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소멸된 뿌리와 멈춰진 소음. 한양은 방금 전의 상황에서 침착함을 찾기 위해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담배갑에는 이제 마지막 한 대의 담배가 남았고, 한양은 얌전히 담배갑을 닫으며 중얼거린다.
" 돗대는 이 싸움이 끝나고.. "
한양은 담배연기를 뱉으며 코어에게 반박하기 시작한다.
"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지. 너는 눈 없어? 귀 없어? 지금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가졌잖아. 우리들도 망할 소음에서 벗어났고 말이야. 봤지? 어떤지.. 그냥 너는 부정하고 싶을 뿐이야. "
" 너가 말한 고작 그 3일짜리 희망도 붙잡고 늘어지는 이유가 뭔지는 아냐? 그 3일 동안이라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어서야. 아, 이제 너 교육하기도 입 아프다. 이걸로 나는 말 끝낼게. 방금처럼 귀 닫고 부정하지 말고 똑똑히 들어라. "
" 정말로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면 지금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됐지, 이 친구야. "
한양은 코어가 부패의 바람을 날리는 것을 보고, 두 손을 모으고 무언가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유니온과 은우에게 말한다.
" 유니온, 너도 거들어. 지금부터 저 바람을 전부 저 바보의 중심으로 모이게 한다. 너 컴프레스볼 말고도 다른 바람도 만능이잖아. "
서한양의 몸에서는 하늘색 섬광이 빛나기 시작했다. 염동력으로 부패의 바람이 있는 공간과 공기의 흐름을 조정해서 바람이 코어의 중심으로 모이게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바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유니온에게 더 원활한 전개를 위해 거들라고 한 것이었다. 은우는... 뿌리제거를 맡았으니깐..
" 자자, 어서. 컴프레스 볼, 컴프레스 볼! "
이와 동시에 코어가 사용한 에어로 슈터의 바람을 한양의 염동력과 결합하여 공기의 밀도를 극도로 압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레벨 6 수준의 이치를 비트는 존재니, 유니온의 컴프레스 볼도 같이 전개되어야 더 원활하게 부식에너지가 담긴 공기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작업 예약 기능은 제대로 입력됐을까? 서연은 그걸 가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러나 사천만은 입력된 대로 움직였고, 다행히도 뿌리에 드릴질을 한 모양이었다. 혜우의 능력 덕분에 통증이 조금은 가시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서연이었다. 정신이 들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선배. 선배는 괜찮나? 이거 캐퍼시티 다운이랑은 다른 모양이던데. 돌아본 순간 도로 정신이 나갈 거 같았다. 어쩔 줄 모르고 고통에 구른 선배. 그걸 뻔히 보면서도 드릴이 뿌리에 타격을 주길 기도메타로 바라는 거 말곤 아무것도 못하는 나. 이 상황이 싫고 서럽고 지겨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 망할 뿌리가 물러났다는 거. 그리고 하늘의 모니터에서 뻗어 나오는 외침. 다시 패닉에 빠져도 무리가 아닐 상황인데도, 다들 힘을 내 주고 있다. 선배는 나아졌을까? 그래야 할 텐데...
한편 은우 선배는 나무뿌리가 다시 이쪽을 공격하지 않게끔 무한정 부술 작정인 모양이었다. 여전히 머리는 아프지만, 아프고 어지러워 구역질이 나지만, 상황을 파악하고자 억지로 억지로 굴려 본다. 바깥의 괴물이 다 없어져야 결계인지 뭔지가 풀린댔는데 바깥의 괴물은 늘어나 버렸다. 그러니 당장은 암만 애써도 시커먼 유나라를 제압할 수 없을 거다. 그 전에 시커먼 유나라가 당장 여기다 레이저를 쏴도 이상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인데도 이러고 있는 원인이 뭘까?
하던 중 시커먼 유나라가 반발했다. 뭔가 잡힐 듯 말 듯 흐리멍텅하다. 이 두통만 어떻게 가셔도 좀 더 좋은 생각이.......... 아닌가? 지금 이 발상은 명예로운 죽음이려나? 원래도 나 머리는 안 좋잖아.
