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 https://picrew.me/share?cd=EiBErzRb5d 아이 활동량이 감당되질 않아 곱슬머리를 짧게 쳐냈더니 꼭 밤송이처럼 삐죽빼쭉 뻗쳤다. 차분히 빗어놓아도 이리저리 뛰다니고 나면 금방 헝클어진다. 늘 어딘가 작게 까먹고 긁혀와서는 반창고 없는 날이 드물다. 짧고 짙은 눈썹은 동그랗고, 장난기 어린 눈망울은 새싹같은 초록빛. 입술 오른쪽 아래에 점이 있는데, 가만 들여보면 한 개의 점이 아니라 작은 점이 나란히 두개 찍힌 것을 알 수 있다. 또, 보조개가 있어서 활짝 웃을 때면 양 뺨에 보조개가 쏙 들어가 해맑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성격: 으레 그 나잇대 활발한 어린이와 같다. 호기심 많고 장난치기 좋아하고, 잘 웃고 잘 울고. 낯가림도 없고 생각하면 곧이 곧대로 말해버리든, 행동으로 옮겨버리든 참 솔직하기도 하다. 사랑을 많이 받으면 베풀 줄도 안다고, 그런 티가 뚝뚝 흐른다.
기타: 1살 차이 나는 소꿉친구가 있다. 오빠라고 부르는게 맞겠지만 이름을 두 번 불러 ‘유민유민’ 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꼭 두번 이상 말하고는 하더니 소꿉친구에게도 적용되어 얼렁뚱땅한 별명이 생겼다.
와바바바박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날씨에 그러면 의도치않게 정전기 공격 당할지도 몰라~~ 운이는 벌써 유민이 손 잡고 뛰어가고 있대 😎 왓ㅠ 나 운이 부모님에 빙의해서 사진 남길래 유민운이 사진으로 외장하드 1테라 채운다ㅜ + 둘다 강씨에 고씨라니 초등학교서부터 둘다 1번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둘 다 학교에서 발표 많이 하겠네 라는 뻘한 생각 ㆅ
응~!! 텀 맞춰가며 느긋하게 가자~~ 그러고보니 맞당 첫 일상은 유민이 졸업식일까?? 유민주는 애기때 무슨 일상 돌리고 싶다 하는 거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서!!
어린 날의 시간을 추억하며 그 기억을 헤집어보자면 줄곧 운의 옆에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빠도 엄마도 아닌 다른 누군가가 떠오르는 장면들의 반절 정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차지하고서. 운이 기억하는 첫 졸업식도, 자신의 것이 아닌 그 아이의 졸업식이니만큼. 일곱 살의 2월. 그날의 날씨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서운하고 속상해했노라―그것만큼은 뚜렷이 기억했다. 어디 떠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을 해주어도 영영 떠나는 줄로만 알고 아집을 부렸던 날. 엄마아빠가 오늘은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한다고 자주 일러주었던 게 이상하더라니, 어른들 손에는 작아도 아이 품에는 커다란 꽃다발을 쥐여주며 이따 유민에게 잘 전해주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더라니. 운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유민에게 꽃을 쥐여줄 생각에 들떴었던 게 야속했다.
“모자 이상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유민의 머리 위에 쓰인 학사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생긴 것도 참 이상해 보였다. ‘저 모자! 졸업하는 사람들이 쓰는 모자야. 운이도 내년이면 쓸 거예요.’ 상냥한 설명대로라면, 저 이상한 모자를 안 쓴 사람은 졸업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괜히 애꿎은 학사모를 이상한 모자라고 부르고 입술을 꾹 물었다. 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부러 티 내는 중이었다.
“유민유민, 모자 쓰지 마.”
운은 유민의 손을 꼭 쥐려 했다. 놀러 다닐 때면 늘 쥐었던 손이었지만 이번에 잡은 손을 놓으면 다시 못 쥘까 봐서 유난히 꼬옥.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붙어 서서 목소리를 낮추고 소곤거린다.
