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자기 좋을 대로 하세요.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이것도 부담되고, 저것도 부담되고, 그러면서 결국은 자기 원하는 대로 하고 싶고, 도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어차피 자기는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니까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사는 수밖에 없겠네요. 달리 길이 없어요. 기도하면 꿈을 안 꾸는 기도문을 하나 줄까요?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기도문 팔아서 돈벌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겁니다. 질문자와 같은 사람은 종교단체에 사기당하기 십상이에요.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내가 지금 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딸에게 ‘엄마가 미안하지만 너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너한테 많이 부담이 되겠냐?’ 이렇게 물어보세요. 만약 딸이 부담이 된다고 하면 무서워도 혼자 살면 됩니다. 그런데 딸이 괜찮으니 엄마랑 함께 살아보겠다고 하면 같이 살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의 성격으로 봐서는 같이 살다 보면 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아요. 질문자는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인 사람이거든요. 그렇다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어요. 먼저 딸하고 같이 한번 살아보다가 딸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또 따로 살아보는 거예요. 이렇게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 자신을 봐야 됩니다. 질문자는 이렇게 하려면 저게 문제이고, 저렇게 하면 이게 싫은 사람이에요. 결국 자기 문제라는 걸 알아야 됩니다.
옛날에 어떤 할머니가 비가 와도 걱정이고, 날이 맑아도 걱정이라고 스님한테 하소연을 했습니다. 스님이 이유를 물으니까 할머니의 큰딸은 짚신 장수한테 시집을 가고, 작은 딸은 나막신 장수한테 시집을 가서, 비가 오는 날은 짚신 장사가 안 될 테니 큰딸 걱정에 울고, 맑은 날은 나막신 장사가 안 되니 작은딸 걱정에 운다는 거예요. 그래서 스님이 ‘비 오는 날은 나막신 장사하는 딸만 생각하고, 맑은 날은 짚신 장사하는 딸만 생각하세요’ 하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똑같은 상황이라도 생각하는 관점만 바꾸면 달라집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항상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움켜쥐고 안 놓으려고 해요. 생각을 딱 바꾸면 아무 문제도 아니에요. 자꾸 어느 하나에 집착을 해서 목을 매달면 어려워지지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생각을 바꾸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이런 관점으로 한번 여러분들이 살아보시면 훨씬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흔히 범하는 두 가지 착각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는 착각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내가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진실이라면, 괴로워할 필요는 없잖아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운 이유는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고 나도 모르게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진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에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포기하거나, 포기가 안 된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뿐인 거예요.
둘째, 남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 있다는 착각입니다.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 줄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남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음을 미안해하거나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상대가 나한테 지나친 것을 원한다고 해서 상대를 미워하기도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두 번째 케이스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것을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어요. ‘저 사람은 이런 것을 원하는구나’ 하고 내가 알 뿐입니다. 해 줄 수 있으면 해 주면 되고, 해 주기가 싫으면 ‘싫어!’라고 표현하면 됩니다. 해주고 싶지만 내가 능력이 안 되면 ‘죄송합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돼요.
이 괴로움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입니다. 상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안 이루어졌으니 기분이 나쁜 것이 당연하잖아요. 상사로부터 비난을 받기 싫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주면 돼요. 밤을 새워 해주고 칭찬을 받을 것인가, 못한다고 거절하고 비난을 받을 것인가. 둘 중에 어느 것이 나은지를 질문자가 선택해야 합니다.
그럼 마음 편안하게 질문자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면 됩니다.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돼요. 두려워하거나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어요. 이런 관점을 가져야 인생을 편안하게 살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남의 눈치를 보고 끌려 다니며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