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다음의 여지를 남겨두면 세나와 한번 더 놀이공원에 올 수 있지 않을까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목적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줄이 워낙 길다보니 기다리다보면 루즈해질 것 같아 선택한 것도 있었다. 푸드코트로 걸어가며 한 얘기에 세나는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그가 생각해도 방송에 나왔으면 정말 방송사고급이라 좀 자중해야할 필요를 느낀 해인은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 둘만의 비밀로 하자. "
계속해서 둘만의 비밀이 쌓여가는 느낌이지만. 그렇게 학교에서의 일이라던가 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푸드코트에 도착한 해인은 간단하게 마실 것 하나와 초코 츄러스를 가리켰다. 기회가 생긴다면 꼭 먹는 음식중에 하나였다. 길거리에선 잘 찾기 힘들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다 들려온 세나쪽의 비밀 이야기에 해인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
하지만 연애 프로그램에 나온 이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해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건 정말 장난이었고 해인은 그저 다른 이들보다 자신이 더 세나에게 잘해줄 뿐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세나가 다른 사람이 맘에 든다고 해도 그것은 ...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렇게 세나에게 주문을 맡긴채 자리를 잡은 그는 핸드폰을 살짝 확인했다. 여러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지만 목록을 지워버린 그는 무음모드로 바꿔놓길 잘했다 생각하며 다가오는 세나를 보고선 말했다.
" 오늘 저녁엔 영화나 같이 볼까? "
물론 영화관이 아니라 방에 같이 돌아가서 보자는 뜻이었다. 둘 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고 둘이서 본다면 그 정도의 화면이라도 충분할테니까 말이다.
딱히 그와 다른 이들의 사이를 나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자신이랑 있는 것이 제일 재밌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으나 굳이 다른 이와는 재미없다는 말을 방송으로 나가게 해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중요한 법이었기에, 그리고 아직은 다른 조의 방송 상황도 재밌게 보고 싶었기에... 무엇보다 그가 피해를 입는 것은 싫었기에 그녀는 비밀로 할 것을 약속했다.
해인이 초코 츄러스와 마실 음료를 손으로 가리키자 그녀는 다가간 후에 마찬가지로 자신이 마실 것과 치즈 츄러스를 추가해서 주문했다. 츄러스 자체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 음식이었다. 마실 음료와 초콜릿 츄러스, 그리고 치즈 츄러스가 나오자 그녀는 그것을 받은 후에 그의 몫을 내밀었다. 이렇게 하면 손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조금 아쉬운 표정이 살짝. 하지만 곧 납득하며 그녀는 싱글벙글 웃었다.
"앞으로도 그럴지는... 운을 바랄 수밖에 없겠네요. 후훗."
다른 참가자와 페어가 되었을 때, 미션 등으로 데이트가 나온다고 한다면 그에 응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어쩔 수 없는 상황은 그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가만히 오른쪽 눈을 감아 윙크를 보내며 해인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미션이 아닌 데이트는 오빠하고만 할지도 몰라요."
이건 진담이니까 미션인 데이트는 봐줘요. 그렇게 속삭이며 그녀는 다시 왼쪽 눈을 감아 귀엽게 윙크를 보내면서 영화를 제안하는 해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좋아요. 어떤 영화 보시게요? 저 넷플릭스라던가 아이디 있어서 영화 보고 싶은 거 있으면 같이 봐요!"
너무 유치한 것만 빼고~ 그렇게 웃으면서 그녀는 관람차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먹을 것은 관람차를 가면서 먹을 수도 있고, 타서도 먹을 수 있었으니까.
최근 과몰입하는 사람들이 보이면서 방송은 방송으로 보라는 말이 자주 들려왔다. 사실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자신이 사랑의 방정식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 과몰입이라는게 생각보다 무섭다는걸 느끼게 되었다. 그렇기에 해인은 그런 점에 대해선 오히려 경계하고 있었기에 세나를 충분이 이해해줄 수 있었다.
