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누구시던가요? 라는 말에 은우는 가만히 혜우를 바라봤다. 자신을 모르는 척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롭게 인생을 시작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고 그 속셈을 알 수 없는 대답에 그는 더더욱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 이어 한숨을 약하게 내쉬더니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가 혜우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우리 못 본 지 꽤 되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존재를 잊어버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턴가 주변과 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지낸 것처럼 보이긴 했고 비슷한 말을 하긴 했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나오는 것일까.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혜우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최은우. 기억 안 난다는 말은 하지 말고. 무슨 몇 십년을 안 본 것도 아니고 1년 될까말까인데."
오늘은 비번이지만, 일찌감치 카페에 왔다. 철형을 위한 서프라이즈를 위해서였다. 양해를 구하고 준비한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어둔 뒤, 카페에서 제일 편안한 소파 자리를 맡아두고 철형을 기다리던 중, 생각보다 일찍 철형이 나타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반색하며 철형을 반겼다.
"어, 철형~! 일찍 왔네요!" "여기예요!" "여기 앉아서 잠깐 기다려봐요!"
철형을 자리에 앉히고, 나는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준비한 케이크를 꺼내, 접시에 담았다. 통째로. 그러고는 접시 두개와 함께 쟁반에 담아 주방밖으로 나왔다. 내가 준비한 건 딸기 케이크다. 하지만, 철형의 눈에 비치는 케이크는 그냥 딸기 케이크가 아닐 터였다. 홀 케이크 라지 사이즈보다도 한층 더 커다랗고, 위에는 새빨간 생딸기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들어 다크초콜릿으로 글씨를 쓴 토퍼가 올려져 있었다.
[불꽃 남자 강철현의 대학 합격을 축하합니다!]
"짜잔!" "대학교 합격 축하해요 철형~!!"
싱글벙글 웃으며, 케이크를 철형 앞에 내려놓고, 빵칼을 철형의 손에 쥐어줬다.
"한번 잘라봐요!"
철형이 케이크를 자르면, 폭신한 바닐라 시트와 뽀얀 우유 생크림 사이로, 슬라이스된 딸기가 아닌 통딸기가 빽빽히 들어찬 옆면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른바, 케이크는 거들 뿐인, 딸기 폭탄 생크림 케이크 되시겠다~!
//사진속 케이크랑 비슷한데 시트는 바닐라고 우유생크림이 같이 샌드되고 겉면에도 아이싱 된 그런 느낌이야~><
후후,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깜빡 잊고 있었다고 말한 그녀는 여전히 생기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캄캄하고도 푸른 눈으로 은우를 보았다. 생긋, 웃는 얼굴로.
"저 말인가요? 순조롭게 지내고 있죠. 못 들으셨나요? 저, 지난 6월에 소속된 연구소 부설 시설의 특별직으로 들어갔거든요. 관련된 일로 매일 바쁘답니다."
그녀의 그 즈음 근황은 그러했다. 지난 6월경, 영락에선 부설 의료센터를 오픈했고 그녀는 지난 유니온 사태의 공적을 토대로 삼아 특별 연구원직에 앉았다. 그 뒤로 매일이 일과 일과 일이라 만남은 커녕 연락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은우라면, 세은에게 한번쯤 들었을 지도 몰랐다.
정작 눈 앞의 그녀는 그래보이지 않았겠지만.
"그나저나 이 공원에서 아는 사람 마주치기는 또 처음이네요. 그래서, 뭐라고 할지- 음, 저는 근처의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추운 건 질색이라서요."
그녀는 여전히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정중한 말투와 달리 고개짓으로 카페의 방향을 가리켰다. 돌아보면 바로 2층 정도의 건물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부장님은 아니잖아. 현 부장은 청윤이니까. 난 더 이상 부장이 아니야."
그러니까 적어도 부장님이라는 호칭은 쓰지 말아달라는 듯,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저지먼트의 삶이 싫었다거나 떠올리기도 힘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하고 싶은지 그는 분명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와는 별개로 생기가 없는 푸른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뭔가를 생각하던 은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그야 뭐, 연구소에 들어갔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지냈냐는 별개잖아? ...아니. 그보다 휴식은 제대로 취하고 있는거지?! 너 지금 막 커피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지?! 너 저지먼트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지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인첨공의 연구원들 못 쉬는 것은 워낙 유명할 지경이기도 하고."
