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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택지를 돌리다니...!! 저는 다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렇기에 다 이야기를 해보자면...
현 시각..은호는 누리를 데리고 워터파크에 간 상태랍니다. 누리와 함께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중이에요. 위에서 아래로 쑤욱 내려오는 워터파크 전용 미끄럼틀! 누리는 은호와 같이 있고요. 가온이의 경우는 뭔가 비나리에서 자신이 관리해야 할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고 자신의 몸 하나로는 한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자신의 일을 도울 이를 찾기 위해서 게시판에 붙일 전단지를 만들고 있는 중이랍니다. 백호의 경우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호은골로 내려가서 장을 보는 중이에요. 그곳에서 나는 신선한 야채를 정말로 좋아한답니다.
하이하이에요! 리스주! 다 보인다니...으어억..(흐릿) 아무튼 리스가 지원을 한다고 한다면 가온이는 리스에게는 가벼운 일만 부탁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정말로 어쩌다가 생기는 잔일 같은거? 일단 전에 아사에게 위협을 받기도 했고...(끄덕) 리스가 쓰러지거나 하는 모습은 그다지 보고 싶어하지 않을테니까요. 대신에 지원을 하면 신과는 마음껏 먹게 해줍니다. 혹은 딸기 같은 과일이라던가!
그리고...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이번 주말에는 제가 오기 힘듭니다! 생일 주이기도 해서..주말에 친구랑 좀 놀러가기로 했거든요! 아마 일요일 밤에야 제대로 올 것 같아서...그때까진 거의 텅텅 비우게 될 것 같네요. 다른 분들도 많이 바빠보이니...2일 정도는 스레가 정말로 조용하겠군요!
>>144-145 네, 안녕하세요, 스레주. 흐릿하셔도 다 보이는걸요.(끄덕) 아사에게 위협...ㅋㅋㅋㅋ 너무 귀여웠었죠! 잔일이든 뭐든 리스는 최선을 다하겠지만요. 그래도 답례는 안 받을 것 같네요. 그것들을 받으면 순수히 도와드리고 싶어서 도와드린 게 아닌 게 되니까요. 그리고... 일단 전 있을테니까요. 괜찮겠지요.
>>146 상황만 보면 귀엽지만...당시의 가온이는 완전 무서워했답니다. 일단 아사가 원 모델로 돌아가면 자신보다 훨씬 세다는 것을 알고 있고 말이에요. 그리고 가온이는 아마 거절해도 리스에게 조금은 먹으라고 하면서 나눠줄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마음이고 일을 했으니까 받아도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도와주다보면 신과 나무 한 그루를 나눠줄지도 모르겠네요. 얼마든지 원할 때 신과를 따먹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물론 재배 방법은 알려주고..! (끄덕) 그리고...리스주 시험 아닌가요? 물론...주말은 시험을 치지 않겠지만..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세요!
>>147 그래도 진짜 귀여웠는 걸요. 흡사 환불 받으러 간 도도하고 강한 아사와 직원 가온이...(???) 그리고... 그건 리스가 너무 죄송스러워할 것 같은데요...(흐릿) 일단 '신' 님께서 주시는 거니까 받긴 하겠지만... 그리고 스레주처럼 계속 붙어있진 못하겠지만 간간히는 올 수 있으니까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네.
>>149 ㅋㅋㅋㅋㅋㅋ 그..그렇게 보인건가요? 하지만 확실히 구도는 정말로 귀여웠다고 생각합니다. 직원 가온이라니! 생각해보니 그 구도가 맞네요! 혹은 리스의 보호자인 아사와 고용주 가온이..(??) 그리고..가온이는 그런 상태라면 괜찮다고 하면서 받아두라고 아마 고개를 크게 끄덕일 것 같네요. 어차피 한 그루 나눠줘도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그리고...리스주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괜찮다고 하니까...괜찮다고 생각해도 되겠지만..너무 무리는 마시고요. 여담이지만 시험이 다 끝나시면 간만에 리스를 만나보고 싶어지네요.
>>150 사실 그래서 아사에게 정말 감동이었어요... 스승님을 넘어서서 꼭 엄마 같아서...8ㅅ8 그리고 그렇다면 일단 받기는 하겠지만... 칠광화에 이어서 신과 나무까지. 리스의 집 옆이 풍성해지겠네요. 바빠질지도요. 그리고... 그래요. 이제 2개월도 안 남았으니 열심히 돌려야겠지요. 거의 한 달 정도 안 돌린 것 같아서 감이 잡히려나, 싶지만요.
>>151 물론 리스가 정말로 곤란하다고 한다면 억지로 주거나 하진 않습니다. 가온이도 억지로 뭔가를 떠맡기는 것은 싫어하니까요. 그리고..저도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리스에게 정보를 듣자마자 바로 가온이에게 찾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아사가 마냥 무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잘 보이는 장면이었지요! 그리고...감은..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얼마든지요!
>>152-154 리스는 신과 하나로도 죄송해하는데 신과 나무라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엄마 같은 아사도 좋아요! 리스도 많이 감동 받았었답니다! XD 감은...일단 잡담으로는 몇 번 써보긴 했었으니 아마 잡으려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무튼 잘 다녀오세요, 스레주. :)
오늘 진행은 예정대로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느긋하게 여유롭게 한 달을 잡았으니.. 천천히 즐겨봅시다! 한 번! 그리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 사이에 이어지는 일상 같은 것은 극장판과는 별개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극장판 시나리오 이전이라는 설정으로요!
이렇게 떡밥을 던지다니..하지만 봉재인형이 살아있는 존재였을리는 없을 것 같고... (고민) 리스의 신력이 생명을 부여했다던가..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무의식중에 발동되어버린 신력..(??) 그리고..그건 그렇지요.. 확실히... 결론은 그냥 주말은 쉽니다! (이상한 결론)
그래도..곧 여름은 가겠지요..! 그리고 예상하셨나요? ㅋㅋㅋㅋㅋㅋ 네. 아마..예상하신 이들은 어지간하면 다 나올 듯 하네요..! 그리고..본 적이 없으시군요. 3편의 명대사.. 엄청 유명하지요. 그거. 사실 어제 4편을 보고 왔는데... 재미있더라고요. 혹시 토이 스토리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4편도 추천할까 해서 이야기를 꺼내봤답니다. 아무튼 이제 정말로 밥 먹고 준비하고 올게요!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제가 갱신합니다! 다들 하이하이에요!! 그리고 7시 30분까지 출석체크를 받습니다!
>>331 네. 명작이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밌었어요. 정말로 영화의 끝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1~3편.... 사실상 3편은 그렇다고 쳐도 1~2편은 엄청 옛날 작품이라서..볼 수 있는 곳이 있을지.... 아무튼 시간이 되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명작은 명작이니까요!
신으로서 태어나는 것은 참으로 영문을 알 수 없는 기분이다. 그 이전의 느낌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 나는, 우리들은 이 세상에 신으로서 존재했다. 아무것도 없는 척박하고 메마른 땅. 그곳에서 눈을 뜨며 우리들은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저 하늘에 떠 있는 저 별, 저 별들을 바라보며... 아무런 목적지도 없는 길을 나섰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신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저 우리들은... 우리들은....
서로에게 의지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서로를 의지하며...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며 우리들은 서로에게 맹세했다.
"이 세상 모두가 우리의 적이 된다고 하더라도..."
"저는 당신의 편이..."
"나는 너의 편이..."
"될 것을..."
"되는 것을..."
"맹세합니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기로 한 너와 나. 우리 둘의 인연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처음 태어날 때부터 항상 내 옆에 있던 너이고, 나였기에...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끊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질긴 인연을 약속했다.
여름의 더위가 조금씩 강해질 무렵... 라온하제 안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신들이라면 대부분이 느꼈을 것이다. 그것은 매우 강렬한 살기였다. 눈에 띄면 모든 것을 없앨지도 모르는 그런 살기가 라온하제 주변을 조용히 감돌고 있었다. 그 살기의 정체는 그 무엇보다 차갑고, 그 무엇보다 냉혹한 것이었다.
누군가는 대항하려고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벌벌 떠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언가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그 분위기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신들의 머릿속으로 은호의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ㅡ이 목소리가 들리느냐? 들리는 이들은 당장 비나리에 있는 내 저택으로 오도록 하라!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상당히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당장 저택으로 오도록 하라! 지금 당장!!
그 목소리는 평소의 느긋한 느낌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것은 매우 다급하고 긴박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 있는진 알 수 없지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늘 위의 결계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모습이 모두의 눈에 보였을지도 모른다. 무언가가... 결계를 부수려 하고 있었다.
바들바들. 살기가 느껴졌다. 평화롭기만 하던 라온하제였건만, 매우 강렬한 살기가 느껴져왔다. 그렇기에 그저 집 안에 틀어박혀서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었다. ...싫어요... 이, 이런 살기는... 이제 더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
그러다 은호 님의 텔레파시가 들려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비나리의 저택. 비틀, 바들바들 떠느라 힘이 다 빠져버린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창가에 앉아있는 론을 바라보았다. 멍한 눈으로.
"......론."
[......]
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천히 두 손을 뻗어 론을 조심히 안아들었다.
"...같이 가요, 론."
론만 혼자 둘 수는 없었기에. 비틀비틀, 집을 뛰쳐나오는 다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곧바로 분홍색 두 날개를 펼쳐내어 비나리에 있는 은호 님의 저택으로 날아가려 했다. 하늘 위로 보이는 결계가 금이 가는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며. 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은호가 사는 저택에 도착하자 보이는 곳은 수많은 신들이 모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곳으로 오지 않은 신들도 있는지 모든 신들의 모습이 그곳에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저택의 입구에서 가온이 정말 빠르게 손을 흔들면서 신들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돕고 있었다. 가온 뿐만이 아니었다. 누리와 백호 역시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로 가온을 도와 신들을 유도하고 있었다.
"자! 빨리! 빨리 들어오십시오!!"
"어서! 어서 들어와!!"
"거기 리스도 어서 이쪽으로!"
수많은 신들을 부르면서 안으로 유도하는 가운데, 결계는 더욱 더 금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순식간에 커다란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풍겨오던 살기는 더욱 안으로 퍼져오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검붉은 번개가 몰아치기 시작했고 수많은 신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번개를 바라보며 백호는 순간적으로 꼬리를 바짝 세우고 하늘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절연(絶緣)의 고위신. 흑호..."
뒤이어 하늘의 번개가 땅으로 몰아쳤고 그것은 아주 강렬한 섬광이 되어 주변을 집어삼켰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섬광이 천천히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제법 나이가 있어보이지만, 그 위엄과 카리스마가 상당히 매서운 검은 여우 수인 신의 모습이었다. 수염이 길지만 그 눈빛이 보통 살벌한 것이 아니었고, 그 신에게서 느껴지는 신력은 은호보다 더욱 강력해보였고 더욱 차갑고, 더욱 매서워보였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온은 크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곧 바람이 그곳에 불어닥쳤고, 은호가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서지 말지어다. 가온.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니라. 아직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어서 들어가도록 하라. 그곳엔 내가 결계를 쳐뒀으니 쉽게 깨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그곳도 언제나 안전할 수는 없는 법이니.. 일단 대기하도록 하라."
하늘은 검게 물들었고 혼란에 빠진 신들은 부랴부랴 은호님의 저택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무엇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살기가 공기를 가득 채워 숨쉬는 것 조차 힘들었지만 그래, 이런 상황이라면 아바마마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니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공주님!! 어서 가셔야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갈거야, 샬롯."
시끄럽게 떠드는 샬롯의 목소리, 바람이 불었다. 슬픔과 고통이 섞인 것 같은 것들이 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저 바람에 불과했으나 마치 그것에 베이기라도 해버릴듯 하여 조금 소름이 끼쳤다. 이길 수 있는걸까. 여차하면 안에 있는 이들을 모두 아틀란티스로 도피시키는 계획도 생각해 두었지만 그곳은 심해의 저편. 이곳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는 금새 머리가 터질정도로 아파올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걸까.
은호 님의 저택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수많은 신 님들의 모습이었다. 가온 님, 누리 님, 백호 님. 모든 '신' 님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금방이라도 추락할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저택 안으로 날아서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깨져버린 결계.
"흐윽...!!"
엄청난 살기가 들어오자 작게 비명을 지르며 론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추락하듯 땅에 주저앉아 버렸다. 바들바들, 두 눈을 꽉 감고 작게 웅크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나 천천히, 흐린 눈동자를 들어올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검은 여우 수인 '신' 님의 모습.
"......흑호... 님..."
바들바들. 목소리마저 떨려오는 가운데, 은호 님께서 나타나시자 놀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 은호 님...?"
목숨이... 끊어지신다구요...? 바들바들, 온 몸이 떨려오는 와중에도 그 말을 듣고는 비틀비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외쳤다.
리스의 말에 은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고개를 살짝 돌려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전혀 겁이 나지 않는다는 듯, 정말로 여유로운 미소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흑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것은 냉소 이상을 뛰어넘은 커다란 비웃음이었다. 정말로 웃고 웃고 또 웃고 나서야 흑호의 말이 조용히 들리기 시작했다.
"재앙의 여우였던 너도 꽤 사랑을 받는구나. 인간들은 그것을 신분 세탁이라고 하던가?"
"거 말이 많도다. 늙다리. 덤빌 거면 덤비도록 하라. 그렇게 쉽게 당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 흑호의 손에 거대한 검은색 에너지 덩어리가 생성되었다. 그 에너지 덩어리에선 검붉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얼핏 봐도 정말로 위험해보이는 그 덩어리를 흑호는 있는 힘껏 은호를 향해 집어던졌다. 하지만 은호는 아주 가볍게 그것을 받아쳤고 그 덩어리는 곧 근처에 떨어지고 큰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은 정말로 강렬해 후폭풍으로 인한 바람이 모두를 스쳐지나갔지만 저택 근처에 쳐져있는 결계가 깨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흑호는 다시 한 번 더 그 에너지 덩어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다는 듯 은호는 피식 웃어보였다.
"이런 것이 나에게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안 통하는 거 아까도 봤는데 나이를 많이 먹어서 눈이 나빠지기라도 한 것이더냐?"
"...어떻다고 생각하나?"
뒤이어 그곳에 싸늘한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은호를 향해서 나아갔고 그와 동시에 은호의 두 손은 갑자기 튀어나온 적호와 청호. 두 여우 신의 손에 의해서 붙들렸다.
".....!"
"언제 내가 혼자 왔다고 하였나? 말했을터다. 여기서 목숨이 끊어질 거라고..."
"엄마!!"
"은호 님!!"
이어 가온이 빠르게 결계 안으로 튀어나가려고 했지만 백호가 가온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백호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노. 노. 가온아. 네가 간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은 알잖아? 일단 내가 나갈게. 시간이 없으니까 짧게 이야기할게. 은호님이 이야기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정해둔 피난처 있지? 그곳으로 향해. 지금 당장. 다른 신들도 이쪽은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온이에게 붙어! 괜히 남아서 싸우니 뭐니 그런 소리 말고. 지금 너희가 덤벼도 저 절연의 여우는 이길 수가 없으니 말이야."
이어 백호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 가온은 수많은 신들을 한번에 옮기기 위해서 신통술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금은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의 주변으로 강렬한 신의 힘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와는 별개로 백호는 결계밖으로 뛰쳐나가 단번에 적호에게 킥을 날렸고 적호는 갑작스런 그녀의 공격에 굴렀다.
"크어억!"
"적호 님?!"
순간적으로 적호가 굴러버리자 청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은호는 재빠르게 청호를 밀쳐버리고 자신에게로 막 날아오는 구체도 다시 튕겨버렸다. 이어 은호는 백호를 바라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백호에게 이야기했다.
"굳이 도와줄 건 없었느니라. 하지만 그래도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니 고맙다고 하겠느니라."
"어머. 은호님.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잖아요? 은호님이 위험할 때 돕는 것은 저라는 거 잊지 않았겠죠? 괜히 은호님과 함께 다닌건 아니라는 거..기억하고 있지 않나요?"
"기억하고 있느니라. 언제나..."
이어 은호와 백호는 전투 태세에 들어갔고 적호와 청호, 흑호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정말로 치열한 싸움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 한 쪽도 밀리지 않고, 어느 한 쪽도 일방적이지 않은 치열하고 치열한 전투. 하지만 역시 숫적으로 조금씩 밀리는 것일까. 은호와 백호 쪽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둘 다 근처의 벽에 제대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며 누리는 달려가려고 했지만 가온이 그녀를 꼬옥 붙잡았다.
"놔! 놔! 엄마와 언니가..!!"
"안됩니다. 누리님! 일단 여기선 피신하셔야 합니다!! 리스 씨! 누리님을 같이 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온은 계속해서 자신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고 눈앞의 광경은 계속해서 모두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한번 깨진 균형은 일방적으로 계속 밀리기 시작했고, 흑호는 정말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를 생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씨익 웃으면서 은호에게 집어던졌다.
"자.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끝이다. 은호..."
"큭...!"
"........!"
에너지 덩어리가 방출이 되었고 그것은 은호를 집어삼킬 것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백호가 비틀거리면서 일어섰고...그대로 에너지 덩어리 앞으로 나아갔고 몸을 펼쳤다.
"....백호..?"
"백호 언...니..?"
"죄송합니다. 은호 님. 누리 님. 떠나가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강한 폭발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가온의 힘이 모두 모였고..그대로 모두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어딘가로...어딘가로....
이어 모두가 도착한 곳.. 그 곳은 다름 아닌 어떤 동굴 속이었다. 그곳에 온 이들은 그곳이 곧 어디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곳은 한 때, 누리가 오로라를 펼치기 위해서 왔었던 바로 그 곳이었다. 상당히 많은 신들이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널널한지 안의 공간은 충분할 정도로 넘쳤다. 주변에는 마실 수 있는 물도 있었기에 당장 목을 축이거나 하기에는 충분한 일이었다.
"......."
폭발소리와 그때 있었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는지 누리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가온은 이를 빠드득 갈면서 괴로운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누리님..."