" 그럼 데이트권을 따내야겠네. "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다른 이와 파트너일때도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데이트권이 엄연히 존재했고 따내는 방식도 생각보다 쉬웠기에 해인은 이번주부터 도전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세나의 한마디가 약간 설레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자신도 세나와는 미션이 아닌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테니까.
" 으음 ... 뭐가 좋을까. 로맨스? "
달달한 분위기가 좋으니까 말이야. 웃으면서 장난치듯 얘기한 해인은 손에 든 츄러스를 조금씩 먹으며 관람차로 향했다. 관람차는 어디서 보던 잘 보일 정도로 크기가 컸기에 방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손을 잡지 못해서 좀 아쉬웠던 해인은 어쩔까 고민하다가 손에 든 츄러스의 반대편을 세나의 입에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 아~ "
먹여주기가 진짜 연인의 모먼트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관람차에 도착했고 마침 줄이 길지 않아서 금방 탑승할 수 있었다. 음료수를 놓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어서 손이 자유로워진 해인은 놓여진 좌석을 보고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것도 포함해서 운이잖아요? 후훗. 다른 사람이 저나 오빠에게 그거 쓸 수도 있으니까요."
데이트권이 있다는 것은 자신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자신도 이 방송의 참가자니까. 자신도 한 장 정도 가져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자신이나 해인에게 사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 내키지 않아도 대충하게 되면 방송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 방송은 이렇기에 참으로 무섭고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긴... 그렇기에 연애 프로그램이겠지. 그녀는 그렇게 납득했다.
"로맨스요? 음. 좋아요. 저 로맨스 영화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어떤 것이 좋을지는 집에 가서 하나하나 찾아봐요. 후훗. 종류가 엄청 많으니까 찾는 재미도 있을 것 같거든요."
남자와 로맨스 영화를 본다는 생각에 그녀는 괜히 마음이 간질간질했는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약하게 터트렸다. 지금까지 그런 경험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자신과 동성인 친구들과는 여러 번 경험이 있긴 했지만. 이성과 보면... 아니. 해인과 보면 또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세나는 괜히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가 갑자기 자신의 입으로 츄러스를 내밀자 그녀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싱긋 웃으면서 입을 벌려 작게 냠- 하는 느낌으로 한 입 베어 물었다.
"후훗. 고마워요. 오빠. 그럼 저도..."
이어 그녀는 자신의 치즈 츄러스의 반대편을 그의 입으로 가져갔다. 물론 자신은 아~ 라고 하지는 않았다. 아마 행동의 의미는 그가 알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먹건, 먹지 않건 그녀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만 내며 다시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을 것이다. 그러다가 음료도 한 입 마시고.
이어 관람차에 들어서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숫자를 바라봤다. 9번. 딱히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지금 타고 있는 이 칸의 번호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안으로 들어서기 전, 해인의 물음이 들려오자 세나는 말 없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더니, 아무런 말 없이 먼저 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더니 자리를 잡고 앉았고,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해인에게 말했다.
"그렇게 굳이 묻는 걸 보면 제 옆에 앉고 싶은 모양인데 그냥 편하게 앉아요. 후훗."
자신은 별 상관없다는 듯이... 아니. 그냥 여기에 앉으라는 듯,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아마 그가 올라타는 타이밍에 두 사람이 탄 칸은 천천히 위로 오르지 않았을까.
그게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선택한다면 그것도 프로그램의 일부니까 건성건성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에게 선택권이 생긴다면 그 선택의 방향은 당연하게도 정해져있었다. 누군가는 재미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을.
