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01065> 나만의 작은 창문 또는 휴지통 :: 155

익명의 창문 씨

2023-07-21 15:29:34 - 2024-01-18 11:40:10

0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29:34

死ぬことばかり考がえてしまうのは
きっと生きる事に真面目すぎるから
죽는 일만 자꾸 생각하고 마는 것은
분명 살아가는 것에 너무 진지하기 때문이야

• 개인 일기 스레. 난입은 자유지만 대답은 장담 못함.
• 우울. 무기력. 사회불안. 정신병리.
• 아버지의 상실.

1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31:28

사실 제목에 충분히 기능하는 인간 the fully functioning person 언급하려다가 그만 뒀다. 용어만 기억하고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탓에 오용할 뻔.

2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41:29

십년 전 즈음... 일본 인디 노래 들으면서 엄청 울었었는데. 한참 그쪽 노래도 안 듣고 그러면서 울지도 않아가지고 잊고있었거든. 근데 그저께쯤 그렇게 되었는데 음. 새롭더라.

억울하고 서러운 거 얘기할 데 없다는 사실이 그렇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또 이걸 또 누구한테 말해. 가족 얘기니까 가족한테 말하기도 애매하고. 소중한 친구를 감정쓰레기통으로 이용해먹을 수도 없고. 애초에 전문 상담사 아닌 사람한테 말하기는 너무 무거운 사안이라...

실수는 아닌데 좀 안전한 곳이라고 여긴 집단에서 말 꺼낸 적 있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가지고 너무 미안한 거야 나는. 물론 신중히 생각해주고 걱정해주는 건 정말 고맙지만. 내 짐을 같이 들어주기를 바란 건 아니라서. 미안할 뿐이라서.

3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44:41

그저께 저녁. YT 탐라에 0번에 가사 있는 노래가 뜨길래... 와. 지금 들으면 백퍼 울겠다. 죽을 생각만 한가득임 지금. 싶어서 재생할 엄두를 못 내다가. 근데 내용이 뭐였지? 유명한 곡이라 대충은 아는데 제대로는 모르네. 그러고보니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서 호기심에 저항하지 않고 결국 들었는데 정말로 꺼이꺼이 울어버렸어.

4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51:07

A가 또 잘렸기 때문에... 갈 데가 없다. 이제는 진짜로. 이번에는 일년도 못 다녔다. 올봄에 쫓겨나서 이제 정말 갈 데가 없구나 싶었을 때 정말진짜 최종의최종 마지막의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이었는데. 꽤 괜찮게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걸었었는데.

사실 이걸 봐주면 안 되지. 어쩔 수 없죠. 저도 압니다.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거랑 그래도 속상한 거랑은 별개라고.

우리야 가족이니까 즉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까 더 어렵고 속상하지만, 아예 남이면 오히려 좀더 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그러나 선을 넘어버리면, 가족은 그걸 봐줄 의리가 있지만 남은 없잖아. 어쩔 수 없지. 또 거기 돌볼 사람이 A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야.

5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53:12

그렇다고 A 본인이 잘못이냐? 그건 또 애매함. 뇌가 망가졌는데 어쩔 거야. 전두엽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냐고. 다리 없는 사람한테 뛰라고 할 수는 없잖아. 바랄 걸 바라야지.

6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58:28

오늘
내 세상이 무너졌어.
2023년 07월 17일 · 9:27 오후

그저께가 아니었네 날짜 감각 무슨 일이냐

7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59:06

기대하지 말자. 제발. 기대하면 실망하고, 실망하면 미워지잖아. 독립할 능력 없잖아. 한 집에 있어야 하잖아. 피차 괴롭게 미워할 필요 없지.

8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5:59:20

다른 누가 아니라, 내일이나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여기에 집중하자. 이것만 하자.

9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6:02:58

무엇 하러 방황을. 5년이나. 사오십대의 5년은 짧아. 그러나 청년의 5년은 길지. 제가 뭘 해야 행복할지 모르겠어요. 뭘 하고 싶은지, 그걸 위해서는 뭘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딴 배부른 고민이나 할 게 아니었다. 무섭다고 미룰 게 아니라, 이게 맞는지 불안하다고 다시 접어둘 게 아니라, 정말로 뭐라도 했어야 했다.

뭘 하고 있는데 내가? 그냥 부모님 집에 얹혀 지내면서 자식으로서 모든 자유를 누리면서 [어른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거냐? 이게 맞냐?

나는... 살림도 할 수 없어. 돈도 벌 수 없어. 그렇지만 무엇 하나라도 흉내라도 내야 해. 내가 뭘 할 수 있지? 내가 뭘 해야 하지? 내가 뭘 하고 싶지? 이 중에서 교집합이 얼마나 되지? 내가 해야 하기도 하고 할 수도 있고 하고도 싶은 일이 얼마나 되지? 겹치지 않는다면 뭘 먼저 택해야 하지?

너 어디 아프냐?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지.

10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6:03:37

근데 이렇게 괴로워해놓고 의지를 다져놓고 나흘동안 한 일 : 0

11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9:17:57

오늘도 한 일 없는 게 말이 되냐 아 자괴감

12 익명의 어른이 씨 (gwRQ/A47pI)

2023-07-21 (불탄다..!) 19:22:10

오늘은 스로그를 세웠잖아?

13 익명의 창문 씨 (2v/FZsyKRs)

2023-07-21 (불탄다..!) 19:49:01

그대의 말이 맞소...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았구나. 상냥한 말 고마워요.

14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15:43:52

밥 하기 너무 귀찮다... 하루에 한두 끼라도 먹여주는 급식 때가 좋았어

15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15:47:04

여름이라 불 앞에 서면 괴로운 것도 한 몫 하지. 걍 매끼 사먹고 싶다. 되겠습니까.

16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15:47:41

(스콧푸 노래 얘기)
크라이어도 좋긴 한데 역시 아이러니가 제일 좋아. 화자가 심란하고 속상하게 된 원인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감정이입하기 수월함. 그리고 주제가 인생에 대한 회의라서.

17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15:52:32

그래도...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야.

심리적 혹은 육체적으로 지치고 힘들 때야말로 잘 챙겨먹어야 하는데. 막 풍성하게 차려먹으면 좋은데. 이게 참 쉽지가 않네.

나만 챙기기도 버거운데 A까지 챙겨야 하니 더 힘들고. 1인분 조리와 2인분 조리는 다르다고.

조리도 차리기도 치우기도 힘들지만, 그걸 둘째 쳐도 식사라는 행위 자체도 너무 에너지가 들어서... 식사를 시작하기가 힘들어. 게다가 양조절 실패하면 금방 배고파지거나 너무 배불러서 괴롭거나 하잖아. 어려워. 인간은 왜 식사를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가.

18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15:55:02

그런데 나는 거의 평생을 [스트레스 받으면 잘 못 먹음] 상태로 살아왔는데, 최근 몇달부터 [스트레스 받으면 뭘 왕창 먹음]으로 바뀌어가지고 지방과 탄수화물 및 염분을 왕창 먹어서 살만 찌고 하...

물론 살찌는 것 자체는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왜냐면 내가 모델도 아이돌도 아니고 왜 날씬한 몸을 유지해야 하는데. 알빠임. 문제는 내가 근육이 없다는 점. 안 그래도 힘이 없는데 몸까지 무거워지면 더 움직이기 어렵단 말이야.

결론이 근육이라니.

19 익명의 청새치 씨 (NbzhewD0Ic)

2023-07-24 (모두 수고..) 16:07:41

선생님께서 근육 얘기하셔가지고 제가 소환됐습니다
밥 먹기 귀찮으시면 우유 한 팩에 프로틴 바 드시고요, 하루에 팔굽혀펴기 3회만 합시다
힘드시다고요? 그럼 딱 한 번만 하십쇼
그럼 20000

20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20:36:19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놀랍게도 팔굽혀펴기를 단 1회도 하지 못합니다............... 대신 스쿼트를 하겠습니다.

