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이 곡도 굉장히 오랜만에 듣네요. 명곡이지요! 게임도 재밌게 했었고요. 친구에게 여기서 우셔야합니다 어택 당했지만. (옆눈) 아무튼 혜우주도 정말 여러모로 고생 많이 했어요. 민폐였고 실례인 거 아니니까... 그런 생각하지 말기. 몸 아프지 말고.. 앞으로 즐겁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2025년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진짜 여담이긴 하지만 R1 시절의 MPC인 정우를 재활용 일댈로 데리고 갈까 조금 고민 중이에요. 거기에 올린다고 찌를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 갑자기 올라온다고 해도 다들 너무 당황은 하지 마시고...그냥 1기 MPC 조금 아쉬워서 놀고 싶어하는 캡틴이 기어이 뇌절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뭐..사실 이리 말 해도 안 올릴 수도 있지만!
야..내가 태오주를 소환했다!! (엄지척) 음... 태오주의 현생이 부디 잘 해결 되길 바라고... 모카고 시리즈의 엔딩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는 말이 특히나 더 기쁘네요. 앞으로 좋은 일 가득하길 바라고..... 여러모로 신경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웹박수 응원 특히 힘이 많이 되었어요.
그럼 이제 진짜로 가야 할 시간이네요. 12시에 닫기로 했으니 시간은 지켜야죠. 다들 정말로 고생 많았고...저는 저대로 해야 할 인사를 저 위에 남겼으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나요. 1년 반...까지는 아니고 1년 3개월? 아무튼 그 정도일 것 같은데... 그 기간 동안 다들 감사했습니다. 모카고 R3는 솔직히 기약할 수 없으니 기대는 마시고... 또 누군가가 모카고를 한다면...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땐 저도 은근슬쩍 참가할지도 모르고요.
여러모로 제가 캡틴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까요.
후회는 없습니다. 뭐, 제 스토리가 마음에 안 드는 분이 있어도 어쩌겠나요. 감당하세요. ㅋㅋㅋㅋㅋ
다들 안녕히 가시고..2025년 즐거운 한 해 되세요.
또 어딘가에서 볼 수 있다면 봅시다. 못 볼 수도 있겠지만...어딘가에서 또 볼 수도 있겠죠! 다들 수고했어요!
쉬이 흔들리지도, 요동치지도 않는 차갑고 단단한 마음이 필요했기에 붉고 붉은 끈으로, 위태로운 감정을 한데 모아 가지런히, 묶었습니다.
차가운 은바늘에 새빨간 봉제실을 꿰어 꼼꼼하게 심장을 여몄습니다.
"돌이킬 수 없을 거에요."
[피리꾼]의 경고는, 여느 때에나 닿지 않는 법이었습니다.
[[ ...그로부터 6개월 후, 3학구의 종합 병원 [영락]은 응급/요양 센터 [백륜]을 개장했다. 단기간에 상당한 자본이 들어간 [백륜]은 시설이 초호화인 것은 물론 배치된 인력도 레벨 막론하고 쟁쟁한 인원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레벨 5의 바이오키네시스 [파나케이아]의 현장 배치는 실시간 뉴스에 오를 정도로 화제였다.
- 목화 고등학교 저지먼트 출신 [파나케이아] 이른 나이에 직접 의료 전선에 서다!
성인조차 되지 않은 신분으로 지면을 타게 되니 자연히 과거 행적에 대해 말이 나오긴 하였다. 그러나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에 비하면 신기할 정도로 조용했다.
마치 이제 그 소문의 근원지도 아는 사람도 사라진 것처럼.
더는 방해될 것이 없는 [파나케이아]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백륜]의 특별 자문 연구원이라는 고유 직책에 앉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제일 먼저 [백륜]에 도입된 신 기기들 대부분이 그 이명의 특허로 들어가 있었다. 진료, 시술과 관련된 부분에서 환자 구조 및 이송에 관련된 부분까지 대략 열댓개는 되었다. 그 뿐 만 아니라, 이전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명료해진 약품 몇 가지도 특허를 받았다. [백륜]에서는 신 기기와 신 기술 그리고 신약을 사용하여 이전보다 더 발전된 치료의 성과를 내보였다. 놀라운 치료의 결과에 비해 비용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으니 조금씩 호평은 늘어갔다.