문득 고개를 돌린 곳엔, 언제부터 그곳에 꽂혀있었는지 모를 앨범이 한 권 있었다. 사람의 무의식이란 무서운 법이다. 본인이 인지하기도 전에 몸을 조종해 행동을 하게 만들어버리니까. 정신을 차리고 흠칫 몸을 떨었을 때는 이미 그의 손에 먼지 가득한 앨범이 들려져있는 상태였다.
어느 유치원의 졸업 앨범. 조용히 그것을 내려다보던 그는, 앨범 겉면을 후 불었다가 날아오른 매캐한 먼지 때문에 켈록거리며 기침을 뱉어내다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나서야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그저 무의미하게 손을 놀리다가도 학사모를 쓴 유민의 모습이 보이자 그제서야 손을 멈추고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그날은 꽤나 특별한 날이었다. 어린아이에게 특별한 날이라고 해봐야 생일이나 어린이날과도 같은, 그런 날일 뿐이었지만. 그날의 유민에게 '졸업식' 이란, 단순히 특이한 옷을 입고, 특이한 모자를 쓴 채로 여기저기 사탕 박힌 꽃다발을 받으면서 사진을 찍는 날이었을 뿐이다.
" 헉. "
특이한 모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운이 직접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자 충격받은 표정이 되어선 운과 붙잡지 않은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모자를 꼭 그러쥔다.
" 그치만... 다들 멋있다고 해줬는데...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운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자 곧장 시무룩해져서는 괜스레 학사모만 꼼지락거리며 만져댄다. 그러다가 운이 모자를 쓰면 유치원에 못온다는 이야기를 하자 2차 충격을 받곤 놓치기 싫은 듯이 자신의 손을 꼭 쥐고있는 운의 손을 내려보다가, 몇 박자나 지나서야 입을 연다.
" 그럼, 운이도 같이 쓸래? "
오늘이 지나고 몇 밤이 지나면 '초등학교' 라고 하는 곳에 가야 한다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유치원에 돌아오지 못한다니. 하지만 이미 자신이 학교에 간다는 것에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는 부모님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럼 운과도 다시 못만나는건가 머리를 빙글빙글 굴리던 유민은 결국 자신의 모자를 벗으며 그렇게 말했다.
" 같이 쓰면... 같이 못오는거잖아. "
그럼 다른 친구들은? 라는 질문이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옆에서 손을 잡고 있는건 운이고, 당장 생각나는 것도 운이었다. 그러니 유민은 그런 어린아이같은 결론을 내며 운에게 모자를 슥 내민다.
아니야, 이상해. 다시 한번 말하지는 못한다. 꾹 물린 입술은 여전히 불만을 표하고 있었고, 눈썹은 축 늘어져 속상함을 표했다. 멋있지 않다고 말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말을 정정해버리면 모자를 계속 쓰고 있을까 봐 그 말도 하지 못했다.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모자가 이상한 만큼 이상한 기분이었다. 유민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투명하게 속마음이 비쳤다. 맑은 물속을 바라보면 가라앉은 돌멩이 하나까지 다 보이듯, 작은 아이 마음속도 훤히 드러났다.
“싫어, 난 그 모자 싫어.”
소곤거리며 말한 이유는 어른들에게 숨기고 싶어서였다. 어른들은 졸업을 축하하고 이상한 모자를 멋있어하니까, 분명 모자를 쓰지 못하게 하려는 운을 막을 것만 같았다. 유민은 유치원을 떠나서 초등학교에 가야 하니까.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좀 더 어려운 공부를 하는 멋있는 언니오빠가 되는 곳, 초등학교. 운은 초등학교보다 유치원이 좋았다. 지금 선생님과 지금 친구들이 좋았고 나는 이미 멋있는데 왜 떠나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유민이 내민 모자를 받아 쥐었지만, 그 손을 그대로 뒷짐을 져서 숨겨버렸다.
“여기 같이 있으면 안 돼?”
뒷짐 진 손에서 모자를 다시 가져갈까, 작은 고사리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초등학교 가지 말고 나랑 놀자.”