21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20:37:33

게임 로딩 시간 몇십초가 지루할 때 스쿼트 두어 번 하면 좋음

22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20:40:01

가스렌지 상판 닦는 거 너무 귀찮아
조리 직후 닦기 : 두어 번이면 ㅇㅋ
일주일 후 닦기 : 수십 번은 닦아야 함

23 익명의 창문 씨 (DP/6vPyZUk)

2023-07-24 (모두 수고..) 20:43:38

너무 덥기도 하고 외출 안 한지 오래되기도 했고 이래저래 답답해서, 요 앞에 생긴 귀여운 펍(특: 도보 8분 거리) 가서 맥주 한 잔이나 하고 올까 했는데. 저녁을 잘못 먹은 건지 뭔지 속이 영 안 좋아서 다음 기회로...

24 익명의 창문 씨 (KaxvFyOpp.)

2023-07-25 (FIRE!) 18:15:28

A 때문에라도 운전 면허를 따야 하나 고민 중...

물론 운전을 할 줄 알아야 이래저래 편하긴 하지만

25 익명의 창문 씨 (KaxvFyOpp.)

2023-07-25 (FIRE!) 18:42:49

그냥...그냥 너댓 살 어린이처럼... 가만히 안절부절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면 엄마가 다 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니까... ♡밥이지만 그래도 어른이니까... 어쩌겠어... 힘내야지 뭘 어쩌겠어... 화이팅...해야지.................

26 익명의 창문 씨 (KaxvFyOpp.)

2023-07-25 (FIRE!) 18:43:49

요즘 걍 맨날 이 노래 흥얼거림ㅠㅠ 부섞순 씨 감사합니다 피차 화이팅 해봅시다

(사람 이름 아니고 유닛명인 거 앎 그냥 장난임)

27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14:39

A가 갑자기 난동을 부리는 것이, 다름이 아니라 땅에 드러누워 떼 쓰는 다섯 살의 행동과 그 양상이 똑같다는 점을 알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긴 한데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가장 유력한 설.

28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21:04

B는 자꾸 A를 죽이면 해결되는 일 아니냐고 하는데. 저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족을 죽인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면 어떡해요...

누구는 A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안 하겠어? 누구는 일가족 동반자살 뉴스 보면서 와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 안 하겠냐고. 참잖아. 당장 그냥 커다란 가방에 돈이랑 옷가지 좀 챙겨서 식구들 버리고 도망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적이 없겠냐고. 생각만 해. 그냥 상상만 하고 그냥 나만의 작은 일기장에나 적어.

-생각만 하는 것
-입 밖으로 내는 것
-실행에 옮기는 것
전부 무게가 다르잖아.

네 무거운 똥덩어리를 왜 나한테까지 먹이려 드냐고. 견뎌봐 좀.

29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25:11

나도 아빠 원해. 나도 아빠랑 놀 줄 알고 나도 아빠 그리워해. 나도 아빠한테 기대하는 거 엄청 많아. 나도 아빠 사랑했어.

너만 실망하는 줄 알아? 너만 화나는 줄 알아? 너만 아픈 줄 아냐고.

나도 아파. 존나게 아파. 진짜로 말 그대로 그냥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아니면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시야에 들어오기만 해도 아프다고, 나도.

참잖아. 견디잖아. 너는 그래도 전두엽은 멀쩡하잖아. 고등정신기능 수행할 수 있잖아. A 좀 봐 줘라. 진짜 조금만 참아내 줘라. 제발. 진짜 제발. 아주 조금만 더 참아줘.

30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29:15

그래. 차라리 나한테 지랄해라. 내가 울면서 수발 들게. 내가 눈물콧물 흘리고 피 흘리면서 그냥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존나게 참아볼게.

대신 A를 죽이지만 말아줘. 패지 말고 때리지 말고 살해하지만 말아줘. 폭력과 폭언만 하지 말아주라.

돌보라고도 안 할게. 싫은 감정 말하지 말라고도 안 할게. 돌보지 마. 싫은 감정 다 말해. 똥 같은 소원도 다 뱉어내 그냥.

그냥 죽이지만 말아주라.

나도... 나도 너무 싫고 밉고 짜증나고 가끔이 아니라 자주 벅차고 힘들지만. 그래도 마지막 남은 실낱 같은 무언가 대충 그런 거니까.

31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30:26

♡발. 내가 친족살해만 참아달라고 빌어야 해? 진짜 개굴욕적이고 너무 비참하다.

32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36:25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해. 인간의 영혼이라는 거 아니면 인격이라는 거 말야 사실 전두엽에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A가 전두엽이 박살난 뒤로, 그의 영혼은 더러워졌고 인격은 일그러졌어. 다정한 자장가는 듣기싫은 괴성이 되었고 훤칠한 키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가 되었어. 진짜 최악.

사지가 망가져도. 이목구비에 문제가 생겨도. 전두엽보다는 희망적인 거 같아.

33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40:36

아. 이런 말 하면 안 되지. 실수했다. 안 겪어봤으니 모르는 일이야. 정신 및 지능은 멀쩡한데 신체가 망가진 상황은 너무나도 절망적이지.

그런데 진짜 미안한 말인데...내 것을 뺏긴 게 아니라서 난 잘 몰라. 가족의 입장에서 밖에 모른다.

정신이 멀쩡하고 신체가 망가진 식구 vs 정신이 망가지고 신체가 멀쩡한 식구
누구와 한 집에서 지내시겠습니까?
이런 문제하면 답이 너무 뻔하다고 봐, 나는.

34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41:52

안 그래도 스트레스 MAX 기간인데 하필이면 이 때 A를 하루종일 돌봐야 한다니. 최악이야.

35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43:28

하지만 씨발 뭘 어쩌겠어 힘내야지!!!!!!!!!!! 해내야지!!!!! 어떻게든 한다! 살아낸다! 나는씨발존나어른이니까!!!!!!!!!!!!!!!!!!!!!!!!!!!!!

36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49:43

어른 안 할래... 걍 죽을래... 잉...

나는 아직 아빠가 필요해. 나는... 나도... 나도 아빠랑 놀 줄 아는데. 우리 아빠도 지금 카톡했으면 웃긴 어록 많이 만들었을 텐데. 우리 아빠도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었는데. 우리 아빠도 똑똑하고 전문성 있는 사람이었는데. 나도 아빠한테 하소연할 줄 아는데. 나도 아빠한테 떼 쓸 줄 아는데. 왜 나만. 왜 나만!

물론 나만 불행한 거 아니지. 알아. 그렇지만 그냥 마음이 그렇다고. 느낌이 그렇다고. 이거 우울증 사고라는 것도 알아. 도움도 안 되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쓰레기 사고라는 거 알아. 그냥... 그냥 잠깐만 우울해하고 비참에 잠겨있을래. 진짜 잠깐만.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다시 힘낼 테니까. 잠깐만... 딱 몇 시간만 서러워할게.

37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52:23

에휴 오늘 술 마셧으면 더 지랄 날 뻔했네. 잘 참았다.

하지만 저녁 안 먹은 거? 이건 잘한 일 아님.

인간아 제발! 밥 좀 챙겨 먹어!!!!!!!!!! 빵이라도 라면이라도 뭐라도 먹어! 맛없어도 영양 없어도 일단 먹어! 굶는 것보다 나으니까. 알겠어?

38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54:26

충분한
- 영양
- 수면
- 신체활동
삼박자를 달성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온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39 익명의 창문 씨 (JyV3.Am8LY)

2023-07-27 (거의 끝나감) 01:55:16

근데 세 가지 모두 못했죠? 그런데 우울증 인간은 원래 자기도 먹기도 힘이 들죠? 그냥 악순환이죠?

40 익명의 창문 씨 (8sc/aAzcoU)

2023-07-28 (불탄다..!) 00:08:45

엄마가 우울증 사고의 원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지는 꽤 돼긴 했는데. 오늘도 그런다. 상황이 안 좋긴 해.

41 익명의 창문 씨 (8sc/aAzcoU)

2023-07-28 (불탄다..!) 00:11:12

오잉... 날짜가 지나면 아이디? 아이피번호?가 바뀌는가 보네. 같은 와이파이 쓰고 있는데. 몇 년 전 저짝 동네에선 안 바뀌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뭐 중요한 건 아니긴 해...

42 익명의 창문 씨 (8sc/aAzcoU)

2023-07-28 (불탄다..!) 01:35:38

ㅋㅋㅋㅋ안 이러려고 했는데!

