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은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지만, 잘 되진 않았다. 그냥 키 큰 남자의 몸에 항상 거울로 보던 자신의 얼굴을 갖다 붙였을 뿐인, 기괴한 모습이 되었다. 자신이 상상해놓고도 식겁해서 급히 머릿속에서 지우고는, 간지럼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입을 다문 운에게 결국 고개만 끄덕거린다.
" 이걸로도 말을 안해주다니... " " 알겠어. 열심히 기다려볼게! "
그 세월은 굉장히 길 예정이지만, 어린 유민이 그것을 알 리도 없었고, 잠시 잊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나 다시 기억할 예정이기도 했다.
" 운이랑 낮잠 오랜만에 잔다. "
라고는 해도, 주말에 가끔 상어까지 셋이서 신나게 놀다가 곯아떨어지는 일도 많았지만... 하루가 긴 초등학생에게는 충분히 오랜만이었을테다.
" 응. 나도. 운이랑 있으면 불편한거 하나도 없어. "
운이 속삭이는 것에 자신도 빙긋 웃고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목소리는 점점 나른해져가며, 결국에는 새근새근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정황상 다음~다다음턴쯤? 막레가 되지 않을까 싶네! 부모님한테 인계받고 집에서 낯선 천장 엔딩이 되는건가...
핫케이크 맛있겠다 저도 꾸워주세요 상어 끌어안고 나른하게 먹을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물론이죠 사진은 100장 1000장 찍어서 보내드릴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픽크루 하나 만들어봤어 엄빠랑 집 돌아가는 길~~ 느낌으로? 운이 머리 더 풍성했음 좋겠는데 파츠가 모자르다... ㅜ 회사는 항상 날 열심히 괴롭혀 ^-ㅜ 그래도 이번주 금요일부터는 잠시동안... 해방될 수 이따...!!!!
응응 일단 더 진행 해보자구!! 😊 헤헤 픽크루까지 만드니까 미래가 더 기대되는걸 다마고치들 표현도 너무 귀여운 것이야...
엄친딸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럼 주말마다 유민이는 운이한테 과외받는다고 해볼까ㅋㅋㅋㅋㅋㅋ 으악 오늘 하루 길었다 운주도 오늘 수고했어!!! 이제 월요일이지만 조금만 힘내서 주말까지 버텨보자 아자아자!
응, 어른!―어른이 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지만, 그 기나긴 시간이 지나서도 서로가 옆에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만큼. 딱 그만큼 밝은 대답이 유민의 말끝을 쫓아간다. 간지럼 공격에 금방 웃음을 터트렸지만, 비밀을 지킬 수 있는 힘도 저 믿음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점점 더 견고해지고 단단해질 믿음이 일곱 살 때에도 이미 운이 크기보다 더 크게 자라 있었다.
“…내가 빨리 초등학교 올게!”
유민의 유치원 졸업식 날 눈물을 뚝뚝 흘려, 말갛고 여린 아이 볼을 타고서 바닥에 떨어진 건 인어공주의 진주였는지. 초등학교가 싫다고 하던 얼굴은 다 지워지고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 꿈에서 만나자.”
머리를 맞대고 잠들면 꿈속에서도 만날 수 있다더라. 운은 들리는 유민의 목소리가 점점 나른하게 힘이 빠져가는 것을 눈치챘고, 새근새근 잠에 빠져가는 숨소리를 따라 꿈나라로 또 다른 모험을 시작했다. 지금은 기억이 닳고 흐려져 다시 기워낸 기억이지만, 운이 다시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보이는 풍경은 낯설고 새하얗던 작은 병원이 아니었고. 코끝에는 달콤하고 폭신한 핫케이크 냄새가 만연했다. 그때의 인상만큼은 어린 상상 속 어른만큼 키가 커진 지금도 기억한다. 행복해. 조그맣던 운도, 커져 버린 운도 그날을 즐겁고 행복한 하루로 떠올린다.
