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태오 선배네 집은 꽤나 으리으리했다. 펜트하우스에, 개인 안드로이드에, 어디로 눈을 돌려도 온통 고급지고 비싼 것들 뿐.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런 데서 살면 불필요한 돈이 줄줄 셀 것 같다는 생각과, 성질껏 뒤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 정도. 하긴 성질껏 뒤지면 안될 것 같긴 하다. 매너도 매너지만, 서형의 사이코메트리에 의하면 여기는 찌질이 2인조도 드나드는 곳이니까. 개인적인 장소니만큼 그 두 사람과의 사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즐비해있을 터. ...아, 갑자기 의욕 확 떨어지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노는 만큼 서형이 일 하는 게 늘어날 테니 열심히 일할 수밖에.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걸 잊으면 안된다. 태오 선배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 온 거니까, 역시 놀 수 없다. 그런데 역시 온통 고급진 것들 뿐이라 그런지 정신이 없어서 수색을 하기가 좀 어렵네. 이럴 땐 역시 가까운 사람한테 물어야겠지. 희야 선배에게 가서 물었다.
태오 선배네 집엔 태오 선배 말고도 드나드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 태오 선배와 가까운 사이겠지?
그중 흰머리 코트씨는... 뭐하는 사람이래? 찢어 죽이라니, 말 한번 살벌하게도 하네. 그 대상이 동물이라도 소름 끼치고 사람이면... 나 지금 살인 교사하는 순간 목격한 거 아냐?!?! 수박.......... 근데 오늘도 없다는 건 태오 선배가 없단 소린가?
좀 더 살펴보려니 이번엔 키 큰 연구원이 들어온다. 이름표를 보니...저 사람이 백한결이구나, 태오 선배가 리버티란 누명을 썼을 때 피해자로 여겨졌던. 역시나 태오 선배는 없는데 온 이유가, 모이통? 태오 선배 동물 키우시네. 집 주인이 집을 비운 동안 그 집의 동물 밥을 챙겨 준다? 진짜 가까운 사이구나. 근데 흰머리 코트씨도 모이통 관리 했잖아? 가만, 두 사람이 돌보는 동안 정작 집 주인은 어디 갔어;;;;;;
하는데 흰머리 코트씨가 재등장했...
" ??!?"
저 사람, 날 알고 있다?!? @ㅁ@;;;;;;;; 고양이는 태오 선밸 가리킨 걸까?? 암튼 지금 저러는 건 내가 여기 와서 확인할 걸 알고서...?? 선배 납치했던 싸이코가 보란듯이 메시지를 남겼던 게 떠올라 섬찟해졌다. 협상요? 스트레인지로 오라고요?? 아니요! 무서워요!! 스트레인지도 무서운데 뭔진 몰라도 찢어 죽이란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사람이랑 대면??;;;; 못해 못해!! 스트레인지로 수색 간 부원들은 괜찮은지 모르겠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찜찜함을 안은 채 계속 확인하려니 반가운 동물도 있었다. 리버티네 잠수함에서 선배랑 나 구해줬던 독수리!! 야생으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여기서 지냈구나. 아까 두 사람이 챙겨 준 것도 저 독수리고. (야생일 때보다 만족스러우려나?) 지금 상황에선 한가해 빠진 생각이다만 온 김에 인사 정돈 하고 싶...
그때였다.
" !!!!!! "
태오 선배다?! 흰머리 코트씨처럼 내가 올걸 알고 계셨어?!? 앞으로 어디 갈진 비밀이라니, 이건 뒷조사 그만하란 의미??
" ......... "
어쩐다? 태오 선배네 집까지 오는 무리수를 둔 건 퇴부서의 SOS 때문이었는데, 퇴부서도 완전 자의로 쓰셨고, 오히려 본인을 찾는 게 싫다는 의사 표현도 확실히 하셨다. 건강이 매우 나빠 보이는 건 불안하다만, 연구소에 취직하신 게 전적으로 본인 의사라면 내가 이케 나댈 일이 아니잖아. 어제 귀가하셨을 정도니 애초에 실종조차 아니었고!!!
물론 말끔하지만은 않다. 이러실 거면 SOS는 왜 남기셨는지 의문이고, 두통이 심상찮으신 눈치인 것도 께름칙하고, 내가 보리라 예상하고 하신 말씀들도 위화감 잔뜩이다. 태오 선밴 나한테 존대말 쓰셨어!!
"……에너지드링크, 저번에 1+1인 거 알려줘서 고마웠어요."
날 이명으로 부르신 적도 없어!! (얘기 나눈 적이 없다시피 하니까;;;;)
그치만 말투나 호칭이야 바꾸면 그만이다. 두통도 병원서 해결 보셔야 할 문제고. 중요한 건 태오 선배가 저지먼트 퇴부하고 연구소 취직하신 게 본인 뜻이냐 아니냐!! (도박 빚에 쫓긴 건 아니신 듯하니 건 다행이다...) 근데 지금 상황이 태오 선배의 뜻에 어긋난다고 짐작할 만한 거리라곤 퇴부서의 SOS뿐. 근데 퇴부서도 누가 억지로 쓰게 한 건 아니었다. 이럼 조사할수록 사생활 침해 아냐?
머리가 아파온다. 이어셋으로 스트레인지에 간 부원들에게 전달이나 해 본다.
@저지먼트 - 스트레인지 " 백한결 연구원, 스트레인지의 '어르신'이라는 사람이 왔었어요. " " 스트레인지의 '어르신'이라는 사람은 협상하잔 메시질 남겼고요. " " 자기가 불렀다며 오면 맞이해 주겠대요..." " 위험해 보이니 신중하게 생각해 주세요... " " 글고 태오 선배는 어제 집에 왔었어요. " " 앞으로 어디 갈지는 비밀이라셨어요. 알리기 싫으신가 봐요... "
그 뒤에는 안희야 선배께 물었다. 단, 안희야 선배가 함부로 말했다간 살해당할지도 모른단 얘길 했었고, 또 이만한 집이면 실내에 CCTV가 있을지도 모르겠기에 말로 꺼내는 대신 폰의 메모앱에 작성했다. CCTV가 메시지까지 잡아내진 못하길 바라며
[ 들으신 대로 태오 선배는 어제 집에 오셨었어요. 다른 연구소에 취직해 계신 것도 본인 의사인 거 같고요. 실종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으셨던 거 같네요. 그 이유까진 모르지만 그게 태오 선배의 뜻이라면 제가 더 나설 여지는 없어 보여요...제가 잘못 판단했을까요? 잘못됐다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답 가능하신 부분에 대해 생각해 주시면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해 볼게요. ]
안희야 선배에게 접촉하고 선배께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질 사이코메트리 하면 답을 들을 수 있으려나? 그렇든 아니든 이대론 집 수색이 불가능하다. 아니, 태오 선배를 찾기를 아예 관둬야 할지도
빌어먹을 현뱜미.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욕설을 뻔뻔하게 평온하고 피로한 낯짝을 하고 씹어삼킨 혜성의 걸음은 곧 익숙한 곳으로 접어들었다.
한번, 아니 사실 두어번쯤 와본 곳이 눈앞에 펼쳐지자마자 이혜성은 한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쥐면서 언어가 되지 못한 욕설을 꿍얼거리다가 그대로 쓸어내렸을 것이다. 메트로폴리스. 익숙하다면 익숙한, 그러나 결코 제 발로 들어서고 싶지 않은 곳. 저곳에 누가 있는지, 어떤 곳인지 정확히 알진 못해도 절대 깊게 엮이고 싶지 않은 곳. 하지만 친애하는 제 비즈니스 파트너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 이곳만큼 확실한 곳은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혜성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떼어내 메트로폴리스 안으로 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청윤은 메트로폴리스로 향하기 전에 잠시 율럭키의 아지트를 둘러봤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고, 이럴때가 아니면 스트레인지에 오지 않으니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텅 비어버린 아지트는 활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 상권도 겨울이라서 그런지 뭔가 조용했다. 3학구 스트레인지는 현재 무주공산이 되었다지만, 상점들은 딱히 보호료를 걷어가는 일당도 없었기에 그럭저럭 지내는 것 같았다. 그나마 금고 몇 개가 뜯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지만...
'이걸 내가 쓴다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그냥 남겨놓자."
능력으로 관통하면 뚫을 수는 있을 것 같았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 놔두고 자리를 뜨는 청윤이었다. situplay>1597054604>979 '후우.. 심호흡하자 심호흡..'
가장 깊은 메트로폴리스로 내려가니 왠지 모를 긴장감과 무거움이 있었다. 청윤은 최대한 능청스럽게 말하려고 했지만 살짝 움찔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맞아요. 태오 선배... 여기에 자주 오셨나요?"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 청윤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덧붙였다.
"사장님을 만나려면 꼭 엎어야 하는건가요? 정보 정도는 알려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태오 선배를 사장님께서 크게 신경쓰진 않으셨나보군요.."
<스트레인지> situplay>1597054604>999 혜우 만만한 먹잇감이 분명하거늘, 그 곁에 미친 포식자 하나가 있으니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겁니다. 특히 이곳의 '직원'이지 않습니까? 당신이 허리에 팔을 두르며 폭 기대자마자, 그리고 웃자마자 라바나는 상황을 파악했는지 기묘한 미소를 짓습니다. 동시에 당신을 꽉 끌어안으며 어여뻐하듯 마구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어째 이 모습이 익숙한 걸 보니 동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응~ 우리 귀염둥이, 샹그릴라 말이지? 있지~ 있지, 들어봐, 네가 너~무 귀여우니까 해주는 말인데~"
라바나는 저지먼트에게만 들리게끔 모여보라는 듯 자리를 옮겨 손짓하고는, 좋은 정보를 흘립니다.
"……최근에 여기에서 샹그릴라를 사가는 사람은 2학구의 연구원. 이름은 '퍼펫티어'. 우리 도련님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 너희 저지먼트의 귀여운 복슬이, 안희야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 그리고 범죄자. 음~ 죄목이 뭐더라, 집단 테러, 자살 방조, 연구기밀 유출, 특수폭행, 살해, 상해, 약물법 위반……?"
라바나의 눈이 마치 달라붙을 인간을 발견한 귀신처럼 기괴하게 휩니다.
"내가 아끼고 아끼던, 검은색 샹그릴라를 구매하셨답니다……. 우리 어르신이 절대 먹지 말라고 해서 못 먹고 아끼던 걸, 우리 도련님을 통해 냉큼 구매해갔어. 그야 그 샹그릴라, 우리 도련님이 어디에서 주워왔는데 관상용이니까 먹지는 말라고 나한테 툭 던져주신 거라서……."
이 새끼 약쟁이래요!
"충분한 정보가 되었니? 만날 수는 없어. 우리 도련님만 연락이 닿았거든. 그마저도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고 개빡쳐서 우리 어르신이 머리채를 잡혔지만."
[힌트 발견: 2학구 연구원 퍼펫티어, 범죄자이며 희야-태오와 연관이 있음. 최근 태오를 통해 검은색 샹그릴라를 구매했고, 잠적함.]
>>46 철현 도박장을 운영하니 웃음이 나올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지먼트가 이 도박장을 닫기는 어려울 터입니다.
스킬아웃들의 접견지, 암묵적인 중립 구역. 이 중립 구역이 무너진다면 스트레인지는 혼란에 빠질 것이고, 아무리 은우라고 해도 그 수많은 학생들을…….
자신을 죽이려 들지도 모르는 도박 중독자들이 수십일 텐데, 그들을 죽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예? 지나치게 스트레인지식 생각이되 비약 아니냐고요?
이곳이 인첨공인 걸 알면서. 인간찬가는 어렵습니다. 뭐, 농담입니다.
자신을 '라바나'로 소개한 여성을 따라 메트로폴리스로 들어서자니 선택지는 대충 두 개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지금 혜우처럼 정보를 살살 뜯거나, 아니면 이곳의 오너를 알현하거나.
둘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만약 선택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시겠습니까?
…와중에 꽤나 흥미로운 정보가 들어옵니다. 현태오 이 새끼, 생각보다 더 성격이 나쁘군요?
>>50 혜성 빌어먹을 현뱜미, 찾기만 해봐라. 두바이 초콜릿을 박스 째로 사 너를 반으로 갈라버리겠다. 살려줘 이 미친- 하고 단말마를 내지르는 현태오의 환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메트로폴리스. 절대 엮이고 싶지 않은 장소. 하아, 미친 인간들만 가득한 곳에서 뭘 하겠습니까……. 조사겠지……. 협상이겠지……. 현뱜미 이 개새끼…….
혜성 또한 자신을 '라바나'로 소개한 여성을 따라 메트로폴리스로 들어섭니다. 그 와중에 라바나는 당신을 향해 살짝 윙크를 합니다. "자기 되게 예쁘네? 난 미인이 좋더라." 따위의 이야기는 무시합시다. 선택지는 대충 두 개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지금 혜우처럼 정보를 살살 뜯거나, 아니면 이곳의 오너, 당신의 그 끔찍한 정치 선생님을 알현하거나.
둘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만약 선택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당신은 일단, 여기를 뒤엎는단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라고요? 오…….
<데 마레> situplay>1597054604>997 윤 금 이제 보니 차는 세 종류입니다. 녹차, 홍차, 팥차……. 한결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잔잔한 미소만 짓고 있었고, 성훈은 가만히 팥차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홍차를 선택합니다. 아뇨, 팥차를 선택합니다. 한결은 성훈의 잔을 팥차로 바꿔버리고 맙니다….
"아, 그, 잠시만."
성훈은 구수한 팥차를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한 모금 마시고는, 잠시 달력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내가 형님이랑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건……."
형님이랑……. 성훈의 안색이 창백합니다.
"2주, 전. 형님께서, 신데렐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때……."
스트레인지에서 살아온 삶이 몇 년. 당신은 거짓말에 능했고, 동시에 석연치 않은 감에도 능하겠지요.
"그, 그것 말고는, 없는 것 같아."
성훈이 무언가 숨기고 있습니다. 강압적으로 나가기 보다는, 회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오의 집> >>22 새봄 기분만 잡쳐갑니다. 의욕은 떨어지고, 집에 돌아가고 싶고. 이 다음이 충분히 예상가지 않습니까? 뭐, 저지먼트 대다수가 그렇듯 알고 보니 위험에 처했고 싸우다 구한다. 그런데 굳이 내가 그 싸움을 해야 하나? 다쳐가면서 추한 꼴만 더 보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일단 물어보는 수밖에요. 희야는 멍하니 어딘가를 쳐다보며 가늠하는 것 같습니다. 서연이 사이코메트리로 보기로는, 두 남성이 독수리를 위한 모이(정확히는 토막낸 고기류에 가깝습니다만)를 쏟아붓고 갔다고 했죠? 횃대와 아직 토막이 난 채 썩기 시작하는 고기를 바라보던 희야는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일단은, 희야랑 같이 거실부터 둘러보자."
아참, 눈은 마주치지 마세요. 이 선배, 눈이 생리적으로 불쾌함을 불러 일으키니까요. 희야는 쫄래쫄래 걸음을 옮기다 고개를 돌려 어느 한 곳을 다시 쳐다봅니다.
"저기, 달콤한 친구야."
희야는 잠시 당신에게 부탁을 하려는 듯 머뭇거립니다.
"이런 말은 무례할 수도 있지만…….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 먹이통의 상한 고기를, 새 고기로 바꿀 수도 있어……? 칭하가 먹을 때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고기가 상했군요. 독수리가 3일 전을 기점으로 내내 자리를 비운 것 같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해서 미안해. 그리고…… 저기."
희야는 소매 끝으로 어느 방을 가리킵니다. 굳세게 닫힌 문이 보입니다.
"저 방은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는데, 형제가 '혜우라고 해도 들여보낼 수 없다'고 했어."
> 거실을 탐색하시겠습니까?
[힌트 발견: '칭하'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칭하는 어디에 있는가? / 저 굳세게 닫힌 문은 무엇인가?]
>>23 서연 당신의 머리가 팽팽 돕니다! 정리를 하자면, 어르신이란 존재와 한결 연구원은 집에 자주 드나드는 듯하고, 독수리(희야는 독수리를 '칭하'로 칭했습니다.)는 태오가 키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태오는, 어째서인지 뒷조사를 한다는 걸 아는 듯합니다.
석연찮은 점이 여럿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희야의 반응이었습니다. 새봄과 함께 거실로 향하던 희야는 다른 연구소, 그리고 당신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태휘는 바닥에 손을 짚고 전류의 흐름을 감지하느라 여념이 없고, 칭하도, cctv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들리지 않을 겁니다. 우리 약속했잖아. 희야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머뭇거리다 조용히 손을 뻗어 소매 속에서 푸르스름한 손을 꺼내 당신의 옷깃을 꼬옥 잡습니다.
…하얀 머리카락에 금색 눈의 연구원. 레벨 4의 능력자야.
아, 들립니다!
상대의 감정이나 인식을 흐리게 만들어. 지금은 샹그릴라를 공급 받아서 레벨 5로 추측하고 있어.
희야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눈물을 또 뚝뚝 흘렸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형제를 조종한 거라면, 이미 형제는 '바즈라'의 일원이 됐을 거니까, 그래서, 무서워서 말 못했어. 미안해.
>>97 청윤 율럭키, 어르신이 그리워하는 귀염둥이들. 아닌 듯해도 어르신은 이번 일로 크게 상심하였을 겁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잃었노라고, 그러나 언젠가 모든 것이 그러하듯 끝을 맞이할 터이며 자신의 차례도 머잖았다고 생각했겠죠. 라바나는 당신의 질문에 귀엽다는 듯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자주 왔지. 아주- 많이. 내가 여기에 소속되기 전부터."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던 라바나는, 당신의 도발에 허리를 세워 혜우를 박박 쓰다듬던 것을 멈추고 상냥하게 혜우의 어깨를 잡아 떼어놓습니다. 주황색 눈동자가 당신을 싸늘하게 쳐다봅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라바나는 큽- 하고 웃음을 참아내더니, 이내 깔깔 웃었습니다. 쩌렁쩌렁한 웃음소리에 일하던 직원들이 고개를 쭉 빼며 저 새끼 또 시작이네, 싶은 표정으로 라바나를 쳐다봅니다.
"너 정~말 귀엽다~ 애인 있어? 언니 어른 되면 같이 카페도 다니고 놀래?"