"...엄마...언니..."
정말로 제대로 충격을 먹기라도 했는지 누리의 눈동자에는 전혀 기운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그곳에 바람이 곧 불어닥쳤다. 그리고 모두의 앞에, 온 몸이 만신창이인 은호가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은호님?!"
"엄마?!"
"......."
숨을 강하게 내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은호는 분명히 살아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는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겨우 고개를 들어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멍.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멍한 표정으로 그저 누리 님을 붙잡다가 그대로 스르륵 풀려 아래로 털썩 주저앉는다. 멍한 눈빛은 지금 이 곳이 동굴인지, 아닌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소리만은 확실히 들려와, 천천히 누리 님과 가온 님 쪽을 돌아보았다.
"......"
누리 님과 가온 님께서... 괴로워하고 계세요. 제가... 제가... 위로... 해드려야 하는데... 그러나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목소리는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바람이 불어오며 바닥에 툭 떨어지는 은호 님...?!
"......!!"
그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서는 급하게 은호 님 쪽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숨은 쉬고 계시지만 온 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그것을 본 순간, 머리보다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 두 손을 은호 님께 가까이 대며 신통력을 발휘하려 은호 님을 치료해드리려 했다. 제가 어떻게 이 힘을 쓸 수 있는지 따위는 지금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지금 그것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
은호 님의 물음에 그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끄덕여 대답했다. 얼굴은 이미 울먹이고 있었지만. 하지만... '신' 님께서 다치셨다는 건...
마음 속으로 자신의 '신' 님께 간절히, 처절하게 기도를 올렸다. 제발... 제발... 저의 '신' 님... 모두를 지켜주세요...
자신을 치료해주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은호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그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려는 듯 손을 올렸다. 그녀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가온은 조용히 바라보았고 누리는 두리번거리면서 은호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엄마...괜찮아...? 백호 언니는...?"
"백호는.....백호는...절연되었느니라.."
"....?!"
절연. 말 그대로 연을 자르다라는 의미였다.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누리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은호는 비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본디 흑호는, 인연을 자르는 재앙을 부르는 여우니라. 그것은 신도 인간도, 구분이 없느니라. 말 그대로 그 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인연을 절단하는 것이 바로 흑호의 힘. 백호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몸을 던졌고 그대로 쓰러졌느니라. 그리고..흑호에 의해서 나와의 인연, 그리고 너희들과의 인연이 절단되어..이제는... 그 인연이 처음부터 없던 것이 되어...너희를 기억하지 못하느니라."
".....!"
그 말에 누리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엄마. 거짓말 하지 마. 그렇게 부정하는 목소리를 내며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은호는 거짓말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곧 모든 것을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가까웠다.
ㅡ아무래도 재앙의 여우가 날뛰는 모양이로군.
그리고 곧 들려오는 것은 일전에도 들려오는 동굴 속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가온은 물론이고 누리도, 그리고 다른 신들도 깜짝 놀라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지만 거기엔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저 들려오는 것은 고요한 목소리 뿐이었다.
"....그렇다. 절연을 부르는 재앙을 일으키는 여우가 라온하제를 삼키고 있느니라. 황룡."
ㅡ골치가 아프게 되었구나. 축복의 여우여.
황룡. 그것은 보물을 찾은 이라면 아마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 단어였다.
은호가 이 땅에 와서 땅을 지배하기 전, 이 땅을 지배하고 있었던...수호신의 이름이었다.
울먹이면서도 은호 님의 말씀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은호 님의 쓰다듬은 조용히 받았지만, 은호 님을 치료하려 신통술을 발휘하는 두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흔들리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은호 님의 상처를 치료해드려야 한다는 생각 뿐.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곧 이어지는 백호 님의 이야기에 멈춰버렸다.
"......!"
다시 또 충격을 받았는지 멍한 표정. 잃어버린 목소리는 다시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은호 님을 치료해드리던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려오는 것에서 얼마나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옆에 떨어진 론 마저도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지켜보았다.
......저의 '신' 님...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 속으로 불러보았다. 지금은 누구에게든 기대고 싶었다. 저의 '신' 님께 기대고 싶었다. 이러한 괴로움은... 고통은... 아직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다. 마음이 부서져가고 있었다. "......?"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들려오는 고요한 목소리. 예전에도 들은 적 있던 그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았고, 이어진 은호 님의 말씀에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
...황룡 님.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죽어버린 눈빛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볼 뿐.
리스의 표정을 바라보던 가온이 정말로 걱정스럽다는 듯이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도 곧 리스에게 말을 조용히 걸어왔다. 그것은 꽤 자비로운 듯한,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ㅡ이전에도 이곳으로 온 적이 있는 홍학이여. 너는 괜찮은 것이냐? 하얀 여우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걱정하지 말지어다. 안 그런가? 축복의 여우여.
"......."
이어 은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에 가온은 물론이고 누리 역시 고개를 갸웃하면서 은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은호는 그 궁금증에 대답하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백호와의 인연은 확실히 끊어졌느니라. 하지만...그 끊어진 인연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먼저 신통술을 써서 그 인연의 기억들을 라온하제의 전역에 뿌려뒀느니라. 정확히는... 다솜의 명소, 아라의 명소, 가리의 명소, 그리고..미리내의 명소. 청룡, 주작, 백호, 현무. 이렇게 4명이 잠들어있는 곳에 뿌려뒀느니라."
"그러면 그것을 되찾으면...!!"
ㅡ애석하게도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바깥은 그 재앙의 여우의 힘에 물들어가고 있느니라. 생명의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축복 또한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 그들의 힘이 약하지 않으니...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흑호와 적호, 청호는 분명히 밖에 있을 것이고..만약 눈에 띄기라도 하면 이번에는 어떻게 공격해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이곳은 안전해보였지만... 그래도 그거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기에...
ㅡ그래도 녀석들의 힘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신. 즉 청룡과 주작, 백호, 현무. 그렇게 4명을 다시 깨워 그들의 힘을 빌린다면, 적어도 그들의 사악한 힘 정도는 억누를 수 있을 것이고 이 땅도 그들의 손에서 다시 되찾을 수 있게 되겠지. 하지만...그 정도 각오와 용기가 있느냐?
"......"
ㅡ대답해라. 축복의 여우의 여식이여. ...축복의 여우는 그 힘이 많이 떨어져 움직이기 힘들 것이다. 결국 움직일 수 있는 고위신은 너 하나 뿐. 네가 그것을 할 수 있겠느냐.
"......"
자신에게 묻는 그 물음에 누리는 꼬리를 내리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건...마치 겁을 먹은 모습과 비슷했다.
자신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는 그녀의 모습에 누리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망울로 리스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 마음이 전달 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지금은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은 것일까. 그것은 오로지 누리만이 알 수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짓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누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와 같이 가줄 거야? 나와 같이 할 수 있어?"
"아니..리스 씨만이 아닙니다. 저도 함께 동행하겠습니다! 저는 누리님을 지키는 신! 그러니까 누리님 혼자서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
"......."
"겁 먹지 말지어다. 확실히 그들은 위험한 존재니라. 하지만..모두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니라. 그것이 인연의 힘이니라. 그리고 넌 내 딸이지 않느냐. 하지만..너무 무리하지 마라. 위험하면 도망치는 것도 절대로 잊지 마라. 알겠느냐?"
이어 은호가 누리를 격려하듯이 이야기를 했고 손을 뻗어 리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표정을 보면 너조차도 무서워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렇게 나서는 것으로 보아, 용기가 있는 이로다. ...너도 다치지 말고..반드시 무사하도록 하라. 알겠느냐?"
ㅡ결정이 된 모양이군.
이어 저 하늘 위에서 4개의 구슬이 천천히 떨어졌고 그것은 곧 누리의 품 안에 안기었다. 각각 분홍색, 녹색, 주황색, 파란색. 각각 다솜, 아라, 가리, 미리내를 상징하는 색이었다.
ㅡ그 구슬을 각 지역에 있는 신들이 잠들어있는 곳으로 가도록 하라. 너희가 말하는 명소가 바로 그곳이니라. 자. 움직여라. 용기 있는 이들이여. 라온하제의 운명은 너희들에게 달려있다.
"......."
이어 누리는 리스를 바라보았다. 자신과 함께 해줄 수 있냐는 무언의 물음을 그녀는 조심스럽게 날리고 있었다.
//오늘자 진행은 여기까지입니다! 반응레스를 부탁할게요!! 그리고 내일부터..시작되는 각 지역 탐방 레이드..! 라는 겁니다..!
누리 님께서 자신을 끌어안자 잠시 멍하니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천천히 자신 역시도 두 팔로 누리 님을 꼬옥 끌어안았다. ...괜찮아요. 다 괜찮을 거예요, 누리 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론 끊임 없이 누리 님께 말을 걸며.
그리고 이어지는 누리 님의 물음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저는 이미 결심했고, 그것은 자신 뿐만이 아니었으니. 가온 님의 목소리가 들려 희미하게 웃어보이다가 은호 님께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자 한 박자 늦게 멍한 눈빛으로 은호 님을 올려다보았다.
"......"
...다치지 말고, 반드시 무사하게.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 아파왔다. 자신이 과연 저 말을 들을 수나 있었을까. 들을만한 가치가 있던 존재였을까. 그러나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고개를 가만히 숙인 채 고개를 끄덕끄덕이는 것 뿐이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으니.
이어서 라온하제의 각 지역을 상징하는 색깔을 띠는 구슬 4개가 천천히 떨어져 누리 님의 품에 안겼다.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자연스럽게 누리 님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리고...
"......"
희미하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 대신 전하는 대답. 자신은 이미 준비가 되었다. 어차피 언제나 살기 위해 발버둥치던 삶이었다. 지금 한 번 더 발버둥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으니까.
4개의 구슬을 가지고 각 지역에 잠들어있는 사신을 깨우기 위한 여정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리는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르는 신들도 있었다. 일단 그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다솜이었다. 정확히는 다솜의 명소인 벚꽃나무 숲이었다. 하지만 그곳의 풍성함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미 벚꽃나무들은 생명력을 잃어가면서 말라가고 있었다. 그 풍성한 분홍빛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는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지금 이 모습이 아무래도 보기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뒤이어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심호흡을 쉬기 시작했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일단 이 벚꽃나무 숲 안 어딘가에 사신 청룡이 잠들어있는 곳이 있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한번 모두 흩어져서 찾아보자. 혹시 위험한 일이 벌어지면 반드시 알려야해! 알았지?"
이어 누리는 앞장서서 이곳저곳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가온 역시 고개를 끄덕이면서 냄새를 맡으면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슬슬 그 둘이 하는 것처럼 탐색을 해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누리 님을 뒤따라 나선 여정. 라온하제의 네 지역에 찾아가서 사신을 깨우려 천천히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품에는 론을 꼬옥 끌어안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다솜의 벚꽃나무 숲이었다. 이곳은... ...저의 집이 있기도 한 곳. 그러나 벚꽃나무 숲의 나무들은 말라가고 있었다. 그 아름답던 분홍빛마저 잃어간 채.
"......"
그 처참한 모습에 안 그래도 내내 어둡던 표정이 더욱 슬퍼졌다. ...분홍빛을 잃어가고 있어요...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만 같았다. 분홍색이라곤 하나도 없던, 회색으로만 가득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그저 론만 꼬옥 끌어안았다.
"......"
그리고 이어지는 누리 님의 말씀. 그 말씀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탐색에 나서기 시작했다. 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론의 조언조차 들을 수 없는 지금, 힘 없는 발걸음으로 조용히 벚꽃나무에게로 다가갔다. 빛을 전부 다 잃어버린, 죽어가고 있는 벚꽃나무에게.
가온과 누리와는 따로 떨어져서 탐색을 시작하던 리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죽어가는 벚꽃나무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생명을 잃어가는 대지, 활기를 잃어버린 대지 그 자체였다. 마치 이 땅에 살아가던 무수히 많은 이들과 이 땅의 인연이 끊어진 것만 같은 모습. 이 또한 흑호의 소행인 것일까. 이전의 분홍빛이 사라져가며 말 그대로 매마른 나무만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편 그렇게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어딘가에서 작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것은 벚꽃나무 숲에서 살고 있던 작은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냐옹..."
많이 다쳤는지 비틀거리고 있는 작은 아기 고양이는 금방이라도 툭하고 쓰러질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 다친 것 뿐이기에 목숨에 지장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쓰러질법하지만 쓰러지지 않으면서 아기 고양이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야옹, 야옹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틀어 어딘가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리스를 바라보면서 울음소리를 냈다.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벚꽃나무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자신을 겹쳐 보는 것만 같았다. 분홍색을 잃어버리고, 그대로 서서히 회색으로 시들어가는 모습. 그것은 마치 정말로...
"......?"
그렇게 죽은 눈동자로 벚꽃나무를 말 없이 올려다보던 중, 갑자기 작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내린다. 그리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보이는 것은... 작은 아기 고양이 씨...?
"...!!"
많이 다친듯한 아기 고양이의 모습에 깜짝 놀라 황급히 아기 고양이에게로 뛰쳐나갔다.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으로 다시금 신통력을 발휘하려 아기 고양이를 치료해주려 하며.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치료해주려 하기도 전에, 아기 고양이는 계속해서 울면서 어딘가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을 보고 따라오라는 것처럼.
...아기 고양이 씨...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조용히 불러보며 론을 끌어안은 채 아기 고양이의 뒤를 쫓아 걸음을 재촉했다. ...치료... 해드려야 하는데... 눈빛이 죽어버린 와중에도 아기 고양이의 상처를 걱정하며.
아기 고양이는 마치 리스를 안내하듯이 안으로 천천히, 천천히 들어갔다. 그리고 머지 않아 어느 한 거대한, 정확히는 이 벚꽃나무 숲에서 제일 거대한 크기의 벚꽃나무 앞에서 멈추었다. 아직 그 나무는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는지 여전히 분홍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분홍색 벚꽃잎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고, 그것은 하늘하늘 땅에 쌓여갔다. 그리고 바로 그 나무 앞, 정말로 많이 다친 어미 고양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었짐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기 고양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다쳤다는 사실이었다.
ㅡ냐옹...
아기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에게 달려간 후에 그 상처를 혀로 핥으면서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하지만 어미 고양이는 상당히 많이 지쳤는지, 혹은 많이 다쳤는지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채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무를 가로막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 작은 몸으로 대체 무엇을 가리는진 알 수 없었지만 어미 고양이는 축 늘어진 상태에서도 나무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
"......."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어딘가에서 스윽, 스윽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리스에게는 어쩌면 낯이 익은 소리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머지 않아 저 편에서 보이는 것은 일전에 결계 밖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괴롭게 했던 원흉이었던 바로 그 뱀 악신의 모습이었다.
"...이번에야말로...이번에야말로..."
두 눈에 붉은색 안광이 돌고 있는 그 악신은 천천히 고양이 두 마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그 고양이 두 마리를 노리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악신의 몸에는 여러 발톱자국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마치 고양이가 할퀴고 지나간 자국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기 고양이를 따라서 천천히, 그러나 발걸음을 재촉하여 벚꽃나무 숲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내 곧 도착하게 된 제일 거대한 벚꽃나무. 아직 분홍빛을 유지하고 있는 벚꽃나무의 모습에 놀란 듯이 죽어버린 두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분홍색...
그러나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려보자 보이는 것은 정말로 크게 다친 어미 고양이의 모습.
"...!!"
그에 깜짝 놀라 곧바로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어미 고양이 옆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론을 어미 고양이 옆에 내려놓은 채, 두 손을 뻗어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를 동시에 치료해주려 했다. 무의식적으로 신통력을 발휘하며. 지금 이 힘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이 다쳐버린 가엾은 두 존재들을 치료해주고 싶을 뿐.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 시력이 좋지 않은 대신 발달한 청각은 그것을 민감하게 잡아냈고, 그에 고개를 홱 돌리자 예전에 보았던 뱀 악신의 모습이 보였다. 붉은색 안광을 빛내며 고양이들 쪽으로 다가오려는 듯한 악신의 모습이. [리스.] 그 모습을 본 순간, 이성보다도 몸이 먼저 움직였다. 앉아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서고는 목에 달린 구슬을 빛내며, 두 손에 모이기 시작하는 연분홍색과 하얀색의 빛. 그리고 그 빛을 가르며 쥐어낸 손에는 어느샌가 만들어진 활이 들려있었고, 빛으로 가득한 화살 역시 활에 걸려 그대로 시위를 당겨 뱀 악신을 겨냥했다. 망설임 따위 없는 일련의 동작이었다. [바로 그거야.] "......" [믿지 마. 저들은...]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정색한 표정. 뱀 악신과 마찬가지로 유일하게 보이는 한 눈동자에는 안광이 뿜어져나오고 있었고, 그 전체적인 분위기는 평소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정말로 '신'으로서의 위엄과 위압감을 뿜어내는 듯한 모습.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다가왔다가는 그대로 쏴버리겠다는 듯이 휘어진 활이 팽팽했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신' 님이 아니니까.] /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방법은 비밀입니다. 그리고... 리스가 불완전한 각성...? 을 하게 되었네요.
리스가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를 동시에 치료해주는 가운데 점점 더 뱀 악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기 고양이는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내었고 어미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그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점점 가까워져오는 거리 속에서 리스는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활과 화살을 만들어서 겨냥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악신은 리스를 바라보았다. 정색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악신은 씨익 웃어보였다.
"그때 본 적이 있는 홍학이로군! 또 만나서 반갑게 되었다. 완전히 목숨을 잃은 줄 알았는데 검은 여우가 나를 다시 깨워주었고 이 땅을 나에게 주었지. 그리고 만난 것이 너라니. 하지만 네 녀석에게 관심이 없어. 난 배가 고프고 전에 먹지 못했던 저 고양이 녀석들을 잡아먹을 생각이니까."
