 활과 화살을 만들어내어 곧바로 시위를 당기려 했다.
"......" [감히 어딜 오는거야. 당장 꺼져.] 입을 꾸욱 다물고 감정 없는 눈동자로 다시 다솜에서처럼 정색한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 망설임 따윈 없이 활 시위를 당기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명의 '신'과도 같은 위압감이 가득했다.
그녀는 마치 황제와도 같은 발걸음으로 그곳에 나타났다. 몇만의 군세는 없다.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은 그녀의 피부가 햇살에 타는 것을 걱정하는 평범한 메이드 한명, 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권위를 나타낼 생각이었는지 보석으로 장식된 은백색의 왕관을 쓰고서 조금 화가난듯한 표정으로 푸른색의 짐승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항상 느껴지던 연민도, 사랑도, 애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순수하게 분노한 왕가의 그 것이었다.
"이 곳의 백성은 아틀란티스의 백성, 이 곳은 아틀란티스의 땅. 그리고 당연히 당신은, 주제를 모르는 역적도당."
가볍게 손짓한 그녀는 손끝에서 날카로운 얼음을 만들어보였다. 확실하게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그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청호가 너굴맨을 낚아채려고 했지만 리스와 아사가 막아섰고 그 덕분에 너굴맨은 잡히지 않았다. 동시에 너굴맨은 3명의 뒤로 재빠르게 몸을 웅크리면서 숨으려고 시도했다. 활과 검, 그리고 밸린의 얼음을 바라보면서 청호는 일단 빠르게 뒤로 회피해서 밸린의 공격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다른 곳에서 수색을 하던 누리와 가온이 그곳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청호...!!"
이어 둘도 청호의 모습을 발견했고, 바로 가온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청호를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청호는 피식 웃으면서 모두를 둘러보다가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면서 이야기했다.
"다들 여기에 모였군요. 그렇다는 것은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수작을 부리겠다는 이야기겠군요. 뭐..좋습니다. 여기서 당신들을 처단하면...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요."
ㅡ풍덩
뒤이어 갑자기 풍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너굴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 것일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청호는 낄낄거리면서 비웃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친 모양이로군요. 그래요. 그게 현명한 판단이지요. 어리석게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말입니다."
이어 청호의 구슬이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주변에 천둥벼락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강한 폭풍우가 불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날씨를 바꾸는 힘. 강력한 신통술 그 자체였다. 이어 그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청호는 하늘 높게 날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전강석화. 번개의 움직임 그 자체였다.
"자. 지금이라도 혼자 살겠다고 도망쳐버린 그 라쿤 녀석처럼 도망쳐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러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아. 이봐. 도망갔다는 결론밖에 내리지 못할 정도로 뇌가 굳어버려서는. 머리속에 저 시커먼 물밖에 들지 않아서 말하는 본새하며 생각의 도약이 그정도뿐인 거야?" 아. 저 시커먼 물에게도 실례인 말을 했네. 시커먼 물이 저 머리에 든 것에 비하면 나는 조금 더러운 것이라며 항의하겠어. 라고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올리면서 무감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흔들릴 필요 없어. 도망이던 아니던 저걸 처리하지 않으면 꽤 힘들 거니까 미리 해놓는다 하면 편하거든." 그리고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저쪽을 처리한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겠지. 라고 말하려 합니다.
리스가 활시위를 당기는 것과 아사가 검을 뽑는 모습을 본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손안에 얼음을 끌어모았다. 조금씩, 거대해지는 모습이 마치 도끼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윽고 그것은 그녀의 키만한 모습의 얼음 도끼가 되어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도끼를 휘둘러 어깨에 걸쳐보였다. 마치 전사와도 같이.
"재미있겠네요. 바다의 패자에게 바다에서 승부를 걸다니 그 패기만은 인정해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주변을 살폈다. 이윽고 그녀의 왕관에 박힌 구슬은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가 태어났었던 그 대해와도 같이 찬연하게.
"아사씨, 리스씨. 실례지만 제가 먼저 저것의 목을 따게 해주시겠어요? 이래뵈도 아라의 관리자. 제 바다의 불순물은 스스로 없애고 싶은지라."
평소와 전혀 다르게 정색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서는 아사 님과 밸린 님에 대한 감탄의 눈빛이나 존경의 마음 같은 온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청호에게만 시선을 집중할 뿐. 청호에게 겨누고 있는 활조차 조금의 미동 없이 굳건히, 매섭게 청호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누리 님과 가온 님께서 오셔도 움직임조차 없었다. 그저 똑바로 모래사장 위에 서서 청호를 화살로 겨누고 있을 뿐.
그리고 그 순간, 뒤에어 들려오는 풍덩, 하는 소리. 그에 살짝 뒤를 돌아보자 너굴맨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조금 놀란 듯이 표정이 살짝 멍하게 풀렸지만, 그것은 곧 의외로 다시 희미하게 웃는 것으로 바뀌었다. 마치 무언가를 눈치 챈 듯이.
그리고 들려오는 청호의 비웃음 소리. 그에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청호를 바라보는 얼굴은 다시 정색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곧바로 일부러 청호의 머리 바로 옆을 조준하여 위협의 화살을 하나 쏘려고 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것으로 자신의 뜻은 분명히 전달되었을 터.
그리고는 다시 화살을 만들어내었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그리고 그것들을 동시에 활에 걸어 시위를 당겼다. 평소와 같은 따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색한 표정. 아니, 어쩌면 희미하게 비웃고 있는 표정 같아보이기도 했다.
