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한숨만 푹푹 내쉬던 정지호는 입도 대지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돌려놓고 카페를 나섰다. 슬슬 더워진다. 자잘한 일을 이어가며 간신히 잊혀지지 않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다. 여름이 가기 전까지는 뭐든 제대로 된 걸 해야 할 텐데. 뭐든... 뭐라도. 아무거나. 뭐든 제대로 된 일이 있으면 좋겠다. 솔로 앨범을 낸 동료들은 얼마 못 가 묻혔고, 재데뷔한 동료들도 어쩐 일인지 이전만큼의 빛은 보지 못하고 있었다. 온더로드라는 과거는 해체 이후에도 끊임없이 재조명 되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그룹을 이루었던 개개인은 하나둘씩 묻혀서 잊혀지고만 있다.
예전에 쓴 글에서 일부 잘라왔는데 이 말대로면 나머지도 솔로 하거나 새 그룹으로 재데뷔했는데 묻힌 거 같네! 답변이 되었길...!
>>817-818 와 으와 으와와와 ㄴ@ㅁ@ㄴ 옛날 글까지 찾으시며 세세하게 답변 주셔서 감사해요오오오오 >< 팀일 땐 잘 나갔는데도 개별 멤버가 활동하면 그때만 못한 거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묻혔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 그래도 뜨기 힘든 바닥에서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는데 못 살렸네요. 있을 때 잘했어야 하는데..(먼눈)(옆눈) 온더로드 근황 검색하면 서연이는 착잡하겠지만~~ 이렇게나 알려 주셨으니 잘 써먹어 보겠습니다아아아(점핑인사)(납죽)
밝은 태양이 기울어지고, 그 눈을 완전히 감을 때 쯤. 스산한 골목길로 누군가가 발걸음을 옮긴다. 허리에는 칼이 한 자루 있었고, 실용성에 몰빵한 점프 슈트 한 벌을 입은 채로. 단열이라고는 쥐뿔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차림새로 한겨울의 골목길로 들어간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서 이젠 제 집 안방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어느 폐공장. 그곳에 다다르자 보이는 한 인영에, 그는 쉬지 않던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 "
밝게 말을 걸며 넘어가는 망토. 그것이 이전의 심해 같던 검푸른 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그가 눈가를 찌푸린다.
" 누가 내 눈 색 따라하래. "
첫 인사가 이런 것은 버릇인걸까.
" 듣진 않았는데... 대충 알고있긴 했어. "
자주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얼굴 정도는 마주쳤던 이전과 달리, 게시판에 메모만 덩그러니 남기고 사라졌기에 어림짐작 정도는 하고 있더랬다. 어떻게 찾아가서 깽판을 쳐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그래서 그런걸까, 뭔가 마음이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여기가 어딘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거침없이 걸어가 잔해더미에 앉는 모습을 보고 혼내야 하나, 겁을 줘야 하나 고민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어떤 것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일 것 같지 않았기에.
" 감사는 무슨... "
그러는 와중, 혜우가 망토 속에서 가방을 꺼내 건네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든다.
" ....? 뭐야 이게. "
일반적인 가방과는 확연히 달랐다. 천같긴 한데... 칼을 끼워넣을 수 있는 고리가 달린걸 보면 오더 메이드인가? 그럴 정도라면 천도 그냥 천이 아닐텐데.... 칼에 썰리려나?
까지 생각했을 때 혜우의 썰지 말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 뭐야, 언제 사이코메트리까지 얻어냈어? "
단도를 꺼내려던 손을 황급히 내리며 투덜거린다. 아무튼, 가방 지퍼를 열어보니... 이번엔 롱 자켓이 나온다. 누구의 머리카락 색이 생각나는 색깔이었다. 여기에도 칼을 찰 수 있었고... 주머니에 벨트까지. 점프 슈트 보다 훨씬 편하고 실용적인 자켓이었다.
" ..... "
잠시 조용히 있자니, 혜우는 뛰어내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엔, 이곳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었다. 동월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진 혜우를 부른다.