천천히 다가오면서 악신은 사악한 기운을 강하게 내뿜었다. 그것은 이전보다 더욱 막강하고 강력한 힘이었다. 점점 가까워져오는 가운데 악신은 위협을 하듯 리스에게 이야기했다.
"그 힘으로 나를 쏘겠다고? 쏴보시지. 그것을 맞고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 물러서면 그 고양이를 잡아먹는 정도로 끝내주마. 하지만...날 공격하면 너 역시 내 식사거리가 될텐데... 그래도 상관없나? 고작 저런 작은 고양이 두 마리를 지키겠다고, 나를 발견하자마자 나를 공격한 저 건방진 고양이 두 마리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걸겠다 이것이냐?!"
이어 악신은 자신의 덩치를 키웠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정말로 거대하고 거대한, 검은색 뱀의 모습이었다.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다름 아닌 전에도 만난 적이 있던 뱀 악신. 그에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마치 진짜 '신'이 된 것처럼 위압감을 내뿜으며 신통술로 만들어낸 활과 화살을 그 악신에게 겨눴다. 웃음기 하나 없이 정색한 무표정으로.
"......"
악신이 자신에게 인사하며 비웃는 와중에도 표정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에게 겨누고 있는 화살 역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에게서 사악한 기운이 강하게 뿜어져 나와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안광을 빛내며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
"......"
악신은 자신을 협박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더 덩치가 커져 거대한 검은색 뱀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감정 없이 정색한 얼굴로 뱀을 올려다보다가... 망설임 없이 그대로 화살을 쏴버리려 했다. 일부러 뱀이 된 악신의 머리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도록 조준하여.
"......"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대답을 할 순 없었지만, 어차피 상관 없을 터였다. 방금 이 위협의 화살로 자신의 뜻은 전달이 되었을테니. 다시금 빛으로 화살을 만들어내었다. 다만, 이번에는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를. 그리고 여러 개의 화살을 동시에 활에 걸어 그대로 시위를 잡아당겼다.
"......" [가소로운 것. 꺼져.]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자신도 모르게 악신의 사악한 기운에 대항하여 보호막과도 비슷한 기운을 벚꽃나무 주변에 펼치려고 했다. 표정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 없이 무표정을 한 채. 진짜 '신'과도 같은 위압감과 위엄으로. 더 이상 다가왔다가는 정말로 공격을 퍼부으려는 듯 했다.
/ 지금은 아무래도 상황이...(끄덕) 스레주께서 어제 눈치 채셨다시피 마음이 부서져가고 있다고도 언급했었으니까요. 그리고 싹싹 비실 필요는 없으셨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뿅!
빗나가긴 했지만 머리 바로 옆을 스쳐지나간 화살에 화가 제대로 났는지 악신은 크게 괴성을 질렀다. 그 괴성은 말 그대로 주변이 크게 울릴 정도로 아주 거대하고 흉악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을 위협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악신은 더욱 큰 괴성을 질렀고 악신은 빠르게 질주했다. 전신에서 퍼지는 검은색 연기는 그 사악한 힘을 그대로 보이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가온이 튀어나와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악신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그리고 가온은 고개를 돌려 리스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리스 씨! 괜찮으십니까?!"
"리스! 괜찮아?!"
뒤이어 누리 역시 저 편에서 달려오면서 리스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리스가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곧 고양이에게로 향했다. 냐옹~ 냐옹~ 우는 소리가 힘없이 들려왔다.
"이 고양이들은...."
ㅡ냐오오옹...
뒤이어 어미 고양이는 누리를 바라보면서 울음소리를 내었고 천천히 몸을 치웠다. 그러자 그 고양이의 몸 너머에 가려져있던 작은 홈 같은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구슬을 꽂을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였다. 뒤이어 어미 고양이는 비틀거리면서 악신을 향해 걸어나갔다.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 그 악신에게 덤벼들 생각인 듯 보였다.
그리고 리스의 머릿속으로 조용히 목소리가 울려왔다. 그것은..일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어미 고양이의 목소리였다.
ㅡ도망치지 않고...저와 이 아이를 지켜주려고 해서 감사합니다. 그때처럼...당신은 또 다시 우리를 구해주시는군요.
ㅡ이 숲에서 사는 동안, 저는 많은 것을 들었습니다. 이 숲에는...성스러운 신이 잠들어있다고...
ㅡ그래서..이 숲의 생명력이 사라질 때 저는 이곳으로 왔습니다. 저와 제 아이가 살고 있는 이 나무가..바로 그 신이 잠들어있는 곳이라고 했기에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그래서 은호님이 부를 때도 저희들은 이곳으로 오지 못했습니다.
ㅡ제가 가지고 있는 작은 신력. 은호님이 저를 살려주셨을 때 미약하게나마 받은 이 신력으로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부디..제 아이를 부탁할게요.
"......" [지금 누가 누구더러 건방지대? 가소로운 것. 고작 화살 하나에 저러는 꼴이라니.] 뱀 악신이 괴성을 내질러도 미동 하나 없이 무표정으로 악신을 바라보았다. 작은 감정 하나 담겨있지 않은 그 모습은 모든 존재들을 '사랑'하려던 평소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리고 이내 곧 질주하는 악신을 향하여 결국 여러 개의 화살을 조준하고 그대로 시위를 놓으려던 바로 그 순간, 가온 님과 누리 님이 나타나셨다.
"...!" [......칫.] 그에 무표정했던 얼굴이 살짝 풀려 놀란 듯이 멍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활을 들고 있는 손을 살짝 내리고 자신을 살펴보는 누리 님을 멍하니 보고 있다,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와 다시 황급히 몸을 돌려 고양이들에게로 다가갔다. ...치료... 어서 치료를...!
그러나 자신이 신통술을 사용하기도 전, 어미 고양이는 비틀거리며 악신을 향해 걸어나갔고, 자신의 머릿속에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어미 고양이의 목소리가.
"......"
멍한 표정으로 어미 고양이를 바라보며 그 모든 설명을 듣고 난 후, 악신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하는 그 뒷모습을 보며 활마저 놓친 채, 소리 없이 비명을 내질렀다. 방금 전과는 대조적으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 --!!"
그리고는 다급히 누리 님께로 비틀비틀 달려가 무너져내리듯, 누리 님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 -!!"
울음기 가득한 얼굴로 어미 고양이가 막고 있던 작은 홈을 검지 손가락으로 마구 가리키며. 구슬 씨를 저기에 꽂아야 한다는, 그래야 청룡 님께서 깨어나실 수 있다는 그 간단한 설명 하나 목소리로 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나약함이 한심하여 더욱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떻게든 누리 님께 그 사실을 전하려 노력하고선 곧바로 다시 활을 집어들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어미 고양이를 붙잡으려는 듯이. 만약 붙잡지 못했다면 악신을 화살로 쏘아버리려는 듯이.
갑자기 자신의 두 손을 붙잡고 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 모습에 누리는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곧 가리키는 홈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슬을 바라보던 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슬 중 다솜의 색을 지니고 있는 구슬을 꺼내들었다. 한편 악신에게로 달려가던 어미 고양이는 리스에게 붙잡혀 몸을 바둥바둥 흔들었다. 자신을 막지 바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크게 야옹, 야옹 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아기 고양이가 달려와서 어미 고양이에게 달라붙었고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힘으로 밀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잘 싸우고 있던 가온은 그 커다란 꼬리에 맞아 근처 나무에 제대로 충돌했고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악신은 다시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정확히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리스를 향해서...
"나를 보자마자 달려든 하찮은 고양이놈들. 그리고 나에게 활을 쏜 홍학. 너희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았느냐?! 나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 그 순간, 누리는 구슬을 홈에 끼워넣었다. 그 순간이었다. 벚꽃나무에서 분홍색 빛줄기가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쳤다. 그리고 주변에 분홍색 빛이 여기저기로 아름답게 떨어졌다. 이어 악신은 순간 당황을 하면서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뭔가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악신은 비틀거렸고 곧 크게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악!!"
이내 다솜의 전역에 결계가 쳐졌다. 그것은 이전에 존재하고 있던 결계와 비슷한 느낌의 결계였다. 점점 결계가 닫히면 닫힐수록 악신은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결계가 완전히 닫히자..악신은 비명을 크게 지르면서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정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빛이 솟구치던 벚꽃나무가 천천히 갈라졌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길고 긴 푸른색 몸체... 그것은 마치 용을 닮아 높게 높게 몸을 뻗고 있었다. 두 수염이 얼굴에서 천천히 흔들리고, 여의주를 손에 쥐고 있는 커다랗고 커다란 용. 그것은 바로 청룡의 모습이었다.
뒤이어 청룡의 주변에서 무언가 빛나는 구체가 천천히 떨어졌고...그것은 주변 모두를 감싸기 시작했다. 마치..섬광처럼...눈부시게...
//이 레스와는 별개로, 또 다른 레스가 올라옵니다!! 반응레스는 여기에만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10시 40분까지!
다행히 누리 님께서는 자신의 이런 다급한 메시지를 알아차리신 것 같았다. 그에 곧바로 망설임 없이 비틀비틀, 어미 고양이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어미 고양이를 품에 꼬옥 끌어안아 저지했다. ...안 돼... 안 돼요...! 아기 고양이 씨를 두고 가시면 안 돼요...! ...엄마... 엄마가 없다는 것은...
"......"
소리 없이 눈물 방울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기 고양이 역시도 달려왔으니.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들려오는 가온 님의 비명 소리.
"...!!"
그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올리자,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악신의 모습이 시야 속에 들어왔다.
"...!"
그것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끌어안은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를 제 품 속에 더 가려주며 악신을 노려보았다. ...설령, 여기서 죽어버린다고 해도... 이 고양이 씨들은 지킬 거예요...! 다짐을 하며 두 눈을 꽉 감고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를 꽉 끌어안은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여기저기 떨어지는 분홍색의 빛 줄기들.
"...?!"
자신에게 가해지는 죽음의 고통 대신 악신의 비명 소리가 들려와 감았던 두 눈을 떠보자 다솜 지역에 결계가 쳐지기 시작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소멸해가는 악신의 모습. 그 모든 것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자, 이내 거대한 벚꽃나무가 천천히 갈라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청룡... 님...?
"......"
정말로 멍한 표정으로 청룡 님을 올려다보고 있자, 이내 뭔가 빛나는 구체가 천천히 떨어져 자신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눈부신 구체. 그것을 멍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다가 이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ㅡ인연은 끊어지는 일 없이 언제나 이어지는 것. ㅡ그것은 이 땅도 마찬가지고, 수많은 신들에게도 포함이 되는 이 세상의 법칙.
섬광 속에서 보이던 광경이 끝이 나자 겨우 모두의 시선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죽어가던 벚꽃나무에 다시 분홍색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황량했던 그 모습은 머지 않아 원래의 다솜의 형태로 돌아왔다.
"당신이...청룡...?"
벚꽃나무에서 튀어나온 그 용의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청룡으로 추정되는 그 신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 곧 모두의 머릿속에 청룡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ㅡ내가 맡아두었던 축복의 여우가 넘겨준 인연의 기억. 확실하게 돌려주었다. ㅡ다른 기억들은 내 친구이자 그 땅에 잠들어있는 사신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ㅡ죽어가는 땅은 그 땅을 지키던 신들이 다시 눈을 뜰 때 다시 생명을 되찾을 것이다. ㅡ너희가 바라는 축복의 땅은 너희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로 맞설 때 다시 깨어나게 될 것이다. ㅡ자. 용기 있는 이들이여. 이곳은 내가 지키겠다. 다른 곳으로 가도록 하거라.
말을 이어가면서 청룡은 가만히 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정확히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보냈다.
ㅡ인연이 있는 연약한 고양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지키려고 한 너의 용기. ㅡ그 용기는 그 어떤 신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ㅡ너의 그 용기와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 고양이들을 지키며 이 땅을 살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ㅡ그 마음.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고, 너 자신을 봐라. ㅡ너는.. 빈약한 홍학이 아니다. ㅡ너는... 너다. 용기있는 자여.
뒤이어 청룡은 하늘로 솟구쳤고 그 모습을 감추었다. 점점 다솜의 땅에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고, 방금 전 황량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느새 누리의 손에는 빛나고 있는 구체가 쥐어져있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방금 전 모두를 빛으로 감싸던 바로 그 구체였다. 아무래도 그것이 인연의 기억인 모양이었다.
"좋아! 생각보다 쉽게 이쪽은 끝이 났어! 그럼 다음 곳으로 가자! 모두들!"
"알겠습니다! 누리 님!"
"...괜찮아? 가온아?"
"끄덕 없습니다! 그냥 한 대 맞았을 뿐이니까요."
가온은 괜찮다는 듯이 몸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어미 고양이는 리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에게 메시지를 머릿속으로 보냈다.
죽어가던 분홍색들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분홍색으로 물들어가는 세상. 자신이 그렇게도 바라고 꿈꾸던 세상. 분홍색들로 가득히 들어찬 세상. 분홍색들에 자신 역시도 섞여드는 세상.
"......"
그 모든 생명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멍한 눈동자 속에 담아냈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청룡 님의 목소리. ......저는... 빈약한 홍학이... 아니예요...? 저는... 저. 용기 있는 자...
조용히 마음 속으로 그 말씀을 따라서 중얼거려 보았다. 무언가가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듯 했다. 찌르르, 아프고, 슬프지만, 동시에... 따뜻한 무언가가.
다행히 가온 님께서도 많이 다치시지 않은 것 같아 안도하던 중, 어미 고양이의 목소리가 다시 머릿속으로 들려오기 시작하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미 고양이와 눈을 마주쳤다.
"......"
그리고...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어 대답했다. 자신을 '신' 님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뭐라고 하지 않고.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저 평소와 같이 부드럽게, 따스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뻗어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이제... 더 이상 헤어지지 말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길 바랄게요. '엄마'와, '가족'과 같이. 저는 할 수 없었던 그 일을, 부디. 당신들이라도. 그리고는 자신 역시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론을 다시금 품에 안아들고. 이제는 다음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으니까.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 엄마를 잃어버렸다기 보다는... 음... 이건 비설이었는데 그냥 밝히자면, 버림 받았습니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무리에게서요. :) 아무튼 은호 님과 백호의 기억...ㅠㅠ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는 손길을 고양이 두 마리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받아들이면서 리스를 바라보며 야옹, 야옹. 소리를 내서 울 뿐이었다. 더 이상 메시지가 들려오거나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은 더 말을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저 뒤돌아서서 자신의 아이를 혀로 햝으면서 귀여워해주는 모습만이 리스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한편, 모든 에너지를 다 모은 가온은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곧 누리가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누리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을 불렀다.
"좋아! 다음은 아라로 향하자! 그곳에도 분명히 있을테니까!"
이렇게 하나하나 회복을 하다보면..반드시, 반드시 모든 지역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누리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뒤이어, 가온은 모두를 자신과 함께 전송시켰다.
녹색 에메랄드 빛 바다를 잃어버리고...검은색 죽음의 바다로 덮여버린... 죽음의 해변가가 되어버린 아라의 명소로...
//그리고..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라는 다음 토요일에 이어질 예정입니다! 수고하셨어요!!
>>440 사실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이전부터 계속 들었거든요. 그래서인지...리스가...리스가...8ㅅ8 으아아아앙... 결국 버림받은 후에 하이에나에게 목숨을 잃을 뻔 했다는 거잖아요... 리스가 신을 그렇게 찾으려는 이유도 다 이어지네요. 무리에게 버림받은 자신을 보살펴준 것이 그 '신'이라고 생각을 할테니... 그리고 동시에 성당의 수녀님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알 것 같고요. 리스야...8ㅅ8
>>441 앗, 그랬었군요. 음... 사실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약하고 한 쪽 눈이 안 보여서 가족을 포함하여 무리에게 버림 받았었거든요. 그 전, 혹은 그 후에 태어난 리스의 형제자매들은 건강했지만요. 하지만 리스도 '사랑' 받고싶다보니 무리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맴돌면서 최대한 도움이 되려고 애썼답니다. 새우나 물고기 같은 것들을 바치기도 하면서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리스의 색이 완벽한 분홍색이 아니라 옅은 분홍색이 된 거구요. 홍학들은 새끼 때에는 회색이지만 새우 등을 먹어서 분홍색~빨간색이 되니까요. 그런데 그 새우 같은 걸 많이 먹지 못하다보니... 그래서 후에 '신'이 되어서 헤맬 때에도 자연스럽게 식성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과일 쪽으로 바뀌었답니다. 그런데 빨간 계열 과일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이 새우와 같아, 제대로 분홍색이 되어 무리 속에 들어가 '사랑' 받고 싶다는 무의식의 발현이었답니다. :)
뭐... 이런 식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었어요. 아직 몇 가지 남긴 했지만요. 세세한 것 하나하나 거의 다 떡밥이었다 보니...ㅋㅋㅋㅋ(시선회피)
네, 맞습니다. 하이에나에게 목숨을 잃은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지만... '신' 님과 성당의 수녀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그게 맞을 거예요. 그리고 은호 님의 말씀은 다시 리스의 눈물 버튼...ㅠㅠㅠ
>>442 일단 리스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혼을 내줘야겠군요...! 아니..! 몸이 약하고 한 쪽 눈이 안 보이면...더 돌봐줘야지! 자식을 버리면 어떡합니까!! 물론 자연의 법칙이 냉혹하긴 합니다만... 그렇게 연결이 되는군요.....8ㅅ8 으아아앙... 그래도 이제 리스는 라온하제에 들어와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았으니까 행복할 수 있어요! 라온하제의 신들은 리스를 버리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가온이와 누리만 해도 리스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걸요! 그렇게 보자면..리스에게 있어서 라온하제는 정말로 천국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군요. 자신을 버리지 않고 받아주고 친하게 있어주니 말이에요. 론은...그렇군요. 론을 버리지 못하고 항상 데리고 있는 이유도..론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인건가요..?