다만 살고 싶었다는 말만은 제대로 박힌다. 지금 내가 죽기 싫어서 발악하고 있듯이, 저 존재를 이룬 죽은 자(???)도 생전에 살고 싶어서 아등바등했나 보다. 차이라면 저들은 그 소망이 이미 좌절되었고, 난 좌절될 위기라는 거려나. 그래서인지 두서 없는 말이 입 밖으로 줄줄 새어 나와 버렸다.
" 지금 내가 죽기 싫고 이 상황이 끔찍한 만큼 " " 너, 아니, 당신들이라고 해야 할까? " " 당신들도 죽기 싫고 무섭고 끔찍했겠지. " " 공포스럽고 억울하고... " " 나는 당신들이 아니라 온전히 공감은 못 하지만 " " 상상은 될 거 같다... " " 그래서 든 망상인데 " " 여기 있는 우리를 " " 좀 전에 삭제한 사람들처럼 바로 삭제하지 않고 " "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게 " " 혹시 들어줄 상대가 필요해서야? " " 누구한테든 얘기하고 싶어서? "
그렇게 지껄이던 중 시커먼 안개가 날아오는가 싶더니 곳곳에서 바람이 불어닥쳤다. 이건 또 뭐야 뭐야? 지레 질렸다가 사천만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고자 했다. 저 안개며 뭔지 모를 것들이 우릴 따라가도록 유도되었다면, 땅속에 퍼져 있을 나무 뿌리에 닿도록 유인해 볼 작정이었다.
청윤은 바람이 오는 방향을 정확하게 읽었습니다. 그 바람의 방향에 벽을 세워달라는 요청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니온은 바로 손으로 탁 신호를 줬습니다. 땅바닥이 그대로 들어올려지며, 청윤이 말한 방향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을 막아냈습니다. 콘크리트 벽에 금이 강하게 갈 정도면, 저 바람이 모두에게 제대로 명중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그대로 즉사했을지도 모릅니다. 몸이 산산조각나서 말이죠.
그리고 그 타이밍에 태진이 드디어 모습을 보였습니다. 벽 하나를 깨부숴버리는 그의 모습은 얼마나 든든하게 보였을까요? 하지만 벽면 파편을 코어에게 집어던진 것은 좋았으나 코어 주변에 있는 검붉은 결계가 코어를 뚫진 못했습니다. 이어 태진은 콘크리트 파편을 부채처럼 휘둘러 안개가 자신 쪽으로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어 한양은 안개를 한 곳에 모이게 했고, 유니온에게 공기를 압축할 것을 오구했습니다. 유니온은 한양이 요구한 지시사항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그리고 세은 역시 그 힘에 자신의 힘을 추가해서 안개가 담겨있는 검은색 압축 구체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어 한양은 그 공기코어를 코어쪽으로 던졌습니다. 물론 결계 때문에 타격이 들어가진 않았으나, 그 근방이 썩어들어가다 못해 소멸하는 모습이 확실히 보였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일부 뭉쳐지지 못한 안개가 다른 이들을 스쳐지나가려고 했으나 혜우의 능력이 그것을 막아섰습니다. 닿자마자 썩어들어가는 피부는 이내 혜우가 단번에 회복했습니다. 물론 안개가 어느 정도 사라져서 약해진 상태였기에 가능했지만... 그럼에도 고통을 무시할 정도는 되었을 것입니다. 다 나아가 서연은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일부 안개를 땅 속으로 유인했습니다. 그리고 나무 뿌리에 닿게 했습니다. 자연히 닿은 나무 뿌리는 썩다 못해 소멸하는 모습이 서연의 눈에도 보였을 것입니다.
-몇 번을 해도 소용없는 짓을 하긴. -왜 얘기를 하고 있냐고? -글쎄. 너희들이 정말로 역겹기 짝이 없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고, 너희들의 눈에서 희망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싶어서 그런걸지도 모르지. -바라는대로 해줄까?
이내 코어의 몸에서 검붉은 빛이 감돌았습니다. 이어 여기저기의 공간이 찢겨졌고, 그곳에서 검붉은 기운이 모였습니다. 이어 지면을 향해 레이저를 무차별적으로 쏘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근방의 공간이 일부 사이버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붉은색 피로 이뤄진 채찍이 땅을 흐르며 레이저를 차단하듯 받아쳤습니다. 주변 여기저기의 파편이 떠올라 찢겨진 공간의 입구를 막으려고 했고, 아직 꿈틀거리는 나무 뿌리를 뜨거운 레이저가 활활 태웠습니다. 더 나아가 울부짖는 푸른 물로 이뤄진 용이 레이저를 집어삼켰고 이내 상쇄시켰습니다.