운은 유민의 손을 꼬옥 쥐고 있는 그 손을 자그맣게 흔들거렸다. 운은 유민과 노는 게 제일 좋으니까, 유민도 분명 자신과 노는 게 제일 좋을 거라는 확신이 가득했다.
>>17 게으른 과거의 내가 일을 미룬 탓.................. 그래도 생각보다 일찍 잤당~ 3시 전에는 잤어!! 걱정해줘서 고마웡~~
둘다 볼빵빵 땡글땡글해지면 볼마사지해줄래 ㆅㆅㆅㆅ 무한 쭈물쭈물쭈물쭈물쭈물쭈물쭈물쭈물
그치그치 나도 호기롭게 어린 시절부터 서사 쌓아보고 싶단 욕심에 성장물 일댈을 구했지만!!! 어린이 캐입에 부담감은 있더라고ㅠ 회상 방식으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유민주한테도 잘 맞는다니 넘신나자낭 🫶 그리고 정답은 3번이었습니다~~ 뒷짐으로 눈앞에서 치워버렸어!
갈빛 눈동자를 마주한 운은 놀란 듯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어린 운도 알고 있었다. ‘운이도 내년이면 쓸 거예요.’ 하지만 유민에게서 또다시 들을 줄은 몰라서, 그 모자가 싫다고 말했는데도. 놀라서 벌어졌던 입술을 다시 꾹 물었다. 아직 작은 키만큼 작은 세상에서 졸업이라는 건 영원한 헤어짐만 같아서 운의 마음은 이미 겁먹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 탓에 서운함은 순식간에 크게 몸집을 부풀렸다. 눈물을 머금으면서 점점 크게 부풀어 오른다.
“그럼 안 가면 되잖아.”
물기 어린 목소리가 떨려왔다. 울먹이는 표정은 같이 노는 게 좋다는 그 말에 마음을 살짝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조금 편안해졌다. 실컷 부풀던 서운함도 조금은 잔잔해졌다. 그러나 곧 들려오는 유민의 목소리가 바늘이 되어서 펑 터지고 말았지만. 서운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쳐와서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혼자 어디 가…?”
축하해줘야 하는 날인데, 모두가 축하하며 웃고 있는데 혼자 눈물이 고여버려서 참아보려 했으나 커다랗게 맺힌 방울은 속절없이 아래로 떨어진다. 가야 한다고 하는 곳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운은 꼬옥 쥐고 있던 유민의 손을 새로이 고쳐 쥐려고 했다. 깍지를 끼면 좀 더 놓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서 깍지를 끼려고 했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치질 못하고 다시 차오르고, 다시 떨어진다.
“같이, 그럼 내년에 같이 가면 안 돼?”
내년이 오기 전까지만. 그때까지만 같이 유치원에 다니는 게 엄청 좋다는 걸 다시 알려주면 초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할지도 몰라. 운은 어린 생각으로 미룰 수 없는 유민의 졸업을 미뤄보고자 했다.
그래도 가야한다는, 현실적이지만 마음 아픈 그 말에 운은 결국 눈에 눈물을 머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유민은 한껏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으나,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은 눈물을 떨구며 손에 깍지를 껴온다.
" 그게 아니야 운아. 혼자 어디 가는게 아니라... "
뒷말은, 유민 자신이 생각해도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거짓말이 되어버린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는데는 좋겠지만, 그 뒤에 몰려올 뒷감당을, 어린 유민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행인건 유민이 그것을 알았다는 것이고, 다행이지 않은건....
" ....미안해. 운아. "
거짓말 대신 하는 진담은 꽤나 아픈 사실이었기에, 운에겐 이것보다 나쁘게 들릴 말은 없을 거란 점이다.
" 나도 운이랑 같이 있고 싶어... "
어느덧 유민의 눈에도 물기가 어렸다. 부모님이 이 장면을 보면 생이별하는 연인이냐며 숨죽여 웃고 있을게 분명했지만, 이 어린 아이들에겐 이것보다 슬플 일은 더 없을테다.
" 그치만 가야한대. " " 운이는... 가보고 싶지 않아? "
유민도 은연중에는 초등학교라는 곳을 궁금해했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운도 같이 가고싶어하지 않을까... 하지만 주구장창 자신에게 초등학교에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남으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것은 아마 실책이었을테다.
