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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명예직에 가까운 제 직업은 참으로 거추장스러웠다. 근위대장? 애초에 왕궁 근위대는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한 사치품일 뿐이다. 실제로 근위대가 필요한 경우는 왕이 왕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 뿐. 여유는 나태를 낳고, 나태는 무능력의 다른 이름이다. 아무리 실제에 가까운 훈련에 임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훈련. 고질적인 문제를 탈피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소규모 모의 전투라도 하는 편이 나을까. 나태한 기사만큼 쓸모없는 존재는 없을테니.
그녀는 흔한 갈색 로브를 뒤집어 쓴 채 왕궁을 나섰다. 곧 왕궁을 떠나 그녀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게 되니, 그 전에 대장간에 수리를 맡겼던 검을 가지러 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검을 재정비하는 이유는 단 하나. 최근 영지 바깥의 몬스터들이 영지 내부로 들어오려 발광을 하고 있다는 집사의 서신을 오늘 새벽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무지한 짐승들을 도륙할 시기가 되돌아왔다.
***
드워프 영감은 괴팍한 성질머리로 투덜거리면서도 그녀에게 말끔한 바스타드 소드를 건네주었다. 예리하게 갈린 검날에 붉은 눈이 비쳤다. 곧 이 검에 흐를 짐승의 핏물이 눈에 선했다. 아. 로즈리안가의 상단에도 주문을 해둬야겠지. 사치품으로 유명하긴 하다만, 다른 품목도 떨어지진 않으니 말이다. 그녀의 발걸음은 이내 그의 상단으로 향했다.
검은색 지팡이를 짚어가며 유유히 거리를 빠져나오려던 카인의 눈에, 누구인지 충분히 알거 같은 여자가 비춰졌다. -저 여자. 순간 입술을 비끌어뜨린 그는 그녀가 향하는 곳이 자신의 상단임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상단에서, 뭐라도 구할 생각인가? 더러워진 기분에 지팡이를 손이 하얘질 정도로(장갑을 껴서 보일리가 없겠지만) 잡었던 것이 무색하게,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걸 재밌는 기회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의 얼굴에 더할나위없이 화사한 미소가 걸린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무감정한 표정만을 얼굴 위로 끌어올린 채였다. 속으로는 엷은 조소를 흘리고 있었지만. 굉장한 우연이라. 로즈리안가의 상단으로 가는 길에, 상단주를 만난 일이 과연 우연일까? 우습군. 영업용 미소로 가려진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지. 그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렸다. 짐승은 발톱과 이빨로 서로를 물어뜯지만 인간은 혀 끝으로 서로를 도륙한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상황인가. 마치 눈 앞에 베어야 할 상대가 있는 느낌이었다.
" 마침 잘 되었군요. 경의 상단에 볼 일이 있는지라. "
그녀는 어쩌다 보니 가는 길에 마주쳤군요. 라고 덧붙이며 씨익 마주 웃었다. 머리에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머저리들에겐 굳이 웃어줄 필요가 없다. 허나, 자신을 어떻게 해 보려고 드는 이 강아지에겐 웃어 줄 가치가 있다. 그 오만함, 누구라도 한 번은 꺾어 줄 필요가 있다고 보거든. 돈으로 모든게 다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기를.
기쁜 얼굴로 안내를 자처한 남자, 카인은 이 대화 자체의 우스움은 제쳐두고 두팔 벌려 공손히, 친절하게 루치아를 상단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곤 예의 그 사람 좋은 얼굴을 들어 루치아를 향해 응시했다. 노랗고 간사한 눈과 붉고 당당한 눈동자가 잠시 마주치고, 먼저 아래로 그 시선을 피한 건 공손한 호박색 눈이었다.
"루치아님이 찾아주셨는데, 제가 직접 소개해 드리지요. 무슨 물건을 찾으시나요?"
칼?활?방패?석궁?갑옷?창? 뭐든지 있답니다, 말만 하시지요, 라고 묻는 그 모습은 그 어느 것하나 거짓되지 않은 친절한 상인, 그 자체다.
몬스터 토벌에 무거운 철갑옷은 불필요하다. 자신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지만, 그녀의 수하들은 철갑옷을 입고 빠르게 움직이는데 부담이 있을 터. 그녀 스스로도 철갑옷은 거추장스럽다. 애초에 몬스터에게는 철이나 갑옷이나 비슷할테니까. 전쟁이 아닌 이상 착용하지 않는 것이다. 빠르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는데 그보다 큰 방해물은 없지.