물론, 흉흉한 음해의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백륜]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여 음해를 파했다. 그 결과 대중으로부터의 신뢰도가 올라가는 결과를 만들었다.
[백륜]의 운영이 안정될 무렵, [파나케이아]는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레벨도 출신도 기준 조건이 없던 그 공채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아이어른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인 사람들을, [파나케이아]는 전부 수용했다. 필요를 분별하여 아직 배움이 필요한 이는 [영락]에서 모자란 배움을 주고, 배움은 충분하나 삶의 목적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백륜]에 소속시켜주었다.
[백륜]은 응급위상센터이면서 요양센터이기도 하여 별개의 병동에 장기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 또한 거두고 있었다.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배치하여 그들을 돕고, 함께 함으로써 그들 자신에게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파나케이아] 또한 그들 사이에서 함께하며 어느 누구도 가리지 않고 돌보았다. 그저 몸의 치료에 그치지 않고, 오랜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렸을 이들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시간을 들여 치유했다. 부드러이 아문 마음마다, 언젠가 피어나 빛을 발할 희망의 씨앗을 [파나케이아]의 손으로 직접 하나 하나 심어넣었다.
그 행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영락]에 맡긴 이들에게도 손길이 닿았다. 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 하고 겉도는 아이들과 그대로 자라버린 청년들이 주를 이루었다. [파나케이아]는 연구소 내의 시설을 개편해 그들을 위한 교육의 장을 만들었다. 연구소의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을 기초적인 과목 선생님으로 배치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으로 부족한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스스로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파나케이아]가 직접 손을 잡고 등하교를 시켜주기도 했다. 그저 가르치기만, 베풀기만 하지 않고 그들의 상처에도 귀를 기울여주었다. 섬세한 어린 마음의 틈새를 온정과 평온으로 따스히 채워주며, 솜털 같은 희망을 살며시 심어주었다.
추후, 이들 중에서 충분한 성장을 이룬 이들부터 각각 화이트 셀과 블랙 셀에 배치되었다. 화이트 셀은 현장 대응 중 의료와 보급의 역할을 맡은 팀, 블랙 셀은 물리적/비물리적 대응의 역할을 맡은 팀이었다. 스스로 희망을 싹틔운,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부여하는 새로운 목적이었다.
[파나케이아]는 [영락]과 [백륜]의 인재 관리를 하면서도 새로운 연구 결과와 논문 발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전공 학계는 듣기 좋은 미담과 평판 만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세계였다. 지속적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실적과 결과가 필요했다. [파나케이아]는 바쁜 와중에도 직접 프로젝트를 전두지휘하며, 다수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그것은 곧 실용성을 인정받아 인첨공 내 뿐만 아니라 바깥의 기술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모 기업과의 기술 협약 전속 계약으로 하여금 내외부에 여러 이득을 이끌어냈다.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 기간은 단 5년이었다. ]]
새벽 3시, 아직도 불이 켜진 사무실의 문을 두드려봅니다.
똑똑
"...들어와요."
안에서 메마른 목소리가 들려와 조용히 문을 열었습니다. 대낮인 양 환하게 밝은 사무실 안은, 책상이며 테이블이며 할 것 없이 서류가 한가득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지러운 책상 앞에 앉은 그녀는 문을 연 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합니다.
"이 시간에 왠 일이야. 무슨 사고라도 터졌어?" "음, 아무 일도 없진 않네요." "뭐? 무슨 일인데?"
그제야 그녀가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그를 봅니다. 닫은 문에 기대어 서 있던 그가 웃으며 그녀를 가리킵니다.
