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경험! 하나하나 쌓아가면 반드시 나중에 플러스가 되었으면 되었지. 마이너스가 되는 일은 없을걸요? 후훗."
[ 이름 ] 정세나
[ 성별 ] 여자
[ 나이 ] 17 [ 학년 ] 고등학교 1학년 [ 외관 ] (참고용 이미지 - AI 제작 짤 사용) 그녀의 키는 163cm. 몸무게는 미용체중. 그렇게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의 키를 그녀는 스스로 매우 좋아했다. 연한 회색 머리카락에선 윤기가 사르르 녹아내렸고, 원래는 길게 내려오는 머리를 검은색 리본을 이용해 묶어 포니테일 스타일로 만들었다. 가끔 등까지 길이를 내릴 때도 있으나 보통은 날개뼈에 살짝 걸치게 하는 길이를 유지했다. 시스루뱅 앞머리카락을 고르게 내려 시야가 방해되지 않도록 길이를 유지했고, 옆머리카락은 살짝 긴 편에 속해 뺨을 타고 얼굴 끝까지 내려왔다. 전체적으로 외모는 고양이상. 하지만 사납거나 퉁명스러운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인 특유의 갈색 눈동자엔 호기심과 생기가 녹아내리고 있으며 입술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분홍빛이었다. [ 성격 ]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을 지녔다. 주변 사람들에게 딱히 벽이 없으며, 오히려 가깝게 다가가서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들려오는 말은 잘 믿지 않으며, 직접 자신이 보고 느껴야 그것을 믿는 스타일. 편견은 없으나 한번 생각이 확고하게 잡히면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 고집도 존재했다. 순둥순둥한 느낌이 있었으나 그렇다고 마냥 순둥하진 않고 날카로울 때는 은근히 날카로웠다. 하지만 기본적으론 다른 이들과 잘 지내고 친구가 많고 웃기도 잘 웃고 호기심이 많은 그런 성격.
[ 동아리 ] 댄스부 <프로듀스 303>
[ 기타 ] #어릴 때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했고 실제로도 잘 춘다. 무대 체질이라서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편.
#장래희망은 아이돌. 어릴 적부터 그 꿈 하나만 믿고 열심히 노력했다. 현재는 연습생. 슬슬 내년에 데뷔를 하는 것은 어떻겠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운동신경이 꽤 좋은 편이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를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하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 쭉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있고, 자기 전에도 가볍게 운동을 하고 있다.
#사랑의 방정식에 참여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것도 나중에 인생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라는 판단이 들어서이다. 물론 정확하게 어디에 도움이 될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재밌으면 그만 아니야?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요리 실력이 꽤 괜찮은 편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일반 학생치고 괜찮은 편이며, 전문적으로 요리를 하는 이들에게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 성별 ] 남 [ 나이 ] 19 [ 학년 ] 고등학교 3학년 [ 외관 ] 붉은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흑발의 청소년. 조금 길게 길러놓은 머리였지만 지저분한 느낌은 들지 않게 수시로 정리해주는듯하다. 175cm 의 키에 적당한 몸무게. 어째서인지 더운 여름에도 긴팔에 긴바지를 고수하는 편이다. [ 성격 ] 딱히 말이 많은 편은 아닌 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조용한 성격이다. 앞으로 나서는 일도 없고 그냥 물 흘러가듯이 반의 분위기에 탑승하는 편. 다만 말주변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말을 시키면 곧장 잘 대답은 해준다. 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겐 먼저 말을 거는 경우도 있다.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남학생. 1남 2녀 중 장남이라 의젓할 뿐만 아니라 의외로 세심하기도 하다.
[ 동아리 ] 밴드부 <징기징기징> 부장
[ 기타 ] 1) 어릴적부터 상당히 유명한 천재 기타리스트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대회에 나가서 상을 휩쓸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고 그것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라 온갖 유명한 대회에선 빠짐없이 수상을 해올 정도의 천재.
2) 해인을 원하는 학교는 무수히 많았지만 청명고를 선택한 이유는 그냥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자신이 어떤 학교를 가던간에 실력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가랑은 거리가 꽤 있어서 학교 근처의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3)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같은 회사에 재직중인 높으신 분들이다. 그래서 해외 출장이 잦아 해인은 여동생 두명과 함께 지내는 날이 많았다. 여동생들은 해인을 아빠처럼 따르는 편이긴 하지만 좀 짓궂은 면도 없지 않아 있다는듯. 애초에 성격부터 완전 다르다.
4) 학교에선 조용한 것치고는 아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데 밴드부 부장인데다 버스킹엔 웬만해선 절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밴드부엔 보컬이 따로 있지만 해인은 노래 실력도 상당한 편이라서 가끔 보컬이 부재중일때 그가 마이크를 잡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다.
5) 해인의 여동생 중에 한 명은 코스프레를 즐기는 코스어인데, 가끔 자신의 오빠를 파트너로 삼아서 이곳저곳 끌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어디가서 꿀리지는 않는 외모이다 보니 어울리는 코스프레가 많아서 그런듯. 그래서 이런 쪽의 문화에도 딱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3학년에 올라와서는 코스프레를 하고 공연할 생각도 하고 있는듯.
6) 자신은 일반적인 기타를 치지만 한국 전통 악기들을 연주할 수 있는 부원들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나중에 무용부와 함께 공연을 하는 것도 나름 버킷리스트로 갖고 있다고. 어느 정도 편곡도 할 수 있으니 전통 악기들과 같이 밴드를 해볼 생각도 만만이다.
7) 공부는 평균, 운동도 평균.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의 상당 부분을 음악에 몰빵한 타입이다.
8) 가사 실력은 여동생들을 돌봤던 경험도 있고 자기 자신도 자취를 했다보니 준수하다. 물론 요리라던가 그런게 무척 뛰어나다는건 아니다. 맛있다는 평을 가끔 듣는 정도? 애초에 요리까지 잘할 정도의 재능 총량이 아니다. 9) 놀래키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어릴적에 여동생들이 장난을 하도 쳐서 진절머리가 난다고. 처음 몇번은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주지만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드물게 화난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10) 밤산책을 즐긴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밤하늘을 좋아해서 주로 하늘을 보기 위해 산책을 나간다.
11) 사랑의 방정식에 참여한 계기는 부원들이 몰래 신청서를 작성했기 때문 ... 본인도 그걸 진즉에 알았지만 딱히 별 생각 없었는지 취소하지 않았고 그렇게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는 해인이는 언제봐도 멋있는걸! 이제 일댈이니까 단체스레와는 다르게 대놓고 앓이질 해도 되려나? ㅋㅋㅋ 그와는 별개로 혹시 해인주는 이제 일댈이니까 선관이나 그런 쪽에서 좀 더 추가했으면 좋겠다 하는 거 혹시 있어? 이제는 정말로 나와 해인주 취향대로 놀아도 되는 거니까!
글쎄. 개인적으로 지금 떠오르는 것은... 실제로 과거에 그렇게 소속사에서 만나서 세나 도와주고 무대 같이 올라가고 했을 때.. 실제로 서로 썸을 탔다! 같은 느낌이 추가되는 것은 어떨까 싶어! 그렇기에 스캔들이 터진거고! 그대로 계속 알고 지냈으면 사귀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딱 스캔들이 터져서 흐지부지되고 서로 거리를 뒀다가 지금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느낌이라던가?
다만 이건 어느정도 과거에 서로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 추가되는 거니까... 조금 애매하다 싶으면 패스해도 괜찮아!
적어도 세나는 해인이를 엄청 동경했을 것 같거든. 그런데 그런 동경하는 사람이 자신을 챙겨주고 무대까지 올려주고 같이 공연까지 해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사적으로 만난다고 한다면 무의식중에 짝사랑까지 했을 것 같아서..ㅋㅋㅋㅋ 물론 세나도 의식한 것은 아니니까 막 강하게 티가 나진 않고 그냥 가만히 보면 알게 모르게 티가 조금 나는 느낌이었을 것 같긴 해!
적어도 세나 입장에선 작업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단 뭔가 되게 자상하고 잘 챙겨주는 되게 멋진 오빠+선배. 이런 느낌에 가까웠을 것 같거든! 그리고 얼굴도 잘 생겼고 실력도 좋고 인기도 많고 유명하니.. 그런 모든 것들이 세나에게는 하나하나 다 마음에 드는 요소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
그렇기에 세나도 좀 더 호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원래 흑심 가지고 다가오는 이들은 아무래도 좋은 감정 가지기 힘든 법이니까! 아무튼 선관 쪽은 이렇게 관계를 잡아보면 되겠네!! 좋아. 그럼 앞으로 일상 돌리면서 세나도 진심이 되는 것을 그려봐야겠네! 본스레에서도 살짝 언급이 되긴 했지만 세나는 진심이 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고 할 애야! ㅋㅋㅋ
추가적으로 일상을 돌린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3번째 미션 끝나고 4번째 페어 정해진 이후부터?
미션같은 것은 이제 우리가 직접 정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이후는 나와 해인주가 이끌어가고 만들어가야하는 거니 말이야! 캡틴도 즉석에서 짜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고! 일단 커플룩 인증사진 찍어오기는 넣어두자! 그 외에는 또 하고 싶은 거 있을까? 혹시? 나는 본스레에서도 말했던 거지만 포키게임은 한번 해보고 싶어!
일단 얼굴은 지금의 학생티를 벗어던지고 상당히 예쁘고 귀엽게 자랄 예정이긴 해! 체형도...지금도 어느 정도 라인이 살아있는 편이긴 하지만 성인이 되면 조금 더 살아나게 조절 할 예정이야! 뭔가 이러니까 여름 시즌에는 둘이 바다 가는거 보고 싶다! 혹은 워터파크라던가! ㅋㅋㅋ
그럼 세나는 웃으면서 "그럼 저는 오빠 무안하지 않게 오빠 봐야겠네요." 라고 웃으면서 마주볼 것 같아. 그러다가 살짝 카메라를 의식하고, 살짝 해인이에게 다가간 후에, 목에 팔 감으면서 웃으면서 "이제부터 저 본다고 했죠? 저만 봐요." 그럼 이렇게 한마디 남겨줄 것 같은걸?
내 생각도 그게 좋을 것 같아! 어차피 동거 상태니까 굳이 따로 가는 것도 이상하고 같이 가면 될테고... 그럼 자연스럽게 놀이공원 입장도 같이 할테니까! 그럼 커플룩만 정하면 될 것 같은데...뭐가 좋을까? 봄이니까 조금 산뜻한 느김이 좋을 것 같긴 한데.. 베이지색 셔츠에 하얀색 바지/ 하얀색 치마. 이렇게 맞추면 무난하려나?
좋아! 그럼 그렇게 입자!! 놀이공원에 가는데 도시락을 싸진 않을거야! 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놀이공원에서 도시락을 싸가는 것은 좀 애매하기도 하고 말이야. 먹을 장소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곳에선 조금 비싸도 내부 식당 이용하는 것이 편한걸! 그래서 아마 세나도 도시락을 싸진 않을거야!
그럼 나도 기대하고 있을래! ㅋㅋㅋㅋ 음. 그리고 나 이제야 밝히는 거지만 사실 시트를 냈을 때 시트 짝 둘러볼 때 해인이가 가장 눈에 들어오긴 했어! ㅋㅋㅋㅋ 물론 그렇다고 해인이 보고 스레에 들어온 것은 아니고... 내가 맨 처음에 성비 보고 적은 쪽으로 시트를 내려고 했을 때 여캐가 하나 적다고 해서 여캐 시트를 짜면서 아이돌 설정 한번 해보고 싶어서 아이돌 연습생 시트를 준비했거든.
이후에 다시 시트를 쭉 읽어보는데 해인이와 좀 많이 엮이려나? 이런 생각이 들긴 했거든! ㅋㅋㅋㅋ 그런데 진짜로 이렇게 엮이게 되네! 더 나아가서 일댈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플...갈 수도 있는 거니까 기분 조금 이상하긴 하다. ㅋㅋㅋㅋ
근데 뭐 이제 해인이 세나 꺼니까! 세나 진심 되면 그때부턴 진짜 라이벌들에게 안 뺏기려고 진짜진짜 노력한다! ㅋㅋㅋ
세나도 해인이 꺼는 맞지! ㅋㅋㅋㅋ 해인이 공식 설정이 잘생긴 미남 아니었나? 세나도 일단 귀엽게 생긴 미녀 스타일은 맞아! 일단 아이돌 설정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원래 스레의 다른 여캐들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예쁘다 그런 것은 아니고... 난 다른 여캐들도 모두 아이돌급 외모라고 생각해서! ㅋㅋㅋㅋ
아무튼 세나 시트가 눈길이 많이 갔다고 한다면 그건 기쁘네! 뭔가 나만 엮이는 거 많겠구나 그런 생각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원래 이렇게 시트 짜고 봤더니 엮일 것이 많아보인다...싶으면 괜히 관심 가더라.
어차피 이제 캡틴이 아니라 나와 해인주가 이끄는거고... 난 기본적으로 상판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지된 스킨십만 아니면 뭐든지 오케이라서 연인처럼 돌아다니고 팔짱을 끼는 것은 얼마든지 오케이! 어차피 세나는 해인이 꺼니까 막막 하고 싶은 스킨십 해도 괜찮아! ㅋㅋㅋㅋ 응! 사진 찍어둬야지! 아. 다만 이젠 다인스레가 아니니까 아마 세나도 슬쩍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잡으려는 움직임은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씩 조금씩 이 오빠는 내꺼라는 것을 카메라 앞에서 어필하듯이 하는 행동 같은 것들! 이를테면 두 팔로 팔을 안는다거나 그런 행동들! 혹시나 부담스러우면 얼마든지 얘기해줘!
난 원래 용기 있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ㅋㅋㅋㅋ 나는 찌르까 말까 하다가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 싶어서 포기하고 그냥 세나와 서사 좀 더 나누고 싶은 사람 일댈을 구한거고... 그걸 보고 찌른 것은 해인주잖아? ㅋㅋㅋ 그럼 당연히 세나는 해인이 것이 아닐까 하구! ㅋㅋㅋㅋ 음. 해인이 어떻게 나올지 은근히 궁금하다. 전에도 은근히 적극적인 느낌이었는데! 아무튼 알았어!! 그럼 나도 세나로 이것저것 다 해봐야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상판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조건 하에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역시! 응. 이제 눈치 보지 말자! 나도 지금은 눈치 딱히 볼 생각은 없으니까!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본스레에서 눈치 보는 것은 아니야! 그냥 지금은 서로 합의가 된 거니까 그냥 좀 더 적극적으로 놀아보려고 생각 중인거지! 와! 안아주는거야? 너무 좋다! ㅋㅋㅋㅋㅋ 어쩌면 세나 금방 공략될지도 모르겠는걸?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어쨌건 연애 프로그램이니 말이야. 사실 공략이라는 말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보면 맞는 표현일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서로 호감이 있으니까 조금 다르긴 하니까! 음. 그럼 그 상황은 기대해볼게! 진짜 진짜 부담 가지는 거 없으니까 편하게 하기야! 성인이라. 확실히 성인이 되면 또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다만 세나가 1학년이니까 아무래도 성인이 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세나 2학년 시기. 세나 3학년 시기를 따로 하진 않겠지만!