" 야!!! 허영 살쾡아!!!! "
동월은 품 속에 있던 단도를 꺼내 던졌다. 칼집에 제대로 결합되어 있었으니 분리되어 안타까운 사고가 날 일은 없을테다.
" 이자식 내 보물을 훔쳐가다니!! "
?
" 나중에 찾으러 갈게. 나 그거 없으면 죽거든. " " 버리고 사라지면 당장 9시 뉴스 달려가서 생방송에다가 너 찾는다고 광고해버릴거다. "
이제까지 잘만 잡아오던 무거운 분위기를 집어던지고 화사하게 웃은 동월은, 아까 혜우가 그랬던 것 처럼 폐공장의 한가운데로 총총 뒷걸음질을 친다.
" 나중에 어디로 찾아가면 되는지 문자나 남겨놔라? "
따로 혜우가 그를 불러세우지 않았다면, 어둠 속으로 스르륵 사라졌을테다. 당분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겠지. 딱히 혜우가 문자를 남기지 않더라도 아마 언젠가는 볼 수 있을테다.
이별을 정했다면 피할 수 없겠지만... 재회한다는 것은, 정하지 않더라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만들어낼 수 있을테니.
>>829 (흡입)(?)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해 짧아질 때지ㅋㅋㅋㅋㅋㅋ 싫다 (여기도 해 짧아져서 고통받는 중인 1인) 서머타임 끝나서 더 심해졌어... 뭔가 뭔가 잘못됨... 투닥대는 선후배... 인데 뭔가 뭔가인? 묘하게 솔직해지는 관계라고 느껴졌는데 말이지 혜우우도 그렇게 느꼇구나! 헤헤 그리고 뭐랄까... 월이는 혜우가 파도치는 날에도 그 파도에 쓸려서 밀려나가지 않는 느낌? 이라고 생각햇음
>>830 나는이런서사에약하다워리에게고소미과자를먹여주갯다. (과자 주기) 나도 즐 겁 다!! 워리는 하루 잘 보냇어?
>>835 헤헤 헤헤헤 (만족) 아 진자로... 안그래도 추운데 해까지 없으면 죽으라는 말이냐 어이!!! 그치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 월이 해안가에 뚝심있게 박혀있는 단단한 하얀 바윗돌 같은 느낌임 밀려나가지 않아요 호오호오... 확실히 둘 첫만남이 괴이 일상이었어서 혜우가 좀더 편하게 속내 드러낼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했지😏😏 즐 겁 다
그러니까 그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날이 더 차가워짐에 따라서 가을 외투를 옷장 저 안쪽에 밀어넣고 겨울 옷을 보다 앞으로 꺼내주는 행위는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어서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해야만 하기에 하는 잡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옷들을 뒤적이는 동안 어느 외투에서인지 떨어진, 거의 다 닳아가는 티라미수 교환 쿠폰이 발치에 떨어지자 리라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만. 이걸 지금까지 안 썼단 말이야?!"
그렇다. 이 자식, 언젠가부터 티라미수 쿠폰의 존재를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다!
- 애오옹. "찡찡아, 언니는 바보 멍청이 멍텅구리야." - 왜용. "봐 봐, 혜성이 언니가 준 쿠폰이야. 이거 언제 받았는지 알아?" - 무오옹... "여름! 여름에 받았어! 원래 여름이나 초가을에는 써야 했던 건데 하도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아, 정말. 그래도 그렇지 이게 뭐람?! 이리라 정신 못 차리지?!" - 뮁, 애옹... 우오오오옹...
멀어지는 반려묘의 뒷모습에서 한심하다는 듯한 기운이 뚝뚝 떨어지는 건 기분 탓일까. 그럴 일은 없거늘 마치 찡찡이가 고개마저 절레절레 젓는 듯한 환각까지 덧씌워져 보인다. 리라는 얼마 전 벽에 붙인 캣닢볼에 코를 콕 박고 이내 그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고양이의 노랑 뒤통수를 응시하다가 그대로 상체를 고꾸라뜨려 바닥에 이마를 콩 소리가 나도록 찧었다.
"......오늘 며칠이더라."
