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지난해 같은 날에는 30도~31도 수준으로 올해와 2~3도 차이를 보인다. 또한 한해 더 앞서 2022년 데이터를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당해 수도권 최고기온은 23~24도 수준에 불과했다. 가장 더웠던 전라, 경상도 등 남부지방 최고기온도 30도 수준에 그쳤다. 즉, 지난달 장기화된 폭염으로 현재 기온이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9월 날씨도 매년 더 무더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4일 밤에는 서울에 9일만에 다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등 폭염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태다. 또한 낮 기온도 당분간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보되고, 산발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날도 이어지겠다. 이번 폭염은 추석 연휴를 직전에야 30도 미만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2020년에 판다월드로 와서 처음 만난 러바오는 익숙하지 않은 여자 주키퍼 목소리를 낯설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 반려동물처럼 직접 내실에 들어가서 소통할 수도 없었다. 적응 당시 러바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과시행동을 하기도 했다. 판다월드 문을 열었는데도 러바오가 방사장으로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럴 때마다 강철원, 송영관, 이세현 주키퍼 등 선배들은 재촉하지 않고 내 리드에 따라 러바오가 방사장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줬다. 다행히 지속적으로 러바오와 교감하며 방사장 외출에 성공했다. 그날 이후부터 러바오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해냈다' 싶더라.
푸바오가 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판다를 돌보는 것과 별개로 관람객들이 많아지며 고객 응대 업무가 늘어났다. 선배들이 내게 대기 줄에서 고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맡겼다. 3년간 이리온에서 손님 응대하는 업무를 경험했던 게 도움이 됐다. 가족 단위 손님, 혼자 오는 손님, 대표로 줄 서는 손님 등 다양한 고객들을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판단해야 했고, 차츰 요령이 생겼다. 또 판다는 소음에 예민해서 고객들에게 소음에 주의해달라고 꾸준히 안내하는 중이다. 요즘에는 고객들의 관람문화가 많이 성숙해져서 손님이 아무도 안 왔나 싶을 정도로 판다월드가 조용해졌다. 1인 관람 문화도 확산했다.
항상 '가치 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날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다. 최근 후배들과 얘기하다 보면 "동물 관리에 집중하고 싶은데 고객 응대가 너무 많다"고 토로한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 가치 없는 경험은 없으니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말해준다. 2020년에 판다월드에 처음 왔을 때 판다월드에는 여자 주키퍼가 아무도 없었다. 주키퍼 업무 전환 이후 처음부터 동물 관리와 관련해 많은 '일'을 부여받지 못했다. 선배들 옆에서 꾸준히 보고 배웠다. 지금은 막내 판다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돌보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리온에서 3년간 일했던 경험을 활용해 동물 관리뿐 아니라 고객과 소통도 열심히 했다.
처음엔 부담이 컸다. 출연을 거절했다. 유튜브 채널 '말하는 동물원 뿌빠TV'의 인기 코너 '전지적 할부지 시점(전할시)'에서 강철원 주키퍼가 푸바오를 보살폈는데 내가 오와둥둥을 맡으면 전할시와는 방송의 질이 매우 다를 것 같아 걱정했다. 강철원, 송영관 선배로부터 "주키퍼는 내가 아니라 동물을 빛내야 하는 사람"이라며 "전할시를 통해 푸바오를 빛내줬듯 (오와둥둥이)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빛나게 해주는 방법일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출연을 수락했다. 푸바오처럼 루이바오, 후이바오도 많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응이 괜찮고 현장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는다. 요즘은 오와둥둥이 일하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즐기고 있고 부담은 내려놨다.
자이언트 판다를 보살피다 보면 힘을 써야 할 때가 생긴다. 그래서 때론 배려도 받는다. 배려받을 때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배려해주신 걸 알지만 '내가 진짜 못하는 건가'라고 받아들였다. 그럴 때 인정했다. 대신 남들, 남자 주키퍼보다 내가 잘하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꾸미는 일, 섬세한 일이었다. 동물들의 인리치먼트(행동 풍부화)를 위해 무언가를 꾸며주는 일, 동물과 섬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레서판다를 키울 때 처음으로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줬다. 기존엔 대나무로 만든 단조로운 케이크가 많았다. 무늬를 넣은 '나만의 케이크'를 줬다. 내부 반응을 보니 '이거다' 싶더라. 요즘엔 송바오(송영관 주키퍼)의 인리치먼트 역량을 쫓아가려 하고 있다.
선배들이 운동을 따로 하더라. 나도 따라서 운동을 시작했고 2년 정도 됐다. 성별과 관계없이 체력적으로 처지면 안 된다. PT를 주 2회 받는다. 근력 운동 위주로 한다. 팔다리를 단련한다. 한 번 갈 때 1시간 정도 상체, 하체 각각 30분씩 운동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유산소 운동을 한다.
루이바오, 후이바오가 태어난 지난해 7월 이후 3개월간 판다월드 주키퍼들은 철야 근무를 했다. 밤 8시부터 아침 8시까지다. 야생동물이고 야간 근무라 위험하고 힘들어서 여성인 내 근무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선배들이 믿고 함께 하게 해줬다. 그때 오히려 체력을 많이 길러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맡겨주신 만큼 '못하겠다'는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맡은 동물을 제일 행복한 동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물이 찾는 주키퍼'라고 표현하면 되겠다. 루이바오, 후이바오처럼 내가 맡은 동물은 적어도 우리나라 동물 중에서는 가장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동물원은 종(種)보존을 위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동물원에서 내가 담당한 동물만큼은 제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동물들의 '행복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 끈기가 중요하다. 또 체력을 꼭 기르라고 당부하고 싶다. 예를 들어 끈기 있게 일하다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체력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강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또 항상 물음표를 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3시에 일어나는 엄마 판다 아이바오가 왜 2시에 일어났는지를 고민한다. 익숙해지면 거기서 끝이다. 후배들에게도 "단순히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많이 물어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