"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물건 품질은 최상으로 부탁합니다. 내 병사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다보니. "
그녀는 제 영지에 있을 병사들을 생각했다. 무감정한 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기분 좋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자신 앞에 있는 그를 그리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영지에서 일어난 모든 전투를 빠지지 않고 제 병사들과 참여했었다. 이미 그녀의 병사들은 그녀의 가족인 것이다.
"거절은 거절할게요, 오늘의 메뉴는 제 전화번호되겠습니다. 아가씨" "디 몰토! (훌륭해!)"
1. 이름 : 마르코 유진 (Yuujin Marco)
2. 성별 : 남
3. 나이 : 25세
4. 신장 : 172cm
5. 몸무게 : 68kg
6. 지원 담당 : 플로어 스텝 (키친의 직원이 정 없을땐 키친도 가능)
7. 외형 : 블루블랙으로 염색한 포마드헤어를 하고있으며 언제나 은색 귀걸이를 하고있다. 늘 사근사근하게 웃고있으며 서양인과의 혼혈이기에 속눈썹이 길거나 느끼해 보이기도 한다.[이미지 보다 조금 더 동양스러운 모습이다.] 상당히 거친 운동을 한것 같아보이지만 늘상 아르바이트 복이든 옷이든 여름에도 긴팔 긴바지를 입고 다니기 때문에 알기가 매우 어렵다.
8. 성격 : 레이디 퍼스트가 신조인 남성으로 보인다. 마르코에게 좌우명을 물어보면 "남자는 힘, 여자는 사랑" 이라 대답할것이다.
9. 뒷이야기 :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아버지와 성악을 전공하던 한국인 어머니아래에서 태어난 그는, 그저 어머니가 한국인 이라는 이유하나로 자기의 일을 다 내팽겨치고 한국에 정착할정도로 자기 아내에게 헌신적인 남편의 모습을 십수년이나 보면서, 심지어 교육받으며 자라왔기에 언제나 여자에겐 상냥하게, 사람들과는 활기차게 라는게 모토로 자리잡았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아버지가 미쳐 좋아하는 축구도 아닌, 한국에서 유명한 야구도 아닌 마이너하기 짝이 없는 미식축구에 빠지기 시작한다. 계기는 단순, 남자는 힘 여자는 사랑이라는 좌우명을 가진 그에게 힘과 힘이 격돌하는 격렬한 스포츠인 미식축구는 그에게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스포츠였다. 그날 이후로 학교에서도 친구들은 전혀 관심없는 미식축구공을 가지고 놀거나 혼자서 연습하는데 급급했다. 중학생이 되서야 그의 열정을 알아준 아버지는 어머니가 아들이니까 하고싶은거 하게 해줘라고 유치원생때 말한 말을 지켜주려고 미국으로 혼자 유학을 보내 버린다. 가뜩이나 덩치가 작은 남부유럽과 아시아 혼혈인 그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미식축구부의 선수로 발탁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4년을 보내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교에 들어서 드디어 빛을 발하여 대학리그에 들어가 선수 생활을 하게 되지만 2년째 되던해 선수 생명에 지장이 갈 부상을 입고 은퇴, 대학도 중퇴를 하고 부모님 몰래 한국으로 돌아왔다. 군대도 어영부영 공익으로 갔다왔고 이제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한지 1년, 리프레쉬겸 바다로 바캉스를 간 그는 우연히 아르바이트 모집 전단지를 보게되고 그곳의 점장이 마음에 들었기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자취경력도 길고 짧은 인생이지만 많은 일들을 해봤기에 금방 자리를 잡게 된다.
10. 기타 : 점장을 비롯해 가게의 모든 여성 스태프들은 그에게서 선물을 몇번이나 받고 받는중이다. 마음에 드는 손님이 있을땐 사비로 주문을 추가해서 가져다 주기도 한다. 와인에 대해 잘 아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는 술에 약하다. 그리고 그는 말이 제법 많은 편이다. 오른쪽 무릎에 큰 흉터가 있다. 아무리 그가 부상을 입었었다 하더라도 운동선수 출신은 운동선수 출신, 가게에 힘쓰는일은 -특히 여자가 하려고하면- 도맡아서 하려고 한다.