>>443 자연과 동물들의 세계는 냉혹하니까요... :) 네, 그래서 리스가 그렇게 열심히 라온하제를 지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라온하제를... (또다른 스포일러). ㅋㅋㅋㅋ이것도 저 이유에서 파생되긴 하지만요. 아무튼... 론은 조금 복잡하긴 한데, 일단은 네, 그렇습니다. 버려지고 여기저기 찢겨져있던 것이 꼭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리스가 더더욱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었어요.
>>444 ....으아아아! 스포일러라니! (지우기 시도) 라온하제를..음... 무서워하는건가요? 여기서도 버려지면 정말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기에..? 그리고..일단은 그런 것이로군요. 과연... 정말로 리스의 가슴 속 상처가 얼마나 리스를 아프게 하는지..절로 느껴지네요..리스야..8ㅅ8
>>446 음..으음..으으음..(추리 중) 언젠간 밝혀지리라고 굳게 믿겠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밝혀졌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리스가 지금 라온하제에서 행복한다면 그걸로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가온이나 누리에게 놀러오면 됩니다. 둘이서 딱히 바쁜 것이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놀아주고 시간을 보내줄테니까요!
>>468 음... 글쎄요...? 사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 지 저도 잘 몰라서... 그냥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스타일이라서 말이예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벤트 내용을 보고 즉석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고... 근데 좋게 끝날테니 리스도 좋게 끝나겠죠, 뭐. :)
>>474 은호 님께서 나오시지 못하게 조치를 취해야죠, 당연히.ㅋㅋㅋㅋ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너무 허무하잖아요. 물론 이것도 일종의 '신' 님이지만... 아무튼...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너무 흐릿해요... 일상조차도 돌린지 거의 한 달이 넘었으니...(시선회피)
>>475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은호님이 직접 나오거나 하지는 않는답니다!! 개인 이벤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렇군요. 하지만 보시면..아아! 이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이전에도 살짝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요. 리스주나 다른 이들이 이 캐릭터를 만났을 때 말이에요. 또 보게 될 거라고.
>>490 그건 누리한테도 너무 미안해서요. 꼬여버리는 가족 관계도는 좀... 애초에 리스는 아직 자기 자신을 동등한 ‘신’ 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론이 매우 싫어합니다.(???) 사실 엄마가 되어주신다면 리스는 무척 '행복'해 하겠지만요.
하이하이에요! 아사주! 정말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뭔가...많이 진행이라고 해도... 사실상 요 근래는 조금 쉬엄쉬엄 간 경향이 어느정도 있다고 합니다. 일단..지금은 300일 기념 극장판이자 라온하제 마지막 진행 이벤트를 하는 중이에요! 한번 정주행을 하면서 이벤트 흐름을 읽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일단...아사가 관리하던 다솜은 정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아사주우우...!ㅠㅠㅠㅠ 정말 오랜만이예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일은 무사히 잘 끝나셨나요? 흑흑... 아사도 참여해준다면 리스도 리스주도 엄청 기쁠 거예요! 정말로 반가워요, 아사주! XD 제가 지금 좀 바쁜 일이 있어서 정신 없긴 하지만 잠시나마 인사 드릴게요! :D
>>612 >>615 ㅋㅋㅋㅋ역시 아사랑 가온이의 조합은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네요. 한 편의 드라마...! :D(열심히 팝그작) 앗, 내일 아사주께서 계신 곳에 비가 덜 오길 바랄게요! 제 쪽으로 옮겨와도 괜찮으니까요.ㅋㅋㅋㅋ 그리고 설거지 화이팅이예요, 아사주...!(토닥토닥)
>>617 사실 저도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보니 가온이가 완전히 힘을 쓰지 못하네요! 그리고..네! 일단 직책은 같은 관리자이긴 하지만.. 가온이의 경우는 가장 중요한 지역인 비나리의 관리자이기도 하고, 은호의 보좌 같은 이기도 해서 권력 구도로만 보자면 가온이가 더 높답니다. 물론 현실은 그런 거 없이 아사에게 호구로 인식되고 있지만요.
아라. 그곳은 원래라면 녹색 에메랄드 빛 파도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지역이었다. 여름의 기운이 가득한 지역인만큼 열기가 가득한 지역이었지만 빛과 함께 도착한 아라 지역은 그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검게 물들어버린 바닷물과 황폐해진 모래사장의 모습이었다. 더 이상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고, 어딘가에서는 썩은 냄새까지 풍기는 것이 영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생명력 자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런 풍경이긴 했지만 그곳은 틀림없는 아라의 명소인 해변가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리는 표정을 찡그렸다.
"...순식간에 이곳도 이렇게 변했구나."
"전부 흑호. 그 작자의 짓입니다. 비나리에서 은호님을 몰아내더니 단번에 축복의 힘을 없애버린 것이 분명합니다. 필시, 절연의 힘일 겁니다!"
절연의 힘. 그것은 이미 다솜에서도 본 적이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다른 지역도 전부 이렇게 변한 것이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조금씩 싹튼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누리는 자신의 뺨을 탁탁 치면서 모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지금부터 이 근방을 탐방해보자! 분명히 다솜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에 구슬을 끼울만한 곳이 있을 거야! 그곳을 찾자!"
그렇게 말을 하면서 누리는 먼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온 역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탐사를 시작했다. 슬슬 탐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아라의 명소에 도착했지만 보이는 것은 역시나 '죽음'으로 가득한 풍경들 뿐이었다. 검은 바닷물과 황폐해진 모래사장, 그리고... 썩은 냄새. 동물로서 예민한 후각에는 고통스럽기 그지 없는 냄새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론을 품에 꼬옥 끌어안으며.
"......"
그렇다면... 더더욱 빨리 구슬을 끼울만한 곳을 찾아야 할 터.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누리 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탐사를 위하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할까요. 힘 없이 옮겨지는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해변가를 걷기 시작했다. 고개를 아래로 푹 숙여 땅만을 바라보며. 그리고 검은 바닷물만을 바라보며.
/ 다시 어서 오세요, 스레주! :) 그리고 아사주께서도 참여해주시는 거군요! 와아! XD 다시 어서 오세요!
"시커먼 가죽 외에는 가치없는 여우가 힘 있다고 날뛴 결과가 이거구나. 자기랑 닮았다고 시커먼 걸 좋아한다.. 일까?" 와 미적 감각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구나.. 불쌍해라. 라고 덤덤하게 말하지만 바보털이 이쪽저쪽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조금은 긴장한 모양입니다.
이곳저곳 찾아보다 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찾는 한편으로 리스라던가 다른 이들을 좀 도닥여주려 시도합니다. 나름 시도일 뿐이라 쟤네들이 잘못한 것을 신랄하게 말하는 것 외엔 잘 못하지만요.
리스와 아사가 각각 탐색을 하는 와중, 저 편에 바닥에 털썩 쓰러져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아마 둘도 한 번은 본 적이 있는 이의 모습이었다. 자신을 '너굴맨'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 라쿤 수인 신. 가까이 다가가면 가벼운 신음을 내뱉는 모습을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사과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습관적으로 그 사과를 저 검은색 바닷물에 씻은 후에 먹기라도 한 것일까.
".....끄으..꺼윽..."
정말로 아픈지 그 라쿤 수인 신은 온 몸을 비틀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꼬리가 꼿꼿하게 솟은 것으로 보아 그 고통이 역시 보통은 아닌 모양이었다.
"살려...줘...살려...주세요..."
작은 신음 속에서 살려달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았다. 일단 신통술을 사용해서 도와준다면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탐사에 좀 더 집중을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면 하나였다. 확실한 것은 너굴맨이라고 지칭한 수인 신은 정말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사 님께서 도닥여주려 하시자 그제야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자신을 위해주려는 아사 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하게 웃는 것으로 아사 님께 자신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들려오는 누군가의 쓰러지는 소리. 그에 고개를 돌려보자 보이는 건... '너굴맨' 님의 모습...?!
"...!!"
그에 깜짝 놀라 황급히 너굴맨 님께 달려갔다. 그리고 구슬을 빛내며 두 손을 내밀어 곧바로 신통술을 사용해서 너굴맨을 치료해주려고 했다. 이성보다도 몸이 먼저 알아서 움직인 일련의 동작이었다.
/ 리스는 괜찮습니다. :) 그 와중에 아사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 그리고 너굴맨이었군요...! 후후... 무려 2번이나 만난 적 있던...(???)
"그 시커먼스가 오염까지 시켜놨다니 악취가 취향이라도 되는 건가." "안 씻고 다닐 거라 생각하니까 털이 그렇게 윤기없고 떡져있겠지." 세상에. 저런 취향은 처음 보..지는 않지만.. 이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는 라쿤맨을 봅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다가 세뱃돈을 뺏어간 쪽이었나..? 라고 갸웃하지만 살려달라는 존재를 굳이 지나치지는 않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앓기만 했다면 넘어갔을 가능성이 없다라고 하지는 않지만.
"편찮아?" 지금은 씻어먹는 건 안 좋으니까. 신통술을 써서 좀 나아지도록 해보려 합니다. 탐사에 집중한다고 해도 하나가 죽으면 그걸 돌리긴 어렵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괴로워하던 라쿤 수인 신은 곧 리스와 아사에게 발견이 되어 두 신의 신통술의 도움으로 고통을 완화할 수 있었다. 정말로 죽다 살아났는지 라쿤 수인 신은 두 신을 바라보면서 꾸벅 꾸벅 큰 절을 하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 너굴맨.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 우와. 그런데 정말... 보통 위험한 게 아니야! 갑자기 라온하제가 이렇게 변해버려서..이 너굴맨. 확실하게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일단 뭐라도 먹어볼까 해서 사과를 꺼낸 것은 좋았는데 씻을 곳이 없어서..그래도 조금이면 괜찮을까 싶어서 씻었다가 이 꼴이 났지 뭐야."
정말로 횡설수설하게 말을 하면서 너굴맨은 정말로 크게 동작을 취했다. 막막 오버하는 몸동작까지 보이다가 꺄르르 웃으면서 두 신에게 다시 질문을 휙 던졌다.
"그런데 너희들은 여기 왜 온 거야? 어서 가! 어서! 여긴 정말로 위험해! 방금 내가 쓰러진 거 봤잖아! 여기서 뭐 먹으면 큰일 나! 나는 이 라온하제를 해결해야하니까 갈 수 없지만 너희는 위험하니까 어서 가!"
여긴 정말로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너굴맨은 크게 손사레를 치기 시작했다. 일단 정보를 묻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
다행히 너굴맨 님께서는 괜찮아지신 것 같았다. ...정말로 다행이예요... 아사 님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하여 아사 님께도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너굴맨 님의 설명을 조용히 들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위험하니까 어서 가라고 손짓하는 너굴맨 님의 말씀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애초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사 님의 말씀을 듣고 한 박자 늦게 동감이라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구슬을 빛내며 신통술을 사용하려 했다. 정확하게는 ‘텔레파시’를.
["...저희는 지금 라온하제의 각 지역에 잠들어 계신 청룡 님, 주작 님, 백호 님, 현무 님을 깨워서 이 라온하제를 구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럴려면 각 지역의 색깔이 담긴 구슬을 구멍 같은 곳에 끼워야 한대요. ...혹시... 너굴맨 님께서는 그렇게 구슬을 끼워넣을만한 구멍을 알고 계신가요? 이 정도의 크기인데..."]
"어, 어쩔 수 없어!! 우리 라쿤은 먹기 전에 항상 씻는단 말이야!! 이건 본능이야!!"
제대로 찔렸다는 듯이 너굴맨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하지만 곧 리스의 텔레파시를 들으면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구슬을 끼워넣을만한 구멍과 리스가 표현하는 구슬의 크기를 바라보면서 너굴맨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일단 다솜의 관리자고 다솜의 주민인 것은 알고 있어! 전에 나랑 만났잖아! 세뱃돈을 내가 반으로 줄여서 너희들의 무거움도 해결했어! 기억나지 않아? 아무튼 구슬..알고 있어!"
이어 라쿤 수인 신은 손가락으로 저편에 있는 검은색 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둘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개가 있어. 그 거대한 조개 속에 둥그런 것을 끼워넣을 수 있는 홈이 있어. 무엇보다 이 너굴맨이 이곳에서 살면서 알아낸 바... 그 조개 안에 진주가 박힐 때, 이 땅을 지키는 열기가 솟아날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어때? 이거 맞지? 맞지?"
일단 그것이 맞을 지, 아닐 지는 아직 제대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저 바다 너머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과연 저 안으로 들어가서 무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조금 곤란한 일이었다.
"그 구슬이라는 것을 나에게 주면 이 너굴맨이 해결해줄게! 어때?"
그 말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믿지 말아야 할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너굴맨은 어서 구슬을 자신에게 달라는 듯이 두 손을 내밀었다. 그때 세뱃돈을 멋대로 반으로 줄여버린 것처럼...
다행히 너굴맨 님께서는 구슬을 끼울 수 있는 곳을 알고 계신 것 같았다. 그 설명을 가만히 경청하여 들어보았다. ...바다 안에 있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개. 그 곳에 구슬을 꽂으면... 주작 님께서 깨어나시는 걸까요? 잠깐 생각하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저 바다 씨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
그러다 너굴맨 님께서 손을 내밀시자 놀란 듯이 한 박자 늦게 두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텔레파시를 사용하려 했다.
["...말씀은 정말로 감사하지만, 구슬 씨는 저희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그 구슬 씨는 누리 님께서 넣으셔야만 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누리 님께서 그 조개 씨까지 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은데... 너굴맨 님께서는 혹시 방법을 알고 계시나요?"]
죄책감을 자극하는 아사의 표정에 너굴맨은 으윽. 소리를 내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아무래도 그때 일도 시켜서 한 일이었던 것일까? 아무튼 뒤이어지는 줄 수 없다는 식의 말을 들으면서 너굴맨은 끄응..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확실히 아사의 말대로였다. 저 안으로 잘못 들어가면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너굴맨은 고민에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내가 들어가서 붉은색 조개를 가지고 올게! 그러면 되겠지? 우리 라쿤은 수영을 매우 잘하니까 믿어도 좋아! 이 너굴맨이 해결해줄테니까 안심하라구!"
ㅡ그렇게는 안되지요.
그 순간 갑자기 어딘가에서 강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번개가 해변가에 내려쳤다. 강한 섬광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머지 않아 보이는 것은 푸른 여우 수인 신, 청호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청호는 너굴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사와 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봄의 기운, 청룡이 잠든 땅에서 청룡이 깨어나고, 생명력을 되찾는 것에서 이상함을 느껴서 여기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과연..뒤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었습니까? 애석하지만...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피식 웃으면서 청호는 빠른 속도로 돌진하면서 단번에 너굴맨을 잡아채려고 했다. 만약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단번에 너굴맨은 청호의 손에 채였을 것이다.
너굴맨이 채였건, 채이지 않았건...확실한 것은 지금 이곳에 흑호와 한 편이기도 한 청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었다.
아사 님과 너굴맨 님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쩔쩔매기 시작했다. 자신으로서는 두 분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조금은 난감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청호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
경계심 가득한 표정. 청호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며 경계를 놓지 않던 중, 청호가 빠른 속도로 너굴맨을 잡아채려 하자 이성보다도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청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너굴맨을 끌어당기려 하며. 만약 너굴맨을 끌어당기는 데에 실패했다면 곧바로 구슬을 빛내어 다시 활과 화살을 만들어내어 곧바로 시위를 당기려 했다.
"......" [감히 어딜 오는거야. 당장 꺼져.] 입을 꾸욱 다물고 감정 없는 눈동자로 다시 다솜에서처럼 정색한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 망설임 따윈 없이 활 시위를 당기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명의 '신'과도 같은 위압감이 가득했다.
그녀는 마치 황제와도 같은 발걸음으로 그곳에 나타났다. 몇만의 군세는 없다.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은 그녀의 피부가 햇살에 타는 것을 걱정하는 평범한 메이드 한명, 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권위를 나타낼 생각이었는지 보석으로 장식된 은백색의 왕관을 쓰고서 조금 화가난듯한 표정으로 푸른색의 짐승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항상 느껴지던 연민도, 사랑도, 애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순수하게 분노한 왕가의 그 것이었다.
"이 곳의 백성은 아틀란티스의 백성, 이 곳은 아틀란티스의 땅. 그리고 당연히 당신은, 주제를 모르는 역적도당."
가볍게 손짓한 그녀는 손끝에서 날카로운 얼음을 만들어보였다. 확실하게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그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청호가 너굴맨을 낚아채려고 했지만 리스와 아사가 막아섰고 그 덕분에 너굴맨은 잡히지 않았다. 동시에 너굴맨은 3명의 뒤로 재빠르게 몸을 웅크리면서 숨으려고 시도했다. 활과 검, 그리고 밸린의 얼음을 바라보면서 청호는 일단 빠르게 뒤로 회피해서 밸린의 공격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다른 곳에서 수색을 하던 누리와 가온이 그곳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청호...!!"
이어 둘도 청호의 모습을 발견했고, 바로 가온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청호를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청호는 피식 웃으면서 모두를 둘러보다가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면서 이야기했다.
"다들 여기에 모였군요. 그렇다는 것은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수작을 부리겠다는 이야기겠군요. 뭐..좋습니다. 여기서 당신들을 처단하면...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요."
ㅡ풍덩
뒤이어 갑자기 풍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너굴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 것일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청호는 낄낄거리면서 비웃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친 모양이로군요. 그래요. 그게 현명한 판단이지요. 어리석게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말입니다."
이어 청호의 구슬이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주변에 천둥벼락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강한 폭풍우가 불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날씨를 바꾸는 힘. 강력한 신통술 그 자체였다. 이어 그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청호는 하늘 높게 날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전강석화. 번개의 움직임 그 자체였다.
