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누군가의 마음은 그 당사자는 모를 때가 많지 정작 그 주변인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그 마음을 미루어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가 딱 그런 경우인 것 같다. 누군가와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좀더 파고들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별로 알고싶지는 않다. 몰라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고, 크게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반면 나의 마음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잃을 것이 제법 있어. 게다가 내 주변에 딱히 그런 대화를 나눌 사람은 없다.
아무튼 오늘 있던 일을 토대로 든 나의 생각은 이렇다. 설령 내가 5초뒤에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내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그건 정말이지 너무도 무거운 (중압감이라는 의미에서) 부채다. 삶이 원죄인 이유의, 아마도 8할 이상은 그것이다.
오늘 애인 고양이가 죽었다. 급하게 장례를 치르는데, 나를 불렀다가 갑자기 혼자 있기를 원한다 하였다. 걱정이 된 나는 그에게 말했다. 혹시 나한테 부담이 될까봐 괜찮다고 한거면, 나는 전혀 문제없으니 내가 필요하다면 불러달라고. 식은 친구와 치르기로 했고 혹시 너무 힘들어지면 나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슬퍼할까? 나를 포함하여 아무도 그러지 않았음 한다. 하지만 그건 바람과는 다르게, 지극히 당연하게 수반되는거니까 내가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거겠지.
누군가와 사귈때마다 드는 생각은 항상 이러하다.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인가? 당췌 나의 어느 점이 좋단 말인가? 이것이 항상 회의적이고 의심스러워서 관계가 파탄났던 것 같다. 어쨌든 대부분 망각해서 잘은 모르지만. 근데 요즘은 다른 고민이 든다. 만약 이 관계가 몇년이고 지속된다면, 내 형편은 이것을 지속할 수 있을까? 노동인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에 속하는 조선에서... 좆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그 부분을 잘 모르겠다...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며 살아갈 것을 상정해왔었는데 이젠 둘이 되었으니. 생활이야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이랍시고 시발 부익부 빈익빈이 워낙 심해서 과대표되는 럭셔리 라이프를 아주 작은 일부분만큼이라도 흉내내보려고 하면 금방 거덜난다고. 나 혼자였으면 안 하면 그만인데 상대가 그 일부를 원하는거같으니 어떠케 내가 외면하겠니.
요즘 드는 생각인데 어쨌든 OECD 기준 노동인권 최악 수준인 조선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서 살려면 과로는 필수이고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안심하고 버틸 수 있는 그런 관계가 가장 건강하지 싶다 애인이 너무 나한테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된다. 걱정된다는 말 조차도 부담스러우니 할 수 없겠지만.
내가 뭘 잘못했지? 몇가지 짚이는 부분은 있지만 어느 지점이 화가 났고 견디기 힘들었는지, 또 그게 화난 게 맞긴 한건지,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이 들었던건지를 말 안하고 헤어지자고 하면 대체 난 뭘 어떻게 해야하냐? 헤어지자고 했을때 내가 주섬주섬 짐 챙기는 걸 보고 개선해볼 생각은 없냐고 묻던 것도 어이가 없다.
내가 최대한 내 선에서 이해한 것을 말해볼게 너는 사람은 절대 안 바뀌거나 바뀌기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고, 또 너의 감정과 여건이 더 중요해 그렇기 때문에 나랑 상의 내지는 조율도 안 해보고 헤어지자고 말했던거겠지 그런데 그렇게 나올 거였으면 이미 헤어지자는 말을 한 순간 모든 결심은 다 끝난 것 아닌가? 관계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이긴 해도, 어느 한 쪽에서의 송신이 끊기면 더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네가 헤어지자는 말을 한 이상 내가 뭘 어쩔 수는 없는거잖아.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았겠니? 매달렸으면 좋겠어? 내가 너에 대해 얼만큼 좋아하는지 그 마음을 시험한거야? 그게 아니라면 당췌 그렇게 나올 이유가 없었는데.
그리고 내가 이미 너에 대해서 많이 견디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지 않나? 그것들은 모두 무시하는거야? 혹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자신이 겪는 어려움도 더해서,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피차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독단적으로 결정한거야? 너는 스스로가 폴리임을 말하고 나와의 관계를 시작했어. 그건 좋아. 양심적이고 잘한 일이야. 그런데 어째서 그런 구체적 설명이 정작 헤어진다는 중대한 결정에서는 부재했던건지? 혹시 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에 있어서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 혹시 상대를 별로 안 좋아했던건 정작 너 자신 아니었는지?
그리고 내가 당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었기는 한지도. 나는 그것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게 전혀 놀랍지 않아. 그러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다고 치대고 태연히 거짓말 할 수 있었던 것은 제법 놀라워. 우리 둘의 미래를 그렸을때 비관적인 것은 너 뿐만이 아니야. 처음에 집에 놀러오라고 해서 갔더니 온 집안에 파리가 들끓고 바닥엔 털과 개오줌, 똥, 쓰레기가 널려있고 설거지거리는 가득한 그 꼴을 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 내가 3-4번 정도 싹 청소를 해두니까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있는 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몇가지 간단한 부탁을 하자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던 네 모습은? 그건 네 삶의 방식이고 내가 뭐라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만약 우리가 미래에 같이 살게 된다면 정말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건 여전히 바뀌지 않아.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 하면서도 고치지 않고 그게 반복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거야. 그럴거면 미안하다고도, 고치겠다고도 하지 말든가. 여하간 그런 감상이 헤어지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만약 네가 나를 떠보거나 별 생각없이 그런 말을 했던거라면 애석하게도, 네가 그 말을 꺼낸 이상 나도 이 아이랑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솔직히 지금 내가 너에 대해 드는 감상은 이거야. 속된 말을 섞어서, 가진거 쥐뿔도 없는 사람이 에고만 비대하다고. 그게 바로 전여친에 대해 들었던 생각이었고. 속물같아서 싫다고 장난이랍시고 말한 게 상처였다면 미안하다. 근데 그게 그렇게 화가 났니? 그럼 나는? 전남친이 헤어지겠다 하자 어퍼컷 때렸다며? 너도 조심하라며? 그건 씨 ㅋㅋㅋㅋㅋ 너가 순살강정이라서 괜찮은거냐? 내가 물리적이고 실제적 위협을 느낄 리가 없으니까?
