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e: 2023-03-15 tags: 일기, 2023년 --- #1 서론 일기를 씀으로서 그 날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안 써온 일기를 다시 쓴다. [[메모 상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 에서 루만이 말했던 것 처럼, 글 없이 생각하기는 불가능하다. 서로 정교하게 구분되고 연결지어지는 방식으로 명료하게 사고하려면 글이 있어야 하고, 기억력의 문제까지 포함하자면 더 좁게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
#2 암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작품을 접하는 건 정말 즐겁다. 루만이 말했던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이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이것은 무엇이다' 라고 정의내리면 그 무엇만을 생각하게 되지만, 명확히 정체화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상상력이 개입된다. 타츠키는 정말 알레고리를 잘 담아내는구나. 그냥 바보인줄 알았는데, 아니 바보가 맞을 지라도 이런 부분에서의 천재성은 또 궤가 다른걸까?
#3 문득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정말 하고싶은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싶은 것 1. 음악 만들기 2. 글쓰기 (소설, 에세이 등) 3. 그림 그리기 4. 운동(생존을 위해서)하기 5. 옵시디언 관리를 통한 인사이트 획득 6. 건축 공부 7. 캐드, 레빗 등 BIM 프로그램 숙달 8. 프로그래밍 (1. 컴퓨팅 사고 2. 실생활 코딩)
등등... 나열해보니 생각보다 그리 많진 않군
#4 나는 어떻게 살고싶은걸까 그게 의문스러웠다. 내가 mk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ㅇㅇ이에게 소리내어 말하고 나니 문득 나는 사랑이란걸 해본 적이 있기는 할까 싶었다. 내가 한 사랑들은 사실 몰이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투영해서, 사랑이 아닌 다른 오만 감정들을 섞어서 빚어낸 무언가 아니었을까? 애초에 사랑이란게 다 그런 건가? 사랑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느낄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또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을까? 나는 왜 사랑받고 있을 때는 초연한 척 하면서 막상 그것이 떠나가고 없어지면 그리도 슬퍼할까? mk이가 날 떠나도 슬퍼질까? mk이는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 나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도 거짓말일까? 그렇다면 뭘 위한 거짓말일까? 사랑에는 앎이 필수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알아야 할까?
사랑을 떠나서 생각해봐도 그렇다. 나는 뭘 하고 싶은걸까? 최근 일에만 집중하다보니 느낀건데, 나는 생각하는 걸 포함해서 많은 다른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무엇 하나도 나의 주된 관심사로 남기진 못한듯 하다. 그 중에서 그나마 옵꾸랑 글쓰기 정도는 꾸준히 하고 있나? 그치만 생각해보면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다. 그리고 잘 생각해야한다.
#5 공포는 앎으로부터 비롯한다. 사자를 보고 두려워하는 건 유전자 수준의 공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견병 걸린 너굴맨을 보고서 두려워하는 건 앎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공포는 무지로부터 비롯하기도 한다. 어둠이 두려운 건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한 채로 사는 건 행복해지는 비결일까? 얼마나 알아야 할까? 얼마나 몰라야 할까?
#6 여유가 생기니까 생각할 거리가 존내 많아졌다. 반대로 말하면 여유가 없으면 생각도 줄어든다.
현장용어 (한국식 일본어 다수 함유)의 문제점은 사전에 등재된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에 다들 좀 지멋대로 쓴다는 점이다 (완전 다르게는 아니지만 발음이 많이 달라지거나 하는게 보임) 당장 데모도 (조공)도 메모도/네모도 (거푸집 대기 전에 직각 맞출려고 대는 각목)랑 발음이 유사하다 멀 말하는지 헷갈림
먹이나 레벨 마킹도 시로시, 시루시, 시노시 등 다들 발음이 다름
기리바시 (철근 등 자잘한 똥가리들) 도 기리바리 (버팀대) 랑 발음 비슷하고 사포도 이런건 그나마 나음 들으면 바로 서포트 (동바리 등)라는걸 아니까
>>111 그치만 진짜 애플의 파일시스템은 개같은걸 펜이나 어플이나 기기 자체의 성능은 애플이 더 낫다는 얘기를 들었던거같긴 한데, 일단 쓰기 너무 불편하잖아 현장에서 볼려고 도면을 넣으려고 했더니만 폴더째로 넣지도 못하고 파일 공유도 어렵고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113 캐드 여는건 문제가 안 되는데 일단 파일 넣는게 문제야... 후후... 안드로이드나 일반적인 PC에서는 폴더 -> 파일 -> 연결 프로그램 선택 -> 열기 순으로 되는데 아이패드에서는 애초에 개별 앱에 파일이 귀속되어있고 파일저장소 앱에서 열려면 공유버튼 누르고 한 5초 기다리고 그 앱 내에서 저장할 폴더 선택해서 저장하고 열어야 편집이 되는게 빡치는것이다... 굿노트 앱은 좋은데 그게 정말 미쳐버리겠더라...
난 그래서 그게 정말 의문이었다. 애플 쓰는 사람들은 이게 안 불편한가? PC에서 (여러 폴더로 나뉘어진) 많은 양의 파일을 전송할 일이 없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다들 아이클라우드를 쓰고, 인터넷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서 불편할 일이 없는건가? 아니면 내가 기능을 제대로 모르고 있어서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는건가? 그래서 스티브 잡스랑 기타 등등을 저주하면서 아이패드는 앱등이 여친한테 주고 나는 그냥 갤럭시탭을 샀다. 세상 속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