43 익명의 창문 씨 (8sc/aAzcoU)

2023-07-28 (불탄다..!) 01:39:34

그래도... 다행?인 건가? 곧 울어야 하겠다고, 슬슬 꺼이꺼이 울지 않으면 폭발할 때가 오고 있다고 생각은 했었거든. 폭발을 했네. 나는 좀 후련해졌고 어느 정도 위로도 얻었는데. 오밤중에 시끄럽게 굴어서 약간 미안하긴 하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 견뎌. 항상 감사합니다.

난 정말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야. 000(엄마이름) 씨가 내 엄마라서 다행이야. 자주 생각하는데, 오늘은 더욱 크게 생각한다.

44 익명의 창문 씨 (8sc/aAzcoU)

2023-07-28 (불탄다..!) 01:42:09

>>37
오늘 술을 마셨고. 지랄이 났다.

그냥 잘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오늘 이 밤에 안 이랬으면, 내일 낮에 울고불고 난리칠 위험이 더욱 높아졌을 테니. 차라리 다행이다.

45 익명의 창문 씨 (8sc/aAzcoU)

2023-07-28 (불탄다..!) 01:57:03

오늘의 교훈? 결론?은 다음과 같다

- A는 네 책임이 아니다.
- B 또한 네 책임이 아니다.
- 우선순위를 똑바로 세우기. 네 문제에 먼저 집중하고, 할 만 하면 A에 관한 문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A는 네 문제가 아니다. A를 돌보느라 네 인생이 멈춰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평생 돌볼 셈? A가 죽을 때까지? 우선 네 인생을 살아.
- 조금 멀리 보기. 지금 여기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보느라 미래에 대한 대책이 없지 않니. 네 인생을 꾸려라.
- 엄마는 네 생각보다 나약하지 않다. 엄마는 유능하고 강인하다. 엄마 힘들까봐 걱정 물론 해주면 고맙지만, 그 걱정 때문에 전전긍긍하느라 네 인생이 망가진다면 슬픈 일. 다른 가족도 마찬가지. A나 B가 사망 내지 살인할 위험은 네 생각보다 현저히 낮다. 네가 힘들고 아프고 어려운 일이 있다면, 먼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가족에게서 도망치지 마. 집에서 울어도 돼.

46 익명의 창문 씨 (8sc/aAzcoU)

2023-07-28 (불탄다..!) 01:57:58

그리고 뭔가 여기 쓰고 싶은 게 더 있었는데 습 뭐였더라. 너무 졸리고 눈 아파서 일단 잘게... 잘 기억이 안 난다.

47 익명의 창문 씨 (9q4cTSGwRg)

2023-08-03 (거의 끝나감) 11:48:31

비닐 많이 쓰기 싫고 웬만하면 좀 줄이고 싶으니까, 1회씩 소포장 말고 벌크포장으로 줄 수 있냐 약국에 요청 드렸거든. 근데 진료실 쪽으로 연락이 간 거야. 맘대로 약을 먹으면 안 되나 봐. 정신과 약은 그렇대. 내가 플라스틱 비닐 소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그런다니까 선생님이 어차피 큰 포장도 비닐 아니냐는 거야. 그러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거라니까요. 아니 이것도 플라스틱인데요. 이거 세 번 함. 원내 말고 밖에 약국에서는 그렇게 해줬다 했더니, 거기서는 그 비닐 값 아끼려고 그냥 해준 거래. 정신질환자는 약 포장도 맘대로 못해? 일주일치 소분해서 알람 맞춰서 먹는다니까. 원내 약국 소포장 해도 하나하나 날짜 써주는 것도 아니면서.

암튼 다음부터는 그냥 큰 포장에다 주신대. 오늘은 이미 기계 들어간 다음에 내가 요청 드려가지고 어쩔수없고.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건강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데까지 신경쓰면 안 되는 건가 봐.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마냥 환경보호가 아무리 좋은 가치라 해도 부르짖고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건가 봐. 나는 자격이 없나 봐.

48 익명의 창문 씨 (9q4cTSGwRg)

2023-08-03 (거의 끝나감) 11:50:16

별 일도 아닌데 존나 예민하네 진짜. 이게 이렇게까지 괴로울 일이니.

49 익명의 청새치 씨 (by8z9dWZ8A)

2023-08-03 (거의 끝나감) 11:53:00

근데 나는 그렇게 하는거 잘못했다고 생각 안함. 그건 용기 낸 거니까 잘한거임.
대신에 나같으면 이렇게 하는 거랑 저렇게 하는 거 중에서 뭐가 더 비닐이 적게 들어요? 라고 물어봤을 것 같긴 함. 그럼 그쪽에서 그거나 그거나에요~ 했을걸.

나는 헌혈하려고 전자문진 하다가 좀 별로인 문항에 있어서 바꾸자고 건의 넣었음

50 익명의 청새치 씨 (fU5PUCypQ.)

2023-08-03 (거의 끝나감) 11:55:31

만약에 적십자사에서 '그거 전혀 문제 없는데요? 님이 생각 잘못한듯??' 이랬으면 나도 창문씨처럼 자격없다 생각해야되는거임? ㄴㄴ임
자기가 쓰는 돈에 책임지려는 마인드랑 태도가 중요한거라고 생각함
오늘 그거 하나 못고쳤다고 일희일비하면 힘들어~

51 익명의 창문 씨 (4Jbtr0uw3s)

2023-08-05 (파란날) 16:29:44

청새치 씨 말이 맞소... 나도 자격 운운은 비합리적이고 병리적인 생각이라는 거 알고 있어. 그래도 다른 사람 말로 한 번 더 들으니까 더 확실하고 좋네. 고마워요.

52 익명의 창문 씨 (4Jbtr0uw3s)

2023-08-05 (파란날) 16:33:31

더워서 살짝 죽을 것 같다. 정말정말 너무 더웠던 2018년도 여름에는 진짜로 잠깐 기절한 적도 있는데, 올해는 기절은 안 하고 넘어가는 중. 한 번씩 어지럽고 멍해질 때가 있긴 해도 완전히 의식이 날아가지는 않는다. 몇 년 전보다는 건강해진 걸까.

53 익명의 창문 씨 (4Jbtr0uw3s)

2023-08-05 (파란날) 16:45:04

이번달 스트레스 검사에서 심박수 95회 나왔어. 분당 맞음. 보통 성인 정상 분당 심장박동수는 70~90번이지. 한동안 분당 110회 언저리여서, 부정맥 약도 받았었거든. 그러다가 좀 개선해서 80회 정도로 안정시켰었어. 근데 또 올랐네.

그래도... 몇 년 전 병원 처음 왔을 때보다는 상태 양호하다. 110회보다는 정상에 가깝잖아. 느리게지만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이것만 기억하자. 같은 나잇대 타인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이전의 나 자신과 비교하는 거야. 성장이라는 건 말야.

54 익명의 창문 씨 (4Jbtr0uw3s)

2023-08-05 (파란날) 16:45:35

지금 집에 혼자 있어서 진짜 단 한 벌도 걸치고 있지 않은 상태. 그나마 좀 살 것 같다... 식구들 오기 전에 저녁 준비해놓고 에어컨 있는 곳으로 튈까 고민 중. 사람이 많아지면 더워진단 말이야. 정신 사납기도 하고.

55 익명의 청새치 씨 (dhGHqLEvf6)

2023-08-05 (파란날) 16:53:44

바뀌자는 정신이 중요한거임 ㅇㅇ)9
주말 잘보내랑

56 익명의 창문 씨 (A/4Gw3HdxI)

2023-08-09 (水) 12:35:14

그냥 네가 나약한 쫄보 게으른 겁쟁이일 뿐인데 왜 가정상황 탓을 하지?

57 익명의 창문 씨 (A/4Gw3HdxI)

2023-08-09 (水) 12:40:19

A도 B도 다 멀쩡하고(장애등급도 정신질환도 없고 경제활동도 하고 아무튼 "정상"인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튼 내가 그렇게까지 신경 안 써도 되는 상태) 아버지가 아버지 역할을 내게 해줄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내가 조금은 나았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긴 한데... 별로 나았을 거 같진 않아...