"자. 지금이라도 혼자 살겠다고 도망쳐버린 그 라쿤 녀석처럼 도망쳐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러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아. 이봐. 도망갔다는 결론밖에 내리지 못할 정도로 뇌가 굳어버려서는. 머리속에 저 시커먼 물밖에 들지 않아서 말하는 본새하며 생각의 도약이 그정도뿐인 거야?" 아. 저 시커먼 물에게도 실례인 말을 했네. 시커먼 물이 저 머리에 든 것에 비하면 나는 조금 더러운 것이라며 항의하겠어. 라고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올리면서 무감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흔들릴 필요 없어. 도망이던 아니던 저걸 처리하지 않으면 꽤 힘들 거니까 미리 해놓는다 하면 편하거든." 그리고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저쪽을 처리한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겠지. 라고 말하려 합니다.
리스가 활시위를 당기는 것과 아사가 검을 뽑는 모습을 본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손안에 얼음을 끌어모았다. 조금씩, 거대해지는 모습이 마치 도끼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윽고 그것은 그녀의 키만한 모습의 얼음 도끼가 되어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도끼를 휘둘러 어깨에 걸쳐보였다. 마치 전사와도 같이.
"재미있겠네요. 바다의 패자에게 바다에서 승부를 걸다니 그 패기만은 인정해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주변을 살폈다. 이윽고 그녀의 왕관에 박힌 구슬은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가 태어났었던 그 대해와도 같이 찬연하게.
"아사씨, 리스씨. 실례지만 제가 먼저 저것의 목을 따게 해주시겠어요? 이래뵈도 아라의 관리자. 제 바다의 불순물은 스스로 없애고 싶은지라."
평소와 전혀 다르게 정색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서는 아사 님과 밸린 님에 대한 감탄의 눈빛이나 존경의 마음 같은 온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청호에게만 시선을 집중할 뿐. 청호에게 겨누고 있는 활조차 조금의 미동 없이 굳건히, 매섭게 청호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누리 님과 가온 님께서 오셔도 움직임조차 없었다. 그저 똑바로 모래사장 위에 서서 청호를 화살로 겨누고 있을 뿐.
그리고 그 순간, 뒤에어 들려오는 풍덩, 하는 소리. 그에 살짝 뒤를 돌아보자 너굴맨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조금 놀란 듯이 표정이 살짝 멍하게 풀렸지만, 그것은 곧 의외로 다시 희미하게 웃는 것으로 바뀌었다. 마치 무언가를 눈치 챈 듯이.
그리고 들려오는 청호의 비웃음 소리. 그에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청호를 바라보는 얼굴은 다시 정색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곧바로 일부러 청호의 머리 바로 옆을 조준하여 위협의 화살을 하나 쏘려고 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것으로 자신의 뜻은 분명히 전달되었을 터.
그리고는 다시 화살을 만들어내었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그리고 그것들을 동시에 활에 걸어 시위를 당겼다. 평소와 같은 따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색한 표정. 아니, 어쩌면 희미하게 비웃고 있는 표정 같아보이기도 했다.
"......" [웃기고 있네. 헛소리 하지 마. 이 아둔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 지금 감히 누구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냐?] 끼기긱, 팽팽해진 활 시위가 매서웠다. 화살도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듯이 매서웠다. 정확하게 청호를 조준한 여러 개의 화살. 이제 손만 놓아버리면 금방 공격이 시작될 터였다.
"그럼 도망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수영이라도 하러 갔다 이겁니까? 그리고 처리? 농담하십니까?"
아사의 말을 들으면서 청호는 키득거리면서 크게 비웃기 시작했다. 정말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 와중에 날아오는 화살을 바라보며 청호는 매서운 눈빛으로 리스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공격하려는 듯한 저 모습.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밸린의 목소리에 청호는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상대를 하지 않고 적당히 해주니까 꽤 얕보인 모양이로군요. 제 목을 딴다고 했나요? 해보십시오."
"가온아. 여기선 밸린에게 맡기도록 하자."
"....하지만...!"
"밸린이가 저렇게까지 이야기하고 있잖아?"
누리 역시 밸린이에게 맡겨보겠다는 듯이 가온을 막아섰고 가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청호는 흥미롭다는 듯이 밸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그 모습을 정말로 거대한 여우의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전신에서 강한 전류가 흐르는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번개의 신. 그 자체였다. 쉽사리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전류를 몸에서 튀게 하며 청호는 밸린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다면 당신을 먼저 짓밟아드리죠. 생선구이로 만들어드리죠. 후후후.."
한편, 모두의 머릿속으로 곧 텔레파시가 전해져오고 있었다. 그것은 너굴맨의 목소리였다.
ㅡ바다 속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힘들어..! 그래도 어떻게든 끌어올릴테니까 조금만 버텨줘! 이 너굴맨이 해결해줄테니까 안심하라구!
아무래도 너굴맨은 너굴맨 나름대로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너굴맨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니면....
다른 이들을 향해 미소짓고는 가볍게 인사해보이고는 다시 청호를 바라보았다. 들리지도 않는다. 예전부터, 짐승들의 말소리는 잘 들리지않았다. 번개가 뭐가 어떤가? 거대한 벼락따위 웅대한 바다에는 어떤 고통도 주지 못한다. 고작, 고작 그런걸로 나를 이기겠다고 하는걸까? 저렇게도 작은 몸으로?
"아쉽지만 당신에겐 진지하게 해줄 필요도 없겠네요. 불쌍하게도, 당신은 오늘이 지나면 혼자서 걷지도 못하게 될거랍니다."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리고는 눈물이 나온건지 가볍게 도끼를 들지않은 왼손으로 눈가를 쓸어내렸다. 갑작스레 머리를 강타한 텔레파시에 슬쩍 고개를 끄덕이곤 주변에 신통력을 집중한다. 마치 이곳을 집어삼켜버리려는 것 처럼 그녀의 발끝에서부터 까득까득거리며 냉기가 세를 늘려간다.
"저의 이름은 밸린, 밸린 다윈2세. 위대한 아틀란티스의 정통왕위계승자이자 아라의 영주. 나보다도 나약한 이에게 공포를 품는 법은 배우지 않았답니다."
천천히 그녀는 걸어갔다. 발에 들러붙은 얼음의 파편들이 한걸음을 배딛을때마다 으적거리며 깨지고 있었다. 이윽고 청호에게 가까이갔을때, 그녀는 마치 미친듯이 강렬하게 도끼를 휘둘러보였다.
"......" [가소로운 것. 제 주제도 모르고 저렇게 날뛰는구나.] 청호가 노려봐도 움츠러들거나 겁먹은 듯한 모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똑같이 희미하게 비웃는 듯한 표정이 되었을 뿐. 물론 그것도 금방 정색한 표정으로 바뀌었기에 알아채기 힘들지도 몰랐다.
끼기긱, 팽팽한 활 시위에서 손을 놓지 않고 팽팽히 대치하던 중, 머릿속에 너굴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정색했던 표정이 살짝 멍하게 풀렸다. ...역시. 너굴맨 님께서는... 조개 씨를 찾으러 가셨었군요. 너굴맨 님을 믿었던 것에 대하여 보장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자 기쁜 듯이 평소와 같이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힘들다고 말하는 너굴맨 님의 말씀에 살짝 갈등하는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굴맨을 도와드려야 할지, 아니면 전투에 임해야 할지.
밸린 님께서 전투하기 시작하시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밸린 님과 아사 님을 믿어요. 그러니...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을. [......] 두 손을 놓자 활과 화살이 순식간에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검은색으로 가득한 바다로. 비록 조류이기에 바다에서 오래 숨 쉬지는 못하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신통술을 사용해서 숨을 쉬면 될 터.
첨벙, 첨벙. 다급히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물 소리가 가득했다. 그리고...
"......"
숨을 가득히 들이킨 분홍색은 이내 곧 검은색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너굴맨 님을 찾으려, 그리고 조개 씨를 끌어올리는 것을 직접 도와드리려.
/ 활+환각 능력으로 교란시켜서 전투를 도울 지, 아니면 너굴맨을 도와드리러 갈 지, 어떻게 할 지 고민하다가 일단은 이렇게 써봤습니다...!
>>838 고마워요, 밸린주! XD 사실 리스는 지금 '불완전한 각성'이긴 한데... 그래도 고위신 님 급의 무서운 포스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잘 전해진 것 같아서 정말로 기뻐요!ㅎㅎㅎ 그리고 밸린이야말로 너무 멋져요...!!ㅠㅠㅠ(야광봉) 도끼를 휘두르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밸린이...! XD
아사가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고 리스는 바다 속으로 뛰어들지 않고 밸린이를 도우려는 듯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누리와 가온은 그 모습을 일단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두 사람에게 맡기려고 하는 것일까? 아무튼 밸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청호는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이 그녀가 휘두르는 도끼를 피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리스의 환각 능력 때문일까. 완전히 피하진 못했고 그 피부가 살짝 베여나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밸린의 전신에 강한 전류가 파직 하고 튀었다. 아무래도 청호의 몸에 닿으면 전류가 튀는 모양이었다.
"건방지게...!!"
이어 청호는 에너지를 모으듯 힘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것을 단번에 방출했다. 강력한 벼락이 여기저기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아라의 해변가를 파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번개는 이어 리스와 밸린을 향해서도 떨어지듯이 공격하며 압박을 가해왔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바가 아닙니다. 아틀란티스인지 뭔지..그런 것에 관심도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왔으면 적당히 꺼지고, 자신은 신이 아니라고 설치던 홍학 따위는 꺼지란 말입니다!"
한편 바다속은 그야말로 독기가 가득했다. 잘못해서 물을 들이마시기라도 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사가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잠수를 하면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정말로 거대한 크기의 붉은색 조개를 업으면서 힘겹게 헤험치고 있는 너굴맨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역시 조금 힘든 것일까. 너굴맨은 입을 꾸욱 참고 바둥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같이 들고 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그의 몸에서 튀겨져 나오는 전류를 몸으로 받아들인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가볍게 도끼를 휘둘러보였다. 확실히 계속해서 데미지를 입으면 먼저 지치는 것은 내쪽이다. 몸이 커다란 만큼이나 주변의 벼락을 맞기라도 하면 힘든 일이었을테지만...
"누가 저보다 고개를 높게 들어도 된다고 했습니까?"
전투센스로 내가 질리가 없었다. 대기하고있던 샤를의 지원으로 들고있던 도끼를 강철로 만들어버린 후 거대화시켜 리스씨의 주변에 꽂아보였다. 맨손이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 리스씨를 다치게 할 수는 없다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윽고 다시 한 번 냉기로 몸을 감쌌다. 방어구를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물량의 무기, 이내 하늘에 높게 떠오른 수많은 얼음의 칼날들이 그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귀부인이 고용인을 부르듯 우아하게 손짓했다.
-야 타. 내가 차는 못 뽑아도 이 몸이 차만하거든 그러니까 타라고 텔레파시로 말하면서 마치 물 속이 하늘인 양. 그 거대한 몸집으로 유영하려 합니다. 그 조개 안 떨구게 고정 잘하고. 라고 텔레파시로 말하고는 단번에 솟아올라 청호도 패고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라고 하려 합니다.
조개를 고정해. 라고 말한 뒤. 너굴맨이 꽉 잡는다면 그 날개를 휘저어 마치 먹이를 잡아채려는 맹금처럼 빠르게 위로 솟구쳐오르려고 시도합니다.
아사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자신은 여기에 남기로 했다. 청호를 혼자 상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였으니까. 밸린이 도끼를 휘두르자 청호는 그것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에 맞춰서 환각 능력을 사용하여 교란시켰다. 피하지 못하도록. 그러나 아쉽게도 청호는 약간 피부가 베여나갔을 뿐이었고, 그에 정색했던 표정이 살짝 찡그려졌다. [...칫. 아깝게 됐네.] 금방 다시 정색한 무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활을 겨누었다. 전류를 그대로 받은 듯한 밸린을 흘낏 바라보며.
"......"
무표정했던 얼굴이 살짝 흔들리면서 밸린 님을 치료해 드리려는 듯이 손을 뻗으려던 바로 그 순간, 여기저기 떨어지기 시작하는 강력한 벼락. 자신과 밸린을 향해서도 떨어지려는 듯한 벼락. 그러나 그것에는 놀라지 않았다. 자신의 무표정이 제대로 흔들렸던 것은, 밸린 님께서 자신의 주변에 도끼를 꽂은 바로 그 순간. 마치 벼락들을 맞으면서도 혼자 싸우겠다는 듯한 밸린 님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환각 능력을 다시 한 번 사용하여 벼락들의 조준점을 교란시키려 했다. 그리고 밸린 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만약 상처를 입는다 하면 곧바로 치료할 생각이었으니.
"......" [어디서 감히 그 입을 놀리느냐. 가소로운 것. 지금 누가 누구에게 꺼지라 말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니.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그리고 자신 역시도 청호를 정색한 무표정으로 노려보며 빛으로 만든 화살 여러 개를 청호를 향해 쏘려고 했다. 밸린의 공격들을 지원해주려는 듯이.
"......" [너에게 알려주겠노라. 진짜 '신'이라면 본디 갖추고 있을 역량의 차이를.] / 싸우는 탱커+딜러 밸린이 너무 멋져요...!ㅠㅠㅠ(야광봉 흔들기)(열심) 그럼 진행이 끝나고 나올 밸린주의 AA 기대할게요! XD 그리고 아사야...!ㅋㅋㅋㅋㅋㅋ 너무 멋지잖아요, 아사!ㅋㅋㅋㅋㅋ(야광봉) 아사의 본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너굴맨 부러워요...아사에게도 타보고... 8ㅅ8(???)
강철이 되어 꽂힌 도끼를 향해 번개가 강하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결국 번개는 전도체에 떨어지니 당연한 것일까. 그래서 리스는 무사할 수 있었지만 밸린에게는 번개가 한 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필시 밸린의 몸을 정확하게 강타했을 것이다. 리스가 조준점을 교란시키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번개는 여기저기로 무차별적으로 떨어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리스의 치료의 힘이 있었기에 별 문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뒤이어 얼음의 칼날과 리스의 화살이 청호를 향해 날아갔고 그것은 정확하게 청호의 몸에 꽂혔다. 하지만 곧 그 몸에서 강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가볍게 소멸시키면서 청호는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지 살짝 그의 표정을 일그러진 상태였다.
"계속해서 그렇게 저항해봐야...결국...."
그와 동시였다. 갑자기 검은색 바다에서 무언가가 큰 소리와 함께 솟구쳤다. 그리고 머지 않아 나오는 것은 본 모습인 아사와 조개를 가지고 있는 너굴맨의 모습이었다. 그 커다란 몸은 청호를 쳤고 청호는 예상도 못한 공격에 순간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너굴맨은 조개를 아래로 내리면서 이야기했다.
"나를 도와준 너희들에게 이거 줄게! 이 너굴맨이 가져왔으니 안심하라구!"
키득키득 웃으면서 너굴맨은 뛰어내리면서 단번에 조개의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확실히 구슬 같은 것을 끼울 수 있는 홈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온은 누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누리님!! 저기에...!!"
"응! 알았어!!"
"그 조개는..? 그리고..그 기운은..! 가만히 둘 것 같습니까?!"
조개 쪽으로 뛰어가는 누리를 바라보면서 청호는 크게 괴성을 질렀다. 아무래도 번개를 누리에게 떨어뜨릴 생각인 듯 보였다.
번개가 직격하자 마치 하늘이 갈라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통되는듯한 느낌. 오랫동안 버티지는 못할것 같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았다. 리스씨의 치료가 제때에 들어와서인지 고통은 그렇다해도 상처는 크게 남지 않았다. 괜찮아, 버틸 수 있다. 다가오는 청호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주었다. 이런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하지만 이내 하늘 위로 비상하는 거대한 그림자에 청호는 쓰러졌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지만 이내 웃음이 나왔다. 그 거대한 것은 아사씨였다.
"교육이 안되어있는 짐승이네요."
크게 울부짖는 청호를 바라보고는 안쓰럽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것이다. 그는 내 앞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벌써 세가지나 해버렸던 것이다. 첫째, 나의 영토를 침범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나의 영토에서 나의 백성에게 횡포를 부렸다.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해서는 안되는 것을 어겨버린 것이다. 빠르게 도끼를 뽑아들고서 그의 턱을 향해서 도끼를 올려치려 했다.
"......!" [칫...!] 환각 능력을 사용했지만 워낙 여기저기에 떨어지던 벼락이라 결국 온전히 밸린 님에게 떨어질 벼락을 막지는 못했다. 그에 순간적으로 무표정이 깨지고 아랫 입술을 꽈악 깨물면서 한 손을 확 들어올려 밸린 님을 향했다. 그리고 신통술 구슬을 빛내어 치료의 빛을 밸린 님을 향해 쏘아 상처를 치료해드리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정색한 무표정으로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마구 화살을 날리며. 비록 청호가 자신과 밸린의 공격을 소멸시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다시 시위를 당겨 여러 개의 화살들을 겨누었다. '신'의 위압감.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안광을 빛내며 끼기긱, 활 시위를 팽팽히 당기던 그 순간, 바다에서 솟구치는 무언가...?!
"...?!"
그에 깜짝 놀라 바다 쪽을 바라보자 본 모습으로 돌아간 아사 님과 너굴맨 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붉은색의 조개 역시. 그에 안심한 듯 표정이 환해졌다가, 청호가 괴성을 지르자 다시 차가운 무표정으로 되돌아갔다.
"......" [시끄러워. 아직도 모르겠느냐? 너는 막지 못해. 참으로 가련하고 우둔하기 짝이 없는 것. 동정조차도 아까운 녀석이구나.] 청호에게 가해지는 밸린과 아사의 공격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청호를 향해 한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빛나기 시작하는 구슬은 다시금 환각 능력을 사용하여 청호의 눈 앞을 안개와도 같이 가리려 했다. [너는 끝 없는 안개 속에서 헤매고나 있으렴. 바로 눈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너의 처지와도 같구나.] "......"
그리고 다시 천천히 화살 하나를 시위에 걸어 활을 당겼다. 흡수하는 신통력을 건 화살을. 이번에는, 누리를 향해 떨어질지도 모르는 번개를 향해 겨누며. 만약 번개가 떨어지면 곧바로 화살로 쳐내버릴 생각이었다.