"......" [웃기고 있네. 헛소리 하지 마. 이 아둔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 지금 감히 누구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냐?] 끼기긱, 팽팽해진 활 시위가 매서웠다. 화살도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듯이 매서웠다. 정확하게 청호를 조준한 여러 개의 화살. 이제 손만 놓아버리면 금방 공격이 시작될 터였다.
"그럼 도망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수영이라도 하러 갔다 이겁니까? 그리고 처리? 농담하십니까?"
아사의 말을 들으면서 청호는 키득거리면서 크게 비웃기 시작했다. 정말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 와중에 날아오는 화살을 바라보며 청호는 매서운 눈빛으로 리스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공격하려는 듯한 저 모습.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밸린의 목소리에 청호는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상대를 하지 않고 적당히 해주니까 꽤 얕보인 모양이로군요. 제 목을 딴다고 했나요? 해보십시오."
"가온아. 여기선 밸린에게 맡기도록 하자."
"....하지만...!"
"밸린이가 저렇게까지 이야기하고 있잖아?"
누리 역시 밸린이에게 맡겨보겠다는 듯이 가온을 막아섰고 가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청호는 흥미롭다는 듯이 밸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그 모습을 정말로 거대한 여우의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전신에서 강한 전류가 흐르는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번개의 신. 그 자체였다. 쉽사리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전류를 몸에서 튀게 하며 청호는 밸린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다면 당신을 먼저 짓밟아드리죠. 생선구이로 만들어드리죠. 후후후.."
한편, 모두의 머릿속으로 곧 텔레파시가 전해져오고 있었다. 그것은 너굴맨의 목소리였다.
ㅡ바다 속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힘들어..! 그래도 어떻게든 끌어올릴테니까 조금만 버텨줘! 이 너굴맨이 해결해줄테니까 안심하라구!
아무래도 너굴맨은 너굴맨 나름대로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너굴맨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니면....
다른 이들을 향해 미소짓고는 가볍게 인사해보이고는 다시 청호를 바라보았다. 들리지도 않는다. 예전부터, 짐승들의 말소리는 잘 들리지않았다. 번개가 뭐가 어떤가? 거대한 벼락따위 웅대한 바다에는 어떤 고통도 주지 못한다. 고작, 고작 그런걸로 나를 이기겠다고 하는걸까? 저렇게도 작은 몸으로?
"아쉽지만 당신에겐 진지하게 해줄 필요도 없겠네요. 불쌍하게도, 당신은 오늘이 지나면 혼자서 걷지도 못하게 될거랍니다."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리고는 눈물이 나온건지 가볍게 도끼를 들지않은 왼손으로 눈가를 쓸어내렸다. 갑작스레 머리를 강타한 텔레파시에 슬쩍 고개를 끄덕이곤 주변에 신통력을 집중한다. 마치 이곳을 집어삼켜버리려는 것 처럼 그녀의 발끝에서부터 까득까득거리며 냉기가 세를 늘려간다.
"저의 이름은 밸린, 밸린 다윈2세. 위대한 아틀란티스의 정통왕위계승자이자 아라의 영주. 나보다도 나약한 이에게 공포를 품는 법은 배우지 않았답니다."
천천히 그녀는 걸어갔다. 발에 들러붙은 얼음의 파편들이 한걸음을 배딛을때마다 으적거리며 깨지고 있었다. 이윽고 청호에게 가까이갔을때, 그녀는 마치 미친듯이 강렬하게 도끼를 휘둘러보였다.
"......" [가소로운 것. 제 주제도 모르고 저렇게 날뛰는구나.] 청호가 노려봐도 움츠러들거나 겁먹은 듯한 모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똑같이 희미하게 비웃는 듯한 표정이 되었을 뿐. 물론 그것도 금방 정색한 표정으로 바뀌었기에 알아채기 힘들지도 몰랐다.
끼기긱, 팽팽한 활 시위에서 손을 놓지 않고 팽팽히 대치하던 중, 머릿속에 너굴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정색했던 표정이 살짝 멍하게 풀렸다. ...역시. 너굴맨 님께서는... 조개 씨를 찾으러 가셨었군요. 너굴맨 님을 믿었던 것에 대하여 보장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자 기쁜 듯이 평소와 같이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힘들다고 말하는 너굴맨 님의 말씀에 살짝 갈등하는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굴맨을 도와드려야 할지, 아니면 전투에 임해야 할지.
밸린 님께서 전투하기 시작하시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밸린 님과 아사 님을 믿어요. 그러니...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을. [......] 두 손을 놓자 활과 화살이 순식간에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검은색으로 가득한 바다로. 비록 조류이기에 바다에서 오래 숨 쉬지는 못하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신통술을 사용해서 숨을 쉬면 될 터.
첨벙, 첨벙. 다급히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물 소리가 가득했다. 그리고...
"......"
숨을 가득히 들이킨 분홍색은 이내 곧 검은색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너굴맨 님을 찾으려, 그리고 조개 씨를 끌어올리는 것을 직접 도와드리려.
/ 활+환각 능력으로 교란시켜서 전투를 도울 지, 아니면 너굴맨을 도와드리러 갈 지, 어떻게 할 지 고민하다가 일단은 이렇게 써봤습니다...!
>>838 고마워요, 밸린주! XD 사실 리스는 지금 '불완전한 각성'이긴 한데... 그래도 고위신 님 급의 무서운 포스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잘 전해진 것 같아서 정말로 기뻐요!ㅎㅎㅎ 그리고 밸린이야말로 너무 멋져요...!!ㅠㅠㅠ(야광봉) 도끼를 휘두르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밸린이...!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