위를 바라보면, 이제야 도착한 퍼스트클래스 남은 인원의 모습이 보였을 것입니다. 상황은 조금 더 이쪽으로 유리해지지 않았을까요?
"칫. 아주 구석진 곳에 처박혀있었구만! 어?! 여기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네?! 어린애처럼 생겨선!" "...위는 너무 걱정하지 마. ...아직, 절망하지 않았어." "이 아저씨의 부하들도 꽤 열심히 일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아마 쉽게 쓰러지진 않을거야. 조금씩, 조금씩 몰아붙이는 중이야." "후훗. 저도 밖에서 도와줄까 했지만 메인 스테이지가 좀 더 멋지잖아요?" "에어버스터도 열심히 하는데... 나라고 가만히 구경만 할 순 없잖아!"
어디 그뿐일까요? 모니터 밖의 사람들은 더욱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소멸하는 이들도 하나둘 생겼지만,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부축하고, 더 나아가 함께 힘을 합치며 '피할 수 없는 재앙'에 맞서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검붉은 결계가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
코어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이런 방법으로는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를 증오하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정말로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해도... 너희들은 아무렇지 않게 서 있을 수 있을까? -기대되네. 말했지? 절망시키고 증오와 혐오로 이뤄진 인간의 본성을 끌어내는 것은 아주 쉽다고 말이야.
이내 코어는 키득키득 웃으며 검붉은 빛을 여기저기로 방출했습니다. 그 빛은 이내 모든 것을 감쌌습니다.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추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시야가 하얗게 변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다시 눈을 떠봐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소멸한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
그 순간 나무 뿌리를 은우가 받아치지 못했습니다. 나무 뿌리에 맞고 그는 벽에 제대로 충돌했습니다.
"오빠?! 괜찮아?!"
어느 순간 세은의 모습은 은우의 모습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붕 떠오르던 파편은 다시 가라앉고, 나무 뿌리를 태우던 불꽃은 사라졌으며, 사이버 공간 역시 사라졌습니다. 모니터 속의 사람이 사용하던 능력 역시 순식간에 소멸하듯 사라졌습니다.
-...어쩔래? 이래도 계속 할거니? -...아니면 너희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포기할래?
초능력이... 더 나아가 연산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나라도, 유니온도, 다른 퍼스트클래스들도 모두 당황했는지 아무런 말도 못했습니다. 그저 유니온만 혀를 차며 키득키득 웃을 뿐이었습니다.
"...끝이네. 이거. 여기까지 와서... 결국 미래가 바뀌지 않잖아."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나라면, 나라면 알잖아! 지금 이 모습이야말로... 그토록 부정하던 것을 부정하는 근거라는 것을... 그렇잖아! 네가 정말로 나라면!"
-'나'니까 아는 거야. -...결국 무력한 상황이 되는 순간, 사람들의 본성이 나오고 배신하고 증오하고 혐오한다는 것을. -여기에 있는 이들이라도 다르진 않아. -가만히 지켜봐. 아무 것도 못하는 절망으로 바뀌어가는 순간을.
/ 오퍼레이션 재머(Operation Jammer) 연산저해. 상대방의 능력연산을 방해한다. 참고로 이 능력을 토대로 초능력자를 저지하는 기구가 개발되었으며, 과거에는 인첨공 내부에서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능력이었지만 요즘은 조금 드문 듯 하다. 능력의 발산은 특정 타겟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전방위로 사출할 수도 있다. 본인 이하의 능력계수를 가진 사람들을 무능력자로 만든다. 무능력자에게는 당연히 아무런 효과도 없다. 자신보다 능력계수가 높은 사람에게는 써봤자 털릴 뿐이다.
능력이 사용되지 않는다. 편히 내 몸처럼 써오던 것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순 당황한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당황하고 말 것이다. 무릎을 굽히고 몸을 낮춘다. 고개를 숙인다.
누가 보아도 절망하여 몸에서 힘을 푼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지만, 금세 그 손이 바닥에 떨어진 쇠파이프를 붙잡는다. 파이프를 지팡이 삼아 바닥을 짚으며 일어선다. 긴 파이프를 바닥에 끌며 앞으로 걷는다.