밸린과 아사의 공격에 청호는 조금씩 밀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 밸린과 아사에게는 전류가 튈 수밖에 없었다. 그야 접촉을 했으니까. 하지만 리스의 환각으로 인해 청호는 바로 반격을 하지 못했고, 떨어지는 번개로 리스의 화살에 의해서 소멸되듯이 사라졌다. 그 덕분에 누리는 무사히 조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마워! 모두들!!"
뒤이어 누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슬 중, 아라의 색을 하고 있는 녹색 구슬을 조개 안에 끼워넣었다. 그와 동시에, 구슬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하늘을 향해 녹색 빛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청호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아닛...?!"
하늘에서 떨어지는 녹색 빛은 아라의 전역을 덮기 시작했다. 검은 바다는 다시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로, 황폐해진 모래밭은 다시 황금빛 모래밭으로.. 잃어갔던 생명력이 돌아오고 있었고 머지 않아 모두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평소 자신들이 보던 아라의 풍경 그대로였다. 뒤이어 사라졌던 아라의 전역에 결계가 쳐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라를 감싸기 시작했고, 뒤이어 붉은색 조개가 갈라지고 그 안에서 아주 거대한 새소리와 함께 전신이 태양처럼 붉게 빛나는 커다란 새, 주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결계가 쳐진 탓일까. 청호는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주작은 그런 청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단번에 날개짓을 했고, 그 날개짓에서 뜨거운 불길이 단번에 청호를 감싸버렸고 청호는 크게 괴성을 질렀다.
"젠자아아아앙!!"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이 청호는 그대로 모습을 감춰버렸고 방금 전까지 흐르던 치열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말 그대로..보이는 것은 평화로운 아라의 모습이었다.
"하..하하. 어떻게든 해낸 모양이야..."
"그렇습니다! 모두가 해낸 겁니다!!"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뒤이어 주작의 주변에서 무언가 빛나는 구체가 천천히 떨어졌고...그것은 주변 모두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것은 청룡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섬광은 모두를 삼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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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칫.] 밸린 님과 아사 님께 전류가 튀자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밸린 님과 아사 님을 향해 각각 한 손을 펼쳤다. 그리고 다시 치유의 빛을 쏘아 치료를 해드리려고 했다. ...다치는 건... 안 돼요.
그래도 다행히 누리 님께서는 무사히 조개에 도달하신 듯 했다. 아라 전체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녹색의 빛들. 다시 생명력 가득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아라를 지켜보면서 감정 없이 차가웠던 무표정도 사라져, 다시 평소대로의 희미하게 미소 짓는 얼굴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내 곧 들려오는 거대한 새의 소리.
"......"
...주작 님. 천천히 주작 님을 올려다보다가 이내 춤을 추기 전에 인사를 하듯이 조용히 무릎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자신 역시 조류였기 때문에, 예의를 갖추려는 듯이. 그리고 고통 속에서 사라진 청호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끝... 났어요.
그 사실을 깨닫자 왠지 모르게 다시 힘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 들어 살짝 비틀거리며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싸우느라 옆에 내려놓았던 론을 다시 품에 꼬옥 안아들고.
"......"
아사 님과 밸린 님, 그리고 누리 님과 가온 님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배시시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들 무사하셔서 정말로 다행이예요... 그리고 빛나는 구체가 다시 자신들을 감싸는 것을 보며 조용히 숨을 삼켰다.
맑아진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외적은 처형. 그것에 틀림은 없다. 하지만, 오늘은 놓쳐버리고 만것이다. 결과적으로 승리했으니 문제는 없었지만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샤를에게 도끼를 던져주고는 나를 따르게 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라면 언젠가 또다시 나타날 것이다. 미리 준비해두어서 나쁠것은 없을테지. 큰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돌아보고는 치마끝을 살짝 집어 고개를 숙였다. 샤를역시 나를 따라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목소리가 흘렀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아라의 관리자이자 아틀란티스의 황녀로서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지금부터 저택으로 가서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어려울것같네요."
고개를 들고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내, 주작의 주변에서 빛나는 무언가가 나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더 정확히는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주작의 빛이 감싸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 따스함에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온 몸이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백여우 신은 은여우 신을 바라보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은여우 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면서 백여우 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괜찮다는 듯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괜찮느니라. 인간계에서 치료를 받았으니라. ...이랑. 그 자에게 도움을 받았도다."
"이랑..? 인간 말인가요?! 은호님이 인간에게?!"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백여우 신은 은여우 신을 바라보면서 당황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여우 신은 호쾌하게 웃으면서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인간에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도움을 받게 되었느니라... ...사실 도움이 필요없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망할 흑호 영감에게 죽을 뻔 한 목숨을...구원해주었느니라. 심하게 다쳐서..죽을뻔 한 나를...집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해주었느니라."
"그러셨나요? 정말로 다행이에요!"
정말로 다행이라는 듯 백여우 신은 은여우 신을 바라보면서 두 손을 꼬옥 잡았다. 괜찮다는 듯 은여우 신은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어보였고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마치 어딘가를 바라보듯, 그 너머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던 은여우 신은 백여우 신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고위신인 내가... 이대로 있을 순 없느니라. 자신의 자리를 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악신들 사이에 있고 싶지도 않으니, 나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럼 어디로 갈 생각인가요?"
"나를 구해준 인간이 있는 땅과 연결이 되는 바로 그 땅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 나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나는 그 인간에게 은혜를 갚을 것이다. 그래. 여우로서 은혜를 내릴 것이다. 호은이 되겠구나."
"하지만 은호님. 저희들은 악신인데..."
"그러면 악신은 그만두겠느니라. ...어차피 해봐야..그들은 내 힘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하여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느냐."
이미 마음을 다 정했다는 듯이 은여우 신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금방이라도 떠날 것처럼 이야기하는 그 은여우 신을 바라보며 백여우 신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저도 갈게요."
"백호..너도 말이더냐? 아니. 너는 여기에 있어도 되느니라. 나를 따라오면 필시 너도..."
"맹세하지 않았나요? ...적어도 저는 당신의 편이라고요. 당신이 악신의 자리를 버린다면...저도 악신의 자리를 버리고.. 그들과 인연을 끊고 당신과 함께 할 거예요."
백여우 신의 말은 보통 진지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마음을 다 정했다는 듯 이야기를 하는 백여우 신을 바라보며 은여우 신은 피식 웃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알겠느니라. 따라오거라. ...그리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나의 곁에 있어주거라."
"물론이에요. 은호님."
"저는 언제나 당신의 편이니까요. ...이 자리. 당신을 위해서 버리고 같이 하겠습니다."
여담이지만...저 빛 속에서 본 광경은 바로 이것이랍니다. 이벤트를 정주행하셨다면 아셨겠지만..백호는 흑호에 의해서 인연이 끊어진 상태랍니다. 하지만..그 이전에 은호가 먼저 끊어진 인연들을 나눠서 각각의 지역에 전송해버린 상태에요. 그래서... 이렇게 인연의 조각을 찾은 거라고 보시면 된답니다.
곧 여성형의 목소리가 모두의 머릿속으로 텔레파시처럼 퍼져나갔다. 이어 섬광이 사라지고 모두의 시선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내 보이는 것은 평소 기억 속에 남아있던 아라의 모습 그 자체였다. 에메랄드 빛 푸른 파도가 철썩이고 황금빛 모래밭은 햇빛을 반사하며 정말로 아름답게, 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어 누리는 주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신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당신이 주작인가요?"
ㅡ그래요. 제가 바로 주작입니다. ㅡ조개 속에서 잠들어있었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의 활약은 잘 보았습니다. ㅡ청룡의 힘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청룡을 이미 깨운 모양이로군요. ㅡ용기 있는 자들이 함께 있는 한... 지금 이 근방을 감싸고 있는 파멸과 죽음의 힘은 머지 않아 사라지게 되겠지요. ㅡ자. 어서 다른 곳으로 가십시오. 이곳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화려한 날개짓을 하면서 주작은 하늘 높게 날아올랐고, 그 위에서 밸린과 아사, 그리고 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세 명에게만 따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ㅡ당신들의 활약. 그 용기와 강한 마음을 절대로 잃지 말아주세요. ㅡ부디, 행복의 여우를 도와 이 지대를 지켜주세요. ㅡ그리고... 절연의 여우를 막아주세요. ㅡ당신들의 힘이 하나가 되면... 불가능한 것은 없을 겁니다.
이어 주작은 새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강하게 하늘로 날아올랐고 저 멀리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누리의 손에는 청룡 때처럼 빛나는 구체가 쥐어져있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인연의 조각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누리는 정말로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좋았어!! 또 하나를 얻었어!!"
"정말로 모두 수고했습니다! 그럼...이번엔 가리로 가도록 합시다. 그곳에는 틀림없이 백호가 있을 겁니다."
"아아. 나는 여기에 있을게! 이 너굴맨도 함께 하고 싶지만...아무래도 독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모양이야! 그래도 아라는 내가 잘 보고 있을테니까 이 너굴맨만 믿으라구!"
아무래도 조금 지쳤는지, 너굴맨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모래바닥 위에 드러누웠다. 어서 가보라는 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 사이에 가온은 힘을 모두 모아 워프할 준비를 마쳤다.
"모두들! 이곳으로 와주십시오! 바로 가리로 향하겠습니다!"
만약 모두가 모인다면...그는 자신들을 가리의 명소로 전이하려고 했을 것이다. 더 이상 붉은 단풍이 존재하지 않는....황폐한 산으로...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반응레스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주작 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조용히 불러보며, 주작 님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텔레파시를 통하여 들려오는 주작 님의 목소리. 그것을 가만히 듣고는 잠시 고개를 돌려 다른 '신' 님들을 바라보았다. ...만약... 저희들의 힘이 하나가 된다면... 그런다면...
론을 꼬옥 끌어안으며 날아가는 주작 님을 바라보았다. 그 뒤에 다시 춤을 끝내고 인사를 올리듯이 무릎을 굽혀 천천히 인사를 올렸지만. 그리고는 너굴맨 님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모래 위에 드러누운 너굴맨 님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웃고는 너굴맨 님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가만히 너굴맨 님의 배를 기분 좋게 쓰다듬어주려 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담아.
그리고는 천천히 일어나 론을 끌어안고 가온 님께로 걸어가려고 했다. ...다음은... 가리예요. 두 눈을 감으며 기도했다.
>>898 뭐... 리스는 괜찮습니다. 어차피 '외로움'이라는 것은 거의 극초반부터 풀렸던 내용이고...ㅋㅋㅋ 오늘 이벤트도 아사랑 밸린이가 함께 해줬으니까요. 그래서 저번 이벤트에 비해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을지도 모르구요.
>>899 앗... 안 그래도 여쭤보려고 했는데 말이예요.ㅋㅋㅋㅋ 뭔가 더 두근두근하네요! 진짜로 보고 싶어졌어요!XD(???) 저런 상상을 하고 있는 아사도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 앗, 그런데 괜찮으세요, 아사주...?8ㅅ8(토닥토닥) 피곤하시면 주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ㅠㅠㅠ
모처럼 가리를 나와서 나는 비나리를 산책하는 중이었다. 사실 먹을 것은 가리가 많긴 하지만, 비나리라고 해서 적은 것은 또 아니었으니까. 이를테면 신과는 비나리에서 재배되고 있기에 신선함은 가리보다 비나리가 좀 더 높은 편이다. 다양한 신과 관련 음식도 있고... 이를테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신과 음료수라던가.
얼음을 띄워서 시원하게 한 신과 음료수는 보통 달콤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도 너무나 달콤한 이 맛.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그 맛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먹다가 나는 가만히 내 뺨을 만져보았다. 뭔가 조금 포동포동 살이 찐 것 같은데... 그건 조금 곤란했다. 살이 찌게 되면 다이어트를 해야해서 음식을 못 먹게 되니까. 더 찌기 전에 먹는 것을 줄이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좋을까? 그런 고민에 고민을 하지만 일단 입에 댄 것은 절대로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그 달콤함을 즐겼다. 일단 먹을 것은 먹어야지. 어쩌겠어? 안 그래?
배시시 웃으면서 나는 계속해서 신과 음료수를 쪼로록 빨아들이면서 그 맛을 즐겼다. 자. 다음엔 무엇을 먹어볼까? 신과 찹쌀떡이라도 사볼까? 아니면 신과 크레페? 어느 쪽이건 맛있는 것은 포기할 수 없기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면서 나는 신과 음료수를 쪼로록 빨대로 빨아먹었다.
론은 퉁명스럽게 대답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즐거운 듯이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다. 론을 좀 더 품 안에 꼬옥 끌어안은 채.
지금 자신이 걷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비나리. 다솜의 벚꽃나무 숲도 정말로 아름다워서 좋았지만, 대체로 집 안에 있는 일이 많은 론을 위하여 새로운 풍경들도 오랜만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론을 설득하여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벚꽃잎들이 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와는 다르게 좀 더 북적이는 듯한 활발한 분위기의 비나리를 천천히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앞으로 걸어가던 중, 문득 저 앞에서 익숙한 '신' 님께서 보이시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백호 님...?"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며 백호 님께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허리를 꾸벅 숙여 백호 님께 인사를 공손히 올렸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리스의 목소리에 내 두 귀가 쫑긋 세워졌다.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나에게 다가오면서 허리까지 숙여 인사를 하는 그 모습에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두 손을 휘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허리까지 숙여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조금 애매하단 말이야. 내가 그렇게 높은....신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위신은 아니니까 말이야. 아무튼 이어 나 역시 가볍게 손을 휘저으면서 리스에게 인사를 전했다.
"안녕!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이네! 사는 곳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야! 잘 지냈어? 가온이에게 들었어! 봉사하는 단체를 만들었다며? 프리허그 한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이어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허그를 할 수 있는 그 자세. 그거야 프리허그를 해준다고 하니까 거절할 필요는 없잖아? 난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품에 안기는 것도 좋아하니까. 리스 같은 귀여운 여자애라면 더더욱 환영이고. 그렇기에 웃으면서 나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윙크를 날리면서 이야기했다.
"산책이라기보다는 그냥 비나리에서 먹을거나 먹을까 해서 온 거야. 아무튼 프리허그! 나도 해줄거지?"
어서 오라는 듯이 리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면 될 일이었다. 나는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다가가는 여우니까.
//확실히 생각해보면...그도 그런 것 같군요! 이벤트때도 백호를 엄청나게 만났었죠? 아마?
...귀여운 리스... 백호 님의 그 말씀에 한 박자 늦게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귀여워요? 왠지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아 손가락을 작게 꼼지락꼼지락거리다가 백호 님께서 두 손을 휘저으시자 다시금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리고는 한 박자 늦게 천천히 저 역시도 백호 님의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엉성하고 서툰 동작으로, 두 손을 어색하게 휘저으며. ...백호 님께서는 이렇게 해드리길 원하셨던 걸까요?
"...네, 전 잘 지냈답니다. 물어봐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백호 님. ...백호 님께서는 잘 지내셨나요?"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백호 님께 여쭤보다가 백호 님께서 두 팔을 활짝 벌리시자 놀란 듯이 멍한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깜빡깜빡, 두 눈동자를 천천히 깜빡이며 백호 님을 올려다보고 있자, 백호 님께서는 프리허그를 언급하셨고, 그에 몇 박자나 늦게서야 ...핫,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끄덕였다.
"네, 네...! 물론이예요, 백호 님! ...백호 님께서 원하신다면 100번도 더 해드릴 수 있는 걸요...!"
진심이었다. 두 눈동자를 의지로 반짝반짝 빛내다가 이내 천천히, 조심스럽게 백호 님께 다가갔다. 그리고는 론을 한 손에 조심스럽게 들고 그대로 두 팔을 벌려 백호 님을 조심스럽게,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살짝 안아드리려고 했다.
"나? 보다시피 살이 조금 쪘잖아? 볼살이라던가? 그런 것을 보면 못 지낸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실제로도 잘 지냈지만!"
손으로 절로 만져지는 포동포동한 볼살을 손으로 만지면서 나는 웃으면서 리스의 말에 대답했다. 적어도 나 같은 여우 수인 신이 포동포동 살이 찔 정도면 잘 지냈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적어도 잘 못 지내는데 살이 찌는 경우는 잘 없을테니까.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아무튼 내 스스로는 정말로 잘 지낸다고 생각하기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프리허그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놀라웠던 것일까? 리스의 두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지는 것이 보였다. 저런 모습이 엄청 귀엽단 말이야. 100번도 해줄 수 있다는 표현도 귀엽고. 하지만 난 한 번이면 족한데. 아니면 단순히 리스가 누군가에게 안기거나 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리스를 바라보니 리스는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응. 응. 프리허그 잘 받았어! 그럼 이번엔 나도!"
이어 나는 벌린 팔을 좁히면서 리스를 꼬옥 안아주려고 했다. 적어도 리스가 피하지 않으면 내 품에 꼬옥 안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리스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며 떨어지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나 말이야. 신과 찹쌀떡을 먹으려고 생각 중이거든. 리스도 먹을래? 먹는다고 한다면 바로 저기서 파니까 2인분 사올게! 1인분에 4개니까 아마 4개씩 먹으면 충분할거야."
그 달콤하고 쫄깃한 맛을 생각만 해도 절로 침이 꿀꺽 삼켜지는 것은 나도 모르게 신과에 중독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많이 먹는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요? ...저는... 백호 님께서 조금 더 건강해지신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백호 님꼐서 손으로 볼살을 만지시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곧 희미하게 헤실헤실 웃었지만. 물론 다른 '신' 님들께서 보신다면 포동포동하게 살이 쪘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봤을 때에는 건강해보이실 뿐이었으니까. 잘 먹는다는 것은 생존과도 직결된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했고...
잠시 마른 자신의 다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이어지는 백호 님의 프리허그 요청에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과연 '신' 님을 안아드려도 될까, 싶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님께서 직접 원하시는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반드시 해드리고 싶어요.