물론 연구소에 들어갔다면 바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담당 연구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아는 이가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하며 그는 절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이 애가 무리하지 말라고 해서 무리를 안 하진 않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은우는 괜히 무리는 하지 말고. 라고 이야기를 했다. 기왕이면 쉴 때는 좀 쉬었으면 좋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이 아이가 어떻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카페라. ...뭐, 괜찮을 것 같네. 나도 요즘 카페 구상을 좀 하고 있기도 해서. 바로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베이커리 카페 하나 만들까 해서 카페 요즘 둘러보는 중이거든. 저기에 있는 저 카페도 나름 괜찮지."
추운 것이 질색이라면 여기에 있는 것보단 카페가 낫겠지. 역시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카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일단 그녀와 발걸음을 맞추려고 하면서.
"헤헤, 당근 수제죠~ 비싼 딸기 공수하느라 애 좀 썼다구요? "서형이 여기 있었으면 사이코메트리 해달라고 하는 건데요~"
철형의 얼굴을 보니, 찔리는 게 많은 모양이다. 무리도 아니다. 일단 애시당초 보람을 느끼기 힘들었던 그 싸움에 낀 건 철형 때문이기도 하니까. (서형도 철형 때문에 싸움에서 빠질 수 없다고 하기도 했으니 역시 이게 다 철형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번 위험해지기도 했고. 그래도 내 케이크를 보고는 소리내어 웃어주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좋아졌다. 아무렴 어떤가, 다친 데 없이 성하게 살아서 수능도 치고 대학에도 합격했는데. 나도 히쭉 웃으면서 철형 맞은편에 앉았다. 먹다 남으면 새걸로 만들어서 포장해줘야지~ 그러던 중, 철형의 물음이 들렸다. 왜 철형이 불꽃남자라니?
"어라? 철형 슬램덩크 몰라요?" "거기 나오는 정대만이라는 캐릭터 별명인데, 그 캐릭터가 철형 닮았거든요." "성격은 철형이 더 좋은데, 보고 있으면 응원하고 싶어지고, 나도 같이 힘 내고 싶어지는 캐릭터예요." "철형이 나한테 그런 사람이거든요~."
처음부터 지금껏 그랬다. 첫 전투라 긴장했을 때도 철형 덕분에 노는 것처럼 치를 수 있었고, 그런 의연하고 유쾌한 모습 때문에 철형을 의지하게 됐다. 그래서 철형이 레벨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몰랐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철형을 상처주고 말았지만, 진심을 부딛치니 철형은 알아주었다. 끼기 싫던 전투에도 결국 참여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철형이 하는 건 뭐든 함께하고 싶어져서. 에고, 사람 앞에 두고 생각이 길었네.
"오히려 못 알아보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가 무슨 10년을 안 본 것도 아니고 1년 정도 안 본건데. 말해두는데, 나 그래도 저지먼트에 있을 땐 애들 다 나름대로 관리했거든?"
그래도 세은이는 기억하는 것 같았기에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은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접점도 없었다라고 해도 일단 부장과 부원으로서의 관계는 누구나와 다 있었다고 은우는 생각했다. 지시를 내린 적도 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움도 많이 받았고. 그녀의 능력 덕분에 부원들이 위기를 벗어난 것이 한두번도 아니기도 하고.
뭐, 어쨌건 지금 와서 그 관련으로 더 이야기를 해봐야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굳이 더 관련으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쨌건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네가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자유지만, 난 적어도 최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무작정 나쁜 관계만이라고도 생각한 적은 없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대하기 어려운 이들은 좀 더 있었기도 했고."
혜우 정도면 차라리 낫지 않았나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카페 안에 들어오자 풍기는 커피향을 느끼며 은우는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역시 이 향이지.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침을 삼켰다. 이어 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줄게. 뭐 먹을래?"
물론 거절하고 각자 사겠다고 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억지로 사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이상했으니까. 그렇기에 권유 느낌으로만 딱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지갑을 꺼냈다. 답이 어떻게 되건 계산을 해야만 했으니까.
"글쎄. 지금도 별 차이는 없을걸.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것저것 챙겨야만 하는 것이 저지먼트 부장이라는 자리고."
