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만큼 더운 밤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관측됐다. 그런데 올해 여름 일조시간(햇볕이 지표에 내리쬐는 시간)은 최악의 폭염이 나타난 해로 꼽히는 2018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의 올여름 최저기온 기록을 보면 강원 강릉과 속초에서 각각 2차례씩 총 4차례 일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이었다. 밤에도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초열대야'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9도 이상, 30도에 육박한 경우는 5차례이다. 강릉이 3차례, 같은 강원도의 동해와 제주가 각각 1차례다.
실제 2018년 7월1일부터 8월4일까지 서울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각각 273.5시간과 646.91MJ/㎡인데, 올해 같은 기간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121.0시간과 473.78MJ/㎡에 그쳤다. 반면 7월과 8월 1~4일 전국 평균 상대습도는 2018년이 77%와 68%이고, 올해가 83%와 79%로 올해가 훨씬 높다.
남서풍은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한층 더 뜨거워진다. '푄 현상'이다. 이에 강릉 등 산맥 동쪽에서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밤 더위가 더 심하다. 특히 현재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덮고 있어 열이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대기 중 풍부한 수증기가 밤중 지표면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대기권 내에 가둬 열대야를 부추기고 있다. 지구는 태양에서 받은 만큼의 에너지를 다시 우주로 내보낸다.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많이 꼈거나 대기 중 수증기가 많으면 구름과 수증기에 의해 지구가 내뿜은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이 차단된다.
현재 찜통더위를 일으킨 기압계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발표한 15일까지 중기예보에서 기온은 아침 23~27도, 낮 30~35도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일 체감온도는 최고 35도 내외까지 오르며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위를 나타내는 우리말은 습도 유무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습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한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 ‘무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등이 있고 습도는 높지 않지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 ‘불볕더위’, ‘불더위’, ‘강더위’ 등이 있습니다.
먼저 무더위를 ‘무척 심한 더위’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더위는 ‘물’과 ‘더위’가 합쳐진 ‘물더위’가 어원입니다. 일반적인 더위와 달리 물기가 많아 후덥지근하게 와닿는 더위를 말하는데요. 물더위에서 ㄹ이 탈락해 무더위로 변한 것입니다. 무지개의 ‘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지개는 ‘물+지게’, 즉 작은 물방울들이 햇빛에 반사돼 문(지게)처럼 보이는 현상인데요. 물지게에서 ㄹ이 탈락하고 지게는 지개로 바뀌어 무지개가 됐습니다.
찜통더위는 뜨거운 김을 쐬는 것같이 무척 무더운 여름철 기운을 뜻하고 가마솥더위는 가마솥을 달굴 때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더운 날씨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인데요. 가마솥더위란 용어는 1977년 8월 3일 자 신문 기사에 처음 등장했다고 합니다(조항범 충북대 국문과 교수). 그날 대구 지역 온도가 38.8도를 기록해 이를 ‘살인적인 가마솥더위’라고 표현했습니다. 가마솥더위를 무더위, 찜통더위보다 좀 더 센 더위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습도는 높지 않지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불볕더위는 불더위라고도 하는데요. 국립국어원은 폭염이란 한자어 대신 불볕더위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여러 날 볕만 계속 내리쬐는 심한 더위는 강더위입니다. 여기서 ‘강’은 한자어 강(强)이 아니라 ‘마른’, ‘물기가 없는’의 뜻을 지닌 접두어로 강추위(눈도 오지 않고 몹시 매운 추위) 강된장(되직하게 끓인 된장)에서 ‘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위는 시기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해 여름 처음으로 맞는 더위는 ‘첫더위’,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오는 더위는 ‘일더위’, 여름이 다 가도 이어지는 더위는 ‘늦더위’라고 합니다. 밤낮에 따라선 ‘밤더위’, ‘낮더위’라고 하고요. 또 여름 한창 심한 더위는 ‘한더위’, 초복·중복·말복의 삼복 무렵 더위는 ‘삼복더위’로 ‘복달더위’, ‘복더위’라고도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