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야기였습니다. 말이었습니다. 쾌락이었습니다. 무심이었습니다. 계산이었습니다. 미소였습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관찰이었습니다. 직감이었습니다. 상상이었습니다. 지식이었습니다. 선잠이었습니다. 현명한 여동생의 용기였습니다. 죽고싶지 않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칼날을 그의 목에 향할 수 없는 약함이었습니다. 칼날을 자신의 목에 향할 수 없는 약함이었습니다.
그것들 전부를 써가며, 드디어, 드디어, 기적과도 같은 아침이 찾아오고───
그리고 다시, 다음의 밤이 온다.
천 번째 밤을 극복한 끝에, 드디어 왕은 제정신으로 돌아왔거늘! 그 후, 단 한 번뿐인 삶을 끝낸 나는――― 영령이 되고 말았다.
죽고 싶지 않다는 염원 하나만으로 버텨 만들어진 내가, 하필이면, 반드시 죽어 사라지는 걸 운명으로 삼은 존재로!
착각하지 말아주시죠. 저도, 가능하다면, 세계를 휘말리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에게서 들었습니다. 단 한 명, 스스로의 의지로 좌에서 소실된 영령이 있다고.
....아아, 어찌 이토록 부러울 수가. 나도 그럴 수만 있더라면, 이야기는 간단했을 텐데ㅡㅡㅡ.
...됐어, 나타. 돌에 맞아도 나는 이미, 조금도, 마음이─── (고동소리와 함께 모습이 변한다)......아프지 않아.
Ygnaiih... ygnaiih... thflthkh’ngha. 내 손에 은빛의 열쇠 있나니. 허무로부터 나타나, 그 손 끝에 닿으리. 나의 아버지 되는 신이여. 나, 그 진수를 품을 현신이 될지니. 장미의 잠을 넘어, 지금 궁극의 문에 도달하노라! 『빛의 껍질을 두른 허무의 나무』
아버지, 저에게 하늘의 황소를 주세요. 그러면 길가메시를 그의 집에서 없애버릴 수 있어요. 만일 하늘의 황소를 제게 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지하 세계로 내려가서 저승의 문을 부숴버리겠어요. 문기둥을 때려부수고, 문을 아예 납작하게 깔아뭉개 버리고, 죽은 사람을 일으켜서 산 사람을 먹게 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죽은 사람이 산 사람보다 많아지게 될 거예요!
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 같은 건 몰라. 상대를 죽이는 재능밖엔 없어서…… 즐겁게 사는 게 어떤 건지도 찾지 못했어. 내가 이 세상의 뒤틀린 존재들을 부숴버릴 테니…… 넌 그 빈 공간에 뭔가 지금보다는 좋은 걸 채워 넣으면 되는 거야. 나만 쉬운 역할을 맡아서 미안하군.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다. 너는 이미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을테니까. 지금까지 네가 걸어온 영광의 길、도처에 아로 새겨진、작위적인 부자연스러움을. 시점을 바꿔서 생각해봐라.
우리 사신들이 수십년 혹은 수백년의 시간을 통해 도달하는 시해나 만해라는 경지에, 고작 2주간 미만으로 도달한 존재를 상대한다면, 너는 그 자를 깔보고 대충 싸울 수 있는가? 그런 잠재 능력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적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이길 수 있는 단계에서 마주쳤는데도 놓치고, 확실히 죽일 수 있던 전투를 억지로 멈춘다. 그 비합리성에 과연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너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건가?
거기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지성이 있다면, 대답은 즉석에서 이끌어낼 수 있을터.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도 쉬울테지
……언제부터지? 네가 말했지. 내가 용사니, 짊어진 운명이 어쩌니 하면서. 어째서…! 언제! 어디서! 대체 무슨 수로 네가 그런 걸 알고 있는거야!
<b>처음부터다.</b> 사고가 따라붙지 못하는 모양이군. 나는, 이렇게 말하는거다──
<b>──나는 너의 운명을,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b>
납득할 수 없나? 너의 탄생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은, 키워온 애정은, 전부 "하늘의 인도"라고 생각했던건가? 이 세상에서 네가 접한 모든 기적과 우연들, 진정, <b>하늘에 선 누군가</b>의 손에 의한 필연이 아니라고 믿은건가? ……묘하군.
<b>───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 세계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한 힘을 손에 넣은 너라는 기적이, 스스로의 필연성을 의심하다니.</b>
왜 이런짓을 하는거냐고? 글쎄..이유가 딱히 필요해? 나는 그저 할 수 있으니까 한것 뿐이야.
걸을 수 있으니까 걷는다. 숨을 쉴 수 있으니까 쉰다.
이런것에 항상 의미부여를 하면서 행동하진 않잖아? 같은거야.
아무 관계도 없는 행인을 느닷없이 죽이는것도, 누군가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것도,
그저 약간의 '호기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행할 수 있는거지.
그래서, 동기를 듣고 싶다고 했었던가? 그러고보니 너는 내가 너희 가족을 부수고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유를 알고 싶어했었지. 아마 너는 나에게 복수하는것에 스스로 각오를 다지고 싶었기에 이런 질문을 한 것이겠지. 내 동기가 크면 클수록, 납득이 가면 갈 수록 너는 네 가족의 죽음에 '당위성'이 생기고 그 '당위성'을 부정함으로서 의지를 확고화 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