" 영화 보는건 꼭 해보고싶은거였어. "
자신에게 만약 연인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던 것이 바로 같이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영화관이나 그런 곳에서 보는게 아니라 이렇게 소소하게 단 둘이서 즐기는 그런 영화. 여동생이랑은 그렇게 본 적도 많았지만 이번엔 꼭 세나와 보고 싶었다. 간혹 뒤에서 끌어안고 같이 보는 것도 상상했었지만 그건 정말 연인이 된다면 ... 거기서 해인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직 거기까지 가는건 이르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잘먹을께. "
세나의 치즈 츄러스도 작게 한 입 먹은 해인은 웃으며 말했다. 괜히 맛이 더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분명 기분 탓이겠지만 그 기분이 좋으니 상관 없었다. 관람차에 들어간 해인은 자리를 보고서 어떻게 할지 세나에게 물었고 돌아온 대답에 아하하, 하고 웃으며 세나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선 세나의 손을 살짝 잡아 자신에게 잡아당기려 하며 말했다.
" 여긴 아마 카메라도 못찍을꺼야. 그러니까 정말 우리 두 명뿐이라는거지. "
아마 다들 관람차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할지도 몰랐다. 아마 별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비밀 이야기만큼은 더 오가지 않을까. 그렇게 서서히 올라가는 창 밖의 풍경을 보며 해인은 말했다.
해인이 치즈 츄러스를 한 입 먹자 세나는 말 없이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해인 역시 똑같이 느꼈을까? 궁금하긴 하나 굳이 그녀는 묻지 않았다. 뭔가 강요하는 것 같았기에. 자신은 누구에게 강요를 하고 싶지 않았고, 강요를 당할 마음도 없었다. 그저 지금의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물론 그 분위기를 같이 즐기는 이가 해인이라는 것이 그녀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왜 좋냐고? 글쎄. 그에 대한 답을 세나는 굳이 내지 않았다. 그저 마치 중학교 시절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느낄 뿐이었다.
어쨌든 관람차 안에 들어서고 문이 닫히자 천천히 관람차가 위로 올라섰다. 제법 크기가 컸기에 한바퀴를 돌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까진 해인이 방금 말한대로 카메라가 찍을 수 없으니, 정말로 둘뿐인 공간이었다. 해인이 손을 잡아 자신 쪽으로 잡아당기자 세나는 끌려가주며 살며시 해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기분 좋게 배시시 웃었다.
"그러게요. 카메라 앞도 좋지만, 가끔은 카메라없이 이런 곳도 괜찮은 것 같아요. 방송 보니까 진짜 거의 모든 모습이 다 나오던데... 다른 쪽 팀도 이렇게 카메라가 없는 공간을 즐길까요?"
아. 그렇게 생각을 하다 그녀는 살며시 자신이 차고 있는 마이크를 떼어냈다. 당연하지만 이것은 방송. 마이크가 그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대화를 굳이 듣게 하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살며시 손을 뻗어 그가 차고 있을 마이크도 떼버리려고 했다. 그가 굳이 몸을 피하지 않았다면. 이어 살며시 그의 허리에 팔을 감아 안으면서 다시 한번 머리를 기댔다.
"...누가 들으면 내일 끝나는 줄 알겠어요. 아직 2주 지나가려면 기한 남았거든요? 그리고... 운이 좋으면 또 파트너 할 수도 있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는 가만히 그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오른쪽 눈을 감으면서 윙크를 보냈다.
해인이도 그만큼 잘생기고 멋지고 다 한다는 것은 알아줬으면 하고 말해볼게! 나 남캐와 이렇게 노는 것은 진짜 오랜만이라서...ㅋㅋㅋㅋ 물론 다른 남캐들이 별로라거나 매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해인이처럼 챙겨줄 때 챙겨주고 약간 무게감도 있고, 쿨한 스타일 되게 좋아하는 편이거든! 그러면서도 다정한 사람!
좋아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ㅋㅋㅋㅋ 세나는 아무래도 살짝 장난끼가 있는 그런 성격으로 만든 애이긴 한데.. 호기심도 많고! 거기다가 해인이는 중학교 시절때 정말 많이 챙겨줬고, 나름 알고 지낸 사이라서 그런지 그런 전개가 되긴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플러스 요인이 된 셈이네!