있는데요! 이미 다른 사람이랑 뽀뽀도 했는데요!
"아~ 귀여워, 귀여워. 도련님 대가리 존나 깨버리고 싶다. 자기는 바깥으로 나가서 이런 깜찍이 미남미녀들과 극락을 이루고 나만 여기서 뒤지게 썩어나게 두다니. 우리 도련님 싸움 잘 하나~"
라바나는 허리를 숙여 당신과 상냥하게 시선을 마주합니다.
"실은, 이 귀엽고 예쁜 라바나가 우리 사장님 꼬와서 엎어달라 한 거예요~"
이 새끼 약쟁이인데 하극상도 해요!
"오히려 과하게 아껴서 문제지. 혹시 그런 거 알아? 뭐더라~ 원숭이 손? 대가리가 돌아버린 나머지 솔직하지 못한 남자 같으니라고! 그런 대사? 아무튼 있잖아~ 뭐, 가령…."
다 아는 주제에 너무 많은 걸 숨겨서 서로간의 소통이 X된 주제에 지금도 깨닫지 못하고 혼자 삽질하는 그런 거.
>>112 + 금은 마지못해 팥차를 들이키는 성훈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그 답을 듣고서 고개를 기울인다. "2주 전이라...." 금은 중얼거리듯 되뇌고선, 눈을 살짝 좁힌다. 딱히 제 촉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인지에서 보낸 세월에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익히게 된 감이라는 게 있었다. 그러니 이는 이제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 성훈의 말이 어딘가 머뭇거림이 느껴졌으니, 그게 금의 마음에 걸렸다. 금은 녹차가 담긴 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성훈의 얼굴을 찬찬히 훑다가, 잔을 내려놓으며 한숨과 함께 말을 잇는다.
"같은 저지먼트 동료라 그런 것도 있지만, 한때 엔지니어와 친분이 있었으니. 그래서인지 걱정이 돼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요."
사생활 침해 안 한다. 사이코메트리스트가 된 뒤 세운 나름의 원칙이었으나 알게 모르게 어긴 적도 있다. 암만 그래도 당사자가 하지 말랬는데 사이코메트리를 남발하면 양심 수박이지;;;;; 상대가 싫다는 짓은 안 하는 게 사람 도리다. 하여 연락 두절과 잠적이 오롯이 태오 선배의 의사라면 깨끗이 손 뗄 작정이었다.
그 판단이 적절한지 확인하고자 안희야 선배께 여쭸다. 뭔가 숨기시는 눈치였으니까, 또 뭘 숨기셨든 태오 선배가 실종된 게 아님에 안희야 선배도 마음 놓으셨다면 이번 일은 단순 해프닝일 테니까. 근데 고개를 푹 숙이는 안희야 선배는 여전히 위축되어 보였다. 뭐가 문제일까?
하는데 안희야 선배가 뭔가 결심하신 듯 조심스레, 그러나 확실히 내 옷을 잡으셨다. 어, 어, 이거 얘기해 주시려는 거 맞지? 얼탔다가 가까스로 안희야 선배의 손을 토닥였다. CCTV에 찍힐 수 있는 한 사이코메트리를 쓰는 티가 나 버리면 안희야 선배가 위험해지실지도 몰라. 근데 사이코메트리는 내 몸이 닿아야 써지니까... 지금 내 행동이 사이코메트리랑은 무관해 보여야 할 텐데;;;;;;;
그렇게 들은 대답은 천만뜻밖이었다. 태오 선배가 조종당하고 있다?? 반은 엉겁결에, 반은 사이코메트리가 끊길 세라 안희야 선배의 눈물을 맨손으로 거듭 훔쳤다. 안희야 선배의 추측이 맞다면 이상하던 부분들이 설명될 거 같다. 두통이 심하셨던 건 조종하는 쪽과 원래 인격이 엎치락뒤치락해서였고, 퇴부서를 자의로(???) 쓰셨던 건 조종하는 쪽이 이겨서고, 마지막에 SOS를 치신 건 원래 인격이 마지막으로 저항한 거 아닐까? 나한테 존대 쓰시던 태오 선배가 반말에 이명까지 부르며 뒷조사 ㄴㄴ하셨던 건 원래 인격이 조종자한테 완전히 눌린 뒤라서, 또 태오 선배가 퇴부서에 SOS를 쳤다는 걸 조종하는 쪽에서 알아채서고! 그럼 태오 선배가 실종됐다셨던 건 원래 인격을 잃었단 의미였어?! @ㅁ@;;;;;;; 만약 이 시나리오가 맞다면 완전 수박인데;;;;;;;;
암튼 태오 선배의 연구소 취직이 조종당한 결과라면, 그게 '바즈라'라는 데의 일원이 된 거리면, 연구소 이름이 바즈라 맞겠지? 근데 흰머리 금색 눈의 연구원이면 태오 선배가 퇴부서 쓸 때 옆에 있던 그 사람? 그 사람은 말단 같았는데, 태오 선배가 퇴부서 쓸 때도 마냥 굽신거리는 거 같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조종당하는 태오 선배는 어케, 왜째서 부소장이 됐고? 말단 연구원 행셀 해도 실은 실센가? 그래서 태오 선배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서 깽판 칠 속셈이라거나?? ....시나리오 너무 썼나;;;;;;
일단 부원들한테 알려야겠다. 하지만 좀 전처럼 이어셋으로 전했다간 CCTV에 찍히고 만다! 하여 폰을 손으로 가려 가며 단톡으로 전달했다.
@저지먼트 단톡방 [ 태오 선배가 잠적한 게 조종당해서일지도 모른대요 ]> [ 조종자로 추측되는 자는 연구원이래요 ]> [ 흰머리에 금색 눈동자래고요 ]> [ '바즈라'라는 연구소 소속 같아요 ]>
한편으론 안희야 선배께서 새봄이한테 알려 주신 정보도 신경 쓰인다. 독수리가 나가고 없는 건 태오 선배의 위험을 감지해서일까, 태오 선배의 원래 인격이 완전히 눌리면서 독수리와의 소통이 불가능해진 결과일까. 어느 쪽이든 상황은 수박 같다. 그리고 혜우도 못 들인다셨단 방은... 그 정도면 완전 개인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일 텐데 살펴도 괜찮나? 과연 거기에 흰머리 금색 눈 연구원에 관한 정보도 있을까?? 모르겠다. 다만 이 판국에도 변상 공포(???)는 떠나질 않았다. 여기 파손했다간 얼마나 물어내야 할지 몰라;;;;;;;
@신새봄 " 새봄아. 만약에 그 방문 잠겨 있더라도 " " 먹거리나 음료로 바꾸진 말자... " " 여기 물어내려면 우리 장기 털릴지도 몰라;;;;; " " 니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냐만 내가 쫄려서... " " 열더라도 문을 망가뜨리진 말자고 "
지금 이 소리 CCTV에 찍혔으려나? 만약에 태오 선배가 무사히 원래 인격으로 돌아온 뒤에 확인하시면 인간이 그렇지 ㅉㅉ 하시려나;;;;; 그리 혀 차실 만큼은 돌아오셔야 할 텐데. 암튼 서연은 희야에게 보일 메시지를 다시금 폰에다 작성했다. 독수리의 행방 파악이나 거실 수색, 잠긴 방 수색은 새봄이와 안티스킬이 잘해 주길 바라며
[ 대답하기 힘드실 텐데 자꾸 여쭤서 죄송해요. 바즈라라는 데는 연구소인가요? 거기 위치를 혹시 아세요? 소장이 누구인지는요? 흰머리 금색눈 연구원과 태오 선배가 어떤 관계인지도 아시나요? 그 연구원이 태오 선배를 조종해야만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
그 수박 연구원이 실센지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태오 선배를 조종하고 있다면, 조종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거다. 바즈라의 소장이 시켰든, 태오 선배가 바즈라의 비밀을 알아버렸든 다른 사정이든! 희야 선배가 이리 짐작하고 계실 정도면 태오 선배가 어쩌다 우연히, 운이 나빠서 봉변당한 건 아닐 거다.
하던 중 등골이 쭈뼛해졌다. 태오 선배가 퇴부서에 SOS 친 건 어케 알았대? 처음부터 알고 있진 않았을 거다. 모스 부호란 걸 진즉에 알았다면 퇴부서가 그 상태로 전달되게 두질 않았겠지. 그렇다면 제출하고 나서 알았을 가능성이 높은데... 저지먼트를 감시라도 하고 있었을까? 저지먼트 보안 은근 허술하잖아;;;;; 께름칙한 예감에 추가로 입력하는 서연이었다.
[ 바즈라 측에 저지먼트를 감시할 의도나 수단이 있었을까요? ]
@태오주 바즈라와 흰머리 금색눈 연구원에 관해 무음으로 질문하고 희야의 답변을 계속 사이코메트리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좀 안 좋은 냄새가 난다. 어디서 나는 냄새인가 했더니, 새의 먹이통에 썩어가는 고기가 보였다. 태오선배가 새도 기르시나? 근데 지금은 안 보이네. 그렇게 생각할 찰나, 희야 선배가 머뭇거리시더니 먹이통의 상한 고기를 새 고기로 바꿔 달라고 말씀하셨다. 칭하가 새 이름인가보다. 생고기를 먹을 정도면 맹금류, 아, 어쩌면 서형과 철형을 구해준 그 독수리 친구려나? 그러면 이번 기회에 대접해야지! 그것도 그거지만 희야 선배가 잔뜩 침울해 보이시니 안쓰럽기도 했다.
"그럴게요, 희야 선배. 그리고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칭하가 독수리 친구라면 저도 그 친구한테 빚이 있어서요~."
그렇게 말한 뒤, 썩은 내가 나는 먹이통으로 다가가, 정신을 집중했다. 도축하는 과정도 요리라고 친다면 싱싱한 새 고기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기왕이면, 일 등급 한우로 줘야지. 서형과 철형을 구해줘서 고마웠어, 칭하야! 눈을 감았다 뜨니, 썩은 고기는 어느새 선명한 핏빛이 도는 생소고기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수색을 시작해 볼까. 거실도 거실이지만 역시 희야 선배가 말한, 혜우라도 못 들여보낸다는 방이 신경 쓰인단 말이지. 어떻게 할까. 역시 그냥 달콤하게 만들고 물어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서형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내 고삐를 잡았다. 그치그치, 주인 없는 집에 온 것도 실롄데 재물손괴까지 하면 안 되지! 우린 저지먼트니까!!
@김서연 "네, 서형!" "하긴 저도 조만간 지출이 커질 것 같아서 괜히 생돈 안 날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희야 선배, 거실도 거실이지만 역시 태오 선배가 잠가두신 방에 단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오늘만 실례할게요~"
나는 희야 선배가 가리켰던 문으로 다가가서는 가방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내 둘로 나눠 찢은 뒤, 하나를 뾰족하게 접어, 열쇠 구멍에 넣은 뒤, 녹은 버터로 만들었다. 이걸로 이형제는 끝! 그런 다음, 나머지 종이 하나를 마찬가지로 뾰족하게 접어 열쇠 구멍에 넣고, 사탕 반죽으로 만들어 안으로 꾹꾹 밀어 넣은 뒤, 그대로 굳혔다. 그러고는 삐져나온 사탕을 돌려 문을 열고자 했다.
거대한, 하지만 부드러운 무언가에 밀쳐져 눈에 비치는 세상이 빙글하고 회전하려 드는 것은 익숙지 못한 감각이다. 따뜻하고 축축한 혀가 주인으로 추정되는 소년의 만류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에 닿는 느낌 또한.
"..."
그렇지만 거대하고 귀여운 생명체를 어찌 쉬이 미워할 수 있는가? 데 마레의 손님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에게 달라붙는 야자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슥슥 쓰다듬어보다가, 기어코 한결이 들어올 때 즈음엔 양 볼을 잡아 가볍게 늘려보기까지 한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은 이리 쉬운 일이다.
"야자는 바즈라... 아니, 마레에서 모두의 돌봄을 받는 아이일까요? 사람을 좋아한다지만, 백의를 걸친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이 연구소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에 꽤나 익숙한 것 같은데..."
situplay>1597054774>112 혜성은 라바나의 농담처럼 들리는 진심이 담긴 발언에, 피로한 얼굴 위에 흐릿하니 비즈니스력이 낭낭한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기로 했다. 여전히 머릿속과 입안으로는 사라져버린 제 비즈니스 파트너-비즈니스 프랜드-에 대한 욕설을 궁시렁거리면서.
혜우의 하는 양을 곁눈질로 흘끗 바라보고 혜성의 시선이 도로록 굴러 메트로폴리스의 내부를 살폈다. 올때마다 느끼는건데 진짜 엮이고 싶지 않은 곳이야. 정말. 그렇다고 여기를 한바탕 뒤엎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 이끌고 있는 자경단만 아니었다면 뒤엎을 가능성이 1%라도 있었을지도 의문인데. 어쨌든. 헤성은 궁시렁거리며 이자리에 없는 비즈니스 프랜드를 향한 욕설을 관두고 슬그머니 메트로폴리스의 내부에 있을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려 걸음을 옮겼다.
원래라면 들어오자마자, 어르신을 바로 찾아가려 했으나 지금으로서는 썩 좋은 선택지는 아닌 것 같기 때문에 택한 차선책이었다.
situplay>1597054604>805 어떻게 머리를 굴려보아도, 종말을 막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고 했던 최후의 싸움에서 얻은 보상금은 푼돈임은 확실했다. 허나, 그런 푼돈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종종 금의 자취방에 갈때마다 봤던 풍경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에, 혜성은 그 가볍지 않은 보상금을 전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고스란히 투자할 수 있었다. 밖에 가족을 두고 온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홀로 외로웠을지도 모르는 너를 위해.
너와 나, 우리 둘을 위한 최대한 안전하고 안정적인 장소를.
"그렇게 쳐다봐도 졸업하기 전까지 같이 사는 건 안돼. 고등학생 때 사귀었다고 해도 일단 내가 먼저 성인이 되는 거니까. 게다가 주변의 시선도 있고."
간절한 어조로 투정을 부리는 목소리를 듣고도 평소와 다르게 혜성은 고개를 내저어보이는 제스처도 없이 제법 단호한 어조로 대답을 했을 것이다. 기다리는 게 길어지면 조급해진다니. 좋아한다는 말을 내가 해줄 때까지는 잘만 기다렸으면서- 하며, 말을 덧붙히려다가 혜성은 잠깐 제쪽으로 기울여진 금에게 소리없이 사뿐히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약간 벌어진 거리는 금이 가까이 붙어옴으로써 인해 금방 무색해졌지만 말이다.
걸음을 옮기며 혜성은 금에게 데려올 고양이에 대한 조근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생긴 거라던가, 꽤 개냥이에 질투심이 조금 있다던가하는 소소하고 가벼운 잡담이다.
"뭘 이런 거 가지고. 나는 레벨이 높고, 그만큼 들어오는 지원금도 아직 있으니까 별거 아니야."
그게 취직하고 나서도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데구르르, 눈 굴리며 중얼거리던 혜성은 금의 머리 위로 떨어진 눈을 조심조심 털어내주다가 눈 깜빡였다.
태오주 사고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갠이벤 이으시느라 기력 많이 쓰셨죠... (다독다독) 내가 건강하고 편해야 상황극도 하는 거고, 태오주께서도 즐겁기 위해 하신 이벤트일 텐데 그걸로 압박감 느끼시면 죄송해질 거 같아요. 그니까 여유 충전 기력 충전 잊지 마시고 즐기실 수 있을 때 반응 주시길 바랄게요!!!!
청윤주는 나아지셨다니 다행이에요!!! 비용도 걱정한 거보다 저렴했다니 더 좋으네요:D 물리치료란 걸 받아 본 적은 없지만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짱짱한 건 알아요 >< 이대로 완쾌 가시는 겁니다아아아 ><
캡은 전에 보셨던 연극 후속작 관람하러 가시는군요. 즐거운 주말 즐거운 외출 되시길요!!!!!
#자캐는_무엇으로_이루어져_있을까 어...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피와 살과 뼈와 각종 장기로요?👀👀 머릿속에 든 걸 가리키라면 부당 이득을 취해선 안 된다는 상도덕, 사생활 침해는 안 해야 한다는 사이코메트리스트로서의 원칙, 상대가 싫다고 밝힌 건 안 해야 한다는 일개인으로서의 원칙, 자기 능력이나 입지가 타인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 자기한테 잘해 주는 사람들을 향한 신뢰와 호의, 선배에 대한 신뢰와 애정, 빚 청산하고프단 욕구, 열공해야 한단 압박감 같은 게 들었을 거 같아요ㅎㅎ
#자캐의_설정상의_인기는 대중적으로는 인기는커녕 인지도도 낮지 않을까요? 목화고 저지먼트는 유니온 테러 막으면서 유명해졌겠지만 개인적으로 주목받은 사람은 에어버스터를 비롯한 유명인들(???) 정도일 거 같은데👀👀 엑스트라 센서리 퍼셉션 능력자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제법 있을 법도 하고... 학교에서도 엄청 인기 있다기보다는 아주 척진 사람은 없이 대인관계가 무던하다 정도일 거 같아요.
#자캐는_떠나는_쪽_남겨지는_쪽 선배와의 관계에선 떠나는 걸 차마 상상도 못할 거라 첨엔 남겨지는 쪽이라 생각했는데요, 저지먼트에선 떠나는 쪽이었어서 모르겠어요(먼눈)(옆눈) 포기가 은근(어쩌면 대놓고?) 빠른 편이고 포기에 대한 거부감도 적은 편이라,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르거나 상대가 거부 의사를 밝힐 경우엔 떠나는 쪽이 되나 봐요.