세번째 미션도 무사히 끝내고 한주가 지났다. 해인은 네번째 파트너가 과연 누가 될지 살짝 기대를 했었고 결과가 나올 시간이 됐을때는 계속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다. 이번 파트너는 다시금 세나였다. 해인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안심하는 표정을 짓고서는 곧장 세나에게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고선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시금 만나게된 세나를 보면서 해인은 어째서인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파트너가 세나라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의미를 주고 있는듯 했다. 이번주 미션은 놀이공원에서 커플룩 입고 인증사진 찍기.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해인은 마침 쉬는날도 있으니 같이 다녀오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놀이공원을 갈 날짜가 정해졌다.
" 가볼까? "
해인은 미리 세나와 말해서 맞춰둔 커플룩을 입고 세나에게 말했다. 베이지색 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은 해인은 마찬가지로 베이지색 셔츠에 바지 대신 치마를 입은 세나를 보고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놀이공원은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꽤 거리가 있었지만 해인은 거리낌없이 택시를 불렀다. 놀기 전에 체력을 소모하면 안될 일이니까 말이다.
" 사람이 좀 많을 것 같으니까 붙어있어야해. "
사람 없는 날에 오면 좋을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학생 신분인지라 그렇게 맘대로 시간을 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해인의 우려대로 놀이공원엔 사람들이 상당히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콩나물 시루처럼 부대끼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트랙션을 탈지 아니면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할지 고민하던 해인은 일단 세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3번째 미션. 안타깝게도 세나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무서워서 못 간 것이 아니라 파트너가 아예 오지 않은 것이었다. 피- 그런 소리를 내며... 그녀는 조금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물론 말로는 바빠서 결국 빠졌다는 것 같지만. 조금은 기대했는데. 그렇기에 그 기간동안 그녀는 아이돌이 되기 위한 연습에 매진했고, 방에 돌아와 TV로 방송을 보는 것에 집중했다. 당연히 해인이의 모습도 아주 잘 봤다. 그렇게 또 어떻게 시간이 지났고 4번째 파트너가 결정되는 날. 이번엔 누가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핸드폰으로 발표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파트너의 이름. 그건....
"...아..."
성해인. 그 이름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살짝 붉혔다. 뭐야. 이거. 왜 또 이 오빠야. 이거 반칙이야. 이거 기획자들. 일부러 이러는 거지? 그와 파트너가 되었을 때, 자신이 받았던 이런저런 말들을 떠올리며 그녀는 얼굴을 괜히 더 붉혔다. 일부러 노린 것이 분명해. 그 와중에 해인에게서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이 날아오자 세나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다 싱긋 웃으면서 붉은색 하트 이모티콘을 살며시 전송했다.
어쨌든 시간이 흘러, 그와 미션을 수행하는 날. 커플룩을 입고 인증사진을 찍는 것이었던가. 그것도 놀이공원에서. 와. 제대로 데이트 분위기 내라는 거구나. 이거.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녀는 전신 거울을 보며 커플룩을 바라봤다. 미리 합의하에 정해둔 커플룩은 참으로 깔끔했다. 봄의 분위기에 걸맞는 베이지색 셔츠. 그리고 해인은 바지를 입겠으나 자신은 하얀색 치마였다. 그야말로 무난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커플룩의 모습에 만족하며 그녀는 괜히 빙그르르 돌아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응. 완전 예뻐.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해인에게 다가갔다.
"네. 가봐요. 오빠. 그건 그렇고.. 오빠는 뭘 입어도 되게 잘 어울리네요. 멋지다. 후훗."
커플룩이라서 그런지 괜히 기분 묘하네요. 그렇게 굳이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그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따스한 봄바람이 더운 여름바람으로 바뀌려면 아직 시간은 멀었으나, 아주 살짝 날씨에 더위가 섞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아무렇지도 않게 택시를 부르는 것에 그녀는 두 눈을 깜빡였다. 물론 택시를 타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긴 했지만... 나중에 요금의 반은 자신이 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택시에 탑승했다.
"그럴 생각이에요. 괜히 떨어져도 좋을 거 없잖아요? 기왕 놀러가는건데 저는 미아찾기 방송으로 제 이름 불리는 거 듣기 싫거든요?"
오빠 이름 부르기도 싫고. 후훗. 그렇게 여유롭게 웃으며, 그녀는 나름대로 머릿속으로 놀이동산을 기대했다. 그리고 도착하자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있는 것에 그녀는 절로 작게 감탄했다. 여기 생각보다 인기 좋구나. 그건 그렇고 여기엔 뭐가 있을까. 세나는 이 놀이동산에는 처음 왔기에 안의 구조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 손을 잡지 않겠냐는 제안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해인을 바라봤다. 이어 그녀는 덥썩 그의 손을 잡았다.
"김에 사진도 찍을까요? 미션은 빨리 수행해야 좋을 것 같은데. 여기서 바로 인증샷 찍어도 통과잖아요?"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 찍을 거예요? 일단 그의 생각을 물어보려는 듯, 세나는 해인에게 그렇게 질문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아이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해인은 그것까진 얘기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눈빛만큼은 정말 어울린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보였다. 자신도 기분이 묘한 것은 느끼고 있었는데 세나가 찝어서 얘기해주니 괜시리 좀 더 부끄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 괜찮은데. "
어차피 선불로 요금을 지불한 것이라 세나가 반을 내줄 필요는 없었다. 세나는 연습생이고 자신은 이미 공연까지 하고 다닐 정도라 벌이가 다르니 이 정도는 충분히 자신이 부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황일 경우에 세나가 부담을 느낄 것은 확실해보였으니 해인은 잠시 뜸을 들이고선 말했다.
" 나중에 데뷔하면 그때 부탁해. "
해인은 세나가 엄청 크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땐 자신보다 더욱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쯤엔 자신이 얻어먹어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 이건 미리 세나에게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런 의도로 해인이 쓰는 것은 아니고 그냥 세나가 마음에 드니까 하는 행동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 안에 들어가서 찍는게 좋을 것 같은데? "
놀이공원이면 분명 머리띠 같은 것들도 팔테니 그런걸 쓰고 찍는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인 해인은 맞잡은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 손을 살짝 잡아 자신의 팔 안쪽을 잡게했다. 마치 팔짱 낀 것처럼 되어버려 좀 더 밀착하게된 해인은 작게 속삭였다.
" 이게 좀 더 좋을 것 같아. "
물론 사람들이 많으니 거리가 좁아지는게 좋긴 했지만 해인은 이게 어떤 의미로 좋은 것인진 딱히 얘기해주진 않았다. 어쩌면 그냥 이런걸 세나가 해주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데뷔하면 부탁한다는 말에 세나는 아무런 말 없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굳이 말싸움을 하기보단 나중에 데뷔 후에 거하게 대접해주는 것이 그녀로서도 좀 더 좋을 것 같았으니까. 벌써부터 데뷔 후에 뭘 해주면 좋을지 생각하며 세나는 작게 흥얼거렸다. 꼭 미션이 아니더라도 놀이공원에 가서 노는 것 자체가 그녀로서는 좋았으니까.
어쨌든 사진에 대한 자신의 물음에 안에 들어가서 찍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에 그녀는 가만히 생각했다. 머리띠를 팔테니 그걸 끼고 찍는 것이 좋겠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동의했다. 확실히 그쪽이 좀 더 귀엽고 놀이공원에 놀러온 느낌이 날테니까. 이어 그녀는 해인에게 제안했다.
"그럼 서로에게 머리띠 추천해서 그거 끼고 찍는 거 어때요? 오빠는 뭔가 늑대 머리띠 있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응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늠름하고 멋지다는 의미로요."
와일드함과는 거리가 멀긴 했지만, 늑대 특유의 멋지고 든든하고 듬직한 느낌이 해인에게 난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그렇게 제안했다. 적어도 고양이나 호랑이. 이런 것보다는 그런 쪽이 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물론 그가 다른 것을 원한다고 한다면 아마 다른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 어떤 것을 추천해줄지 살짝 기대가 된다는 듯이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한편, 해인이 자신의 팔 안쪽을 잡게 하자 그녀는 살짝 놀라 두 눈을 깜빡였다. 자연스럽게 밀착하고 이게 좀 더 좋을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세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그녀는 작게 웃으면서 반대편 손 역시 해인의 팔 안쪽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더 달라붙는 모양새가 되었고, 그녀의 몸 역시 살짝 그의 팔에 닿았다.
"...그럼 이건요?"
이런 쪽을 시청자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안 들리게 조용히 속삭이며 그녀는 괜히 오른쪽 눈을 감아 윙크를 보냈다. 어쨌든 들어가자고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띠를 끼고 사진을 찍자는 말에 응한 세나를 보며 해인은 어떤 것이 어울릴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세나는 자신에게 늑대 머리띠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었고 해인은 그렇다면 토끼 머리띠를 해줘야하는건가, 하고 생각했다. 늑대는 역시 토끼랑 있어야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잘 어울리는건 고양이일것 같아 내심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 토끼랑 고양이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고양이가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
물론 깊은 고민이라고해서 그 시간이 길어질 필요는 없었다. 해인은 고양이가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선 세나에게 웃으며 말해주었다. 머리띠를 파는 곳은 놀이공원의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있었기에 해인은 미리 머리띠를 쓴 상태로 돌아다니는게 좋겠다는 결론과 함께 그곳으로 걸어가려했다. 하지만 이어진 세나의 행동에 해인은 살짝 움찔하더니 말했다.
" 내가 더 좋을지도. "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의 의미라고 해인은 답해주고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다시금 상점으로 향했다. 세나가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적당히 천천히 걸어가던 해인은 세나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 빠른건 어지러워서 잘 못타는 편이야. 롤러코스터라던지. "
사실 놀이공원의 어트랙션들은 하나 같이 다이나믹해서 빠르거나 빙빙 돌거나 하는 것들이라 해인이 어지러워 하는 것들이 많았지만 놀이공원에 왔는데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으니 너무 힘든 것들만 일단 제외하고 얘기한 것이었다. 일단 데이트니까 컨디션 난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 머리띠부터 살까? "
싱긋 웃어보인 해인은 그대로 사람이 북적이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각자 어울리는 머리띠를 골라준 뒤 계산을 마친 해인은 그대로 세나가 자신에게 추천해준 머리띠를 머리가 망가지지 않게 착용했다.
"다행이네요. 시청자 만족도 만족이지만, 오빠도 좋아야 의미가 있죠. 아무리 시청자 만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빠가 부담스럽거나 싫다면 딱히 할 생각 없거든요."
방송을 떠나서 결국 두 사람이 만족하지 않으면 광대쇼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보여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자신들의 감정까지 죽여가며 억지로 즐거움을 연기하고 싶진 않았다. 방송이 망하면?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그녀의 기준에는. 프로답지 않다는 말이 들려오더라도 그 일선만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그런 것은 제외해요. 저도 너무 빠른 롤러코스터 류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뭐랄까. 즐겁자고 오는 건데, 어지럽고 정신없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해요."
자신도 비슷하다는 듯이 세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딱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라거나, 맞춰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정신없이 빠른 것보다는 여유롭더라도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이를테면 다크라이드처럼. 이곳에는 다크라이드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계속 해인에게 달라붙은채로 천천히 걸었다.
머리띠를 사자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늑대 머리띠와 고양이 머리띠를 그가 사주자 그녀는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돈을 더 잘 벌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계속 이렇게 대접을 받으면 마음이 성치 않은 탓이었다. 애초에 자신도 어느 정도 돈을 받고는 있었으니까. 물론 용돈이지만.
"너무 돈 많이 쓰진 마요.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고 괜히 제가 미안해서... 나중에 오빠 소원 하나 들어드릴게요."
대신 제가 이뤄줄 수 있는 것으로. 그렇게 말을 하며 그녀는 머리띠를 착용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야옹~ 소리를 내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어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놓은 후에 그녀는 저 편에 있는 분수대를 가리켰다.
"저기서 인증샷 찍어요. 제일 풍경이 좋을 것 같아!"
/나 오늘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답레가 딱 있구나! 안녕! 해인주! 좋은 저녁이야!
이번에도 장난인지 아닌지 모를듯한 표정으로 대답한 해인은 걱정하지 말라는듯이 자신의 팔을 끌어안은 세나를 자신에게 좀 더 붙게하며 길을 뚫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인파가 발 디딜 틈 없다라고 할 정도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서 무사히 상점에 도착할 수 있었고 머리띠를 구매하고선 머리에 쓴 뒤 다시금 놀이공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 그럼 이따가 간식은 세나가 사주는걸 먹어보는걸로. "
확실히 자신만 돈을 계속 쓴다면 세나가 부담스러워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해인은 그렇게 얘기하고선 세나가 가리킨 분수대를 바라보았다. 분위기는 좋아보이니까 사진 찍기에도 좋아보여 해인도 고개를 끄덕이고선 그곳으로 향했다. 다른 커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해인과 세나가 다가가자 다들 시선을 뺏긴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찍을까? "
해인은 그렇게 말하며 일단 핸드폰을 셀카 모드로 만들고선 손을 쭉 뻗었다. 셀카의 정석은 이렇게 찍는 것이니까 말이다. 세나가 포즈를 취하기를 기다렸다가 몇장 사진을 찍은 해인은 저장된 사진을 세나에게 보여주며 저번처럼 어떤게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았다.
자신과 하는 것은 뭐든지 좋다. 그 말에 세나는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해인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작은 웃음소리를 낼 뿐.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어쨌든 머리띠는 제대로 구입했고, 그가 말하는 제안. 간식은 자신이 사는 것을 먹어보는 것으로 하겠다는 말에 세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해인만 돈을 쓰게 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으니까.
"후훗. 그렇다면 진짜 제대로 둘러봐야겠네요. 최대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거든요. 여기에 뭐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이것저것 있을테니까요."
놀이공원은 자고로 놀이기구가 아니라 먹는 재미도 있는 법이었다. 잘 찾아보면 정말로 이것저것 있을 거라고 믿으며 괜히 이곳저곳을 벌써부터 바라봤다. 저기에 솜사탕이 있긴 한데, 역시 솜사탕은 좀 그렇지. 기각.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조금 더 둘러볼 때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분수대에 가는 것을 해인이 찬성하자 세나는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자신과 해인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선 자신이 아는 학교 아이도 있었다. 등교일에 등교하면 이런저런 질문을 또 받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괜히 어깨만 으쓱했다. 하지만 싫어하는 눈빛은 없었다. 오히려 보란 듯이 그녀는 해인에게 살짝 붙어 거리를 다시 좁혔다.
"좋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없을 것 같거든요. 분수대 모습도 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 같고요."