"그래서... 뭘 어쨌다는건데."
어찌보면 그리울 정도의 느낌이다. 그 어떠한 연산도 없이 오직 손에 든 무기와 주먹만으로 맞서는 이 느낌. 적이 그 어떤 능력자든, 어떤 덩치를 가졌든 맞서는 이 기분은 꽤나 오랜만이다. 땅에 소리를 내며 끌리던 파이프 끝이 조금씩 들린다. 걸어가는 걸음에도 속도가 붙는다.
그게 뭐 어쨌다는건데. 능력이 있든 어떻든.
"3년도 넘게 이 거지같은 동네에서 무능력자로 굴러왔다. 이제와서 뭘 어쩐다고 해서... 바로 '네, 망했습니다.' 하고 꿇어줄 성 싶겠냐!"
앞으로 내딛는 걸음이 점점 더 빨라진다. 어느새, 경보 수준이 아니라 돌진이 되어가고 있다. 쇠파이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며 힘줄이 튀어나온다. 상식을 벗어난 동작과 힘이 아닌, 그저 평범한 일반인 정도의 속도. 이런걸로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엎드려 있어줄 성미는 아니다.
"죽을 준비는 되어 있겠지!"
노성을 내지르면서, 힘을 줘서 양손으로 쇠파이프를 큰 궤적으로 휘두른다. 오랜만이구만, 여러가지 의미로!
부패의 바람은 여러 사람들의 힘으로 대부분 수습되었고 덕분에 남은 부패의 영향은 그녀의 능력으로도 커버 가능했다.
아픔을 느끼는 것보다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여 누구도 쉬이 쓰러지지 않게 하였다.
그 사이 합류한 나머지 퍼스트 클래스 덕분에 전황은 이제 곧 뒤집힐 것 같았으나...
"...이런."
일순간, 그녀는 연산이 막힘을 감지했다, 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되었고 그 와중에, 나무 뿌리에 맞아 날아가는 최은우를 보았다. 그녀는 재빠르게 벽으로 충돌한 최은우에게 가서 능력이 아닌, 의학적 처치를 시도하려 했다. 다행히 약과 도구는 모두 가지고 있었다.
회복제와 진통제를 주사하고 충돌로 인한 골절 혹은 외상을 확인하고 위험해 보이는 곳엔 부목을 대어 붕대로 감아주고-
순수한 의학적 처치를 해준 후 그녀는 돌아섰다. 검은 유나라를 향해.
"너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구나. 네가 그동안 접하고 봐온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하고 담담했다. 그녀의 시선은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네 의의가 사실은 틀렸다는 걸,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이제 와서 직시하기가 무서운 거구나.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울 시간 동안, 너 혼자만이 그 안에서 괴로웠을테니. 어쩌면 너는 이 곳의 네가 미운 걸 지도 모르겠다. 너는 그토록 고통받고, 힘들고, 아팠는데, 단지 한 순간, 분기점이 달랐을 뿐인 이 곳의 너는 너와 다르니까."
그녀는 쓴 웃음을 지었다.
"너는, 사람들이 널 버렸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아. 너 자신을 버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야. 그리고 그런 너를 다시 구하고자 하는 것도 너 자신이란다."
그녀는 검은 유나라를 향해 몇 걸음 다가갔다. 빈 손이었고, 빈 몸이었다.
"누구나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할 수 있어. 너도 그래. 너를 그렇게 몰아간 이들에게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누군가는 널 구하고 싶어하는 것 또한 사실이야. 현실이고 진실이야. 네가 정녕 네 의의를 관철하고 싶다면, 정면으로 맞서렴. 여기 있는 모두에게, 그리고 너 자신에게."
도박이라는 말도 과분할 미친 짓이었다. 땅굴을 파는 속도가 바람에 따라잡히지 않으리라 기대하다니.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서 사천만이 썩을지도 모르겠다 각오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맹활약해 준 덕일까. 서연을 쫓아온 것들은 기세가 처음만 못했고, 서연은 의도한 대로 수상쩍은 바람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 직후 썩는가 싶더니 가루로 바스러져 흩어지는 나무 뿌리를 보고 오싹해진 건 덤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사념은 자꾸 머릿속에 닿았다. 역겹다, 이건 직관적으로 알아먹겠다. 자긴 살해당해서 원통한데 살해당하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상대를 보면 빡칠 수 있지. 근데 희망이 사라지는 걸 보고 싶다? 건 왜? 여깄는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라서? 자기한테 동조하지 않으면 속이 안 시원해서? 그게 자기 입장을 누구에게든 인정받고픈 욕구는 아닐까?