>>227 >>232 캡 안녕하세요오오오 어 어어???? 에어버스터가 이끄는 목화고 저지먼트 <--- 식으로 유명세를 탔거나, 3챕 때 5렙이 된 부원들까지만 개인적으로 유명세를 탔을 줄 알았는데요오오오..........@ㅁ@;;;;;;;; 대학 가면 서연이 진짜 신분 세탁 해야겠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에? 에에? 고백 대사였어요????? 저는 인생 바꿔 살아 보자는 의미인 줄요(뻘뻘)
>>229 혜우주 와 와아 와아아아아 분석적이야!!!!!!(엄지척) 저런 성분이 어떻게 합쳐지기에 인간이 되는가 신기해지기도 해요 ><
>>231 아지주 898ㅁ98989 근데 이 사람 저 사람 다 받아 주면 고생스러우시잖아요. 아지주도 복수로 대타 시켜 버리세요!!!! (◀이럼 안됨)
>>264 우왁 털 많아 이걸로 버추얼 혜우쨩을 만들겠어요(대충 버추얼 파나케이아 고양이 만들며) 하지만 내 몸뚱이 내가 보기에도 최악최저인걸🥰 이딴 체력이라니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버려~ 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배고파서 인났으니 밥 좀 먹구 약도 먹고 졸리면 자려고🫠 어제 한끼인가밖에 못 먹어서... 죽 끓여야징 히히
>>318 요즘 난기류도 심해서 지구가 어떻게 굴러가는건지 1도 모르겠읍니다 여행 가기도 힘들어지다니... 언어는 🤔 저도 일본어 쓸 일이 없어지니 다 까먹어서... 최근은 모든 해외를 0개 국어 보유자로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는게 없으면 오히려 반작용으로 용감해지니 돌아다닐만도...
>>324 진짜루... 자연현상에 비행기 가격에 환율(피토)에 여행가기 어려워지는 세상인거야 🥺🥺 싫어... 세계일주... 하고싶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반작용으로 용감해지는 거 뭐야! 근데 뭔지 알 것 같아 원래 베이스 없으면 깡다구로 밀고 나가야 해서 용감해져... 🫠 이 일본 (가고싶따.)
>>358 로망있다 세계일주 여행블로그🥺... 나 나도(개허접몸을본다)(일상생활부터 잘 하자) 검색해보니 혼자 가는 건 쉽진 않을 거 같기도 한데 또 그분은 혼자 가셨다니🤔🤔 고민이 되겠군아... 가급적이면 같이 갈 사람 찾아보되 정말 가고싶은데 동행이 없다면 준비 든든히 해서 진행해보는 것도?
아 덕질은 ㅇㅈ이지 즐거운도파민생활하세요 (엄지척) 이건어쩔수없다 그때만 느낄 수 있는 벅참은 돈 주고도 못 사...
>>359 헐 너무 예뻐 반짝반짝해!!! 하늘에 별이 총총🥺🥺🥺 한국에서 이런 하늘이라니 감동적이다...
당장은 안 되고 내일, 아니 모레쯤. 그 대답이면 충분했다. 리라는 시원한 웃음소리와 함께 좋아요, 하는 대답을 남기곤 통화를 종료했다. 어쩐지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꽤 피곤하게 들린다는 감상이 없잖아 있었으나, 생각해보면 또 그게 당연하겠거니 싶어서 상념은 충분히 깊어지지 않았다.
다만 그것과 선배가 걱정되는 마음은 또 별개인지라. 막상 마주본 얼굴에 피로감이 짙은 것을 발견하면 절로 혜성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네, 전 괜찮았어요. 물론 엄청 편안하다... 그런 기분이랑은 거리가 좀 있지만 이제야 제 안에서 헛돌던 부품들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이네요. 뭐, 아직 녹슬고 뻣뻣한 상태긴 하지만 어쨌든 움직이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겠죠?"
희미한 미소와 의례적인 대답. 리라의 눈동자는 그 봄날과 같은 듯하면서도 조금 더 얼어붙은 겨울 호수의 색깔에 가까워진 듯한 혜성의 눈동자를 마주한다. 게다가 하얗게 바랜 머리카락도, 훌쩍 어른스러워진 옷도 하나하나 머릿속에 담지 않을 수 없다. 선배는 변한 걸까. 아니, 이건 비단 혜성만이 변화했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1년은 길었고 다사다난했으며 다들 많든 적든 변화를 거쳐왔으니까. 다만 그 변화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 변했다는 것이 과연 당신에게 좋은 일일까. 후배이지만 엄연히 타인인 이리라로서는 스스로와 주변의 변화를 대하는 혜성의 심리를 바로 알아챌 길이 없다.
그래도 오지랖은 부릴 수 있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인연은 짧고도 길고 얕고도 깊잖아요. 짝궁의 연인, 연인의 친구,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선배, 의지가 되는 3학년 저지먼트 동기 상급생들 중 하나. 수많은 고난을 헤쳐나오게 해 준 레소난티아이자, 그 모든 걸 제쳐두고 그저 이혜성이라는 사람. 이미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적잖은 세월을 보낸 이상 리라는 혜성이 변하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인간의 변화는 필연적이며, 혜성 언니는 어떤 변화를 거치더라도 이리라의 친구니까.
"근데 시험이요? 혜성 언니 예체능... 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어떤 시험 준비하세요? 이 시기면 공무원인가...? 헉, 아니면 인첨대 같은 곳에서 입학 시험 같은 거 따로 쳐요? 아무튼 힘들겠다! 수능 끝나면 쉬고 놀아야 한다는데!"
아마 리라는 수능을... 보... 볼까? 모르겠다. 보고 싶긴 한데, 인첨공에 들어온 뒤로는 인생이 생각대로 흘러간 적이 없어서. 그런 불확실성이 사랑스러운 거지만.
"고생 많으세요... 너무 스트레스 받거나 하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해요, 가끔 이렇게 커피 마시면서 숨 돌리고 그러게요. 이제 학교에선 자주 못 만날텐데 아쉽기도 하고... 언니랑 랑이 언니랑 금이랑 같이 이 카페 오고 싶기도 했었는데 우리 올 한해는 너무너무 정신 없어서 그러지도 못했잖아요. 꼭 여기 아니라도 되니까 언제 넷이서 같이 만나 놀아요. 물론 혜성 언니 시험 끝나고!"
아, 근데 우리 수능도 끝나야 하나. 짧은 깨달음 뒤에 쏟아지는 고뇌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목화고 저지먼트 이번 기수는 추천장 주니까 괜찮지 않나? 그래도 최저는 맞춰야 하겠지만... 아, 모르겠다. 갑자기 슬퍼졌어. 내가! 내가! 고삼이라니!
"휴. 며칠 뒤면 언니들은 성인이고 저랑 금이는 열아홉이네요. 삼학년이라니... 세월 빠르다. 히히. 너무 빨라서 야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많은 일도 이렇게 지나가는 일이긴 했구나 싶어서 감회가 새로워요."
"혜성 언니는 올 한 해 어떠셨어요? 전 힘들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지먼트는 저한테 정말 큰 의미가 되어줬거든요. 물론 혜성이 언니까지 포함해서요. 기억나세요? 저 봄에 부실에서 언니한테 때 이른 할로윈 장난 치려다가 실패한 거. 그때는 바보짓한 후배도 센스있게 감싸주는 다정한 선배라고 생각했고, 그 뒤로 많은 일들을 겪어오며 언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게 될 땐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도 떠나지 않아줘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여름에 도와달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꺼낼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정말 그 말대로 도와줘서 많이 고마웠던 것 같아요." "음. 지금의 언니는 가장 처음에 봤을 때랑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해요. 꼭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요. 하지만 둘 중 하나가 더 낫다거나 더 별로라는 건 아니에요, 어떤 모습이더라도 혜성 언니는 저와 같이 시간을 보내온 제 친구니까. 다만 일년이 우리한테 너무 많은 걸 안겨준 것 같아서."
말이 길어지는데.
"저한테는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 좋은 한 해였는데 언니한테는 힘든 한 해였을까 봐서요. 그래서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이런 자리 한번쯤은 갖고 싶었어요. 연말이니까 달콤한 음식으로 힐링하고, 앞으로 다가올 내년도 내후년도 절대 어제와 같은 날은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 교차선에 서 있었으니까, 각자 다른 곳으로 갈지언정 가끔 우연찮게 마주치면 반갑게 웃기도 하자고 말하려고요."
시간이 가고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순리지만 이리라는 어쩔 수 없이 미련이 넘치는 인간이다. 그러니 서글픔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고, 그러니 이런 칭얼거림마저 기탄없이 토해내는 것이다. 시험 준비하는 선배한테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지!
어제 토의스레 보고 이런 거 보낸 모양인데 모카고 R2가 마음에 안 들면 조정스레 올려서 없애면 됩니다. 근데 그럴 용기는 없어보이고 정말로 웹박수로 자칭 관전자들의 이거해줘 의견이 정말로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니 이번 것은 특별히 박제해서 올려드립지요!
고3은 빡세다. 입시형 커리큘럼으로 학교 출석은 대체하고 있지만, 대신 내 공부가 다른 훈련생들에게 전시되는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고 병원의 간이 혈액검사나 길벗 상담센터의 사이코메트리 장비 점검, 자동차 검사 장비 개발용 데이터 제공, 안티스킬 수사 협조, 미술관의 작품 감정 같은 외부 커리큘럼을 번갈아 한다. 화수목 3일은 저녁에 점포 알바를 하고, 쿼츠의 거래 내역은 점포 알바가 있든 없든 저녁에 정산한다. 그렇게 돌아가는 일상에서의 낙은 오르는 성적이랑 줄어드는 대출금. 작년까지만 해도 잘 나와 봤자 7등급이었는데 이제 무려 평균이 .dice 6 7. = 6등급은 나온다.(5등급은 받아야 하니 아직 멀었다만...) 빚도 다다음 달이면 탈출 가능할 각이다!!!! 그리고 선배. 작년처럼 알바 끝난 뒤 같이 기숙사로 돌아가지는 못해도, 간간이 통화하고 톡을 주고받고 만나면, 갓 충전된 폰처럼 쌩쌩해지는 거 같다.
오늘은 그런 선배를 위한 날. 정확히는 선배한테 주고픈 선물을 준비하는 날이다. 곧 선배의 생일이라
"생일? 나도 진짜 태어난 날은 모르지만 6월 21일."
선배 생일을 첨 들었을 때 이미 지나 버린 게 내심 아쉬웠다. 그래서 내년 생일은 꼭 챙기자 맘먹었지. 보육원 여건상 생일 축하를 개인적으로 받긴 어려웠을 거 같아(선배는 보육원에서 가족을 이뤘으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만) 생일로 정한 그날 온전히 선배만을 축하하고 싶었다. 더 솔직히는 선배가 태어나고 나와 함께해 준 게 내겐 세상에서 제일 기쁘고 좋은 일임을, 그래서 선배가 태어난 걸 기념하는 날은 내게 특별한 날임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 날을 기념하자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궁리하던 중 날짜마다 탄생화가 있단 걸 알게 됐고, 6월 21일의 탄생화는 달맞이꽃임도 확인했다. 꽃말은 자유스러운 마음, 선배랑 어울린다. 선배가 그런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 하지만 달맞이꽃에 한껏 의미 부여해서 선물하자니 마땅한 걸 모르겠더라. 꽃다발은 보관이나 뒤처리가 노답이고, 화분은 생명을 키우라는 거라 선물보단 테러에 가깝...지?;;;;;;; 뭐 실용적인 거 없나? 이래저래 검색하다 하바리움 무드등이란 걸 발견했다. 투명한 병에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넣고 특수 오일도 담은 뒤 밀봉해서는 LED등에 연결해서 만든단다. LED등이면 조명으로 쓸 순 있겠다고 마저 검색해 보니, 하바리움 무드등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도 있더라. 그 뒤는? 뻔하지. 바로 예약했고 오늘이 결전(???)의 날!!! 행여 손이 뻣뻣해질세라 쥐었다 폈다 하며 공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해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달맞이꽃부터 고른 서연이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막상 핀셋으로 꽃을 집으려니 망가뜨릴까 손이 떨렸다. 핀셋으로 집는 정도론 안 망가진단 설명을 듣고도 꽃과 잎을 병에 넣기까지 한참을 버벅거렸다. 다음 단계인 특수 오일 담기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너무 세게 넣다간 내용물의 위치가 달라진대서 힘 조절하느라 팔이 빡 경직됐다. 그래도 거기까지 해내자, 꽃이며 잎의 빛깔이 선명해지며 꼭 생화 같아져서 의욕이 솟았다. 그 뒤부턴 쉬웠다. 뚜껑 꽉 잠그고 장식용 리본을 묶은 다음 LED등에 얹어놓는 걸로 끗~☆ 완성하고서 실내 조명 다 꺼 봤더니 꽤나 분위기 있다 >< 포장까지 마치니 보면서 내가 다 신이 난다.
그러고 나오려니 선배 생일의 취지를 되새기게 된다.
"낮이 가장 긴 시기니까. 밝은 사람이 되라고 그렇게 만들어주셨어."
낮이 가장 긴 시기처럼 밝은 사람이 되란 기원.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해가 암만 길어도 결국은 지듯이 사람 역시 항상 밝을 순 없을 거다. 그래도 선배가 생일의 취지대로 어둠보단 빛과 가까운 삶, 밝고 따스한 삶, 태어난 게 기뻐지는 삶을 살아갔음 좋겠다. 그 삶 한 자락에 닿을 수 있다면, 나란 사람이 그 삶을 일부나마 채울 수 있다면, 그게 내게도 빛으로 남을 테니
>>399 dice 뭐야 성적 생각보다 잘 나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고 성적이 7등급이던 애가 반년 만에 평균 6등급이라니!?!?
>>400 승아주 앗 아앗 아아아아앗 @ㅁ@;;;;;;;;;;;;;;; 어디 가셨어요오오오오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털푸턱)(바짓가랑이)(질질질)
>>401 혜성주 오늘도 혐생 뿌수셔야 하는 혜성주...(눈물) 날이 확 추워졌는데 따숩게 다니시고 무사히 잘 돌아오세요오오
>>405 >>407 태오주 ...엎드려 잠들;;;;;;;;;; 태오주 허리 괜찮으십니까? 것도 모자라 점심이 아아라뇨 빈속에 카페인 속 배려요!!!!! 호빵 드신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식사량 자체가 부족하신 듯...몸 그렇게 혹사하시다간 ㄹㅇ로 큰일납니다아아아아 젊음도 영원하진 않다구요오오오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
>>409 금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혐생 무사히 부수고 오시기에오오오오오
>>415 리라주 에고고 감기 엄청 독하게 걸리셨나 봐요....... 즐거워야 할 여행에서 여독이라니 웬 봉변인가요오오오 ㅠㅠㅠㅠㅠㅠ 상비약 잘 챙겨 드시고 따뜻한 거 위주로 드시고 난방 단단히 하세요오오오오 계란죽 좋네요!!!!
>>418 랑주 비빔면도 좋네요!!! 계란이나 불고기도 들어갔다면 갓벽했겠어요!!! ><
>>419 혜우주 눈 오고 나니 바닥도 차고 공기도 찹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요오오오
>>423 로운주 안녕하세요오오오오 >< 주말 오후 3시면 아침에 가깝지 않을까요? (◀주말 기상은 12시가 제맛이다 주의!!!!)
>>424 철현주 와 와아 와아아아아~~☆★ 맘에 드셨다면 보람 있지 말입니다!!!! >< (붕방붕방)(땐쓰) 선배 생일 선물 준비할 쯤엔 이미 6모를 봤을 터라 다이스는 6모 등급이라고 생각했어요:3~♪ 근데 공식 반응이 엇갈릴 정도면 저로선 어느 쪽일지 짐작할 방도가아아아...@ㅁ@;;;;;;; #혼났다 서연 : ......(대충 잘못한 강아지 표정) 서연 : 오늘만 봐 주라... 낼부턴 열공하께 서연 : 나 그래도 성적 꽤 올렸다구우우우 #웃어줬다 서연 : (안기니 싱글벙글) 응!!! 서연 : 힘낼게!! 걱정 안 해도 되게 >< 글고 서연이 생일은 2월 29일이니, 2월이 28일까지만 있는 해엔 프리패스 아니었을까요^c^;;;;;; 그런 걸 떠나 선배 선물이면 편지든 뭐든 서연이한텐 커플잠옷과 마찬가지로 보물이 됐을 거예요:)
situplay>1597054774>380 리라의 대답에, 천천히 느리게 눈 깜빡이며 잠자코 있다가 혜성은 리라의 헛돌던 부품 - 이라는 표현방식을 듣곤 피로감과 권태가 느껴질지 모르는 미약한 웃음을 흘려냈다. 딱 알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인첨공이라는 이 거대한 기계덩어리 속, 저지먼트이며 동시에 시민인 우리들은 그저 인첨공이 굴러가게 만드는 부품일지도. 그것도 아니라면, 저 아이와 자신처럼 밖예서부터 흘러들어온 인간들이 인첨공의 생태에 닳고 닳아가면서 '인첨공에서 살아가는 시민들' 중 한명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고. 눈 앞의 제 얼굴을 살피는 후배님은 어느쪽일까.
"후배님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맞는 말일테지."
나는 결단코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하는 말은 덧붙히지 않은 채, 리라의 말이 끝나고 혜성은 높낮이가 거의 없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대답을 흘려냈다. 어찌보면 무관심한 태도였으나 제 얼굴을 살피는 눈을 바라보는 혜성의 눈동자는 특유의 부드럽고 온후한 무언가를 희미하게나마 담고 있었을 것이다.
"대학진학을 생각 안해본 건 아니지만, 겨우 대사건 하나가 마무리되고 불안정한 시기에 대학에 진학해도 메리트가 없을 것 같았거든. 다른 동기들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수능 성적도 잘 나왔고, 운좋게 크리디에이터가 추천서를 써주기도 했다보니 일단 나는 공무원 준비 중이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내가 아직까지 수험생의 신분이 될거라도 생각도 못했어."
살아가는 건 계획대로 안된다고 하더니만 딱 그말이지. 포크를 집어들어 케이크를 한입 크기로 잘라내어 입안에 넣으며 중얼거린다. 단조롭고, 무던한 목소리로 늘어놓는 대답이 퍽 무겁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물론 랑과 리라, 자신과 금 넷이서 만나서 놀자는 리라의 말에 명확한 답 내놓지 않고 케이크 한조각을 입안에 넣는 것으로 대답을 미뤄놓았지만서도.
케이크는 혀가 아릴만큼 달았다. 그리고 이 후배와 자신의 사이에 얽힌 인연과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자신은 이미 일찌기 이 아이가 힘들었던 그 여름, 저지먼트에 대한 소속감을 남겨두고 거리를 둔 채 지켜보기를 택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들이 추구하는 것과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방향성에 홀로 고뇌했다. 그리고 스트레인지에서 우연찮게 마주쳤을 때도 최선이 아닌 최악과 차악의 선택지에서 고민하기도 했다. 후배님은 모를테지. 야차가면을 썼던 기분나쁜 그 존재가 나라는 사실을.