그렇기에 조금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살짝 백호 님을 꼬옥 안아드리자, 이내 백호 님께서도 자신을 안아주었다. ...지, 지금 백호 님께서도 저를 안아주고 계세요...! 그 따스한 온기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슬프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선명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마찬가지로 백호 님을 조금 더 꼬옥 끌어안으며.
그러다 백호 님께 맞춰서 자신 역시도 천천히 팔을 떼고 떨어지자 백호 님의 또다른 제안이 들려왔다. ...신과 찹쌀떡... 애초에 그다지 많이 먹는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4개까지는 못 먹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백호 님.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제가 다녀올게요. 백호 님께 부탁드리기에는... 너무 죄송스러워서..."
물론 리스가 그런 의도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괜히 그렇게 말을 하면서 나는 소리내어 웃었다. 정말 귀엽고 착한 애란 말이야. 우리 라온하제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아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슬슬 자신이 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도 조금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것만큼은 내가 어떻게 강요할 수 없으니까. 은호님도 그냥 시간이 되면 받아들이게 될테니 내버려두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고.. 가온이와 누리님도 비슷한 의견이니 여기서는 내가 물러나도록 할까?
아무튼 내 제안을 들은 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이 다녀오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런 점은 조금 줄이는 것도 좋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노. 노. 이런 것은 제안을 한 이가 다녀오는 거야. 그러니까 얌전히 기다리기야. 알았지?"
어디로 가면 안 나눠준다고 엄포를 놓듯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가게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리스가 가기 전에 빨리. 저 애는 받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기에 조금 강하게 이야기를 한 것도 어느 정도 존재했다. 아무튼 가게에 들어간 후에 나는 재빠르게 찹쌀떡 2인분을 구입했다. 어차피 돈이야 많기도 하고...
하얗고 맛있어보이는 찹쌀떡을 바라보니 절로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것은 절대로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맛있어보였으니까. 아무튼 리스에게 다시 돌아오면서 나는 리스에게 찹쌀떡을 내밀었다.
"...네...?! 아, 아니예요, 백호 님! 그... 그런 건 절대로 아니예요! 저... 저는 그냥...! 그냥...!"
백호 님의 말씀에 깜짝 놀라 두 손을 마구 휘저었다. 멍했던 두 눈동자도 동그랗게 떠진 채. 정말로 당황했는지 두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면서 괜히 론만 꼬옥 끌어안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물론 백호 님께서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죄송스러운 마음에 자신이 신과 찹쌀떡을 사오겠다고 말씀 드렸지만, 백호 님께서는 곧바로 안 된다는 식으로 대답해오셨다. 그에 자신이 가겠다고 더 말할 수도 없어, 그저 멀어지는 백호 님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면서 제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백호 님을 뒤따라갈까, 도 생각했지만 얌전히 기다리라는 말씀이 있었으니까 그러지도 못 하고.
"...론. 어쩌지요...?"
그저 론에게 물어보면서 백호 님을 기다리고 있자, 이내 곧 백호 님께서는 자신이 있는 쪽으로 돌아오셨고, 백호 님의 이름을 부르려던 그 순간, 찹쌀떡이 내밀어지자 동그래진 눈으로 찹쌀떡과 백호 님을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천천히 찹쌀떡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그 찹쌀떡이 향한 곳은 자신의 입 속이 아니었다. 그렇게 집어 들은 찹쌀떡 하나를 조심스럽게 백호 님의 입가 쪽으로 가져가며, 희미하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신과 찹쌀떡을 리스에게 건네주자 리스는 놀랐는지 동그래진 눈으로 나와 찹쌀떡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렇게 사주는 것이 그렇게 의외일까? 전에도 사주지 않았던가? 나? 아닌가? 기억이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을 하면서 난 리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리스는 하나는 집어들더니 먹지 않고 내 입가로 가져갔다. 그리고 내가 먼저 먹었으면 좋겠다고 표현을 했다. 가끔 뭔가를 바랬으면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런 것을 바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가만히 보고 웃다가 나는 입을 벌려 찹쌀떡을 먹으면서 천천히 그것을 씹었다.
"역시 쫄깃해! 달콤해! 완전 좋아!"
쫄깃한 달콤함. 이것은 도저히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절로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런 맛이었기에 미소가 지어지고 감탄만이 흘러나왔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그렇게 생각을 하며 더욱 빠르게 꼬리를 살랑살랑. 그렇게 흔들다가 겨우 진정을 하며 나는 다시 꼬리를 멈추었다. 그리고 나는 내 몫의 찹쌀떡 중 하나를 집어들고 리스에게 내밀었다.
"자. 그럼 리스도 아~"
리스가 나에게 먹여줬으니 나 역시 리스에게 먹여주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웃으면서 나는 리스를 바라보았다. 이것도 놀라서 당황할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며 나는 리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비록 찹쌀떡 하나를 집어들긴 했지만 자신이 먼저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이것은 백호 님께서 직접 다녀와서 사주신 것이기도 했으니까. 그렇기에 천천히 집어 든 그 찹쌀떡을 백호 님의 입가 가까이 가져가며, 먼저 드셨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작은 소원을 부탁드렸다.
...싫어하실... 까요...?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백호 님을 바라보고 있자, 백호 님께서는 이내 웃으면서 찹쌀떡을 받아먹어주셨다. 그에 기쁜듯이 표정이 환해졌다가 행복해보이는 백호 님의 모습을 지켜보며 작게 배시시 웃어보였다. 빠르게 흔들리는 백호 님의 꼬리. 그것을 지켜보며 저 역시도 '행복'하게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자, 이내 자신에게도 찹쌀떡 하나가 가까이 다가왔다.
"...네...?"
그에 살짝 놀란 듯이 두 눈을 깜빡깜빡이며 찹쌀떡과 백호 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민하듯이 머뭇머뭇거리다가 이내 큰 용기를 내어, 두 눈을 꽈악 감고 입을 벌렸다. ...냠, 조심스럽게 찹쌀떡을 받아먹고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입이 작아서 찹쌀떡 가루가 입 주변에 가득 묻긴 했지만.
"...! 맛있어요, 백호 님...!"
그러나 느껴지는 달콤하면서도 쫀득쫀득한 식감에 순수하게 감탄의 뜻을 표현하며, 두 눈을 뜨고 환하게 웃었다.
"신과 씨의 맛도 나면서 쫄깃해요! 와아...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요...! 사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백호 님."
물론 나 혼자 있으면 당연히 이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일 없이 혼자 냠냠 다 먹겠지만, 지금은 리스에게도 사준 것이니까 당연히 리스에게도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애초에 리스는 맨 처음에 자신이 먹지 않고 나에게 이렇게 나눠주기도 했으니까. 그렇기에 리스가 먹는 것을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리스가 눈을 꽈악 잠고 입을 벌리자 나는 찹쌀떡을 조심스럽게 리스의 입 속으로 쏘옥 넣어주었다. 자. 자.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물론 귀여운 반응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곧 리스는 환하게 웃으면서 맛있다고 표현해왔다. 신과의 맛도 나고 쫄깃한 그 맛. 그것을 제대로 느낀 것 같아서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다음에는 이런 것도 사 먹고 그래봐. 세상에는 맛있는 것이 한가득인데 이것저것 다 먹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나도 맛있게 먹고 먹고 또 먹는거야. 안 먹으면 아까운 것이 많으니까. 얼마나 맛있는 것이 많은데. 냠."
이어 나는 내 찹쌀떡을 하나 집어서 입에 천천히 넣은 후에 그것을 씹었다. 역시 쫄깃하고 달콤한 맛이 입 속에 퍼지자 절로 기분이 좋아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찹쌀떡은 신과 찹쌀떡만큼 맛있는 것이 없단 말이야. 그렇게 천천히 먹는 도중 리스의 입가에 찹쌀떡 가루가 묻은 것이 보여 나는 손을 올려 리스의 입가를 털어주려고 했다.
"...그... 그래도... 먹이를 받는 건, 먹여줌을 받는 건 거의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그것은 라온하제에 오기 전부터도 마찬가지였으니. 어미에게서 먹이를 받기는 커녕 버림을 받으며 살아왔던 자신이었으니까. 괜히 어색하고 마음 한 구석이 슬퍼지는 느낌에 손가락만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다가, 이내 큰 용기를 내어 백호 님께서 주시는 찹쌀떡을 받아먹었다. 찹쌀떡을 처음 먹어봤기에 입가에 가루가 다 묻었지만.
그래도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있고 독특한 찹쌀떡의 맛에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자, 백호 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그에 한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이 세상에는... 정말로 맛있는 음식 씨들이 가득하신 것 같아요. ...잘 몰랐는데..."
살아남는 데 바빠서 제대로 알 수조차 없었지만. 정말로 멍한 눈빛으로 찹쌀떡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백호 님을 바라보았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 지 잘 모르겠지만... 백호 님의 방금 말씀, 왠지 모르게 은호 님이 떠올랐어요. 은호 님께도 예전에 비슷한 말씀을 들었던 적이 있어서..."
헤실헤실, 희미하게 웃어보이다가, 백호 님께서 자신의 입가에 묻은 가루를 털어주자 한 박자 늦게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부끄러움에 살짝 양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아래로 푸욱 숙였다. 괜히 론만 더 꼬옥 끌어안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끄덕였다.
"......가, 감사합니다, 백호 님... 저... 이, 이런 떡 씨는 처음 먹어봐서..."
"여기에 오기 전에 무슨 삶을 살았는지는 아무래도 좋아. 그렇게 따지자면 나도, 은호님도 그렇게 좋은 신 출신은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지금이야."
갑자기 어느 순간, 신으로서 태어나... 여우 악신들만 모여있는 곳에서 지내고 우리들도 자연스럽게 악신으로서 살아왔지만... 은호님의 힘을 두려워하던 이들에 의해서 은호님이 크게 다쳤을 때... 은호님은 인간계에 있는 인간의 도움을 받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우리들은 악신의 자리를 벗어던졌지. 그때를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참으로 오래전... 그러니까 옛날 일이구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서 미소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치? 그치? 그러니까 앞으로 리스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어봐. 맛있어보이는 것이 있으면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는거야! 지금 이 찹쌀떡 처럼 말이야. 그리고 은호님이 그렇게 이야기했었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은호님과 나는 같이 산 세월이 기니까."
태어날 때부터 함께이기도 했고... 그렇게 따지자면 은호님은 나의 언니 같은 존재일까? 아니면 내가 언니일까? 아무래도 좋았다. 나와 은호님 사이에 그런 것을 따져서 무엇하겠어? 그저 둘 사이에 맺은 그 맹세만 영원하면 되는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리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앞으로는 기억해두면 되는 거야. 그러면 되는 거 아니겠어? 안 그래? 아. 다음에 혹시 맛있는 거 먹게 되면 꼭 나에게도 소개해줘. 알았지?"
혹시 내가 모르는 맛있는 것을 먹으면 소개해달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찹쌀떡 하나를 또 다시 먹었다. 어느새 팍 줄어버린 찹쌀떡의 양. 당연히 나에게 남은 것은 한 개 뿐이었다. 이 한 개는 좀 아껴먹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입가에 묻었을 가루를 털어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백호 님의 말씀을 따라서 중얼거려보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그렇다는 것은... ...과거는 중요하지 않은 걸까요? 제가 살아왔던 그 과거들은, 그 기억들은...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 저는... '신' 님께서는... 이 곳은... 이 라온하제는... [그만. '리스'. 멈춰.] "......"
이내 곧 들려오는 백호 님의 목소리에, 점점 더 멍해지던 표정을 멈추었다. 그리고 멍한 눈빛으로 백호 님을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백호 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볼게요. ...그리고... 네, 그렇게 말씀하셨었어요. ...은호 님과 백호 님, 두 분 다 엄청 높으신 분들이시기도 하시니까... 뭔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느낌이예요. 그래도 두 분 다 정말로 대단하시고 멋지신 '신' 님들이시라는 점은 똑같지만요."
...같이 산 세월이 길다면, 그렇게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저도 좀 더 오랫동안 '가족'들 속에 있었다면, 그랬다면... 비슷하게 되었을까요. 론을 꼬옥 끌어안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이내 곧 들려오는 백호 님의 말씀을 가만히 들었다. 그리고 몇 박자 늦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열었다.
"...네, 백호 님. 저는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먹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로 맛있는 음식 씨를 발견한다면 꼭 바로 백호 님께 알려드릴게요."
한 박자 늦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백호 님께서는 특별히 더 좋아하시는 음식 씨가 있나요?"
예를 들어 자신은 과일을 좋아한다거나 그랬으니까. 백호 님의 취향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음식을 소개해드리면 좋을 지, 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은호님처럼 고위신은 아니니까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 어떻게 보면 가족같은 이일지도 모르겠어. 정말로 오랫동안 함께 했거든."
그건 아마 이 귀여운 홍학 수인 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긴 시간이 아니었을까? 어느 정도 세다가 그만둬버린 그 길고 긴 시간을 떠올리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길고 긴 인연이라고 생각을 하니... 그리고 앞으로도 가능하면 쭈욱 그렇게 있다고 생각을 하니. 언젠가 내가 고위신으로서 각성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나는 은호님의 근처에 있고 싶기에...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뭔가 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저 미소만이 흘러나왔다. 애초에 우리 신들에게는 나이가 없는데 말이야. 나이 같은 거 그다지 의미가 없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리스의 질문이 들려왔다. 특별히 더 좋아하는 음식이라. 잠시 생각을 하다가 나는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리스의 말에 대답했다.
"글쎄? 나는 특별히 크게 가리는 것은 없지만...요즘은 토마토가 들어간 음식이 조금 끌려. 토마토 파스타라던가 그런 음식도 있거든. 다음에는 그걸 먹으러 가볼까 생각중이야. 아. 신과 파스타 같은 것도 맛있긴 하지만..."
그렇게 음식을 이야기하니 절로 군침이 꿀꺽 도는 것이 느껴졌다. 아. 갑자기 또 먹고 싶어지잖아. 결국 참지 못하고 찹쌀떡을 한 입에 꿀꺽. 그렇게 먹으면서 나는 리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귀여운 홍학 아가씨. 나는 다시 가던 길을 갈게. 다음에는 꼭 내가 사주지 않더라도 맛있는 거 먹기다. 알았지? 후훗."
그렇게 웃으면서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가던 길을 가기로 했다. 다음에는 또 뭘 먹을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해도 괜찮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저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조금 짧긴 하지만...이벤트 시작 전에 조금 휴식이 필요할 듯 해서... 일단 이 일상은 슬슬 끝을 내도록 할게요! 막레를 써주셔도 좋고 막레로 받으셔도 괜찮습니다!
이번에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가을의 기운이 흐르고 있는 지역, 가리였다. 정확히는 가리의 명소인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산 속이었다. 평소라면 붉은 낙엽들이 가득 떨어지고 있었겠지만 역시나 이곳도 생명력이 끊어졌는지 주변 나무들은 시들어가고 있었고 수많은 낙엽들은 말라 비틀어가며 죽어가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참으로 안쓰러운지 누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면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일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곧 리스는 마음을 굳게 먹고 모두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두 곳만 더 열심히 하자! 가리와 미리내! 일단... 했던 것처럼 이곳을 수호하던 신인 백호...그러니까 백호 언니가 아니야! 아무튼 백호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자."
"알겠습니다! 반드시 찾아서 수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아라 지역에서 청호가 나왔던 것이 조금 신경 쓰여. 어쩌면... 누군가가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더욱 조심해. 알았지?"
누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우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온 역시 킁킁 냄새를 맡으면서 찾아보려고 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 또한 슬슬 움직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순간, 저 편에서 뭔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그 냄새를 찾아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냄새를 따라서 걸어간 리스는 머지 않아 산에 있는 동굴 부근에서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벌 수인 신, 샤베르. 요리사 모자를 쓰고 있는 그는 그 근처에 모여있는 작은 수인 신들과 화인 신들에게 스프를 떠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스프도 그렇게 양이 많지 않은지 샤베르는 정말로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샤베르가 고개를 위로 올렸고 다른 이들의 모습을 발견했는지 그는 크게 손을 흔들었다.
"아. 아.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지금 배가 고파서 여기로 온 겁니까? 아아. 하지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이 샤베르. 이곳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 신들을 위해서 도망치지 않고..그나마 가지고 있는 식재료들을 이용해서 요리를 만들었습니다만..이제 슬슬 재료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곤란합니다. 정말로 곤란합니다."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샤베르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그리고 냄비에 남아있는 스프를 바라보더니 그것을 떠서 그들에게 각각 나눠주었다. 버섯으로 끓인 스프인걸까? 스프에는 버섯이 담겨있었다.
"송이 버섯을 이용해서 만든 송이버섯 스프입니다. 저는 조금 굶어도 되니까 여러분들이 드셨으면 합니다. 전의 일도 있고 하니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들, 가리에 사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쩌다가 이곳에..."
냄새를 따라가보니 만난 것은 바로 샤베르 님. 샤베르 님께서는 모두에게 스프를 나눠드리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을 도와드리려 앞으로 걸어가려다가 얼떨결에 자신 역시도 스프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스프와 샤베르 님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자신 몫의 스프를 다시 샤베르 님께 돌려드리려고 했다.
[...저는 괜찮아요, 샤베르 님. 그러니 제 몫까지 샤베르 님께서 드시거나, 아니면 다른 '신' 님께 더 나눠주셨으면 좋겠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자연스럽게 텔레파시로 말을 걸며.
[...저희는 라온하제를 구하러 왔답니다. ...샤베르 님. 혹시 이만한 구슬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곳을 알고 계시나요? ...라온하제를 구하기 위해서는 누리 님께서 그런 홈에 구슬을 끼워서 잠들어 계신 백호 님을 깨워야한다고 하셨거든요.]
"안녕 샤베르. 미안하지만 딱히 입맛이 돌지는 않아." 뭔가 그 시커먼스에서 잠수를 좀 했더니.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고는 샤베르가 잘 먹어야지 정화되고 나서 여기 있는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줄 거 아니야? 라고 말하려 합니다.