손을 뻗어 핸드폰 액정의 불을 밝히면 정말 아슬아슬하게 다음 해로 넘어가진 않은 날짜가 하얀 숫자로 표시된다. 리라는 잠금 화면의 날짜와 오전에서 갓 오후로 넘어간 시간을 번갈아 보다가, 곧 뭔가 결심이라도 했는지 홈 화면으로 진입 후 전화 앱을 눌렀다. 이름 검색, 이혜성. 통화 버튼 클릭.
뚜르르르, 뚜르르르. 통화 연결음이 얼마나 이어지고 상대가 전화를 받아주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언제가 되었든 혜성이 전화를 받아주는 순간 리라는—
"혜성이 언니, 저 어떡하죠... 언니가 주신 쿠폰 아직도 못 썼어요... 하도 일이 많아서 갈 생각도 못 하고 완전히... 흑!"
쿠폰 사용 안 되면 그냥 제가 살게요, 하고 덧붙이는 말은 어쩐지 처절하다... 아무리 서러워도 공시생한테 이게 웬 행패람. 하지만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혜성과 티타임을 즐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찾아든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그게 1년 먼저 사회로 나가게 될 사람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든, 혹은 다른 것이든 간에.
혜성은 이 뜬금없는 당일 약속을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보다 상식적으로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중 스케줄을 다시 잡으려고 했을까. 하나 확실한 건 어느 쪽이 되었더라도 혜성은 리라를 한번은 보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이리라는 끈질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후배고, 이혜성은 1년을 함께 보낸 선배로서 이리라의 성격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을 테니까.
"혜성이 언니! 어서오세요! 와, 머리 자르셨네요! 이것도 잘 어울려요~ 뭔가 학기초 생각이 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만남이 성사되면 이런 반응도 당연하게 현실이 되어 디밀어지는 거다. 리라는 연신 생글거리며 웃다가 마침 타이밍 맞춰 울리는 진동벨을 집어들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혜성에게 앉아있으라는 듯 손짓하는 것도 잊지 않고.
"짠, 티라미수 도착! 이 쿠키는 서비스로 주셨어요. 이걸 이제서야 먹어본다니... 어휴, 정말. 일년이 너무 다사다난해서 말이죠. 계속 가지고는 있었는데 틈이 안 나서 그만... 그래도 사장님이 아직 해 안 넘어갔다고 쿠폰 받아주셨어요. 다행이죠!"
......진짜?
"아무튼~ 뭔가 언니랑도 굉장히 오랜만인 거 같아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수능도 끝났는데 하고 싶은 일은 많이 하고 계신가요?"
정신없지만 연구원이 휴가를 받은 덕에 묘하게 시간이 빈 거 같은 연말. 뒤늦게 인첨튜브의 음방 영상을 돌려본 서연이었다. 본방은 놓쳤지만 태인이도 정이도 톡으로 난리였다고!!! 불렛이랑 이리라가 듀엣했다면서. 어찌나 핫했는지 녹화 영상조차 조회수부터 인첨공 사람들이 다섯 번은 돌려 본 수준에 좋아요 수도 인첨공 사람 중 1/3은 찍은 수준이다. 쩐다.
눈이 확 뜨인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걸까? 영상을 틀자마자 성하제 공연과는 비교도 안 되게(것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공연이었는데도!!!) 휘황찬란한 무대가 펼쳐졌다. 리라와 레드윙이 그 자리에서 빛나는 거 같았다. 무대 조명을 받아서가 아니라, 새하얗게 반짝거리는 의상 때문도 아니라, 두 사람한테서 후광이 나오고 있는 거 같은? 호흡도 오랜 기간 팀이었던 거처럼 척척이다. 유니온한테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연습 시간이 넉넉지도 않았을 텐데 어쩜 백댄서들까지 합이 잘 맞지? 귓가에 속삭이는 듯하면서도 또렷한 리라의 음색과 레드윙의 낭랑하게 뻗어 가는 목소리도 조화롭고. 역시 리라한테 공연은, 어디서 하든, 물고기가 물에서 노니는 거처럼 자연스러운 일일까. 영상이 끝날 때까지 넋 놓고 봤다.