"당신이 문제죠. 지금이 몇 시인 줄은 아나요?"
그녀는 시답잖은 소리를 한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고 다시 노트북을 봅니다. 타다닥, 자판을 두드리는 손이 바쁘기도 합니다.
"3시 밖에 안 됐잖아. 그게 뭐 어쨌다고." "3시 밖에, 라뇨. 벌써 3시인거죠. 당신, 요즘 제대로 자고 있긴 한 건가요?"
그녀의 외견은 컨디션이 괜찮은 사람처럼 보입니다만 그는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걸핏하면 잠도 거르고 끼니도 부실한 사람이, 멀쩡할 리가 없습니다.
"이것만 하고 잘 거야. 신경 꺼." "홍류에게 들키면 또 잔소리 폭탄 맞아요-" "들어도 내가 듣지 당신이 듣"
투두둑
영양가 없는 실랑이는 의문의 소리로 인해 끊겼습니다. 그녀는 책상 위로 떨어진 붉은 핏방울을 보았고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타이밍 좋게, 기절한 그녀의 머리가 그의 손에 받쳐졌습니다.
"아, 이거 또 여기저기서 한 소리 듣게 생겼네요."
그는 병원 측에 연락을 넣어 당직에게 조용히 수액을 가져올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자리에 앉아,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처리를 시작했습니다.
그 즈음, 일상이 되어버린 어느 날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맞이한 20주년에서 예정된 사건이 일어났다.
오랜 시간 누적된 부정의 현현-
그녀는 침착하게 안배한 패들을 사용했다. 모든 셀들을 전원 화이트로 돌려 일어나는 시민들을 지탱하고 돕도록 하였으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에겐, 지금은 서로를 지키는 것만 생각하라 했다. 그녀 자신은 과거의 말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 나섰다.
언제나처럼, 그녀의 자리에서 그녀의 역할에 충실했다.
언제나처럼, 나머지는 모두에게 맡기면 될 일이었다.
그리하여 세상은 무사히 종말을 넘겨내었고 여행을 떠났던 소녀 또한 무사히 돌아왔다.
모든 것이 평온하게 돌아온 세계에서 그녀는 스스로 씌웠던 과거의 굴레로부터 벗어났다.
이제 그녀에겐 자유 뿐이었다.
[[ ...또 한 번의 큰 고난을 무사히 넘겨낸 인첨공은, 조금 분위기가 바뀐 것도 같았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그 전보다는 서로를 보는 시선도,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더는 어떤 위협도 예고되지 않은 미지의 시간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위태로웠던 상황은 없던 일이 되었지만, 경험 자체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남았다. 그 덕분인지 화이트 셀을 동경해 [백륜]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뭔가를 함에 있어 무조건적으로 고레벨에 유의미한 능력 만이 만사가 아님을 많은 이가 깨달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여 [백륜]은 시설을 확장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은 좋은 곳으로 소개를 보내주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시간을 들여 차근히 풀어나간 덕에 큰 문제 없이 센터 운영이 안정되어갔다.
그로부터 1년 뒤, [파나케이아]는 진행 중이던 연구를 완료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며 하나의 프로젝트의 끝을 알렸다.
페어리테일 프로젝트라 명명되었던 그것은 지난 6년간 총 7개의 연구와 4개의 논문을 탄생시켰다. 연구의 주제는 주로 인체와 능력에 관련된 것으로, 부작용 없는 인공 세포의 생성, 인체 복원의 근본적 탐구와 실현성, 능력의 레벨 단위 실현 가능한 기술력 등등 하나 하나가 의학계에 큰 지표를 남길 것들이었다.
또한 연구원과 능력자가 더 이상 불합리할 정도로 서로를 의존하거나 착취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구조의 기틀을 만들고자 노력한 것이 여실히 보이는 행보기도 하였다. ]]
5년 뒤, 20주년을 위한 안배와 위기의 극복을 향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녀였습니다. 그리고 예고되었던 날은 모두와 함께 무사히 극복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걸음도 멈추었습니다.