멍청했지. 나는 짧게 평하며 웃었다. 내 볼일을 끝냈다고 해서 정말, 말 그대로 멍청하게 마음을 놓아버렸다. 몸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건 이미 늦은 때였다. 선언하는듯한 목소리. 그리고 선뜩한 파공음이 내게로 내리꽂혔다. 떨어져나갈것 같은 어깨에 균형이 흐트러진다. 하는수 없이 한쪽 무릎이 바닥에 닿았고 어깨를 지나친 무기가 목에 닿으려 할 때였다. 여기서만큼은 다행히 늦지 않았다. 늦지 않았다면 늦었다는 판단을 할 새도 없이 저세상이었을터다. 능력을 발현시켜 몸에 한기를 두르고는 목을 가볍게 스치는 무기의 열기를 견뎌낸다. 그럼에도 화끈한 감각은 잔류하여 목 뒷덜미를 데운다.
"그 말은 저승까지 동행해주겠다는 말인가?"
어깨를 얻어맞자 마자 앞으로 몸을 굴려 날 공격한 누군가와 대치했다. 물론, 겨우 스친 뒷덜미 따위를 어깨의 통증에 비할 순 없었다. 젠장 벌써 열세군. 웃듯이 대답했지만 가면 안의 표정까지도 그러긴 힘들었다. 그래도 처지를 비슷하게만 만들면 확률없는 게임은 아니게 되겠지. 굴린 몸을 일으키는것과 동시에 내가 총을 꺼내들었으리란것을, 그녀는 지금 알고 있을까. 총구가 그녀에게로 겨눠진다. 이어서 골목엔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지긋지긋했던 전장에서의 혈투, 위쪽의 상관들의 말과 갖가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들었던 편견과 억울한 차별같은 것들 때문에 끔직했던 그간의 날들끝에 드디어 한 달전에 제국의 지원병 출신으로 결정적인 공을 세우는데 성공했던 체트라는 그간의 고생끝에 얻은 새로운 기사단으로의 부임날 들뜬 기분으로 부임식 하루 전날에 미리 자신의 기사단이 있는 지역에 도착해 숙소에ㅠ짐부터 풀자마자 훈련장이며 식당이며 다 둘러보다가 아직 단장되실 분의 이름도 듣지 못하였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단장실로 가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새로 단장님으로 승진하시면서 내가 대신 부단장이 되는걸로 듣긴 들었는데... 근데 별 연락도 없이 오면 역시 방해되시려나.'
결국 잠깐 단장실 근처 복도에 서서 고민하던 체트라는 문득 자신의 근처로 익숙한 실루엣의 인간이 보이자 반사적으로 눈가를 아주 살짝 찡그리면서 입을 열었다.
"...키엘?"
키엘 리너스 페베네. 유명하고도 유명한 페베네 가문의 사람이자, 예전에 자신과 키엘이 기사생도... 혹은 종기사라고 불리던 그 시절 좀 끝이 안좋게 헤어졌던 동기가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보면서 오고있자 그녀는 잠깐 속눈썹을 파르륵거렸다.
어제 위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내 상사의 승진과 동시에 나의 단장직의 승인 새로운 부단장의 공고등등.. 이제 한 병단의 단장이 되었으니 그만큼 결제 서류가 많아지는건 알겠지만...많아도 너무많아 거기에 더하여 어머니가 억지로 잡아놓은 살인적인 사교장의 스케쥴 이날도 마찬가지로 사교장에 얼굴만 잠시 들이밀었다 바로 나온참 다시 병단으로 돌아가는 마차에서도 서류에서 눈을 때지못하며 일한다 누가 자신의 고생을 알아줄까... 우연히 읽게된 공문에서 옛친구의 이름을 보게된다 체트라 예이예르 라바룸... 별로 다시보고싶은 이름은 아니다 그도그럴게 그녀와는 생도시절 별다른 좋은기억이 없으니까 그러던중 귀에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들린다 삐그덕거리는 어두운 단장실 복도앞에서 본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체트라
"체트라...아니 라바룸...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계속하도록 하죠"
사실 방금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황스러움에 거짓말로 숨기려한다 다음에 올 부단장에게 알려줘야할 이야기야 적당히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상대가 체트라일경우엔 무엇부터 해야할지 머리가 하얗게 지워진 참이 였다 피곤과 방금 파티의 여자 향수 냄새가 그것을 가속화 시켰다 차라리 내일 알려주겠다하고 쫒아낼것을...
