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쓸데없는 것들로 시간을 너무 소요했다. 어른이라는건 뭘까? 나는 철저한 개인주의자로서 그냥 내 할일만 신경쓰다가 정이 안되겠다 싶으면 그냥 난죽택 해버리고싶은데. 괜히 주변 사람들 손을 빌리게 되고 또 그러면 그거대로 쓸데없는 걱정 끼치고+주변에서 참견받게 되고 하이튼 그런게 맘에안들어.
심지어 죽는것도 내 맘대로 못하니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지는 없는걸까 하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정상적인" (Air quote) 사고가 가능한 상태임을 어떻게 입증 가능한가? 그리고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비정상인 사람에게는 어떤 도움이 강제되고 자유를 얼만큼 구속해야하는가? 그런 게 전혀 난 감이 안 잡힌다. 오히려 그런 구속 자체가 불필요한 간섭이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건 내 아비도 동일한 생각일거야. 다만 내 아비가 고려하지 않은 건 결국 당신이 쓰러졌을때 주변 사람들이 그 뒷수습을 한다는거고 그 주변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건데. 그렇다면 주변인들이 수습할 필요 없이 그냥 죽게두면 안되나? 그냥 궁금해서요. 그런 세상은 너무 우파적인가?
오늘은 길을 가다가 웬 모델하우스 홍보 아줌마가 이상한 휴지랑 나눠주면서 모델하우스를 한 5분만 들어갔다 오면 된다면서 자기 하소연을 막 했다. 그 양반들 일당받는데, 일정 건수를 완료 못하면 지급을 거절한다면서 쌩 양아치라고 하더이다. 마침 궁금해서 들어가는 봤는데 일단
1. 한 20분은 까먹은듯 (당연함 일단 들어온 먹잇감은 절대 안 놓침) 2. 터무니없는 소리를 함 (5%만 선납 하면 되고 나머지는 2025년 3월 이후에 하면 된다는데, 내가 미쳤다고 무슨 돈이 있어서 그걸 하냐? 3. 지금 PF대출 때문에 건설/부동산 경기는 난리인데 미쳤다고 부동산에 있는 돈 없는 돈 투자하냐? 그것도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걸? 특히 요즘은 공사중이라고 해도 공기 지연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거니와 그게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건설사에서 배째라 하면서 도산하고 날라버리면 그만임. 원청에서는 안 그래도 하청에서 그렇게 해서 지연이 더 생길거고 그럼 지연 일수만큼 어마어마한 지연이자를 배상해야하고 그러면 연쇄부도다.
특히 요즘은 2군 건설사들도 줄도산 시작하고 있는데 요즘같은 때에는 터무니없는 헛소리다. 그냥 즈그들 배나 불리려고 저러는거지. 하이튼 조선놈들 말은 믿으면 안 된다는 당연한 결론입니다. 하나마나한 당연한 소리 매번 하는 것도 지겹다. 하지만 2022년 한 해를 대표하는 표어가 무엇인가? 지록위마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고이즈미 아들이 그래도 윤석열보단 낫지 않을까 라는 결론.
나는 될 대로 되라는 파임. 어차피 뭐 나 혼자 방구석에서 인상 써 봐야 세상 바뀌냐?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게 더 이상한 거지. 나는 혐오의 시대가 온 거랑 빈익빈 부익부까진 당연한 결과라고 여기는데 이 다음을 모르겠네. 정말 다 죽어버릴지, 전환점이 될지... 나는 그냥 기대된다.
조선인이 미개한건 맞긴 하지만 작금의 모든 잘못이 유전자로부터 기인한건 아니다. 아무튼... 휠체어 탄 장애인 한 명을 짭새 백여명이 옹기종기 둘러싸고 못타게 막고 컨트롤러 부수고 난리났는데, 그런 폭력을 신고하려고 다른 짭새를 부르면 누가 이기냐? 왕십리쌍칼파랑 금호동쌍코피파가 붙어서 즈그 나와바리 안에 있는 애들이 홈그라운드 이점으로 더 유리한가?
