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를 요양원에 집어넣지 않고 집에서 데리고 있는 게 엄마 욕심이라고? 엄마 일상 망가질 뿐만 아니라 자식들 인생이 망가지니까? A는 하나지만 가족들은 여럿이니까? A 하나만 죽으면 된다고?
하지만 거기 들어가면. 요양원에 들어가면 갑자기 사람이 온순해지고 말을 잘 들을까요? 오히려 센터에서보다 더 난리치겠지. 가족들이 저를 버렸다고 생각해서.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물리적으로 꽁꽁 묶어놓거나. 아니면 진정제 등을 잔뜩 먹여서 반송장으로 만들겠지. 그게 사는 건가?
이왕 죽다 살아났는데, 사는 것처럼 살면 좀 안 돼? 이게 그렇게 욕심이야? 이왕 목숨 붙어있는 거 사람답게 살자고. 행복하게 살자고.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다면 바라서는 안 될 지독한 욕심이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나한테서 아빠도 빼앗고 가족도 빼앗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끔찍안 욕심을 가졌나요? 나따위는 감히 바라서도 안 되는 사치인가요? 대답해주새요. 제발. 고아 같이 버려두지 않으신다면서요. 이대로라면 고아가 되어버린다고요. 난 아직 다 자라지 못했는데 이 지붕 아래가 너무 힘들다고요.
A와 B 사이에 말다툼이 생겼어. 이때 A는 안경을 쓴 채로 앉아있었어 평소처럼. B가 주먹으로 A의 옆얼굴을 세게 쳤어. 안경이 날아갔고. 쨍그랑. A의 몸은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어. 쿠당탕. 넘어지면서 A는 아마도 반사적으로 B의 손을 붙잡았는데, 내가 둘 사이에 끼면서 A의 손을 떼어놓으면서 B를 똑바로 보고 소리쳤어. 너 미쳤어?
주저앉은 A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어. 주르륵. 줄줄. 두 눈을 뜨고 있으므로 실명은 아니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피가 너무 많이 났어. 왼쪽 눈 아래, 아이홀과 코뼈가 만나는 부분, 즉 안경 코받침이 닿는 부분이 찍히고 찢어졌어. 아마도 안경 알이 깨지면서 찍히고 테가 벗겨지면서 찢겼겠지. 피가 광대와 턱을 지나 목을 타고 줄줄 흘러서 윗도리 넥라인에 고였어. A는 목에 호흡기를 달았던 구멍 흉터가 있는데, 이 흉터를 손으로 만지는 건 처음이었던 거 같아. A는 계속 소리치며 삿대질하며 B를 저주했고 아프다고 엉엉 울었어. 나는 울면 더 아프다고 말하며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어. 휴지와 화장솜으로 상처를 틀어막고 물티슈로 흘린 피를 닦았어. 피가 좀처럼 멎지를 않아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어.
상처는 아직 낫지 않았어. 당연함. 꽤 깊음. 근데 병원은 싫대. 병원 가서 꿰메면 훨씬 빨리 아물 텐데. 눈과 아주 가까운 곳에 피멍 등 상처가 진하고 크게 있어서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어. 안 그래도 A와 눈마주치는 게 마음이 쉽지 않은데, 더 어려워졌네.
와중에 엄마는 드레싱을 갈 때마다 상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고 있어. 나는 피 보는 거 싫단 말이야. 상처도 싫고 단면도 싫어. 핏줄도 싫어. 징그러워. 힘들어. 하지만 엄마도 속상하니까. 그리고 공유하고 싶으니까. 열심히 관찰하고 비교해서 그래도 어제보다 낫다, 메디폼 이렇게 붙이길 잘했다 등 뭐라도 이거에 관해서 말해주고 있어.
아무튼 겉모습은 멀쩡한 편인데 뇌가 제 나이만큼 기능을 못한다는 점이 같잖아. 그리고 나아질 가망이 없다는 점도.
갓태어난 아기는 지능도 떨어지고 충동 조절도 못하고 고등정신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당연함. 아기임. 그런데도 왜 아기를 예뻐해주고 용인해줄 수 있는가.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앞으로 성장하고 나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오늘 미성숙하게 행동해도 내일은 나아질 수 있잖아. 올해 한글 못 뗐지만 공부하면 내년이나 내후년 즈음엔 한글 뗄 거라고. 하지만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면? 절대 성장하지 않는다면? 개선 및 향상의 가능성이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