아 헐 아 허어어어얼 나 이거 해봣서!!!!!! 유민이랑 같은 핔크루로 운이 만들어보규 싶어서 ㆅ 근데 마쟝........... 운이 머리카락이 막 복슬곱슬하게 안 만들어지드라궁ㅠ 그래서 안 가져왓엇는데 이렇게 유민주가 해오다니...................! 기여워 기여우엉 뇌내필터로 운이 머리쯤이야 상상하면 대지 머 😎
유민이랑 나란히 자다 일어낫는데 팬케이크 냄새 나구 상어 옆에서 꼬리흔들고 잇구.... 아직 잠결에 몽롱~해도 분명 엄~~~~청 행복하고 말거야 ㆅ
앜ㅌㅌㅋㅋㅋㅋㅌ ㅋㅋ ㅋ ㅋㅋ 운이가 먹는거엿ㅅ써? 나 더럽고 치사한 어른인 내가 뺏어먹을라 햇는데 😊 운이가 먹는 거라면~~~~~ 자기 꺼는 손도 안 대고 장난친다고 유민이거 먹엇을 거 같앵 ㅋㅋㅋㅋㅋ 상어가 물고 도망가면 당욘히 쫓아가겟지만...... 상어 핫케이크 먹어도대????? 운이만 쫓아가고 잇을 거 같지가 않다 ㅋㅋ ㅋ ㅋ............ ㅋ
나도나도나돈ㄷ나도나도~~ 핔크루 보다 맘에 드는 거 잇음 가져올량~~
미니고치 진짜 생기면 나 바로 사서 지갑에 달구 다닌다 아 저 유민이 키우느라 바빠욥.
🤔 운이가 고딩 될 때 생각해보기..........? 1년 나이 차이가 잇다보니까 아무리 그래도 중3이 고1 가르치진................. 않않않지 않읅깡................? 금요일 출발이구낭 재밋게땅~~ 재밋ㄲㅔ 놀다와 아프지말기 다치지말기 약쏙~~ 우리 유민주 오늘만 견디면 댄다 화이팅화띵!
미안하기는 머가 미안해❗️❗️❗️❗️❗️❗️ 여행 갓음 신나게 놀고 체력 방전돼서 기절햇다가 담날 일어나면 또 신나게 놀아야지❗️❗️❗️❗️❗️❗️❗️❗️❗️❗️❗️❗️❗️❗️❗️❗️❗️ 미안해하지말구 잘놀고 오쎄용~~~ 아빠 안 잔다 mood로.............. 아빠 어디 안 간다.............. 하고 잇다궁~~~ 잘 지내고잇쮜 당연히 😊
여행 즐거워보여서 넘넘넘 부럽땅ㅜ 하지만 나도 여행 갈거얏~~ 아직 한두달 남았찌만!!!!!!
오오 좋다 유민이 두근두근하면서 새로 생일 동생(?)이 어떻게 생겼을까 기대하다가 완전 쪼꼬미가 집에 오면 충격 받을 것 같아ㅋㅋㅋㅋㅋㅋ 귀엽고 소중하긴 한데 운이만큼 큰 동생을 생각하고있던 유민이... 그럼 다음 상황은 유민이랑 운이랑 집에서 상어 끌어안고 노는 상황! 으로 하면 되려나??
응응 우리 화이팅 했어... 😇 아직 남은 날이 많지만 조금만 더 화이팅해서 없애버리자구!! 오늘도 수고해따 운주!!!!!!!!!!!!
초등학교 5학년, 열두 번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겨울날. 오밤중에 갑자기 부모님은 급하게 차를 끌고 사라졌다. 운아, 오늘은 유민이네서 자야 해. 아빠는 내일 올게―아빠 어디가? 엄마는?―병원에. 엄마는 나중에 아기랑 같이 올 거야―응, 안녕히 다녀오세요―자다 깬 탓에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짧은 질문밖에 하지 못하고, 졸린 눈을 비비적거리며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간밤의 기억이 너무나도 꿈 같았더라. 상어가 왕왕하고 짖는 소리와 혓바닥 아침 인사가 아니었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오밤중에 급히 준비해 준 잠자리를 정리하고, 운은 익숙한 방으로 향하였다. 유민의 방이다.
