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아빠가 필요해. 나는... 나도... 나도 아빠랑 놀 줄 아는데. 우리 아빠도 지금 카톡했으면 웃긴 어록 많이 만들었을 텐데. 우리 아빠도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었는데. 우리 아빠도 똑똑하고 전문성 있는 사람이었는데. 나도 아빠한테 하소연할 줄 아는데. 나도 아빠한테 떼 쓸 줄 아는데. 왜 나만. 왜 나만!
물론 나만 불행한 거 아니지. 알아. 그렇지만 그냥 마음이 그렇다고. 느낌이 그렇다고. 이거 우울증 사고라는 것도 알아. 도움도 안 되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쓰레기 사고라는 거 알아. 그냥... 그냥 잠깐만 우울해하고 비참에 잠겨있을래. 진짜 잠깐만.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다시 힘낼 테니까. 잠깐만... 딱 몇 시간만 서러워할게.
그래도... 다행?인 건가? 곧 울어야 하겠다고, 슬슬 꺼이꺼이 울지 않으면 폭발할 때가 오고 있다고 생각은 했었거든. 폭발을 했네. 나는 좀 후련해졌고 어느 정도 위로도 얻었는데. 오밤중에 시끄럽게 굴어서 약간 미안하긴 하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 견뎌. 항상 감사합니다.
난 정말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야. 000(엄마이름) 씨가 내 엄마라서 다행이야. 자주 생각하는데, 오늘은 더욱 크게 생각한다.
- A는 네 책임이 아니다. - B 또한 네 책임이 아니다. - 우선순위를 똑바로 세우기. 네 문제에 먼저 집중하고, 할 만 하면 A에 관한 문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A는 네 문제가 아니다. A를 돌보느라 네 인생이 멈춰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평생 돌볼 셈? A가 죽을 때까지? 우선 네 인생을 살아. - 조금 멀리 보기. 지금 여기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보느라 미래에 대한 대책이 없지 않니. 네 인생을 꾸려라. - 엄마는 네 생각보다 나약하지 않다. 엄마는 유능하고 강인하다. 엄마 힘들까봐 걱정 물론 해주면 고맙지만, 그 걱정 때문에 전전긍긍하느라 네 인생이 망가진다면 슬픈 일. 다른 가족도 마찬가지. A나 B가 사망 내지 살인할 위험은 네 생각보다 현저히 낮다. 네가 힘들고 아프고 어려운 일이 있다면, 먼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가족에게서 도망치지 마. 집에서 울어도 돼.
비닐 많이 쓰기 싫고 웬만하면 좀 줄이고 싶으니까, 1회씩 소포장 말고 벌크포장으로 줄 수 있냐 약국에 요청 드렸거든. 근데 진료실 쪽으로 연락이 간 거야. 맘대로 약을 먹으면 안 되나 봐. 정신과 약은 그렇대. 내가 플라스틱 비닐 소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그런다니까 선생님이 어차피 큰 포장도 비닐 아니냐는 거야. 그러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거라니까요. 아니 이것도 플라스틱인데요. 이거 세 번 함. 원내 말고 밖에 약국에서는 그렇게 해줬다 했더니, 거기서는 그 비닐 값 아끼려고 그냥 해준 거래. 정신질환자는 약 포장도 맘대로 못해? 일주일치 소분해서 알람 맞춰서 먹는다니까. 원내 약국 소포장 해도 하나하나 날짜 써주는 것도 아니면서.
암튼 다음부터는 그냥 큰 포장에다 주신대. 오늘은 이미 기계 들어간 다음에 내가 요청 드려가지고 어쩔수없고.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건강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데까지 신경쓰면 안 되는 건가 봐.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마냥 환경보호가 아무리 좋은 가치라 해도 부르짖고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건가 봐. 나는 자격이 없나 봐.
근본적인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사회를 극심히 두려워하고 모험을 극도로 기피하며 거의 모든 일의 원흉을 본인으로 돌리고 너무나 쉽게 자포자기하고 체념하며 열정과 노력과 성실이 없는 것에 가까우며 부정적인 메세지만 크게 받아들이고 자학하고 스스로 도태되기로 선택하는, 나 자신의 기질이나 성격 및 태도와 행위 때문이니까.
A 돌봄에 지쳤어. 물론 내가 전담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곤하단 말야. 누구 말마따나, 한 달에 한 번이나 그보다 더 가끔 만나면 오히려 애틋해질 텐데. 매일 만나고 몇 시간씩 돌보니까 힘들기만 한가 봐. 그래. 가끔 만나는 할머니는 갑자기 쇠약해지시니까 확 애틋하게 여기게 됐잖아.
그리고 변화 없는 일상에 지쳤어. 뭔 말도 안 되는 모순적인 말이지만... 도전이 무섭지만 변화가 너무 없으니까 지루해. 그리고 몇년째 무섭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니까 오히려 더 불안하고 초조해. 권태감으로 인한 불안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일반적인 감정이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