"리라 후배님. 곧 졸업하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시원하게 미련없이 못떠나잖아. 잘할 수 있다고, 이제껏 고마웠다는 말을 해줘야 졸업생들이 뒤를 맡기고 졸업하지. 뭐, 이제껏 저지먼트를 하면서 제일 힘든 1년이 아니었다고는 못하겠지만."
농담이야, 하고 혜성은 포크를 다시 케이크에 밀어넣는다.
"고맙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돼.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후배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끼어들만한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이것은 진실이다. 수많은 진실들 중 극히 일부일테지만.
"그리고 나는 졸업을 하면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래도... 금이를 통해서 소식정도는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급여는 통장을 스칠 뿐. 사천만 쓰면서 생긴 대출을 갚아 나가고부터는 저 말만큼 실감 나는 말도 드물었다. 입금 알람과 출금 알람이 한꺼번에 오면서 잔고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렙 지원금을 빚 갚는 데 올인했더라면 5월엔 자유가 됐겠지. 그러나 점포 알바가 3일로 줄어들면서 지원금 외의 벌이는 줄었고, 유니온 따까리랑 신종호 깡통이 학교에 폭탄 날렸을 때 운동장 엎고 수도관 작살낸 것도 변상해야 했으며, (내가 인첨공의 차일드에러 수준으로 수박 되진 않도록) 보살펴 준 보육원에도 최소한의 보답은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대출 상환이 더뎌졌는데, 8월의 지원금이 들어오는 오늘 드디어 알람이 왔다.
〕자동이체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 문서를 확인해 보니 상환 내역이 줄줄이 나온다. 그리고 최근의 상환 금액 옆에 찍힌, 앞으로 갚아야 하는 금액. 0원!!! 몇 번을 봐도 0원이다. 다른 숫자 없다!!!!!!
" 만세!!!!!!!!! "
그 자리에서 두 팔 벌려 폴짝거리고 환호성을 질러 댔다. 드디어 해방이다!!!!!!! 이제 빚쟁이 아니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육원에 보답할 건 남았다만;;;;;; 적어도 사천만 지르느라 진 빚은 다 털었어!!!!! 이제 유니온의 유 자도 떠올릴 일 없다구!!!!!!! 그것만으로도 만세 만세 만만센데, 유니온 테러 저지 보상금 1억은 고스란히 둬서 더 만세다. 내 돈인 듯 내 돈 아닌 내 돈 같은 돈이라 웬만하면 없는 돈 취급하고 싶거든... 암튼 앞으론 텅장 아니고 통장이겠다. 차곡차곡 모아서 기숙사 대신 머물 수 있는 집도 구하고, 내 점포...는 이젠 엄청 간절하진 않다만 만에 하나 여건이 되면 울 점포 인수하고 싶다. 알바 말고 사장 하는 거야!!!(사장님이 아시면 좋아하시려나 질색하시려나?)
그런 장밋빛 꿈에 부풀던 중 사천만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8개월 동안 아주 먼지만 뒤집어썼지.(그 먼지 주기적으로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수박;;;;;;) 유니온의 테러가 막아지면 고철덩이 각이라 생각은 했다만, ㄹㅇ로 고철덩이다. 저거 어쩌지? 진짜 중고 판매라도 해 봐? 근데 누가 산대? 저거 유지비 장난 아니잖아. 1달도 채 안 썼고 박살난 건 크리에이터가 고쳐 줬는데도 사천만으로 성을 갈았을 정도로...;;;;;;;; 아, 씨. 생각하니 빡치네. 빚 탈출 기념으로 화려하게 박살내 버려?!?! 졸업생들이 교복 찢고 교과서 찢듯이?? ......아니지. 암만 깡통이라도 실컷 써놓고 박살내는 건 뭔가 잔인하다;;;;;;; 그럼 이대로 보관?? 창고 토템도 아니고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잖아... 저걸로 굴착 공사 알바를 뛴대도 벌이보다 지출이 더 클 거 같고!!! 수박, 이럴 줄 알았음 퇴부하기 전에 저지먼트에 기증할걸. 거기선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이라도 해 봐?? 라곤 해도 올해 저지먼트는 작년과 달리 잠잠한 모양이라(저지먼트가 화제에 오른 적이 그닥 없는 거 같다...) 기증하기엔 늦은(???) 거 같다. 다른 방도 없으면 이대로 창고지기네. 아, 몰라..........
>>154 혜우 당신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본 라바나는 천천히 다른 학생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봅니다. 따라가지 않을 거냐는 듯, 가만히 쳐다보는 시선 뒤로 당신의 뒤를 따르려던 스킬아웃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 스킬아웃들은 무언가를 느꼈는지 몸을 움찔 떨더니 뒤로 돌아 자리를 떠납니다. 눈에는 공포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립니다. 최상층 복도를 따라 걷는 걸음마다 익숙한 작품들이 보입니다. 레이브의 프로토타입 작품, 그리고 태오가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 분명한 안드로이드가 즐비하니, 당신은 그 안드로이드에서 태오의 삶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태오는 메트로폴리스에서 자라며,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했겠죠.
"나는 하나 더 올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들어오라는 허락 대신, 낯익은 목소리가 당신의 귀에 들려옵니다. 뭐, 본디 반말을 사용하는 오만방자한 사람이지만 당신에게는 차마 그럴 수 없다는 뜻이겠죠. 늘 그러하였듯이요. 익숙한 면구는 웃음기가 없습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올 게 왔다는 표정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 처제. 무얼 묻고자 하나요."
> 일단 울분 좀 풀자 > 침착하게 대하자
>>159 철현
간단한 말장난에 라바나는 깔깔 웃었습니다. 이런 개그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일단 저요. 저도 웃었습니다….
"뭐야, 도련님이 첫 번째로 이상한 애가 아니었다고? 바깥은 대체 얼마나 또라이들이 많은 거래~?"
어, 태오 깐다.
라바나는 팔짱을 끼며 흠~ 하고 고민하는 소리를 내다 혜우가 나리를 만나러 가고, 혜성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눈을 굴립니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생각하다가,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 예쁜 아가씨가 간 곳에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긴 한데~ 나도 대략적으로 알긴 하거든."
라바나는 손가락을 딱! 튕깁니다.
"있지, 나랑 내기할래~? 아주 간단한 건데. 가위바위보 삼세판 해서~ 나를 2번 이기면~ 내가 아는 걸 알려줄게. 도련님이 어디 계시는지, 그리고 우리가 알면서도 '왜 말을 하지 못하는지.'"
음? 왜 이렇게 잘 해주죠?
"솔직하게 말해줄게~ 저기 아가씨는 내가 도련님 때문에 몇 번 만나봐서 우리 사장님이랑 대화가 통할 것 같은 사람이거든? 그런데 너희가 들으면 고구마 백만 개는 먹는 것처럼 느껴질까 그래. 음~ 쉽게 말하면……. 우리 사장님은 '조금 더 있다 가~ 나 외로워~'를 '네가 발목을 부러뜨리면 가지 못하겠지?'로 말하는 분이시거든."
아…… 솔직하질 못해 삽질한다는 뜻이군요.
[dice 제안, 1~100으로 3번을 굴려 30 이상이 2번 이상 나오면 성공]
>>173 혜성
온화한 미소에 비즈니스가 섞이면 어떠합니까. 외미새……에게는 너무나도 큰 자극입니다. 뺨을 붉히며 꺄악~ 하고 요란을 떠는 라바나를 지나쳐, 당신은 메트로폴리스 내부를 돌아다닙니다. 이곳저곳들 돌아다니는 동안 당신은 깨닫습니다. 늘 얼굴을 현태오가 이식해준 칩으로 다녔던 당신. 지금은 칩의 인식 저해 기능 없이 돌아다닌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노라고. 사람이 살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겠지만요……. …….
……잠깐, 칩?
당신의 머리를 진행자가 강제로 일깨웁니다. 공용 클라우드가 하나 있지 않았나요? 정확히는, '현태오가 본인 계정과 연동된 것도 모르는 칩'이 당신에게 이식되어 있습니다. 개인 이벤트가 끝나면 얼굴이 새빨개져선 클라우드 접속을 끊겠지만, 지금은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겁니다.
클라우드에 접속하시겠습니까? 메트로폴리스의 아웃 카운트를 하나 소비하는 대신, 접속할 수 있을 겁니다. 뭐, 단서가 될 만한 걸 찾을 수 있겠죠. 아마도?
[강제 힌트 발생! 아웃 카운트를 소모하여 힌트를 보시겠습니까?]
<데 마레>
>>150 윤 금
아아…… 님은 갔습니다. 팥차를 마시고 데 마레 종신계약을 맺고 말았습니다……. 한데스와 성훈세포네로군요……. 이 어찌 악랄한 상황이란 말입니까! 당신은 그 안타까운 성훈세포네가 저지먼트에게 거짓말을 고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한결은 평온하게 다른 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결이 한 패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겠지만. 성훈은 엔지니어라는 말에 눈을 둥그렇게 뜹니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지요. 속내를 숨기기 어려워 하는 부류인 것 같습니다.
"……시, 실은."
팥차를 쥔 손이 가늘게 떨립니다. 입술을 꾹 다물던 성훈은 눈을 질끈 감습니다.
"…너희가, 나, 날, 지켜줄 거야? 아, 아니, 에어버스터가, 있으니까. 당연히 지켜줄 수 있겠지만, 그러니까, 그게."
말을 더듬던 성훈은 결국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그때, 그 모습도 선배라면. 바로 어제도 만났어."
허?
>>166 승아
거대하고 귀여운 생명체. 자꾸만 꼬리를 흔들고 헥헥거리며 애정을 달라 달라붙는 이 따뜻하고 거대한 존재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요. 슥슥 쓰다듬고, 양 볼을 잡아 늘려도 당신이 좋은지 강아지 특유의 행복한 미소를 지어대며 킁, 하고 행복한 한숨을 쉬어댑니다.
"……응, 데 마레에서, 맡아 키우고 있어요. 한 3주 전부터…."
성훈은 팥차가 든 잔을 만지작거립니다.
"원래는 태오 형님이 리버티가 조종하던 강아지를 자기가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3주 전부터 야자가 계속 짖고 형님을 물어뜯으려 한다고 해서……. 저희가 맡아 키우고 있어요."
야자는 꼬리를 흔들더니 작게 짖습니다. 그리고 어딘가를 빤히 쳐다봅니다. 모 브랜드의 신발 상자.
"아, 저건 한결 선배님 거예요."
그리고, 야자는 자꾸만 상자에 시선을 두며 코를 킁킁댑니다. <태오의 집>
>>154 서연
희야는 손을 토닥이자 감정이 북받치는지 입술을 꾹 다물고 눈물을 삼켰습니다. 그렇지만 어째, 이 선배는 선배보다 동생에 가까울 정도로 어린 모습을 보이고 맙니다. 흐어엉, 우는 것을 달래주니 더 서러운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눈물을 소매로 어떻게든 닦으려 했습니다.
…정확합니다! 두통이 심하던 것을 정확히 꿰뚫었습니다. 그야, 태오 선배는 본인의 속내도 원치 않게 읽는데. 그런 능력이 정신을 헤집는다면 당연히 상충하지 않겠습니까? 머리가 아플 수밖에요.
희야는 훌쩍거립니다.
바즈라는 연구소, 2학구에 있고, 소장은 몰라…. 데 마레랑 사이가 엄청 안 좋아서.
그리고 서연의 머리에는, 인첨공의 상식이 강제 개입합니다.
바즈라. 일렉트로키네시스 연구소이자, '최악'의 인권 경시를 자랑하는 곳. 데 마레가 학생 친화적이라면, 바즈라는 학생을 소모품으로 보는 듯한 강도높은 실험과 레벨 지상주의로 비롯해 많은 학생들이 '제발 나는 저 연구소 소속되기 싫다'고 비는 곳이기도 합니다. 리버티에게 수많은 연구원이 희생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 하나는 대단하여,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죠.
희야는, 당신의 질문에 한참이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습니다.
……연구원은, 15년 전부터, 인첨공에 온 희야랑, 형제랑, 혜우를 돌봐주던 데 마레 소속. 지금은 범죄자. 차일드 에러 후원 재단에서 인신매매랑 실험이랑, 테러 저지르다가. 솔리스라고.
……또 상식이 개입합니다. '태양의 아이들', 혹은 '솔리스 데 필리'. 차일드 에러 후원 재단이자, 3년 전, 차일드 에러와 열등생들이 태양을 숭앙하는 집단을 만들어 무차별적으로 엘리트를 습격하거나 테러를 가했던 인첨공 사상 최악의 종교 테러단체 '솔리스'의 출처이기도 했죠. 그런 자가.
체포하고 송치하는 도중에 차량 전복 사고가 일어나서 탈출한 뒤로 행방이 묘연했는데, 지금 바즈라에 신분을 의탁해서 희야의 형제를 잡아간 거야.
희야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형제는 희야랑 같이, 실험체였고, 바즈라는 좋은 기술을 가졌으니까, 성공할 수 있겠지. 그리고 너도 알잖아, 초롱초롱한 친구야.
아. 태오 선배가 가장 처음으로, '바즈라'의 눈에 밟힐 수밖에 없던 계기.
리버티로 몰렸을 때 바즈라의 과거 부소장이 형제의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 말이 교화지 실제로는 고문이었지만. 희야는 적어도…… 그 사람의 눈에 태오가 들었다고 추측하고 있어. 삼촌과 함께 실험을 완성시키고, 바즈라의 소속으로 두면 되잖아.
>>161 새봄
"……고마워."
희야는 겨우 희미한 미소를 지어냅니다. 칭하를 위한 고기가 싱싱하게 바뀝니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나던 먹이는 이제, 칭하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한우가 되었습니다. ……실은 저도 소고기를 잘 먹는 사람입니다만, 아, 저도 도축 당한다고요? 네...
이번 한 번만 실례한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은……. 기발하고, 상당히 좋은 시도였습니다! 만약 일부러 문을 열려고 했다면 보안 장치가 걸려 문이 이중으로 잠겼겠지만, 사탕과 버터로 문을 땄으니 보안 장치가 작동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 대체 왜 희야도, 혜우도 못 들어가게 하던 방일까요? 뭐, 자기만의 취향을 전시한 공간이라도 되나?
네, 맞습니다.
당신이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마치 옷가게의 쇼윈도에나 있을 법한 토르소 마네킹에 걸쳐진 낡은 점퍼입니다. 낡고 헤진 점퍼와 함께 주변엔 여러 물품들이 보석 진열대 속에 고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이상합니다. 물품들은 절대 보석도, 값진 명품도 아닙니다. 검은 벨벳 위에 놓인 것은…….
누군가의 한움큼 자른 머리카락, 네일팁, 잘 보존된 어금니,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 듯한 안드로이드 칩셋……. 모두 골동품이나, 끔찍한 것투성이군요.
"……스트레인지의 문화군요."
방에 들어온 태휘가 착잡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봅니다.
"스트레인지에서도 소외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자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상징되는 물건, 신체조직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습니다. 기억은 휘발되니, 기억할 방법이 물리적인 것밖에 없다면서요."
과거, 태오 선배를 심문할 때도 들었던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새봄은 홀로그램 스크린을 띄울 수 있는 장치를 발견합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작은 1인용 소파 하나가 있습니다. 소파 옆에는 잔이나 간식을 겨우 놓을 만큼 작은 테이블이 있습니다.
…스크린을 띄우고 이 소파에 앉아서 녹화를 하거나, 과거를 되새기는 용도로 사용하는 듯합니다. 이건 평소에도 태오가 자주 쓰는지 진열장에 있지 않습니다.
이거... 감기 맞겠지? 코비드... 는 아닐 것 같은데(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특유의 어 x댓다. 라는 느낌이 안 옴) 통증이 너무 심상찮음...
>>60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려!! 늦잠잔거 축하해(??) 내 기준으로는 9시도 충분히 이르지만서도ㅋㅋㅋㅋㅋ 바른생활은 조은거지... 그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기분 좋잖아🥰 (물론 주말이면 손해 보는 느낌 지울 수 없긴 함) 응 맞아! 여긴 저녁이야! 밥 먹고 와따~! 캡은 점심 머것서?
>>606 밈미 안뇽! 오늘은 일 쉬는 날이야? 아 맞아 그거 읽었어! 지금 컨디션이 제일 바닥치고 있는 날인 것 같아서... 😭😭 내일쯤? 나아지는대로 이어줄게! 우잉 우리 혜성웅니... 냉정... 하지만 그게 매력이야 그리고 금이 통해서 근황 알려준다는 것도 나름 혜성이가 리라 배려? 랄까 덜 슬프도록 해준 거 같아서 조아용🥰
그나저나 좀 뻘한 고민이 있는데 리라가 재데뷔하면... 랑이한테까지 쓸데없는 관심이 갈까봐 조금 걱정이 된다... (?) 아이돌일반인여친<<이포지션되는건데 자꾸 현실의 사례들이 머릿속에 들이밀어지고 사생에 파파라치에 인첨패치에 알계에 아무튼 랑이가 힘ㅇ들까바 걱정이되고 사실 픽션인데 그냥 메데타시~ 하고 얼버무리면 되지만 뒷사람이 오타쿠질하면서 너무 안좋은꼴을 많이 본 바람에 진짜 쓸 데 없는 걱정 이 마 구 마구... (피곤하게 사는 성격)
하지만 리라랑 얼굴합 좋잖아요 아니그냥합이좋잖아요 그리고 둘다 저지먼트로서 인첨공도 구했자나요 인첨공 내 돌덕들도 이 커플은 ㅇㅈ 해주지 않을까? 이정도로 영웅? 이면 결혼(어디까지 앞서나가는 거예요?)해도 축하해줄 정도 아닐까? 일단리라는데뷔를때려치면치웠지랑이랑헤어지진않을거임...... 카나리아는아기늑대를너무너무사랑하는걸...
네 그런생각을햇어요 진짜 쓰잘데없는고민이다... ... ... 왜이런고민햇냐면 솔로가수 데뷔로 미래 루트가 반쯤 결정되어 버릴 것 같아서...
제가 있는 곳은 눈이 오진 않았답니다! 그리고..어...괜찮을 거예요! 충분히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기!!