“유민유민―”
방문 앞에 멈춰 섰고, 노크를 하는 대신 작게 속삭였다. 너무 늦은 밤에 맡겨져서, 그리 좋아하는 것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단짝의 집에 왔는데도 인사할 새도 없이 다시 잠에 들었더라. 그 시간에 인사하려고 했다고 한들 유민도 곤히 자고 있었겠다만, 운의 생각은 거기까지 닿지는 못했다. 늦은 인사를 하고 싶어 유민이 깨어있는지만 궁금했다. 운은 방문에 귀를 갖다 대고 눈도 꼭 감으며 귀를 쫑긋 세웠다. 요 작은 인간이 무얼 하나 궁금해하며 쫓아온 상어는 발치에 앉아 꼬리를 살랑거린다.
“유민유민은 아직 자는 거 같지?”
상어는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러 상어에게 물어봤을 줄은 누가 알는지. 운은 왈카닥 쏟아지듯 세차게 문고리를 잡고서 돌렸고, 하지만 문을 여는 속도는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와 비슷했다. 끼이이익, 경첩이 벌어지는 소리가 느리고 가늘게 이어졌다. 위험하고 은밀한 임무라도 몰래 수행하는 첩보 요원이 된 듯,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틈을 만든 운은 사뿐사뿐 발을 옮긴다. 그리고 침대 위 이불 아래, 누군가 곤히 덮여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불 위로 알람 소리―유민유민!―를 울리면서 폴짝 뛰어들었다.
히히히히히 선레랑 갱신하기 성공❗️❗️❗️인데......... 나 선레 써온단 말을 안 햇단 사실을 이제 알앗다면................? 유민주가 선레 써오려면 조금 어렵고 까탈스런 상황같애서 내가 써오께~~~~~~~~~~~~....라고 분명............ 말....햇는데.....? 꿈이엇나 🥲 우우우우 무작정 기다리게 만들어서 미아내ㅜ
유민은 한창 잘 자고 잘 클 나이였기 때문에, 그날 밤도 일찍 잠자리에 들어 꿈 속을 헤매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바깥이 뭔가 소란스러운 듯 해 졸린 눈을 반쯤 떴다가 결국 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별일 없겠지... 하면서.
그렇게 잠에 들고 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스멀스멀 새어들어오는 와중에, 운이 유민의 방 앞에 왔을 무렵에도 유민은 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워낙 운이 작게 부르기도 했고, 조금 큰 문고리 소리나 문이 열리면서 새어나온 소리로는 유민을 깨우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상어와 함께 조용히 방으로 들어온 운이 살금살금 접근해 와박 달려들자 강제로 꿈에서 끄집어내진 유민이 화들짝 놀란다
" 으어악!?! "
갑작스레 자신의 위에 올려진 무게감과 -유민유민!- 하는 알람소리가 겹쳐져 눈을 번쩍 뜨고 펄쩍 뛰듯이 일어난 유민에게 추가로 상어가 달려든다. 놀라서 깨자마자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을 못하고 멍한 와중에 신이 난 상어가 유민과 운 사이로 파고들고있었다.
운이 뛰어들고, 따라서 상어가 뛰어들어 침대 위는 이제 만석이었다. 신난 상어의 목에 팔을 감아 품에 안으며 끌어오는 운에게서 곧 한바탕 두 번째 알람 소리가 이어진다. 아직 밤과 꿈속에 반쯤 빠져있는 듯한 유민을 보니 웃음이 절로 튀어나오더라. 맑게 웃는 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방금 일어났다기에는 꼭 그 두 눈의 색을 닮아 아침 이슬 맞은 새싹처럼 활기찼지만 잠의 흔적은 남아있었다. 나이를 먹고 키가 크면서 종종 타박 소리―여자애 머리가 그게 뭐니―를 들어도 여전히 짧은 곱슬머리가 이리저리 뻗쳐 있었다. 뺨에도 머리카락과 베개에 눌린 자국이 아직 남아있고, 말갛게 다홍빛을 띠는 이유도 금방 자고 일어나서 따뜻한 체온 탓이리라.