내 전애인이 내 겹지인이랑 사귀고 교미하면서 하드 BDSM 플레이를 했다는걸 (전애인한테서) 들었는데 난 별 감흥없구 그냥 그런갑다 하는데 그 겹지인분이 되게 불편해 하는거같아서 재밌음 나는 그 전애인이랑 아직도 친구로 지내고 사랑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걔가 나 싫다는데 어쩌겠으며 나도 걔가 좋은 애인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 걔랑 다시 사귈 일은 없는데 왜 그분이 불편해 하는걸까? 멍멍동서인가 먼가 그게 떠올라서 그런가?? 하이튼 재밌는 현상이다
그 분은 1. 예민하고 섬세함 2. 기억력은 나보다 좋은듯 3. 나보다는 정상인듯 4. 운동 개빡시게하는 헬창임
그리고 전애인의 남자 취향이 나랑 사귈땐 뱃살통통남이었는데 그분이랑 사귈라 하니깐 근육빵빵 운동남이 되는 것도 제법 재미있다 일단 사랑에 빠지는게 먼저인걸까? 금사빠인가요? 한편 정식으로 사귀기 전 일단 교미부터 한다니 요즘 세대는 확실히 다르구먼 (하긴 나도 그랬으니)
요즘 옵꾸 너무 열심히 하고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어떤 실질적인,체감되는 효과가 없는듯 임계질량에 이르려면 1년 이상 걸리는 듯 하고 내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만 한 달이 안 되어가니, 조금만 더 시간을 들여볼까
PKM이나 제텔카스텐을 꾸리는 것은 세렌디피티를 얻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것과 별개로, 나에게도 세렌디피티를 얻을 기회가 있었다. 별 것 아닌 모임에서 2023년 한 해의 계획을 세우자고 하길래 별 생각없이 세워봤는데 왠지 진지하게 임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순서는 최종목표 -> 10년계획 -> 1년 계획 -> 분기별 계획 -> 한달 계획 -> 주간 계획 순으로 가야할 것이다
[ 최종 목표 ] 1. 탈조선해서 보다 쾌적한 나라로 기술이민가기 2. 아마추어 작가 되기 3. 10억 벌기 4. 다양한 분야의Insight 계발하기 5. 기억술 마스터
이를 위해서 1년간 할 일 1. 이민 - 영어공부 - 해당 절차 알아보기, 필요서류 등 - IELTS 등 시험에서 고득점 받기 (예: Overall 6 이상)
2. 아마추어 작가 - 100 ~ 200 p 가량의 단편소설 탈고하기
3. 부자되기 - 가계부 작성, 내 재정상태 파악 - 급여소득으로 약 1천만원 모으기 - 투자 관련 공부하기 (주식, 펀드, IRP, 각종 세제혜택 등등)
4. Insight - 지속적으로 옵시디언 관리하면서 지식, 지혜 축적 - 랜덤노트 돌리면서 기존 문서 수정, 타 문서와 연결지으면서 계발 - 책 많이 읽고 기록하기
5. 기억술 - 카드 기억 연습하기 (목표: 5분에 카드 한벌 (52장)) - 건축기술지침 책 읽으면서 구조화, 변환, 결합 연습 - 궁전 100채 짓고 상시 떠올릴 수 있게 연습 - 관찰훈련 꾸준히
6. 번외: 그림 그리기 - 내 분야에서 필요한 기초적 드로잉 능력 + 관찰훈련과 상승작용 가능
오늘 뭔가 이상한경험을 했다 귀엽다고 생각하는 여자애와 제법 밀도있는 터치를 했는데 그 일련의 과정이 다 선을 넘지않는 선에서 이루어졌는데 그 자체로만 보면 그냥 섹스랑 다를 바가 없는 하이튼... 술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절을 잘 지킬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게 좋은 것 같다.
그 친구랑 오랫동안 친구하고싶다 근데 그 친구는 왜 나한테 몸을 맡긴걸까 ㅡ,ㅡ 그냥 술에 꼴아서 그런걸까 하이튼 그 사람의 비언어적 행동보다는 그 사람의 말에 집중하면 성범죄는 일어나지 않는다 알았냐? 어차피 걔랑 사귀고싶지는 않다 내가 보기에 미숙한 지점들이 아직도 걔한텐 많이 보이고 걔도 나를 마음에 차게 생각하진 않을것임 그렇다고 육체적 교류만 하고싶지도 않다 사실 나는 그게 잘 안될거같고.