하이튼 말좀 제대로 나눠보고싶다. 어느 단계에서 사고가 잘못 이어졌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오해니까. 그치만 별로 기대는 안해. 넌 거의 끝났어.
자기 성격이 지랄맞아서 맘에 안드는 지점이 종종 있는데 그걸 일일히 지적하자니 세간에서 보기에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고, 나한테 말해서 내가 시무룩해하는 것도 보기 힘들다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말 안해주면 짐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그것도 그냥 추측이니까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참고 있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되는거라고. 그리고 나는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도 안 하고 그렇게 일일히 시무룩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혼자 괴로워하고 혼자 생각하더니 혼자 다짜고짜 헤어지자고 말한건 잘못된거다. 그래서 그것도 말했다. 헤어지자는 말 듣고 내가 짐싸고 있을때 네가 무슨 말 했었냐고. 그랬더니 그건 추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건 참 잘도 말한다)
내가 여지껏 잘못한 게 몇가지 짚이는게 있다고 여기 써놨지. 내가 잘못한건 1. 바보라고 한 점 (나중엔 장난으호 비버라고 바꿔 말했는데 그것도 싫다더라) 2. 속물같다고 놀린 점 이 두가지임. 굳이 하나 더 있다면 깨끗하게 하고 살자고 잔소리한거 정도. 근데 이것도 그릇이나 어딘가에 물 고이게 두지 말라고, 그러면 벌레가 창궐한다고 말한 게 전부인듯 (그날도 집에 가니까 설거지감 잔뜩 쌓여있고 식탁엔 먹다 남은 라면 그대로 있었고 바닥엔 일주일전에 먹고 버린 페트병이랑 기타 잡 쓰레기들 다 널부러져있었음)
하이튼 난중에 정리되면 다시 연락하겠다 했고 그 사이에는 좀 떨어져있기로 했다. 근데 별로 기대는 안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헤어지게 될듯.
왜 여지껏 나는 연애를 3달을 못 넘길까? 이번엔 5-6주정도 된듯. 이런 인스턴트 관계 질릴대로 질렸다. 근데 저번에도 이런 얘기 했는데 또 시작하고 또 보란듯이 망했다. 그게 아마 나라는 인간의 한계인듯 하다. 아예 시작하질 말아야지.
굳이 사람한테 일일히 매달리기도 싫고. 내가 뭐가 아쉽냐? 나같은 사람 내쳐버린 당신이 아쉽지. 그리고 나 좋다고 많이 앵기고 치대긴 했지만 사실 그게 진짠지도 난 의심스럽다. 그야 다 큰 성인남녀끼리 아무런 이유 없어도 사랑에 빠지는건 가능한 일이지만, 최소한 나였다면 굳이 내가 잘못했네 어쨌네 일일히 인정하고 굽히고 수그리면서 관계를 지속할 정도로 절박하진 않을거같다. 그리고 좋아한다는 말도 너무 많이 하면 진실성 없어보여. 그러는 거 자체가 마치 자기 자신이 그렇게 느끼게끔 속이는것처럼 보여.
>>663 사람 자체를 아예 안 만나고 싶어. 데면데면한 친구면 모를까 내 자원(감정을 포함한)의 상당수를 줄 정도로 좋아할만한 사람도 없을 것 같거니와 나를 그렇게 좋아해줄 사람도 없을거같고 툭하면 싸우고 헤어지고 지랄 염병난듯. 하여간 머리 검은 짐승을 믿고 거둔 내가 비버다.
아무튼.. 애인이랑 심야대담 1. 나의 양가감정: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지는 좋아하고 싶지만) 사람을 믿지않아 1-1. 믿음의 정의: 믿지않음의 기원은 기대가 부재한 상태.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는다. 기대않음과 믿지않음은 다르고, 믿지않음은 또한 예측불가능함과도 다르다. (말의 뉘앙스와 맥락, 가치중립적인지 여부 등) 1-2. 잔소리 (현실 운운): 아래 부양 참고
근데 애인분 심적으로 어디 아프신거 아니냐 >>659 에서 고개 푹 숙이셨다는거 보면 본인도 잘못됐다는거 알면서도 잘 안되는 단계신것 같은데 네 삶의 방식임 존중함 하고 넘어갈게 아니라 도움(물리)이 필요해뷤 형도 사람에게 기대안함 그럼 실망안함 이러고 있는거 보면 크게 건강하지 않아보여서 더 걱정됨 아픈 사람들끼리만 붙어있음 악화되기만 한다 이말임 주변에 님덜한테 참견해줄만한 대충 멀쩡한 다른 사람 있음?
그냥그냥 하다가도 한번씩 이 사람이 과연 진심일까 하는 모면이 있고 BPD라면 과거에 철썩같이 믿었던 것도 금방 싫어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꿀 수 있으니 당초 신뢰는 불가능하다 만은 내가 내 돈이나 기타 감정적 자원을 일정 한도만큼만 제한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군 역시 일정 한도로만 기대하는게 정답이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