해인이 핸드폰을 셀카모드로 만들고 손을 뻗자 그녀는 셀카봉을 가지고 올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일단 미션부터 찍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자신의 허리에 살짝 손을 올린 후에 윙크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꽤 귀엽고 예쁜 미소를 지으며 이런저런 동작을 취하는 와중 사진이 찰칵찰칵 찍혔다. 해인이 세나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것이 마음에 드냐고 묻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맨 처음에 찍은 사진을 지목했다. 역시 이게 제일 예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진은 원래 제일 처음에 찍은 것이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네?"
개인적으로 좀 더 찍고 싶다는 그의 말. 그리고 둘 사이의 비밀 이야기가 또 시작되었다. 방송으로 봤을 때도 저 속삭임은 음성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모두에게 보여지고 있지만, 모두에게는 들리지 않는 둘만의 비밀 이야기. 그 비밀 이야기의 내용에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다 해인을 바라보면서 마찬가지로 작게 속삭였다.
"후훗. 그런 것은 나중에 스티커 사진으로 어때요? ...하지만..."
이어 그녀는 기습적으로 그의 두 팔을 와락 끌어안으려고 했다. 만약 그가 피하지 않고 팔을 내줬다면 그대로 그녀는 해인에게 찰싹 달라붙었고, 그대로 팔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안았을 것이다. 이어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들어 그에게 윙크를 보냈다.
아무거나 사줘도 된다는 뜻이다. 놀이공원이라 어차피 파는 간식은 기성품일테고 맛은 그저 그럴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놀이공원에 오면 꼭 먹어야하는건 역시 초코 츄러스가 아닐까하고 해인은 생각했다. 세나한테 사달라고하면 거절하진 않을 것 같으니 적당히 눈에 띄면 사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닐테고 말이다. 분수대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니 주변은 아는 얼굴도 몇몇 보였다. 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 딱히 이상한 소문이 돌진 않겠지만, 해인은 세나와 살짝 더 밀착했다.
" 그럼 이거 보내줄께. "
저번처럼 세나에게 사진을 전송한 해인은 첫번째 사진이 가장 이쁘다는 말에 그저 웃어보였다. 자신이 보기엔 다 예뻐보였는데 세나의 눈엔 차이점이 보인듯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진들은 삭제할까말까, 하다가 소장해도 되냐고 세나에게 물었다. 만약 된다고하면 비밀 폴더에 넣어둘 생각이었다.
" 스티커 사진 나쁘지 않네. "
요즘엔 인X네컷 같은 것도 유행이라고 하니까 그런 류의 사진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진 세나의 행동에 해인은 아까처럼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은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돌발행동엔 좀 취약한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해인은 아까보다 좀 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 세나라서 더욱 좋은데? "
짓궂은 목소리인 것을 보면 장난인것 같아 해인도 맞받아치는듯 싶었다. 하지만 약간 진심인듯 해인은 세나를 끌어안듯이 품안에 살짝 넣고서는 귓가에 대고 얘기했다.
" 그러니까 나한테만 해줘. "
그리고선 어디서 가져왔는지 팜플렛을 열어 어트랙션이 어디있는지 위치를 파악한 해인은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타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세나에게 물어보았다.
음식을 잘 안가린다는 말이 들려왔으나, 그럼에도 세나는 대충 가볍게, 싸구려 음식을 사줄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막 엄청 비싼 것을 사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 해인이 먹고 싶어하는 것이 1순위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이야기. 지금은 사진에 집중하기로 하며, 세나는 나름대로 예쁘고 귀엽게 나오도록 사진 촬영에 집중했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자연히 벌어진 것인지. 거리가 상당히 좁혀졌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보면 저 둘은 되게 가까운 사이인가? 라는 착각이 절로 들 상황 속에서 세나는 가만히 그가 보여주는 사진을 바라봤다. 이내 해인이 사진을 보내주자, 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해서 사진을 확실하게 저장했다. 정말로 만족스러운지 웃음소리를 내던 세나는 곧 들려오는 말에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무 주변 사람들에게 막 보여주는 것만 아니면 괜찮아요. 사실 보여줘도 상관은 없지만... 막 일부러 자랑하듯이 보여주는 것은 조금 그래서요."
주변 아이들이 시끄러워질 것 같거든요. 자신이건, 해인 쪽이건. 자신은 몰라도 해인은 나름대로 학교에서 인기도 있는 아이였으니까.
한편 해인이 당황하는 표정을 짓자 세나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한번씩 훅훅 들어오는 해인에 대한 복수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물론 100% 그것만은 아니지만. 묘하게 귀엽다고 생각하며 세나는 곧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살짝 당황했다. 자신이라서 더 좋다는 말에 얼굴이 붉어지더니, 세나는 괜히 얼굴을 아래로 숙이고 열기를 식혔다. 뭐야. 이 오빠. 진짜 어떻게 해도 다 받아쳐. 너무해. 그런 속마음을 조용히 중얼거리다가 품안에 자신을 살짝 넣자 그녀는 살짝 놀라 고개만 살짝 위로 들어올려 해인을 바라봤다.
"...모, 모르죠. 다음에 다른 파트너가 생기면...그...그...일단 방송용... ...그래도 싫어요?"
그것은 정말로 작은 반항이었다. 괜히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 제 뺨을 두 손으로 톡톡 친 후에 세나는 여전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만히 어트랙션을 바라봤다. 일단 둘 다 힘든 것은 제외하고... 뭐가 좋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근처에 있는 '아마존 탐험'이라는 어트랙션을 가리켰다. 급류 위에서 떠다니는 배를 타면서 주변을 바라보는 다크라이드 계열의 놀이기구였다. 무섭지 않고, 어느 정도 속도는 있었으나 정신없을 정도로 빠른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아마존 정글 속을 탐험하는 것 같다는 설명이 그녀의 흥미를 끈 모양이었다.
물론 여동생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리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여동생들한테도 공개는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여동생들도 그렇게 막무가내로 보여달라곤 하진 않을테니 해인은 정말로 자신만 볼 목적으로 저장해두는 것이었다. 반 친구들은 사랑의 방정식 프로그램을 보고 해인에게 여러가지 물어보곤 했었지만 그럴때도 관련 내용은 하나도 얘기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 싫다고 하면 ... 안할꺼야? "
해인은 저번 세나와의 약속을 쭉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세나와 함께 가기. 다른 이들과는 가지 말아달라는 세나의 부탁을 지킬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음 봄이 올때까진 가도 딱히 볼 것은 없겠지만 그런 곳을 같이 간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해인도 이런 부탁을 세나에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세나가 싫다하면 강요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싫다는 생각이 조금 드는 것은 자신도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 조금 질투날지도 모르겠네. "
시선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린 해인은 세나가 가리킨 놀이기구가 어떤 것인지 읽어보았다. 아마존 탐험이라는 이름의 어트랙션이었는데 보트 같은 것을 타고서 정글처럼 꾸며진 곳을 지나가는 종류의 것인듯 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 해인은 곧장 그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나가 미션으로 온 것이라면 관람차를 안탈 것이라는 말에 해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 미션만 목적은 아니었는데 ... 그래도 안탈꺼야? "
관람차는 특성상 카메라가 따라와 찍을 수가 없어서 완전 둘만의 공간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두명의 기록이 전부가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해인은 세나가 정말 싫다면 자신도 안타도 괜찮다고 얘기하고선 일단 아마존 탐험쪽으로 향했다.
해인의 말. 싫다면 안할 거냐는 말. 그리고 조금 질투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며 세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지금 그 순간,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내 그녀는 두 손을 놓더니, 그의 상의를 잡고 살며시 당기려고 했다. 해인이 순순히 끌려왔다면 카메라로 보면 마치 뺨에 살짝 입술이 닿은 것 같은 구도를 만들어내려고 했다. 이어 작게 웃던 세나는 해인에게 이야기했다.
"안할거니까 책임져요. 오빠가 질투날까봐 다른 이와 페어가 되어도 이런 거 못하게 되었으니까. 자꾸 진심으로 만들래요? 응?"
그 목소리는 정말로 가깝게, 숨소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이어 그녀는 그를 살며시 놓아주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살며시 카메라가 있을 곳을 바라보며 작게 윙크를 날렸다. 의미심장한 미소는 덤이었다.
한편, 관람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세나는 가만히 웃음을 터트리면서 해인의 말에 이어 대답했다.
"미션만 목적이 아니면 좋아요. 전 이런 곳에 미션만 하려고 오는 사람하고는 관람차 같은 거 타기 싫거든요."
이런 프로그램인데 너무 정 없잖아요. 안 그래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는 살며시 아마존 탐험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팔을 따로 잡진 않았지만 그에게 딱 달라붙어 걸어가며, 그녀는 눈웃음을 배시시 지었다.
"그건 그렇고 오빠는 이런 놀이공원에서 연애 프로그램으로 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에요?"
그거 오빠랑 내가 먼저 해버리게.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이 진심인지, 방송용인지 알긴 힘들었을 것이다.
/...조금 위험한데...ㅋㅋㅋㅋ 세나 진심모드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싶어. 너무 빠른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알고 있으니까 나도 일댈 즐기는거지! ㅋㅋㅋㅋ 그런 이와의 일댈은 조금 부담스럽거든. 전혀 안 부담스러워! 해인이 관캐였으니 말이지! 뭐..사실 난 일댈에서 가까워질 정도면 본스레에서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서... 물론 어느 정도 자제는 했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고백만 안했을 뿐인 선후배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로 가야하려나?
진심이어도 좋다는 말. 그리고 책임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 그 말에 세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저 말에 무슨 대답을 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녀 역시 느끼는 것은 분명히 있었다. 아마도 자신은... 그런 생각을 하며 세나는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손으로 부채질을 시작했다. 그저 조용히 속으로 감정을 가라앉힐 뿐이었다.
대신 그녀는 다른 것에 대답했다.
"후훗. 커플 사진을 찍고 싶다 이거죠? 하긴, 연애프로그램이니까. 그런 거 하고 싶은 이도 많을 것 같아요. 그럼 해봐요. 그런 것도. 오빠가 다른 여자 참가자와 미션이건 뭐건 하기 전에 제가 먼저 1번째로 할게요. 뭐, 지금 오빠의 파트너는 저.니.까.요."
이건 농담 아니에요. 다른 참가자들에게 도발일지도 모르는 그런 발언을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며 세나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꺄르륵 웃었다. 어쩌겠는가. 지금 파트너는 자신이었다. 결국 기회는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않겠는가. 억울하면 데이트권 써서 따로 데이트해서 하던지. 그런 생각을 연쇄적으로 이어가며 세나는 가만히 해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어 아마존 탐험에 도착하고 얼마 안 가 탑승하자 세나는 해인의 배려깊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요!"
제공되는 우비를 입고 그녀는 그의 바로 옆에 앉았다. 그러는 와중, 그가 자신의 손을 잡자 그녀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손을 피하지 않고 편하게 잡게 내버려뒀다.
"와. 출발한다! 출발!"
배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자 그녀는 신이 난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배의 물살이 조금 빠른 편이었으나 그렇다고 무서운 정도는 아니었다. 잘 우거진 정글 속을 지나는 와중에 물이 가볍게 튀었으나 우비를 쓰고 있었으니 물에 젖을 일도 없었다. 배가 한번씩 흔들리긴 했으나, 그렇다고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동물 울음소리와 함께 동물 모형이 튀어나왔고, 나중엔 물이 출렁임에 따라 배가 조금 더 강하게 출렁였다.
길지 않은 말이었지만 의도는 세나가 한 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2주의 시간 동안 다른 참가자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하겠다는 것. 그리고 처음은 전부 자신이 하고 싶다는 작은 욕심까지 덤이었다.
출발한다며 신나서 얘기하는 세나를 잠깐 바라본 해인은 혹여 출렁이는 움직임에 세나가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잡은 손을 꼭 잡고선 같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마존이라는 컨셉답게 상당히 잘 꾸며져 있는 모습이라 보기 좋았지만 드문드문 눈에 들어오는 세나의 모습에 해인은 잠시 시선을 뺏기기도 했다.
" 아, 응. 재밌네. "
세나의 옆얼굴을 몇번이고 흘끗거리다 이내 물어온 질문에 해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답했다. 사실 주변 풍경은 눈에 잘 안들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으니까. 코스가 끝나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 보트에서 나온 해인은 우비를 반납하고 어트랙션의 출구로 향했다. 다음은 뭘해야하나 고민하던 해인은 세나를 보고 말했다.
재밌다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뭔가 얼떨결에 대답한 것 같다고 세나는 생각했다. 슬쩍 눈동자를 옆으로 돌리면 자신을 한번씩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척 해둘까. 그렇게 생각하며 세나는 싱긋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 자신을 꼬옥 잡고 놓지 않는 그의 모습에 그는 괜히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시선을 내려 잠시 손을 바라보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 대신 그녀는 손을 그 자리에 계속 두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편하게 자신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마지막 지점에 도착하고 난 후에 보트에서 내린 세나는 우비를 벗은 후에 반납했다. 우비 덕분에 머리카락이 조금도 물에 젖지 않은 것에 세나는 크게 만족했다. 젖어도 상관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머리카락이 물에 젖는 것은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었으니까. 우비 모자에 눌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한 후, 세나는 해인을 바라봤다.
"그야 재밌었죠. 후훗. 저 이런 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뭔가 볼거리가 있는 그런 거!"
살며시 뒷짐을 진 후에 그녀는 능숙하게 턴해서 가만히 놀이기구 쪽을 바라봤다. 정말로 만족했는지 가볍게 웃더니 이내 세나의 눈길을 해인에게 향했다.
"다른 곳 갈까요? 이번엔 오빠가 타고 싶은 거 타도 좋을 것 같은데."
/해인주 안녕! 야근한다고 수고했어! 돌리면서도 느낀 거지만... 놀이기구 데이트긴 하지만, 아무래도 모든 어트랙션을 다 할 순 없으니까... 해인주가 꼭 하고 싶은거 하나 돈 후에, 시간 살짝 돌려서 마지막 관람차로 마무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은데 어때?
우연히 들렀던 건물에서 세나를 보게 되었고 그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 운이 좋은게 아닐까, 하고 해인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로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까지도 불쑥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욕심.
" 재밌었다니 다행이야. "
이제 해인은 세나의 손을 잡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세나가 피하지 않는다면 살짝 손을 잡았다가 이내 꼭 잡고선 다른 어트랙션을 둘러보러 걸음을 옮길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되어서 그런지 어트랙션엔 줄들이 길어지고 있었고 탈만한 것들은 대기시간이 몇시간이나 찍혀있어서 타봤자 몇개 타진 못할 것 같았다.
" 일단 관람차로 갈까? "
관람차도 사람이 많긴 했지만 인원이 계속해서 줄어들 수 있는 구조라서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전에 뭐라도 먹어둬야할 것 같아 먼저 식당을 찾은 해인은 세나를 향해 말했다.