이후에도 지속될 시스템을 구축하긴 했지만, 그녀의 필요는 차츰 없어질 것이었습니다. 그 날 인첨공에 뿌려졌던 빛 속에서 모두가 제각각의 희망과 꿈을 찾아 일어설 테니 더는 그녀 만이 그 손들을 잡아 줄 필요는 없었습니다.
장기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성공적인 결과와 함께 끝을 내고 나니 더이상 그녀에게 남은 것은 없었습니다.
공허한 자유.
그 앞에서 그녀는, 이만 눈을 감으려 했습니다.
"선생님!"
하지만 작은 외침 하나가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멈춰 선 그녀가 뒤를 돌아 보니, 다섯 아이가 그녀를 보고 있었습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은 그녀가 잘 아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과거, 사람들을 거둘 때, 부조리한 대우를 하던 시설에서 도망쳐 서로의 손을 잡고 왔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니 [영락]에서 먹이고 재우며 그녀가 손을 잡고 같이 등하교를 해주기도 했었습니다.
거둔 아이들을 편애하거나, 차별을 하진 않았지만, 가끔 아이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해오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이제는 훌쩍 자라서,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저희,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어요. 저지먼트도 멋있지만 저희는 선생님이 더 좋아요." "가장 아플 때 안아주신 건 선생님 뿐이었어요. 저희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제자로 받아주세요!"
아이들의 나이는 가장 큰 아이가 열일곱이었습니다. 열일곱인 두 아이가 올 해 목화 고등학교에 입학했기에 원한다면 저지먼트에 들어가보렴, 하고 권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저지먼트보다 그녀가 좋다고 했습니다. 아직 열여섯, 열다섯인 아이들도, 그녀에게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차마, 그 작은 손들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내 가르침은, 학교나 커리큘럼보다 어려울 거란다. 견디기 힘들 때도 있을 거야. 그렇다고 봐주거나 하진 않을 거고. 그래도 하겠니?"
조금은 모진 말에 아이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녀를 굳게 잡은 손은 놓지 않았습니다.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고, 곧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너희가 정 그렇다면... 3년의 시간을 주마. 그 때까지 너희가 포기하지 않고, 내가 인정할 만큼 성장하면, 너희 소원을 하나씩 들어줄게." "!!!!!" "네!!!!!"
그 날부터 그녀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은 학업 성취도도 능력도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한 명 한 명 수준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커리큘럼을 진행했습니다.
학교에선 가르쳐주지 않을 지식을, 통상적인 능력 커리큘럼보다 심도 높은 커리큘럼을, 때때로 현장에 대동시키며 세상에 대해서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의 그녀, [파나케이아]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스스로 무엇을 깨닫고 얻어가야 할지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고뇌했습니다. 그녀의 곁에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각자의 능력을 키웠습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 ...단기간 거침없던 [파나케이아]의 행보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차츰 줄어들었다. 이전처럼 세간을 놀라게 할 만한 행적이 없다 뿐이지, 학계에선 꾸준히 논문을 내고 있었다. 다만 그 논문들도 기존의 것을 보완하거나 이전에 비하면 크게 대단치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 수준은 결코 뒤쳐지는 것이 아니어서, [파나케이아]의 명성은 유지되었다.
시간이 흘러 다음 기념 행사가 열릴 즈음이 되자, 이제는 [파나케이아]가 직접 연구 발표나 새 논문 발표를 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이 나왔다. 여러 해 동안 쌓은 업적으로 단순 의료진을 넘어 한 명의 연구원으로서 알음알음 인정 받고 있는데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제자를 여럿 키우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니 더는 행적 만이 아닌 직접 발표회에 서서 세간을 향해 학자로서의 두각을 드러낼 때도 되었다는게 그들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다음 해, 인첨공 25주년. 학계에선 [파나케이아]의 이름이 사라졌다. ]]
"안녕하세요. 안 선생님. 아, 후후! 오랜만이에요. 아버지. 간만에 뵈러갈까 하는데, 언제 시간 되세요?" "윤바보- 살아있냐? 내일 뭐 해? 시간 좀 내지?" "응. 오빠. 나야.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희야랑 같이 보고 싶은데-" "아, 안녕, 언니. 잘 지내고 있어? 응, 별 거 아니고, 조만간 한 번 보고 싶네. 시간 언제 돼?"