그런 의문이 스칠 찰나 섬뜩한 사념과 함께, 땅 위에서 뭔가 일어나는 듯한 오싹함이 닥쳤다. 그 망할 레이저 쏴 버린 거 아냐?!?! 앞뒤 가릴 정신 없이 땅 위로 올라왔을 땐, 사이버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퍼클들이 레이저를 막아 준 거 같다. 아이고, 심장이야............. 하늘 위의 모니터에서도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이 (차마 보기 힘든, 다치고 죽는 모습들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시커먼 유나라가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키득거렸다. 그 직후 번쩍인 검붉은 빛. 시야가 돌아왔을 땐 사이버 공간이 사라진 뒤였다. 은우 선배는 벽에 내던져졌고 세은이도 은우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초능력이... 사라졌다?? 그럼 사이코메트리도 못 쓰겠네.
얼떨떨하고 오싹한데 왠지 모르게 차분해지는 것도 같았다. 어차피 사이코메트리는 이런 상황엔 쓸모없다. 정확히는 내가 써먹을 재주가 없는 거지만. 내가 저지먼트 활동을 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원인이 그거잖아. 게다가 저 바깥의 괴물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도 능력의 강함이 아니라 쪽수였다. 하여 서연은 하늘의 모니터를 올려다보며 목청을 높였다.
" 여러분, 괴물 잡는 방법 기억하시죠!? " " 50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면 막을 수 있고 " " 그 50명은 퍼클이든 0렙이든 상관없다고 한 거요!! " " 우린 다 0렙이 됐지만, 인원수가 줄어들진 않았어요!!! " " 그니까 계속 해 보자고요!!! " " 지금 가만있다간 백퍼 죽지만 " " 뭐라도 하면 안 죽을 가능성이 쬐끔은 생길 거잖아요!!!! "
하면서 빠져나왔던 땅굴로 다시 들어갔다. 아까 안갠지 바람인지에 뿌리가 일부 소멸되었으니 그 틈에 드릴을 박아다가 나무로 들어가 볼 테다!!!!
>>407 앗 아앗 태진 선배 (댕)싸움 모드로 들어갔다!! 인첨공에 온 뒤 숱하게 싸웠던 가락 나오나요 @ㅁ@
>>408 >>"여기서 내가 제일 강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09 앗 아앗 보고 계셨네요오오오오 >< 안녕하세요!!!! 능력은 왼손입니까? ㅎㅎㅎㅎㅎ
>>410 아 ㅋㅋㅋㅋ 캐퍼시티 다운 녹음본, 오랜만에 접하네요. 저거 유니온 분신한텐 안 통했는데 여기 보스한텐 통할라나요 >>417 악 아악 아아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픕니다아아아악... 한양 선배 전투 끝나면 박살난 차 앞에서 마지막 담배 피울 거 같아요...
>>414 아 청윤이... 머리 맞아서 피 흘리면서도 불량배 잡고서야 기절했던가요? 그래서 피도 눈물도 없다는 오해를 샀었댔고(아련)
안타까지만 한양이 사용한 캐퍼시티 다운의 녹음본은 조금도 타격을 주지 못했습니다. 유니온에게 준 패러사이트도 딱히 효력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소용없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태진은 쇠파이프를 들고 큰 궤적으로 휘둘러서 검붉은 결계를 내리쳤습니다. 물론 결계는 깨지지 않았지만, 코어는 태진을 바라보며 당황하는 눈빛을 보였습니다. 철현의 파워슈트의 클로가 검붉은 결계에 충돌했습니다. 물론 결계는 깨지지 않았지만, 코어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습니다. 청윤은 삼각봉을 들고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당연히 결계는 깨지지 않았지만, 코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꽉 감았습니다. 혜우는 은우에게 응급치료를 한 후, 코어를 바라보며 설득하듯이 말을 걸었습니다. 물론 결계가 있어서 다가가진 못했지만, 코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파르르 떨었습니다. 이어 혜우가 나라의 어깨를 토닥여주자 나라는 가만히 침을 삼키고 코어를 바라봤습니다. 역시 뭔가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어째서...어째서 절망하지 않는거야. -초능력이 막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왜!!