그러고서야 보미나 다른 온더로드 멤버들 생각이 났다. 맙소사! 아무리 라이트였다지만 그래도 팬이었는데, 무려 반 년이 넘도록 검색 한번 안 했네? 이거 실화??;;;;; 뒤늦게 검색해 보니 보미는 솔로로 재데뷔했단 기사는 있는데 이후엔 기사가 없고, 나머지도 지호가 배우로 전향했는데 평이 좋았다 정도지 대단히 눈에 띄는 기사는 없었다. 온더로드는 아직도 기억하는 팬이 수두룩한데, 정작 온더로드를 이룬 멤버들은 잊히고 있는 건 어째서인지. 나부터가 새카맣게 잊고 살아선가? 좀은 미안한 마음에 보미의 솔로 데뷔곡을 찾아 들어 봤으나
" ...... "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온더로드 곡에서의 맑고 곱고 시원시원하고 다 하던 그 보컬이 아니었다. 익숙함을 넘어선 단조로움, 무언가 빠진 듯한 허전함. 솔로곡이 온더로드 곡만큼 좋지는 않아서일까.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다른 멤버들 목소리가 없어서구나. 보미의 보컬이 매력적이었던 건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진 가운데 보미만의 색깔이 드러나서였구나. 그룹이었기에, 한 팀이었기에 빛난 거였구나, 온더로드는
보미를 비롯한 멤버들도 이런 생각 했을까? 했다면 리라와 틀어지고 온더로드가 깨진 걸 후회도 할까? 모르겠다. 다만 그들이 리라에 대해 잘 알았더라면, 리라가
"세상에, 이거 나 주려고 바꿔온 거야? 더 모아서 서연이가 쓸 걸로 교환해도 괜찮았을 텐데..." "정말정말 고마워! 소중히 아껴 쓸게!"
보답으로 건넨 학용품 하나에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서연아, 괜찮아? 놀랐지? 무리하지 말고... 뭐라도 좀 마실래?" "그림이지만 마셔도 되는 거니까, 속 괜찮을 것 같으면 천천히 마시고 있어."
본인도 힘들었을 상황에 멘붕한 주변 사람부터 챙겨 주고
"저번에 같이 임무 나가줘서 고맙고... 놀랐는데... 걱정했는데 밝게 저지먼트 생활 해줘서 다행이야아..." "서연이도 온더로드 기억해줘서 고마워... 재결합... 못 보여줘서 미안하구..."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온더로드를 끄집어 내도 좋은 마음으로만 대해 주고
"응, 바로 줄게. 잠시만... 저지먼트 활동 하면서 다칠 일이 많아지니까 만들어서 나눠가진 팔찌야." "만약 파손되거나 잃어버리면 그때그때 이야기해줘. 다시 그릴 수도 있고 대체할 걸 줄 수도 있으니까. 알았지?"
누구도 다치지 말라고 목숨 늘어나는 팔찌는 물론 스턴건이다 뭐다 만들어 달란 건 다 만들어 주고
"......서연이 네가 원한다면 들어가게 해 줄 수 있어. 하지만 조심해야 해. 보고 싶지 않은 걸 보게 되면, 그래서 힘들다면 그냥 바로 중단하고 나와야 하고. 알았지?"
받은 게 많아 갚아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 걱정부터 해 주고
"오늘 수업 끝나면 박쥐들도 다 사라질 테니까 그때까지만 조심하면 돼. 지금 도는 소문 덜 퍼지게 하려고 한 건데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줄은 몰랐네...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
헛소문을 막는 와중에도 내 친구가 물렸다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약과 먹거릴 챙겨 주던 사람임을 알았더라면.