표정숨기는것은 여전히 어색한 것인지 당황스러운 심정을 있는 그대로 얼굴에 띄우던 체트라는 키엘도 자신처럼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서 텅 비었을만큼 당황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채로 키엘의 안내에 따라서 단장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고 나서야 그의 옷상태라든가 향수냄새를 알아챌 수 있었다.
"어... 그. 이번에 이쪽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만... 음... 설마 또 같은 소속?"
아닐거야 아닐거라고 저놈이랑 또 같은 소속일리가 없을거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고 나서야 그가 조금 피곤해 보인다는것과 자신이 귀족치고는 조금 남루한 옷으로 남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아아 빛이시여....! 왜 내 인생에서 내가 좀 아니였으면 싶은건 다 들어맞는건데요 왜?"
매달 기사 봉급에서 성금도 꼬박꼬박 십일조로 보내는구만! 이라고 자기가 모시는 신께 한탄하던 체트라는 곧 키엘이 건네준 서류를 받아서 살펴보다가 그가 하는 말을 듣고는 눈가를 찡그렸다.
"하?"
그래 이자식은 잘난 집안 놈들답게 매번 곱지 않은 말을 잘도 꺼내서 속을 꼬이게 만들었었지 참. 정감이 안 가는 자식이라서 화가난다니까. 안그래도 너랑 나랑 서로 더럽게 안맞는건 잘 아는데 말이야.
"맘에 안들면 아닌척하면서 베베 꼬는게 여전하구만? 하하하. 이 맘에 안드는 ㄴ... 아니. 암튼. 이봐. 뭘 걱정해서 그렇게 친긍한척 구는지는 알겟는데 말이야, 너도 나도 나이를 허투로 먹은게 아니잖아?"
서류를 훑어보며 벌써부터 살짝 뒷골이 땡겨오는것을 무시하는 체트라는 맘에 안든다는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일단 예전만큼 그렇게 막 행동하진 않는다고. 게다가 너와는 달리 나같은 녀석이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게 얼마나 힘든데 벌써 딴데로 가? 누구 좋으라고? ...하하. 미안하네. 속이 좁아서. 그치만 앞으로 얼굴은 좀 오래 볼 사이니까 일적으로만 지내고, 뭐... 막 먼저 가시를 세우거나 하진 않도록 조심은 할테니까 벌써부터 그렇게 보내래고 하진 말아줘."
자기도모르게 가시를 세워버린 그녀는 속으로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한숨을 쉬며 그와 시선을 마주보는것을 피해 서류에만 눈길을 줫다.
그녀가 일어나고 이 단장실을 떠나기까지 일정했던 그의 표정이 그녀가 나가자 마자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가지고 있던 서류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키엘 리너스...나이를 허투루 먹은거냐 좀더 냉정하게 대할수있잖아 넌 페베네 가의 아들이고 이제 단장이기도하고 겨우 옛날에 자기보다 잘나던 동기에게 찌질하게 텃세부리는게 니 전부란거냐"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 차라리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내일아침 그녀를 좀더 냉정히 대해보자라 결심한 키엘은 못다한 일을 마저하기로 한다... 는 무슨 결국 거의 새벽늦게까지 하다 졸도하다시피 잠에 든 그는 다행히 아침나팔소리에 깨 어젯밤과 같이 피곤한 얼굴로 단상앞에 선다
"...이상이 오늘의 사항이고 새로 소개하도록하지 이쪽은 체트라 예이예르 라바룸 앞으로 우리와 함께할 기사다"
간단한 훈련과 그녀의 소개후 그녀를 데리고 식당으로 간다 확실히 처음 여자가 들어오다보니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는 놈들도 있고 몇몇은 군중에 숨어 그녀에게 하찮은 말을 내밷는 놈들도 있다 '이걸 계기로 나가주면 좋을텐데...'하지만 그럴일은 없을것같다
"결제서류를 처리할땐...음. 아니다. 뭐 서류업무는 여기서도 비슷하구만. 안건같은건 나중에 회의때 정리한 다음에 해결하는거고?"