58 익명의 창문 씨 (A/4Gw3HdxI)

2023-08-09 (水) 12:46:18

시간 사용이나 재정적인 부분에서 약간은 더 자유로웠을지도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사회를 극심히 두려워하고 모험을 극도로 기피하며 거의 모든 일의 원흉을 본인으로 돌리고 너무나 쉽게 자포자기하고 체념하며 열정과 노력과 성실이 없는 것에 가까우며 부정적인 메세지만 크게 받아들이고 자학하고 스스로 도태되기로 선택하는, 나 자신의 기질이나 성격 및 태도와 행위 때문이니까.

59 익명의 창문 씨 (A/4Gw3HdxI)

2023-08-09 (水) 12:48:20

"자신은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아주 전형적인 우울증환자의 극단적 사고라는 거 알고 있거든. 아주 잘 알지. 비합리적인 데다 도움도 되지 않아.

그렇지만 자꾸 튀어나오는 걸 어떡하니~~~

60 익명의 창문 씨 (A/4Gw3HdxI)

2023-08-09 (水) 12:56:28

그렇지만 만약에
1) 문제가 내 존재 자체라면
1-1)나를 삭제하면 해결된다
2) 내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내 사고패턴/행동/태도/습관/경향이 문제라면
2-2)사고패턴/행동/태도/습관/경향을 고쳐야 해결된다
어떻게 생각해도 후자가 훨씬 어렵고 복잡하고 번거로운걸...

그렇지만 살기로 했으니까 살아야지. 그러려면 번거롭지만 해야지. 어렵지만 해내야지.

61 익명의 창문 씨 (A/4Gw3HdxI)

2023-08-09 (水) 12:58:03

이렇게 계속 인생을 정지시켜놓고 언제까지나 사회 진출을 연기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62 익명의 창문 씨 (A/4Gw3HdxI)

2023-08-09 (水) 13:37:09

그냥... 너무 지쳤어.

A 돌봄에 지쳤어. 물론 내가 전담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곤하단 말야. 누구 말마따나, 한 달에 한 번이나 그보다 더 가끔 만나면 오히려 애틋해질 텐데. 매일 만나고 몇 시간씩 돌보니까 힘들기만 한가 봐. 그래. 가끔 만나는 할머니는 갑자기 쇠약해지시니까 확 애틋하게 여기게 됐잖아.

그리고 변화 없는 일상에 지쳤어. 뭔 말도 안 되는 모순적인 말이지만... 도전이 무섭지만 변화가 너무 없으니까 지루해. 그리고 몇년째 무섭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니까 오히려 더 불안하고 초조해. 권태감으로 인한 불안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일반적인 감정이라더라.

64 익명의 창문 씨 (RZW4/MxBJA)

2023-08-12 (파란날) 18:44:21

망가진 전두엽에게 기대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래도. 내 생일도 기억 못하는 A가 조금 미워.

뇌가 망가진 건데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입력된 정보는 더 쉽게 날아가버린다. 어려서 입력된 정보는 깊게 뿌리박혀 없어지길 바라도 절대 없앨 수 없는데.

65 익명의 창문 씨 (RZW4/MxBJA)

2023-08-12 (파란날) 18:46:03

미안하다고 하지 마.
더 비참해지니까.
네가 미안해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네 책임 아니야. 네가 어떻게 개선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제발 미안하다고 하지 좀 마.

66 익명의 창문 씨 (yzcLVLHNE.)

2023-08-18 (불탄다..!) 17:33:14

아 잠시만 나 일곱시에는 A 좀 들여놔야 해서. 라고 하니, A가 물건도 아니고 들여놓는다니 말이 좀 그렇다. 라고 했던 친구야... 나는 아직도 A를 집에 두다, (장소)에 보내다, 들여놓다 등의 어휘를 쓰고 있다...

67 익명의 창문 씨 (yzcLVLHNE.)

2023-08-18 (불탄다..!) 17:42:12

아무리 그래도 사람인데 그리고 가족인데 너무 물화하는 거 아니냐고 하면 딱히 타당한 해명을 할 수 없지만. 나의 A가 A로서의 기능(혹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데 A 대우를 해주기는 나는 너무 힘이 들어. 이렇게까지 말하기는 나도 싫지만 내 인생에(적어도 지금 상황의 일상생활에) A가 짐이 아니라고는 하기 어렵지.

68 익명의 창문 씨 (yzcLVLHNE.)

2023-08-18 (불탄다..!) 17:46:54

차라리... 내가 태어날 즈음부터 이미 망가져있었거나 아니면 내가 어른이 된 이후의 타이밍에 망가졌다면. 그랬으면 조금 낫지 않았을까. 전자의 경우라면 내가 아는 A는 이러지 않다며 기억과 현실의 괴리에 고통받지는 않았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그래도 A의 덕은 다 본 다음이니까 이 지점에서 억울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않을 일이니까. 이걸로 망상하며 아쉬워하기에는 기력도 시간도 아깝지.

69 익명의 창문 씨 (o9ZK7ilq0A)

2023-08-24 (거의 끝나감) 13:33:26

집안일 너무 하기 싫다... 누가 세 끼 영양과 맛이 나쁘지 않은 식사를 주고 냉장고 정리 해주고 빨래 널어주고 개어주고 설거지 하루 두 번 해주고 가구와 바닥의 먼지 쓸고 닦아주고 식료품 쇼핑해줬음 좋겠다...

70 익명의 창문 씨 (o9ZK7ilq0A)

2023-08-24 (거의 끝나감) 13:34:41

안 그래도 컨디션 최악이고 할 일도 있고 다른 식구들도 할 일이 있는데 거실 한 가운데에 A가 멀뚱히 있으니까 너무 불편하고 화가 나.

71 익명의 창문 씨 (o9ZK7ilq0A)

2023-08-24 (거의 끝나감) 13:36:32

데이케어센터? 안 받아줘.
요양원? 등급 안 나왔어.
그리고 등급 때문이 아니라도 요양원에 집어넣으면 이 통제 안 되는 인간을 어떻게 할 건데. 진정제 세게 맞고 하루 22시간 누워서 살겠지 아마도 분명 거의 확실히.

72 익명의 창문 씨 (/qhjnSuu4Q)

2023-08-25 (불탄다..!) 19:25:18

또 나만 예민하지 또...

아냐!
우울증사고 멈춰!!!!!!!!!

73 익명의 창문 씨 (/qhjnSuu4Q)

2023-08-25 (불탄다..!) 19:32:37

남을 탓하기 ->내가 괴로움. 남을 괴롭게 할 수도 있음. 남을 해치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함. 최대한 적절하게 문제 제기하려면 에너지가 꽤 많이 소모됨. 힘을 내서 문제를 제기해도 공감과 동의 한쪽 혹은 둘 다 얻지 못할 가능성. 사회적으로 쫌생이겁쟁이예민충 될 가능성. 남에게 공격 당할 가능성.
나를 탓하기 ->내가 조금많이 괴로움. 이 건으로는 남에게 공격 당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움.

후자가 압도적으로 경제적인데.

74 익명의 창문 씨 (/qhjnSuu4Q)

2023-08-25 (불탄다..!) 19:33:15

너ㅜ혹시 경제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니? 이건 경제적이나 합리적이라고 평할 게 아니라 그냥 네 마음에 든다고 말해야 한단다...

75 익명의 창문 씨 (/qhjnSuu4Q)

2023-08-25 (불탄다..!) 19:34:02

그냥 지금 너무 취얃한 상태잖아
밥먹고 씻고 잘게

76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02:08

차라리 걍... 여기가 어디죠 이름이 뭐죠 당신은 누구죠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점심은 뭘 먹나요 여기가 어디죠 내가 누구죠 이름이 뭐죠 ㅇㅇ씨는 왜이렇게 예쁘죠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여기는 어디죠 당신은 누구죠 ㅇㅇ씨가 누구죠 ㅇㅇ씨는 왜이렇게 예쁘죠 지금 계절이 어떻게 되나요 이딴 것만 말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것만도 너무 힘들긴 한데. 그래도 그렇게까지 정신나갈 것 같지는 않아.

전근대 성차별 마초 꼰대 발언 제발 좀 그만...

결혼 안 보낸다는 말 그만. 제발. 애인 있냐고도 그만. 당신 때문에 연애 못하니까. 물론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당신도 매우 크니까 그만 좀 해 제발...