사실 그렇게 되면 레드윙도...ㅋㅋㅋㅋㅋㅋ (옆눈) 물론 에어레드 쪽은 제가 확정은 안 짓고 그냥 그런 분위기로 있지 않을까? 정도로 끝낼 생각이긴 한데.... (대충 5년 뒤에도 변함은 없다는 이야기) 뭐.. 어쨌건 픽션이니까 그 정도는 봐준다로..해도 되지 않을까요? (옆눈)
아차차!! 눈물 날 때 누가 알아채면 더 눈물 나는데;;;;; 사이코메트리 쓰는 티를 덜 내기 위해서였다지만, 입을 꾹 다물며 참던 안희야 선배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자 양심통이 왔다. 엉겁결에 사과할 뻔했으나, 그래 봤자 역효과일 게 뻔해 눈물은 훔치게 내버려두고 손이나 부여잡고 말았다. 안희야 선배를 직접 뵌 건 오늘이 첨인데 많이 여린 분이셨구나. 무리도 아니다. 선배가 납치당했을 때의 날 생각하면... 말도 못하게 끔찍한 심정일 거다.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하는 눈치라 더 괴로우실 거 같고.
착잡함에 한숨이 나올 찰나, 안희야 선배께서 훌쩍거리시면서도 답해 주시기 시작했다. 바즈라는 연구소가 맞고 2학구에 있다. 동시에 인첨공에 온 지 반 년밖에 안 됐고 그 동안 학교-커리큘럼-알바나 반복했지 스트레인지도 혼자선 얼씬도 않았던 서연으로서는 알려야 알 도리가 없는, 인첨공에 관한 정보도 전해져 왔다. 일렉트로키네시스 연구소면 그, 뭐지? 전파로 쓰는 초능력을 연구하는 데려나? 피카츄처럼 전기 뿜뿜하는 법을 연구하거나?? 학생을 하도 쓰고 버리다시피 해서 리버티가 작정하고 노렸는데도 용케도 망하진 않았나 본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세뇌까지 하냐??! 뭐하자는 수박들이야?!?
하는데 수박 연구원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안희야 선배, 태오 선배, 혜우랑 같은 연구소 출신이었구나. 근데.... 들을수록 입이 떡 벌어지는 서연이었다. 인신매매에 테러?? 와, 진짜 사람은 생김새만으론 모른다.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할 땐 세상 순둥하고 고분고분한 인상처럼 보였는데;;;;;; 그때 인첨공의 역사라곤 인첨공은 세워진 지 15년 됐다 정도 말곤 알 리 없는 서연에게 다시금 새로운 정보가 전해져 왔다. 이 시대에 태양신 믿다가 고레벨 능력자한테 테러라니 그게 뭔 헛짓거리람;;;;;;;;; 바즈라가 그런 수박을 연구원으로 들인 건 왜째서래?? 암만 막장 연구소라지만... 아니지. 어디 모자라지 않고서야 '나 인신매매에 테러도 했소!!!' 하고 입사했을 리 없겠구나;;;;; 그나저나 완전 영화처럼 탈주했네. 차량 사고가, 우연이었을까? 아닐 거 같아. 체포당할 때 능력 구속구도 채워졌을 테니 본인이 일을 벌이진 못했겠지만 공범이 있지 않았을까...
마구마구 뻗쳐 나가는 시나리오를 따라가다 몸서리를 쳤다. 그 수박이 옛날에 어케 탈주했는지가 지금 알 바냐?! 에비에비!!!! 고개를 숙여서 더 울적하고 위축되어 보이는 안희야 선배께 마저 집중하려니 감시하려면 할 수 있으리란 답이 돌아왔다. 근데 실험체? 태오 선배랑 안희야 선배가? 이건 또 뭔 소리야? 데 마레는 리버티 그 수박들이 학생을 위하는 연구소는 없다 타령 되풀이할 때 타깃 삼았던 덴데, 거기서 사람 갖고 실험을 했다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들어차는데
" ...... "
그때 누명을 완전히 못 벗어서....... 한숨이 나왔다. 자백제 투여가 확정이었던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던 자리였고 부원들 한둘이 나선 게 아닌데도 누명을 못 벗겼을 정도니 내가 껴 봤자였을 것임은 안다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착잡해진다. 암튼 정리해 보면 바즈라의 부소장이 태오 선배한테 반해서(???) 아랫사람이자 태오 선배와 아는 사이인 수박 연구원한테 태오 선밸 스카웃하라 시켰고, 그 수박 연구원은 지 버릇 개 못 준다고 지 능력으로 태오 선배를 세뇌한 모양이다. 이게 뭔 막장 드라마야;;;;;;;;;;;; 암만 막장이라도 맘에 든 상대가 나한테 온 게 세뇌의 결과라면 찐이 아니라고 싫어할 법도 한데 그걸 냅두고 있다고? 그 수박 연구원이 세뇌한 건 모르나??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과거' 부소장이라니, 왜 과거지? 바즈라는 부소장을 1명만 두나? 그래서 태오 선배를 그 자리에 올리고 본인은 물러났나? 아님 본인이 소장 됐거나?
그랬다가 이어지는 대답에 신경이 곤두서는 서연이었다. 삼촌과 함께 실험 완성?? 무슨 의민지 못 알아먹었는데도 왠지 쎄했다. 잠만 잠만, 정리 쫌;;;;; 데 마레에서 태오 선배로 실험을 했다니, 삼촌...은 데 마레 관계자겠지? 그니까 바즈라의 전 부소장은 태오 선배를 바즈라의 새 부소장으로 들이기 위해 데 마레에서 태오 선배로 하는 실험에 협조하기로 했다? 안희야 선배는 그리 추측했단 말이지??
" 수박...;;;;;; "
아차차;;;;; 욕이 절로 나와 버렸다.
" 죄송해요!!!! 선배님 욕 아니에요;;;;;;;;;; "
황급히 손사래 쳤으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안희야 선배의 추측이 맞다면, 그 삼촌이란 작자도 공범 아냐?! 안희야 선배가 삼촌이라 부르실 정도면 꽤 친한 사이인가 본데(적어도 울 연구원과 나보단 친하지 싶다...) 뭔데 이거?!?! 데 마레는 바즈라랑 사이 나쁘다며!!! 근데 바즈라의 전 부소장이 협력한다니 넙죽 받았다고?? 대체 뭔 실험이기에?!?
머리에서 김이 날 거 같을 때,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새봄이가 해냈다. 녹인 버터로 열쇠 구멍을 미끈하게 만들고 사탕 반죽으로 열쇠 구멍에 딱 맞는 열쇠를 만들다니. 새봄이 똑똑해!!!! 분명히 음식만 만드는 능력일 텐데, 걸로 못 하는 게 없네.
@신새봄 " 새봄이 나이스!!!! "
감탄스럽고 변상 걱정을 던 것도 반갑지만, 한편으론 회의감이 들었다. 안희야 선배께서 알려 주신 걸 토대로 나온 시나리오대로라면... 집을 더 수색한대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어서. 태오 선배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 목적은, 태오 선배가 위험에 처했을까 봐서였다. 그 우려대로 태오 선배는 세뇌당한 상태 같고, 그 결과 바즈라에 가셨다.(거기 쭉 머물지는 않으신대도 적어도 바즈라에 출입은 하시겠지.) 그럼 바즈라 근처에 잠복해 있다가 태오 선배를 발견하는 대로 데려와서 세뇌를 푸는 게 급선무 아닐까? 지속 시간이 지나서 풀리게 하든, 정이 같은 이레이저 재머 능력자를 섭외해서 풀든,(정이론 힘들다. 그 수박 연구원은 5렙일 거 같다는데 정이는 3렙이야...) 리라한테 세뇌를 차단해 주는 도구를 만들어 달라고 하든, 태오 선배를 데려오기만 하면 방법은 찾아질 거 같은데? 바즈라의 전 부소장이랑 데 마레의 '삼촌'은 께름칙하다만, 그쪽이야 태오 선배가 제정신 차리시는 대로 직접 대처하실 수 있겠지. 탈주 범죄자인 수박 연구원이랑 그 공범은 안티스킬에서 체포하면 될 테고. 하여 서연은 새봄이 연 방으로, 정확히는 안티스킬인 태휘에게로 희야도 이끌고 가고자 했을 것이다.
" 안티스킬께 여쭙고픈 게 생겼는데요, 선배님도 봐 주실래요? "
그러고는 폰에 메시지를 작성한 다음, 희야가 따라왔다면 희야까지 볼 수 있게, 희야가 따라오지 않았다면 태휘와 새봄에게 보이게 했을 것이다.
[ 태오 선배가 세뇌된 상태라 바즈라의 부소장이 됐나 봐요. 세뇌 자체는 전에는 솔리스라는 테러 조직 소속이었고 지금은 바즈라의 연구원인 작자가 했나 본데요, 실상은 바즈라의 전 부소장과 데 마레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고 진짜 사정이 어떤진 관계자들한테 들어야 할 테지만, 일단은 태오 선배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일 거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태오 선배를 발견하면 데려올 수 있도록 바즈라에 잠복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뒤에 태오 선배가 당한 세뇌를 풀어서 마저 조사해 보는 거예요. CCTV 찍히면 곤란할지도 모르니 대답은 저한테 손 대신 뒤 생각만으로 해 주세요. ]
어..하지만 이미 반공식적으로 그렇게 쓰고 있는 것 같긴 하던데... 사실 이쪽을 어떻게 결말을 지으면 좋을까..라고 고민을 많이 하긴 했는데.. 그냥 딱 맺어졌다로 끝맺음 하기보단 모 게임에서 그냥 그런 분위기만 조금 나는 정도고 2차 창작으로 막 이것저것 창작해서 덕질이 되는 그런 정도로만 두는 것이 딱 좋을 것 같아서! ㅋㅋㅋㅋ
아니 사실 그냥 그런 그런 관계성이라고 했지. 난 커플 될거라고는 한마디도 안했는데 이미 반 정도는 공식커플 취급이고...(절레절레)
리라주 계속 몸이 안 좋으시군요8ㅁ8 열이 없는데 인후통이라니... 검색해 보니 코로나일지도 모른다며 검사해 보래고요, 충분히 휴식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래고요, 따뜻한 물로 가글하거나 통증 완화 약을 복용해 보라고 하네요. 푹 쉬고 식사 잘 드시면 나아지는 단순 통증이길 바랍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고 당당히 공개하고 서로서로 꿀 떨어지는 모습 보이면 축복받는 연예인 커플이 될 수도 있어요!!!!! (나랑 언니는 데뷔를 안 했지만 초대형 테러를 저지한 인물 중 1명이니 맘만 먹으면 인플루언서는 되시고도 남겠지 말입니다ㅎㅎㅎㅎ) 솔로 데뷔라, 서연이는 콘서트 티케팅도 해 보면서 바깥에서보단 묵직한 팬이 될 거 같아요:)
음, 은우 선배랑 레드윙이 커플 확정 땅땅은 아니군요. 5년 동안 작업만 걸고 고백을 못 하다니, 레드윙 너무 소심한 거 아닙니까... 빼빼로 줄 때의 기세는 어디 가고오오오오898ㅁ9898
>>6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안돼!!!(절규) 후 근데 계속 의심은 가... 이 통증... 코비드 때보다는 덜하지만 비슷한 결이야... 다른 점은 목이 빨갛지 코비드 때처럼 하얗게 헐어버리진 않았다는 거...? 일단 약을 잘 먹구 잘 쉬는것으로 해보겟어요 이잉 빨리 낫고싶어🥺🥺 (다람쥐복복)
근데 서연이 묵직한 팬 되어주는거냐고🥺🥺🥺🥺 우아아앙 너무 감동이자나... 티켓팅 실패하면 초대표 줄게 서연아(?) 그치그치 당당히 공개하면 다들 축복해줄거야... 후 현실 고증을 좀 빼야돼 연애와 일 둘 다 잡을 것이야😋
>>620 (복슬)(맞쓰담빗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그런편이죠????? 이 둘... 사랑안하는모습생각할수없어... 오히려 인첨공내 인기커플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랑이가 부담스러우ㅓ할까가 걱정이지만 만악 그렇다면 돈으로 기자랑 사생 단도리 하겠음) 그리고 맞네ㅋㅋㅋㅋㅋㅋ 리라에게는 든든한 선배들이 이따... 🥺 마음따수워... 쉬는 날이었구나!! 푹 잔 것 같아서 기뻐용😏😏 일어난 김에 뭣 좀 먹고 다시 쉬자!!! 맛난거!!
• 15년 전, 데 마레가 설립될 당시 함께했던 윤찬혁은 부소장 자리까지 노릴 정도로 성과가 뛰어났으며, 아이들을 사랑하고 신앙심이 깊은 흔한 인물이었음. • 혜우, 희야, 태오를 도맡아 돌봤으며, 소장의 양자나 다름없는 희야를 특히 잘 챙겨주기도 함. • 그러나 윤찬혁은 뒤틀린 연구윤리관이 있었고, 이로 인해 소장과 마찰이 간혹 있었음. 이 부분은 차일드 에러 후원 재단 '태양의 아이들'의 이사로 취임하며 점차 줄어들어 정신을 차렸나 싶었음. 이때 희야가 재단으로 가 생활함. • 태양의 아이들은 사실 차일드 에러 인신매매 및 불법 커리큘럼, 실험을 자행하고 있었으며 '종교'로 아이들을 꽉 얽매고 있었음.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종교관에 세뇌되었음. • 재단 소속 아이들 중 한 아이가 엘리트의 계속된 괴롭힘으로 죽은 뒤, 해당 사건을 묻기 위해 2학구의 몇 연구소에서 통제를 시도하자 윤찬혁은 완전히 윤리관을 내려놓게 됨. 재단 소속 차일드 에러 아이들은 엘리트에 대한 증오심을 테러와 같은 방식으로 표출하며 '처단할 수 있다면 어떤 실험도 받겠다'는 극단적인 성향으로 치우침. 그게 솔리스의 시발점. • 이 과정에서 윤찬혁은 겉으로는 '데 마레의 친절한 연구원이자 재단의 이사'를 연기하며 데 마레의 연구 기밀과 자금을 빼돌림
>>626 흩날리는 털결 사이에서 밈미의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어 아니 근데ㅋㅋㅋㅋㅋㅋㅋ 오 이거 좋은데...????? 🤔🤔🤔🤔 좋은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우리아가늑대는강하지요... 갑자기 걱정이 덜어짐 절대뽀뽀해 맞아 우리 선배 퍼클이고 고레벨능력자라구☺️ ㅎ히 든든해요... 저지먼트는짱이구나...
닭개장 맛있겠다!! 밥이랑 해서 잘 먹구 푹쉬자!!! 🤤🤤🤤
>>627 헉 이런 반가운 소식이!!! 먹는 양 많이 늘었다니 너무 다행인거야... 😭😭😭 겨울인데 허하게 지내면 안된다구 잘 챙겨먹으면서 월동준비를 합시다~!! 여행! 좋았다! 마지막에 감기 걸려온 거 빼면 완벽히 재미있었다네요~!🕺🕺 감기 빼곤 다 ok 상태야! 헤헤 마니 나아졌답니다 행복카나리아야~! (복실새 상태로 뱜미 비늘에 광 내주고 반짝이 뿌려주기)
마자 뱜미야 지금 조사가 그래도 꽤 많이 진행이 된 거 가튼데🤔 지금 끼어도 되나? 아니면 전투 이벤으로 넘어갈 때 들어갈까? 지금 껴도 되면... 원래 3번 태오 집 가려고 했는데 이쪽은 꽤 단서가 풀린 듯싶어서... 비교적 풀릴 게 더 남아있는 쪽으로 가고 싶은데 지금 어디가 제일 떡밥 마니남앗나요(?)
>>621 리라주 코로나는 아니어야 할 텐데요. 통증 심하면 음식 넘기기도 쉽진 않으시겠지만 따듯하고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잘 챙겨 드셔야 해요... 면역력 중요해요!!!! 엣 에엣 에에에엣 @ㅁ@ 티케팅에 성공하면 제 값 주고 보는 공연인데 실패하면 공짜로 볼 수도 있다?!?! 이거 뭔가 거꾸로잖아요!!! 티케팅에 성공해야만!!!!! (...과연?) 돈으로 기자랑 사생팬 단속ㅋㅋㅋㅋㅋ도 좋아요!!! 근데 기자는 그렇다 쳐도 사생팬은 돈 주면 맛들일지도 모르니 법의 철퇴를!!!!! (말 안 들으면 쇠고랑을 찰 거시다아아아아!!!!)
>>623 태오주 윤찬혁이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네요. 많아도 20대일 줄요(◀왜째서??) 데 마레가 류시원이랑 결탁해서 실험을 진행하려던 건 아니었군요. 서연아 완전 헛다리 짚었다 ㅋㅋㅋㅋ 서연이 머리에서 시나리오가 마구마구 불어나는 바람에 자꾸 장문이 되고 있는데요, 얘가 이런 생각을 하나 보다 넘겨 주시고 편하신 대로 이어 주세요!!! 아, 맞다. 희야가 서연이를 '초롱초롱한 친구'로 봐 준 게 갠적으로 고마웠지 말입니다. 그런 호칭 달아 주셔서 감사해요오오오 ><
>>629 캡 헐? 헐? 허허허헐? @ㅁ@;;;;;;;;;;;; 레드윙이 고백에 키스까지 했었어요??;;;;;;;;; 근데도 빼빼로 때 은우 선배 반응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스러웠던 거예요? 은우 선배 나쁜 남자였어.................... 찰 때는 확실하게 차야 상대도 미련 버리기 쉬운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34 금주 금주께는 리저렉션이 필요해요오오오오 8989ㅁ898989 이번 달까지만 버티면 당분간은 자유로워지실 수 있으셨던가요? 모쪼록 고생스러운 기간 무던하게 넘기실 수 있길 바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38 이거 레드윙 나왔을 때 제가 잠깐 썰로만 푼거긴 한데... 사실 레드윙은 은우가 퍼클이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성장세를 봤을 때 은우가 퍼클이 될 확률이 크다고 확신해서 퍼클이 되면 안된다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한 적도 꽤 있긴 했는데... 당시의 은우는 자신이 강해져야만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던 때라서... 아무튼 고백도 거절하긴 했어요. 사실 위크니스 일도 있고 해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진짜 극에 달할 때였던지라..(옆눈) 대충 은우가 목욕물 붉게 물들이는 시도를 하고 병원에 있었을때 고백도 들었고, 그때 첫키스도 가져가긴 했지만.. 대충 그런 상황이다보니..