그 순간 서연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모니터 속의 사람들은 크게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어 굳은 표정을 짓고 다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괴물과 맞서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어차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죽어! 뭐라도 해보자!" "그 쇠파이프 이리 내! 내가 쓸테니까!" "화염병 만들어! 화염병! 내가 이래보여도 젊은 시절엔 시위 황제였어!" "5년 전에 우리를 구해준 이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도 이 악물고 싸우자!!"
돌멩이를 들고, 쇠파이프를 들고, 화염병을 던지고, 차를 타고 돌진하며 그들은 괴물과 싸웠습니다.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뭐야. 뭐인거야. 대체 너희들은 뭐인거야!! -...왜...왜...왜... -'내'가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는 없었던거야... -인정 못해. 인정 못해. 인정 못해...
"미안한데 여기에 있는 이들 다 한번씩은 한 말이야." "...뭐, 애송이들이 하는 말이라서 굉장히 자존심은 상했지만 말이지. 칫."
이어 웨이버와 디스트로이어가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네요. 생각해보면 모두가 그렇게 말을 했었지요.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맞섰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힘들어도, 절대로 절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맞섰습니다. 그렇기에 5년 전에 인첨공을 구했던 것이 가능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력은 아직 이곳에 남아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절망하지 않았으니까요.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그 순간입니다. 약해지던 검붉은 결계가 깨졌습니다. 능력도 해제된 것일까요? 다시 한번 모두가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덧붙여서 서연은 나무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나무 안은 드릴로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단단했기에 안에 침투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무엇이냐고, 왜 자신이 절망하던 그 때에는 없었느냐고. 인지부조화에 섞인 절규가 들려온다. 결계가 깨지고 코어가 드러난다. 이제, 막을 수 있겠지.
휘두르던 쇠파이프를 어깨에 걸친 채로, 코어릉 향해 걸어간다.
"평범한 선도부... 아니, 전 선도부인가."
벌써 시간이 꽤나 지났군. 우리가 저지먼트라고 밝혀왔던 시간으로부터. 그땐 그랬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몸은 움직인다. 하여간 사람 귀찮게 하고 있어.
"그리고, 다 늦고 이제서야 오기는 했지만..."
이건 또 평소에 자주 하던 말을 여기서도 하게 될줄은 몰랐다. 졸업도 하고 나서, 그나마 번듯...한지 어떤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자리잡은 곳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이게 아니었을까. 현장에 오고서 거의 빠지지 않고 하는 말 한마디.
"이제라도 왔잖아."
그리 말을 하며, 파이프를 꽉 틀어쥔다. 역시, 이게 빠지면 허전하지.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붉은 기운이 몸을 가득 채우는 듯 하다. 팔에서부터 뻗어져 나온 기운은 손에 들고 있는 투박한 무기마저 감싸고 있다. 인검일체의 경지같은건 아니다. 뭐 대단한 기교 같은건 더더욱 아니다.
내가 가장 잘 하고, 언제나 해오고 있는 것. 단 하나. 온 힘을 다해서... 때려눕힌다. 결국 거르고 걸러서 그것 뿐!
" 글쎄... 내가 말했잖아. 우리는 이미 절망에 빠진 상태라고. 하지만 그 절망 안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움직여서 희망이라는 단맛을 혀끝으로라도 보고, 그 짧은 맛을 가슴에 담아두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인간이야. "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 코어에게 덤덤히 말하기 시작한다.
" 만약 우리랑 같이 있었던 너라면 너도 달라졌겠지. 그건 안타까운 일이야. 하지만 그것이 너가 이 세상을 파괴할 이유는 안 돼. 특히나 너를 바꿀 수 있었던 우리가 있는 지금의 세상을 파괴하는 건.. 그저 화풀이에 불과해. "
결계는 깨지고,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코어. 한양은 나라를 보호하듯이 앞에 서고는 웃으며 말했다.
