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의 아내도 특별히 잘못이 있는 건 아닙니다. 무슨 딴생각이 있어서도 아니고, 나쁜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에요. 단지 새로운 환경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즐기며,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일 뿐입니다. 헬스장에서의 대화는 맛있는 음식이나 여행 이야기,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집에서 남편과 나누는 대화보다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아내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허용해 주는 것입니다. 아내 역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으니 단조로운 가사 생활 속에서 여가 활동을 통해 숨통을 틔울 기회를 주는 겁니다. 둘째, 질문자가 아내의 요구를 더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든지, 대화의 주제를 다양화해 보는 겁니다. 대화를 할 때도 아이나 집안일 이야기만 하지 말고 여행이나 새로운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예요.
상대방의 요구를 무시한 채 ‘당신은 내 아내니까 그런 곳에 가면 안 돼! 계속 가면 이혼이야.’ 이렇게 억압하면 일시적으로는 통할지 몰라도 그게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억압을 하는 건 일시적으로는 통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길게 지속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어차피 통제하기가 어려워져요. 아내도 억압하면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이란 게 계속 억압을 받게 되면 어느 순간에 ‘그래, 이렇게 사느니 까짓 거 이혼하지 뭐’ 이렇게 나오게 됩니다. 꼭 이혼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혼을 압박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처음에는 약간 움츠리다가도 내면의 압박이 강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까짓 거 그러자’ 이렇게 말이 막 나오게 되는 거예요. 그때는 수습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지금은 질문자가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만약 핸드폰을 집어던지거나 폭언했다고 하면, 그건 해서는 안 되는 가정 폭력입니다. 그런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폭력에 해당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아이를 때려도 사랑의 매라고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를 때리는 건 무조건 폭행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도 있을 수 없어요. 고함을 치거나 물건을 집어던져서 상대를 두렵게 했다면 그것도 일종의 위협으로 격리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위협하는 건 일종의 협박죄에 들어가는 거예요. 이렇게 요즘 사회는 개인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워낙 가부장적인 문화와 군대 문화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살아왔잖습니까. 학교 다닐 때도 늘 선배가 후배를 때리고, 툭하면 학교 뒤에 있는 화장실로 오라고 해서 때리고, 군대 가도 때리고, 무슨 모임에 나가도 특히 체육과 관련된 모임에 가면 기합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게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생활 문화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질문자의 아내에 대해서도 ‘잘했다.’, ‘잘못했다.’ 이렇게 판단할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내도 평소 생활에서 말 못 할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면서 약간의 재미를 붙이게 된 거예요. 그 재미에 중독이 되다 보니까 그걸 쉽사리 그만두기가 어려운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이 상황을 깊이 이해한다면 아내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용서할지 말지 고민하는 관점에서는, 용서와 분노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아내에게 어떤 잘못이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아내가 결혼을 해서 살면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걸 해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일 뿐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질문자도 회사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또 아내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막으려 하거나, 그 남자와 경쟁하려는 태도는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