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해인은 그것까진 얘기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눈빛만큼은 정말 어울린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보였다. 자신도 기분이 묘한 것은 느끼고 있었는데 세나가 찝어서 얘기해주니 괜시리 좀 더 부끄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 괜찮은데. "
어차피 선불로 요금을 지불한 것이라 세나가 반을 내줄 필요는 없었다. 세나는 연습생이고 자신은 이미 공연까지 하고 다닐 정도라 벌이가 다르니 이 정도는 충분히 자신이 부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황일 경우에 세나가 부담을 느낄 것은 확실해보였으니 해인은 잠시 뜸을 들이고선 말했다.
" 나중에 데뷔하면 그때 부탁해. "
해인은 세나가 엄청 크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땐 자신보다 더욱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쯤엔 자신이 얻어먹어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 이건 미리 세나에게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런 의도로 해인이 쓰는 것은 아니고 그냥 세나가 마음에 드니까 하는 행동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 안에 들어가서 찍는게 좋을 것 같은데? "
놀이공원이면 분명 머리띠 같은 것들도 팔테니 그런걸 쓰고 찍는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인 해인은 맞잡은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 손을 살짝 잡아 자신의 팔 안쪽을 잡게했다. 마치 팔짱 낀 것처럼 되어버려 좀 더 밀착하게된 해인은 작게 속삭였다.
" 이게 좀 더 좋을 것 같아. "
물론 사람들이 많으니 거리가 좁아지는게 좋긴 했지만 해인은 이게 어떤 의미로 좋은 것인진 딱히 얘기해주진 않았다. 어쩌면 그냥 이런걸 세나가 해주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데뷔하면 부탁한다는 말에 세나는 아무런 말 없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굳이 말싸움을 하기보단 나중에 데뷔 후에 거하게 대접해주는 것이 그녀로서도 좀 더 좋을 것 같았으니까. 벌써부터 데뷔 후에 뭘 해주면 좋을지 생각하며 세나는 작게 흥얼거렸다. 꼭 미션이 아니더라도 놀이공원에 가서 노는 것 자체가 그녀로서는 좋았으니까.
어쨌든 사진에 대한 자신의 물음에 안에 들어가서 찍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에 그녀는 가만히 생각했다. 머리띠를 팔테니 그걸 끼고 찍는 것이 좋겠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동의했다. 확실히 그쪽이 좀 더 귀엽고 놀이공원에 놀러온 느낌이 날테니까. 이어 그녀는 해인에게 제안했다.
"그럼 서로에게 머리띠 추천해서 그거 끼고 찍는 거 어때요? 오빠는 뭔가 늑대 머리띠 있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응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늠름하고 멋지다는 의미로요."
와일드함과는 거리가 멀긴 했지만, 늑대 특유의 멋지고 든든하고 듬직한 느낌이 해인에게 난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그렇게 제안했다. 적어도 고양이나 호랑이. 이런 것보다는 그런 쪽이 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물론 그가 다른 것을 원한다고 한다면 아마 다른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 어떤 것을 추천해줄지 살짝 기대가 된다는 듯이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한편, 해인이 자신의 팔 안쪽을 잡게 하자 그녀는 살짝 놀라 두 눈을 깜빡였다. 자연스럽게 밀착하고 이게 좀 더 좋을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세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그녀는 작게 웃으면서 반대편 손 역시 해인의 팔 안쪽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더 달라붙는 모양새가 되었고, 그녀의 몸 역시 살짝 그의 팔에 닿았다.
"...그럼 이건요?"