" 여기선 간단하게 먹고 제대로 된 식사는 나가서 하자. "
츄러스 같은 간식류만 먹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한 얘기였다. 세나가 응하면 해인은 곧장 푸드코트쪽으로 향할 생각이었고 다른걸 하고 싶다면 그걸 하러 갈 예정이었다.
" 그리고 난 저것만 타면 될 것 같아. 다른건 줄도 길고 ... 세나랑 같이 하는게 제일 즐거울 것 같으니까. "
자신의 손을 꼬옥 잡는 것에 세나는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다. 거부감을 가질 것 같으면 벚꽃을 구경했을 때 이미 싫다고 이야기를 했을테니까. 이제와서 손잡는 것 정도로 무슨 말을 꺼내거나 피할 생각은 그녀에게 없었다. 아니. 애초에 사진을 찍기 전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붙지 않았던가. 이내 다른 어트랙션을 천천히 둘러봤지만, 아무래도 줄이 대체로 길 수밖에 없었다. 조금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관람차 이야기가 나오자 세나는 물끄러미 해인을 바라보며 두 눈을 깜빡였다.
"식사는 저도 그렇게 해도 괜찮긴 한데... 정말로 관람차만 타도 괜찮겠어요?"
확인을 위한 물음. 그야, 저것만 타도 된다고 지금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관람차는 자신도 좋아하는 놀이기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저것만 타기 위해서 놀이동산을 오는 것은 조금 아깝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엔 자신이 타고 싶은 것을 탔으니, 이번엔 그가 타고 싶은 것을 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에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자신이 지갑을 열고 살 생각이었다. 푸드코트 쪽으로 천천히 발을 옮기면서 휘파람을 가볍게 부는 사이, 또 다시 자신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비밀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은 재미없다니. 그 말에 세나는 즉각적으로 무슨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그녀는 가볍게 눈웃음을 지었다.
"지금 발언은 방송 타면 진짜 방송사고 급 아니에요? 후훗. 저만 들었으니 상관없지만요."
가볍게 웃으면서 그녀는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이어 그녀는 푸드코트 근처에 도착하자 가만히 그를 바라봤고 또 다시 비밀 이야기를 슬쩍 보냈다.
"전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네요. 애초에 데이트 한 거 오빠뿐이니까."
비교대상이 없잖아요? 가볍게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어 그를 바라보며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고르라고 하며 그를 따라가려고 했다.
해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다음의 여지를 남겨두면 세나와 한번 더 놀이공원에 올 수 있지 않을까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목적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줄이 워낙 길다보니 기다리다보면 루즈해질 것 같아 선택한 것도 있었다. 푸드코트로 걸어가며 한 얘기에 세나는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그가 생각해도 방송에 나왔으면 정말 방송사고급이라 좀 자중해야할 필요를 느낀 해인은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 둘만의 비밀로 하자. "
계속해서 둘만의 비밀이 쌓여가는 느낌이지만. 그렇게 학교에서의 일이라던가 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푸드코트에 도착한 해인은 간단하게 마실 것 하나와 초코 츄러스를 가리켰다. 기회가 생긴다면 꼭 먹는 음식중에 하나였다. 길거리에선 잘 찾기 힘들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다 들려온 세나쪽의 비밀 이야기에 해인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
하지만 연애 프로그램에 나온 이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해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건 정말 장난이었고 해인은 그저 다른 이들보다 자신이 더 세나에게 잘해줄 뿐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세나가 다른 사람이 맘에 든다고 해도 그것은 ...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렇게 세나에게 주문을 맡긴채 자리를 잡은 그는 핸드폰을 살짝 확인했다. 여러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지만 목록을 지워버린 그는 무음모드로 바꿔놓길 잘했다 생각하며 다가오는 세나를 보고선 말했다.
" 오늘 저녁엔 영화나 같이 볼까? "
물론 영화관이 아니라 방에 같이 돌아가서 보자는 뜻이었다. 둘 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고 둘이서 본다면 그 정도의 화면이라도 충분할테니까 말이다.
딱히 그와 다른 이들의 사이를 나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자신이랑 있는 것이 제일 재밌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으나 굳이 다른 이와는 재미없다는 말을 방송으로 나가게 해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중요한 법이었기에, 그리고 아직은 다른 조의 방송 상황도 재밌게 보고 싶었기에... 무엇보다 그가 피해를 입는 것은 싫었기에 그녀는 비밀로 할 것을 약속했다.
해인이 초코 츄러스와 마실 음료를 손으로 가리키자 그녀는 다가간 후에 마찬가지로 자신이 마실 것과 치즈 츄러스를 추가해서 주문했다. 츄러스 자체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 음식이었다. 마실 음료와 초콜릿 츄러스, 그리고 치즈 츄러스가 나오자 그녀는 그것을 받은 후에 그의 몫을 내밀었다. 이렇게 하면 손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조금 아쉬운 표정이 살짝. 하지만 곧 납득하며 그녀는 싱글벙글 웃었다.
"앞으로도 그럴지는... 운을 바랄 수밖에 없겠네요. 후훗."
다른 참가자와 페어가 되었을 때, 미션 등으로 데이트가 나온다고 한다면 그에 응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어쩔 수 없는 상황은 그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가만히 오른쪽 눈을 감아 윙크를 보내며 해인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미션이 아닌 데이트는 오빠하고만 할지도 몰라요."
이건 진담이니까 미션인 데이트는 봐줘요. 그렇게 속삭이며 그녀는 다시 왼쪽 눈을 감아 귀엽게 윙크를 보내면서 영화를 제안하는 해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좋아요. 어떤 영화 보시게요? 저 넷플릭스라던가 아이디 있어서 영화 보고 싶은 거 있으면 같이 봐요!"
너무 유치한 것만 빼고~ 그렇게 웃으면서 그녀는 관람차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먹을 것은 관람차를 가면서 먹을 수도 있고, 타서도 먹을 수 있었으니까.
최근 과몰입하는 사람들이 보이면서 방송은 방송으로 보라는 말이 자주 들려왔다. 사실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자신이 사랑의 방정식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 과몰입이라는게 생각보다 무섭다는걸 느끼게 되었다. 그렇기에 해인은 그런 점에 대해선 오히려 경계하고 있었기에 세나를 충분이 이해해줄 수 있었다.
" 그럼 데이트권을 따내야겠네. "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다른 이와 파트너일때도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데이트권이 엄연히 존재했고 따내는 방식도 생각보다 쉬웠기에 해인은 이번주부터 도전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세나의 한마디가 약간 설레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자신도 세나와는 미션이 아닌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테니까.
" 으음 ... 뭐가 좋을까. 로맨스? "
달달한 분위기가 좋으니까 말이야. 웃으면서 장난치듯 얘기한 해인은 손에 든 츄러스를 조금씩 먹으며 관람차로 향했다. 관람차는 어디서 보던 잘 보일 정도로 크기가 컸기에 방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손을 잡지 못해서 좀 아쉬웠던 해인은 어쩔까 고민하다가 손에 든 츄러스의 반대편을 세나의 입에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 아~ "
먹여주기가 진짜 연인의 모먼트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관람차에 도착했고 마침 줄이 길지 않아서 금방 탑승할 수 있었다. 음료수를 놓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어서 손이 자유로워진 해인은 놓여진 좌석을 보고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것도 포함해서 운이잖아요? 후훗. 다른 사람이 저나 오빠에게 그거 쓸 수도 있으니까요."
데이트권이 있다는 것은 자신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자신도 이 방송의 참가자니까. 자신도 한 장 정도 가져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신이나 해인에게 사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 내키지 않아도 대충하게 되면 방송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 방송은 이렇기에 참으로 무섭고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긴... 그렇기에 연애 프로그램이겠지. 그녀는 그렇게 납득했다.
"로맨스요? 음. 좋아요. 저 로맨스 영화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어떤 것이 좋을지는 집에 가서 하나하나 찾아봐요. 후훗. 종류가 엄청 많으니까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거든요."
남자와 로맨스 영화를 본다는 생각에 그녀는 괜히 마음이 간질간질했는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약하게 터트렸다. 지금까지 그런 경험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자신과 동성인 친구들과는 여러 번 경험이 있긴 했지만. 이성과 보면... 아니. 해인과 보면 또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세나는 괜히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가 갑자기 자신의 입으로 츄러스를 내밀자 그녀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싱긋 웃으면서 입을 벌려 작게 냠- 하는 느낌으로 한 입 베어 물었다.
"후훗. 고마워요. 오빠. 그럼 저도..."
이어 그녀는 자신의 치즈 츄러스의 반대편을 그의 입으로 가져갔다. 물론 자신은 아~ 라고 하지는 않았다. 아마 행동의 의미는 그가 알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먹건, 먹지 않건 그녀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만 내며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을 것이다. 그러다가 음료도 한 입 마시고.
이어 관람차에 들어서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숫자를 바라봤다. 9번. 딱히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지금 타고 있는 이 칸의 번호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안으로 들어서기 전, 해인의 물음이 들려오자 세나는 말 없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더니, 아무런 말 없이 먼저 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더니 자리를 잡고 앉았고,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해인에게 말했다.
"그렇게 굳이 묻는 걸 보면 제 옆에 앉고 싶은 모양인데 그냥 편하게 앉아요. 후훗."
자신은 별 상관없다는 듯이... 아니. 그냥 여기에 앉으라는 듯,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아마 그가 올라타는 타이밍에 두 사람이 탄 칸은 천천히 위로 오르지 않았을까.
그게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선택한다면 그것도 프로그램의 일부니까 건성건성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에게 선택권이 생긴다면 그 선택의 방향은 당연하게도 정해져있었다. 누군가는 재미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을.
" 영화 보는건 꼭 해보고싶은거였어. "
자신에게 만약 연인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던 것이 바로 같이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영화관이나 그런 곳에서 보는게 아니라 이렇게 소소하게 단 둘이서 즐기는 그런 영화. 여동생이랑은 그렇게 본 적도 많았지만 이번엔 꼭 세나와 보고 싶었다. 간혹 뒤에서 끌어안고 같이 보는 것도 상상했었지만 그건 정말 연인이 된다면 ... 거기서 해인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직 거기까지 가는건 이르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잘먹을께. "
세나의 치즈 츄러스도 작게 한 입 먹은 해인은 웃으며 말했다. 괜히 맛이 더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분명 기분 탓이겠지만 그 기분이 좋으니 상관 없었다. 관람차에 들어간 해인은 자리를 보고서 어떻게 할지 세나에게 물었고 돌아온 대답에 아하하, 하고 웃으며 세나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선 세나의 손을 살짝 잡아 자신에게 잡아당기려 하며 말했다.
" 여긴 아마 카메라도 못찍을꺼야. 그러니까 정말 우리 두 명뿐이라는거지. "
아마 다들 관람차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할지도 몰랐다. 아마 별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비밀 이야기만큼은 더 오가지 않을까. 그렇게 서서히 올라가는 창 밖의 풍경을 보며 해인은 말했다.
해인이 치즈 츄러스를 한 입 먹자 세나는 말 없이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해인 역시 똑같이 느꼈을까? 궁금하긴 하나 굳이 그녀는 묻지 않았다. 뭔가 강요하는 것 같았기에. 자신은 누구에게 강요를 하고 싶지 않았고, 강요를 당할 마음도 없었다. 그저 지금의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물론 그 분위기를 같이 즐기는 이가 해인이라는 것이 그녀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왜 좋냐고? 글쎄. 그에 대한 답을 세나는 굳이 내지 않았다. 그저 마치 중학교 시절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느낄 뿐이었다.
어쨌든 관람차 안에 들어서고 문이 닫히자 천천히 관람차가 위로 올라섰다. 제법 크기가 컸기에 한바퀴를 돌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까진 해인이 방금 말한대로 카메라가 찍을 수 없으니, 정말로 둘뿐인 공간이었다. 해인이 손을 잡아 자신 쪽으로 잡아당기자 세나는 끌려가주며 살며시 해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기분 좋게 배시시 웃었다.
"그러게요. 카메라 앞도 좋지만, 가끔은 카메라없이 이런 곳도 괜찮은 것 같아요. 방송 보니까 진짜 거의 모든 모습이 다 나오던데... 다른 쪽 팀도 이렇게 카메라가 없는 공간을 즐길까요?"
아. 그렇게 생각을 하다 그녀는 살며시 자신이 차고 있는 마이크를 떼어냈다. 당연하지만 이것은 방송. 마이크가 그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대화를 굳이 듣게 하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살며시 손을 뻗어 그가 차고 있을 마이크도 떼버리려고 했다. 그가 굳이 몸을 피하지 않았다면. 이어 살며시 그의 허리에 팔을 감아 안으면서 다시 한번 머리를 기댔다.
"...누가 들으면 내일 끝나는 줄 알겠어요. 아직 2주 지나가려면 기한 남았거든요? 그리고... 운이 좋으면 또 파트너 할 수도 있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는 가만히 그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오른쪽 눈을 감으면서 윙크를 보냈다.
해인이도 그만큼 잘생기고 멋지고 다 한다는 것은 알아줬으면 하고 말해볼게! 나 남캐와 이렇게 노는 것은 진짜 오랜만이라서...ㅋㅋㅋㅋ 물론 다른 남캐들이 별로라거나 매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해인이처럼 챙겨줄 때 챙겨주고 약간 무게감도 있고, 쿨한 스타일 되게 좋아하는 편이거든! 그러면서도 다정한 사람!
좋아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ㅋㅋㅋㅋ 세나는 아무래도 살짝 장난끼가 있는 그런 성격으로 만든 애이긴 한데.. 호기심도 많고! 거기다가 해인이는 중학교 시절때 정말 많이 챙겨줬고, 나름 알고 지낸 사이라서 그런지 그런 전개가 되긴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플러스 요인이 된 셈이네!
세나가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오자 해인은 조금 편안한 기분을 느끼며 관람차의 바깥을 바라보았다. 관람차라는 이름 답게 관람차의 윗부분은 전부 바깥을 볼 수 있게 되어있어 놀이공원의 전부가 보이는 것이 밤에 오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글쎄. 서로가 마음에 든다면 그러하지 않을까? "
다른 참가자들 중에서는 해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서로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어차피 방송으로 다 나오니까 그 이전에 이야기를 듣는건 재미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가끔씩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밀회를 즐겼다는 소문이 돌긴 했기에 아예 없는 행위라고 단정 짓기엔 어려웠다.
" 2주 밖에 안되는게 아쉬워서. "
세나가 본인의 마이크를 떼어내고선 자신의 것까지 떼어내는 것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던 해인은 세나가 자신을 살짝 끌어안으며 기대는 것을 보고선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다가 이내 세나를 끌어안아주며 말했다.
" 당연하지. "
자신도 그게 좋았으니까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잠시 세나를 만끽하던 해인은 손을 세나의 얼굴로 가져와서 볼을 살짝 어루만져주려했다. 이미 마이크도 떼어버린 상태라서 목소리도 들어가지 않을텐데 그런 것은 상관 없이 이번에도 속삭이는 목소리로 해인은 말했다.