그래서 그냥 레드윙이 아직은 포기 안했다 정도이고... 지금은 어느 정도 위크니스 일도 마무리가 되었고, 대충 은우도 겨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인지라... 뭐 일단 관계 발전의 가능성은 있지만...
>>642 헉 그럼 이것 샴푸향이 아니라 딸기맛전담의향이에요??????(아님) 너무맛있어 혜성주혹시천재야? 웅니... 나너무행보케요🫠 밥 잘 먹고 왓꾸나 잘해따!! 근데 어디 나가야 돼 8ㅁ8 이ㅣㅇ이익... 화이팅 옷 따숩게 입고 갔다오자! 빨리 일 보고 돌아와서 쉴 수 있길!!!
>>639 >>644 >>647 캡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 교통 정리를 깔끔하게 하기 어렵긴 했겠네요. 당사자끼리 알아서 할 문제니 저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어 음 그... 아는 사람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면 편파적이 될 수도 있으니 혜성 언니보다는 크리에이터가 더 적임자 아닐까 하고(본격 일 떠넘기기 카운터) 이틀 일하고 하루 쉬고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완벽한 밸런스네요!!!! 다음 주는 편히 보내시길요 ><
>>640 리라주 식사 잘하셨다니 다행이에요. 어제는 죽 오늘은 밥이면 목 상태도 좀 차도가 있으신 거 같고요. 글고 원래 운동 같은 건 작심삼일이에요!!!! 결심해 봤자 무뎌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3일에 한 번은 새로 결심해야...!!!(???) 으아아 공짜표만 얻어서 공연 보는 건 상도덕에 맞지 않는 거시에오오오오 ㅠㅠㅠㅠㅠㅠ 티케팅하자 티케팅!!!!! 광클 광터치 매크로(◀이건 안됨) 가즈아!!!!!
>>641 금주 주중 내내 과로하셔서 그래요 과로하셔서... 일단 쉬시고 맛난 것도 드시고 암튼 남은 시간 힐링을 하셔야!!!!!
>>651 혜성주 제 말이요!!!! 사건 수사를 떠넘기고 있다!!!!! 어른이면서 신입한테!!!!!! 술자리... 연말 기념이면 꽤나 거한 자리일 거 같네요. 무사히 돌아오세요오오오 898ㅁ98989
12월 24일이라는 날짜, 그리고 8시 40분이 넘어가는 시간.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크리스마스 전날이라는 것 말고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날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가만히 누워서 눈을 감았다 뜨거나, 곁에 누운 사람의 온기를 느긋하게 느끼거나 하는 게 정석인 날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적어도 그에겐 그랬지만, 굳이 일어나서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휴일이 아니라고 해서 쉬지 말란 법은 없고,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니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자신의 곁에 누웠던 당신이 몸을 일으키면서 한 질문에 잠시 시선을 옮겨 그 두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그 시선은 당신이 들어올린 스노우 글로브로 향한다. 딱히 뭔가를 한 게 아님에도 저 스노우 글로브로부터 무슨 일이 생기겠구나 어렴풋이 생각하던 그는, 당신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듯 몸을 일으키며 고갤 느릿하게 끄덕였다.
당신이 창가 너머로 던진 스노우 글로브로부터 어느새 썰매가 떠올라 있었고, 그렇게 조금 갑작스러운 외출이 시작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멸망을 앞둔 도시였다는 사실은 지금 큰 의미가 없다는 듯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미래에 대한 불안감 따위는 접어둔 채로 그저 오늘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 그렇게 썰매에 올라 콧잔등과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을 가늘게 뜬 눈으로 스쳐보내던 랑은 당신의 썰매가 어느 한 곳에 멈추자 당신을 따라 썰매에서 내려왔다.
"케이크?"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당신에게 말을 쏟아내는 듯하던 주인이 주방 안쪽으로 사라지자, 랑은 케이크와 생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자 리라를 쳐다보다가, 케이크 진열대로 향하는 당신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는 진열장 안에 전시된, 주문한 사람을 기다리는...
랑은 그 케이크를 잠시 쳐다보다가 자신을 향해 돌아보며 웃는 리라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케이크를 바라보던 눈동자가 잠깐 흔들린 것은 아마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얼굴을 볼 때에는 흔들림이 없었을 테니까.
그렇게 케이크와 다른 먹을거리를 썰매에 싣고 돌아온 랑은 집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오자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가, 얼음으로 만들어진 듯한 요정들이 산타 모자를 쓰고 문을 열어주자 다시 눈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래."
열린 문 너머로 먼저 들어가 보라는 리라의 말에, 랑은 먼저 집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아까 전, 썰매를 타고 나설 때와는 다르게 온갖 장식들과 조명으로 꾸며진 실내가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랑은 화사한 방 내부를 한번 스윽 훑어보다가, 찬바람과 함께, 생일을 축하한다는 목소리가 음율을 갖춘 채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면, 당신이 케이크를 든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 ...참, 별 걸 다 챙긴다니까. "
조금은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겠지만, 말투며, 어조며 무엇 하나 싫은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소원, 소원이라.
생일이라는 것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에게 소원을 비는 것은 다소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소원을 빌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 촛불이 있을 자리에 대신 박혀 있는 별 모양의 조명을 빤히 쳐다보던 랑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잠시 뜸을 들이고 난 뒤에야 조명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후- 하는 소리, 기다린 듯 꺼질 조명에 맞춰, 랑은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그렸다.
" 고맙다, 사랑해 줘서. "
세상의 빛을 보는 것이 탄생이라면 나는 오늘 다시 한 번 태어난 거겠지.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같은 것도, 휴일이 아닌 그저 그런 날도 아닌. 네가 사랑해 주는 나의 생일.
>>639 에어레드 지지중이었는데 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ㅠㅠㅠㅠ 은우의 그 사건이라면 은우가 중3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3년 전에 차이고 여태껏 애매한 관계로 지내면서도 여전히 은우를 좋아하다니... 보라야88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겠네... 보라가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88
딱딱하게 굳은 사탕 꽁다리를 잡고 돌리자, 달칵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서형이 외치는 소리에, 방에 들어가기 전, 서형을 보며 짐짓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서연 "헤헤, 고마워요~!" "근데 서형, 우리 둘이 합치면 못 털 집이 없을 것 같지 않아요?"
잔뜩 신이 나서 그런 농을 던지며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생각보다 양호했다. 보석 진열대에 보기 흉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긴 하지만. 형사님이 보시기에도 그 물건들은 흉했는지, 스트레인지의 문화라며 착잡한 얼굴로 설명해 주셨다.
"그거참 모순적이네요." "물건에 의미가 부여되는 건 기억이 있어서잖아요." "말처럼 기억이 휘발되면 그냥 비위생적인 잡동사니에 지나지 않게 되는 거 아닌가요?" "기억은 날아간다면서 물건에 집착하다니, 이해가 잘 안 가네요."
물론 물건이 기억이 더디게 날아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긴 하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 스트레인지의 풍습이라는 건 지엽적인 정보다. 지금 중요한 건 태오 선배의 행방에 대한 단서지. 그밖에는 작은 소파와 스크린을 띄울 수 있는 장치가 보였다. 여기서 영화라도 보신 걸까? 아니면 설마, 태오 선배의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영상이 있으려나? ...진짜라면 취미 한번 고약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불행을 곱씹다니, 그만큼 무익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도 태오 선배의 소재지에 대한 단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눈 딱 감고 보자.
장치를 테이블 위로 가져와 작동시켜 보려니, 서형이 희야 선배와 함께 방으로 들어와서는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메모 앱이 떠 있었다. 조금 전 서형이 혼잣말로 중얼거린 수박이 떠오르며 감탄이 나왔다. 서형도 희야 선배를 탐문해서 현재 상황을 파악했구나. 희야 선배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하셨으니, 사이코메트리를 이용했겠지. 메모장을 읽어보니, 서형은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었다. 태오 선배가 세뇌로 인해 바즈라라는 연구소의 부소장이 되어있으니, 태오 선배를 발견하면 데려올 수 있도록 바즈라에 잠복해보자고. 태오 선배의 소재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알아냈으니 미적거릴 이유가 없지. 나는 곧장 서형의 팔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전 찬성이에요. 지금 바로 출발하죠! 그 바즈란지 버러진지 하는 데로요~
서형이 태오 선배의 소재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알아낸 이상, 더 이상의 집수색은 무용하다. 주인도 없는 집에서 집주인 뒷조사하기에 불과할 뿐. 얼른 태오 선배 찾으러 가자!
>>677 헉 진짜 맛낫겟따... 🤤🤤🤤 영양가 있고 맛난거 먹었네 매우 훌륭해요 최고의참치 (뵥뵥뵥)
시간 부족이라기보다는 정신력 부족(......)이긴 한데ㅋㅋㅋㅋㅋㅋ 지난 서너달 정도 멘탈이슈 땜에 그림 그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가지고 🫠 그.그렇게대따. 그래도 이젠 많이 나아졌으니 다시 낙서부터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 까!! 무리는 안할게!!! 꼬마어용🥰🥰
호호 그리고 그렇군!! 쪼아... 🤭 다행이다... 사실 혼자 좀 걱정햇었거든 따라오는 부정적 사이드이펙트... 사생... 기자... 이런거... 특히 랑이까지 피곤해질까바 많이 걱정햇는데 그건 일단 인첨공(이야기적 허용+레벨5의 재력을 베이스로 한 고급 시큐리티)의 힘으로 적당히 커버하기로 했다 랑이만 싫어하지 않는다면 아이돌과 아기대장늑대의 카나리아 포지션 둘 다 잡아버리겠어 후후😎
그래도 인첨공 안에서만 활동하는 아이돌이니까 심하게 바쁘진 않을 거 같다 월드투어 해외스케 이런 건 안못갈 거고(?)
그 그리구 나 사실 랑이의 5년 후 모습도 궁금함... (아직생각해둔거 x 라면 괜찬습니다 내쪽도 아직 확정아님) 그리고... 랑주가 아마 남은 애프터 시기동안 랑이의 서사를 풀겠지만(재촉아님니다. 절대로. 부디 편하게 해주시길...) 만에 하나 타이밍이나 기타 문제로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일댈 같은 걸로 넘어가서라도... 제가 랑이의 서사와 이야기를 엿볼 수 있을지... 🥺 그리고가능하면다른다양한이야기도...
좀 이른 얘긴가 하지만공식스토리엔딩은났으니깐? 물어보고시펏어... 지금대답안해줘도대...!!!!!!!!
음. 그리고 에어레드 관련으로 레드윙이 마음 고생이 심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레드윙은 한번도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없고, 지금도 그냥 내가 다시 꼬시면 그만 아니야? 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뭐 비운의 여주인공이 된 적은 없다는 것만. 물론 보라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선...뭐,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분은 생각하시고 결국 둘의 관계가 발전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분은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그런데 뭐 확실한건 레드윙은 공식적으로 은우 관련으로 마음 고생을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사실 저는 은우는 3학년 동기조를 제외한 후배들에겐 어느 정도 선을 긋고 행동했다고 생각을 하는지라... 거의 유일하게 리라가 그거 박살내고 선 뚫고 들어와서 이것저것 듣긴 했는데... 그 외에는 딱히 은우가 자기 이야기를 굳이 한 적이 없었죠. 다른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그냥 인첨공 흘러가는 이야기 정도만 했지!
>>698 아니..하지만 그래도 은우는 나름 세은이 어릴 적 친구들에겐 나름 잘해준 편이라는 설정이라구요?! 이건 혜우와 은우가 그다지 돌려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리라와도 얼마 못 돌렸으면 리라는 지금까지도 왜 부장님은 속으로 꿍꿍 숨기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
>>699 사실 그렇게 문 부수고 들어올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에..하지만 재밌었습니다. ㅋㅋㅋㅋ
situplay>1597054774>174 현재의 평온과 바라던 미래가 바로 곁에 있었다. 한없이 어두웠던 어둠에서 벗어나 찬란한 햇빛 아래 눈을 뜨면 가장 소중한 이를 먼저 보고, 절대적으로 안전한 집에서 꿈꾸던 삶을 이어가는. 그런 미래를 위해서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서 달려오지 않았던가. 그러니 자신이 졸업하기까지 남은 1년을 기다리는 것은 그런 과거를 버텨온 순간과, 당신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던 것을 기다리던 순간까지 버텨온 금에게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다리는 1년 동안의 순간에서도 당신과의 많은 추억을 쌓아갈 것이었으니 그 시간 또한 행복할 것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다들 모를 텐데요."
입술을 비죽 내밀면서 아쉬움과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고서, 금은 당신을 바라보며 씩 웃는다. 입술 끝에 희미하게 남은 촉감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니 당신의 손을 꼭 잡고서 더 가까이 붙는다. 그 여운을 느끼며 금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웃음을 터트린다.
"개냥이라니.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늘었군요. 언니가 저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가벼운 농담을 그렇게 던진 금은 당신이 눈을 털어내기 편하게 고갤 숙인다. 아무리 그런 지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각하는 마음을 생각하면 별거라고 할 수가 없어서. 저번에 준 선물로도 충분하단 말에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금은 고개를 천천히 내젓는다. 바라보는 눈빛이 진지하다.
"그때와는 조금 다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금은마저 걸음을 옮기며 당신을 이끈다. 손잡은 채 걸음을 재촉하면 익숙하던 자취방에 도착하고. 들어서면 처음 당신이 금의 자취방에 들렸던 때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한때 벽을 차지하고 있던 이삿짐 박스들은 정리되어 있고, 몇 남지 않은 상자들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잠만 자고 말았던 이전의 텅 빈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당신과 찍은 사진까지 액자에 담겨 책상 위에 놓여 있었으니, 은은하게 당신의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섞여있을까. 금은 당신을 소파로 이끌고서 잠시 망설이듯. 금은 당신을 바라보다, 옅게 웃으며 말한다.
>>738 날 나눠서 홈파티라니 외국 결혼식 같아요오오오 >< 말 나온 김에 티미~☆★ 로봇 청소기에다 줄 달아서 아기의자(바퀴 달린 거)랑 연결하면, 로봇 청소기 돌릴 때 보행기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어요오오오오 육아에 시달리는 아지에게 평화를!!!!!(로봇 청소기 : 혹사다 혹사!!!)
>>74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청윤 경찰이 아니라 볶음밥 경찰로 불리나요오오오 어쩜 좋아 불멸의 사랑이야!!!!!
>>75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배부르게 웃었어요!!! >< 재밌다~ 오신 김에 여쭙고 싶었던 거 주섬주섬... 1) 선배 대학 다니면서는 생활 패턴이 어땠을까요? 수면 시간이라든가 루틴 같은 거요. 평일엔 강의 듣고 도서관 가고 숙소(자취방? 기숙사?) 가기 반복...이면 우울한데. 명색이 인첨댄데 과외 알바 같은 거 했을까요? 2) 서연이가 졸업 후에 머리 염색 하고 컬러 렌즈를 끼겠다고 하면 선배 반응이 어떠려나요?
@캡 께도 질문 있어요오오오 >< 혹시 엘리트들한테 초능력을 윤리적으로? 초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을까요?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 이수를 의무화한다거나, 고레벨 능력자가 상해를 입히거나 하면 가중 처벌을 받는다거나요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었어요. 오히려 엘리트와 비엘리트층을 교묘하게 대립시키고 경쟁시켜서 레벨이 낮은 이들이 더 높은 곳으로 가게 하도록 유도한 것이 구체제였어요. 고레벨 능력자가 상해를 입히면... 뭐, 일단 법적으로는 불법이긴 한데... 그래도 은근히 눈감아준 것도 있고 그랬답니다. 물론 아닌 이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냥 눈감아주는 이가 많았어요. 괜히 스킬아웃이 나온 것이 아니에요.
초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해도...그냥 기본적인 도덕윤리 교육이 전부인지라...
사실 이건 현체제라고 해도 갑자기 확 변하진 않을 거예요. 어쨌건 3학구장이 새로운 대표이사가 되었다고는 해도... 분위기라는 것이 갑자기 확 바뀌진 않으니까요. 그냥 점차적으로 조금씩 차별이 줄어들수는 있겠지만..어쨌건 그 자체가 없어지진 않을 것 같네요.
situplay>1597054774>112 +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그 과정이 험난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금은 곁눈질로 한결을 바라보다가 성훈을 다시 물끄레 본다. 눈에 띄게 변한 표정을 보고서야 제가 느꼈던, 당신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알아챈다. 그러니 이어지는 물음에는 금은 눈가를 가늘게 좁힐 뿐이다. 지켜준다니. 누구에서? 상체를 앞으로 쭉 내밀며 금은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선 의아한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759 강한 초능력이 타인 혹은 사회의 안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초능력이 강할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요지의 교육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수준으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규칙 같은 게, 그니까 고레벨이 능력 사용을 좀 더 신중하게 하도록 권장하는 각종 장치가 새 대표이사 체제하에서는 생겨날지가 궁금했어요. 근데 특별히 새로 생겨난 건 새 체제에서도 없다는 거죠? 제가 잘 이해했을까요?
>>760 그렇긴 해요 최대한 덜 모호하게 여쭤보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았네요...........(털푸덕)
>>762 그거 수면 부족이나 피로 때문일지도 몰라요오오오 쉬시는 게 급선무일 거 같고 쉬기 힘들 만큼 심하시면 진통제라도 드셔 보시는 게 어떨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초에 해를 입힐 정도로 능력을 쓰면 고렙이든 저렙이든 안티스킬한테 잡혀가니까 굳이 그런 장치나 체제가 새로 필요할까? 글고 저지먼트 활동 중의 빌런들이 고렙이라 문제였다기보단 그들을 육성한 연구원들의 인성과 윤리의식이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보는데 그 부분부터 싹 뒤엎어 정화한 다음에 고려해보는 건 몰라도 무작정 고렙한테 제한을 두자는 건 좀 너무하지 막말로 능력 성장시킨 애들을 싹 다 잠재적 위험분자로 보자는 얘기나 다름없잖아? 그럴려고 성장한 것도 아닌데 말야
>>766 유니온 같은 빌런이랑 연관지어서 고렙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던 건 아니고요. 엔딩 이후의 사회 변화 중에 그런 게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던 거예요. 생각 중인 독백 중에 그런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모르면 못 쓰니까요👀👀👀
>>780 예~~~전에 도시 괴담으로 무술 유단자는 다른 사람 폭행했을 때 가중처벌 받는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초능력이 강할수록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수준으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규칙'이라는 표현 보고는 그거처럼 초능력이 강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규정이 있나 오해했어요. 근데 사람 때리지 마라, 죽이지 마라 같은 보편적인 도덕은 있다는 의미였군요^c^;;;; 이해했습니다. 소재로 잘 쓸게요~~
>>783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무술 유단자가 폭행했다고 해서 가중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에요. 판사의 판단에 따라서, 그리고 상해 정도에 따라서... 아무래도 무술 유단자가 사람을 폭행하면 좀 더 상해가 클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런 경우로 가중처벌을 받을 수는 있는데... 법적으로 가중처벌을 한다라거나 그렇게 일괄적으로 처리한다..라는 것은 없어요.
