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참치가 TRPG 이야기를 할때 훈수를 두는 것 환영 ○ 이 참치가 밥먹을때 옆에서 배고파하기 환영 ● 이 참치가 썁소리할때 태클걸기 환영 ○ 이 참치에게 영감을 주기 사랑 ■ 어장 안의 참치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참치가 살이 찝니다. ○ 이 어장에는 ■로 시작하는 규칙이 없습니다. 만약 ■로 시작하는 규칙을 발견하셨다면 이하의 안전 수칙을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1. 귀차니즘 씨의 썁소리를 읽는다 2. 민초를 꺼낸다. 3. 썁소리와 민초의 조화를 음미하며 민초만세를 외친다. 4. 귀차니즘 씨에게 먹이를 바친다.
레인월드-이하 레월-라는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가 있다. 한무리트를 견딜 수 있는 멘탈이 있는가, 공포게임 문법에 대하여 거부감이 없는가, 그리고 눈치. 먼저 레월은 죽으면서 배워라 계통의 게임이다. 당신은 레월을 하면서 -개-많이 죽을것이다. 엄청. 두번쨰로 레월은 공포게임 문법을 꽤 따르고 있다. 무력한 주인공과, 강대한 적과, 그 적을 따돌리고 피해서 지나가야하는 긴장감... 물론 어느정도 하다보면 창 한자루 들고 도마뱀도 벌쳐도, 온갖 생물을 다 조져놓는 -실로 '인간'적인-생태계 교란종의 행보를 보일 수 있게 되지만 초반에 털려나가면 의미없다. 즉 앞의 두가지는 레월이라는 게임을 할수 있는 최소조건에 해당하게 된다. 이 두가지가 갖춰져있지 않다면 당신은 레월에 맞지 않으므로 다른 게임을 알아보는게 지갑도 시간도 멘탈도 아끼는 유익한 길일 것이다.
레인월드가 불친절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잘 보면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생각보다-생각보다인 시점에서 이미 글른것같긴 하지만-많이 알려주고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한 길안내부터... 낙사지형과 아닌 지형, 뭘 먹을수 있고 뭘 먹을 수 없는지, 비가 올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등. 그러나 기초적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그 모든 정보는 상당히 알아보기 어렵다. 낙사 지형과 그렇지 않은 지형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아는가? 맵 밑의 음영이다. 앱 하단부에 검게 음영이 져있다면 아래에 더이상 맵이 없어서 낙사한다는 뜻이고, 음영이 없다면 아래에 맵이 더 있으므로 떨어져도 낙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맵에 음영같은걸 주의깊게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결국 자잘한 정보를 빠르게 캐치해내는 센스, 즉 눈치가 없는 사람은 구별해내지 못하거나 아주 늦게 알게 되는 것이다.
(귀찮아서 인터넷 서치하고 옴 아무튼)길 안내는 또 어떤가. 이 게임은 어디로 갈지 목표를 제시해주긴 하지만 그걸 노랗고 조그만 벌레가 지 몸 까딱거려서 알려준다. 알아보겠는가? 물론 난 잘 알아보는 부류의 플레이어였으므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엔딩봤다. 하지만 당신이 이런걸 못알아보는 플레이어라면... 어려움에 도전하며 부조리를 극복해내는게 취미가 아니라면 공략을 보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제작진이 왜 그렇게 했는지를 알려면 먼저 레월이라는 게임의 정체성에 대하여 이해해야한다. 레월은 생태계를 구현한 게임이다. 레월의 주인공 슬러그캣은 아무리 다른 생물을 죽이고 뜯어먹어도 경험치를 얻고 강해지거나 새 스킬을 얻거나 하지 않는다. 게임의 측면에서 보면 개너무하다 싶겠지만 실제 생태계라고 생각해보면 이게 당연한 것이다. 고양이가 아무리 쥐를 잡아먹는들 발톱이 강철로 변해 발사되거나, 원거리 참격을 배우거나, 파이어볼을 날리게되진 않는것처럼 말이다. 레월의 세계에서 생물들은 주인공이 없어도 스스로, 서로 상호작용하며 움직인다. 포식자들은 서로 영역다툼을 하기도 하고, 먹이를 사냥하기도 하고, 더 상위의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제작진이 생태계 구현의 사실성을 상당히 중요시했다는걸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