여전히 뼈가 있는 말을 하네. 변한 듯 하면서도 안 변했어.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어떻게 대해야할지, 어떻게 접해야할지 애매하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 속마음을 굳이 표하진 않으며, 묘하게 비꼬는 것 같기도 한 그 말에 은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넘겼다. 그녀가 말한대로 '생각이라는 것은 개인의 자유'였으니까.
"오. 의외네. 내가 말하면서도 됐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점은 또 변했네."
스스로 말하면서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에 은우는 살짝 놀라며 두 눈을 깜빡였다. 어쨌든 2층으로 올라가는 그녀를 바라보다 은우는 카운터로 향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하나. 그럼 자신은 뭘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 마찬가지로 아메리카노 하나를 골랐다. 대신 자신은 아이스지만. 밖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엔 조금 추울지도 모르지만 실내라면 달랐다.
잠시 그렇게 카운터 근처에 있다 커피가 두 잔 나오자 그는 각각 그 잔을 손으로 들고 2층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한 후, 은우는 잠시 주변을 바라보다 혜우를 발견하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뜨거운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맞은편 자리로 간 후, 그녀와 마주보는 자세로 앉았다.
공원이 잘 내려다보이는 창가자리 너머의 풍경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서 무슨 연구를 하고 있어? 외부인에게는 말할 수 없는 그런 기밀쪽이라면 말 안해도 괜찮고. ...뭐, 너라면 의료 쪽이 아닐까 싶긴 한데."
작년의 혜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은우는 나름대로 그렇게 추측했다. 연구소에 들어갔다는 것은 알아도 정확히 뭘 연구하고 뭘 하는지까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기에 묻는 것에 가까웠다.
그의 눈이 본 그녀는 그 말이 적합했다. 표정과 말투는 바뀌었어도 껍데기 속 내용물은 그대로였으니-
"마냥 거절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누구 덕분에 알았거든요-"
2층으로 올라가는 그녀가 웃으며 한 말이 그러했다.
커피 두 잔이 나오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각각의 샷 내리는 소리가 나고 곧 하나는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커피, 하나는 뜨거운 물과 섞인 커피로 바뀌었다.
그녀는 창 밖을 보며 그 소리들을 들었다. 계단을 올라와 그녀가 잡은 테이블 앞으로 오는 기척도 마주 앉아 창 밖을 보는 기척도 잠시, 말없이 유지되었다.
은우가 그녀를 보며 말을 했을 때 그 익숙한 침묵이 깨졌다. 그녀도 고개를 돌려 은우를 보았다.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지금 하는 연구 말인가요? 유출할 의도가 아니라면 말 못 할 것도 없죠. 뭐, 유출한대도 고작해야 개요일 뿐이니 상관없지만요."
키득, 웃은 그녀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를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든 채로, 말했다.
"일단 연구 자체는, 곁가지로 하는 것에 불과해요. 하나의 줄기가 되는 프로젝트가 있고 거기서 파생된 소재의 가치를 파악하고 연구할 필요성을 검증하는 단계라고 할지. 대부분 의료 관련이기도 하죠. 부작용 없는 대체 세포의 배양이라던가, 인공 혈액의 보다 나은 상용화라던가-"
당장 기억나는게 그것 뿐인 듯 몇몇개를 말한 그녀는 다시 커피를 마셨다. 전혀 그래보이지 않지만, 뜨거운 커피 덕에 몸이 풀린 듯 의자에 푹 기대며 낮은 숨을 내쉬었다. 그 잠깐, 나른히 감겼던 눈이 재차 은우를 보며 휘었다.
"그 모든 연구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피터팬]이랍니다. 최은우 씨."
[프로젝트 - 피터팬]
조금은 유치하게 들리는 프로젝트명을 댄 그녀는 창백한 손으로 잔을 감싸들고, 창 밖을 보았다.
혜우의 그 말에 은우는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세상살이가 어디 무조건 거절한다고 되던가. 물론 그녀가 말하는 것과 자신이 이해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것일지도 모르고,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하겠지만 그는 굳이 그렇게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커피 두 잔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앉은 은우는 자신의 아이스 커피를 아주 가볍게 흔들었다. 얼음과 얼음이 부딪치는 찰랑거리는 소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굳이 또 잔을 가볍게 흔들어 얼음과 얼음을 가볍게 충돌시켰다.