세나가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오자 해인은 조금 편안한 기분을 느끼며 관람차의 바깥을 바라보았다. 관람차라는 이름 답게 관람차의 윗부분은 전부 바깥을 볼 수 있게 되어있어 놀이공원의 전부가 보이는 것이 밤에 오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글쎄. 서로가 마음에 든다면 그러하지 않을까? "
다른 참가자들 중에서는 해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서로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어차피 방송으로 다 나오니까 그 이전에 이야기를 듣는건 재미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가끔씩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밀회를 즐겼다는 소문이 돌긴 했기에 아예 없는 행위라고 단정 짓기엔 어려웠다.
" 2주 밖에 안되는게 아쉬워서. "
세나가 본인의 마이크를 떼어내고선 자신의 것까지 떼어내는 것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던 해인은 세나가 자신을 살짝 끌어안으며 기대는 것을 보고선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다가 이내 세나를 끌어안아주며 말했다.
" 당연하지. "
자신도 그게 좋았으니까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잠시 세나를 만끽하던 해인은 손을 세나의 얼굴로 가져와서 볼을 살짝 어루만져주려했다. 이미 마이크도 떼어버린 상태라서 목소리도 들어가지 않을텐데 그런 것은 상관 없이 이번에도 속삭이는 목소리로 해인은 말했다.
다른 이들도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굳이 이 행동을 자신이 찝찝하게 여길 필요가 없고, 여겨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니. 사실 방송을 보니까 다른 조는 더한 것도 하는 것 같던데... 그럼 자신이 묘하게 느끼는 이 찝찝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둘만의 공간을 제안하기도 했고, 둘만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지도 않았지만 마음 속 한구석엔 아무래도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반칙이 아닐까하는... 하지만, 해인의 말에 그녀는 온전히 그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자신만 이렇게 신경쓰는 거, 조금 바보 같았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도를 넘는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이 프로그램을 부숴버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오히려 조금 더 즐기고 싶었으니까. 결과가 어떻게 되건... 이렇게 출연하는 것 자체가 언젠가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룰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후훗. 룰은 따라야 프로그램이 유지되는걸요. 그리고 누군가는 그 2주도 너무나 긴 시간일지도 모르잖아요. 아무리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생리적으로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페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많은 페어 중에서 분명히 한 조 정도는 있으리라. 그런 이들에게는 2주도 너무나 긴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2주는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기간이었다. 적당히 길고, 적당히 짧은 딱 중간 정도의 느낌. 한 달의 반을 함께 보내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세나의 머리카락이 해인의 손에 의해 살며시 흐트러졌다가 가볍게 흔들렸다. 끌어안아주는 부드러운 감촉이, 정확히는 자신의 몸을 덮어주는 그런 느낌이 포근해 세나는 괜히 팔에 힘을 더 주었다.
이내 그의 손이 자신의 뺨에 살짝 닿았다. 뺨을 어루만지면서 미션이 목적이 아니라 둘만을 위한 데이트를 하자고 한다. 아직 노을이 지지 않았지만, 세나의 눈엔 마치 밖이 노을이 진 것처럼 보였다.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그의 속삭임을 듣다 세나는 살며시 고개를 올려 해인을 바라봤다.
"...이런 공간에서 그렇게 약속을 미리 잡아버리는 거 반칙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저처럼 귀여운 이와 페어해서 데이트하려는 이들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후훗. 반대로 오빠와도 데이트하려는 이들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이들이 보면 치사하다고 화낼걸요?"
이어 그녀는 허리의 팔을 풀고 그의 목에 팔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고 그에게 더욱 찰싹 달라붙어, 옆 뺨에 살짝 제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뜨렸다. 물론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그 잔잔함을 남기면서 세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전 그런 말들은 무섭지 않으니까 지금 이 순간엔 오빠처럼 반칙할게요."
어차피 아무도 못 보는걸.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내다 그녀는 자세를 천천히 풀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그의 허리를 안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