다른 이들도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굳이 이 행동을 자신이 찝찝하게 여길 필요가 없고, 여겨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니. 사실 방송을 보니까 다른 조는 더한 것도 하는 것 같던데... 그럼 자신이 묘하게 느끼는 이 찝찝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둘만의 공간을 제안하기도 했고, 둘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지도 않았지만 마음 속 한구석엔 아무래도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반칙이 아닐까하는... 하지만, 해인의 말에 그녀는 온전히 그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자신만 이렇게 신경쓰는 거, 조금 바보 같았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도를 넘는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이 프로그램을 부숴버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오히려 조금 더 즐기고 싶었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되건... 이렇게 출연하는 것 자체가 언젠가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룰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후훗. 룰은 따라야 프로그램이 유지되는걸요. 그리고 누군가는 그 2주도 너무나 긴 시간일지도 모르잖아요. 아무리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생리적으로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페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많은 페어 중에서 분명히 한 조 정도는 있으리라. 그런 이들에게는 2주도 너무나 긴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2주는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기간이었다. 적당히 길고, 적당히 짧은 딱 중간 정도의 느낌. 한 달의 반을 함께 보내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세나의 머리카락이 해인의 손에 의해 살며시 흐트러졌다가 가볍게 흔들렸다. 끌어안아주는 부드러운 감촉이, 정확히는 자신의 몸을 덮어주는 그런 느낌이 포근해 세나는 괜히 팔에 힘을 더 주었다.
이내 그의 손이 자신의 뺨에 살짝 닿았다. 뺨을 어루만지면서 미션이 목적이 아니라 둘만을 위한 데이트를 하자고 한다. 아직 노을이 지지 않았지만, 세나의 눈엔 마치 밖이 노을이 진 것처럼 보였다.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그의 속삭임을 듣다 세나는 살며시 고개를 올려 해인을 바라봤다.
"...이런 공간에서 그렇게 약속을 미리 잡아버리는 거 반칙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저처럼 귀여운 이와 페어해서 데이트하려는 이들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후훗. 반대로 오빠와도 데이트하려는 이들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이들이 보면 치사하다고 화낼걸요?"
이어 그녀는 허리의 팔을 풀고 그의 목에 팔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고 그에게 더욱 찰싹 달라붙어, 옆 뺨에 살짝 제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뜨렸다. 물론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그 잔잔함을 남기면서 세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전 그런 말들은 무섭지 않으니까 지금 이 순간엔 오빠처럼 반칙할게요."
어차피 아무도 못 보는걸.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내다 그녀는 자세를 천천히 풀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그의 허리를 안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둘이서 바다 갈 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수영복도 나오지 않을까? 여름이니까 미션으로 같이 수영하고 와라 이런 거 나올 수도 있는걸! ㅋㅋㅋㅋ 운동? ㅋㅋㅋㅋ 세나에게 근육 잡힌거 보여주려고? 그렇지? 해인주가 만들어줬던 AI짤 나 아직도 꺼내서 보고 그러거든! 되게 선남선녀야! 앗. 주머니에 같이 집어넣어주는구나. 그럼 세나가 오른팔을 꽉 붙잡긴 힘들겠네. 아무래도 구도가 말이야. ㅋㅋㅋ 하지만 해인이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깍지 끼고 손장난하면 되지 뭐!
그럼그럼~ 물론 해인이도 운동 못하는 편은 아니라서 어느정도 윤곽은 잡혀 있지만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한텐 좋은 모습 보여주고싶기 마련이니까. 헉 그거 갖고 있구나 ... 그럼 새로 하나 더 만들어야겠는걸! 내가 최근엔 바빠서 만질 시간이 없었는데 금방 좋은거 가져올게 히히
아무래도 팔을 잡고 있으면 손이 시려울테니까 말이야. 깍지 끼고 장난치는거 넘 달달하다 ... 흑흑
해인주가 만든 짤은 다 저장해서 가지고 있었지! ㅋㅋㅋㅋ 되게 잘 어울려서 나 엄청 기분 좋았다구! 그때는 티 안 내긴 했지만 말이야! 아무튼 해인이 운동도 잘하고 음악도 잘하고 못하는 것이 뭐야? 진짜 인기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남자. (진지) 앗..ㅋㅋㅋ 그런 배려도 진자 완벽해! 주머니 속에 손 넣고 해인이 손 간질간질하는 세나 보고 싶다! ㅋㅋㅋㅋ
나도 살짝 눈치 보여서 좀 만들다 말았던것 같아! AI가 생각보다 짤을 잘 뽑아줘서 기분도 좋았고~ 해인이는 약간 능력치가 예체능에 몰빵된 타입이라! 그래서 공부는 잘 못해~ 본인도 그냥 수업시간에 딴짓만 안한다 뿐이지 따로 공부를 하지도 않고 말이야. 세나가 알려주는 것도 재밌겠다!
해인주가 AI 명령어를 잘 넣어서 그래! 나는 아무리 넣어보려고 해도 잘 안 나오더라...8ㅅ8 체육과 음악 같은 예체능 재능이 좋으면 공부 좀 못할 수도 있지! 아앗..ㅋㅋㅋㅋ 하지만 세나는 고1이라서 고3에게 공부 가르쳐주려고 해도 못 가르쳐주는걸. 고2 내용을 전혀 모르니 말이야. 세나는 그래도 나름 성적은 나오는 편이긴 해!
볼에 입맞춤.. 세나가 배시시 웃겠는걸? ㅋㅋㅋㅋ 겨울쯤 되면 해인이도 그런 스킨십이 시작되려나? 일단 세나가 이번에 살짝 하긴 했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그건 세나도 눈치챌 것 같은걸.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고1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하진 않을테니까. 물론 낮은 확률로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등학교 1학년에게 알려달라고 하진 않을 것 같거든. 아무튼 세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 해인이에게 교과서를 봐야지. 자꾸 자신을 보면 어떡하냐고 장난스럽게 웃을 것 같아.
앗...ㅋㅋㅋㅋ 그런데 나도 이런 간질간질하면서도 아슬아슬? 맞나. 아무튼 그런 비슷한 거 좋아하긴 해서! ㅋㅋㅋㅋ 지금 분위기 딱 좋아!
앗. 안녕! 해인주! 세상에..저 짤은 또 언제... (야광봉 흔들기) 놀이동산 분위기도 그렇고 진짜 이번 방송분 같다! 손은 어쩔 수 없지! 정말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려면 커미션을 넣는 것이 맞기도 하고! 저 정도도 충분히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하는걸! 그 와중에 해인이는 또 엄청 잘 생겼다!
" 사실 방송에서만 이렇고 프로그램 밖에서는 서로 그냥 데면데면한 관계라면 시청하는 학생들도 김이 새버릴테니까 ... "
이런 만남이 계속 된다면 결국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쏠리게 될 것이라는걸 해인은 알고 있었다. 그 방향이라는게 서로가 엇갈릴지 아니면 일방적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방향이 정해지면 노력하게 되고 그것은 방송 외적으로도 나타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까지도 즐기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 그럴수도 있겠네. 중도 하차하는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 "
호기심에 참여했다가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종종 누군가와 사이가 틀어져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다. 그만큼 2주 동안 붙어있는다는 것은 사람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나의 말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인 해인은 이어진 세나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그렇겠지. 하지만 반칙이라고 생각 안해. 내가 가장 먼저 했을뿐이니까. "
후발 주자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겠지만 해인은 절대로 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먼저 했으니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라 자신하는 것도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느껴진 볼의 감촉에 살짝 놀란 표정으로 세나를 바라본 해인은 잠시 뒤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말했다.
" 이 매력덩어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나. "
그렇게 말한 해인은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세나를 와락 끌어안고선 품 안에 넣으려고 했다. 거부하지 않는다면 아마 정말로 꼭 끌어안는 모양이 되었을 것이다.
중도 하차라는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가. 물론 그것에 좋고 나쁘고를 그녀는 판단할 마음이 없었다. 사람마다 다 사정이 있을테니까. 적어도 악의적인 마음으로 하차하는 이는 없지 않았나 생각하며 그녀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자신은 중도 하차할 마음이 없다고. 뭐가 되었건 참여한 이상 끝까지 갈 거라고. 말을 마치며 오른쪽 눈을 감아 윙크를 보내는 것은 덤이었다.
"하긴 그건 그렇네요. 옛말에도 있잖아요.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 아니면... 용기있는 자가 미녀, 혹은 미남을 얻는다? 후훗."
그녀가 보건데 그는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리고 꼭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할 것은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다. 멈춰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얼마나 멋지게 눈에 비치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멋있는 사람이라고.
어쨌든 자신의 반칙. 뺨에 짧은 뽀뽀를 남기자 그가 놀라는 표정이 보였고 그녀는 꺄르륵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제법 수줍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러다 그가 자신을 와락 끌어안는 모습에 그녀는 크게 놀라 온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품에 와락 들어간 것에 깜짝 놀란 것이었다.
"...오, 오빠?"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그의 품에 꼬옥 끌어안긴 모습으로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 일부러 더 포옥 안기는 모습도 없었다. 그렇게 잠시 있던 그녀는 살며시 허리의 팔을 풀고, 그의 옷자락을 두 손으로 꽈악 잡았다.
"...내, 내려갈때까지 인거 알죠?"
내리는 순간에도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괜히 새침데기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살며시 그의 가슴가에 제 얼굴을 간지럽히듯 부볐다.
나는 아직은 괜찮아! 그리고 앞으로도 조심할 생각이야!! 앗. 해인이 간호해주는거야? 뭔가 엄청 정성 가득하고 애정 가득할 것 같아!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네. 세나는 아마 직접 죽을 끓여서 먹여주지 않을까 싶어. 연습생 생활도 있어서 하루종일 옆에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할 것은 다 해줄 것 같아!
해인이 월요일엔 골골거리려나? ㅋㅋㅋㅋ 그래도 수능만 끝나면 고3은 자유니까 해인이도 월요일에 완전 힘찬 분위기가 아닐까 싶은걸? 세나는 월요일이어도 활기차고 힘차게 보내는 편이야! 물론 안 피곤한 것은 아니지만, 피곤하다고 쳐져있으면 더 기력이 안 난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힘내는 스타일!
해인이가 해준다면 세나는 환영이지! 세나가 해인이에게 가지고 있는 호감도가 얼마나 높은데! 볼에 뽀뽀 아무에게나 안해주는걸! ㅋㅋㅋㅋ 그럼 아마 자연히 세나는 더더욱 해인에게 좀 더 기댈 것 같아. 살짝 무게 실어서. 그리고 귓속말로 이거 보고 있는 시청자들 질투 많이 하겠다고 괜히 장난스럽게 말할 것 같아.
해인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지 않아? 본스레에서 일상 돌릴때도 다른 참가자와 할때도 진짜 할 것은 다 하고 성의없이 한 것도 아닌 것 같던데! 물론 그때는 해인주가 바빠서 100% 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내가 본 해인이는 다른 참가자도 상당히 신경쓰는 그런 아이였어! ㅋㅋㅋㅋ
그럼 세나는 웃으면서 오빠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 있을거라고 한 말이라고 할 것 같아. 괜히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이야. 한번씩 보이는 잘난척하는 그런 모먼트였다! ㅋㅋㅋㅋ 아마 깜빡 잠들 수도 있을 것 같아. 해인이 품 되게 포근하고 그럴 것 같아서 말이야.
뭐든 처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다. 첫 경험이 가장 강렬하기에 나중에 비슷한 일을 하려고 했을때 그때의 기억이 영향을 미쳐서 다시 할지말지를 결정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 경험을 누군가와 함께 했다면 계속해서 생각나게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해인은 그런 기억을 세나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만.
" 내려가서도 이러고 있으면? "
다 내려가고 나서는 카메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이크도 떼어놨으니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상당히 궁금해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모습이 찍힌다? 후폭풍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 해인도 반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이긴 했다. 그래도 이 시간이 소중한 것은 맞았기에 세나의 말에 그저 작게 웃고선 말했다.
" 그건 동의 못하겠는데. 세나는 아이돌이니까 더 매력적이라고? "
자신은 유명하긴 했지만 매력으로 따지면 세나에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천재 기타리스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명해진 자신과 비록 지금은 연습생이지만 데뷔하면 정말 빛이 나게 될 그녀를 비교하면 당연히게도 세나의 승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 "
과거의 자신이 세나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해인은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것이었기에 그는 잠시 말을 아꼈다. 여러모로 연예계엔 큰 파장이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앗.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해인주 안녕! 답레는 내일 나 퇴근하고 가지고 올게! 아이돌 데뷔. ㅋㅋㅋㅋ 일단 현 시점에선 불가능하지만 말이야. 설정상 내년이기도 하고! 그 와중에 해인이 독점욕 좀 있는 편이구나? 다음에 노리는 세나와의 처음은 무엇일지 괜히 궁금해진다! ㅋㅋㅋㅋ
작중 시간에서 내년이 되어야 데뷔가 있을 예정이니까.. 일단 작중 시점에서 1년이 지나야하겠지? 해인은 이미 졸업한 후일테고 세나는 18살 때! 아앗..ㅋㅋㅋㅋ 기정사실화로구나. 하지만 프로그램 내에서는 그렇게 기정사실화 상관없지 않을까? 5번째 미션에서 조금 진한거 하나 해서 딱 찍어버린다거나? 물론 그렇다고 해도 사귀는 것은 아니고 좀 찐한 썸 정도일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 정하진 않았는데 그냥 솔로로 데뷔시킬까 싶어! 그룹으로 해버리면 아무래도 단체 생활을 해야하니까 해인이랑 놀 시간이라던가 그런 거 엄청 줄어들 것 같아서! 솔로면 그래도 비번일때는 공동생활 안해도 되니까 해인이랑 슬쩍 데이트 가도 괜찮을테고!
오히려 이런 프로그램이니까 그렇게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해인이의 성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상황적인 것도 포함해서! 사실 4번째 미션이면 2달이나 된 거니까 이제 슬슬 움직일 이들은 본격적으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 와중에 해인이 박력 뭐야. ㅋㅋㅋㅋ 세나 내꺼니까 건들지 말래. 남자다 와!
사귀고 난 후는... 적어도 지금의 분위기가 기본으로 깔리지 않을까? 일단 내 생각은 그래!
아닌가? 연애프로그램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나? 볼 뽀뽀는 조금 위험하지만 안고 있는 것은 괜찮나? 순간적으로 혼란이 온건지 세나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애초에 어디까지 괜찮은거지? 그런 고민을 하지만 그에게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그녀는 얼굴만 붉히면서 머뭇거릴 뿐이었다.
"아이돌이니까 더 매력적이라니. 물론 저는 되게 귀엽고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빠가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솔직히 인기는 오빠가 앞으로도 계속 높을 것 같은데요?!"