"유출할 생각은 없어. 내가 그걸 유출해야 할 정도로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돈이 부족해도 딱히 남의 연구를 함부로 유출시켜서 피해를 주고 싶진 않거든. 그냥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야."
그녀가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게 그 역시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빵을 계속 굽는다고 달달한 냄새만 가득 맡다, 달달함과는 먼 커피향을 느끼니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은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딱 그 타이밍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려왔고 은우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혜우를 바라보며 혜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나의 줄기가 되는 프로젝트. 그것에 은우는 주목했다. 그런 판국에 그 프로젝트의 명칭이 피터팬이라는 것에 그는 흐응...소리를 내며 다시 커피를 천천히 입에 담았다. 대체 세포의 배양과 인공 혈액의 상용화. 그 모든 연구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의 이름이 피터팬이라니. 뭔가 묘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혜우를 바라봤다.
"피터팬과 의료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조금 의외의 이름인걸?"
어쩌면 피터팬은 의료라기보다는 다른 쪽에 좀 더 의미를 두고 지은 이름이 아닐까라고 은우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미인걸까? 잠시 머리를 굴리던 그는 조용히 혜우에게 이야기했다.
"40~50년 후에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은 아니겠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이 말이야."
피터팬은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 그 생각이 먼저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괜히 그렇게 질문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잖아?! (털썩) 일단 전 슬슬 내일을 준비하러 가볼게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situplay>1597054774>228 네 장난이 통한 것인지. 찍힌 사진을 확인하면 금은 눈 깜박이다, 소리 내며 웃는다. 네 어깨에 툭 가벼이 손 얹었다 떼어내며 이어지는 뒷말에 어깰 으쓱인다. "글쎄요. 그때도 같이 들어가는 거 어떻습니까?" 하였으니 네 부탁에 사진을 전송해 준다. 어째 우리 둘 다 맞춘 것 같은데. 네게 답장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렸으니 금은 달걀 까는 너를 물끄레 보다가 다른 달걀 하나를 집어 빠르게 까선 네게 건넨다. 그리고서 네게 돌아온 답장에 대해서 듣게 된다면 정말 둘 다 맞추게 되었냐며, 곤란하다면서도 즐겁게 웃는다.
"어떻게 아지 말대로 된 것 같군요."
모처럼 아지와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우나에 온 김에 불가마 정도는 들어가줘야겠지. 달걀을 다 먹기까지 기다리며 금은 말한다.
situplay>1597054774>923 당신과 맞닿은 어깨에서 전해지는 체온은 끊임없이 당신을 따뜻하게 했고, 떠나간 뒤에도 그 감각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건 어떤 온기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할 것이었다. 금의 말이 농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 건, 당신을 향해서 애정을 한없이 퍼부을 것이었으니.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당신 곁으로 다가와 자신도 쓰다듬어 달라며 응석을 부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이제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방. 1년 뒤, 당신과 금의 두 세상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처음에는 서로 맞지 않아 부딪칠지도 모르지만, 결국에는 차차 적응해 나가게 될 것이었다. 곧은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는 당신을 보며 금은 한쪽 테이블의 서랍으로 다가간다. 망설이는 듯 잠시 숨을 고른 뒤, 깊은숨을 내쉬며 서랍을 연다. 침묵 속에서는 서랍 열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릴까. 금은 서랍 안에서 작은 검은색 상자를 꺼내 들었다.
손바닥에 올려둔 채, 마치 성물을 옮기듯이, 당신의 앞으로 다가온 금은 본래 당신의 생일에 건네주기로 했던 선물을 지금 이렇게 당신에게 일찍 꺼내 보이는 것에 망설이다가 이내 살며시 웃음 머금는다.
"사실... 이건 원래 언니의 생일 선물로 준비했던 겁니다."
금은 잠시 말을 멈추고 손끝으로 상자를 조심스레 매만졌다. 금의 뺨과 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심장은 터질 듯 빠르게 뛰었다.
"그런데 언니에게서 그런 선물을 받고 나니까..... 조금 일찍 꺼내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은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반지 한 쌍이 들어있었다. 섬세하게 세공된 은색 반지였지만, 당신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반지에 세팅된 푸른색 보석이었을 것이었다. 방 안의 조명 아래, 그 보석은 마치 당신과 금의 눈동자 색을 오가듯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금은 당신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폈다.
"청혼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남들이 한눈에 우리 둘의 관계를 알았으면 해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