“좋은 아침!”
상어를 안고 있던 팔 중 하나가 손을 들어 흔들거린다.
“아빠가 엄마 데리고 병원 가셨어.”
병원은 보통 아파서 가지만, 운은 조금 들뜬 표정이었다.
“…준이가 올 거야!”
운의 남동생이 될 아이의 이름을, 작고 소중하게 불러본다. 비밀도 아닌데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운아, 여기 배 아래 느껴져요? 운이 동생이에요. 이제 누나가 되는 거야. 6학년 언니·오빠들처럼!’ 크게 부풀어 오른 배 위에 폭 기대어 느꼈던 울림을 떠올렸다. 좋은 누나가 되어주겠다고 몇 번 이고 다짐하고 약속한 말들 위에 오늘도 또 하나 다짐을 쌓는다. 그러면서 유민을 마주하면, 눈이 반짝거린다. 유민은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처럼 친하니까, 그리고 ‘6학년 형아’이니까 분명 좋은 ‘형아’가 되어줄 것 같았다.
“유민유민도 곧 형아가 되는 거야.”
준은 운의 동생이라지만, 운은 몇 번이고 다시 상상해 보아도 둘이 있는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상어까지 함께 넷이 옹기종기 있는 모습만 떠오르더라.
이래저래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와중에 운의 맑은 웃음 소리가 귓가를 간질이자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싱그러운 초록색 눈은 유민을 모호한 꿈의 세계에서 또렷한 현실로 끌고 오기에 충분했다.
" 좋은 아침...? "
하지만 현실로 끌려나왔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다. 이런 아침에 운이 이곳에 왜 있는지도 모르겠고, 자신을 깨운 것이 부모님이 아니라 운인 것도 모르겠다는 눈치다. 일단은 손을 흔들어보지만, 그렇다고 의문점이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 응? 병원? 어디 아프시대? "
'병원' 이라고 하면 유민에게는 무서운 바늘과 싫은 소독약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주사를 맞을 때 운다거나 하는 어린애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날카로운 바늘이 무섭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그것이 다가오는 공포와, 자신의 얇은 피부를 찌를 때 느껴지는 고통은 싫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걱정스러운 표정이 떠올랐지만... 이후에 들려오는 소식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 어, 진짜!? "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가 이내 몸을 푹 숙여 소리를 낮췄다. 운이 먼저 분위기를 잡으니 저도 모르게 같이 조용조용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단다. 준이.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지만 괜시리 유민은 기대감에 젖었다. 운이가 자신보다 어리긴 했지만 둘은 오빠동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나이때 아이들이 다 그렇듯, 동갑내기들처럼 그저 노는 것에만 집중했으니까.
그러므로 준이라는 동생이 생긴다는 것은 유민에게는 굉장히 기쁘면서도, 조금 어려운 것이었다. 동생은 어떻게 대해줘야 하지? 형아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거지? 어려운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시무룩해하는 유민을 보자, 운은 곧바로 나한테처럼만 해주면 되지!―하고 외칠 뻔했다. 하지만 관성처럼 튀어나올 뻔했던 그 말을 삼켜내고 잔꾀를 굴려내었다. 입꼬리를 씩 올려 웃어 보이는 모습이 참 개구쟁이의 표본이다. 운은 단 한 번도 누나였던 적은 없지만 준이 오고 나면 누나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좋은 누나이고 이렇게 하면 나쁜 누나인지 하는 말들―동생이 갖고 싶어 하면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거나 어렵고 힘들어하면 도와주어야 한다거나―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더라. 상어의 앞발을 붙잡고 있는 유민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쥐고,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한다.
“아니야, 할 수 있어. 나랑 형아 연습하자.”
그리고 비장하게 말하는 것이다.
“나를 준이라고 생각해.”