77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38:31

하하 재밌다. 이게 재밌어? 웃겨? 치매가 장난이야? 치매가 개그냐고. 너희는 안 당할 것 같아?

똑같은 소리 반복하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누구냐고 물어보고 몇달씩 하루에도 몇번씩 말하고 가르치고 학습시킨 거 다 까먹고 계속 실수하고 질질 흘리고 힘은 더럽게 세고 고집도 더럽게 세서 이제 나이 들어서 세 시간만 이 안 닦아도 입냄새 나는데 말을 진짜 어떻게 이렇게 안 들어 이도 안 닦는대 세수도 안 하겠대 와중에 비틀대니까 걸으려면 잡아줘야 돼 근데 또 계속 말은 걸어야 돼 그러면 뭐가 예쁘다고 그 커다란 냄새나는 얼굴을 30에서 40 cm 반경에서 마주하고 있어야 돼 그러면서 계속 똑같은 말 똑같은 말 하하 진짜

치매가 웃을 일이야? 치매가 웃겨 너네는? 뇌손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몰라서 그래. 원래 자상하고 사랑스러운 인간이었는데 그깟 전두엽 좀 망가졌다고 인격이 일그러지는 꼴을 고장난 카세트처럼 똑같은 말 똑같은 말 똑같은 말!!!!!!!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꼴을 이걸 과연 견딜 수 있어?

어른 되고 사회생활하면서 배운 예의 같은 건 다 까먹고 다 롤백 돼서 유년기 때 그 형편없는 부친한테 배운 것만 중얼중얼 조잘조잘... 원래 안 그랬잖아. 원래 안 그랬는데. 내가 아는 아빠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근데 원래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대 이런 집안에서 자랐대 나만 몰랐던 거야 나만 속았던 거야 차라리 평생 속이고 살지 원래 사람은 남을 속이면서 살아 그게 예의라는 거고 체면이라는 건데 뇌가 특히 앞쪽이 손상되면 이제 충동조절이 안 되고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을 못해요 이게 무슨 소리냐면 예의는 모르겠고 욕구만 남는다고요 염치라는 게 소실되어버린다고 저거 분명 아빠의 껍질인데 어떻게 지능과 충동억제가 없어졌다고 다른 사람이 되냐고 진짜로 영혼이 바뀐 것만 같아

아버지어머니 생일은 아는데 아내 생일은 몰라 당연히 딸 생일도 몰라 최근 기억은 다 날아가고 오래된 기억만 남아있어 이끼처럼. 오래된 곰팡이처럼. 오래된 기억만. 꾸역꾸역. 나는 누가 내 생일 기억 못한다고 이렇게까지 서운할 줄 몰랐어. 분명 우리 아빠 머리도 좋고 자상한 아빠인데 어린이날에 나 갖고 싶어한 거 사주겠다고 야근하고도 굳이 멀리까지 가서 할인도 하나도 안 먹이고 사왔었는데 내 말 하나에 그렇게까지 해줬었는데 그날도 다 까먹고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어떻게 나와의 추억을 다까먹을 수가 있냐고. 나빴어. 나빴어진짜 너무 나빠. 진짜 미워. 이럴 거면 남편도 하지 말고 아빠도 하지 말지 그랬어. 잘해주다가 갑자기 죽어버리는 게 어딨냐고. 차라리 처음부터 없지 그랬어. 처음부터 애초에 아빠 같은 거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빼앗긴 기분은 아니지 않았을까

안 당해봤으니까 너는 안 당해봤으니까 안 겪어봤으니까 그냥 웃는 거야 뭐가 웃기다고 그래 우는 것보단 웃는 게 낫지 근데 난 못 웃는데 어떡해 난 못 웃는데 어떻게 하냐고 나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78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42:36

나도 아빠 있어
나도 아빠 있었는데
나도 아빠 있었다고

79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45:34

치매 갖고 웃지 좀 마. 그게 너희 부모라면 웃지도 못할 테니까.

아빠랑 친하다고 자랑하지 마. 꼴보기 싫으니까 제발. 그렇게 자상하고 위트있고 지성있는 아빠랑 티키타카 하는 모습 진짜 너무 부러워서 속이 다 뒤틀리니까 그렇게까지 멀리멀리 자랑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여러분의 책임이 아니라, 내가 버튼 눌리는 것이고 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거 아는데. 아는데 그냥 징징대봤어요. 미안합니다.

80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48:04

처음부터 아빠가 없었다면, 혹은 처음부터 아빠가 형편없는 인간이었다면, 그랬다면 또다른 이유와 형태로 괴로웠겠지. 나도 알아. 뭐가 더 힘들고 덜 힘들지는 않아. 그냥 형태가 다른 거지.

81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50:24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인간이다'라고 정말로 생각하는 건 아니야. 이건 그저 그런 것만 같은 기분일 뿐이고 진짜 사실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 합리적이지 않고 도움도 안 되는 생각이야.

그래도 그냥... 가끔 그런 기분이 될 때가 있는데, 그게 오늘이네.

82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53:17

욕설은 이 사이트에서 금지니까... 최대한 지웠는데. 그래도 남아있다면 미안합니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고 욕설이나 부적절한 말이 있다면 마스크 처리할게요.

83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54:30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샤워하고 점심 드리고 잠깐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나갈 준비 할게

84 익명의 창문 씨 (g1.M/j52po)

2023-08-29 (FIRE!) 12:57:41

하하하 호르몬 진짜하하하

한 방울도 안 되는 호르몬 그깟 화학물질에 감정이나 컨디션이 좌지우지되고 감정 따위에 휩쓸려 패배해버리고 마는 나약한 정신과 신체를 가진 나자신이 너무 밉다

걍 항우울제 한 정 더 먹을게요 (전문의와 상의된 사항이니 염려마십시오)

85 익명의 창문 씨 (PV/.0aAXWE)

2023-08-30 (水) 12:47:59

잘 움직이지도 못하면서(사실은 안 하면서) 식탐은 왜 이렇게 많을까

86 익명의 창문 씨 (PV/.0aAXWE)

2023-08-30 (水) 12:54:07

이야 근데 새삼 신기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하냐. 뇌졸중 한 번에 사람이 아주그냥 180는 무슨 270도 쯤 돌아버린 거 같아.

87 익명의 창문 씨 (PV/.0aAXWE)

2023-08-30 (水) 12:54:24

설거지 진짜 싫다..............

88 익명의 청새치 씨 (bk87brinwE)

2023-08-30 (水) 13:30:03

사람이 답답하면 욕 좀 할 수 있지...
그냥 욕 시원하게 갈기고 마음이라도 조금 편해지면 좋겠다
미래의 창문씨를 위해서 치료받는 것만은 포기하지 말라구 ㅇㅇ)9 그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거임

89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27:23

안 때린다며. 안 때린다며. 안 죽인다며.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거직말쟁이

90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27:33

안 죽인다며

91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29:03

죽은 건 아니에요 그냥 상처가 좀 클 뿐이지

아니근데 안 때린다며. 진짜 어이없어.
근데 나도 너무 당황해서 너 미쳤어 하고 소리 꽥 질렀어. 미안해라... B도 속상하고 당황하고 짜증났을 텐데. 근데 공감 얻고 싶었으면 손을 올리면 안 되지 멍청이야

92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32:28

하하 그래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지

뭘 또 쉬겠다고. 감히. 내 주제에. 일말의 가능성도 놓치지 말았어야지.

93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33:17

깜짝놀라서 119 부를 뻔 했네...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좀 자상이 깊은 정도.

근데 피 냄새를 내가 너무 힘들어 하네. 어지럽다.

94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38:40

B는 본인이 견디기 힘들면 진작 도망치지, 왜 버티고 버티다가 겁자기 공격을 한 거람. 의중을 알 수가 없네. 사고방식과 행동원리를 파악할 수가 없어. 왜 이러는지 모르니까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아무튼간 고마워. 이렇게 네가 내 트라우마를 하나 더 적립했네. 이제 정말로 못 버티겠어. 네가 나가든지 아니면 내가 나가는 거야. 살면서 사람 때리는 장면을 그렇게 목격한 적이 없었는데. 네 덕에 이번에 두번째야. 내가 "괜찮겠지" 하고 잠시 긴장을 놓았다가 B가 A를 폭행한 거. 이번이 두번째라고.