자신과는 다르게 눈앞의 남성은 이미 활동을 하고 있고, 인정을 받고 있는 천재였다. 매력도만 따지자면 역시 그가 먼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괜히 반박했다. 물론 그 이상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진 않았다. 이런 것으로 말싸움을 하는 것 자체가 엄청 이상한 행동이니까. 괜히 배시시 웃으면서, 그의 품 안에 제 얼굴을 부비적대던 그녀는 살며시 고개만 올려 그의 눈을 마주하려고 했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해인에게 말했다.
"놓지 않을거면... 진짜 여기서 내릴 때까지 이러고 있으려고요? 카메라 다 담길텐데?"
후폭풍. 꽤 강할지도 몰라요. 오빠. 그렇게 속삭이듯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조금도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놓아주기 전까진 자신도 이 품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듯이. 오로지 선택지를 그에게 넘겨버리며 그녀는 살며시 눈웃음을 지었다.
"...아니면 사고 쳐버릴래요? ...편집자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요."
물론 이러고 있는다고 진짜 사고가 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사고라고 표현하며 그녀는 작은 웃음소리를 이어나갔다.
관람차 안에 들어가서 카메라의 밖에 나갔던 이들이 다시 나타났을때 이렇게 껴안고 있다면 아마 시청자들의 지나친 상상에 의해 엄청난 방송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는 법이다. 거기에 해인의 유명세를 생각해보면 그 파장은 정말 어마무시할 것이기에 해인은 일단 내리기 전엔 아무렇지도 않았던척을 할 생각이었다.
" 세나가 데뷔만 하면 나 같은건 바로 앞지를껄. "
자신은 그저 기타리스트일뿐이고 세나는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이니 스포트라이트 수준부터 다를 것이다. 자신은 음악방송에도 나가본적없고 세나는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게 될테니 향후 유명세를 따져보면 역시 세나가 더욱 우위에 설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어쩌면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더 줄어들지 않을까.
" 조심해야지. "
품 안에서 얼굴을 부비적대는 세나를 바라본 해인은 한번 꼭 끌어안고선 세나를 놓아주었다. 마침 관람차도 정상을 찍고 다시 내려가고 있었기에 더 오래 안고 있기에도 좀 불안한 것도 있었다. 카메라는 계속 관람차를 주시하고 있을테니 조금 각도가 나오면 보일지도 몰랐다. 따뜻했던 품 안이 좀 허전해지긴 했지만 해인은 조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등받이에 기대 앉았다.
" 아 맞다, 나 다음주에 공연 있다. "
정말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었다. 한동안 공연을 하고 있지 않던 그가 어째서 갑작스럽게 공연 일정을 잡았는지는 같은 밴드 멤버들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 의견을 알린 것이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때쯤과 비슷하긴 했다.
자신이 해인을 앞지른다는 것을 그녀는 그다지 상상해본 적이 없다. 물론 자신도 인기는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역시 이럴 때는 공평하게 인기가 있는 것으로 하는 것이 제일 좋지 않나 싶어 그녀는 그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해인도. 해인만이 아니라 자신도. 각자의 위치에서 지금보다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좀 더 윗쪽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조심해야한다는 그의 말에 공감하듯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해인이 자신을 놓아주자 그녀 역시 자연스럽게 그에게서 떨어졌다. 관람차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으니 자신도 더 이어갈 생각은 없었다. 지금 이 시간은 어디까지나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짧은 둘만의 시간. 이 정도면 충분히 즐기지 않았던가. 이 이상 더 요구하고 노리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그녀는 아주 살짝 그에게서 떨어졌다. 너무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너무 붙지도 않을 정도. 자신의 주먹 하나가 쏙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네? 다음주요?"
그러는 와중 그에게서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인을 바라봤다. 다음주에 공연이라니. 이거 엄청 오랜만에 하는 거 아닌가? 그가 하는 공연은 시간이 되면 보러 갔었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라는 것도 그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녀는 빤히 그를 바라보다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소리없이 웃었다.
"와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왜 시선을 피하는 거예요. 오빠. 후훗. 갈게요. 정말 급한 볼일이 있는 것이 아니면, 어떻게든 시간 내서 갈게요."
이어 그녀는 살며시 손을 올려, 그의 손바닥 위에 제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틀어 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기대할게요. 오빠 공연. 맨 앞자리에서 지켜보도록 노력할게요."
맨 앞자리를 사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노력을 해보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그녀는 이내 손을 내리고 쭈욱 기지개를 켜면서 이야기했다.
"아. 벌써 내려가네요. 바로 저기가 도착점이고. 괜히 아쉬워요. 조금만 더 느긋하고 느리게 가지. 진짜 눈치없는 관람차야. 이거."
너무 갑작스럽게 말한건가 싶어 해인은 살짝 멋쩍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사실 정해져있던 것은 아니고 오롯이 해인의 변덕으로만 행해지는 공연이었기에 장소도 날짜도 급하게 정해진 감이 있었다. 물론 그동안 해인이 공연을 기피하고 있었기에 세션 멤버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일사천리로 진행시켰지만 말이다. 어쩐 일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냐면서 신기해했던 멤버도 있었다.
" 미리 말해두면 되니까 자리 걱정은 안해도 괜찮아. "
세나의 외모는 말해두면 절대 헷갈리지 않을테니 미리 말해두면 알아서 지정된 좌석으로 안내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해인이 공연을 진행하기로 갑작스럽게 결정한 이유도 당연히 이 눈앞의 소녀가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물론 해인은 그런 사실을 멤버들에게 얘기하진 않았다. 그런걸 곧잘 얘기하는 타입도 아니니까 말이다.
" 밖에서 봤을때는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데 말이야. "
해인도 세나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까는 멀어지던 풍경이 이젠 다시금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학생때의 세나와는 잠시 멀어졌었던 해인은 지금처럼 다시 가까워질수 있을까, 하고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길지 않았다. 그때의 해인은 지금과는 다르니까. 오히려 지금이 그때보다 더 나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잠시 빼두었던 마이크를 다시 착용한 해인은 내릴 준비를 하며 말했다.
" 그럼 내려갈까요, 공주님? "
마치 무도회에서 공주를 에스코트하듯 조금 과장된 몸짓으로 세나에게 손을 건넨 해인은 평소와는 다르게 좀 더 활짝 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관람차가 지상에 도착하자 조심스럽게 세나부터 내려주고 따라 내린 해인은 기지개를 펴고선 말했다.
"어머. 그래요? 후훗. 다른 사람들이 알면 치사하다고 할 것 같지만, 그래도 거절하진 않을게요."
공연에는 초대석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자리를 하나 주겠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정당하지 않게 앞자리에 앉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 호의는 고맙게 받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세나는 해인을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어쨌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었다. 관람차 역시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지면이 가까워지자 그녀는 그가 그러고 있듯이 자신도 마이크를 찼다. 제대로 마이크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며, 그녀는 이어 내릴 준비를 했다. 그러다 해인의 입에서 공주님이라는 말이 나오자 세나는 작게 웃으면서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부탁할게요. 왕자님."
오른쪽 눈을 감고 윙크를 보내며, 그녀는 그의 안내를 받아 조심스럽게 지면에 내려왔다. 아마 이 모습은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녀는 살며시 그의 손을 푼 후에, 놀이공원에 맨 처음 들어왔던 것처럼 그의 팔을 자신의 두 팔로 안으면서 찰싹 달라붙었다.
"바로 돌아가진 말고... 천천히 둘러봐요.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우리 2주 못 봤었잖아요. 그렇죠? 가볍게 웃으면서 그녀는 앞장서서 그를 이끌듯이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은 이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을 뿐이었기에.
아마 관람차 안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세나는 두 눈을 멀뚱멀뚱 뜨다가 웃으면서 침묵을 지켰을 것 같아. 그러다가 가만히 손을 잡고, 답을 하고 싶지만 지금 답을 하면 나나 오빠나 충동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싫으니까 지금은 아무런 답도 못하고 차후에 답을 해주겠다고 할 것 같아.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서는 애써 웃으면서 그렇게 제가 좋아요? 오빠? 후훗. 그렇게 장난스럽게 분위기 전환도 시도해보려고 할 것 같고!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나는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아마 그대로 해인이를 유혹하는 느낌이 조금 더 강했을 거라는거야. 그 고백 철회 못하게! ㅋㅋㅋㅋㅋ 물론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을 하다보면 마음이 갑자기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물론 해인이는 진심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세나가 알 방도는 없으니까.
역시 그게 좋을지도! 공연을 굳이 이야기한 것을 보면 해인주도 하고 싶은 상황이 있었던 것 같으니 말이야. 방송에도 안 나오는 사적인 만남이라. 방송에서 보면 한번씩 나오는 휴식시간 느낌이로구나! 딱 좋을지도 모르겠네! 역시 방송 상황이 아닌 두 사람의 모습도 보고 싶거든!
시간이란 참 빠르게 흘러가는 법이었다. 놀이공원 데이트로부터 일주일 후. 해인이 자신에게 이야기했던 공연날이 다가왔다. 당연히 세나는 그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 그날의 모든 약속과 스케쥴을 비웠다. 모처럼만에 보는 해인의 공연을 놓치고 싶진 않았으니까. 핸드폰의 길찾기 서비스를 이용해 공연장에 도착한 세나는 품 안에 들고 있는 프리저브드 장미 꽃다발을 바라봤다. 역시 공연 후에는 꽃다발 선물이 정석이라고 하지 않는가. 무슨 색 장미를 사면 좋을지 고민하다, 그녀는 색색의 장미를 골고루 섞기로 결정했다. 붉은색, 푸른색, 녹색, 노란색. 참으로 아름다운 색색의 장미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바라보며 세나는 괜히 미소를 지었다.
"슬슬 들어가볼까."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모두 해인을 보려고 온 것일까. 그 중에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었다.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이들에게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어머. 그 꽃다발 뭐야? 역시 썸타는 사이야? 진짜 예쁜 거 준비했네.
"후훗. 글쎄요. 어떨 것 같아요?"
그런 짓궂은 물음에 세나는 능숙하게 웃음으로 대응했다. 어라? 하는 분위기를 살짝 풍기면서도 명확한 답을 하지 않으며 상상의 영역으로 넘겨버리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선 상당히 익숙했다. 방송을 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를 명확하게 파악한 결과였다. 어쩌면 둘이서? 라는 분위기를 살며시 남기며 그녀는 안으로 들어섰다.
자신에게 주어진 앞자리로 향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로 보아, 사람들은 계속 들어올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가만히 무대를 바라봤다. 이제는 공연이 시작하는 순간을 기다릴 뿐이었다.
세나와의 놀이공원 데이트 이후 시간이 지나고 둘의 파트너는 달라지게 되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해인은 프로그램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소망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공연도 다가오고 있었으니 아쉽다는 생각은 금방 털어내고 연습에 집중하던 해인에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빠를 수 밖에 없었다.
" 왠일로 조금 긴장한 모습이네? " " 그래요? "
같은 세션의 멤버에게 긴장한것 같다는 얘기를 듣자 해인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평소 같았다면 이런 작은 규모의 공연은 손쉽게 해치워버릴 그였다. 어릴적부터 많은 공연을 다니며 유명해졌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가 초대한 손님이 있었기에 조금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세션 멤버들도 그것을 아는지 귀엽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다들 그보다 한참 형이기에 해인은 은근 막내동생 취급을 당하고 있기도 했다.
" 간만에 공연이네. 잘 해보자. " " 네. "
그렇게 공연장에 들어선 그는 즉시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세나와 눈이 마주친 해인은 옅은 미소와 함께 손을 살짝 흔들어주고선 그대로 첫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메인 보컬은 그가 아니라서 앞으로 나오는 일은 드물었지만 기타 솔로때는 여전히 눈부신 실력을 보여주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두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은 정말 엄청난 호응과 함께 끝이 났다.
" 감사합니다! "
이어진 앵콜까지 마무리한 멤버들은 마지막 인사와 함께 무대를 내려갔다. 이제서야 핸드폰을 확인한 해인은 세나에게 온 메세지를 확인하고선 미소지었다. 공연의 열기로 땀범벅이 된 모습에 해인은 세나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고선 급하게 씻으러 들어갔다.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은 해인은 공연장의 뒷문으로 나와 세나를 만나러 갔다.
" 오늘도 예쁘네. "
살짝 미소 지은 해인은 세나의 손에 들린 꽃을 보고선 자신에게 주는 것이냐고 물어보면서 손을 뻗었다.
" 꽃 준비해온거 알았으면 미리 가져다달라고 부탁했을텐데. "
물론 세나를 초대한 좌석은 꽤 넓은 곳이었기에 무언가를 두기엔 부족함이 없었겠지만 괜시리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세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해인에게 향했다. 어라? 방금 이쪽으로 손 흔들지 않았나? 기분 탓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세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무대 위에 올라간 적은 연습삼아 몇 번 있었지만 관객을 하나하나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나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을 보고 손을 흔든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정확히는 관객 모두에게 손을 흔든 것이 아닐까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방향이 자신이 있던 곳이었단만큼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세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덩달아 해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신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그래도 기분 탓은 아니라고 믿으며.
어쨌든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들은 해인의 기타 연주는 참으로 감미로웠다. 물론 단순히 부드러운 것만이 아니라 멜로디를 타면서도 힘이 있는 느낌에 가깝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같이 음악 쪽을 목표하고, 혹은 이미 그 길을 걷는 사이로서 해인의 연주는 순수하게 세나가 본받고 싶은 것이었다. 대체 얼마나 연습을 하고, 얼마나 열정이 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세간에선 해인을 천재라고 부르지만, 과연 천재가 존재할까? 그만큼 해인이 연습을 했고 노력을 했기에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세나는 생각했다. 청중을 사로잡는 기타 연주를 눈을 감고 들으며 세나 역시 그 멜로디에 천천히 빠져들었다.
엄청난 호응과 함께 공연이 끝날 때, 그녀 역시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쳤다. 앵콜까지 확실하게 바라보고 그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해인과 마주할 수 없었다. 그도 그렇지 않은가. 공연이 끝난 후에 이것저것 정리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기에 기다려달라는 해인의 말에도 세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해인과 만난 장소는 다름 아닌 뒷문이었다. 관객들이 잘 오지 않아 보는 눈이 적은 곳. 그곳에서 해인을 바라보며 세나는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오늘의 주인공은 오빠였는데 왜 제가 칭찬을 받아요. 후훗. 물론 오빠는 어제보다 더 멋졌지만요. 아. 이거요?"
그가 손을 뻗자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던 꽃다발을 해인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당연히 오빠 주려고 산 꽃다발이죠. 왜요? 다른 이에게 줄 것 같아서 그래요? 후훗. 밴드에겐 미안하지만... 저 이 밴드는 오빠 이외에는 딱히 아는 사람 없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어서 갑자기 꽃다발을 줘도 다들 당황하지 않을까요? 오빠라면 또 모를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는 괜찮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가만히 해인의 눈과 제 눈을 마주하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공연 잘 봤어요. 오랜만에 본 것 같은데 실력이 더 늘어난 것 같은데 제 기분 탓은 아니죠? 아무튼 많이 바쁠텐데... 어서 들어가보세요. 정리할 것도 있고, 같은 멤버끼리 이런저런 이야기 할 것도 많을 것 같은데."