이런 쪽을 시청자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안 들리게 조용히 속삭이며 그녀는 괜히 오른쪽 눈을 감아 윙크를 보냈다. 어쨌든 들어가자고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띠를 끼고 사진을 찍자는 말에 응한 세나를 보며 해인은 어떤 것이 어울릴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세나는 자신에게 늑대 머리띠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었고 해인은 그렇다면 토끼 머리띠를 해줘야하는건가, 하고 생각했다. 늑대는 역시 토끼랑 있어야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잘 어울리는건 고양이일것 같아 내심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 토끼랑 고양이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고양이가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
물론 깊은 고민이라고해서 그 시간이 길어질 필요는 없었다. 해인은 고양이가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선 세나에게 웃으며 말해주었다. 머리띠를 파는 곳은 놀이공원의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있었기에 해인은 미리 머리띠를 쓴 상태로 돌아다니는게 좋겠다는 결론과 함께 그곳으로 걸어가려했다. 하지만 이어진 세나의 행동에 해인은 살짝 움찔하더니 말했다.
" 내가 더 좋을지도. "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의 의미라고 해인은 답해주고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다시금 상점으로 향했다. 세나가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적당히 천천히 걸어가던 해인은 세나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 빠른건 어지러워서 잘 못타는 편이야. 롤러코스터라던지. "
사실 놀이공원의 어트랙션들은 하나 같이 다이나믹해서 빠르거나 빙빙 돌거나 하는 것들이라 해인이 어지러워 하는 것들이 많았지만 놀이공원에 왔는데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으니 너무 힘든 것들만 일단 제외하고 얘기한 것이었다. 일단 데이트니까 컨디션 난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 머리띠부터 살까? "
싱긋 웃어보인 해인은 그대로 사람이 북적이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각자 어울리는 머리띠를 골라준 뒤 계산을 마친 해인은 그대로 세나가 자신에게 추천해준 머리띠를 머리가 망가지지 않게 착용했다.
"다행이네요. 시청자 만족도 만족이지만, 오빠도 좋아야 의미가 있죠. 아무리 시청자 만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빠가 부담스럽거나 싫다면 딱히 할 생각 없거든요."
방송을 떠나서 결국 두 사람이 만족하지 않으면 광대쇼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보여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자신들의 감정까지 죽여가며 억지로 즐거움을 연기하고 싶진 않았다. 방송이 망하면?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그녀의 기준에는. 프로답지 않다는 말이 들려오더라도 그 일선만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그런 것은 제외해요. 저도 너무 빠른 롤러코스터 류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뭐랄까. 즐겁자고 오는 건데, 어지럽고 정신없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해요."
자신도 비슷하다는 듯이 세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딱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라거나, 맞춰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정신없이 빠른 것보다는 여유롭더라도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이를테면 다크라이드처럼. 이곳에는 다크라이드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계속 해인에게 달라붙은채로 천천히 걸었다.
머리띠를 사자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늑대 머리띠와 고양이 머리띠를 그가 사주자 그녀는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돈을 더 잘 벌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계속 이렇게 대접을 받으면 마음이 성치 않은 탓이었다. 애초에 자신도 어느 정도 돈을 받고는 있었으니까. 물론 용돈이지만.
"너무 돈 많이 쓰진 마요.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고 괜히 제가 미안해서... 나중에 오빠 소원 하나 들어드릴게요."
대신 제가 이뤄줄 수 있는 것으로. 그렇게 말을 하며 그녀는 머리띠를 착용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야옹~ 소리를 내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어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놓은 후에 그녀는 저 편에 있는 분수대를 가리켰다.
"저기서 인증샷 찍어요. 제일 풍경이 좋을 것 같아!"
/나 오늘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답레가 딱 있구나! 안녕! 해인주! 좋은 저녁이야!