애나 낳을 것이지...라든가 저 자리도 분명 위쪽의 귀족놈에게 엉덩이를 놀려서 얻은거겟지 라든가 저 손좀 봐. 장갑을 벗으면 분명 단 한번도 검을 쥐어본적이 없는 손이 나오겟지... 여자들은 담장 너머로 나오는것도 재수없구만... 저 꽃 한송이보다 무거운건 쥐어보지도 않은 계집이 라든가 하는 말들을 가볍게 무시...를 한다지만 가까이에 있는 키엘만이 체트라의 분노를 알 수 있을것이다. ...세상에. 나이프가 이미 두번 꺾여있었다.
"뭐 남자들 가랑이에서 태어난 놈들도 아니고 자기 어머니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을것같은 수준들이 떠드는건 익숙해서 말이지."
...계속 꺾이던 나이프가 아예 부러져버렸으므로 저빨개진 것만 뺀다면 태연자약한 표정과 말투는 금방 거짓임이 들통날 것 같았다.
"오. 그래도 겉으로는 친절한 남자가 되셧군요. 감사해라..."
...어디서 꺼낸건지 모르겟지만 새 나이프를 꺼내며 친절히 키엘의 잔에 식전에 마시는 도수가 거의 없는 와인을 따라주는 체트라는 저놈들 모두 빛의 이름으로 언젠가는 한 번씩 다 무릎꿀리라고 생각하였다.
대충 그녀가 어떻게 여기까지왔는지는 알겠다 실력이야 확실하니까 남자인 나보다니까 말다한거지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난 언제나 친절했지만"
역시 저 성질은 어디안가는구만 나이프를 이렇게 종잇장처럼 구겨버리는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와인을 든다 이렇게 보면 사이좋진않아도 어릴적 같이 지내던 사람과 있는게 썩 나쁜것은 아닌것같기도 하고... 나이프를 한번더 쳐다보곤 곧 그런생각따윈접었지만 물론 저녀석 빼고 말이지 나도 저런 추잡한 말은 좋아하는편은 아니지만 여기서 내가 나서는것도 웃기는 일이니 가만있기로한다 소문이라도 터지면 더 귀찮다고
그리고는 뒤에 들리는 소리를 씹어먹기위해 요리를 낳자마자 그녀는... 간신히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입에 빨리 넣기 시작한다. 아아 최전방이라든가 잔뜩 구르는 곳에서 무지막지하게 일만하던 그녀이기에 수도에서 그나마 가까운 쪽에 속하는 이곳의 밥은 그녀에게는 아주 맛있는 식사였었다. 이런것을... 그녀는 거부하거나 잠시라도 미룰 수 없었다! 적어도 이런식으로 먹을것을 좋아하는 모습은 어린 시절, 훈련에 적응하느라 다같이 피공해 빠지는 종기사 초기일때의 그녀와 아주 판박이였다.
"여기 진짜 좋다..."
보라색의 눈을 잠시동안 어린애처럼 반빡이며 키엘을 바라보던 체트라는 새삼 이런걸 먹으면서 그동안 자랐을 키엘을 부러워하였다. ...하. 1년 전에 밀리웨카 전투에서 보급품이 끊겨버리고 3주동안 수비만 하면서 버틸때는 이런걸 살아서 먹을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역시 살기 잘 한 것 같았다. 라고, 어제만 해도 잔뜩 나쁘게 대한데다가 오늘도 으르렁거린 사람을 눈앞에 두고 한 끼 식사에 감사와 기쁨으로 넘쳐나는 체트라였다.
"...아. 그러고보니 아침수련시간 말고도 다같이 대련장을 쓰는 시간같은거 있어?"
//사건... 사건이라... 왠지 직장의 연속일것 같지만 사교파티라든가 식사자리에 둘 다 초대되는거? 아니면 어... 정말 가볍게 짬짬풀이식이라면 둘이 잠깐 쉬고 있을때 잡담은 사건이 아니구나! 어엄... 중세 판타지니까 적당한게 뭐가 있으려나...
"체트라 내가 너에게 다른 귀족여자들 처럼 구는건 바라지도 않으니 적어도 식사예절은 지키지 그래?"