운은 미안하다는 말이 참 따스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그 말이 차가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을 맺지 못 하고 하는 사과는 분명 가지 않겠다고는 말할 수 없어서.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자를 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뒤에 숨겨버린 이 이상한 모자를 쓰지 않더라도 유민은 초등학교로 가버릴 생각이라고. 눈물이 멈추지는 않았지만, 유민이 가고 싶어 한다면 이렇게 못나게 고집부려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싫어, 사과하지 마.”
이렇게 헤어지게 된다는 건 정말 싫지만 유민에게 사과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유민을 아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만큼 사과를 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일곱 살에는 몰랐어도 나중에는 알게 된다. 누군가 잘못한 일도 사과할 일도 아니라는 걸.
“난 가기 싫어… 그래도……”
이상한 모자를 다시 내민다. 뒷짐 지고 계속 숨겨뒀던 학사모가 다시 유민의 앞에 나타났다.
“유민유민은 가고 싶은 거잖아.”
말을 맺고서 다시금 입술을 꾹 물었다. 힘 꼭 주어 눈도 깜빡거리니 아직 떨어지지 못하고 매달려만 있던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운은 그제야 꼬옥 쥐고 있던 유민의 손을 놓을 수 있었다. 깍지까지 껴가며 놓을까 놓칠까 붙잡고 있었으면서. 놓은 손으로는 주먹을 꼭 쥐어 손등으로 눈가를 비벼 눈물을 훔쳐냈고, 새끼손가락만 곧게 펴 유민의 앞으로 가져다 놓는다.
>>29-3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칭이라니!! 괜찮아 둘이 통하는게 많으니까 운주가 다 해! (?)
주말에는... 엄청 늦게 자게 되더라 🤔🤔 덕분에 나는 주말엔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는 글러먹은 어른이가 되어버려...
ㅋㅋㅋㅋㅋㅋㅋ선물이라니! 저기 엄청 귀여운 진단과 답레를 가져왔으면서 뭐가 더 필요해!? 난 저 정도면 행복하게 일요일을 마무리 할 수 있다구~~
헉 벌써 다 만들어뒀구나!! 나도 미리 만들어놔야겠다! 히히 중학생 운이도 고등학생 운이도 엄청 귀엽겠지?? 미리미리 기대하고 있겠다구!
그리고 진단!!!!! 하 고양이한테 말걸고 다닌다니 얼마나 귀여운 생명체인거야... 유민이네 강아지도 돌본다니! 이름은 상어래요~~ 어째선지 유민이의 강력 의견 표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더다더라 후후후 나도 진단 돌려왔다! 얼른 올려야지! 근데 진단 질문이 노잼인것 같아...
참 솔직한 약속이었다. 제일 친한 친구라면 다른 곳에 가서라도 자신이랑 놀고 싶을 테니까, 욕심이 덕지덕지 묻었는데도 맑고 순수하다. 약속이 무언지 말하기도 걸려 얽혀버린 새끼손가락들에 다시 한번 운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울음 짓던 얼굴이 웃을 수 있었다. 무슨 약속인지도 모르면서 새끼손가락부터 건 유민이라면 정말 영영 떠나게 되더라도 계속 친구일 것만 같았다. 보조개가 폭 패이면서 눈물어린 것만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이 된다.
“나도 유민유민보다 친한 친구 안 만들 거야.”
만들라고 해도 싫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유민을 바라보는 운의 두 눈은 그 심지가 비쳐 보였다. 선뜻 손가락을 걸어준 덕에 눈물이 자리를 감추기도 했고. 물론, 이미 부모님들의 휴대전화에는 한바탕 눈물짓던 사진이라던가 영상이 잔뜩 남았겠지만.
“무슨 약속?”
운도 유민과 같았다. 무슨 약속인지는 모르지만 걸고 있는 새끼손가락을 놓지 않았다. 어떤 약속인지 모르지만, 유민과 함께하는 약속이라면 지킬 생각뿐이었다.