25주년을 얼마 앞둔 어느 날. 그녀는 이제 몇 남지 않은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야호- 나 왔어-"
수년이 흘렀는데도 여즉 학생 시절의 싱그러운 모습을 한 그녀는 예쁘게 꾸며진 경조사 초대장이라도 내밀 것 같았지만 그런 경사스런 말 대신, 어쩌면 비보일지 모를 말을 꺼냈다.
"있지, 나 지금처럼 사는게 힘들어져서 말야. 하던 일도 마무리 됐겠다, 이제 조용히 들어가보려고 해. 나름 열심히 굴러봤는데- 나는 이 세상에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네. "
그녀는 앳된 얼굴에 비해 깊이 가라앉은 미소를 지었다.
"살다보면 살아진다는데, 나는 안 되겠어. 나는..."
잔잔한 체념과 무거운 수심이 눈 아래 엷은 그늘로 드러났다.
"...뭐, 들어간대도 사라지는 건 아니고 찾기 어려운 곳으로 이사하는 것 뿐이야.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응, 이제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필요하다면 줄게. 연락처랑 열쇠."
나름 충격 발언을 한 그녀 탓에 한바탕 난리가 있었던가-
"아, 알았어. 알았어. 줄게, 줄 테니까! 아유 참. 대신 유출하면 나 정말로 사라져 버릴 거야. 뼛조각도 못 찾게 한다?"
조금은 섬찟한 당부를 한 그녀는 태오와 희야 그리고 리라에겐 은거지를 안내할 홀로그램 카드키와 전용 연락처를, 승환과 성훈에겐 전용 연락처만을 넘겨주었다.
"사실상 은거라고는 해도, 연락 꼬박꼬박 할 거구, 아예 안 나올 건 아니니까요. 나올 때마다 뵈러 올 게요. 부르실 때도요."
그녀가 전한 소식은 비록 좋은 내용은 아니었으나 어쩌면 있었을지 모를 더 좋지 못 한 미래보다는 나았다.
그 다음 날, 그녀는 홍류에게도 말해주었다.
"이제 너 여기 적응도 다 했겠다- 누나 이제 은퇴하고 조용히 살려고. 누나 없어도 되잖니, 이제."
전날보다는 가벼운 미소로 얘기한 그녀는 사실, 홍류에게는 무엇도 남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저 이제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갈 뿐이니 스스로의 삶을 살라고, 하려 했지만.
"후후. 책임이라. 이만큼 키워줬으면 됐지. 여기서 뭘 더 책임지라는 거니. 아직도 어리광쟁이네. 우리 홍류."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변치 않는 그 모습에 그녀는 결국 홍류에게도 카드키와 전용 연락처를 주었다. 앞서 했던 것과 같은 당부와 함께.
마지막으로 한 사람에게 더 카드키와 연락처를 준 그녀는 사실, 편지를 쓸까 생각했었다.
그래도 알고 지냈던 시간이 있으니 이대로 사라지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
수많은 편지지를 찢고, 구긴 끝에 그녀는 끝내 한 장도 쓰지 못 했다.
무수한 편지지의 잔해 속에서 그녀는 생각했다.
편지를 쓸 수 있었다면, 은거를 택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하루가...
그녀에게 제자를 청했던 아이들은 3년 후, 단 한 명의 낙오도 없이 그녀와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두 사람은 뛰어난 잠재력으로 레벨 5를 달성했고 한 아이는 의료 연구계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두 아이는 각각 정신과 심리 치료계의 소질을 일찌감치부터 키워냈습니다.