엄연히 자신의 이름으로 초대한 손님이니만큼 해인에겐 주인공이나 다름 없었다. 사복 차림은 여러번 보긴 했지만 볼때마다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세나가 단순히 매력적이라서는 아닐 것이다. 세나가 준 꽃다발을 받아든 해인은 세나의 말에 웃었다. 자신의 세션 멤버들도 다들 한가닥하는 사람들이라 이 바닥에선 유명한 편이지만 관심이 없다면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할테니까 말이다. 해인은 어릴적부터 신동으로 유명세를 탔기에 다른 이들보다 좀 더 유명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 형들이 들으면 서운해하겠네. 꽃만 부탁하고 바로 나올께. 조금만 기다려줘. "
평소엔 공연이 끝나면 회식을 하러가곤 했지만 오늘 해인은 세나와의 약속이 있었기에 미리 불참한다고 얘기해둔 상태였다. 멤버들을 비롯한 관계자들도 해인이 초대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흔쾌히 다녀오라고 얘기해주었다. 이미 사회의 물을 먹은 그들에게 이 정도는 금방 눈치챌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해인은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서 매니저에게 꽃을 맡겼다. 꽃병을 사서 꽂아달라는 말도 잊지 않고 얘기한 그는 세나가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도록 다시금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 와줘서 고마워. 오늘은 내가 대접할께. "
근방은 해인이 자주 다니던 곳이라 무엇이 있는지 잘 알았다. 맛있는 식당도, 분위기 좋은 카페도, 사진 찍기 좋은 명소도 죄다 알고 있었기에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다. 학교 주변보다 여기를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이전엔 여동생들을 데리고 자주 오기도 했던 곳이었다.
" 카페라도 갈까? 조금 쉬는게 좋을 것 같아서. "
하지만 공연을 바로 끝내고서 체력이 남아있을리가 없었다. 움직이는 것은 조금 쉬었다가도 괜찮을 것 같으니 해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식사를 하기엔 시간이 좀 애매하긴 했지만 세나가 배고파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잘 모르는걸요. 이름을 안다고 해서 아는 사이라고는 하지 않잖아요? 그것까지 섭섭하다고 한다면, 그 사람들은 제가 누군지 아냐고 물어보죠. 뭐."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바로 나온다는 것으로 보아 오늘은 공연이 끝나면 바로 나온다고 이야기를 한 것일까? 아니면 딱히 뒷풀이 현장이 없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나온다고 하는데 나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뒷짐을 지고 살며시 주변을 천천히 서성이면서 해인이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빠르게 나오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살짝 놀라 바로 뒷짐을 풀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해맑게 웃으면서 해인을 살며시 올려다봤다.
"후훗. 저야 좋긴 한데, 나중에 지금 오빠 파트너에게 한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 왜 나는 안 데려가고 너만 데려가냐고 말이에요."
물론 진심으로 그것을 걱정하는 목소리톤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가볍게, 장난스럽게. 진짜로 괜찮아요? 정도로 별 생각없이 묻는 정도의 톤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묶은 자신의 뒷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며 그녀는 곧 들려오는 제안에 가볍게 웃었다.
"카페에 가요. 오빠도 쉬어야 하잖아요. 무대 끝나고 시간이 오래 지난 것도 아닌데... 솔직히 체력 많이 들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오빠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갈래요. 아. 혹시 마스크라도 껴야하나요?"
오빠 유명인이잖아요.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 순간 떠오른 것 때문이었다. 그때처럼 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았으니까. 물론 그는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하지만, 현 시점. 누군가와 따로 만나는 것이 보여서 곤란해지는 것은 다름 아닌 그가 아니겠는가. 자신도 조금 혼날지도 모르지만.
"참고로 저는 어제 지금 파트너와 미션을 끝냈으니 바쁜 건 없긴 하지만요. 후훗. 이번주 방송 제 분량은 보지 마요. 나도 오빠 분량 안 볼 거니까."
물론 이 또한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 속에 섞여 나온 목소리였다.
불세출의 기타리스트가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떨던 방송과 언론들. 그런 해인이 처음 들어간 세션은 다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실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 멤버가 어떻게 한 곳에 모였는지 신기해할만큼 그들이 한 세션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은 모두 해인에게 관심이 있었고 그를 위해 세션을 구성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모였다. 하지만 막상 그들이 마주친 해인은 아직 어리디 어린 소년이었기에 그들의 목표는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 아, 그러게.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네. "
오늘 세나가 공연장에 온 것은 분명 소문이 날 것이다. 물론 초대를 받아서 왔다는 사실까진 들키지 않겠지만 지금의 파트너도 챙겨줘야한다는 사실을 그는 잊어버리고만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공연이 오늘 있다는 사실은 학교에도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파트너가 공연에 대한 얘기도 하지 않았으니 분명 관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기로 했다.
" 맛있는거라도 사주면 괜찮지 않을까. "
사죄의 의미로 살짝 비싼 것이라도 사주면 만족해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해인은 지금 자신의 파트너가 내심 맘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살짝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자신의 행동도 어느정도는 이해해줄 것이라 믿었다.
" 마스크는 이미 준비해뒀지. 이건 방송이 아니니까. "
세나와 파트너가 아닌 것은 이 부분에서 불편했다. 대놓고 데이트를 해도 방송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파트너를 만나고 있는 상황이니 세나와 단 둘이 만나는 것은 분명 구설수를 불러올 것이 분명했다. 물론 학교에선 어느정도 소문이 나고 있는듯 했지만 주최측의 노력으로 입막음은 어느정도 되는듯 했다. 해인은 미리 준비해둔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특유의 붉은 눈이 보이긴 했지만 이 정도론 해인을 알아보기 힘들테니 나쁘지 않은 준비였다.
" 진짜 안봐야겠네. "
살짝 질투할지도 모르니까? 이번에도 세나의 귓가에 작게 속삭인 해인은 세나의 손을 잡고선 자신의 후드티 주머니에 넣었다. 근방에 쉴만한 카페라면 ... 역시 룸카페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카페는 주변이 너무 트여있어서 마스크를 벗으려면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사방이 막힌 룸카페가 쉬기엔 적합하다는 생각으로 해인은 발걸음을 옮겼다.
" 어젠 늦게까지 연습한다고 많이 못잤거든 ... "
확실히 평소보다 더욱 눈가에 피로가 짙게 서려있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해인조차 공연 직전의 연습 강행군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자신은 자신대로 현 파트너에게 나름대로의 정성을 보였다. 미션도 적극적으로 수행했고, 같이 놀기도 했으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다른 이도 만나지 마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제멋대로인 것 아닐까. 물론 왜 다른 이를 만나냐고 따질 가능성도 있었으니 자신은 자신대로 해결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고 세나는 생각했다. 자신도 해인처럼 맛있는 것을 사주면 될까? 아니면 맛있는 간식이라도 만들어주면 될까. 일단 그 부분까진 굳이 해인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며 그녀는 괜히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후훗. 준비성이 좋으시네요. 그 정도면 오빠인 거 쉽게 알아보긴 힘들겠어요."
검은색 마스크에 모자. 변장할 때 사용하는 정석적인 복장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깝게 있는 자신 정도라면 보이긴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지 알아채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죄를 짓는 것도 아닌만큼 그녀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당당하기로 했다. 물론 캐묻는다고 해서 대답해주거나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한편 질투할지도 모르니까 안 봐야겠다고 말을 하는 그의 속삭임에 그녀는 괜히 말없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까치발을 들더니 그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하지만 뽀뽀해주거나 하진 않았으니 안심하세요. 오빠."
그건 오빠에게만 해줬으니까요.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슬슬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그 와중에 자신의 손을 잡고 주머니에 넣는 그의 행동에 그녀는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괜히 손을 움직여서 그의 손등을 산살 간지럽히려고 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작은 손장난이었다. 물론 그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안내를 하는 그를 따라 걷다가 문뜩 그의 눈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정말 피곤해보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많이 피곤하면 그냥 방에 돌아가는 것이 어때요? 오빠. 지금 많이 졸려보여요. 금방이라도 잘 것 같아보여서..."
무리하면 안되는 거 알죠? 그렇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세나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그에게 보냈다. 무리하는 것은 싫다고 괜히 이야기하는 것은 해인이 자신을 걱정해서 쉬지 못하는 것이 우려스럽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말라며 살짝 웃어보인 해인은 준비성이 좋다는 말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늘 해인이 오랜만에 공연을 했다는 사실은 진즉에 매스컴을 타고 많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고 한동안 소식이 없던 어떤 천재의 소식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비단 좋은 것만은 있진 않을 것이기에 그는 좀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나온 것이었다.
" 그건 희소식이네. "
관람차에서 느꼈던 볼의 가벼운 입맞춤을 해인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감각이 생생했기에 그는 세나의 말에 한번 더 웃어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가벼운 입맞춤일뿐인데 이렇게나 안심되는 이유는 ... 이젠 해인은 알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해인은 자신의 손등에 느껴지는 움직임에 자신도 맞추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세나의 말에 대답했다.
" 방에 있는 것보다 세나랑 있는게 더 좋으니까. "
방에 가봤자 아무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파트너는 잠시 본가에 다녀온다고 내일 저녁에나 온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럼 또 적막한 방에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거나 핸드폰만 할 것이 뻔했기에 차라리 그것보단 세나와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이 몇배는 더 나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일부러 발걸음을 좀 더 씩씩하게 하는 것을 보여준 해인은 근처에 자신이 알고 있는 카페로 향했다.
" 데뷔 준비는 잘 되어가? "
자신도 어느정도 연예계 생활에 몸 담고 있으니 세나 정도 되는 연습생이 곧 데뷔를 한다는 사실을 해인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물론 그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지만 세나 정도면 유망주일테니 그렇게 질질 끌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희소식이라는 말에 세나는 싱긋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고. 그때 한 뽀뽀는 절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자신이 가진 호의를 해인에게 보여준 것이었으나 그 이상 뭔가를 더 요구하는 일 또한 없었다. 지금은 이대로 좋았다. 프로그램도 있고... 가까우면서도 바로 옆은 아닌 그 정도의 거리감. 허나 그 거리감이 좁혀질지도 모르겠다고 세나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좀 더 미래의 일. 그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세나는 그저 싱글벙글 미소만 내비칠 뿐이었다.
"후훗. 그래요? 그럼 오빠 졸리지 않게 제가 옆에서 잘 이것저것 해야겠네요."
물론 뭘 하면 좋을지는 생각해봐야겠지만. 적어도 자신과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했으니 지루할 일은 만들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걸어가며 가만히 생각을 하던 도중 해인의 물음이 들려오자 세나는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아직 좀 더 이후의 이야기에요. 데뷔를 하기로 한 것은 내년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나름대로 준비는 잘 하고 있어요. 결국 솔로 데뷔로 결정되었어요. 뭐, 조금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솔로로 뛰는 것이 좀 더 빛날 것 같다고 하니까요."
다른 이와 그룹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컸으나 그렇다고 그룹을 마냥 고집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가만히 주변을 살피던 세나는 가만히 해인에게 다가가며 거리를 좁혔다. 그러더니 손을 풀었고, 그대로 두 팔로 그의 팔을 와락 안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방송 아닌데 이렇게 걷고 싶다고 한다면... 조금 그럴까요?"
살며시 시선을 올리더니, 유혹하듯 흘러가는 목소리를 내뱉으며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세나와의 첫만남은 그녀가 아직 중학생일때 해인이 공연을 논의하기 위해 회사 사람들을 따라서 어느 기획사에 갔을때였다. 마침 연습실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세나의 모습을 본 해인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공연에 그녀가 나오길 원했고 그렇게 몇번의 공연에선 세나를 보컬로 설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 어쩌면 난 그때부터 ... "
그때를 생각하며 작게 중얼거린 해인은 싱글벙글거리는 세나의 미소에 너무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볼에 손을 뻗어 쿡 찔렀다. 아마 절세가인이라고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미모를 가진 이 소녀가 자신과 이렇게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안다면 분명 부러워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 아니면 같이 잘까? "
방송에서도 같은 곳에서 살기는 했지만 같이 방에서 잔다던가 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미스라서 곁에서 졸거나 하는게 아니라면 같이 자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이 아니니 옆에 누워서 자더라도 아무도 뭐라할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 솔로라 ... 분명 혼자여도 잘할거야. 오히려 더 빛날지도. "
해인의 기억 속에서 세나의 동료 연습생들은 상당히 옅은 존재였다. 그들이 못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세나와 같이 데뷔할 정도라면 분명 못지 않은 유망주였을텐데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봤을때 해인은 세나 이외엔 다른 사람들엔 관심이 없었다.
" 난 이게 더 좋은데. "
자신의 팔을 와락 껴안고 가고싶다는 세나의 말에 해인은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이렇게 해주면 자신도 좀 더 거리낌 없어질 수 있으니 좋았다. 그렇기에 해인도 자신에게 딱 붙은 세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면서 남들이 보기엔 정말 연인처럼 보이는 구도를 만들고 있었다.
" 다왔다. "
그가 쉴때 자주 애용하는 룸카페에 도착하자 해인은 세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가격별로 넓이가 다른 것이 특징이었는데 가장 넓은 곳은 소파도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있었다. 해인은 가장 넓은 곳은 아니고 그냥저냥 누워서 자도 공간이 남을 정도의 룸을 결제했고 세나에게 말했다.
" 여기 간식 같은 먹을 것들은 다 무료니까 ... 조금 가져다 먹으면 좋을 것 같아. "
자신의 볼을 쿡 찌르는 그의 행동에 세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왜 그러냐는 듯이 해인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의 볼에 뭐가 묻었나? 그렇게 생각하기엔 딱히 뭘 먹은 것이 없었기에 그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이내 세나의 눈빛이 흐응~ 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 오빠 봐라?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었으나 특별히 뭘 더 하진 않으며 그녀는 그저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후훗. 글쎄요. 전 아직 졸리진 않은걸요. 오빠 무릎 베개라도 해드리면 되려나."
정 피곤하다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었다. 해인이었으니까.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 그리고 지금 이렇게 함께 있는 사람. 가만히 그를 바라보면서 얼마든지 괜찮다는 듯, 그녀는 자신의 무릎을 괜히 손으로 툭툭 쳤다. 물론 어깨에 기대서 자도 상관없었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 지금은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그렇겠죠? 다른 이들보다 훨씬 귀여운 저인걸요! 아무튼 이게 더 좋아요? 그렇다면 이렇게 가야겠네요."
나름의 버릇이기도 한 자신감 가득한 발언을 근거없이 내뱉으며 세나는 괜히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해인의 입에서 이게 더 좋다는 말이 나오자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괜히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자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 감촉이 들리자 고개를 살짝 내려 해인이 좀 더 편하게 쓰다듬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하면서 그녀는 나름의 분위기를 즐겼다. 역시 포근하고 좋았다. 자신의 자리는 역시 이곳이 좋았다. 허나 그런 말은 굳이 내뱉지 않으며, 세나는 그의 안내를 따라 걸어갈 뿐이었다.