먼저 걸린 새끼손가락, 나중에 따라온 약속, 그리고 확실한 대답까지. 아쉽지 않다거나 서운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마음이 편해져서 이제 곧잘 웃는 낯이다. 운은 표현에 있어서 솔직한 아이여서 이번에도 손이 먼저 움직인다. 건넨 모자를 받아 가지 않는 유민의 머리 위에 모자를 씌워주려고 했다. 팔만 쭉 뻗어도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예쁘게 씌워주기 위해 발꿈치도 들어 올려 바르게 씌워주고 싶었다.
“응?”
무슨 약속일까, 무슨 부탁일까. 유민이 우물쭈물하며 쉽사리 말하지 못하길래 운은 조금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얼마나 어려운 부탁이길래 이렇게 망설일까, 호기심이 차오르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기 때문에 까르륵 웃어버린다.
“유민유민이 있으니까 갈 거야!”
보조개가 한 번 더 쏙 패인다.
“유치원이 더 좋긴 하지만…”
작은 손가락이 뺨을 콕 찌른다. 곰곰 생각할 때면 나오는 운의 버릇이었다. 둘째 손가락에 밀려 볼살이 조금 밀렸고, 입은 앙다물었다. 머릿속 양팔 저울에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놓고 어느 쪽이 더 재밌을까―가늠질 중이었지만, 초등학교 쪽에서 유민이라는 추가 놓이면서 결론은 금방 난다.
드디어 운이 웃었다는 사실에 유민도 헤실헤실 웃음짓고 있을 무렵, 운이 직접 유민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주었다. 발꿈치까지 들어 예쁘게 씌워주는 것에 웃음이 더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머리 위에 묵직한 느낌이 들자 유민은 이제 곧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울적해졌지만, 그래도 운의 앞이니 더 웃기로 했다. 우는 모습보단 웃는 모습이 더 예쁠 테니까.
" 정말? "
조금 이기적인 부탁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의 대답이 시원하고, 또 당연하다는 어투여서, 유민의 얼굴이 더욱 환해진다. 그러나 유치원이 더 좋다는 말에 조금 긴장해서, 볼을 콕 찌르며 생각에 잠긴 운을 바라본다. 가끔 드는 실없는 생각이었지만, 유민도 운의 볼을 찔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했다.
" 당연하지! 학교 안에서 재밌는데 엄청 많이 찾아놓을게! 그리고 또... "
열심히 뭘 할지에 대해 나열하던 유민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하네스에 묶인 채 주변을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던 상어가 호기심을 어느정도 채우곤 유민에게 와박 달려든 이유 때문이었다.
" 와악! "
이제 7개월이 다 된 상어는, 아직 다 크지 않았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컸다. 그래도 유민은 8살 먹은 남자애라고, 어떻게든 모자를 붙들고서 땅바닥을 구르는 것 만은 면했다. 상어가 유민에게 몸을 맡기고 얼굴을 잔뜩핥아대는 덕분에 유민은 죽을 맛이었지만, 상어는 만족스러워보인다.
" 으에에엑 살려줘어어- 잡아먹힌다아아.... "
묵직한 무게에 이도저도 못하고 버둥거리는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게다가 상어의 눈빛을 보면, 다음 와랄라의 타겟으로 운을 노리고 있는게 분명했다...!
맞아... 나도 아침마다 출근 해야하는데 이불이 놓아주질 않아... 로또... 로또가 필요해... 합법적으로 이불에서 나가지 않을 수 있도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운주도 힘내고 있구나 나도... 나도 같이 놀기 위해 힘내고 있어....! 귀여운 운이 보고있으면 하루 버틸 수 있으니까아아악!! ㅋㅋㅋㅋㅋ나도 운이가 망설임 없이 유민이 있으니까 온다는거 보고 잠시 쓰러졌어... ^-ㅜ 하 운이는 천사?? 인가???