이번에도 장난인지 아닌지 모를듯한 표정으로 대답한 해인은 걱정하지 말라는듯이 자신의 팔을 끌어안은 세나를 자신에게 좀 더 붙게하며 길을 뚫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인파가 발 디딜 틈 없다라고 할 정도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서 무사히 상점에 도착할 수 있었고 머리띠를 구매하고선 머리에 쓴 뒤 다시금 놀이공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 그럼 이따가 간식은 세나가 사주는걸 먹어보는걸로. "
확실히 자신만 돈을 계속 쓴다면 세나가 부담스러워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해인은 그렇게 얘기하고선 세나가 가리킨 분수대를 바라보았다. 분위기는 좋아보이니까 사진 찍기에도 좋아보여 해인도 고개를 끄덕이고선 그곳으로 향했다. 다른 커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해인과 세나가 다가가자 다들 시선을 뺏긴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찍을까? "
해인은 그렇게 말하며 일단 핸드폰을 셀카 모드로 만들고선 손을 쭉 뻗었다. 셀카의 정석은 이렇게 찍는 것이니까 말이다. 세나가 포즈를 취하기를 기다렸다가 몇장 사진을 찍은 해인은 저장된 사진을 세나에게 보여주며 저번처럼 어떤게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았다.
자신과 하는 것은 뭐든지 좋다. 그 말에 세나는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해인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작은 웃음소리를 낼 뿐.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어쨌든 머리띠는 제대로 구입했고, 그가 말하는 제안. 간식은 자신이 사는 것을 먹어보는 것으로 하겠다는 말에 세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해인만 돈을 쓰게 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으니까.
"후훗. 그렇다면 진짜 제대로 둘러봐야겠네요. 최대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거든요. 여기에 뭐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이것저것 있을테니까요."
놀이공원은 자고로 놀이기구가 아니라 먹는 재미도 있는 법이었다. 잘 찾아보면 정말로 이것저것 있을 거라고 믿으며 괜히 이곳저곳을 벌써부터 바라봤다. 저기에 솜사탕이 있긴 한데, 역시 솜사탕은 좀 그렇지. 기각.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조금 더 둘러볼 때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분수대에 가는 것을 해인이 찬성하자 세나는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자신과 해인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선 자신이 아는 학교 아이도 있었다. 등교일에 등교하면 이런저런 질문을 또 받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괜히 어깨만 으쓱했다. 하지만 싫어하는 눈빛은 없었다. 오히려 보란 듯이 그녀는 해인에게 살짝 붙어 거리를 다시 좁혔다.
"좋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없을 것 같거든요. 분수대 모습도 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 같고요."
해인이 핸드폰을 셀카모드로 만들고 손을 뻗자 그녀는 셀카봉을 가지고 올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일단 미션부터 찍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자신의 허리에 살짝 손을 올린 후에 윙크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꽤 귀엽고 예쁜 미소를 지으며 이런저런 동작을 취하는 와중 사진이 찰칵찰칵 찍혔다. 해인이 세나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것이 마음에 드냐고 묻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맨 처음에 찍은 사진을 지목했다. 역시 이게 제일 예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진은 원래 제일 처음에 찍은 것이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네?"
개인적으로 좀 더 찍고 싶다는 그의 말. 그리고 둘 사이의 비밀 이야기가 또 시작되었다. 방송으로 봤을 때도 저 속삭임은 음성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모두에게 보여지고 있지만, 모두에게는 들리지 않는 둘만의 비밀 이야기. 그 비밀 이야기의 내용에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다 해인을 바라보면서 마찬가지로 작게 속삭였다.
"후훗. 그런 것은 나중에 스티커 사진으로 어때요? ...하지만..."
이어 그녀는 기습적으로 그의 두 팔을 와락 끌어안으려고 했다. 만약 그가 피하지 않고 팔을 내줬다면 그대로 그녀는 해인에게 찰싹 달라붙었고, 그대로 팔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안았을 것이다. 이어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들어 그에게 윙크를 보냈다.
아무거나 사줘도 된다는 뜻이다. 놀이공원이라 어차피 파는 간식은 기성품일테고 맛은 그저 그럴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놀이공원에 오면 꼭 먹어야하는건 역시 초코 츄러스가 아닐까하고 해인은 생각했다. 세나한테 사달라고하면 거절하진 않을 것 같으니 적당히 눈에 띄면 사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닐테고 말이다. 분수대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니 주변은 아는 얼굴도 몇몇 보였다. 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 딱히 이상한 소문이 돌진 않겠지만, 해인은 세나와 살짝 더 밀착했다.