95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43:02

A를 요양원에 집어넣지 않고 집에서 데리고 있는 게 엄마 욕심이라고? 엄마 일상 망가질 뿐만 아니라 자식들 인생이 망가지니까? A는 하나지만 가족들은 여럿이니까? A 하나만 죽으면 된다고?

하지만 거기 들어가면. 요양원에 들어가면 갑자기 사람이 온순해지고 말을 잘 들을까요? 오히려 센터에서보다 더 난리치겠지. 가족들이 저를 버렸다고 생각해서.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물리적으로 꽁꽁 묶어놓거나. 아니면 진정제 등을 잔뜩 먹여서 반송장으로 만들겠지. 그게 사는 건가?

이왕 죽다 살아났는데, 사는 것처럼 살면 좀 안 돼? 이게 그렇게 욕심이야? 이왕 목숨 붙어있는 거 사람답게 살자고. 행복하게 살자고.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다면 바라서는 안 될 지독한 욕심이야?

96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43:16

97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45:34

나는 아빠 사랑하면 안 돼?
나도 아빠 있는데.
왜 나는.
왜 나만.

98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46:10

아빠 때리지 말라는 게 그렇게 어려워? 차라리 욕하고 소리질러. 차라리 물건을 던져. 왜 신체를 폭행하는데.
생각이라는 게 없어? 너 머리 좋잖아. 그 훌륭한 머리 좀 돌려봐.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잖아.

99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47:40

하하. 만약에 B가 주먹응 드는 게 아니라 쇠붙이를 들었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아직 장례를 올릴 자신은. 오늘 약속은.

100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48:56

와 이거 큰일 날 뻔했네.
만약 내가 예정대로 다섯 시에 집을 나왔다면. 그리고 아직 엄마가 집에 도착 안 했다면. 그 시점에서 둘이 갈등이 생겼다면.

...

나는 아직 자신이 없는데

101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50:19

정말로 없는 거랑... 온전치 못하게나마 있는 거랑은 다르지. 둘 다 일종의 상실이긴 하지만. 다르지. 다르다고. 그리고 만약 그 끝이 B의 손에 의한 것이라면. 아. 나는 세상을 미워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

102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50:54

손에서 아직도 비린내가 나. 비누러 싯었느데. 혹시 이거 환청 같은 건가?

103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6:53:55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나한테서 아빠도 빼앗고 가족도 빼앗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끔찍안 욕심을 가졌나요?
나따위는 감히 바라서도 안 되는 사치인가요?
대답해주새요. 제발. 고아 같이 버려두지 않으신다면서요. 이대로라면 고아가 되어버린다고요. 난 아직 다 자라지 못했는데 이 지붕 아래가 너무 힘들다고요.

104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7:04:30

A도 내가 뭘 잘못했냐고 울고있네 아이고

105 익명의 창문 씨 (lSU34V2UW2)

2023-09-06 (水) 17:06:57

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생각이에요.

106 익명의 창문 씨 (dNnlF7Jea6)

2023-09-09 (파란날) 13:44:42

6일 수요일 저녁. 드레싱 중.

A: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햇나요 흐엉헝
엄마: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부모가 된다는 건 죄인이 된다는 거예요. 우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어떤 형태로든 자식에게 잘못을 할 수 밖에 없어요.

107 익명의 창문 씨 (dNnlF7Jea6)

2023-09-09 (파란날) 13:49:32

A와 B 사이에 말다툼이 생겼어. 이때 A는 안경을 쓴 채로 앉아있었어 평소처럼. B가 주먹으로 A의 옆얼굴을 세게 쳤어. 안경이 날아갔고. 쨍그랑. A의 몸은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어. 쿠당탕. 넘어지면서 A는 아마도 반사적으로 B의 손을 붙잡았는데, 내가 둘 사이에 끼면서 A의 손을 떼어놓으면서 B를 똑바로 보고 소리쳤어. 너 미쳤어?

108 익명의 창문 씨 (dNnlF7Jea6)

2023-09-09 (파란날) 13:58:38

(아래 상처 묘사 있음)

주저앉은 A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어. 주르륵. 줄줄. 두 눈을 뜨고 있으므로 실명은 아니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피가 너무 많이 났어. 왼쪽 눈 아래, 아이홀과 코뼈가 만나는 부분, 즉 안경 코받침이 닿는 부분이 찍히고 찢어졌어. 아마도 안경 알이 깨지면서 찍히고 테가 벗겨지면서 찢겼겠지. 피가 광대와 턱을 지나 목을 타고 줄줄 흘러서 윗도리 넥라인에 고였어. A는 목에 호흡기를 달았던 구멍 흉터가 있는데, 이 흉터를 손으로 만지는 건 처음이었던 거 같아. A는 계속 소리치며 삿대질하며 B를 저주했고 아프다고 엉엉 울었어. 나는 울면 더 아프다고 말하며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어. 휴지와 화장솜으로 상처를 틀어막고 물티슈로 흘린 피를 닦았어. 피가 좀처럼 멎지를 않아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어.

109 익명의 창문 씨 (dNnlF7Jea6)

2023-09-09 (파란날) 14:03:36

상처는 아직 낫지 않았어. 당연함. 꽤 깊음. 근데 병원은 싫대. 병원 가서 꿰메면 훨씬 빨리 아물 텐데. 눈과 아주 가까운 곳에 피멍 등 상처가 진하고 크게 있어서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어. 안 그래도 A와 눈마주치는 게 마음이 쉽지 않은데, 더 어려워졌네.

와중에 엄마는 드레싱을 갈 때마다 상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고 있어. 나는 피 보는 거 싫단 말이야. 상처도 싫고 단면도 싫어. 핏줄도 싫어. 징그러워. 힘들어. 하지만 엄마도 속상하니까. 그리고 공유하고 싶으니까. 열심히 관찰하고 비교해서 그래도 어제보다 낫다, 메디폼 이렇게 붙이길 잘했다 등 뭐라도 이거에 관해서 말해주고 있어.

110 익명의 창문 씨 (dNnlF7Jea6)

2023-09-09 (파란날) 14:07:17

막막하다

111 익명의 창문 씨 (dNnlF7Jea6)

2023-09-09 (파란날) 14:13:23

A를 보내든지. B가 나가든지. 아니면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그냥 내가 나가든지... 이 좁은 집에 A도 B도 들어있는 집을 감당하기는 내가 너무 힘들다.

B는... 왜 고집을 부리지. 이해가 안 가. 밉고 보기 힘들면 도망 나가면 되잖아. 돌보라고 안 한다니까. 그냥 나가라고. 뭐가 문젠데. 집 밖이 그렇게 싫어?

근데뭐... 나도 독립할 깜냥도 능력도 없긴 해. 하지만 나가고 싶긴 한데.

112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0:34:48

그런 말이 있잖아. 노인과 아기는 거의 같다고. 신생아가 생후 한 달간 급격하게 성장하듯이, 노인은 죽기 전 한 달간 급격하게 퇴화한다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생명에서 죽음으로.

실제로 치매 초기에는 엉뚱한 말을 하지만. 중기에는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만 가능하게 되고. 더 진행되면 언어가 되지 않는 옹알이 같은 소리만 나다가 결국에는 목소리조차 내지 않게 된대. 그때 즈음엔 정말 보내드릴 준비를 해야 한대.

113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0:40:55

그런데 말이야. A는 노인은 아닌데. 애초에 노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뇌졸중으로 인한 뇌손상에서 치매성 어쩌고이기도 하고. 아무튼 아마도 살 날이 꽤 남았는데. 그러면 수십 년을 치매 초기와 동일한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수십 년을? 앞으로 몇십 년이나 더? 이 상태로? 일십 년만으로도 정신 나갈 것 같은데? 앞으로 대체 몇 년이나 더...?

114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0:49:33

부모와 자식은 책임 소지 때문에라도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르겠지만... 발달장애인의 후견인도 혹시 비슷한 마음일까.

아무튼 겉모습은 멀쩡한 편인데 뇌가 제 나이만큼 기능을 못한다는 점이 같잖아. 그리고 나아질 가망이 없다는 점도.