" 이제.. 저 녀석은 이성을 잃어서 너를 흡수하려고 할 거야. 내가 예상되는 녀석의 다음 카드가 바로 너를 흡수하는 거거든. "
코어에게 데미지는 누구나 입힐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양은 혹시나 뿌리들이 나라를 잡아서 흡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염동력으로 뿌리를 요격하고 잘라내며 견제하려고 했었다.
" 나라야,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어. 혹여나 너도 절망에 빠졌다면, 벗어나길 바란다. 사람은 말이야. 누구든지 변할 수 있어. 하지만 혼자서는 변하지 못하거든.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변하고 강해질 수 있단다. 그것이 도움이든 죄에 대한 심판이든 말이야. 나는 우리 나라가 자신감을 가지고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 "
" 선생님 포함해서 주변에 너를 믿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잖냐. 그러니깐 선생님이 말해주는 다음 작전, 자신있게 수행한다고 믿어. "
" 저 녀석은 결국 50명의 사람이 증오를 품지 않고 타격해야 소멸시킬 수 있어. 하지만 여기는 아직 50명도 안 됐네? 해결법으로는 여기에 50명의 사람들을 들이는 거야. 어떻게? 너의 디멘션 오프너로 말이야. 너가 저 코어가 만들어둔 화면을 이용해서 차원을 전개하고, 즉석으로 시민들을 이곳으로 들인다.. 이해됐지? "
" 아직은 때가 아니야. 선생님은 나라가 흡수되지 않게 뿌리들을 견제할 테니, 나라 너는 저 차원을 열 수 있는 타이밍이 되면 알려줘. 차원에 대한 건 나보다 너가 훨씬 잘 아니깐. 선생님도 염동력으로 너의 능력전개에 힘을 실어줄게. "
외침이 바깥의 사람들에게 닿았는지까지는 확인 못 했다. 나무를 뚫어 보려고 땅 파고 들어가기도 바빴으니. 그러나 막상 드릴을 갖다대도 뿌리는 끄떡도 안 했다. 이런 게 아까 그 안갠지 바람인지에는 잿더미(??)가 됐단 말야? 그거 맞았음 사천만이랑 내가 가루가 됐겠네;;;;;;;;;; 고열로 지져라도 봐야 하나?
그때 시커먼 유나라의 당황한 듯한 사념이 와닿았다. 그렇다는 건, 다들 애쓰고 있고 그게 유효하게 먹히고 있단 거겠네?? 뻘짓해 버렸는데 다행이다. 그나저나 나무한테 뭣도 안 먹히면 시커먼 유나라를 공격해야 하나? 부랴부랴 사천만을 땅 위로 이동시킨 서연이었다. 그렇게 도착했을 땐 아까 새봄이의 슈가포와 사천만의 폭탄을 꿀꺽 삼켰던(??) 검붉은 결계가 사라져 있었다. 결계 없애려면 분신을 다 잡아야 한댔는데. 그럼 다 잡았단 거야? 바깥 사람들 쩐다!!!
아, 이대로 있을 때가 아니지. 서연은 사천만을 조종해 시커먼 유나라에게로 다가가고자 했다.
"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 " 난 뭐냐면, 죽기 싫은 사람 " " 아까도 말했잖아. 당장 죽긴 싫으니 싸운다고 "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면 바위 분쇄용 고열을 내뿜고자 했을 것이다. 저 나무가 무식하게 단단하긴 해도 그래도 나무니까, 나무에서 나온 존재면 불이나 열에 약하지 않을까 하는 행복회로였다.
" 당신들도 그랬겠지. " " 지금의 나보다 더 간절하면 간절했지 덜 간절하진 않았겠지 " " 근데도 살해당해서 억울했고 지금도 억울하겠지 " " 그 점에서 당신들과 내 차이는 순전히 운일 거야... "
난 차일드 에러가 되지도 않았고, 인첨공에 와서도 성실하게 선 잘 지키는 연구원이 배정됐고, 선배나 저지먼트 부원 외에도 좋은 사람들만 고루 만났다. 그런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나 역시 소모품으로 쓰이다 살해당해서 저쪽의 일원이 됐을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당신들의 불운은 유감이지만...