" 그럼 이거 보내줄께. "
저번처럼 세나에게 사진을 전송한 해인은 첫번째 사진이 가장 이쁘다는 말에 그저 웃어보였다. 자신이 보기엔 다 예뻐보였는데 세나의 눈엔 차이점이 보인듯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진들은 삭제할까말까, 하다가 소장해도 되냐고 세나에게 물었다. 만약 된다고하면 비밀 폴더에 넣어둘 생각이었다.
" 스티커 사진 나쁘지 않네. "
요즘엔 인X네컷 같은 것도 유행이라고 하니까 그런 류의 사진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진 세나의 행동에 해인은 아까처럼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은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돌발행동엔 좀 취약한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해인은 아까보다 좀 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 세나라서 더욱 좋은데? "
짓궂은 목소리인 것을 보면 장난인것 같아 해인도 맞받아치는듯 싶었다. 하지만 약간 진심인듯 해인은 세나를 끌어안듯이 품안에 살짝 넣고서는 귓가에 대고 얘기했다.
" 그러니까 나한테만 해줘. "
그리고선 어디서 가져왔는지 팜플렛을 열어 어트랙션이 어디있는지 위치를 파악한 해인은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타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세나에게 물어보았다.
음식을 잘 안가린다는 말이 들려왔으나, 그럼에도 세나는 대충 가볍게, 싸구려 음식을 사줄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막 엄청 비싼 것을 사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 해인이 먹고 싶어하는 것이 1순위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이야기. 지금은 사진에 집중하기로 하며, 세나는 나름대로 예쁘고 귀엽게 나오도록 사진 촬영에 집중했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자연히 벌어진 것인지. 거리가 상당히 좁혀졌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보면 저 둘은 되게 가까운 사이인가? 라는 착각이 절로 들 상황 속에서 세나는 가만히 그가 보여주는 사진을 바라봤다. 이내 해인이 사진을 보내주자, 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해서 사진을 확실하게 저장했다. 정말로 만족스러운지 웃음소리를 내던 세나는 곧 들려오는 말에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무 주변 사람들에게 막 보여주는 것만 아니면 괜찮아요. 사실 보여줘도 상관은 없지만... 막 일부러 자랑하듯이 보여주는 것은 조금 그래서요."
주변 아이들이 시끄러워질 것 같거든요. 자신이건, 해인 쪽이건. 자신은 몰라도 해인은 나름대로 학교에서 인기도 있는 아이였으니까.
한편 해인이 당황하는 표정을 짓자 세나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한번씩 훅훅 들어오는 해인에 대한 복수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물론 100% 그것만은 아니지만. 묘하게 귀엽다고 생각하며 세나는 곧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살짝 당황했다. 자신이라서 더 좋다는 말에 얼굴이 붉어지더니, 세나는 괜히 얼굴을 아래로 숙이고 열기를 식혔다. 뭐야. 이 오빠. 진짜 어떻게 해도 다 받아쳐. 너무해. 그런 속마음을 조용히 중얼거리다가 품안에 자신을 살짝 넣자 그녀는 살짝 놀라 고개만 살짝 위로 들어올려 해인을 바라봤다.
"...모, 모르죠. 다음에 다른 파트너가 생기면...그...그...일단 방송용... ...그래도 싫어요?"
그것은 정말로 작은 반항이었다. 괜히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 제 뺨을 두 손으로 톡톡 친 후에 세나는 여전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만히 어트랙션을 바라봤다. 일단 둘 다 힘든 것은 제외하고... 뭐가 좋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근처에 있는 '아마존 탐험'이라는 어트랙션을 가리켰다. 급류 위에서 떠다니는 배를 타면서 주변을 바라보는 다크라이드 계열의 놀이기구였다. 무섭지 않고, 어느 정도 속도는 있었으나 정신없을 정도로 빠른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아마존 정글 속을 탐험하는 것 같다는 설명이 그녀의 흥미를 끈 모양이었다.