근데 왜 자꾸 나 재밌다고 하고 나 좋게 보냐? 어째서 '왜 나한테 잘해줘?' 라고 물었냐? 왜 나랑 말이 잘 통한다고, 얘기하고 있으면 즐겁다고 그러냐? 왜 내가 니 남친 바에 데려다 줄때마다 조금만 있다 가라고 그러냐? ㅡ,ㅡ 혹시 내가 자길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인가? 그런데 본인이 받아줄 생각은 없고? 전에 얘기했던거처럼, 사람들이 자길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나한테도 해당되는건가?
그 친구랑 또 봤는데 영 맘에 안든다. 그 친구는 나한테 자기가 원하는 것, 또는 원치않는 것을 가감없이 말할 수 있는데 난 그러지 못해서 박탈감도 들고요. 약간 억울하기도 하지만 내 천성이 그런 걸 어떡해. 그냥 내 팔자인가봅니다. 요즘 식사량도 조절중인데 저녁도 너무 많이 먹어버렸고.
공부하는데 먼저 전화와서 머하냐하길래 서울 카페에서 공부중이라캤더니 글로온다길래 그러라고 했는데 갑자기 와서 방탈출 하자고 난리 그러다가 갑자기 인형뽑기를 하고, 이따 남친이랑 식사한다 했으면서 갑자기 밥을 먹자 그러고 근데 내 행동 중 뭐가 싫네 뭐가 별로네 이런 얘기는 가감없이 하고 당췌 뭘 원하는건지 모르겠네. 난 그냥 조용히 카페에서 공부나 하고 싶었는데... 재미없는 거 못참는 친구인건 알고 있었지만 자꾸 원하는대로 다 들어주다보면 내가 페이스에 휘말릴거같다.
처음엔 좀 괜찮은 친구인줄 알았는데 점점 알면 알수록 실망하게 되는 지점이 있어. 사람은 자기가 원하던 것이 얼마나 초라한지 알게된 순간, 즉 가지게 된 순간 그것을 더 이상 갈망하지 않게 되는구나. 이미 가진 것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구나.
그리고 지금 동수 씨에게 남은 것은 51장의 덱, 넝마같은 점프수트 한 벌, 그리고 털 뿐이었다. 후드도 있었지만, 굳이 쓰고 싶진 않았다. 그는 짐승을 싫어한다. 특히 원숭이는 더욱. 점프수트에는 검은 털이 있었다. 다리부터, 등까지. 후드에도 있었다. 동수 씨는 그 감각이 싫었다. 지금 느껴지는 이 감각이. 털이 살결을 부드럽게 간질였지만, 그런 식으로는 어루만져지고 싶지 않았다. 동수 씨는 티 파티를 생각했다. 티 파티에서 만난 마샤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여기 없다는 것도. 그 감각은 형언하기 어려웠다. 허전함인지? 혹은 답답함인지? 그것이 너무도 싫어서 그러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손에 쥔 덱이 꾸깃해졌다. 그리고 손에서 벗어난다. 하트의 퀸. 그것은 인파에 밟히고, 오물에 뒤덮힌다.
결국 동수 씨는 무언가 결심한다. 동수 씨는 일어나 거리를 다시 걷는다. 그리고 어느 가게로 들어간다.
조립식의 기둥과 서까래, 기와가 얹어진 주택이다. 왁스 발린 마루를 딛고, 종이가 발린 미서기 창을 열면 다다미가 깔린 너른 방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동수 씨가 먼저 인사했다. 관장은 그곳에서 검은 벨트를 찬 채 서있었다. 벨트에 양 손을 얹은 채. "반갑습니다." 관장이 화답했다. 동수 씨는 고개를 떨궜다.
"등록을 좀 하려고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관장은 빈 서판 위에 두루마리를 올려놓고 만년필로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동수요." "동수 씨이시고… 등록은 언제부터?" "지금부터요." "지금부터요?" "네. 제가 좀 당한 게 많아서요."