상어는 본문 특별출연에 나왔듯이 7개월입니당!! 화견ㅋㅋㅋㅋㅋㅋㅋ 상어는 사랑 많이 먹고 자라서 오래 살거래~~ 골든 리트리버는 2년까지는 호기심이 엄청나서 활동량도 어마어마하다던데...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빠지는 운이도 끌려가는 유민이도 신난 상어도 너무 귀엽다... 셋이 나란히 빨래당하는 장면 생각만 해도 귀여워 죽어... 🥹🥹 누구 사진 없나요 우리좀 보여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고개까지 크게 두 번 끄덕거린다. 거짓말도 할 줄 모르고 마음에 없는 말도 할 줄 모르는 운답게 시원하고 확실한 답이다. 유민이 초등학교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 소개해 준다거나 새로운 놀이터를 알려준다거나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유민유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치원보다는 초등학교가 분명 더 즐거울 테니까―그래서 초등학교에 먼저 가서 무얼 할지 나열하는 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상어가 유민에게 달려든 순간이.
“유민유민, 상어 밥이야?”
여유롭게 웃으며 상어에게 잡아먹히는 유민을 바라보던 운은, 자신도 상어 밥이 될 운명이라는 것을 몰랐다. 유민의 처지를 보고 웃던 중 상어와 눈이 마주쳤고, 눈 깜빡할 새―와아앗, 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운은 뒤로 발라당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장난꾸러기답게 바닥에 나뒹굴어도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상어가 핥아대는 게 간지럽기도 했고, 상어는 귀엽고 좋아하는 강아지니까.
“상어도 유민유민이랑 사진 찍고 싶은가 봐.”
상어의 인사 아닌 인사가 멈출 때면 운은 다시 일어날 수 있었겠지만, 일어나지는 않고 넘어간 그 자리에 아예 눌러앉았다. 상어가 도망가지 않게, 다시 달려들지 않게 폭 끌어안아 앉혀 두려고 하다 보니 아빠다리 하고 앉아 유민을 올려다보며 짓궂게 웃고 있다. 상어가 뛰쳐나가려고 한다면 붙잡을 수 없을 텐데도 오늘은 유민이 주인공이니까. 유민이 사진에 예쁘게 나오려면 잡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학사모를 꼭 쥐었던 손은 이제 상어의 목줄을 꼭 쥐고 있었다.
이제 유민주가 운주니까 운이 답레를 쓰고 나는 유민주니까 유민이 답레를 쓰는거야....!!!! 어지러워 ㅋㅋㅋㅋㅋ
집에 여우같은 베개와 토끼같은 이불이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
그래 그럼 우리 거래를 하자 유민주. 운이 볼살을 내어줄테니 유민이 볼살을 내어줘........ 유민이가 운이 볼 찔러보고 싶다는 부분 읽으면서 나는 네 볼살을 찔러보고 싶구나 아가야 ^^ 하고 있었엉ㅜ 운이가 천사라면 유민이는 대천사......?? 정도되나???
7개월이면 아기멍멍이잖아ㅜㅜ 사랑 더 많이 먹어 상어야!!~ 좀 커서 고등학교 다니면 하교시간 늦어지는데 운이가 유달리 늦게 하교하는 날 길거리에서 상어가 뛰어와서 놀라서 앞에 봤는데 유민이가 똿 서있으면 좋겠당 ㆅㆅㆅㆅㆅ 골댕이가 천사견인게 어릴때 온갖 난리를 다 피워서라는 글 본 것 같아......... 🤔 셋다 수건 뒤집어쓰고 물 뚝뚝 흘리기~~ 아버님어머님들 드라이기 장착 😎 반곱슬과 곱슬, 그리고 강아지....... 다 말리고나면 엄청 보송보송하겠다 🥹 분명 사진이 있을텐데 저희도 좀 나눠주세요ㅜ
덕분에 유민은 안심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 만난 친구, 그리고 제일 친한 친구, 제일 오래된 친구. 그런 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은 헤어진다고 해도...
