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든 생각인데 T가 생각하는 팩트와 F가 생각하는 팩트는 조금 다른 것 같음. F기준 팩트는 '진실한 내 감정'인 것 아닐까? 아무튼 내가 듣기엔 팩트가 아닌 것임. 흠... 물론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그정도는 찰떡같이 알아먹고 있지만 역시 좀 납득이 안 되는 거임.
내가 생각하는 사실이란 내 기분에 전혀 좌우되지 않는, 모로 보나 변하지 않는 것을 사실임. 가령 누군가 대회에서 입상했다면 그것이 아무리 더럽고 치사하거나 아니꼬울지라도 상을 탔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임. 내가 잘못 이해한 건가 싶은 생각이 여전히 들지만 내가 여태까지 들은 바로 F가 말하는 팩트란 '내가 그것을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게 "느꼈다"'라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극F인 친구가 애인이랑 헤어지면서 '너 나한테 맨날 힘들다고만 하고 나한테 하나도 신경을 안써서 속상했다' 라고 했다는데 팩트로 두들겨팼다고 자기가 그랬거든. 제삼자인 걸 고려해도 내가 듣기엔 '맨날 힘들다고만 말했다'만 팩트라고 생각이 된단 말이지... 감정 코어를 제대로 돌리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군...
근데 나름 괜찮은 기준 아니냐?? 구체적인 날짜나 장소 중 하나라도 없으면 예의상 하는 말로 들어도 되더라고. 어차피 목표만 있고 계획이 없다는 얘기잖아. 그럼 당장이 아니란 건데 예의상 하는 말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음. 급한 약속이 아니니까 미뤄도 데미지 없는 거 아님? 구체적인 날짜랑 장소를 지정하면 목표랑 계획 둘 다 있다는 뜻이니까 그때는 일정을 조정하든지 해서 시간 맞추는 거고.
나는 그냥 어디 가자고만 말하면 흘려들음. 어 그래 그런걸 좋아하는구나~ 함. 아니면 뭐 나더러 알아서 플랜 짜오라는 말이란 얘긴데 좀 흘려들어도 괜찮지. 양심없는거 본인도 알잖아 ㅋ
오히려 내 성 지향성을 극복하고 가정을 꾸려서 나라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는 거 아니야? 그게 왜 부끄럽냐. 가정을 꾸리고도 여전히 내 정체성으로부터 원래의 생김새에 충실하기를 요구받지만 거기에 저항하고 있다는 건 생각 안하나? 동성애를 걍 문란한 것으로 치부하는 이 멍청함, 이걸 드라마 설정이니까 봐달라고 하는 이 나태함, 이대로 괜찮냐 이거야.
아니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를 핑계로 가진 사람들한테 방탕한 인간이라는 프레임 씌우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가진 애들은 쓸데없는 생각 잘 안 해. 잘 사는 집 앤데 집안이 상당히 난장판이다, 그러면 대개 부모가 졸부였음. 대대로 잘 살았던 애들은 오히려 처신 잘함 ㅋㅋㅋㅋ 또 아예 없는 애들도 상황 파악 잘 함. 없는 형편에 이것까지 뺏기면 답 없는거 알아서.
잘 사는 애들을 질투하는 약간 잘 사는 애들이 방탕해지기 쉽다. 적어도 내 경험으론 그랬음.
학교폭력도 그런 애들이 잘 했음. 공부는 잘 하지만 약간 애매한, 집안 나쁘지 않지만 잘 산다기엔 약간 딸리는, 예쁘긴 하지만 보면 또 나쁘진 않은 정도인 애들. 그래서 열등감과 질투심이 모든 생각과 감정을 대체해버린 좀비들이 무지성으로 폭력을 저지르는 것들을 봐 왔는데, 왜 꼭 부자들이 저지른다고 드라마는 말할까?
>>737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드라마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생각함? 그 왜 그렇게들 말하잖아. '자극적이니까 드라마를 보고 감정이 해소된다'고. 그런 순기능이 있다고 봄? 이런 게 궁금한 이유는 내 눈엔 하등 쓸모없는 데이터 쓰레기로만 보이거든. 서로 미워하고 서로 헐뜯는 이 꼬라지를 드라마에서까지 봐야되나 싶어서 그렇게 꼴뵈기 싫을 수가 없음. 솔직히 말해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 이입하는 거잖아. 가해자가 되고싶은 욕망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될 수 없는 존재라서 부자의 이미지를 비틀어버린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나. 내가 볼 땐 그래. 신 포도잖아, 이거.
내가 스로그 몇판째였나 도롱이의 결말을 가지고 나홀로 토론을 했을 때에도 모두가 파멸하는 엔딩이 감상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를 두고 임의의 의견으로 대치해봤지만, 현실에서도 그렇고 작품에서도 그렇고 파멸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끝에 아무것도 안 남으니까. 관계를 무너뜨리고 나면 인간은 파멸하고, 파멸한 뒤에는 심연에 영원히 매몰될 뿐임. 그래서 공허해지기를 원하나? 공허에서 찰나라도 버틸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건가?
>>738 국문씨는 마음속에 내재된 피해의식을 사람들이 해소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하고 산다는거지. "난 선량해! 내가 좀 사소한 잘못을 하고 살 수는 있지. 그치만 난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잖아? 내가 입는 피해는 어떤 나쁜놈들이 저지르는 짓이다!" 그러니까 늘 대중에서 씹는 대상이 정치인, 약자, 재벌 등등으로 대표되는 왠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인 집단들인 것이고, 반성이란걸 해본적 없는 삶이니 복수극을 보면 후련할 수밖에 없지. 왜냐면 난 저기 주인공처럼 피해만 입고 사는 선량한 사람이거든. 내가 가해자였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안할거거든.
주인공이 파멸에 이르는 복수를 이루면 그게 더 문제다. 모방범죄 가능성 생각 안하냐고... 사람들이 원하면 다야? 마치 그게 드라마 작가의 천명인 것인 양 그래도 돼? 그렇게 할 거면 유튜버들이 슬라임 만지면서 막장 라디오 드라마 하는 것도 괜찮다고 해야지. 안 그래? 기자들부터가 엠바고 개나줘버리고 취재하고 파파라치보다 더하게 사람들 괴롭혀놓고 유튜버가 태풍보러 바닷가에 가는 건 꼴뵈기 싫어? 방송국 인간들은 좀 각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복수극은 또 하나의 점에서 아주 명료함. '복수 이후의 세계'는 결코 보여주지 않음. 성관계가 끝나면 포르노가 끝나듯 복수극은 피해의식을 해소하는 역할을 다하면 이후는 절대 알려주지 않음. 성관계 이후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집으로 가 무엇을 먹을지 등을 보여주지 않듯 복수극도 그래서 이후 주인공이 어떤 삶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거임. 그러니 속이 불편하지 않음. 복수라는 이름의 폭력이 낳은 새로운 사건들은 눈에 안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