갓태어난 아기는 지능도 떨어지고 충동 조절도 못하고 고등정신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당연함. 아기임. 그런데도 왜 아기를 예뻐해주고 용인해줄 수 있는가.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앞으로 성장하고 나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오늘 미성숙하게 행동해도 내일은 나아질 수 있잖아. 올해 한글 못 뗐지만 공부하면 내년이나 내후년 즈음엔 한글 뗄 거라고. 하지만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면? 절대 성장하지 않는다면? 개선 및 향상의 가능성이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면?

115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0:49:53

그 절망감.

116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0:57:57

어둠이란 곧 빛이 없는 것
죽음이란 곧 생명이 없는 것
절망이란 곧 희망이 없는 것

희망.
가능성.

빛이 아주 희미하게라도 있다면 그곳은 완전한 어둠이 아니야. 생명 활동이 조금이라도 돌아간다면 아직 죽었다고 하지 않아.가능성이라는 게 단 1이라도 있다면, 희망은 있는 거야. 정말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절망이 아니라고.

하지만.

117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1:00:06

하지만 다리가 잘려나간 사람에게 걷고 뛰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신체의 어떤 기관이 영구적으로 망가진 건데, 여기에 어떻게 기대를 걸겠어. 어떻게 가능성이 남아있겠어.

118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1:04:33

사실 나도 잘 몰랐을 때는 나아질 수 있는 병인 줄 알았어. 다리가 부러져서 깁스를 한 것처럼, 잘 치료받고 재활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줄 알았어. 그래서 A가 나아지기를 매일 기도했어.

그런데 그게 아니래. 말하자면 다리가 부러진 게 아니라 아예 뽑힌 거래. 가능성은 없대.

119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1:06:49

아니 좀 빨리 알려주지 그랬어요................ 난 그것도 모르고 몇 년을. 낫기를 바라면서 매일. 가능성이 있는 줄로만 알고 가능성을 붙들고서 간절하게. 그런데 내가 붙잡고 있던 그것이 사실 '없는 것'이래.

120 익명의 창문 씨 (mluHustlx6)

2023-09-11 (모두 수고..) 01:12:14

모바게로 비유하자면,
최애 픽업인 줄 알고 n만원 태웠는데 알고보니 그 가챠에서는 걔가 안 나온대. 수치로 따지면 0%래. 1/100000도 아니고 그냥 완전히 0.

하하. 내 돈. 내 시간. 내 간절한 마음.

걔 픽업이라는 정보는 대체 누가 준 거야?! 확인해보니 누가 알려준 게 아니라 내가 착각한 거였음.

121 익명의 창문 씨 (IwmAx5tr/Q)

2023-09-13 (水) 11:22:09

또다시 수요일이 되었다. 그 사건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났고.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어.

122 익명의 창문 씨 (IwmAx5tr/Q)

2023-09-13 (水) 11:26:15

집에 있으면, 집에 있는 A와 B가 보이면, 그날 일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돼. 답답하고 막막하고 불안해서 이 집에서 도망쳐버리고 싶은데. 동시에 내가 안 보는 사이에 무슨 일이 또다시 생길까 두려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어.

123 익명의 창문 씨 (OvoEORnO..)

2023-09-19 (FIRE!) 13:25:45

꺄아아악

친구랑 만나??? 약속 잡아?????? 진짜로 리터럴리 문자 그대로 몇 년만인데...?

124 익명의 창문 씨 (OvoEORnO..)

2023-09-19 (FIRE!) 13:27:22

나 두려워

125 익명의 창문 씨 (O.HLcO9/hk)

2023-09-28 (거의 끝나감) 00:20:23

아 진짜~~~~~~
지금 막 세수 하고 자려고 했는데 아~~~~

126 익명의 창문 씨 (O.HLcO9/hk)

2023-09-28 (거의 끝나감) 00:27:06

구시대적 발상 헛소리도
같은 말 반복하는 것도
나와의 추억 잊은 것도
다 밉고 힘들고 너무너무 싫지만

냄새가 제일 싫어. 제발 하루 세 번 이상 이 닦아줘. 제발 변기에 앉으면 문 닫고 해줘. 제발 침대에 흘리지 말아줘. 진짜 제발.

127 익명의 창문 씨 (O.HLcO9/hk)

2023-09-28 (거의 끝나감) 00:28:15

하.............. 클렌징 다 욕실에 들어있는데 A 집어 넣은 채로 욕실 문이 닫혔어. 기다리기 싫은데. 에휴 몇 분 미룬 내 업보지 뭐...

128 익명의 창문 씨 (O.HLcO9/hk)

2023-09-28 (거의 끝나감) 01:22:45

잘 씻고 누웟음^^
뽀송한 창문 씨
기분 조음
자야지 룰루

129 익명의 창문 씨 (69oJHCZJnk)

2023-10-08 (내일 월요일) 20:48:53

꼭 컨디션 안 좋을 때 더 힘드네...
당연함.

130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24:24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실어싫어싫어실ㄹ어싫어싫어싫어싷ㅎ러싫어싫어싫어싫아싫어싫어싫러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싷ㄹ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131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25:31

너무 싫어 너무 미워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 너무 싫어

화장실 좀 제발 제발제발

132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29:35

화장실 소리 너무 싫어 엉엉
바보 같은 목소리도 너무 싫어
저 얼빠진 멍청이가 내 아버지라는 사실이 싫어
아닌데 저거 내 아빠 아닌데
우리 아빠 훨씬 멋있고 잘생기고 똑똑한데
멍청하고 더럽고 냄새나고 무력하고 바보같고 암튼 싫어 너무 싫어
그 '싫은 것'을 목도하며 아니 그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두고 심지어 직접 만지고 대처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점도 너무너무 싫어 짜증나 두렵고 힘들고 싫어 못할 거 같아 나 이거 못하는 일이야 도망칠 거야

133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33:15

최근에 배운 마음챙김이나 정신치료 요법들 다 까먹었어. 하기 싫어. 탈융합이고 뭐고 감정과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어쩌고 감정을 미워하지 않고 나자신과 나의 감정에 자비와 수용의 자세를 어쩌고 암튼 다 하기 싫다고!!!!!!!!!!!!

난 그냥 이대로 죽어갈 거야. 이대로 망할 거야. 이대로 그냥 끝장이 날 거라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정말로 아무것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싫어. 끔찍해. 도무지 사랑할 수가 없어. 아니. 아니야. 사실 제일 끔찍한 건 나 자신이야.

134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40:16

아까 그냥 집중 안 될 때 벌떡 일어나서 좌악 박박 씻을걸...

안 그래도 자아효능감 박살났고. 집중력 이해력 끈기 전부 끝장났고. 정신적 신체적 컨디션 다 별로인데. 아무튼 다 별로별로개별로 끔찍 형편 없는 상태인데 안그래도! 근데 더불어 샤워한지 며칠 돼서 더 괴로워. 머리카락이 무겁고 두피가 찝찝하고 숨결이 고약하고 얼굴에도 뭐 낀 거 같고 전체적으로 찝찝하고 무겁고 답답하고 너무 싫어!!!!!!!!!

135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42:03

너무 싫어 너무 싫어 죽을 거야 나는 곧 죽을 거야 끝장날 거야 이미 망했어 이미 돌이킬 수 없어 영원히 나는 불행할 거야 영원히 평생 절대로 반드시

이런 기분이야 완전히. 불쾌하고 막막하고 암튼 너무 싫어.

136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42:40

이 정신병자야...

안 그래도 요즘 좀 무리한다 했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냐고 정말로...

137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46:05

물론! 이미 내 인생이 망했다는 생각은 전혀 합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이것은 나의 병리적 사고야. 진짜 진실은 아니라고.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괴롭단 말이야.

잠깐 이렇게 고통스럽고 절망스럽고 괴로워하다가 또 금방 괜찮아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언제나 그랬듯이. 몇 번 경험해봤듯이.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질 거라는 낙천적인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미래를 보는 낙천적인 시각이나 스스로를 보는 자비로운 태도 같은 거 모르겠어 모르겠어. 나는 그런 거 못해.