" 으에엑... 축축해..... "
어느새 부모님께 건네받은 물티슈를 볼에 복복 문지르다가, 운의 꺄르륵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빙긋 웃는다. 운은 상어와 함께 뒹굴다가, 어느새 목줄을 쥐고 상어를 붙잡고 있었다. 사진 이야기에 잠시 고민하던 유민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발걸음을 옮겨 운과 상어의 뒤로 가서 그들의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 이렇게 하면 다같이 찍을 수 있어! "
상어와 운에게 팔을 두르고 카메라를 들고있는 부모님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인생의 첫 이별이었지만, 그래서 조금 슬펐지만, 그래도 행복한 졸업식이었다고. 이제와서 유민은 말할 수 있었다.
이젠 집이겠네! 요새 일찍 자는 것 같았으니 지금 자고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밤 되라구~~
하 볼살끼리 교환이라니 안넘어갈 수가 없잖아요.... (유민이 내밀기) 아니 대천사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운이가 제일 천사임 아무튼임 ^-^
헉 상황 너무 귀엽다 나중에 꼭 해보자 놀란 운이랑 신난 상어 귀여움의 끝판왕 아니냐구~~!!! 맞아맞아 그 마의 2년만 지나면 엄청 천사견이 된댔어! 둘이 고등학생 쯤이면 한창 천사견이겠다ㅋㅋㅋㅋㅎㅎㅋ 보송보송한 상태로 셋이 이불속 들어가서 장난치고 놀다가 잠들것 같아... 이불 들춰보면 귀요미 셋이 짜잔!!!
상어를 쥐고 있자면 곧바로 다정한 손길―고 운, 너 얌전히 있으랬지!―이 운의 얼굴에 닿았다. 한바탕 바닥에서 상어와 뒹군 게 얌전하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 찍소리도 못한 운은 눈만 동그랗게 떴다. 휴지로 벅벅 문질러주는 손길이 아이 피부에는 조금 따가울 만큼이었는데, 따갑다고 말하며 운이 투정이라도 부릴 틈이라도 나면 매서운 눈길에 시선도 피해 간다. 그러다 벙긋벙긋 웃으며 무마해 보고.
“응! 상어도 쁘이~”
사이에 쏙 나타난 유민을 보며 지은 웃음과, 카메라를 보고서 지은 웃음 둘 중에 더 자연스러운 건 첫 번째 웃음이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사진을 찍는다는 의식 탓에 조금 굳어버리고 마니까.
“어―잠깐만!”
둘이 함께도 찍자는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잠깐만 하고서 상어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운은 아빠에게로 가서 상어의 목줄을 쥐여주었고, 엄마에게 쭉 손을 뻗었다. 유민에게 잘 전해주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던 꽃다발을 다시 받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그 꽃다발이 운의 손에 계속 있었더라면 아까 상어와 나동그라졌을 때 다 망가졌을 테다. 운은 두 손으로 꽃다발을 잘 받아 들고서 다시 유민에게로 돌아왔다.
“유민유민 졸업 축하해!”
아이 품에는 가득 차는 꽃다발. 사탕이 속속 박힌 꽃다발을 유민에게 내밀어 보이며 방긋 웃던 운은 곧 꽃다발에서 꽃 한 송이를 쭉 억지로 뽑아냈다. 그 꽃 한 송이를 유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귓가에 꽂아주려고 한다.
그럼 우리 슬슬 돌아갈까.......ㆅ? 나 방금 답레도 유민 - 운이라고 올릴 뻔 해따ㅋㅋㅋㅋㅋㅋㅋ
정답이지만 조금 아까워~~ 11시 30분 쯤까지는 있었거든ㅜㅜ 잘하면 인사하고 갈 수 있었는데 고작 몇분차로 잠들고 말앗어용.... 유민주도 좋은밤이었길~~
아기볼살말랑말랑..........어떻게참겟어ㅜ (운이 헌납) 유민이가 제일천사지 어떻게 운이가 제일천사야~~ 나 봣어 유민이 뒤에 날개달린거 봣다고!!!