"내 물음도 리스랑 비슷해. 그리고.. 여기 있는 존재들을 좀 보호해야 할 것 같아." 아라를 정화할 때 머리에 든 게 먼지보다도 못할 정도로 빈 것들이 우리를 방해했거든. 이라고 말하며 여기에도 올 수 있으니까. 라고 말하려 합니다. 뻘겅이일지 퍼랭이일지 시커먼스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면 절연당한 백호라던가?
가리라. 그럼 이번 일이 끝나면 결국 미리내의 차례가 온다는 이야기겠네요. 그 애는 가리의 시들어버린 붉은 단풍잎들을 차분하고도 고요한 그 푸른 눈으로 둘러보면서 생각했습니다. 그 애는 가을의 더위에 금방이라도 벗어버릴 듯 얇은 반팔을 몇 번이나 팔랑팔랑하며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서 옷을 벗어버리면 곤란하겠지요? 그 애는 끈기있는 참을성으로 인내하며 배 부분의 하얀 천을 잡고 팔락 팔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애로선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애는 차분히 누리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맛있는 냄새에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그 애의 앙증맞고 작은 코가 몇 번 움직이고 비로소 움직임이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그 애는 향긋한 음식 냄새에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음식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애는 누리님이 말한 '백호님을 찾는다' 와 '청호를 조심한다' 라는 것 이외엔 관심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모두 음식 냄새를 따라 이동하는데 그 애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모양새도 조금은 이상해 보일 것이었습니다. 그 애는 작은 키의 탓인지, 혹은 그저 피곤해서 인지 그 큰 눈을 끔뻑거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애의 작은 발은 점점 더 느릿느릿해졌지만 어찌저찌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었습니다. 앞에 있던 누군가의 등허리 부근에 그 애의 둥그런 이마가 콩 하고 부딪힌 것 같았거든요.
"음..."
얼떨결에 샤베르님의 요리를 받긴 했습니다만, 안 그래도 더운 가을 날씨에 이렇게 용암처럼 타오르는 송이버섯 수프를 먹긴 힘들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수프 그릇을 잡고 있는 그 애의 작은 손도 조금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그 애는 커다란 파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샤베르님에게 수프 그릇을 건네주려 했습니다. 어차피 그 애는 지금 배가 고프지 않았고, 더 맛있게 먹어줄 누군가가 굶는 건 싫었습니다.
"누리님..."
아마 말 못하는 부끄럼쟁이인 그 애 보다는 누리님이나 다른 분들의 설명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았습니다. 그 애는 조심스럽게 관망하기로 했습니다. 한 발짝,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스프를 먹지 않고 돌려주자 샤베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조금 충격을 먹은 것일까? 하지만 곧 이해한다는 듯이 샤베르는 고개를 크게 여러 번 끄덕이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굳이 먹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요! 이 스프는 다른 신들에게 좀 더 나눠주도록 하겠습니다. 네. 네. 아무튼... 여기에 있는 존재들은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여기에 남은 이유기도 하니까요. 가리에서 살아가는 요리사인 저 샤베르. 그게 사명이기도 하고...아무튼..."
이어 샤베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리스 쪽으로 향했다. 왜 텔레파시로 말을 하냐는 듯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곧 그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에 빠졌다. 두 손으로 마치 칼질을 하듯이 리듬을 타면서 생각을 하던 샤베르는 이어 대답을 했다.
"구슬을 끼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산의 정상에 성스러운 석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석상이 마치 호랑이를 닮았다는 말도 있고요. 물론 전 요리사라서 거기까지 간 적은 없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말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네. 네."
자신이 아는 것을 알려주면서 샤베르는 곧 저 위, 산의 정상 부분을 가리켰다. 그곳은 확실히 높은 곳이었고,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조금 힘들어보일지도 모르는 높이였다.
"혹시 산으로 올라간다고 한다면...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러니까...아..여기에 있군!"
이어 샤베르는 연한 녹색 물이 담겨있는 통을 모두에게 건네주면서 이야기를 했다.
"쑥을 달인 물입니다. 이걸 먹으면 나름대로 스테미너가 좀 더 붙고 그럴 겁니다. 네. 네. 등산 하려면 시원한 것이 최고지요. 하지만..조심하셔야 합니다. 네. 네. 산의 정상을 보면 알겠지만..검은 먹구름이 있지 않습니까? 번개가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네. 네."
샤베르 님께서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아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흐릿한 눈빛으로 희미하게,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미소만 지어보일 뿐.
아무튼 샤베르 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가리의 구슬을 끼울 수 있는 곳은 산의 정상에 있는 듯 했다. ...그 곳에 백호 님께서 잠들어 계신 걸까요. 잠시 산의 정상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어떻게 저 곳까지 도달할 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날아가다가 금방 지쳐버릴 것 같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그러다 샤베르 님께서 연한 녹색 물이 담겨있는 통을 주시자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것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였다. ...이것을 마시면... 저의 약한 몸도 괜찮아질까요? ...아니, 괜찮지 않다 하더라도 가야만 했다. 그렇기에 각오를 다지며 통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샤베르 님.]
다시금 텔레파시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샤베르 님께 허리를 꾸벅, 숙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아사 님의 물음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역시 아사 님께서는 현명하세요. 어쨌거나 구슬을 끼워 백호 님을 깨우실 수 있는 분은 바로 누리 님이시기도 하니까. 아무튼 다시 천천히 샤베르 님을 바라보았다.
산 정상에 성스러운 조각상이 있다는 샤베르님의 말이 들려왔습니다. 그 애의 맑은 푸른 눈이 샤베르님의 손가락을 지나 산 정상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그 애는 빠르기라면 둘째가 라도 서러울 눈표범이었으니, 원한다면 단숨에 그곳까지 갈 수 있을 터였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그 애 혼자만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혼자 단독으로 행동하는 중이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달려갔을 텐데, 모두와 같이 있는 이곳에서 단독 행동을 할 순 없을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이렇다 할 설명도 못 하는 그 애가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일이 커질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
그 애는 갑자기 그 애의 작은 손에 들린 초록빛 물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이게 뭐예요? 하는 물음이 왠지 공중에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애는 샤베르의 설명을 듣고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스테미너가 뭐예요? 그게 떨어지는 거였던가?
"먹구름... 번개..."
아무튼 조심하라는 대상을 인지한 그 애는 샤베르에게 꾸벅 인사해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아사님이 의견을 구하는 듯 이쪽을 바라보자 그 애는 작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린... 산 정상으로 가야겠... 죠...? 혹시... 산 정상까지 올라가기 힘드시면 제가... 옮겨 드릴게요."
그 애는 수줍은 듯 목소리를 웅얼웅얼 거리며 말했습니다. 힘이라면 쓰고 써도 남았으니까요.
"그러니까 왜 텔레파시로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아무튼 누리님과 가온 씨 말입니까? 네. 네. 그렇고 말고요. 나눠주겠습니다! 어딘가에 있다는 이야기겠죠? 일단 여유분이야 더 있으니까요! 여기!"
뒤이어 샤베르는 리스에게 물병 2개를 더 나눠주었다. 이 물병이 있으면 일단 누리와 가온에게도 줄 수 있는 것일까. 아무튼 누리와 가온에게 연락을 한다면 텔레파시를 이용해도 좋을테고, 물병을 나눠주는 것도 신통술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전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확실한 것은 이제는 산으로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이대로 올라가도 좋은 것일까? 위험하지 않을까? 하늘 위에 끼여있는 먹구름은 그만큼 불길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정상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그 석상을 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올라간다고 한다면... 모두 각자의 방법, 혹은 협력을 통해서 올라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그럼 이제 올라가도록 합시다..! 산 정상까지! 날아서 가도 되고, 뛰어서 가도 되고, 아니면 각자의 방법으로 가도 되는 겁니다! 9시 50분까지 받겠습니다!
"태워줄 수는 있지만.. 피탄 면적이 넓어." 아니면 걸어서 올라가도 상관없지만 오물덩어리들이 산 정상에 죽치고 있지만 않으면 좋은데. 라고 디스합니다.
"입맛 떨어지게시리." "자기들은 쓰레기더미에서도 멀쩡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비위가 참 좋은 것 같네." 맹금류가 낼 법한 휘익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짧게 내고는 같이 올라가자고. 체력이 약하면 올려 줄 테니까. 라고 말하면서 음. 업히면 너무 접촉 면적이 넓나? 라고 말하네요. 응.. 그런 만도 합니다.. 등이 다 드러나 있다이기도 하니...
...그건... 샤베르 님의 물음에는 그저 어색하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마치 대답을 피하려는 것처럼. 그 대신 물병 2개를 더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을 나눠드리려면... 잠시 물병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구슬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신통력을 사용하여 물병들을 누리 님과 가온 님께 하나씩 보내드리려 했다. [다양한 신통력을 사용해보니 기분이 어때?] "......"
아무튼 이제는 산 정상으로 올라가야 할 시간. 론을 품에 꽈악 끌어안은 채,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는 소아 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아사 님께 업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으니까. 아사 님께 감사와 죄송스러운 마음을 동시에 품고, 그렇게라도 산 정상에 올라가려고 했다.
/ 죄송합니다...! 이 앞에는 미리 써놨는데 다른 일 좀 하라고 하셔서 하느라 그만...ㅠㅠㅠㅠ
일단 누리와 가온이에게는 연락을 마치고 물병도 전송을 한 후에 리스는 아사의 등 위에 올라탔다. 이어 아사의 비행이 시작되었고 정말 힘들지 않게 산 정상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산 정상은 정말로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분명히 하늘 위에 먹구름은 끼어있긴 했지만,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통 조용하고 고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내 산 정상 부근에서 정말로 거대한 석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거대한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그 앞의 제단에 구슬을 꽂는 듯한 부분이 보였다. 착지를 하는 그 순간까지 딱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정말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 그 자체였다. 정말로 이 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일단 누리와 가온이 올라오려면 아직 조금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가온이 막 보낸 텔레파시에 의하면 그러했다.
ㅡ지금 산을 오르는 중입니다. 10분 정도 후에 정상으로 갈 듯 하니, 그때 만나도록 합시다!
10분. 적어도 그때가 아니면 누리도 가온도 여기에 도달하는 것은 힘들어 보이니 탐사를 해도 좋고, 조금 쉬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전히 하늘 위에는 먹구름이 끼어있었고, 번개가 간간히 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정말로 강렬한 신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대체 그 신의 기운은 무엇인걸까?
1차적 방어막을 아사가 깔아주고 리스는 그 안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딱히 크게 보이는 무언가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아...하아..."
"누리님!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머지 않아 가온이와 누리의 모습이 모두의 눈에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자기 격하게 먹구름에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검은색 번개가 연속으로 여기저기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아사의 결계가 있기는 했지만, 그 결계조차도 쉽사리 금이 갈 정도로 그것은 어마무시한 힘이었다.
ㅡ청호의 보고는 아주 잘 들었다. 이곳에 잠들어있는 신을 깨울 생각인 모양이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그것은 틀림없는 적호의 목소리였다. 이어 번개가 떨어지면서 석상 앞에 붉은색 여우, 적호의 모습이 드러났다. 피식 웃는 모습이 참으로 잔혹하기 그지 없어보이는 그는 모두를 바라보며 비웃음소리를 냈고 가온과 누리는 크게 놀라서 적호를 바라보았다.
"적호!!"
"당신이...!!"
"그거야 나도 신의 힘 정도는 읽을 수 있으니 말이지. 아무래도 이 석상이 그 백호라는 녀석인 모양이지. 그럼 부숴버리면 그만이지 않겠나?"
이어 적호는 손에 붉은색 번개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박살내버릴 생각인지 그대로 발사하려고 했다. 만약 그것이 발사된다면 석상은 정말로 손쉽게 산산조각 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야. 빨강아." 머리 속에 든 덩어리가 보통 오물덩어리가 울면서 제가 수련을 더 하고 와야 동급으로 더러워지겠다며 내뺄 생각을 할 정도라서 그런 식으로 하고 있어? 라고 덤덤하게 말하면서 석상을 보호하려고.. 어.. 공격해야하나. 방어막을 쳐야 하나. 일단은 방어를 굳히려 합니다.
"일단 네 머리 속에 든 게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오물덩어리라서 내가 특강을 해줘도 알아들을 수 있을지나 모르는데." 내 특강은 비싸 빨강아. 라고 말하며 얌전히 물러나. 라고 말하려 합니다.
"여기저기 부숴버리기 전에." "할 거면 클라이막스에 해야지" 음. 죽이지 않는 선에서 여우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만한 곳이 어디지? 라고 태연히 말하며 가죽을 싹싹 하면 되나? 라고 말하는 와중에도 석상을 신경쓰고 있습니다.
누리 님과 가온 님께서 무사히 나타나신 것에 대하여 안도하기도 잠시, 이내 곧 검은색 번개가 여기저기 내려치기 시작하자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적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래로 푸욱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다시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차가운 무표정한 얼굴이 드러났다.
"......" [또 너냐? 이 지긋지긋한 녀석.] 적호가 손에 붉은색 번개를 모으기 시작하자, 한 손을 들어 적호에게로 뻗었다. 그리고 서서히 빛나기 시작하는 구슬. "......" [네 맘대로 날뛰게 둘 것 같으냐. 가소로운 것. 끝없는 안개 속에 갇혀있거라.] 환각 능력을 사용하여 적호의 눈 앞을 안개로 뒤덮어, 적호를 당황시켜 석상의 위치를 향한 조준점을 교란시키려 했다. 그리고 동시에 활 시위를 당겨 화살을 적호의 손으로 겨누었다. 붉은색 번개를 모으고 있는 그 손을 향해. 유일하게 보이는 한 쪽 눈에서 위압감 넘치는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 [꺼져.] 그리고 망설임 없이 시위를 놓으려 했다. 화살이 일직선을 그리려 정확히, 빠르게 적호의 손을 공격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여러 개의 화살을 시위에 걸어 당기곤 적호만을 향해 공격을 퍼부으려 했다. 아사가 방어를 더 굳히려 하는 동안 자신은 공격을 하는 게 더 나을테니. 그리고는 누리만을 향해 머릿속으로 텔레파시를 보내려 했다. 그 순간만큼은 무표정이 깨진 채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누리 님! 저희는 아마도 오래 버티긴 힘들 거예요! 빨리 저 석상의 제단에 구슬 씨를 끼우셔야 해요...!!]
석상을 부수지 못하게 아사는 방어를 굳히기 시작했고 리스는 환각을 사용했다. 눈 앞을 안개로 뒤덮으려고 하고 화살을 쏘려고 했지만 적호는 태연하게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번개를 근방으로 난사하듯 발사했다. 베리어가 산산조각 난 것은 물론이고 리스가 날리는 화살 역시 깔끔하게 사라져버렸다. 그만큼 상대는 고위신이었기에 레벨이 다른 것이었을까?
"그래서 말은 다 했나?"
이어 적호는 아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우선 아사부터 지져버릴 생각인 것일까. 다시 한 번 붉은색 번개가 그의 손에서 춤을 추듯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저히 피하래야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고 모두에게 충격을 주기에 정말로 딱 좋은 힘이었다. 그 때문에 늑대 특유의 사냥법으로 기습을 하려고 한 가온마저도 바닥에 굴러야만 했다.
"크아아아악!!"
"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적호는 보기 좋다는 듯 유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일단 누리는 유일하게 안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누리에게 있어서 적호는 공포의 대상, 트라우마의 대상이었다.
"...시..싫어..."
"자...순순히 그 구슬을 내놓아라. 나의 피조물이여. 그렇다면...이 녀석들은 다치지 않게 끝내주마. 어때? 나쁜 조건은 아니지 않나?"
만약 거역한다면... 정말로 번개로 모두를 다시 지져버릴 생각인 것일까. 적호는 정말로 사악하게 웃으면서 누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물론 무시해도 상관없어. 하긴..이런 하찮은 것들을 위해서..고위신이 굳이 무릎을 꿇을 필요는 없겠지. 안 그런가? 너희들도 마찬가지.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지? 저 밑에서 얼마 없는 식량을 남들에게 베푸는 그 하찮은 서벌 녀석의 걱정이라도 해주는 것이더냐? 크크큭.."
"아. 진짜 아프잖아." 굴렀다 일어서서 그런지 바보털이 살짝 휘었습니다. 그냥 아프다는 말로 끝내기에는 충격량이 장난 아니기는 했습니다만. 할 말은 다 했냐는 말에
"아니? 해줄 말이 너무 많아서 고르는 중이야." 뭐라 더 해주는 게 좋으려나.. 라고 잠깐 고민하다가
"정공법으로 이기지 못하니까 비겁한 술수를 쓰고 질투하는 존재 밑에서 수행하는 녀석 답게 저번에도 이것저것 더러운 수를 썼었지?" 배워먹은 게 그것뿐이라서 유감이잖아? 신도 배워나가는 존재인데 배워먹질 못하다니. 불쌍하잖아. 대체 그 한 몇백년 되는 시간 동안 나는 잠을 많이 잤지만 배운 게 많은데 적호 쟤는 배운 게 없어서 이렇게 폐를 끼치고 다녀서 그렇지? 라고 진짜 불쌍한 것을 보는 듯이 랩하듯 디스를 하네요
"라온하제를 반으로 갈라서 줄 것이 아니라면 구슬을 꽂아넣느냐 막느냐잖아?" 타협점은 없지. 라고 냉정히 말하려 합니다. 누리야 미안하지만 다솜과 아라를 되찾았지만 구슬을 넘겨주면 승산은 없지. 저건 이미 패퇴한 패잔병 주제에 또다시 침공을 개시한 존재고. 물러날 순 없지. 라고 말하면서 적호를 봅니다.
"너희들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또 확인시키는 것도 지겹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너희가 이걸 받아가면 부술 거고 다솜과 아라도 또 오염시킬 거고. 살기 어려워지고 너희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건데. 이득손해 가리는 법도 모르는 사회화 덜 된 것들이 힘만 가지면 이런 식으로 굴러다니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