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울함이 단순한 감기 수준으로 왔다가질 않는다. 눈앞의 현실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들다.....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내 동생은 지난 몇주간 검사 끝에 F708과 F900 진단을 의사의 소견에 따라 경도 정신지체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학기엔 특수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다... 이런 일 때문에 모습도 못 비추고 있었다고 하면 그깟 일로 못 왔냐며 질책할까? 입에 담는 것마저 비웃을까봐 그냥 일이 있었다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차라리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게 낫다. 다 내려놓고 재로 돌아가고 싶어. 이젠 지친다. 정말로 지친다. 숨을 쉬는 것마저 죄같은데 하늘은 목숨 하나 스스로 버리게 해주지 않는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세상이 힘든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그 사실이 너무나도 아파. 웃게 만들어주고 싶어. 즐겁게 만들어주고 싶어. 그런데 할 수 없어. 아무리 노력해봐도 안 돼. 나의 노력은 전부 의미가 없어. 다 힘들어지기만 해. 나도 힘들어져버렸어. 그 상태로 수렁에 잠겨버렸어. 어떻게 헤치고 나와보려 했는데 안 돼. 다 실패 뿐이야. 나는 실패투성이야.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뭘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어. 미안해. 미안해. 나도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내 존재부터가 의미가 없어. 나는 실패자야. 나는 패배자야.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러니까 그냥 내게 실망해주고, 나를 포기해줘. 제발.
당신은 갈퀴가 돋아난 손으로 사람을 끌어안는 사람, 피가 흐르는 걸 깨닫고 물러서면 심장이 여지없이 찢어발겨져 그저 사랑을 하고 싶었을 뿐인 당신은 물러선 발만을 보고 흐느껴 울지만, 당신이 보지 못하는 내 등은 이미 상처투성이, 피흘리는 심장은 형체조차 남아있지 않죠 내게서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알려하지도 않았던 당신은 정말로 나를 사랑했던 걸까요? 이제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당신을 좋아해요.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같은 건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 내 눈에 보이는 사람은 전부 결점투성이, 이기적이고 전부 자기 본위 모르고 받은 사랑에 돋아난 가시에 찔려 피나 흘리지 않으면 다행이랍니다 그렇다고 미움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미안해요, 내가 너무 겁쟁이라서 가시돋친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걸음하질 못하겠네요. 그저 시간의 모래와 함께 쓸려 잊혀지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