138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48:38

아슬아슬하게 대충 돌려막으면서 어떻게든 일상생활이라는 것을 해보려고 했지만 스트레스가 닥쳐오니 와르르 무너져버렸어. 이 상황이 너무 싫고 원망스럽고 절망스러워. 안 되나 봐. 나는 안 되나 봐.

특히 이 집에서 A를 옆에 두고서는 절대로 해낼 수가 없는가 봐.

140 익명의 창문 씨 (6BPIwA1PQM)

2023-10-12 (거의 끝나감) 21:50:27

근데 적어놓고 보니까 그냥 바보 같네ㅠㅋㅋㅋㅋ 에휴 그냥 잠깐 쉬고 내일부터 수습해보자...

141 익명의 창문 씨 (Kke9BamcPk)

2023-10-13 (불탄다..!) 00:23:33

잠깐 쉬었고 엄마 보고 얼추 회복함... 나 아직 너무 애새끼인가 봐. 혼자 살면 위험할 듯.

142 익명의 창문 씨 (Kke9BamcPk)

2023-10-13 (불탄다..!) 00:24:00

아 배고프다

143 익명의 창문 씨 (Kke9BamcPk)

2023-10-13 (불탄다..!) 00:24:36

일단 자고... 해뜰 때 즈음 일어나서 눈 뜨자마자 샤워 갈기고 과제 마저 처리 해야지...

144 익명의 창문 씨 (Kke9BamcPk)

2023-10-13 (불탄다..!) 00:26:27

예 그렇습니다. 오늘의 스트레스란 과제 마감이었고요. 이 자식은 진짜 불안 관리가 너무 안 된다. 과제 마감을 공포와 절망으로 여긴다니 정말이지 이하생략

145 익명의 창문 씨 (tUH4vaJTMk)

2023-10-18 (水) 18:51:56

사람, 사람, 사람 사람사람... 사람 싫어... 사람 너무 많아 사람 너무 싫어...

퇴근시간 지하철 진짜 최악 너무 싫어 견디기 힘들어

146 익명의 창문 씨 (tUH4vaJTMk)

2023-10-18 (水) 18:53:28

결국 내려서 잠깐 쉬고 있는데 숨질 것 같아. 이렇게 약할 수가. 그렇지만 이건 남들도 힘든 일이니까. 내가 특별히 이상하게 나약한 건 아니야. 음.

147 익명의 창문 씨 (tUH4vaJTMk)

2023-10-18 (水) 18:54:03

정병 진짜 심각하다 어쩌냐 이걸...

148 익명의 창문 씨 (1lT9W1gyOw)

2023-10-26 (거의 끝나감) 20:18:20

소음 싫어
집 나갈래 흐이잉

149 익명의 창문 씨 (1lT9W1gyOw)

2023-10-26 (거의 끝나감) 20:18:40

그렇지만 또 아예 혼자 있으면 외로워서 괴로워질 거잖아

150 익명의 창문 씨 (EnYLkoCj5c)

2023-11-04 (파란날) 14:06:08

A의 뇌는 여러모로 퇴화했기 때문에... 어린아이와 다름이 없기 때문에... 아무튼 이해는 하지만 어이가 없는 건 어쩔 수가 중얼중얼

뭐 때문에 이러냐면... A의 드라마 취향에 대한 이야기. 일단 이쁜 아가씨가 나와야 함. 이쁜 아가씨 분량이 꽤 있어야 함. 로맨스코미디 장르 우대. 폭력이나 유혈, 욕설과 외침 및 각종 진상 빌런 짓 최대한 적어야 함. 없으면 좋고. 그외 뭔가 심각한 분위기나 어려운 이야기는 최대한 적어야 함. 없으면 좋고. 언어는 한국어.

그러니까 이를테면... 사ㄴH맞선, 김ㅂl서가오H이럴까, 뭐 이런 작품들.

만약 자막도 볼 수 있고 십덕모에체 화풍도 좋아했으면 걍 라노베원작 럽코 애니 틀어줬을 듯... 타카기상 같은 거...

151 익명의 창문 씨 (EnYLkoCj5c)

2023-11-04 (파란날) 14:08:46

한동안 전우치에 빠져있었고 또 한동안은 미래소년코난을 시청했는데... 이제 이것도 질린 듯...

뭔가 새로운 걸 가져오려면 대충 위의 조건에 부합하는 작품에는 일단 대충 만족함

152 익명의 창문 씨 (1sLdRv7ncY)

2024-01-18 (거의 끝나감) 11:32:29

그가 갑자기 쓰러졌고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을 엿들은 밤, 나는 아빠를 살려달라고 울면서 기도했다. 그래서는 안 됐다.

며칠인지 몇 주인지가 지난 후, 아빠가 의식이 찾았다는 소식이 왔다.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멍청한 얼굴을 한 아빠는 처음 보았다. 목에 구멍을 내고 호스를 연결한 아빠도 처음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고 해야 할까. 그 맥없는 눈알이 이쪽을 향하자 나는 정체 모를 강렬한 감정에 무너져내렸다. 그 순간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간호사 선생님(추정)은 여기서 울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병실을 뛰쳐나왔다. 울음을 참는 감각은 익숙했다. 울음을 참기를 실패하는 감각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상실한 감각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어린이는 소독약 냄새가 나는 길고 하얀 복도 벽에 기대어 눈이 얼얼해질만큼 울었다. 병원에서 시끄럽게 굴면 안 되는데. 어쩌면 그때 나는 엉엉 소리높여 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거의 숨을 참다시피 하며 울음을 참았던 것 같다.

153 익명의 창문 씨 (1sLdRv7ncY)

2024-01-18 (거의 끝나감) 11:33:10

이 이전에 내가 그를 가리키는 2인칭 및 3인칭은 "아빠"였다. 이 이후로 다른 사람에게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잦아졌다. 자연스럽게 그를 "아버지"로 가리켰다. 또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생각한 건데, 2024년 현재, 아빠가 온전히 아빠인 기간보다 망가진 아버지인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154 익명의 창문 씨 (1sLdRv7ncY)

2024-01-18 (거의 끝나감) 11:37:22

다정하고 사려깊고 현명하고 섬세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에 손재주가 좋고 항상 일찍 일어나고 요리는 서툴지만 플레이팅은 가지런히 하고 글씨가 예쁘고 암산이 빠르고 두꺼운 어려운 책을 읽고 훤칠해서 정장과 코트가 잘어울리는 아빠는 이제 볼 수 없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꿈에서도 볼 수 없다.

"아빠"의 모습과 목소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에 언급했던 사건의 줄거리나 사실의 극히 일부만이 조각조각 머리에 남아있다. 당시의 장면이나 소리 등은 정말정말 부분적이고 그마저도 희미하다.

물론 그도 그때를 기억못한다. 그의 뇌는 꽤 많이 롤백되어서, 몇십년 전, 결혼 이전의 기억이 더 또렷하다.

그래서 내가 유아~유년기일 때의, 아빠가 "아빠"일 적의 일들은 나에게도 그에게도 거의 없던 일이 되어있다.

섬세하고 다정하고 훤칠한 아빠 위에 멍청하고 참을성없고 구부정한 아버지가 덧칠해진다. 덕지덕지. 아빠의 목소리가, 말투가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가 검은 아빠의 표정이나 손짓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의 아빠는 오염되었다. 위에 얹어진 다른 무거운 정보 때문에 아래 깔린 기억을 꺼낼 수가 없다.

"아빠"가 보고 싶다. 그러나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꿈에서도 볼 수 없다. 꿈을 꿀 때마저도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 즉 내가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서 나온다.

155 익명의 창문 씨 (1sLdRv7ncY)

2024-01-18 (거의 끝나감) 11:40:10

이제 그가 아예 사라지면ㅡ죽는다면, 그때는 "아버지"가 보고싶어질까? 기억도 인지도 충동조절도 떨어져서 뭔 바보같은 말만 똑같은 말만 하는, 아비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아버지라도 보고싶어질까?

만약에 지금이 아니라 그때 죽었다면... 멍청하고 참을성없고 구부정한, 목 한가운데에 이상한 흉터가 있는, 이 아버지의 기억이 전혀 없다면... 그렇다면 "아빠"를 나는 더 선명히 기억할 수 있을까?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전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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