" 그런 의미에서 나도 당신들을 저버린 사람들 중 하나일 거야. " " 지금 이 순간, 내가 살기 위해 당신들을 공격하고 있으니까 "
결계가 박살났고, 모두가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 더 이상 무서울 것이 뭐가 있을까요? 태진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쇠파이프를 크게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그 공격은 코어에 제대로 명중했습니다. 철현은 에너지를 분출하며 빠르게 돌진해서 클로로 공격했고 코어에 명중했습니다. 서연은 사천만을 이용해 고열을 내뿜으며 코어에게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아까전처럼 저항하지 못하고 큰 비명소리와 함께 코어는 그대로 물러났습니다. 물론 상처는 어떻게든 회복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속도가 상당히 느렸습니다.
"...뭘 하려는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겠어."
이어 유니온은 혜우의 등에 날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혜우는 나라에게 그렇게 이야기했고 나라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습니다. 이어 그녀는 코어의 뒤로 간 후, 뒤로 넘어지려고 하는 코어를 받아줬습니다.
-뭐야...대체 뭐인거야...
한편 한양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땅을 타고 흐르는 뿌리는 그대로 나라를 마지막으로 집어삼킬 것처럼, 꿈틀거렸습니다. 그는 차원을 열어 50명의 사람들을 불러와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한양은 뿌리를 노려서 공격했고 천천히 일어난 은우 역시 뿌리를 공격했습니다.
"멋진 모습을 너희들에게만 차지하게 할 순 없지. 괜찮아. 난 괜찮아!" "오빠야말로 이런 상황에 나서는 것은 비겁한 거 아니야?"
세은은 다시 은우의 피를 마시고 은우의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이어 남매는 공기를 압축한 후, 그 구체를 터트리며 뿌리를 공격했습니다. 이어 다른 퍼스트클래스 역시 각각 움직이며 뿌리를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조용히 공간을 열었습니다. 그건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상황을 보고 있었던 이들은 우르르 몰려들어왔고 이내 그곳엔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있잖아. 또 다른 나." "여기 이 사람들을 봐. 물론 이 사람들은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해. 나도...내 뇌를 건드렸던 이가 미워. 싫어. 증오스러워." "하지만 그럼에도... 이 사람들은 위험한 것을 아는데도 여기로 왔어. 함께 하기 위해서 여기로 왔잖아." "...그러니까 너도 더 이상 미워하지 말고 증오하지 말아줘. 당한 것을 부정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이제 그 마음을 내려놓아줘." "우리들의 세계를 멸망시키지 말아줘." "...너에게 말한 이 분들의 말을, 이 세계를 지키려는 이 분들의 말을, 그리고 너를 받아주려고 하는 저 분의 말을 들어줘."
-......... -......... -.........
코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뿌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내 강한 괴성 소리가 울려옵니다. 나무가 강하게 울부짖기 시작했고 뿌리가 사람들을 내리치고, 공격합니다. 더 나아가 코어의 몸이 더더욱 검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는......멈출 수 없어.... -...무서워... -....엄마...아빠...도와줘... -....나는 실패작이 아니야... -죽고 싶지 않아. 잡아먹히고 싶지 않아. -레벨0에 남고 싶지 않아.. -고레벨이라서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살고 싶어..살고 싶어. -....차원의 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잡아먹히고 싶지 않아...
"...폭주했나... 칫.."
유니온은 강하게 혀를 찼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나무를 없애! 이대로 두면 에너지가 폭주해서 다 죽어! 인첨공도 뭐도 모두 말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퍼스트클래스, 은우와 세은 역시 일제히 나무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나라는 가만히 코어를 바라봤습니다. 코어는 혜우를 뿌리치고 여기저기로 검은색 촉수를 뻗었습니다.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그렇다면...."
이어 나라는 침을 꾹 삼켰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다른 여러분. 이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부탁할게요!" "...저, 지금부터 저 아이를 향해 뛸 거예요! 그러니까... 저 촉수가 저를 휘감지 않게 막아주세요!"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아주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분들이 하고자 했던 말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저 아이와...아주 긴 여행을 떠날 거예요." "...무섭지만..그렇지만..." "저 아이도 분명히 무서울테니까. 그러니까.... 제가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라는 분명하고 강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무섭거나 떨지 않는... 정말로 진지하고 강한 눈빛이었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돌아올테니까..그러니까 부탁할게요!"
그 와중에도 검은 촉수는 계속해서 꿈틀거리며 주변을 집어삼킬 것처럼 이곳저곳으로 검붉은 레이저를 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