동수 씨는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자 눈 앞에는 가훈처럼 걸린 명판이 뵌다. 명판에는 무언가 쓰여있었다. 한지 위에, 페인트 브러쉬로. ```[ P A Y B A C K D O J O ]```
"좋습니다. 그러면… 마침 잘 됐군요.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았는데, 바로 신청 가능하십니다." "잘 됐군요." "그러면 그렇게 하시고… 도복은…" "필요 없습니다." "필요 없으시다고요?" "예." 동수 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동수 씨, 잘 아실거라 생각했는데… 의복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마음가짐의 기본이에요. 적절한 의복을 입음으로써 스스로 결의를 다질 수 있으니까요." "예에…" 관장은 설교하는 목사처럼 얘기했다. 동수 씨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동수 씨도 환불을 받고 싶어서 오신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단호해야지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단호해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 그런가요?" "물론이지요." 관장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어… 카드로." "현금으로 하시는 게 나을텐데요?" 관장은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동수 씨는 갑자기 땀을 흘렸다. "네, 에? 웨… 에, 왜요?" "10% 할인이 있거든요. 계좌 이체 하셔도 됩니다." 동수 씨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것은 털 뿐이었다. "저어, 지갑을 잃어버려서…" "…" 관장은 다시 은은한 미소를 보이면서, 코팅된 A4 종이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 새마을금고 486-1010235-0242 연인사 ]```
"음… 저, 그런데 스마트폰도 잃어버렸는데요." "이렇게 하시죠. 자, 이게 당신 것 아닙니까?" 관장은 이번에는 해맑게 웃으면서 검은 폴리카보네이트제 네모 상자를 꺼냈다. "에? 그, 그걸 어떻게." "열어보세요." 동수 씨는 손을 떨면서 네모 상자를 엄지로 슥 문질렀다. 떠오르는 화면은 과연 동수 씨가 익히 보던 것이었다. "자, 이제 된 것 아닙니까?" 관장은 이를 보이고 웃었다.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
"…미안해요. 아니, 감사합니다." "아니, 저, 죄송하지만, 아니, 감사하지만, 다음에 오겠습니다." 동수 씨는 어깨를 움츠리고 뒤로 돌아 종종걸음을 걸었다.
동수 씨가 미서기 창을 반쯤 열었을 때, 뒤에서 일갈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어딜 도망치시는 겁니까!" 관장은 우렁차게 호통쳤다. 불호령이 떨어지자, 그 목소리는 도장 전체를 에워쌌다. 동수 씨는 돌아선 채 움찔거렸다. 얼어붙었다. 굳어있다. 아무 것도 못 했다. 차가운 오이가 엉덩이에 닿은 듯한 느낌이었다. 관장은 어느새 동수 씨의 뒤로 다가왔다. 아무 소리도 없이. "자아, 저와 함께 하시는겁니다. 동수 씨. 세계는 당신 거에요. 당신은 손만 뻗으면 됩니다." 관장은 동수 씨의 어깨를 붙잡고, 동수 씨의 뒷목에 입김을 불듯 속삭였다. 동수 씨는 목 뒤의 털이 간지럽혀지는 감각에 더욱 움찔거렸다. "그, 그만…!" "동수 씨에게는 재능이 있어요. 지금 보여주시는 단호함, 좋아요. 아주 좋아요. 하지만 약간의 터치가 필요합니다." "동수 씨는 또 다 잃고나서야 깨달을 셈입니까?"
동수 씨는 그 말을 듣고 마샤를 떠올렸다. 위스콘신으로 돌아가버린 그녀를. 그리고 대치동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생각했다. 다다미 넉 장 반짜리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좋아요. 하겠습니다. 바로 이체해드리겠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끝마친 동수 씨는 곧바로 네모 상자를 꺼내어 양 엄지를 이용해 능숙하게 화면을 두드렸다. 관장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금액은…" "오십 칠만 팔천 이백원 되시겠습니다." "…" 동수 씨는 자신이 입고 있는 점프수트를 내려다보았다. 이 털달린 수트를 사는 데에도 자그마치 백일만 이백 삼십 오원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오십 칠만 팔천 이백원을 더하면… 동수 씨는 계산기를 꺼내려다가 뒤늦게 점프수트에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건 당신 인생입니다, 동수 씨. 그리고 당신 인생은 당신이 주도적으로 사는거에요." 관장은 천연덕스럽게 입바른 소리를 해댔다. 동수 씨는 반박하지 못했다. "흠, 그리고 아울러서… 부가… 음? 어디서… 뭔가 새는… 아무튼, 그건 별론으로 하지요." 관장이 이상한 소리를 했지만, 동수 씨는 공상에 잠겨있었다. 그 날이 떠올랐다. 마샤가 떠날 때도 그랬다. 그녀가 위스콘신으로 돌아가 학교를 다시 다니겠다고 했을 때, 동수 씨는 아무 것도 하지 못 했다. 하다못해 그녀가 마도공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기는 하냐고 질문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는 그대로 항구에서 쓸쓸한 작별을 맞이했다. 소쩍새가 울었지만,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소리에 묻혀 지나갔다. 해안 만의 포말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바다의 파문에 꺼져가며. "…알겠습니다. 이체해드릴게요."