물론 여동생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리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여동생들한테도 공개는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여동생들도 그렇게 막무가내로 보여달라곤 하진 않을테니 해인은 정말로 자신만 볼 목적으로 저장해두는 것이었다. 반 친구들은 사랑의 방정식 프로그램을 보고 해인에게 여러가지 물어보곤 했었지만 그럴때도 관련 내용은 하나도 얘기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 싫다고 하면 ... 안할꺼야? "
해인은 저번 세나와의 약속을 쭉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세나와 함께 가기. 다른 이들과는 가지 말아달라는 세나의 부탁을 지킬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음 봄이 올때까진 가도 딱히 볼 것은 없겠지만 그런 곳을 같이 간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해인도 이런 부탁을 세나에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세나가 싫다하면 강요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싫다는 생각이 조금 드는 것은 자신도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 조금 질투날지도 모르겠네. "
시선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린 해인은 세나가 가리킨 놀이기구가 어떤 것인지 읽어보았다. 아마존 탐험이라는 이름의 어트랙션이었는데 보트 같은 것을 타고서 정글처럼 꾸며진 곳을 지나가는 종류의 것인듯 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 해인은 곧장 그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나가 미션으로 온 것이라면 관람차를 안탈 것이라는 말에 해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 미션만 목적은 아니었는데 ... 그래도 안탈꺼야? "
관람차는 특성상 카메라가 따라와 찍을 수가 없어서 완전 둘만의 공간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두명의 기록이 전부가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해인은 세나가 정말 싫다면 자신도 안타도 괜찮다고 얘기하고선 일단 아마존 탐험쪽으로 향했다.
해인의 말. 싫다면 안할 거냐는 말. 그리고 조금 질투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며 세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지금 그 순간,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내 그녀는 두 손을 놓더니, 그의 상의를 잡고 살며시 당기려고 했다. 해인이 순순히 끌려왔다면 카메라로 보면 마치 뺨에 살짝 입술이 닿은 것 같은 구도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이어 작게 웃던 세나는 해인에게 이야기했다.
"안할거니까 책임져요. 오빠가 질투날까봐 다른 이와 페어가 되어도 이런 거 못하게 되었으니까. 자꾸 진심으로 만들래요? 응?"
그 목소리는 정말로 가깝게, 숨소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이어 그녀는 그를 살며시 놓아주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살며시 카메라가 있을 곳을 바라보며 작게 윙크를 날렸다. 의미심장한 미소는 덤이었다.
한편, 관람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세나는 가만히 웃음을 터트리면서 해인의 말에 이어 대답했다.
"미션만 목적이 아니면 좋아요. 전 이런 곳에 미션만 하려고 오는 사람하고는 관람차 같은 거 타기 싫거든요."
이런 프로그램인데 너무 정 없잖아요. 안 그래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는 살며시 아마존 탐험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팔을 따로 잡진 않았지만 그에게 딱 달라붙어 걸어가며, 그녀는 눈웃음을 배시시 지었다.
"그건 그렇고 오빠는 이런 놀이공원에서 연애 프로그램으로 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에요?"
그거 오빠랑 내가 먼저 해버리게.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이 진심인지, 방송용인지 알긴 힘들었을 것이다.
/...조금 위험한데...ㅋㅋㅋㅋ 세나 진심모드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싶어. 너무 빠른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알고 있으니까 나도 일댈 즐기는거지! ㅋㅋㅋㅋ 그런 이와의 일댈은 조금 부담스럽거든. 전혀 안 부담스러워! 해인이 관캐였으니 말이지! 뭐..사실 난 일댈에서 가까워질 정도면 본스레에서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서... 물론 어느 정도 자제는 했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고백만 안했을 뿐인 선후배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로 가야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