초능력이 강하다고 해서 더 법이 강하게 적용되진 않아요. 법은 비슷하게 적용이 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나 다른 외국에서도 솔직히 권력이 있는 이가 생각보다 쉽게 풀려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레벨에 따라 '차별적 대우'는 있어요. 대충 그 정도로만 알면 될 것 같네요.
뭐..사실 대부분은 그냥 병원 시설 때 퍼클과 레벨5는 초고급 1인실이 주어지지만... 레벨 0에겐 그런 거 없이 그냥 평범한 다인실이 주어지는 그런 느낌의 차별이지만요.
>>784 앗 아앗@ㅁ@;;;;;;;;;; 유단자 썰이 ㄹㅇ은 아니란 건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도시 괴담이라고 표현했던 건데 충분하지 않았나 봐요👀👀👀 제가 어떤 오해를 했는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려고 했던 건데 다른 쪽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버렸네요^^;;;;;; 암튼 제가 오해했던 부분은 파악했습니다. 감사해요 ><
돌아오는 말들은 평소와 같으면서도 달랐고, 그러면서도 마주본 얼음 호수 같은 눈동자는 이전에 엿봤던 온후함이 담겨있으니 말하는 이가 여전히 같은 이구나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일견 거리를 두는 것 같은 태도에도 리라는 웃을 수 있었다. 졸업하면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는다. 아쉽지 않을 리 없었으나 그간 지켜봤던 혜성의 모습을 고려하면 이해되지 않는 행보도 아니니까. 다만 귀찮을 만큼 달라붙고 싶다는 미련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것마저도 금이를 통한 소식 전달이란 말로 일축하니 괜히 선배가 아니구나 싶다. 말간 웃음 끝에는 티라미수의 코코아 파우더처럼 조금은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미련 없이 떠나지 말라고 이러는 거예요. 후배는 아직 선배님들이 필요한걸요? 나이도 한 살 더 먹었고 부부장 타이틀도 달았으니 슬슬 독립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 아직 선배님들이 졸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정말 아쉬워!"
아쉬운 김에 졸업식에서 한탕 해야지. 그런 못된 생각은 행여나 스포일러가 될까 염려해서 혜성에게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나저나 그렇군요. 크리에이터 씨가 추천서를 써주셨다면 안티스킬 쪽에서 근무하시려나요? 혜성 언니랑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첨공은 또 하나의 과분한 인재를 얻겠네요~"
자그마한 웃음소리를 내며 케이크를 한 입 잘라 입으로 가져간다. 혀가 아리도록 달면서도 에스프레소의 씁쓸함이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맛. 어쩐지 이번 1년을 마무리하기에 적절한 케이크인 것 같다는 생각이 솟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역시 모든 물건은 다 적절히 쓸 때가 있는 거구나. 물론 그 쿠폰은 이미 기한이 넘어가버렸으므로 사용했다고 말하긴 애매해졌지만.
"시간이 참 빨라요. 지나올 때는 느리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째깍째깍. 어딘가에서 초침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가게 안에 아날로그 시계가 있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뭐, 아무렴 어떨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나름의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의도치 않은 도움도 도움이죠, 그래서 전 고마워 할 거예요. 혜성 언니랑 지낸 시간들이 즐거웠으니까요. 연락이 안 될 거라는 건 슬프지만... 그래도 금이를 통해서 소식 나눌 수 있다는 건 다행이네요. 응, 다행이에요. 전 아직도 속이 약한 후배라서 졸업한다고 행방조차 모르게 되면 아주 슬펐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변화하더라도 당신의 눈동자는 언제나 푸르르길 바란다. 그 온도가 빙하만큼 차게 식거나 용암처럼 뜨겁게 불타오르더라도 파랑은 언제나 같은 파랑이니, 어둠을 밝히는 도깨비불 또는 냉철한 고드름 중 어느 모양으로라도 존재해 이따금 마주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뿐인 일이다. 리라는 문득 포크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한쪽 턱을 괴었다. 손가락과 디저트 포크 끄트머리에 묻은 코코아 가루가 뺨에 옮겨가 검은 자국을 남긴다.
"안티스킬을 찾아갈 일이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어쩌면 그럴 일이 자주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아니고... 음! 나머지는 비밀. 아무튼!"
여전히 이곳은 외지에서 도착한 두 아이에게 천국이 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돌아갈 사람이 있는 장소가 되었다. 이제 리라는 하늘을 떠도는 객성에게도 머무를 토끼풀 밭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런 단호함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소식 꼭 전해주시는 거예요? 사람 일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심심하면 꼭 얘기하시구요. 더블 데이트 하게!"
이 자식... 징하다...! 하지만 그 뒤로는 의외로 별다른 떼를 쓰거나 뭔가를 요구하는 일 없이 디저트만을 즐기다 적당히 헤어졌을 것이다. 덜 녹은 눈 위에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발자국 두 쌍만이 남았다. 그렇게 차가운 겨울 공기를 헤치고 또다시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한번쯤은 궤도가 겹칠지도 모르는 일이나, 지금으로서는.
안녕 선배님. 가끔 소식은 전해줄거죠? 모쪼록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를 뒤로 하고 행복한 20살을 시작할 수 있기를.
// 마무리! 지어두었다!! 혜성주 더 잇고 싶은거 있음 써줘도 되구 이거 마지막으로 받아줘도 돼~! 케이크... 같이 먹어줘서 꼬마어용...
이유 없는 찜찜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런 식으로 증명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지. 리라는 답변 돌아오지 않던 메세지와 근래 전혀 보이지 않던 태오의 흔적을 떠올리고, 은우의 말을 듣다가, 침묵했다. 어쩐지 이상했던 편지의 마지막 단락. 영영 사라지기 전의 사람이 간신히 놓아둔 듯한 문장들. 그건 따스했지만 동시에 서늘했고, 때문에 리라는 태오에게 편지를 받은 그날 뒤로 줄곧 현태오라는 사람의 안부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무색하게도 태오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결국 심증만 있고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후배는 안티스킬에 저지먼트까지 나서야 할 사안이라는 걸 이제서야 확인받게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속이 쓰리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가짜 사촌 해명도 못 했는데. 화영이 이모에 대한 이야기를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은 했었는데. 같은 저지먼트인 것만으로도 당신이 친근했지만 생각치 못한 곳에서 얽힌 연은 현태오라는 사람을 보다 가깝게 느끼도록 했는데. 그런 형태 없이 느낌뿐인 것들을 차마 구체화 하기도 전에.
리라는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가장 먼저 희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눈이 퉁퉁 부은 얼굴을 가을 공기에 차가워진 양손으로 폭 감싸서 식혀주려 했을 것이다. 이 자식... 선배한테 뭐 하는 짓이야!
"희야 선배님, 너무 무리하지 말고 계세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걱정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말을 못 할 정도면... 무거운 뭔가가 있겠죠. 그게 뭔지 제가 감히 헤아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우리가 누구예요, 코뿔소잖아요?"
부러 밝게 말한 후 희야를 토닥여준 리라는 태휘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 사람은... 일전에 병원에서.
"그때 만나뵀었던 안티스킬 분이시죠. 전에는 제가 좀 경황이 없어서 무례하게 굴었던 것 같은데, 늦었지만 사과드릴게요. 당시 했던 오해도 다 풀렸고. 모쪼륙 잘 부탁드려요. 저지먼트로서 돕겠습니다."
은서라는 이름을 가진 태오의 같은 반 친구분과 교내 커리큘럼실의 연구원의 말도 전부 들었다. 연구원들의 적대적인 태도에 "그 학새을 걱정하면서 찾아다니는 친구들 앞에서 입을 너무 가볍게 놀리시네요. 그런 얘기를 듣자고 온 건 아니었는데, 모쪼록 필요한 증언만 부탁드려요." 하고 쏘아붙이긴 했지만 그 외에 큰 반응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종합하고, 최종적으로 리라가 고른 장소는 한 곳이었다. 내밀어진 선택지 중 제일 수상쩍다고 할 만한 장소.
또한 그 안에서 제일 수상한 사람.
붉은 브릿지를 가진 흑발의 양갈래로 땋은 머리, 주황색 눈동자와 짙은 화장, 그리고 검은색의 크롭티와 카고팬츠를 걸친 여성을 따라가던 리라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머리색은 검정으로 물들여 하나로 묶고, 볼캡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장 무난한 복장을 골라 입으면 그나마 눈에는 덜 띈다. ...그래 보이길 바랄 뿐이다.
스트레인지. 원래 막무가내로 오지 않기로 한 장소였는데.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해 언니. 다른 사람들과 떨어지지 않게, 위험하지 않게 잘 처신할게요.
자, 해결해보자. 그리고 찾아서 돌아가자.
>> 메트로폴리스로 이동합니다. 또한 situplay>1597054604>906 선택지에 따라 곧바로 어르신을 만나러 갑니다.
리라의 참가가 늦은 관계로... 이미 진행된 사건과 레스들(라바나의 말 등)이 지난 다음의 시점으로 리라를 넣어주면 좋을거 같아...! 밖에서 라바나 웅니 얘기 듣고 혜우가 간 뒤에 뒤늦게 따라간 걸로다가 물론 어렵다면 태오주가 편한쪽으로 정리조율해주시면 됩니다 just 제안
으아악 리라주의 사심에 쓸려나간다아악 (데굴데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진심이자나 이 사람! 두렵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의 리라주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현재 89.9999% 재데뷔 썰 머릿속으로 구상중일 것으로 추측(?) 리라도 참 초반엔 많이 불안했는데 메데타시 메데타시라서 다행이야 얘네 돈 걱정 없음 이거 하나 진짜 개부러움 걍 연구나 찔끔찔끔 하면서 살아도 평생직장 평생월급 보장되자너 그러므로 천혜우 너는 평생 일만 해라 대신 은퇴는 빨리 시켜주마(???)
으악 고수 그거 비누맛 나지 않나요? 드실 만하셨나요? (머리카락에서 고수향이면 비누향이 나는 건가...@ㅁ@;;;;) 리라주 남은 하루도 잘 보내세요오오오오오
전 뒷북으로 틈새 주접 투척하고 침몰을...(꼬르르)
situplay>1597054774>757 철현주 뒷북 뒷북 쌩뒷북입니다만 이 레스 훑을수록 죽고 오기 딱 좋은 맛도리이지 말입니다!!!!! 고등학교랑 대학교는 아예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될 만큼 확 다른 환경인데 본인 생활 본인 공부만으로도 바쁠 선배가 공부알못 팟 과외 따박따박 해 주는 거 발리고~888ㅁ98888 적정 수면 시간 지키면서 건강해진 거 안심되고~XD 렌즈 끼지 말라고 말리는 이유가 눈 건강뿐이라는 점에서도 서연이를 그 자체로 좋아해 주고 소중히 대해주는 게 드러나서 설레지 말입니다!!!! (붕방붕방) 선배 완전 존멋인 거심미다아아아아아 >< (⬅️도름)
situplay>1597054774>803 새봄주 에? 에에?? 에에에에에??!?∑@ㅁ@;;;;;;;;;; 그 대사가 그런 의미였...??? (⬅️바보) 찐인지 철현주 오시면 여쭤봐야...!!!!!!! /////////////////// 근데 새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서연이 너랑 있어👀👀👀
"...이런 음성 데이터가 허수학구 내에서 파편데이터로 포착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장님?
"그런 것은 신경쓰지 말고 연구나 계속 하도록 하죠. 노이즈가 중간에 들려서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은데 어차피 암부 세력 중 누군가가 여기를 독점하기 위해서 장난질이라도 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보다 하루 빨리 더 많은 감정 에너지를 분석하고 연구하기나 하십시오. ...허수학구 내라면 들킬 일도 없겠죠."
situplay>1597054774>585 메트로폴리스를 인식저해 시스템 없이 돌아다니는 기분은 생경했다. 스트레인지를 이렇게 맨얼굴을 멀끔히 드러내고 당당하게 돌아다닐 거라고는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칩의 인식저해 기능을 켜야하나. 내부를 돌아다니던 혜성의 걸음이 점차 늦춰지다가 기어이 한자리에 멈춰선 것은 '칩'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 아.., 이혜성 이 멍청아."
걸음을 멈추고 혜성은 양손으로 제 얼굴을 거의 뭉개다시피 감싸쥐면서 앓는 소리로 제 스스로에게 타박을 날렸다. 왜 이제까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지? 그래. 칩이 있었잖아? 빌어먹을 비즈니스 프랜드는 모르는, 칩. 왜 지금 떠올렸는지 스스로를 향한 타박과 어처구니 없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담긴 앓는 소리가 이어졌다.
지금 당장 어르신을 만나러 가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차라리 공용 클라우드를 이잡듯 뒤져서 일말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쪽이 이로울 것이다. 결론이 내려지면 이후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멈췄던 걸음을 바삐 움직여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걸어가며 혜성은 칩의 공용 클라우드에 접속을 시도 했을 것이다.
situplay>1597054774>730 "그런 표정 지어도 안되는 건 안돼. 잘 기다릴 줄 알면서 요즘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얘가 정말 자기 얼굴을 써먹는 법을 너무 잘 안단 말이지. 내가 자기 잘생긴 얼굴에 약하다는 거 알면서.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혜성은 괜시리 괘씸한 감정이 들어, 금의 뺨을 제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꼬집으며 중얼거렸다. 서로의 어깨 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눈의 흔적, 그리고 가까이 붙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체온에 혜성은 결국 짧게 웃음을 흘려냈다. 그 결과 뺨을 꼬집은 행동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을테다.
"...진짜로 고양이랑 경쟁하려고? 아니지?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소리는 하지마."
동물에게 주는 애정이 사람- 그것도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마음을 알게 해준 사람을 향한 애정과 같을리가 없는데. 농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금의 머리 위의 눈을 털어내주던 혜성은 잠시 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제 눈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근데 진짜 경쟁하면 어쩌지. 보고 있으면 어이없고도 귀여워서 헛웃음이 날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잠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던 혜성은 금이 이끄는대로 자취방으로 입성했을 것이다.
자취방까지 들어올 생각이 없었던지라, 당황스레 눈을 깜빡이다가 데구르르 굴려 주변을 둘러봤다. 제 손이 닿은 액자들의 위치, 그리고 말끔하게 정리되어 '사람이 사는 집' 이라는 분위기를 내는 금의 자취방은 언제 와도 제 자취방과 정반대의 분위기라서 혜성은 새삼 신기한 기분이었다. 같이 살게 되면 그 상반된 분위기의 두 방이 하나로 합쳐지는 건 어떤 느낌이려나. 자신과 금이 한 프레임 안에 담겨 있는 액자를 잠깐 손으로 쓸어보다가 소파에 앉았다.
"응? 아, 응. 알았어."
금의 말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특유의 몸을 둥그렇게 마는 자세가 아닌 썩 반듯하고 단정한 자세로 긴장이 섞인 제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situplay>1597054774>837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잖니. 그러니 우리도 박수칠 때 떠나줘야 옳다고 생각해. 이번 1년이 지독하게 힘들고 고되고 위험했을 뿐이니까."
뒤에 남을 후배들은 적어도 덜 힘들 것이다. 케이크를 입에 넣으며 혜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졸업식 때 혹시 이 막무가내의 후배들이 엉뚱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좋으련만. 워낙에 남아있는 후배들의 성격들이 특이해야 말이지.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셨기 때문이지. 안티스킬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전년도 문제집들도 지원해주시겠다고 했지만 그건 거절했어. 현직에 계시는 분에게 도움을 받는 건 추천서로도 충분하니까."
리라의 말에 어느새 접시 위에 포크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혜성은 등받이에 등을 깊게 기대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러게, 참 시간이 참 빨라. 동의하는 목소리가 느릿하고 차분하다. 속 약한 후배, 라는 말에는 짧은 웃음을 흘려낸 혜성은 검지로 테이블을 두어번 두드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연락없이 잠수를 타버린다고 해도 후배들 중 몇명 정도는 어떻게든 아득바득 연락처를 뜯어내려고 할 애들이 있을 것 같지만 말이야. 가끔 운좋으면 어떻게든 마주칠테니, 연락이 없거나 소식이 없더라도 섭섭해하지마. 금이가 말 안해도, 그냥-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서로."
졸업생과 재학생의 관계는 그걸로 족하다. 외지에서 들어온 우리들에게 인첨공의 1년은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자라면서 배웠던 가치관을 부정당하고, 신념을 시험당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문제와 강제적으로 대답해야하는 굴레. 그리고 자신과 이 아이는 인첨공에서 지내며 여전히 그 답을 찾아내야할 것이다.
"더블 데이트할 시간이 생기면."
후배의 꾸준한 요구에 혜성은 그저 짤막히 대답을 내놓았다.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디저트를 나눠먹는 시간은 겨울임에도 제법 따스한 시간이었다. 돌아가기 직전, 잠시 눈이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보다보던 혜성은 희뿌연 입김을 내뱉은 뒤 리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듯 잠시 입술을 달싹이던 혜성은 눈 가늘게 떴다.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리라야. 정말로."
그저, 이리라 라는 네 존재 자체로 행복하기를 바래. 하는 말은 덧붙히지 않고 혜성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926 5년 후 떡밥이라...ㅋㅋㅋㅋ 그건 은우와 세은이 둘 중 아무도 몰라요! ㅋㅋㅋㅋㅋㅋ 둘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무언가이기 때문에! 우연이 마주치는 것는 아무래도 금방 헤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연구소에서 만나기도 애매하긴 하니.. 혜우 1년 뒤에 자주 가는 곳 어디인가요?