"정말, 너무 잘 했어. 얘들아. 다 같이 여기까지 와서, 정말 기쁘단다."
그녀는 아이들을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 깊이, 진심으로 칭찬했습니다. 분명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따라와 준 아이들이 무엇보다 대견했습니다.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그 옛날의 약속을 꺼내었습니다.
"저희야말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웠어요. 배운 것도 정말 많구요." "맞아요. 사실 선생님이 제일 잘 가르쳐 주셨어요. 선생님 아니면 저희 이만큼 못 배웠을 거에요." "정말 감사해요. 쌤, 그럼 이제- 저희랑 했던 약속, 지키셔야죠?"
그녀는 아이들을 보며 과거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3년 후, 그녀가 인정할 만큼 성장하면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겠다던 약속.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칠 만큼 성장해 있었습니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들은 기쁘게 웃으며 각자의 소원을 말했습니다.
"저 정장 해주세요! 쌤이 같이 가서 골라주세요!" "저는 새 노트북이랑 태블릿이랑-" "저! 전 친구들이랑 놀러가게 누리랜드 티켓 열 장이요! 리조트 1박도 포함으로요!" "저어는 새 책상이랑 의자랑, 책꽂이랑, 으응, 침대도 새로 해주면 안 되요?"
각자 소원을 말하는 와중에 한 아이만이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녀는 잠시 모두를 조용하게 한 다음, 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네 소원은 뭐니?" "저는..."
그 아이는 아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예쁜 미소를 지었습니다.
"선생님의 이명을 받고 싶어요."
레벨 5를 달성한 후에도 이명을 정하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원하는 이명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겠다고 했었습니다만 그게 이 때를 위해서였구나,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그래. 그게 네 소원이라면. 모두의 소원도 들어줄게. 가자. 누구부터 해줘야 하나-" "앗! 그럼 저부터!" "에엥- 가구점부터 가요-" "그냥 쇼핑센터 가면 되지 않아?" "아 그러게?" "형은 진짜 똑똑한지 바보인지 모르겠어." "맞아 맞아." "뭐 임마!"
티격태격하는 남자아이들을 두고 그녀는 여자아이들과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뒤늦게 따라오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모두가 웃었습니다.
그 뒤, 그녀는 한 달에 걸쳐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었습니다. 한 명, 한 명, 시간을 들여 가장 좋은 것으로,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물을 받은 아이는 그녀의 이명을 원한 아이였습니다. 담당 연구원과 당사자의 동의 하에, 이명 [파나케이아]는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다만, 나와 혼동이 올 수 있으니, [파나키아]로 하자꾸나." "음... 네, 사실 저도 예상은 했으니까요. 그래도 선생님의 이명인 건 변하지 않으니까 좋아요."
정식으로 이명을 넘겨 준 그 날, 그녀의 이명 또한 새로이 등록되었습니다. 바뀐 이명을 따라 그녀의 이명으로 된 기록 또한 새 이명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뒤로도 그녀는 아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연구소와 센터도 더 돌보았고, 홍류에게도 더 많은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시간은 유한하기에, 그리고 그녀 역시 유한하기 때문에.
느릿하게나마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습니다. 어느덧... 그 날까지.
[[ ...25주년, 다시금 맞이한 기념행사의 날. 그 사이 인첨공의 분위기는 얼마나, 어떻게 변했고, 사람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어쩌면 대단하거나 큰 변화는 없었을 지도 모르고 변화 자체가 보이지 않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방면에서 이전과 같지 않고자 노력한 사람들은 분명 있었을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변화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었다.
이번 기념행사에서도 [백륜]은 자체적으로 화이트 셀과 블랙 셀을 행사에 투입했다. 각기 새로운 리더를 맞이한 두 팀은, 새 리더들의 지시 하에 행사장을 방문한 일반인들과 행사 부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도왔다.