동수 씨는 확인 단추를 눌렀다. 약간의 결심이 필요했지만, 일단 결심이 들자 행동에 옮기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보냈습니다. 확인해주세요." 동수 씨는 결연하게 말했다. "…어디보자, 음?" 관장은 그것을 보더니 갑자기 의문을 표했다.
"왜요? 뭐 문제 있나요?" "아니, 동수 씨. 부가세를 안 주시면 어떡해요." "네? 그게 무슨…" "제가 부가세 별도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관장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동수 씨는 몸을 비틀거렸다.
--- date: 2023-03-15 tags: 일기, 2023년 --- #1 서론 일기를 씀으로서 그 날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안 써온 일기를 다시 쓴다. [[메모 상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 에서 루만이 말했던 것 처럼, 글 없이 생각하기는 불가능하다. 서로 정교하게 구분되고 연결지어지는 방식으로 명료하게 사고하려면 글이 있어야 하고, 기억력의 문제까지 포함하자면 더 좁게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
#2 암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작품을 접하는 건 정말 즐겁다. 루만이 말했던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이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이것은 무엇이다' 라고 정의내리면 그 무엇만을 생각하게 되지만, 명확히 정체화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상상력이 개입된다. 타츠키는 정말 알레고리를 잘 담아내는구나. 그냥 바보인줄 알았는데, 아니 바보가 맞을 지라도 이런 부분에서의 천재성은 또 궤가 다른걸까?
#3 문득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정말 하고싶은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싶은 것 1. 음악 만들기 2. 글쓰기 (소설, 에세이 등) 3. 그림 그리기 4. 운동(생존을 위해서)하기 5. 옵시디언 관리를 통한 인사이트 획득 6. 건축 공부 7. 캐드, 레빗 등 BIM 프로그램 숙달 8. 프로그래밍 (1. 컴퓨팅 사고 2. 실생활 코딩)
등등... 나열해보니 생각보다 그리 많진 않군
#4 나는 어떻게 살고싶은걸까 그게 의문스러웠다. 내가 mk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ㅇㅇ이에게 소리내어 말하고 나니 문득 나는 사랑이란걸 해본 적이 있기는 할까 싶었다. 내가 한 사랑들은 사실 몰이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투영해서, 사랑이 아닌 다른 오만 감정들을 섞어서 빚어낸 무언가 아니었을까? 애초에 사랑이란게 다 그런 건가? 사랑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느낄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또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을까? 나는 왜 사랑받고 있을 때는 초연한 척 하면서 막상 그것이 떠나가고 없어지면 그리도 슬퍼할까? mk이가 날 떠나도 슬퍼질까? mk이는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 나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도 거짓말일까? 그렇다면 뭘 위한 거짓말일까? 사랑에는 앎이 필수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알아야 할까?
사랑을 떠나서 생각해봐도 그렇다. 나는 뭘 하고 싶은걸까? 최근 일에만 집중하다보니 느낀건데, 나는 생각하는 걸 포함해서 많은 다른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무엇 하나도 나의 주된 관심사로 남기진 못한듯 하다. 그 중에서 그나마 옵꾸랑 글쓰기 정도는 꾸준히 하고 있나? 그치만 생각해보면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다. 그리고 잘 생각해야한다.
#5 공포는 앎으로부터 비롯한다. 사자를 보고 두려워하는 건 유전자 수준의 공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견병 걸린 너굴맨을 보고서 두려워하는 건 앎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공포는 무지로부터 비롯하기도 한다. 어둠이 두려운 건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한 채로 사는 건 행복해지는 비결일까? 얼마나 알아야 할까? 얼마나 몰라야 할까?
#6 여유가 생기니까 생각할 거리가 존내 많아졌다. 반대로 말하면 여유가 없으면 생각도 줄어든다.
