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나는... 내가 믿는 것도 틀릴 수 있다 생각함. 다른 걸 떠나서 아예 잘못 알고 있든가 아니면 애초에 알지도 못했든가... 하지만 최소한 논리라도 있어야됨. 그렇지 않음? 뭔가 잘 몰랐대도 어떤 말을 하기까지의 주장과 근거를 나열할 논리가 있어야지. 뭐 코스요리는 아무렇게나 쬐끔씩 내기만 하면 코스요리가 된대? 형식을 지켜야된다고.
지난 몇 년이 특히 그랬지만... 사실 내 평생을 돌아보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음. 자기 생각을 말하라고 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임 : 1) 싸움을 건 것이 아닌데도 졌다며 항복하거나 도망친다 2)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낸다 3) 갑자기 나에게 되물으며 강박적으로 내 논리를 검증하려 든다
"그래요? 왜요? 선배 생각도 그래요?" 이거 한 마디로 수많은 선배들을 도륙낸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말하자면 그렇다. 근데 이거 정상인 판별기라고 말하면 자의식 과잉이라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난 모든 사람에게 "당신 생각은 어떠냐?" 고 함. 여기에 열 받았다? 생각이 없으니까 수치심이 순간적으로 분노로 전환된 거겠죠...
꼰대질하던 선배들이 "이게 우리 과 전통이니까 따라. 어디서 후배가 말대꾸야?" 했을 때에도 똑같이 했다. 그게 당신이 생각해낸 결론이냐, 아무 생각 없이 따르는 게 계승이냐, 아무 생각 없이 해온 것만을 반복하는데 원래의 의미를 잃지 않을 수가 있느냐, 그리고 계승할 가치가 있는 전통이면 선후배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선배들만 동의하고 있지 않냐, 라고 말했음.
사실 그들이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입 닫았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음. 이@끼 사회성 딸리는 정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건들지 않기로 했겠지. 아마 어딘가에서 하던 짓 계속 하고 있을 거다.
내가 이 시국에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생각에 맞고 틀리고란 사실 존재하지 않음. 완벽하거나 절대적인 객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내가 틀렸다는 증거를 수집함으로써 내 주장을 끝없이 보정해나갈 뿐임. 그게 과학적 사고임. 인류가 저질러 왔던 수많은 과오와 우행을 조금이라도 고쳐나갈 방법은 정녕 이것 뿐이야...
사실 '틀렸다'는 것에도 정도라는 게 있다. 틀리는 것도 여러가지다. 근거가 부족해서 주장만 있는 경우, 결론에 안정적으로 도달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더라도 근거가 잘못되면 엉뚱한 결론을 낸다. 이것들을 단순히 틀렸다고 치부하고 항복선언을 하는 사람들은 화만 내지 않았을 뿐, 근본적으로는 같은 부류다.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하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옳고 그름, 정답과 오답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