또한 [영락]에서도 행사장 공간 일부를 빌려 자체적인 능력과 시설로 작은 놀이터 같은 부스를 열어 사람들을 맞이했다. 다른 날에는 시간을 정해놓고 소규모 연주회를 열며 방문객들의 휴식처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연주회 중에서도 한 첼리스트의 감미로운 첼로 선율은 특히 방문객들의 호평이 자자했다.
한편, 매 행사 때마다 열리는 각 학계 발표회 중, 의학계에는 자그마한 소식이 하나 퍼졌다. 이번 발표회에서 학자로서 나오리라 예상했던 [파나케이아]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소식이었다. 공식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명의 교체와 행적의 중단으로 미루어보아 은퇴했으리란 추측이 돌았다. 그렇다면 교체된 이명을 받은 이가 그 뒤를 이었는가 했으나, 그것 또한 아니라 하여, 학계에선 아까운 인재 한 명이 일찍이 저물었다는 말로 끝을 지었다.
화려한 조명은 모두 잠들었고, 거리를 채우던 환성은 침묵으로 바뀌었습니다. 끝없이 흩날리던 꽃잎과 컨페티는 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무수한 걸음과 인파가 오가던 거리는 은은한 달빛 만이 거리에 오브젝트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정적으로 그려진 인첨공의 거리를 두 사람의 그림자가, 조용히 걸어갑니다.
"길었네요-" "그러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니, 더는 아쉬운 소리도 없으려나요." "그렇겠지. 벌써 10년이야. 인첨공에서는 능력과 기술의 판도가 세 번은 바뀌고도 남는 시간이지. 사람 마음이라고 다를까." "하긴. 아, 저 말이죠. 하나 의외였던게 있었네요." "뭔데?" "당신이 도중에 도망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 밖이었어요." "결국 도망쳤으니 피장파장이야." "도중이냐 아니냐는 하늘과 땅 차이지요." "같은 결과라면 과정은 의미가 없어." "정말이지, 당신과는 끝까지 의견 한 톨이 맞지를 않네요." "피차일반이야."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두 그림자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어두운 거리를 울립니다.
"대답은 예상되지만, 그래도 물어볼까요." "뭔데." "앞으로 어쩔 생각인가요?" "뭘?" "뭐든지요." "아무 생각도 없어." "역시나네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괜찮고 아니고가 있을까. 그런 거 생각할 거 였으면, 그 때 그런 부탁 안 했어." "흐음-"
미적지근한 밤바람이 희게 바랜 머리카락을 흩뜨립니다. 하얀 머리칼 살며시 넘겨진 가는 어깨 위로, 검은 정장 재킷이 덮였습니다.
"조금 더 알리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뭐하러." "...은 그렇다 쳐도,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까요." "그 애들은 나와 달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그 애들을 위한 거야." "그래도, 가끔 소식을 전하는 정도는 괜찮겠지요." "...그 애들에게만, 이라면."
마른 손 끝에 걸린 유리구두에 달빛이 비쳐 사방으로 번집니다. 바람결에 떠오른 실크 드레스 자락이, 지느러미 같은 그림자를 그려내었습니다.
"가족들 외엔 다 외면하고 일만 하더니, 겨우 일을 내려놓는 결과가 이것이라." "내게 가족과 일 말고 뭐가 있었겠어." "있을 수 있었지만, 이겠죠." "뼈 때리지 말지?" "그럼, 지금이라도 결심을 바꿀 생각은 없나요." "...왜?" "그냥요. 음, 클리셰랄까." "글쎄..."
하이얀 얼굴이 턱을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검푸른 하늘은 별들이 반짝이지만 심해빛 눈동자엔 한 조각의 반짝임도 없었습니다.
"바꾼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 "이제와, 결심을 바꾼들, 그 자리, 그 역할, 그 모습으로 돌아갈 뿐인 것을." "......" "돌아간들, 지난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 것을..." "......"
곧 꺼질 듯 아스라한 목소리엔 씁쓸함이 담겼습니다. 메마른 목소리처럼, 깊이 내린 눈매 역시 건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