현장용어 (한국식 일본어 다수 함유)의 문제점은 사전에 등재된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에 다들 좀 지멋대로 쓴다는 점이다 (완전 다르게는 아니지만 발음이 많이 달라지거나 하는게 보임) 당장 데모도 (조공)도 메모도/네모도 (거푸집 대기 전에 직각 맞출려고 대는 각목)랑 발음이 유사하다 멀 말하는지 헷갈림
먹이나 레벨 마킹도 시로시, 시루시, 시노시 등 다들 발음이 다름
기리바시 (철근 등 자잘한 똥가리들) 도 기리바리 (버팀대) 랑 발음 비슷하고 사포도 이런건 그나마 나음 들으면 바로 서포트 (동바리 등)라는걸 아니까
>>111 그치만 진짜 애플의 파일시스템은 개같은걸 펜이나 어플이나 기기 자체의 성능은 애플이 더 낫다는 얘기를 들었던거같긴 한데, 일단 쓰기 너무 불편하잖아 현장에서 볼려고 도면을 넣으려고 했더니만 폴더째로 넣지도 못하고 파일 공유도 어렵고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113 캐드 여는건 문제가 안 되는데 일단 파일 넣는게 문제야... 후후... 안드로이드나 일반적인 PC에서는 폴더 -> 파일 -> 연결 프로그램 선택 -> 열기 순으로 되는데 아이패드에서는 애초에 개별 앱에 파일이 귀속되어있고 파일저장소 앱에서 열려면 공유버튼 누르고 한 5초 기다리고 그 앱 내에서 저장할 폴더 선택해서 저장하고 열어야 편집이 되는게 빡치는것이다... 굿노트 앱은 좋은데 그게 정말 미쳐버리겠더라...
난 그래서 그게 정말 의문이었다. 애플 쓰는 사람들은 이게 안 불편한가? PC에서 (여러 폴더로 나뉘어진) 많은 양의 파일을 전송할 일이 없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다들 아이클라우드를 쓰고, 인터넷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서 불편할 일이 없는건가? 아니면 내가 기능을 제대로 모르고 있어서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는건가? 그래서 스티브 잡스랑 기타 등등을 저주하면서 아이패드는 앱등이 여친한테 주고 나는 그냥 갤럭시탭을 샀다. 세상 속 편하다.
뭐 아무튼 애플은 너무 불편해 <- 참트루 팩트이다 좀 쓸만한 앱은 다 구매해야한다는 것도 짱나구 그리구 내가 원하는건 전체 도면에다 색인 해놓고, 필요한 것들을 한 PDF 파일로 편집해서 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는거였는데... 최소한 내가 알기로 애플에선 그건 안되는거같음 (예: 전체 도면 PDF 파일에서 각실별 평면도 뒤에 설계변경 파일 결합해놓고 불필요한거 제거하기)
여자들 특유의 예민함? 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그들이 정녕 그렇게 느끼는지도. 내 생각에 내 엑스들은 다 그런 척을 하면서 그걸 이용해먹었던거같다. 요컨대 정말 슬프고 실망한 게 아니라, 슬프고 실망한 척을 하면서 그 핑계로 멀어졌던 듯.
나는 솔직히 이 나이 먹어서까지 변변한 관계도 없었지만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고, 지금 여자친구랑도 잘 안되면 그냥 아무도 안 만날 요량이다. 솔직히 내가 굳이 맞춰줘야 할 필요성도 모르겠다. 그리고 맞춰주는 것도 일이다. 내 엑스들은 다 백수였고 현 여친은 아직 놀고싶은 20살이다. 난 돈도 못 버는데 버는 족족 걔네들 식비며 놀이비용으로 나간다.
내가 마음깊이 좋아했던 사람도 결국 한 명도 없었던 듯 하고, 그냥 그들이 나를 좋아했으니 나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보통 주변에서 얘기 들어보면 이쁘고 참한 여자가 답대가리 없는 백수 남자친구를 먹여살리는 뭐 그런 얘기가 더 많이 들려오던데, 나는 왜 그럴까? 그리고 실제로는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이새기들은 대체 내 어디가 그렇게 맘에 안들어서 또라이라느니 대놓고 큰소리를 치고 그러는거냐 뭐 나한테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고함치는거나 모멸 당하는건 하루이틀도 아니라 대충 넘기는 편이긴 한데 나나 다른 부하직원들한테는 그래도 된다는 인식이 보여서 꼴같잖음 얘네들이 아무리 승질이 드러워도 화를 못참는건 아니고 참으려면 참을 수 있잖아. 근데 안 참는거고. 왜? 안 참아도 되니까. 그런 의식을 갖고있단거 자체가 열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