운, 아니, 이제부터는 ‘준’이다. 준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꼼질꼼질 궁둥이를 옮겼다. 유민의 옆자리를 차지하고서 아예 팔짱까지 껴가며 달라붙었다.
“혀어엉, 유민유민 형아~ 나 콩 먹기 싫어!”
준의 탈을 뒤집어쓰고 흉내를 내면서 하는 말은 너무나도 운이었다. 콩은 아무거나 곧잘 먹는 운이 유일하게 편식하는 메뉴였던 탓에, 밥상머리에서 콩을 발견하면 골라내야만 했기 때문에 운의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게 만들고는 했다. 얼마나 콩을 골라냈으면 또래 친구들보다 젓가락질을 잘하는 편일 만큼이었더라.
어떻게?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곧바로 떠오른다. 그야 여기에는 동생이 없고... 운이 동생이라곤 하지만 서로 오빠동생이라는 호칭도 안붙이고,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운과 유민은 형제가 아니라 남매라고 해야 할 터였으니... 해봐야 상어? 하지만 상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눈동자만 도륵도륵 굴리는데, 운이 자신을 준이라고 생각하라 한다. 어라? 유민은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동시에 느씸표도 같이 떠오른다. 이런 '역할극' 을 하면 물론 '좋은 형아' 를 연습 할 수는 있겠지만... 운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며 콩 먹기 싫다고 칭얼거리는 것을 본 유민은 고민에 빠졌다. 이것은 과연 '좋은 형' 을 위한 훈련인걸까? 아니면 운의 콩을 넘기려는 최면인걸까?
" ..... "
깊게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운의 시무룩한 표정에 무너져내린 탓이다. 유민은 아무래도 좋은 형이 되기는 힘든 모양이다.
" 응. 내가 먹어줄게. "
다만 눈앞에 콩이 없기에, 대신 상어의 앞발을 놓고 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려 한다.
" '준이' 콩은 형아가 다 먹어줄테니까. " " '준이'거 형아 그릇에 잘 옮겨놔요? "
하지만 그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준이라는 이름에 강조를 나름 세게 줘본다.
‘준’인 척하느라, 유민이 과연 넘어올지 가늠질 하랴 이 작은 머릿속은 생각보다 바빴다. 운의 머릿속에서 생각의 발자국이 남았다면 꼭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새앙쥐가 바삐 돌아다니며 먹을 걸 찾아다니느라 생긴 발자국과 똑같았으리라. 유민의 고민이 길어지고 침묵이 길어지면서 발자국은 점점 빨라졌다. 생각의 발자국들이 이어진 모양이 검은 점선처럼 보이게 될 즘, 운은 방긋 웃을 수 있었다.
“진짜?”
잠결에 뻗치고 타고나길 뻗쳐있던 머리카락이 유민의 손아귀 안에서 이리저리 휘어대고 간지럽게 굽는다. 유민의 쓰다듬을 만끽 하며, 운은 이제 밥상에서 콩과는 영영 작별을 고하기만 하면 된다. 승전고를 울리지도 못한 채 청천벽력 같은 말이 쿠웅 떨어진다. 유민이 꼭꼭 두 번이나 강조하며 말한 ‘준’ 때문이다. 유민이 콩을 대신 먹어주는 건 ‘준’의 콩이지 운의 콩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그인 선에 두 눈이 끔뻑거린다. 콩이 아무리 먹기 싫답시고 평생 ‘준’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더라. 이제 막 집에 올까 말까 하는 아기인 동생에게 ‘이제부터 네가 운이고, 누나야!’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우, 운이 누나 콩도 먹어주면 안 돼~?”
하지만 콩을 편식한다는 것은 비밀로 하고 싶은 듯이 말을 덧붙인다.
“누나가~ 콩이랑 자기 눈이 닮아서 못 먹겠대~”
하고는, 유민이랑 눈이라도 마주칠세라 능청맞게 눈웃음을 짓더라.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다고 했는데도 부탁을 한 번 더 하자니 민망하고 염치없어 귀염이라도 떨 듯 지어 보이는 아부성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