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말하지만 나는 일단 "그려야겠다" 라고 뭔가 연필이나 펜을 들었으면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함. 요즘 시대에는 타블렛 펜도 들어가는거지. 뭔 도구를 사용하건 어떤 장르의 작품을 하건 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봄. 뭘 하든 그린다는 행위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여기에 철학이 있든 없든 그림을 그리는 사람임. 그 수준을 정하는 게 철학이나 그동안 해온 고찰이나 연습량 등등인 거지.
그래서 나는 다른 분야의 인간들이 뭘 해본 적도 없으면서 합당한 이유 없이 시니컬한 말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써갈기고 다니는 것이 싫음.
분야 딱딱 나눠서 뭐는 섬기고 뭐는 배척하는 그런 태도가 싫다는 거야. 작가라면서 본질은 안 보냐? 예술을 하겠다고 나섰으면 일반인이랑은 뭐라도 좀 달라야 할 것 아니야. 눈에 보이는 대로 너랑 나랑은 다르니까 선 긋자, 선 그은 김에 흘깃 보니 미워서 미운 대로 씹으면 뭐가 다르냐고.
천재는 아예 범접할 수 없으니 섬기고, 수재는 노력부터 빛이 나서 섬기고, 자본이 받쳐주면 역시 금수저가 좋은 밥 뜬다며 섬기고... 그러고서 남은 사람들을 멸시하면서 미워하는 게 얼마나 허접한 짓인지 모르는 게 이해가 안 됨. 그게 지금 우리 사회에 있는 온갖 집단에 대한 멸칭을 입에 잔뜩 올리고 있는 머저리들이랑 뭐가 다른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