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오히려 점 보는 거 효율 떨어진다느니 뭐가 어쨌다느니 구질구질하게 고지해주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함 그리고 말해줘도 이상하게 알아먹고 딴 데 가서 개소리하니까 말도 못하겠음 "귀신은 마음 속에 있다" 이렇게 말했다치면 앞에서는 오~ 네~ 이래놓고 나가서 "귀신이 있대!!" 이럼
나는 작품의 부정적인 면을 얘기하고 싶어서 부정적인 얘기를 한다. 보통 창작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은 작품의 도덕적인 부분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소비를 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별걸 다 좋게 넘어가는 무책임함이 싫은 거다. 그게 싫어서 싫은 소리를 일부러 하는 게 맞다. 다른 무언가에 화가 나서 여기다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 작품이 감상자의 소중한 시간을 무책임하게 낭비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고, 무책임한 작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능 무책임한 감상자들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창작자의 도덕적인 결함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면, 한 번쯤은 자기가 뭘 보고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자의 결함을 뒤져보라는 뜻이 아니다. 일단 잘못이 있다고 치고, 내가 소비하던 작품에도 결함이 녹아있는지를 보라는 거다. 자기 결함을 은근슬쩍 포장하고, 이제까지의 잘못에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옹호하도록 감상자를 속이는 작품들이 있다. 이런 작품인가를 보라는 말이다. 창작자에게 결함이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가볍게 즐기던 사람까지 달려와서 창작자를 물어뜯을 필요가 없다.
내가 한 가지 어이없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가볍게 즐기고 있었다"면서, 창작자의 결험은 너그럽게 넘어가는 반면 그걸 제기한 사람에게는 불같이 화를 낸다는 것이다. 혹은, 평생 그 작품만 즐길 것처럼 진지하지도 않았으면서 다 안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가볍게 즐기는" 태도와 그런 사람 모두를 나쁘게 생각한다. 창작자는 죽을 고생 해서 작품 하나를 내놓지만 감상자-현재로선 소비자다-는 웹툰처럼 짧은 것은 1분 미만, 영화나 공연처럼 긴 것은 몇 시간 정도 즐기다 자리를 떠나면 그만이다.
맛만 좋으면 됐다는 사람들도 그래서 나쁘다. 이 사람들은 가볍게 즐기는 주제에 자기가 대인배인 척을 한다. 어떤 작품이든 거기에 있는 모든 단어는 의도된 것들이다. 수없이 글로 쓰여지고 말로 읽혀지고 몇 번의 검수를 거쳐서 그 자리에 그런 말로 되어 있는 거다. 당연히 창작자도 감상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캐릭터는 그렇게 살아와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저질스러운 대사를 써야만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게 특히나 영화일 경우에는 더 말이 되지 않는다. 시나리오 써서 검수도 하고 성우나 배우에게 맡겨서 들어보고 또 고치고 편집하면서 또 들어보고 그렇게 된 건데 뭐가 실수라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