체트라완 정반대로 식기소리도 내지않고 천천히 밥을 먹는 키엘 그녀의 그 최소한의 예의도 마음에 차지않는건지 그저 훈련에 필요한 칼로릴를 위해 만들어진 음식으로 예의를 지킬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키엘은 체트라를 나무란다 데쟈뷰를 느끼는듯한 키엘 그도 그럴게 종기사때도 종종 이런이유로 그녀와 싸움이 붙었기때문이다
"왜그러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없는걸로 안다만..."
혹시 훈련을 하려고 저러는건가 싶어 갸웃거리는 왠지 그녀의 노력이라면 망치고싶어진다 재능있고 노력하는 녀석은 분명 내가 상대도 못할테니까
/아 병단 대표로 사교장이라도 나가볼까...나중에 꼰대들이 그래도 체트라가 꽃이니까 파티에 나오라고 하고 키엘한테 대신나가래니까 자긴 중요한 일있어서 안된다고 했다 그 파티에서 만나는거지 중요한일이란게 여자만나는거였냐면서 키엘은 대차게 까이고 나름 부모님부탁이라 중요하다말한 키얼만 불쌍할 시나리오!
살짝 툴툴거리던 체트라는 그나마 나잇값을 하게 되었다는 말은 사실인것인지 좀 더 조심스럽게 식기를 놀려가며 먹기 시작합니다만 이미 절반 이상은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거 먹는거 갖고 되게 째째하게 구는구만 싶지만 일단 사서 싸움을 만드려는건 피해야 하니... 하. 그래도 저 소심하게 쩨쩨한놈 같으니라고. 저놈 저거 어릴때부터 꼭 같이 먹게될 때마다 앞이나 옆에서 그렇게 잔소리를 하면서 거들먹거리더니 또 저... 아니다. 내가 참자. 참아. 성인인 네가 참는거야 체트라. 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표정에 그 툴툴거림이 써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트라는 곧 키엘의 말에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잔에 와인을 따라 마신 뒤 대답한다.
체트라는 자기 앞으로 새로 부단장이 되었으니 제국의 군권을 거의 쥐고 있는 집안의 조촐한 파티에 초대되었다는 내용의 초대장을 보여준다.
"기사단마다 한 명씩 대표가 가야되는거라고 왓던데..."
니가 역시 단장이니까 대표잖아. 그럼 니가 가는거 맞지? 라며 키엘을 슬그머니 바라본다. 아씨. 근데 나 장신구라고 해봐야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랑 이 반지빼곤 없는데다가 드레스는 저번에 우리쪽 작전지를 옮기면서 짐챙기다가 왠 매복병이 쏜 불화살에 맞아서 못쓰게 되버렸단말야. 한 벌 맞추던가 사야되는데... 귀찮아. 춤도 잘 못춘단말야... 게다가 여자애들이랑 수다떠는것도 은근 짜증나고. 라는 한탄을 속으로 하며 왠지 이런 자리는 잘 나갈것 같은 키엘을 초롱초롱하게 바라본다.
상큼하게 웃으면서 거절하는 키엘 나한테는 오지않은 초대장인데...아마 군부에서도 지들끼리 칙칙한 총각파티같은 분위기는 내고싶지 않은것이겠지 아니면 우리 부대는 여성군인도 있을만큼 평등합니다-라고 자랑이라도 하고싶던가...파티란게 그렇잖아? 보여주기식으로 자랑대회하는곳 어머니는 왜 나를 그런곳에 보내지 못해 안달인것인지
"난 그날 저녁에 선약이 있어서 말이지 게다가 너도 그런데 나가봐야 하지 않겠어? 다른 귀족여성들에게서 품위란것도 배워야지"
그러고보면 저녀석은 파티체질은 아니였지 억지로 들어가면 기둥이나 테라스로 도망치듯 들어가고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아아 한번 구경하고싶은데 말이지 선약만 아니였으면 보는건데
잠시동언 키엘에게 기대를 건 자신을 탓하면서 체트라는 표정을 찡그리며 남은 밥을 다 먹었다. ...거절을 당하고 난 뒤에 먹어서 그런가, 어쩐지 밥이 아까보다는 맛없게 느껴졌다.
"...나도 중요한 자리 정도는 가끔씩 나간다고."