은우가 졸업하고 몇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고등학생이 아니라 대학생 1학년의 삶을 살고 있었다. 3학구에 있는 나름 유명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제빵학과에 들어가 이것저것 다양하게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었다. '넘버즈'는 둘째치더라도 고등학생때 새롭게 가지게 된 취미인 베이킹을 좀 더 살려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연습하면 정말로 베이커리 카페 정도는 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잇었다. 물론 디자인 쪽은 세은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어쨌든 빵 냄새를 펄펄 풍기고 있는 그는 자연공원으로 나왔다. 빵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바깥 공기를 쐬는 것도 중요했다. 그렇기에 그는 이렇게 자주 바깥 바람을 쐬러 나왔다. 이제는 저지먼트도 아니고, 위크니스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상당히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에 그의 표정은 적어도 고3때보다는 꽤 편안해진 상태였다.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제법 있었고, 그는 능숙하게 그런 이들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그 존재는 이제는 엄청난 유명인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첨공을 구한 영웅처럼 알려진 상태였으니까.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퍼스트클래스라는 명함은 아직 유효하기도 했고.
어쨌든 그렇게 길을 걷는 도중, 낯익은 이의 뒷모습을 그는 발견했다.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뒷모습이었다. 에이..설마..라는 표정을 짓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천천히 그 존재의 뒤로 다가갔다.
"실례인데... 혹시 혜우니?"
아니라면... 글쎄. 사과하면 되겠지. 그 정도로 생각하며 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시던가요? 라는 말에 은우는 가만히 혜우를 바라봤다. 자신을 모르는 척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롭게 인생을 시작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고 그 속셈을 알 수 없는 대답에 그는 더더욱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 이어 한숨을 약하게 내쉬더니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가 혜우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우리 못 본 지 꽤 되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존재를 잊어버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언제부턴가 주변과 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지낸 것처럼 보이긴 했고 비슷한 말을 하긴 했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나오는 것일까.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혜우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최은우. 기억 안 난다는 말은 하지 말고. 무슨 몇 십년을 안 본 것도 아니고 1년 될까말까인데."
오늘은 비번이지만, 일찌감치 카페에 왔다. 철형을 위한 서프라이즈를 위해서였다. 양해를 구하고 준비한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어둔 뒤, 카페에서 제일 편안한 소파 자리를 맡아두고 철형을 기다리던 중, 생각보다 일찍 철형이 나타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반색하며 철형을 반겼다.
"어, 철형~! 일찍 왔네요!" "여기예요!" "여기 앉아서 잠깐 기다려봐요!"
철형을 자리에 앉히고, 나는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준비한 케이크를 꺼내, 접시에 담았다. 통째로. 그러고는 접시 두개와 함께 쟁반에 담아 주방밖으로 나왔다. 내가 준비한 건 딸기 케이크다. 하지만, 철형의 눈에 비치는 케이크는 그냥 딸기 케이크가 아닐 터였다. 홀 케이크 라지 사이즈보다도 한층 더 커다랗고, 위에는 새빨간 생딸기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들어 다크초콜릿으로 글씨를 쓴 토퍼가 올려져 있었다.
[불꽃 남자 강철현의 대학 합격을 축하합니다!]
"짜잔!" "대학교 합격 축하해요 철형~!!"
싱글벙글 웃으며, 케이크를 철형 앞에 내려놓고, 빵칼을 철형의 손에 쥐어줬다.
"한번 잘라봐요!"
철형이 케이크를 자르면, 폭신한 바닐라 시트와 뽀얀 우유 생크림 사이로, 슬라이스된 딸기가 아닌 통딸기가 빽빽히 들어찬 옆면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른바, 케이크는 거들 뿐인, 딸기 폭탄 생크림 케이크 되시겠다~!
//사진속 케이크랑 비슷한데 시트는 바닐라고 우유생크림이 같이 샌드되고 겉면에도 아이싱 된 그런 느낌이야~><
후후,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깜빡 잊고 있었다고 말한 그녀는 여전히 생기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캄캄하고도 푸른 눈으로 은우를 보았다. 생긋, 웃는 얼굴로.
"저 말인가요? 순조롭게 지내고 있죠. 못 들으셨나요? 저, 지난 6월에 소속된 연구소 부설 시설의 특별직으로 들어갔거든요. 관련된 일로 매일 바쁘답니다."
그녀의 그 즈음 근황은 그러했다. 지난 6월경, 영락에선 부설 의료센터를 오픈했고 그녀는 지난 유니온 사태의 공적을 토대로 삼아 특별 연구원직에 앉았다. 그 뒤로 매일이 일과 일과 일이라 만남은 커녕 연락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은우라면, 세은에게 한번쯤 들었을 지도 몰랐다.
정작 눈 앞의 그녀는 그래보이지 않았겠지만.
"그나저나 이 공원에서 아는 사람 마주치기는 또 처음이네요. 그래서, 뭐라고 할지- 음, 저는 근처의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추운 건 질색이라서요."
그녀는 여전히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정중한 말투와 달리 고개짓으로 카페의 방향을 가리켰다. 돌아보면 바로 2층 정도의 건물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부장님은 아니잖아. 현 부장은 청윤이니까. 난 더 이상 부장이 아니야."
그러니까 적어도 부장님이라는 호칭은 쓰지 말아달라는 듯,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저지먼트의 삶이 싫었다거나 떠올리기도 힘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하고 싶은지 그는 분명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와는 별개로 생기가 없는 푸른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뭔가를 생각하던 은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그야 뭐, 연구소에 들어갔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지냈냐는 별개잖아? ...아니. 그보다 휴식은 제대로 취하고 있는거지?! 너 지금 막 커피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지?! 너 저지먼트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지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인첨공의 연구원들 못 쉬는 것은 워낙 유명할 지경이기도 하고."
물론 연구소에 들어갔다면 바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담당 연구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아는 이가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하며 그는 절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이 애가 무리하지 말라고 해서 무리를 안 하진 않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은우는 괜히 무리는 하지 말고. 라고 이야기를 했다. 기왕이면 쉴 때는 좀 쉬었으면 좋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이 아이가 어떻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카페라. ...뭐, 괜찮을 것 같네. 나도 요즘 카페 구상을 좀 하고 있기도 해서. 바로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베이커리 카페 하나 만들까 해서 카페 요즘 둘러보는 중이거든. 저기에 있는 저 카페도 나름 괜찮지."
추운 것이 질색이라면 여기에 있는 것보단 카페가 낫겠지. 역시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카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일단 그녀와 발걸음을 맞추려고 하면서.
"헤헤, 당근 수제죠~ 비싼 딸기 공수하느라 애 좀 썼다구요? "서형이 여기 있었으면 사이코메트리 해달라고 하는 건데요~"
철형의 얼굴을 보니, 찔리는 게 많은 모양이다. 무리도 아니다. 일단 애시당초 보람을 느끼기 힘들었던 그 싸움에 낀 건 철형 때문이기도 하니까. (서형도 철형 때문에 싸움에서 빠질 수 없다고 하기도 했으니 역시 이게 다 철형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번 위험해지기도 했고. 그래도 내 케이크를 보고는 소리내어 웃어주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좋아졌다. 아무렴 어떤가, 다친 데 없이 성하게 살아서 수능도 치고 대학에도 합격했는데. 나도 히쭉 웃으면서 철형 맞은편에 앉았다. 먹다 남으면 새걸로 만들어서 포장해줘야지~ 그러던 중, 철형의 물음이 들렸다. 왜 철형이 불꽃남자라니?
"어라? 철형 슬램덩크 몰라요?" "거기 나오는 정대만이라는 캐릭터 별명인데, 그 캐릭터가 철형 닮았거든요." "성격은 철형이 더 좋은데, 보고 있으면 응원하고 싶어지고, 나도 같이 힘 내고 싶어지는 캐릭터예요." "철형이 나한테 그런 사람이거든요~."
처음부터 지금껏 그랬다. 첫 전투라 긴장했을 때도 철형 덕분에 노는 것처럼 치를 수 있었고, 그런 의연하고 유쾌한 모습 때문에 철형을 의지하게 됐다. 그래서 철형이 레벨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몰랐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철형을 상처주고 말았지만, 진심을 부딛치니 철형은 알아주었다. 끼기 싫던 전투에도 결국 참여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철형이 하는 건 뭐든 함께하고 싶어져서. 에고, 사람 앞에 두고 생각이 길었네.
"오히려 못 알아보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가 무슨 10년을 안 본 것도 아니고 1년 정도 안 본건데. 말해두는데, 나 그래도 저지먼트에 있을 땐 애들 다 나름대로 관리했거든?"
그래도 세은이는 기억하는 것 같았기에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은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접점도 없었다라고 해도 일단 부장과 부원으로서의 관계는 누구나와 다 있었다고 은우는 생각했다. 지시를 내린 적도 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움도 많이 받았고. 그녀의 능력 덕분에 부원들이 위기를 벗어난 것이 한두번도 아니기도 하고.
뭐, 어쨌건 지금 와서 그 관련으로 더 이야기를 해봐야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굳이 더 관련으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쨌건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네가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자유지만, 난 적어도 최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무작정 나쁜 관계만이라고도 생각한 적은 없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대하기 어려운 이들은 좀 더 있었기도 했고."
혜우 정도면 차라리 낫지 않았나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카페 안에 들어오자 풍기는 커피향을 느끼며 은우는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역시 이 향이지.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침을 삼켰다. 이어 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줄게. 뭐 먹을래?"
물론 거절하고 각자 사겠다고 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억지로 사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이상했으니까. 그렇기에 권유 느낌으로만 딱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지갑을 꺼냈다. 답이 어떻게 되건 계산을 해야만 했으니까.
"글쎄. 지금도 별 차이는 없을걸.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것저것 챙겨야만 하는 것이 저지먼트 부장이라는 자리고."
여전히 뼈가 있는 말을 하네. 변한 듯 하면서도 안 변했어.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어떻게 대해야할지, 어떻게 접해야할지 애매하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 속마음을 굳이 표하진 않으며, 묘하게 비꼬는 것 같기도 한 그 말에 은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넘겼다. 그녀가 말한대로 '생각이라는 것은 개인의 자유'였으니까.
"오. 의외네. 내가 말하면서도 됐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점은 또 변했네."
스스로 말하면서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에 은우는 살짝 놀라며 두 눈을 깜빡였다. 어쨌든 2층으로 올라가는 그녀를 바라보다 은우는 카운터로 향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하나. 그럼 자신은 뭘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 마찬가지로 아메리카노 하나를 골랐다. 대신 자신은 아이스지만. 밖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엔 조금 추울지도 모르지만 실내라면 달랐다.
잠시 그렇게 카운터 근처에 있다 커피가 두 잔 나오자 그는 각각 그 잔을 손으로 들고 2층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한 후, 은우는 잠시 주변을 바라보다 혜우를 발견하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뜨거운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맞은편 자리로 간 후, 그녀와 마주보는 자세로 앉았다.
공원이 잘 내려다보이는 창가자리 너머의 풍경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서 무슨 연구를 하고 있어? 외부인에게는 말할 수 없는 그런 기밀쪽이라면 말 안해도 괜찮고. ...뭐, 너라면 의료 쪽이 아닐까 싶긴 한데."
작년의 혜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은우는 나름대로 그렇게 추측했다. 연구소에 들어갔다는 것은 알아도 정확히 뭘 연구하고 뭘 하는지까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기에 묻는 것에 가까웠다.
그의 눈이 본 그녀는 그 말이 적합했다. 표정과 말투는 바뀌었어도 껍데기 속 내용물은 그대로였으니-
"마냥 거절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누구 덕분에 알았거든요-"
2층으로 올라가는 그녀가 웃으며 한 말이 그러했다.
커피 두 잔이 나오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각각의 샷 내리는 소리가 나고 곧 하나는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커피, 하나는 뜨거운 물과 섞인 커피로 바뀌었다.
그녀는 창 밖을 보며 그 소리들을 들었다. 계단을 올라와 그녀가 잡은 테이블 앞으로 오는 기척도 마주 앉아 창 밖을 보는 기척도 잠시, 말없이 유지되었다.
은우가 그녀를 보며 말을 했을 때 그 익숙한 침묵이 깨졌다. 그녀도 고개를 돌려 은우를 보았다.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지금 하는 연구 말인가요? 유출할 의도가 아니라면 말 못 할 것도 없죠. 뭐, 유출한대도 고작해야 개요일 뿐이니 상관없지만요."
키득, 웃은 그녀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를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든 채로, 말했다.
"일단 연구 자체는, 곁가지로 하는 것에 불과해요. 하나의 줄기가 되는 프로젝트가 있고 거기서 파생된 소재의 가치를 파악하고 연구할 필요성을 검증하는 단계라고 할지. 대부분 의료 관련이기도 하죠. 부작용 없는 대체 세포의 배양이라던가, 인공 혈액의 보다 나은 상용화라던가-"
당장 기억나는게 그것 뿐인 듯 몇몇개를 말한 그녀는 다시 커피를 마셨다. 전혀 그래보이지 않지만, 뜨거운 커피 덕에 몸이 풀린 듯 의자에 푹 기대며 낮은 숨을 내쉬었다. 그 잠깐, 나른히 감겼던 눈이 재차 은우를 보며 휘었다.
"그 모든 연구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피터팬]이랍니다. 최은우 씨."
[프로젝트 - 피터팬]
조금은 유치하게 들리는 프로젝트명을 댄 그녀는 창백한 손으로 잔을 감싸들고, 창 밖을 보았다.
혜우의 그 말에 은우는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세상살이가 어디 무조건 거절한다고 되던가. 물론 그녀가 말하는 것과 자신이 이해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것일지도 모르고,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하겠지만 그는 굳이 그렇게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커피 두 잔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앉은 은우는 자신의 아이스 커피를 아주 가볍게 흔들었다. 얼음과 얼음이 부딪치는 찰랑거리는 소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굳이 또 잔을 가볍게 흔들어 얼음과 얼음을 가볍게 충돌시켰다.
"유출할 생각은 없어. 내가 그걸 유출해야 할 정도로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돈이 부족해도 딱히 남의 연구를 함부로 유출시켜서 피해를 주고 싶진 않거든. 그냥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야."
그녀가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게 그 역시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빵을 계속 굽는다고 달달한 냄새만 가득 맡다, 달달함과는 먼 커피향을 느끼니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은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딱 그 타이밍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려왔고 은우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혜우를 바라보며 혜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나의 줄기가 되는 프로젝트. 그것에 은우는 주목했다. 그런 판국에 그 프로젝트의 명칭이 피터팬이라는 것에 그는 흐응...소리를 내며 다시 커피를 천천히 입에 담았다. 대체 세포의 배양과 인공 혈액의 상용화. 그 모든 연구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의 이름이 피터팬이라니. 뭔가 묘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혜우를 바라봤다.
"피터팬과 의료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조금 의외의 이름인걸?"
어쩌면 피터팬은 의료라기보다는 다른 쪽에 좀 더 의미를 두고 지은 이름이 아닐까라고 은우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미인걸까? 잠시 머리를 굴리던 그는 조용히 혜우에게 이야기했다.
"40~50년 후에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은 아니겠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이 말이야."
피터팬은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 그 생각이 먼저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괜히 그렇게 질문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잖아?! (털썩) 일단 전 슬슬 내일을 준비하러 가볼게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situplay>1597054774>228 네 장난이 통한 것인지. 찍힌 사진을 확인하면 금은 눈 깜박이다, 소리 내며 웃는다. 네 어깨에 툭 가벼이 손 얹었다 떼어내며 이어지는 뒷말에 어깰 으쓱인다. "글쎄요. 그때도 같이 들어가는 거 어떻습니까?" 하였으니 네 부탁에 사진을 전송해 준다. 어째 우리 둘 다 맞춘 것 같은데. 네게 답장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렸으니 금은 달걀 까는 너를 물끄레 보다가 다른 달걀 하나를 집어 빠르게 까선 네게 건넨다. 그리고서 네게 돌아온 답장에 대해서 듣게 된다면 정말 둘 다 맞추게 되었냐며, 곤란하다면서도 즐겁게 웃는다.
"어떻게 아지 말대로 된 것 같군요."
모처럼 아지와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우나에 온 김에 불가마 정도는 들어가줘야겠지. 달걀을 다 먹기까지 기다리며 금은 말한다.
situplay>1597054774>923 당신과 맞닿은 어깨에서 전해지는 체온은 끊임없이 당신을 따뜻하게 했고, 떠나간 뒤에도 그 감각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건 어떤 온기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할 것이었다. 금의 말이 농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 건, 당신을 향해서 애정을 한없이 퍼부을 것이었으니.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당신 곁으로 다가와 자신도 쓰다듬어 달라며 응석을 부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이제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방. 1년 뒤, 당신과 금의 두 세상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처음에는 서로 맞지 않아 부딪칠지도 모르지만, 결국에는 차차 적응해 나가게 될 것이었다. 곧은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는 당신을 보며 금은 한쪽 테이블의 서랍으로 다가간다. 망설이는 듯 잠시 숨을 고른 뒤, 깊은숨을 내쉬며 서랍을 연다. 침묵 속에서는 서랍 열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릴까. 금은 서랍 안에서 작은 검은색 상자를 꺼내 들었다.
손바닥에 올려둔 채, 마치 성물을 옮기듯이, 당신의 앞으로 다가온 금은 본래 당신의 생일에 건네주기로 했던 선물을 지금 이렇게 당신에게 일찍 꺼내 보이는 것에 망설이다가 이내 살며시 웃음 머금는다.
"사실... 이건 원래 언니의 생일 선물로 준비했던 겁니다."
금은 잠시 말을 멈추고 손끝으로 상자를 조심스레 매만졌다. 금의 뺨과 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심장은 터질 듯 빠르게 뛰었다.
"그런데 언니에게서 그런 선물을 받고 나니까..... 조금 일찍 꺼내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은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반지 한 쌍이 들어있었다. 섬세하게 세공된 은색 반지였지만, 당신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반지에 세팅된 푸른색 보석이었을 것이었다. 방 안의 조명 아래, 그 보석은 마치 당신과 금의 눈동자 색을 오가듯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금은 당신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폈다.
"청혼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남들이 한눈에 우리 둘의 관계를 알았으면 해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