그치~~ 상어 만났을 때만 해도 아직 엄친딸 모드 켜져있었는데 유민이 보고는 흐늘흐늘 풀리면 좋겠당 ㆅㆅㆅㆅㆅㆅ 셋이 맨날 같이 낮잠자면 정말 넘넘넘넘 좋겠당 🥹🥹🥹 초등학교 때까지도 계속 같이 낮잠자구 그러다 좀 크고 나서는 안 하고.... 그러다 언제 다시 한 번 셋이 낮잠 자주라......~
+ 말해야지말해야지 하다가 까먹은거~ 조율할 때 잠시 헤어지는거 얘기햇줫엇는데 나 그때 이야기 듣고서 유민이는 남중 가고 운이는 여중 가면 어떨랑가 잠깐 생각해봣거든! 어차피 집은 옆집이니까 잠깐의 헤어짐이지 않나 싶어서ㆅ 집은 옆이어도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르니까 충분히 어색하거나 서먹해지거나 몰랐던 모습이 생길 거 같구 특히 중학교부터는 대망의 사춘기니까......! 유민주 의견이 듣고 싶었수ㆅ
바닥을 구른 덕에 흙투성이가 된 부분을 닦여지며 불평하다가 결국 웃음 치료제(매서운 얼굴) 를 처방받고 방긋방긋 웃어보이는 운 덕분에 유민은 결국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제 주인(친구?)이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리자 자기도 웃으며 주인을 바라보다가 부모님이 부르자 앞으로 고개를 퍼뜩 돌리는 상어도, 사진을 찍자고 하자마자 예쁜 미소를 띄우며 카메라를 향하는 운이도,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를 마구 찍는 부모님도. 모든 것이 행복해서 유민은 이러다 행복감에 팡 터져버리는 건 아닌가 싶었다.
" 으응? "
둘이서 찍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길래 괜찮은 사진 포인트를 찾으려 했건만. 잠깐만이라며 부모님에게로 토도도 달려가는 운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 그런거였구나. 목줄을 운이네 아빠에게로 넘겨주고(덕분에 멀어진 상어는 한동안 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유민에게로 다시 달려들려 했다), 엄마에게서 꽃다발을 받는 것을 보고 유민은 알아차렸다. 저거, 내거구나. 괜스레 꽃도 더 예뻐보이고, 평소엔 맛 없다며 안먹던 사탕마저도 맛있어보였다.
" 응, 고마워! 나중에 운이도 졸업할 때 축하해주러 올게! "
그 사탕과 꽃들이 가득한 다발을 받으며 활짝 웃는다. 아직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괜찮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운이 유민의 뒤를 따라올테니까. 그거면 됐다.
그리곤 자신의 귀에 꽃이 꽂아지자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운을 바라보다가, 이내 유민도 한 송이를 꺼내어 운의 귀에 꽂아주려 했다. 운이 꽂아준 위치와는 반대였다. 아마 사진을 찍으면 꽃이 바깥쪽에 꽂혀있어, 보기 좋은 그림이 나올테다. 정작 본인은 귀에 꽃이 꽂혀있다는게 어색한 듯, 괜스레 꽃잎을 살살 매만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응 돌아가자... 나도 멍하니 쓰다가 잘못 쓸 뻔 했지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앗 내가 좀 더 일찍 왔었어야 하는데...! 다음부턴 일찍일찍 다녀야 유민주!!! (셀프 채찍)
아니 그건 어떻게 본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이도 있잖아!! 천사날개 못숨기잖아!!!!!
핫 실시간 on/off 볼 수 있는건가 너무 좋다 그러다 다른 사람 지나가는거 같으면 다시 엄친딸 모드겠지?ㅋㅋㅋㅋㅋㅋ 이제 학교 다니니까 같이 낮잠은 못자도... 매일 학교 끝나면 상어랑 셋이 산책나가고 할거야!! 대신 주말에 하루종일 붙어있느라 주말엔 낮잠 엄청 자겠다ㅋㅋㅋㅋㅋㅋㅋ
앗 확인했어!! 중학생때 학교 갈리는거 좋다 서로 중학교 입학식때는 엄청 아쉬워하다가 또 각자 생활에 익숙해지고... 그러다 어색해지고... 나중에 고등학교에서 또 만나고! 그런 중학교때 어떤 좋은 사건이 있을까 한번 고민을 해봐야겠는걸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