어쨌든 룸카페에 도착하자 그녀는 자연히 주변을 둘러봤다. 와. 여기 분위기 괜찮다.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방금 해인이 결제한 방으로 들어갔다. 간식은 일단 나중에 천천히 가져와도 되지 않겠는가. 우선 방 안을 보고 싶다고 세나는 생각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깔끔한 방을 바라보며 그녀는 해인을 살며시 풀어주며, 입고 있는 치마를 살짝 두 손으로 잡은 후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분위기 괜찮네요. 여기. 어떤 룸카페인가 했는데 제법 크기도 있고! 후훗. 마음에 들어요. 여기. 좋은 곳 소개해줘서 고마워요!"
이어 그녀는 가만히 해인을 바라보다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콕 찌르려고 했다. 걸어올 때 찔렸던 것에 대한 작은 복수라는 듯.
자신이 볼을 찌르자 느껴지는 세나의 시선에도 해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 아마 다리가 저릴꺼야. "
잠시 무릎을 빌려 누워있는거라면 모를까 아예 잠드는건 분명 다리가 저릴 것이었다. 차라리 세나의 옆에 누워서 자는게 더 현실적일거라 생각한 해인이었지만 그건 파트너일때도 못해본 것이니 그냥 얌전히 세나와 데이트를 즐기겠다고 마음 먹어본다.
" 귀여운 것도 그렇지만 예쁘기도 하니까. "
가끔은 묶은 머리 말고 다른 스타일도 보고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개인의 스타일에 대해 뭐라 요구는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 하나로 묶인 머리가 세나 특유의 쾌활함과 상당히 잘 어울리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팔을 좀 더 끌어안는 느낌에 해인도 세나를 좀 더 몸에 밀착시키며 혹여 부딪히지는 않게 해주었다.
세나와 함께 방에 들어가자 해인에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놓인 컴퓨터 2대와 게임기들, 그리고 담요 같은 것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딱 청소년들이 즐길만한 것들이 있는 곳. 바닥도 조금 푹신한 재질로 되어있어 눕는데엔 무리가 없었다.
" 예전에 하루종일 연습하던 시절엔 휴식시간이 생기면 여기서 조금씩 자고 그랬어. "
연습실은 이 근처에 있었고 한창 공연을 다닐적의 해인은 새벽까지 연습하느라 잠이 부족했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그렇게 말하던 해인은 세나가 볼을 찌르려고 손가락을 내밀어오자 슬쩍 봤다가 이내 볼을 찔리고선 말했다.
" 여기는 눈치 안봐도 되겠지. "
그렇게 말한 해인은 손을 뻗어 세나의 팔을 살짝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안아주려 했다.
그런 것도 포함해서 괜찮다는거야!! 이건 진짜! 어쨌건 잇는 것은 얼마든지 편하게 이을 수 있거든. 거짓말 아니고 저기서 해인이가 세나 입술 뺏어도 충분히 잇기 가능해! 수위선이 넘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지금의 세나는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고...그걸 떠나서 스레가 터지니까 곤란한거고! ㅋㅋㅋㅋ 반대로 해인이는 이건 안돼 하는 것이 혹시 있어?
"후훗. 예쁘게도 보인다면 다행이네요. 하지만 일단 저는 귀여운 이미지로 밀고 가는 중인걸요. 아마 데뷔하고서도 그러지 않을까요?"
아이돌은 데뷔를 하게 되면, 각자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미지를 유지하며 활동해야 했다. 이를테면 세나에게 주어지는 이미지는 귀여움. 특유의 귀여운 외모도 있었기에 그다지 어려운 이미지는 아니었다. 자신도 귀엽다는 말 듣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물론 예쁘다는 말도 나쁘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귀엽다는 말이 그녀에게는 조금 더 좋았다.
그가 자신을 밀착시키자 그녀는 그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방으로 들어섰다. 룸카페를 그렇게 많이 간 것은 아니지만 이곳은 휴식이라는 취지에 더 특화된 공간 같다고 세나는 생각했다. 담요도 그렇고, 바닥이 다른 곳보다 좀 더 푹신한 것도 그렇고 눕기 좋게 되어있는 것도 그렇고. 피곤한 사람들이 과자를 먹으면서 잠들었다가 다시 일어나는 등으로 쉬기에는 딱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이 그의 볼을 콕 찌르는 것을 해인이 피하지 않자 세나는 괜히 콕콕 찌르면서 배시시 웃었다. 그러다 자신의 팔을 살짝 잡아서 제 품으로 당기는 그의 행동에 그녀는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훅 끌려와 해인의 품에 포옥 안겼다.
"오, 오빠?"
눈치를 안 봐도 되겠지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안는 행동. 생각하지 못한 행동이었으나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살며시 고개만 위로 올려 그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일부러 제 몸을 밀착시켰다. 그 안에 아무 것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눈치 안 보면 뭐하려고요? 갑자기 이렇게 끌어안는 건 확실히 설레니까 싫진 않지만요."
오빠라서 그래요. 장난스럽게 속삭이듯 이야기하면서 그녀는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지금은 마이크를 찬 것도 아니겠다. 정말로 프라이버시 타임이었다.
당황한듯한 세나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인은 세나를 끌어안았다. 파트너일때도 가벼운 스킨쉽 정도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안아주는 것은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도 신경 써야했기에 생각만하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해인이 생각만 했던 것을 실제로 할 수 있었다.
" 이렇게 안아주고 싶었거든. "
그러면서도 세나가 싫어할까봐 걱정했지만 오히려 밀착해오는 세나를 보며 해인은 내심 안심했다. 얼굴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조금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지만 티는 내지 않으려하며 해인은 말했다.
" 나도 같은 마음이야. "
살짝 웃어보인 해인은 그대로 세나를 쓰다듬어주었다. 보드라운 머릿결이 손에 감기는 느낌이 너무 좋긴 했지만 여동생들도 너무 많이하면 머리가 망가진다고 싫어했기에 해인은 조심스럽게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그러다 세나와 눈을 마주친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세나를 더욱 끌어안으며 말했다.
" 이건 저번의 답례. "
그렇게 말하고선 해인은 가볍게 세나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려 했다. 세나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아마 좀 더 긴 시간을 할애할 것이고 그 이후에도 아마 계속 껴안고 있을 생각이었다.
같은 마음. 그 말을 곱씹으며 세나는 아무런 말없이 해인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가 자신에게 가진 호감이나 호의는 이미 꽤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야 방송을 보면 싫어도 알게 되니까. 자신이 조금 더 특별하게 생각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에 대한 마침표를 아직 찍을 생각은 없었다. 방송은 아직 길었고, 그 사이에서 마음이 바뀌는 일은 아주 흔했다. 그렇기에 여기서 딱 이거라고 그녀는 마침표를 찍는 대신, 조금 더 지켜보면서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악랄해도 어쩌겠는가. 자신은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지만 적어도 해인만큼 이렇게 밀착한 남자는 아직 없다고 그녀는 자부했다. 재밌게 잘 보내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감은 있는 느낌. 하지만 그러면서도 너무 멀지 않고 같이 웃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밥도 같이 먹을 정도의 사이를 다른 참가자들과도 그녀는 유지하고 있었다. 방송은 방송인만큼, 어느 정도 분량도 뽑아야하고 사귀진 않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방송이 아니었기에, 무슨 일을 당할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당장 여기에 오자마자 그는 자신을 끌어안았고, 자신을 이렇게 안고 싶었다고 이야기해오지 않는가. 심장이 뛰었다.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며 세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만 머금을 뿐이었다. 머리카락이 그의 손에 사르륵 깨지다가 다시 뭉치는 것을 반복했다. 자신을 강하게 끌어안는 것에 그녀의 몸이 그의 몸에 더욱 밀착했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그 무엇조차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밀착한 그 순간 해인의 얼굴이 다가오는 것이 그녀의 눈에 보였다.
입술을 빼앗기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었다. 쉽게 떨어뜨리지 않고 길게도 이어나갔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만 할 뿐이지만 그 순간의 설렘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자 촉촉함만이 입술에 남아 아쉬움을 표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그 감정을 숨기면서 살며시 해인을 올려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헤에. 오빠. 아직 엄연히 방송도 아닌데 이렇게 입술 뺏기 있기에요? 후훗. 이래보여도 첫키스인데. 이거."
장난스럽게 말을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수줍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도 그렇고. 이어 그녀는 그의 몸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선언하듯 이야기했다.
"...진심이 되어야겠네요. ...다른 여성이 오빠를 꼬셔도 안 넘어가게, 진짜 진심으로 해야겠어요. 오빠는 내 꺼야."
오빠도 진심으로 해올거죠? 다른 남자의 유혹에 안 넘어가게. 장난스럽게 말을 하나, 나름대로의 진지함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꺄르륵 웃으면서 가벼운 목소리를 냈다.
"후훗. 하지만... 이보다 더 진지한 것은 마지막 날에 이야기해요. ...방송이 꽤 오래 남았는데 벌써부터 속박할 필요는 없잖아요?"
마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진심이 될 생각이었다. 다른 여자의 유혹에 그가 넘어가지 않게. 자신이 더더욱 유혹할 생각이었다.
ㅋㅋㅋㅋㅋ 어..그때면 세나 이미 아이돌 활동중일테니까... 스케쥴을 조절할 필요가 있겠네! 그런데 어차피 오너가 그 날 비었다! 라고 정하면 되는 거니까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일출보기라! 그것도 괜찮다!! ㅋㅋㅋ 그런데 성인이 되기 바로 전날이라.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이건 좀 궁금해서!
자신이 어째서 이런 행동을 했는지 해인은 아직 잘 알진 못했다. 물론 충동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했다기도 애매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입술에 남은 감촉은 진짜였고 지금 품 안에 안겨있는 세나도 진짜였기에 해인은 세나의 볼을 살짝 어루만지며 말했다.
"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
그에게도 첫 키스였다. 자신이 세나의 처음을 빼앗았다곤 하지만 그도 처음이었으니 나름 세나가 억울하진 않겠다고 속으로 생각한 그는 세나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진심이 되어야겠다는 말에 해인은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 나는 이미 진심이었는걸. 예전의 그때에도. "
사실 이미 다른 파트너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었다. 과거 세나에게 품었던 여러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오랫동안 그의 안에서 잠들어있었고 다시금 그 감정의 주인을 만났을때 펑, 하고 터지듯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일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기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을뿐이었다.
" 그때는 피했지만 이젠 그러지 않기로 마음 먹었어. "
분명 그때보다 더한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인은 굴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에 그저 세나를 보고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자신도 마찬가지라는 말에 세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내면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확히 그녀의 입에서 말이 나올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기분이 나쁘다거나 억울하다거나 하는 등의 부정적 생각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지금만 해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절대로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할 때 나올만한 표정이 아니었다.
"예전의 그때는... 지금은 거론 안할래요. 그때의 일은 그때의 일이고, 지금은 지금이니까요."
과거에 자신과 해인의 사이는 어땠던가. 그때도 썸을 타고 계기만 있으면 확 관계가 좁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때의 일. 지금에 와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물론 아예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중요한 것은 지금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세나에겐 그랬다. 가볍게 웃으면서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조금 더 위로 올려 해인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후훗. 그러게요. 방송도 즐기고, 저희도 같이 즐기면 되겠네요. 지금 이 분위기를요. 꼭 사귀어야만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아니기도 하고."
이를테면 지금 있었던 키스라던가. 가볍게 웃으면서 그녀는 손을 뻗어 그녀의 앞머리카락을 살살 매만졌다. 그러다가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렸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있잖아요. 오빠. 방송이 시작되면 못할테니까... 한번만 더 하고 싶다고 하면 좀 그래요?"
말을 마치며 그녀는 팔을 뻗어 그의 목에 살며시 팔을 감았다. 그리고 살며시 오른쪽 눈을 감아 윙크를 보냈다.
"두 번 더 하면 적당히 아쉬운 상태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서 욕심만 더 생겨요. 안돼."
그가 좋았으나,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욕심을 낼 생각은 그녀에겐 없었다. 지금은 적절하게 이 정도로만. 적당히 아쉽기에 더 원하게 되는 법이고, 더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상태에선 아무런 욕심도 생기지 않으니 금방 식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녀는 딱 한 번의 횟수만 요구했다. 이내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서툴긴 하지만, 자신의 지식을 동원해서 키스에 가까운 입맞춤을 조금 더 길게 이어나갔다. 목에 감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며 그녀는 눈을 감다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입숭를 떨어뜨렸다.
"지금은 말 안해도 전 아무런 답도 안할 거예요. 전 확실한 것을 더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요. 그렇게 해도 다시 저에게 오게 만들테니까요. 가볍게 웃지만 말하는 내용은 어떻게 보면 조금 무서운 느낌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저 귀여울 뿐일지도 모르고.
"후훗. 거기다가.. 이런 일, 저런 일. 다양하게 경험하는 쪽도 나중에 플러스면 플러스지. 마이너스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를테면... 오빠가 다른 여자랑 데이트를 간 곳이 나중에 저와 데이트를 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대신 뭐..."
제가 새롭게 그곳에서의 기억을 덮어씌우겠지만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는 그에게서 살며시 떨어졌다.
하지만 해인도 전적으로 세나의 말에 동의했기에 이 이상으로 권하지는 않았다. 세나가 자신에게 욕심이라는 감정을 품는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 이상의 것을 위해선 지금 자중할 필요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이어지는 것은 아쉬움을 담아 좀 더 길게 이어졌고 그가 충분하다고 느꼈을때쯤 입술이 떨어졌다.
" 나야말로 너를 놓을 생각은 없으니까. "
카메라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카메라가 있어서 이런 대화가 방송에 나간다면 분명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 뻔했기에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카메라도 없이 둘만의 공간. 이런 밀담 정도는 나눌만하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품에 안겨있는 세나를 끌어안고 있던 해인은 그녀의 말에 그저 웃어주었다. 세나가 덮어주는 기억이란 대체 무엇일까. 살짝 기대할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으음 아니야. 무릎베개 진짜 불편하니까. 대신 ... "
해인은 자세를 잡고 눕더니 그대로 팔을 벌린채 세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안고 자고 싶은데 ... 그건 안될까? "
세나가 별로 피곤하지 않으면 자신의 품 안에서 따분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주 잠깐 조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를 하고 있는 해인이었다.
저기서는 해인이가 뒤에서 안아주는 구도가 조금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긴 해! ㅋㅋㅋ 옆으로 누워서 자는거니 말이야! 앗. 물론 그것도 좋지! ㅋㅋㅋㅋ 아무래도 세나가 키가 더 작으니까 백허그로 뒤에서 안으면 자연스럽게 해인이에게 매달리는 구도가 될 것 같지만..그건 그것대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