아이돌이라도 본인이 빛나기만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고 기쁘게 하면서 스스로를 채워 나가는 사람임을 알았더라면, 그래서 팀원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힘겨워 보이면 어떻게든 도우려는 사람임을 알았더라면, 온더로드가 깨질 일은 없었을지도
물론 그러기 힘들었으리란 생각은 든다. 모르긴 해도 아이돌은 연습생 시절부터 피 마르는 경쟁이고, 데뷔 잘 해도 살인적인 일정에 쫓기며, 특히나 여자 아이돌은 카메라에 조금만 잘못 잡혀도 살쪘다느니 자기 관리 소홀하다는 지적에 시달린다니. 제정신으로 지내긴 힘들었을 거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던 탓에 그로 인한 원망이 스스로는 빛나려는 욕심을 내지 않는데도 유달리 빛나는 리라에게 쏠렸던 거 아닐까. 그렇게 짐작할수록 속이 갑갑해진다. 그들이 리라와 어떻게 틀어졌는지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만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대도 딱히 더 낫게 처신하진 못했을 거 같아서. 인생이란 정말로 운과 타이밍에 좌우되나 하는 생각마저 들어 버린다.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리라가 계속 온더로드의 이리라로 활동했더라면..
§내가 인첨공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No. 어림도 없다. 이건 생각할 여지도 없는 사실이다.
§선배는 인첨공에서 무사할 수 있었을까? 이쪽은 상상하기도 싫다만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선배부터가 다치지 않은 게 혜우와 리라 덕이라고도 했고.
§내가 토실이를 만날 수 있었... 토실이를 만들어 준 사람이 리라잖아..........문답이 필요해??;;;;;;;;;
이거 봐. 이거 봐. 리라가 괴로운 일을 겪고 온더로드가 해체된 게 나한텐 일생일대의 핵이득 아냐, 이거?! 온더로드 팬이 온더로드가 해체된 덕에 행복해졌다?? 얄궂다.
"살고 싶어, 당연히 살고 싶다고! 여기 와서 천금을 줘도 바꾸고 싶지 않은 친구들이 생겼고, 부모님 이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어른들도 만났고, 내가 가진 모든 걸— 목숨마저 다 내줘도 좋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까지 생겼어!"
리라는 리라대로 온더로드 해체가 행복을 쟁취하는 계기가 됐으니 메데타시 메데타시겠다만
그나저나 불렛과 한 무대에 서다니, 리라는 인첨공에서 다시 아이돌 활동을 하려는 걸까? 아님 일회성 이벤트였을까? 어느 쪽일지는 모르지만 리라라면, (또 인첨공에서의 아이돌 활동이 바깥에서만큼 살인적이지 않고 합리적이라면!!!) 다시 아이돌이 되어도 좋으리란 생각이 든다. 아이돌이란 작게는 일상의 활력소가, 크게는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존재니까. 열일하는 모습,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모습 하나하나로 누군가는 기분 좋아지고, 심지어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도 팬심 생기면 내 최애가 맛있댔던 거 재밌댔던 거 해 보자며 우울감을 덜기도 하잖아. 수많은 사람의 정신 건강을 나아지게 해 준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을 위하고 기쁘게 하면서 스스로를 채워 나가는 리라에게 잘 어울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뭐라도 전하고픈 마음은 또렷해졌다. 하여 메모장 앱으로 한참 썼다 지웠다 한 끝에 리라에게 갠톡을 보내는 서연이었다.
@이리라 [ 리라야~ 방송 잘 봤어!! 본방 말고 인첨튜브로 봐서 늦었네.. 너 완전 쩔었어!!!! 여신이고 천사고 뮤즈고 다 하더라 >< 무대 자체도 멋졌지만 보면서 니가 얼마나 아낌없이 주는 사람인지 새삼 느꼈어. 이거저거 퍼주다 못해 행복까지 퍼줬잖아. 당장 네 덕에 목숨 건진 것만 몇 번인지 모르겠고 선배도 셀 수 없이 많이 도와줬고 토실이까지 만들어 줬으니 말야... 모자란 게 많은 날 스스럼없이 친구로 대해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까지 해 줘서 고마워. 네가 부부장으로 활약하는데도 저지먼트에 남지 못한 건 미안하고... 그치만 혹시 내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다면 잔일이든 뭐든 불러줘. 기쁘게 거들게. 넌 내 평생의 은인이고 친구니까 ] [ 시나몬 커피 케이크_아이러브 스위티 ] [ 케이크는 나랑 언니랑 먹으라고 골라 봤어. 입에 맞으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