라고 볼멘소리로 말하였지만 곧 푸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 자리는 역시 키엘이 제격이였다. 늘 자신과 다르게 처세술에 능하기도 하거니와 춤이라든가 인맥같은것이라든가 가만히 있어도 다 띄워줄 사람들이 넘쳐나는 어마어마한 집안의 권력은... 그건 체트라 본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억울할만큼 키엔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였다.
"에효. 그래... 단장님이 구르라는데 뭐 별수 있냐만은..."
최대한 테라스랑 기둥, 안되면 정워으로 도망칠 궁리를 하던 체트라는 아직 드레스도 안 사버렸다는 생각에 뜨악하며 한숨을 재차 쉬고는 상큼하게 웃눈 키엘을 한 번 노려보다가 말았다. ...괜히 주름생길라.
"그럼 점심 이후에 업무만 조금 부탁할게. ...드레스랑 뭐랑... 엄. 이래저래 구할게 많아서말야. 시간맞추려면 어쩔 수 없잖아."
한 병단의 단장으로써 말하긴 부끄럽지만 어머님의 만류에 근래 나갈수있는 파티란 파티는 다 나가봤어 그런데 저녀석을 찾을수없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 암 그렇고 말고
"잠깐,여기서 더 내업무를 늘리라고?아니 그렇겐 못하지 차라리 끝나고 드레스와 기타 악세사리는 나와같이 보도록하지 잘아는 녀석도 있으니까"
여기서 더 늘리면 어제같은 상황이 무한반복 그결과 난 방년20대 꽃다운 나이에 일에 치여죽을지도 그럼'키엘 리너스 페베네 과도한 파티와 공무 결제를 병행하다 여기잠들다'라는 묘비명이라도 붙을지도...그것만은 막아야한다 키엘은 단기간에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을 꺼내며 체트라에게 같이 갈것을 제안한다
"레이디의 L자도 모르는 녀석보단 내가 나을것같기도 하고 말이지... 별로 네녀석이 신경쓰이는건 아니야! 너가 병단 대표니까...뭐 니 센스로는 병단을 욕보일것같아서 말이지 그것뿐이니까"
...전혀나 다름이 없는 가끔이였다. 이런 그녀가 레이디라니... 레이디 체트라라고 불려야한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쿠. 의도가 빤히 보이지먼요 뭐 단장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야 감사히 호의 받들어모시겟습니다 이거야."
내친김에 기사단 경비로 하면... 이라고 얘기를 꺼내려다가 피곤해보이는 그 모습에 얌전히 그 생각은 버려버린 체트라는 피식 웃으며 뒤돌아가는 그를 보다가 자기도 곧 일어난 뒤에 일. 일. 일. 일의 연속이 이어져있었다. 물품 수량을 하나하나 직접 맞춰보는것에서부터 다음기 다른 기사단과 친목수련에 드는 예산조정에다가 회계장부를 들추어 보며 다시 장부정리를 하는것과 자잘한 왕궁의 공문들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따로 올리는것에다가 중간에 아랫기사들이 협조를 해야하는 일을 할 때마다 사사껀껀 시비를 터는 다른 기사들을 일하는 중간에 으슥한 골목같은 곳으로 데려가서 딱 다음날 훈련만 간신히 할정도로 밟아버리는것까지... 그리고 정말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파티고뭐고 다 때려쳐야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체트라는 일을 그만두고 키엘과 함께 드레스며 악세서리를 고르러 갈 준비가 되었다. ...물론 돈주머니와 함께.
점심식사이후 병단의 비품서류 결제,의미없는 다른 병단과의 회의,문제있는 병사에 대한 개인적 면담등등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아무생각없이 결국 이시간이 되었다 여자를 에스코트하는건 자주있던 일이였지만 체트라를 그 여자라는 범위에 넣어도 되는걸까 내눈엔 그저 단순한 친우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니 어떻게 대하여야 할지... 에스코트해줘야하나? 아니근데 해주면 괜히 뻘줌해질것같기도 하고...아니 않해주면 그거대로 신사의 도리가 아니잖아 페베네가문에 그런먹칠은 하기싫다고! 이런저런생각을 하는사이 저멀리서 체트라의 모습이 보인다
"아 체트라 여기다,일단 제단사에게 가서 드레스부터 마추도록 하지,마차를 저쪽에 대기시켜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